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제4화 어색한 이야기
Awkwaaard
탐미 그림책의 콘티를 짜다 코너에 몰린 나머지 하필이면 로아인 일행에게 조언을 구하고 만 루나루. 일행은 그들 나름대로 도와주기 위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짜 나갔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황당한 이야기였다.
로아인
그래서 고리마초 쳐부수고~ 포포루는 마키리 찾아서~ 만나고~ 사랑의 도피~ 뭐 그런 느낌?
토모이
카타르시스도 강조하면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슴까?
루나루
아니! 아니거든! 뭐든지 다 때려부수고 강제 카타르시스 만들지 말라고! 심지어 부관하고 대신이 합체라니! 아무리 그래도 설정이 우주로 가버렸잖아!
타이아
허나 기존 틀에 사로잡힌 이야기와는 달리 신선한 파격이긴 했습니다. 루나루 공도 이 이야기의 끝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여기까지 들으셨잖습니까!
루나루
그... 그건 그렇지만...
...맞는 말이야. 나, 너무 사소한 거에 사로잡혀서 이렇게 밀고 나가는 전개는 생각도 못 했어. 중간에 생각했는데 대신하고 부관이 사실 결탁하고 있었다는 건 괜찮을지도...
로아인
오, 진짜요?
루나루
한가지 확실한 건, 나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발상이 나온 건 맞아... 그대로 쓸 수는 없지만 실마리는 잡은 것 같아. 크흠... 고, 고마워. 큰 그림을 본다는 것도 괜찮네. 집중해서 콘티를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엘셈
루나 쌤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완전 기쁨다!
토모이
또 무슨 일 있으면 불러주십셔!
타이아
저는 별로 도움이 되지는 못했습니다만, 작품이 무사히 완성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루나루
...고마워.
그건 그렇고 당신들... 설마 여자 휴게실 훔쳐보거나 하는 건 아니지?
엘셈, 로아인, 토모이
엑!?
토모이
아까 그건 그냥 망상임다! 잔느 씨가 그런 느낌이면 완전 귀여울 텐데...하고...
로아인
저희 날라리같긴 해도 그런 녀석들 아님다!
엘셈
하지만 루나 쌤이 불쾌하셨다면 완전 죄송함다...!
루나루
그, 그렇게 당황할 거 없어... 진짜로 의심하는 거 아니니까. 아까 그런 얘기가 들리길래 물어본 것 뿐이야.
뭐...망상이란 건 여러 가지로 누구나 하는 거니까. 피해주는 게 아니라면 자유롭게 해. 그럼 난 다시 콘티 짜러 갈게.
네 명의 남자를 남겨두고 루나루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4-2
로아인 일행은 해질녘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얼굴은 아까와는 달리 휴가를 즐기고 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로아인
완전 큰일날 뻔했어. 혹시 우리가 여자 휴게실이나 엿보는 놈들이라고 잔느 씨한테 오해받았다면...
엘셈
고깃덩이가 됐겠지...
토모이
그나저나 루나 쌤한테 야식 조공 어떰? 콘티 짜느라 밤에도 작업하시는 거 아님? 우리 얘기도 믿어 주셨는데 제대로 감사도 못 드렸잖아. 이대로는 발 뻗고 잠도 못 잘듯.
로아인
토모쨩, 굿 아이디어. 아무튼 망상도 정도껏 해야겠어.
엘셈
죄송. 아임 헝그리.
로아인
어, 에룻치도? 사실 나도 배고파.
토모이
콘티 생각하느라 평소엔 쓰지도 않는 머리를 돌렸으니... 뭐라도 먹으면서 배로 돌아가자.
배를 채울만한 간식을 찾던 네 명은 길가에서 어떤 가게가 붐비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타이아
여기 장사가 꽤 잘 되네요! 쿠키 전문점인 모양입니다.
토모이
음~! 버터 향기... 여기서 사자!
엘셈
잠깐! 저거 좀 봐!
엘셈은 쿠키점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잘 보니 그 곳에는...
