어떤 맑은 날 오후, 페드랏헤에서는 대대적 축제의 막이 올랐다. 단장, 비이, 루리아는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성 아래 마을의 중앙 광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비이
헤에~ 엄청 떠들썩한 축제네!
루리아
와, 저기 보세요! 마을 여기저기가 꽃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귀여워요~!
루리아의 시선이 닿은 작고 하얀 꽃을 올려다보며 단장도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비이
오, 슬슬 약속한 시간이야! 꽃만 보고 있지 말고 빨리 가자!
약속장소인 중앙 광장에는 익숙한 동료들의 모습이 보였다.
베인
어이~ 단장! 비이 군, 루리아~! 이쪽이야 이쪽~
친근해 보이는 미소를 만면에 가득 띄우며 힘껏 팔을 흔드는 금발의 청년. 그의 이름은 베인으로, 왕도 페드랏헤를 지키는 백룡기사단의 부단장이었다.
루리아
와~ 베인 씨!
란슬롯
하하, 여기까지 헤매지 않고 잘 찾아와서 다행이야.
산뜻한 미소를 띄우며 기쁜 듯이 말을 걸어오는 촉촉한 검은 머리의 청년. 그의 이름은 란슬롯으로 왕도 페드랏헤를 지키는 백룡기사단의 단장이다.
비이
응! 멀리서도 너희 셋이 잘 보여서 금방 알았어!
무사히 합류한 것에 안도하고 있는 단장 일행의 옆에서 누군가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퍼시발
어서 축제를 시찰하러 가고 싶다만...
위엄있는 분위기 속에 조용히 이야기하는, 불타는 듯이 붉은 머리의 청년. 그의 이름은 퍼시발. 이전에 백룡기사단의 전신이었던 흑룡기사단의 부단장을 맡았던 남자다.
퍼시발
그런데 단장, 여기로 오는 중에 지크프리트 못 봤나?
[못 봤는데...]
[같이 있는 거 아냐?] ->선택
퍼시발
중간까지는 같이 있었는데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이봐, 잡견. 너 지크프리트한테 뭐 들은 거 없나?
베인
응? 나? 음... 딱히 들은 건 없는데. 란쨩은?
란슬롯
아니, 나도 딱히...
퍼시발
하아... 여기가 집합장소라는 건 정확히 알려줬겠지?
그때, 일행 뒤쪽에서 묵중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지크프리트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중압감있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타난 밤색 장발의 남자. 그의 이름은 지크프리트. 이전에 백룡기사단의 전신이었던 흑룡기사단의 단장을 맡았던 남자다.
루리아
아! 지크프리트 씨예요!
지크프리트
훗, 단장 일행도 먼저 도착해 있었던 모양이군.
퍼시발
지크프리트, 지금까지 어딜 돌아다니다 왔나.
지크프리트
아, 산책하고 있었더니 상인이 말을 걸더군. 하나 받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후로도 여기저기서 말을 걸어서 시간이 좀 걸렸어.
지크프리트는 난감한 표정으로 양손 가득한 음식과 물건들을 들어 보였다.
란슬롯
어, 엄청난 양이네요...! 그게 뭔가요?
지크프리트
글쎄. 이것저것 받아드는 사이에 늘어나서 잘 모르겠군.
베인
지크프리트 씨! 엄청 인기인이시네요!
퍼시발
그러고 있을 시간이 있으면 빨리 왔어야지.
란슬롯
하하, 퍼시발. 이렇게 다들 모였으니 됐잖아.
베인
맞아! 그렇게 삐죽거릴 필요 없잖아~
퍼시발
누가 삐죽거렸다는 거냐!
란슬롯
진정하라니까.
지크프리트
아무튼 미안하게 됐다. 기분 풀고 슬슬 축제에 가 볼까?
비이
그래! 아무래도 좋으니까 어서 가자!
루리아
우후후! 축제 정말 기대돼요!
베인
좋아! 내가 다들 안내해 줄게!
