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제6화 친해지는 이야기

Building That Relationship

 

 


 

포트 브리즈의 거리를 마음내키는 대로 걸으며 오랜만의 휴가를 즐기던 네 명은 귀가길에 비라를 발견했다. 꽃집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본 타이아의 급격한 변화를 눈치챈 로아인 일행은 어떤 의문을 떠올렸다.

 

 

로아인

타 군, 커뮤력의 화신이면서 왜 비라쨩하고 얘기 안 함?

 

타이아

헉, 과, 과분합니다! 겨...겨겨.... 경애하는 비... 비... 비라 님과 대화라니...

 

 

두 사람은 알비온 사관학교의 선후배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였지만, 실제로 접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허나 알비온의 영주였던 비라를 타이아는 깊이 경애했고, 그녀의 뒤를 쫓아 기공단에 들어온 것이었다.

 

 

토모이

아... 타 군, 배에서도 비라쨩이랑 늘 거리 두고 있지.

 

타이아

예... 비라 님의 모습을 뵈면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려서...

 

로아인

그치만 비라쨩이랑 평범하게 얘기해 보고 싶지 않아?

 

타이아

비, 비, 비....비라 님과 제가요? 이...이야기를요? 뻔뻔합니다! 저 같은 게 비라 님과 대화할 자격이 있을 리가! 

 

번뇌여 사라져라! 번뇌여 사라져라!!

 

 

타이아는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엘셈

진정! 타 군! 우린 타 군한테 신사강의 해 준 답례를 하려는 것뿐임!

 

토모이

맞음. 타 군도 아예 얘기하기 싫은 건 아니잖아? 인사 정도는 하고 싶잖아?

 

타이아

그... 그야 물론 그렇지만...

 

로아인

하하하! 그치? 이제야 솔직하게 말하네!

 

엘셈

그럼 우리가 타 군하고 비라쨩이 평범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해 줄게!

 

타이아

그,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로아인

기대하십셔. 그럼 친구들, 준비하시고. 타 군도 같이!

 

엘셈, 로아인 토모이

웨이!

 

타이아

...웨, 웨이!

 

토모이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떡함? 우리들도 비라쨩하고 친한 것도 아니지 않음?

 

로아인

여기서 오늘 배운 걸 시험해봐야 하지 않겠음? 즉... 간지로 밀고 나가는 거지!

 

엘셈

간지...? 잘은 모르겠지만 안 하는 게 낫지 않겠어?

 

로아인

들어봐. 성실한 타 군도, 파리피 우리들도 비라쨩이랑 주파수 잘 안 맞잖음? 그럼 다른 방향으로 공략해야 하지 않음? 즉 간지 마인드?

 

토모이

1도 모르겠지만 츠바사네처럼 하자는 건가?

 

엘셈

아, 그렇게 말하니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거 같아. 츠바샤네 애들 좋은 애들이지~

 

로아인

츠바사네 애들은 일단 죽어도 쫄거나 튀는 일이 없잖아? 바로 그거임! 타 군한테 필요한 정신!

 

토모이

연상이든 존경하는 상대든 별 차이 없이 대하지. 인사도 평범하게 잘 하고. 비라쨩은 확실히 쫄아있고 그런 거 싫어할 거 같은 느낌. 일단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하는 부분부터가 중요할 듯?

 

타이아

맞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 예의없는 짓이니까요.

 

로아인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하지만 조금은 거친 남자! 다녀와!

 

타이아

넵!

 

 


 

 

 

 

꽃집 점원

선물하실 건가요?

 

비라

네. 집에 가는 길이거든요. 소중한 사람한테 꽃을 선물하고 싶은데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네요.

 

꽃집 점원

모양이나 색도 중요하지만, 향기도 고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번 맡아 보시죠.

 

비라

그러게요. 제가 선물하는 꽃이 언니의 일상에 멋진 향기를 흩뿌려준다면 좋겠어요.

 

 

비라가 조용히 꽃들의 향기를 즐기고 있을 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타이아

비라 씨, 하이요.