잔 다르크
......
엘셈, 로아인, 토모이
실물 잔느 씨?
4-3
로아인
잠깐잠깐잠깐. 본인 등장 패턴은 좀...
토모이
상대방은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괜히 우리만 어색... 어떡함?
엘셈
우리 있는 거 모르는 것 같으니까 일단 아무것도 못 봤음 루트로...
마음대로 망상한 것을 반성하고 있던 로아인 일행은 뒤가 켕기는 마음에 본인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었다.
타이아
잔 다르크 공 아니십니까! 이런 데서 만나다니!
잔 다르크
...?
아, 당신들인가.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정말 우연이군.
로아인
아... 예...그렇네염!
(타 군... 분위기 좀 파악해~)
엘셈
우, 우연임다~
(귀여워...)
토모이
이런 데서 뭐 하심까?
(아... 완전 긴장됨...)
잔 다르크
단장에게 여기 쿠키를 사다줄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모처럼의 휴일을 즐겼으니 보답하고 싶어서 말이지.
여행에 필요한 장비나 도구 등이 잔 다르크의 양손에 가득 들려 있었다.
타이아
저희도 쿠키를 먹으면서 돌아갈까 하고 이야기하던 중이었습니다!
잔 다르크
...먹으면서?
타이아
예! 먹으면서요!
잔 다르크
길거리를 다니면서 뭘 먹어도 괜찮을까?
타이아
이 가게는 걸으면서 먹을 수 있도록 종이로 싸서 주는 모양입니다!
잔 다르크
과연... 추천할 정도라면 들고 다니면서 먹어도 괜찮겠군.
일행은 쿠키를 구입한 후 다 함께 돌아가기로 했다. 타이아는 잔 다르크 앞에서 봉투 안의 쿠키를 꺼내어 먹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타이아
음! 버터의 풍부한 달콤함이 혀를 감싸 저도 모르게 미소가 나오는 맛입니다! 잔느 공도 사양 말고 드셔 보시죠! 그렇죠, 선배님들?
로아인
어? 응. 서서 드시는 거 추천임다.
잔 다르크
...좋아. 너무 예의를 차리는 것도 좋지 않겠지.
망설이던 잔 다르크도 조심스레 쿠키를 한 입 베어물었다.
잔 다르크
...아, 정말 맛있군. 그리고... 조금 망설였지만 꽤 즐거운걸.
타이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배님들이 가르쳐 주셔서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잔 다르크
당신들은 늘 이렇게 음식을 먹나?
로아인
아... 음... 그렇죠. 저야 이게 보통인데 즐거우셨다니 다행임다.
잔 다르크
후후... 고맙다. 당신들 덕분에 휴일 막판에 재미있는 걸 배웠군.
잔 다르크가 타이아와 대화하기 시작한 것을 보고 로아인 일행은 조그맣게 속삭였다.
로아인
아까 망상, 잔느 씨가 알면 고깃덩이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엘셈
좀 오버였나?
토모이
인정. 그냥 좋은 사람이잖아. 뭐 그렇다고 해도 이젠 망상할 생각 없지만...
타이아
아, 눈치채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잔느 공, 짐을 넘겨주십시오. 그대로는 드시기 불편하시겠군요.
잔 다르크
어? 아... 고맙다. 이걸 들어줄 수 있겠나?
타이아가 잔 다르크에게서 짐을 건네받을 때 마침 뒤에서 마차가 달려왔다. 그러자 타이아는 망설임없이 잔 다르크 쪽으로 움직였다.
잔 다르크
...?
마차는 타이아 바로 곁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갔다.
잔 다르크
...!
후후... 신경써줘서 고맙군.
타이아
신경쓰지 마십시오!
로아인, 엘셈, 토모이는 앞을 걷는 타이아와 잔 다르크를 뒤에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로아인
(대박... 지금 봤음?)
토모이
(봤음. 저 거침없는 무브...)
엘셈
(장난 아님! 타 군, 완전 장난 아님! 저래놓고 별 말 없는 점이 더 끝내줌!)