란슬롯
그래, 우선은 이 쪽 길로 가자!
퍼시발
이봐, 아직 이야기하던 중이지 않나!
베인
빨리 안 오면 놓고 간다, 퍼상!
퍼시발
조용히 해, 잡견! 밖에서 그렇게 부르지 마라!
베인
뭐~? 그럼 잡견이라고 하는 건 괜찮고? 너무해 퍼상~!
일행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미 축제로 떠들썩한 큰 길을 향해 걸었다.
큰길에는 많은 간판들이 늘어서서 이런저런 이벤트의 개최를 알려주고 있었다.
비이
응? 왠지 사람들이 엄청 몰려 있는 것 같은데?
란슬롯
그래. 지금 여기서는 마을 부흥의 일환으로 미식 이벤트가 개최되고 있거든.
루리아
미식 이벤트가 뭔데요?
베인
이 이벤트 회장 안에 있는 음식점 중에 어떤 가게가 가장 인기가 많은지, 축제기간 중의 매상으로 결정하는 거야!
일행이 미식 이벤트 회장 내를 걷고 있자, 어떤 가게 안에서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란슬롯
흠...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군.
베인
괜찮을까? 걱정되니까 잠깐 보고 올게!
란슬롯
그럼 나도 같이 가지. 단장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란슬롯과 베인은 준비중이라는 간판이 내걸린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무릎꿇고 비는 중인 남자와, 그 앞에 거만하게 서 있는 또 다른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빌고 있는 남자
사바랭 씨, 부탁드립니다! 돈은 어떻게든 준비할 테니 다시 생각해 주실 수 없을까요?
사바랭
잭... 네가 이 가게를 맡는 건 무리다. 이미 전성기의 반짝임을 잃은 이 가게를 더 이상 존속시킬 가치는 없어!
베인
두 사람 다 거기까지! 싸우면 안 돼! 일단 진정하라구.
란슬롯
실례하겠다. 우리는 백룡기사단의 기사들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들려줄 수 있겠나.
사바랭
기사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뭐야? 너희들.
잭
이 페드랏헤를 수호하는 백룡기사단 분들입니다.
신경쓰시게 만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으니까 돌아가셔도 됩니다.
베인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으니 말이지...
그때, 베인의 얼굴을 쳐다보던 잭은 뭔가 생각난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잭
음... 어라? 너, 혹시... 베인이야?
베인
...응? 나? 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것 같기도...
아, 아아! 잭! 너 잭이잖아!
잭
그래! 오랜만이다 베인! 부단장이 됐다는 얘기 들었어!
베인
헤헤... 뭐... 그 때 이후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거든.
잭
이야~ 설마 네가 부단장이 될 줄이야! 솔직히 놀랐어!
란슬롯
어이, 베인... 이 분과 아는 사이야?
베인
응, 란쨩! 잭하고는 기사 견습생 기절에 동기였어!
잭
란쨩이라니... 그...? 백룡기사단 란슬롯 단장님!?
란슬롯
그, 그렇다만...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완전히 무시당한 사바랭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사바랭
어이... 너희들... 아까부터 조용히 듣고 있자니... 날 무시하고 떠들지 말란 말이야!
비이
이봐! 큰 소리가 나던데 무슨 일이야?
루리아
여러분, 괜찮으세요?
지크프리트
꽤 시끄럽군.
퍼시발
너무 늦지 않나. 무슨 일이지?
사바랭이 소리를 지르자 단장 일행이 그 소리를 듣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사바랭
하아... 하아... 밖에 한 패가 있었나...
잭
...!? 당신들은 혹시... 흑룡기사단 시절의 단장님과 부단장님이신가요?
지크프리트
그래. 맞다. 그 이름으로 불리는 건 오랜만이군.
퍼시발
그래서, 네 놈은 누구지?