 

비라

...? 타이아?

 

타이아

뭐 하심까?

 

비라

사랑스러운 꽃을 발견해서 언니에게 선물하려고 해요. 당신은?

 

타이아

헤헤... 좀 전까지 츠바사네랑 켓타기어 굴리고 왔슴다. 바람을 느끼고 싶어지는 날이잖슴까.

 

비라

네... 바람...?

 

타이아

그랬더니 여기 출신이라는 놈들이 까불지 말라고 시비걸길래 잔뜩 패주고 왔슴다.

 

비라

...타이아, 무슨 일 있었나요? 오늘 좀 이상하네요...

 

타이아

비라 씨... 난 당신한테 꽃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함다.

 

비라

...네? 아까 카타리나 언니한테 선물한다고 얘기한 거 같은데...

 

타이아

나한텐 그런 꽃 같은 거보다 당신이 훨씬 아름답게 빛나.

 

비라

......

 

꽃집 점원

아, 어서 오세요. 찾는 거 있으신가요? 도와드리겠습니다.

 

타이아

뭐? 시끄러워! 지금 이 여자하고 얘기하고 있잖아!

 

 

로아인 일행은 건물 그늘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로아인

타, 타 군! 츠바사 흉내는 좋은데 시비 걸 필요는 없잖음!

 

타이아

비라 씨. 제 마음의 리액터에 불을 붙인 책임을 져 주셔야겠슴다. 그러니 저랑 같이

 

비라

타이아...

 

타이아

히익!?

 

비라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태도... 알비온 사관학교생으로서 용납할 수가 없군요. 당신이 이 이상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제가 여기서 보내 드리죠!

 

타이아

비비비... 비라 님...?

 

히익!

 

 


 

 

6-2

 

 

엘셈, 로아인, 토모이

우와...

 

로아인

대박... 비라쨩 대박 화났음...

 

엘셈

우... 우리 엄청난 짓 저지른 거 아냐?

 

토모이

노노, 아직 시뮬레이션 중임. 로드 가능.

 

엘셈

크... 잠깐 현실이랑 착각할 뻔했어...

 

타이아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기껏 생각해 주셨는데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저는...! 비라 님께 예의 없이 구느니 자결을 택하는 게 낫겠습니다!

 

로아인

아님. 지금 건 우리가 너무 나갔음. 쏘리쏘리. 그건 좀 아니었던 것 같아.

 

타이아

그리고... 저는 왜 찔린 건가요? 비라 님이 그런 무서운 분이실 리가...

 

로아인

아... 그, 글치. 그것도 좀 너무 나갔음.

 

토모이

암튼 츠바사 흉내는 아무리 생각해도 비라쨩한테는 NG임. 이제 어떡함? 뭐 있나?

 

로아인

당근이지. 이번엔 갭 작전?

 

타이아

갭이요...?

 

로아인

루나 쌤이랑 얘기했었잖음. 평소 보여주지 않는 느낌? 나른한 매력 같은 거?

 

토모이

타 군 평소엔 엄청 기합 들어가 있으니까 빈틈이 더 빛나는 거지. 이거 완전 가능.

 

타이아

빈틈이요...? 잘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만, 어떻게 하면 될까요?

 

엘셈

우리한테 맡겨! 이번엔 제대로 함!

 

 


 

 

꽃집 점원

선물하실 건가요?

 

비라

네. 집에 가는 길이거든요. 소중한 사람한테 꽃을 선물하고 싶은데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네요.

 

 

 

 

타이아

아... 안녕하세요, 비라 님.

 

비라

타, 타이아? 왜 그런 모습인가요?

 

타이아

...네? 뭐 이상한가요? 휴일엔 늘 이런 느낌인데요...

 

비라

......

 

후후... 당신의 그런 모습, 처음이라 조금 놀랐어요. 그런 면이 있었군요. 하지만 아무리 휴일이라고 해도 그런 풀어진 모습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타이아

아...

 

비라

후... 저도 지금까지 선배인데도 당신을 방치하긴 했다고 생각해요. 좋아요. 배에 돌아가면 평소에 생활하는 법부터 여러 가지로 지도해 드리겠어요. 후후...

 

 

로아인 일행은 조금 떨어진 건물의 그림자에 숨어서 두 사람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엘셈, 로아인, 토모이

오오오오오!?

 

로아인

가능? 모성본능 자극한 느낌?

 

토모이

인정. 비라쨩은 캬타리나 씨도 보살펴 주는 타입이니까!

 

엘셈

가능 정도가 아니라 슈퍼 블루라이트!

 

 

로아인 일행이 떠들썩한 사이, 비라와 타이아는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걷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늙은 주인장

마, 마물이야! 마을에 마물이 나타났어!

 

비라

저건...?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나타나지 않는 종일텐데...

 

늙은 주인장

도망쳐! 모두 도망쳐라!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마물은 닿는 곳마다 마을을 파괴했다. 그 모습에 시민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고 있었다.

 

 

비라

...막아야 해요. 가죠, 타이아!

 

타이아

......

 

비라

...타이아? 뭘 하고 있는 거죠? 어서 준비하세요!

 

지나가던 주민

누가! 누가 좀 도와줘요!

 

비라

큿... 지금 갑니다!

 

 

비명을 들은 비라는 과감하게도 혼자 마물 앞에 나서는 것이었다.

 

 


 

 

타이아

아, 수고하셨습니다...

 

비라

타이아...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죠?

 

타이아

아... 좀 나른하길래요...

 

비라

......

 

타이아

히익!?

 

비라

그래요. 나른했다고요. 그럼 부디 원하시는 만큼 편히 쉬시길.

 

타이아

히익!?

 

 


 

 

6-3

 

 

엘셈, 로아인, 토모이

핫!?

 

 

시뮬레이션을 끝낸 세 사람은 구슬같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타이아

선배님들... 매번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저는 싸울 수 없는 자들을 위해서 기사로서, 기공사로서 검을 쥔 자. 마물이 나타난 데다가 비라 님께서 싸우고 계시는데 뒤에 빠져 있다니, 그럴 수는...!

 

로아인

그치... 뭐 우리도 도중부터 또 너무 나갔다고 생각함...

 

엘셈

한 번 나른함 모드 스위치를 누르면 돌려놓기가 힘들단 말이지...

 

토모이

근데 좀 아쉽지 않음? 일단 비라쨩이 웃는 거까지는 가능한 부분 아니었음? 거기서 적이 나타났을 때 빠밤! 해치우면 나른한 매력에 남자다움까지 추가!

 

타이아

그, 그렇군요...!

 

로아인

나른함에 남자다움 어필 가능 시나리오, 바로 검증 고?

 

 


 

 

비라

저건...?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나타나지 않는 종일텐데...

 

늙은 주인장

도망쳐! 모두 도망쳐라!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마물은 닿는 곳마다 마을을 파괴했다. 그 모습에 시민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고 있었다.

 

 

비라

...막아야만 해요. 가죠, 타이아!

 

타이아

......

 

비라

...타이아? 뭘 하고 있는 거죠? 어서 준비하세요!

 

타이아

...네! 비라 님. 우선 넓은 장소로 유도합시다. 여긴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비라

아, 네..!

 

타이아

자, 마물 놈아! 이 쪽이다! 이 쪽으로 와라!

 

비라

(타이아...? 아까 나른해하던 태도는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됐어...!)

 

타이아

하아아아!

 

 

그리고 눈빛이 바뀐 타이아는 비라와 힘을 합쳐 훌륭히 마물을 퇴치했다.

 

 

타이아

비라 님,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비라

없어요. 그 쪽도 무사한 모양이군요. 그보다... 풀어진 태도에 좀 불안했었는데 할 때는 제대로 해 주는군요.

 

타이아

저는 기사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오히려 비라 님께서 손을 쓰게 만든 것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라

무슨 소리인가요? 나타난 마물을 처리하는 건 기공사로서 당연한 일인걸요.