잭
저는... 흑룡기사단 시대에 베인과 견습기사 동기였습니다. 하지만 제게 기사의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탈단한 후, 한동안 빈둥거리다가 부모님께서 남기신 이 가게를 이어받았죠. 지금은 이 부모님과의 추억이 담긴 「비스트로 페드랏헤」의 점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바랭
거기까지. 취조 중에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나는 이만 실례하도록 하지.
비이
이봐, 왜 싸우고 있었는지 우리한테도 알려주면 안 돼?
사바랭
하아... 싸운 게 아냐. 난 이 가게를 닫을 만한 정당한 사유를 그에게 알리고 있었을 뿐이다.
루리아
네? 이 가게... 닫는 건가요?
사바랭
그래. 이 가게가 어떻게 되든 부외자인 당신들과는 상관 없지 않나?
일행은 사바랭에게 가게를 폐점시키려는 이유를 알려 달라고 물었다.
사바랭
...흥. 뭐 상관없겠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려 주마. 어디에나 있는 흔한 이야기다.
선대가 돌아가신 후 잭이 이 가게를 이어받았지만 역량부족으로 손님도 떠나고 가게는 기울어가는 형편이다. 그 와중 내가 이 가게의 권리서를 담보로 돈을 빌려줬지만, 요즘엔 빚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지. 해서 나는 이 비스트로 페드랏헤를 닫고 새로운 가게를 열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가게의 권리는 내게 있다. 가게를 어떻게 하든 내 자유 아닌가?
사바랭이 다시 한 번 이 가게를 닫아야 할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잭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잭
하하... 그 말대로야. 사바랭 씨가 말씀하신 게 사실이지. 내겐 기사의 재능뿐만 아니라 요리로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재능도 없었던 모양이야...
사바랭
흥... 이제 알았겠지? 본인도 납득했으니 나는 돌아가도록 하겠다.
가게에서 떠나려는 사바랭과 고개 숙인 채 움직이지 않는 잭.
베인
...기다려! 포기하기엔 아직 일러!
사바랭
뭐?
베인
부탁이야! 잭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돈이라면 내가 어떻게든 구해 볼게!
베인은 주저없이 사바랭을 향해 무릎을 꿇고 빌었다.
잭
어, 어이 베인! 네게 그렇게까지 신세질 수는 없어!
사바랭
...베인이라고 했던가. 말해 두겠지만 딱히 돈이 필요해서 이러는 게 아냐. 돈이라면 썩어넘칠 만큼 있다. 나는 이 비스트로 페드랏헤를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니까 닫는 것 뿐이다.
란슬롯
한 남자가 이렇게까지 머리를 숙이고 부탁하고 있는데 조금은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없겠나?
지크프리트
당신이 이 가게를 폐점시키고 싶어한다는 건이해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겠나?
사바랭은 지크프리트와 란슬롯의 위압적인 기세에 당황했다.
사바랭
읏... 기사인지 뭔지 몰라도 나는 폭력이나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 내가 굴복하는 상대는 내가 인정한 요리뿐이야!
루리아
네...? 그럼 사바랭 씨에게 인정받을 만한 요리를 만들면 되는 건가요?
사바랭
읏...!?
비이
아, 그럼 되는 거야?
사바랭
뭐!?
단장 일행은 사바랭에게 인정받을 만한 요리를 만들겠다고 물고 늘어졌다.
사바랭
미, 미식을 얕보지 마! 너희들같은 초보자는 몇 명이 달려들어도 나를 만족시킬 만한 요리를 만들 수 없어! 만들 수 있을 리가 없다고!
그 때, 일이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퍼시발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퍼시발
전공에서 이름높은 미식가, 브리아 사바랭 공인 것 같은데... 이 자들을 초보자라고 업신여기지 않는 게 좋을 거요. 이들은 한다고 하면 반드시 해낼 만한 의지를 가진 자들이지.
퍼시발의 말을 들은 사바랭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사바랭
귀, 귀공은 설마 퍼시발 공! 웨일즈 가의 퍼시발 공 아니오?