 

타이아

허나, 사모하는 여성을 지키고 싶은 것도 기공사... 아니 남자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비라

싸, 싸우는 중에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타이아

...아! 죄송합니다.

 

 

그리고 타이아와 비라는 소동이 진정된 마을을 빠져나가 나란히 배로 향했다.

 

 


 

 

시뮬레이션을 끝내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완성감을 느낀 로아인이 손가락을 튕겼다.

 

 

로아인

이거거든...! 마물까지 준비하는 건 사실 힘들겠지만 나른함에서 빠릿함으로 변하는 2단 변신 가능이란 느낌?

 

토모이

이거야... 완전 남자의 매력 풀코스!

 

엘셈, 로아인, 토모이

웨이!

 

타이아

아... 와... 와...

 

로아인

잠깐, 장난 아님. 타 군 유체이탈함.

 

타이아

.....흡! 사...사... 사모한다니... 그런 말을 비... 비... 비라 님 앞에서 감히... 입에 담을 수는... 저, 저는! 비라 님의! 기사다운 모습을! 경애하는 거지 말입니다!

 

헛... 경....

애?

 

이 무슨 불경한! 불손한!! 우워어어어!

 

엘셈

타 군, 진정! 방금 그거 시뮬이니까! 진짜 하라는 거 아님!

 

토모이

일단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알아보기 위한 참고용 스테이지?

 

로아인

그거지. 타 군, 비라쨩하고 평범하게 대화 나누는 단계까지는 가고 싶잖음? 학교 안 다닌 우리들도 교과서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 건 알지만 이상은 높게 가져서 나쁠 거 없잖음?

 

토모이

맞음~ 사모 말고 다른 것도 좋지. 경애? 우애? 결투?

 

타이아

그, 그런 걸까요...? 가, 감사합니다! 확실히 지금까지의 저는 많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어떻게든... 그... 비라 님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뮬레이션을 참고로 비라 님께 인사, 더 나아가서 세상 일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아니지! 그건 좀 과한 욕심이겠죠! 하... 하지만... 하지만!

 

엘셈

슬슬 시뮬은 충분하지 않음? 실전 가시죠!

 

타이아

시시... 실전!?

 

로아인

긴장 풀어. 가끔 얘기하다 보면 익숙해지기도 하잖음? 일단 인사만이라도 해 보실?

 

타이아

과연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 타이아, 비... 비라 님께 인사를, 드리고 오겠습니다!

 

 

시선을 돌리자 비라가 아직도 가게 앞에서 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아인 일행은 시뮬레이션처럼 타이아를 나른한 모습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6-4

 

 

타이아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로아인

타 군, 고고! 비라쨩의 모성본능 제대로 자극하고 와!

 

엘셈

진심 화이팅...! 우리 여기서 지켜보고 있을게!

 

토모이

그치만 비라쨩이 우리도 있는 거 알면 좀 그러니까, 우린 등장 안 하는 방침으로 잘 부탁!

 

시뮬레이션대로라면 나른한 타이가의 모습은 비라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 않을 게 확실했다. 로아인 일행의 손에 옷과 머리가 흐트러진 타이아는 비라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엘셈

우오... 긴장돼...

 

토모이

있지, 이거 혹시 실전에서 실패하면 어케 됨?

 

로아인

아니, 실패 안 할걸. 타 군의 의외의 일면이 비라쨩한테도 먹힐 듯?

 

엘셈

인정. 갑자기 화내거나 그렇진 않겠지? 않겠지??

 

토모이

이미 우리 손을 떠났음. 지켜보기나 하자고.

 

 

로아인 일행의 시선 속에 타이아는 비라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 입을 열었으나...

 

 

타이아

비, 비비비...!

 

엘셈, 로아인, 토모이

(시작부터 발음 씹었어!)

 

엘셈

타 군... 완전 기합 모드잖아...

 

타이아

비... 비... 비비....

 

비라

당신은... 분명 알비온 학생이었죠?

 

타이아

히익!?

 

비라

무슨 일 있었나요? 복장이 단정하지 못한데...

 

타이아

그... 저기...!

 

비라

후후... 휴일이어도 그러면 안 되죠. 자, 제대로 하세요.

 

 

비라는 그렇게 말하며 타이아의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기고 직접 단추를 여며 주었다.

 

 

엘셈, 로아인, 토모이

우오오오오오!?

 

토모이

자... 잠깐...!

 

엘셈

지... 진정! 토모쨩! 근데 저거 현실임?

 

로아인

와... 뭐지 싶었는데 현실이 망상보다 한 수 위라는 느낌?

 

타이아

보... 볼썽사나운 모습을...! 직접 고쳐 주시다니... 정말 죄송... 앗, 아니... 감사! 감사합니...!

 

비라

복장의 흐트러짐은 마음의 흐트러짐이기도 합니다. 늘 주의하도록 하세요.

 

타이아

하... 옙! 실례했습니다!

 

비라

좋아요.

 

 

그리고 비라는 타이아와 함께 배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비라

오늘 하루 무슨 일을 했나요?

 

타이아

네네네, 넵! 사사... 산책을...

 

비라

하루 종일 산책을요?

 

타이아

아, 아닙니다! 점심식사, 그리고 카페 갔다가... 쿠키도...

 

비라

진정하세요. 기사라면 보고 정도는 제대로 해야죠.

 

타이아

실례했습니다! 카페에서 점심을 먹은 후 츠바사 공과 만났고 카페에서 루나루 공의 작품을 보았습니다. 조금 전 단장 공에게 드릴 선물을 구입하는 잔느 공과 쿠키 가게도 방문했습니다!

 

 

타이아는 비라의 어드바이스에 따르느라 로아인 일행의 충고는 어디론가 날려버렸다.

 

 

비라

...그랬군요. 좋은 휴일을 보낸 모양이네요.

 

로아인

잠깐... 시뮬레이션이랑 전혀 다르지만 이건 이거대로...

 

엘셈

오히려 이게 최고의 시나리오 아님?

 

엘셈, 로아인, 토모이

인정~!

로아인

푸하하하! 좀 딱딱해 보이는 대화지만 이거 의외잖아.

 

토모이

타 군, 다시 기합 빠짝 들어갔지만 일단 오늘은 이 정도면 성공?

 

엘셈

분명 예전보다는 친해진 느낌! 의문의 달성감~

 

로아인

인정. 오히려 타 군이 지금까지 너무 쫄았던 것 뿐이라는 느낌?

 

 

로아인 일행이 건물 그림자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던 때였다.

 

 

도망치는 주민

으아아아악! 마, 마물이다!

 

엘셈, 로아인, 토모이

!?

 

마물

크오오오오!

 

도망치는 주민

살려줘!

엘셈

뭐, 뭐임? 레알임?

 

토모이

레알 나왔어! 왜 이런 곳에?

 

로아인

그런 얘기 할 때가 아냐!

 

 


 

 

비라

타이아! 따라오세요!

 

타이아

예! 알겠습니다! 어서 마물을 제압하고 사람들을 지켜야겠죠! 간다, 마물 녀석아!

 

마물

우오오오오!

 

타이아

하아아아!

 

 

타이아의 맹렬한 기세는 날뛰는 마물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었다. 제압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타이아

하아... 하아...

 

마물

구오오오...

 

엘셈

타 군, 대박... 비라쨩이 강한 건 원래 알았는데...

 

토모이

장난 아님... 타 군도 마음먹으면 장난 아님...

 

타이아

비라 님,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비라

저는 괜찮습니다만... 타이아, 당신이 다친 것 같은데요?

 

타이아

찰과상입니다. 마물의 공격을 흘려넘길 때 조금 늦어서... 한심한 일입니다.

 

비라

훌륭한 싸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런 마물을 상대로 놀라운 성과를 올렸군요. 당신이 열심히 싸워준 덕분에 제가 다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마을의 피해도 사소한 선에서 끝났죠.