퍼시발
그렇소. 이렇게 만나는 것은 언젠가의 연회 이후 처음인가.
사바랭
큿... 어째서 귀공이 이런 곳에? 아니... 그런 건 상관없나. 허나 귀공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다시 생각해 봐야만 하겠군.
사바랭은 퍼시발을 인정하는 듯한 말을 내뱉은 후, 태도를 달리하며 단장 일행 쪽을 향했다.
사바랭
...현재 개최되고 있는 미식 이벤트에서 매상 1위를 달성할 것. 거기다 내 혀를 만족시킬 만한, 전 하늘 최고의 코스요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 폐점은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지.
베인
저, 정말!?
사바랭
그래. 이 혀에 걸고 약속하겠다. 허나 실패했을 경우 이 가게를 폐점하는 것뿐만 아니라 너희에게도 그에 맞는 대가를 받아낼 거다. 그럼 열심히 노력해 보시지.
사바랭은 그렇게 내뱉은 후 기세좋게 가게를 걸어나갔다. 일단 폐점사태를 막은 것에 안도한 일행은, 침착하게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잭
여러분... 이런 일에 휘말리게 만들다니 어떻게 사과드려야 할지... 정말로 죄송합니다!
베인
와하하하! 괜찮다니까! 그치만 다른 사람들도 끼어들게 만든 건 미안해.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다들 억지로 같이 할 필요는...
란슬롯
아니... 다행히 이벤트 중엔 비번이야. 나도 기쁘게 협력할게.
베인
정말!? 란쨩이 같이 해 준다면 든든하지!
지크프리트
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건 이거대로 재미있겠군.
란슬롯
지크프리트 씨도! 가, 감사합니다!
퍼시발
흥... 이미 한 배에 올라탄 몸이다. 어쩔 수 없지.
베인
퍼, 퍼상까지...! 진짜 괜찮아? 고마워!
퍼시발
딱히 널 위해서 하는 건 아니야!
란슬롯
화내지 말고, 이유같은 건 아무래도 좋잖아? 하지만 단장... 너희들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어.
루리아
괜찮아요! 저희가 이 장소에 있었던 것도 분명 어떤 인연일 거예요! 그리고 저... 축제에 참가해 보고 싶었어요!
비이
그래! 마침 잘됐네! 우리 힘으로 이 가게를 부흥시켜 보자!
베인
크윽... 단장도 비이도 루리아도... 다들 정말 고마워~
지크프리트
훗... 이렇게 다 같이 돕는 건 좋은 일이지.
란슬롯
네! 저희끼리 열심히 해 보죠!
베인
아... 퍼상이 뭔가 생각이 있다는 듯이 얘기했으니까 괜찮겠지 뭐!
퍼시발
흥... 잡견 같으니. 그 말은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
베인
어? 그럼 뭐야? 퍼상 거짓말 한 거야?
퍼시발
거짓말이 아냐! 듣기 불편한 소리 하지 마라! 우리들이 힘을 모아 진심으로 임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 그렇지? 단장?
[그 말대로야!]
[일단 덮어놓고 Go라는 건가?] ->선택
퍼시발
뭐...? 단장까지 그런 말을 하다니...! 흥.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이번 기회에 내 보는 눈이 정확하다는 것을 증명시켜 주도록 하지.
잭
...그런데 베인은 왜 날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해 주는 거야?
베인
음... 뭔가 잭을 보고 있으면... 어쩌면 나도 잭처럼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더라고. 그것뿐이야.
잭
흑... 고맙다. 베인. ...여러분도 정말 감사합니다. 「비스트로 페드랏헤」를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해서 그저 축제를 즐기러 왔을 뿐이었던 단장 일행은 「비스트로 페드랏헤」를 돕게 되었다.
비스트로 페드랏헤
Welcome to Bistro Feendrache*
*페드랏헤(Feendrache)는 독일어로 요정 용(Fairy Dragon). 고유명사이므로 일본판 발음을 따랐습니다.
오프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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