 

풀어진 태도에 좀 불안했었는데 할 때는 제대로 해 주는군요.

 

타이아

저는 기사로서, 그리고 기공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오히려 비라 님께서 손을 쓰게 만든 것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라

저도 기사이자 기공사입니다. 눈 앞에 나타난 마물을 처리하는 건 기공사로서 당연한 일인걸요.

 

타이아

그리고...

 

비라

...그리고?

 

타이아

경애하는 비라 님을 지키는 것 또한 제게는 당연한 일입니다.

 

비라

......

 

타이아

약해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만...

 

엘셈, 로아인, 토모이

(해냈어!)

 

로아인

타, 타 군! 지금 거 진심 멋있었잖아! 시뮬레이션보다 좀 순한 맛이지만 그게 오히려 더 좋은듯? 뭐 타 군이니까 러브가 아니고 리스펙트겠지만 우선 그거부터가 시작이라는 느낌?

 

엘셈

대박... 솔직히 나는 타 군한테 심쿵한듯.

 

토모이

나도... 지금 타 군 완전 심쿵...

 

 

타이아는 경애하는 마음을 비라 본인에게 그대로 전했다. 하지만 그녀는...

 

 

비라

하아... 방금 마물하고 싸우고 난 후인데 무슨 소릴 하는 건가요, 당신은... 일단 응급처치부터 하죠. 저 쪽 민가에 아마 약이 있을 겁니다. 얌전히 기다리세요.

 

타이아

아, 예... 알겠습니다.

 

비라

약하고 붕대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됐습니다.

 

도망치던 주민

아니, 이 쪽이야말로 고맙지. 설마 마을에 저런 큰 마물이 나올 줄이야... 동료한테 고맙다고 전해 주게! 용감하게 싸워주는 모습에 마을 전체가 감동했다고 말야!

 

비라

......

 

네, 전해 드릴게요.

 

 

비라는 타이아에게 응급처치를 해준 후 함께 그랑사이퍼로 돌아가기로 했다.

 

 

비라

아직 좀 비틀거리는군요. 제 어깨를 잡고 의지하세요.

 

타이아

아, 아뇨... 그럴 수는...!

 

비라

상관없어요. 선배의 명령입니다.

 

타이아

아... 예...!

 

 

비라는 부상을 입은 타이아를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 그 뒷모습은 마치....

 

 

엘셈

타 군... 잘됐어...! 크흑... 진심 잘됐어...! 흐으... 마음이 통했구나...!

 

토모이

이건 조금 가까워진 정도가 아니잖아...

 

로아인

이런 걸로 울지 말라고. 엔딩까지 지켜봐 줘야지.

 

토모이

저거 좀 보셈. 타 군, 평소같아 보이지만 마음 속으로는 장난 아니겠지?

 

로아인

푸하하하하! 저런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남자가 어딨겠냐!

 

비라

타이아, 아직도 아픈가요?

 

타이아

아, 아뇨...! 괘괘, 괜찮습니다...

 

비라

타이아, 당신이 훌륭히 싸워 준 것을 사관학교 선배로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뭔가 원하는 게 있나요? 제게 가능한 거라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타이아

그... 그런... 당치도 않습니다!

 

비라

사양하지 말고 말해 보세요. 지금까지 선배로서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했으니까요.

 

타이아

저... 그럼...! 기공사로서 지식을 쌓기 위해 읽어둘 만한 서적이 있다면, 추천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비라

그런 거면 되나요? 그럼 이번에 제가 다니는 서점을 알려 드리죠.

 

타이아

그... 그 말씀은...

 

엘셈, 로아인, 토모이

데이트 아님!?

 

로아인

대박... 타 군, 비라쨩이랑 데이트 약속까지 잡았어!

 

엘셈

뭐야 이게! 아까부터 전개 장난 아니잖아!

 

토모이

이미 우리 손을 떠났어... 타 군, 아니... 타 형님은...

 

타이아

여, 영광입니다! 비라 님이 안내해 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배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님들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비라

별 거 아니에요. 언제 시간 괜찮은가요?

 

타이아

대박. 그럼 다음 휴일에 부탁드립니다!

 

비라

...하?

 

 

그건 짧지만 지금까지와는 명백히 다른 얼음같은 목소리였다.

 

 

비라

지금 그건 제 기억이 확실하다면 몇 번인가 들은 적 있는 짜증스러운 단어입니다만...

 

타이아

네? 아... 비... 비라 님...?

 

로아인

잠깐! 지금 걸로 아웃? 판정 너무한 거 아님?

 

비라

...!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습니다. 타이아의 모습이 평소하고는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했더니만...

 

역시 네놈들 짓이냐!

 

엘셈, 로아인, 토모이

히익!?

 

비라

그늘에 숨어서 저를 감시하다니, 무슨 생각이죠...?

 

 

비라는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검은 연기에 휩싸이더니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

키이이이잉!

 

엘셈, 로아인, 토모이

으아아아아!

 

로아인

뭐야 저거! 슈발리에 버전?

 

코르와

저건 MK. 2 모드!

 

엘셈, 로아인, 토모이

코르 씨?

 

코르와

이 무슨 일이... 드디어 활동하기 시작했나...!

 

로아인

코르 씨! 마크 투가 뭔데?

 

코르와

저건 오직 날라리의 멸종만을 위해 더욱 더 진화한 형태... 대 챠라오* 범용 결전 병기, 메카사이코 비라 MK. 2!

 

*챠라오: 경박한 남자

 

엘셈, 로아인, 토모이

대 챠라오 범용 결전 병기, 메카사이코 비라 MK. 2?!

 

엘셈

뭐임 그게... 이름 넘 긴데요?

 

코르와

챠라오를 미워하는 마음이 평범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어. 그리고 이렇게, 그 모습을 바꾸고 만 거지...

 

메카사이코 비라 MK. 2

탐색 개시... 탐색중...

 

토모이

저거 비라쨩이 조종하는 거야? 비라쨩이면 아직 어떻게든 가능 아님?

 

코르와

이미 늦었어... 부풀어오른 증오가 이미 비라쨩의 의식을 장악해 버린 수준이야! 그리고 챠라오를 모두 제거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야!

 

타이아

비, 비라 님...! 정신 차리십시오!

 

비라 님!!!

 

코르와

안 들릴 거야.... 본체인 비라쨩은 지금 잠든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니까...

 

엘셈

타 군, 일단 진정! 썸녀가 저렇게 변해버리면 진정하기 힘든 건 당연하긴 한데 진정!

 

메카사이코 비라 MK. 2

키이이이이이!

 

챠라오 3명 발견. 지금부터 목표를 섬멸한다.

 

토모이

으아아아아아! 이쪽 오잖아!

 

로아인

역시 저걸 퇴치하는 전개로 가나...

 

타이아

가시죠, 선배님들! 이대로는 비라 님이 너무 가엾습니다!

 

로아인

당근이지, 타 군. 챠라오의 근성이란 걸 비라쨩한테 보여주자고! 솔직히 타 군만 멋있는 모습 폭발해서 챠라오로서 분하기도 했다는 느낌?

 

엘셈

푸하하! 맞음! 그러니까 챠라오의 멋짐을 보여주겠다는 느낌?

 

토모이

인정. 사실 우리도 비라쨩하고 좀 더 잘 알고 싶은 것도 있고.

 

로아인

신사력 열심히 올린 파리피... 즉 우리는 파리 신사!

 

그 파리 신사에게 빼놓을 수 없는 커뮤력, 여기서 보여줘 버림?

 

타이아

저는... 이 싸움을 끝내고 비라 님과 서점에 갈 겁니다!

 

로아인

친구들, 준비 오케? 가는거야~!

 

엘셈, 토모이

오케바리!!

 

엘셈, 로아인, 토모이

후우우우우우!

 

 

[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