로아인
(그 전에 짐 들어주는 흐름도 완전 프로였어!)
토모이
(먹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서 자연스럽게 짐 들어주는 것도...)
엘셈
(완전 배려맨... 타 군 포텐셜 높지 않아?)
타이아
그렇지, 잔느 공. 선배님들께 배운 게 또 하나 있습니다만...
잔 다르크
음? 그건 꼭 들어보고 싶군.
타이아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타이아는 그렇게 말하고 손 끝으로 쿠키를 잘라서 작은 쪽을 손바닥 위에 놓았다.
타이아
보십시오, 자!
그는 하늘로 날려올린 쿠키 조각을 솜씨좋게 입으로 받아서 먹었다.
잔 다르크
훌륭하군! 후후, 갑자기 하늘로 던지길래 조금 놀랐다. ...그리운걸. 오를레앙의 남자아이들이 하는 걸 본 적이 있지. 예의 없다고 어른들에게 혼나긴 했지만...
타이아
가끔씩이라면 예의를 잊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죠! 잔느 공도 한번 해 보는 게 어떠십니까?
잔 다르크
후후... 그럴까. 그럼...
...이얍!
잔 다르크도 타이아처럼 위로 던져올린 쿠키 조각을 입으로 받아 먹었다.
잔 다르크
음...! 후후, 안 떨어뜨리고 해냈어.
타이아
역시 대단하십니다, 잔느 공!
잔 다르크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겠지만... 그대가 하니 무심코 해 보고 싶어진 모양이야.
이런 둘을 뒤에서 쳐다보던 로아인이 문득 중얼거렸다.
로아인
바로 이거야...
엘셈
이게 뭔데? 로아인...
로아인
「커뮤력」...!
이것이야말로 우리들이 원하던 커뮤력이야!
4-4
엘셈
커뮤력이라니, 로아인이 점심 때 말했던 그거? ...설마!
토모이
타 군?
로아인
빙고. 잔느 씨의 저 표정을 봐. 저런 표정 쉽게 보기 힘들지.
잔 다르크는 타이아와 이야기하는 중에 어느 새 순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로아인
에룻치, 토모쨩. 잔느 씨하고 저렇게 될 수 있어?
엘셈
택도 없음...
로아인
후배라도 좋아. 타 군을 본받자고. 우리에게 부족한 커뮤력이라는 것을!
잔 다르크는 뒤에서 떠드는 셋의 모습을 눈치채고 타이아에게 말을 걸었다.
잔 다르크
흠? 저들은 그대에게 용건이 있는 모양인데.
타이아
선배님들? 왜 그러시나요?
잔 다르크
남자들끼리 할 이야기라는 것도 있겠지. 나는 먼저 배로 돌아도록 하겠다. 짐을 들어줘서 고마웠어.
타이아
뭐 이런 걸 가지고! 저야말로 즐거운 한때를 보내게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타이아는 로아인 일행과 함께 먼저 배로 걸어가는 잔 다르크를 배웅했다.
타이아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또 뵙겠습니다!
엘셈, 로아인, 토모이
또 보시져~
이렇게 그 자리에는 남자들만이 남았다.
로아인
타 군, 완전 매너남...
토모이
저 젠틀함, 그라사이 남자 중에도 상위급 아냐?
타이아
젠트...?
로아인
그 신사다움으로 어필하면 비라쨩도 가능한 거 아님?
타이아
비비... 비...!? 가, 갑자기 여기서 왜 그 분의 이름이?
엘셈
진정해, 타 군! 일단은 타 군의 신사 강의 플리즈!
타이아
신사강의...?
로아인
그거지! 친구들, 여기서 일단 한번 외치고!
엘셈, 로아인, 토모이
타 군, 대박!
여자들과 더 친한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커뮤력을 갈고 닦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로아인 일행은 잔 다르크를 대하는 신사적인 타이아의 매너 앞에 머리를 숙였다. 그의 신사적인 매너를 기본부터 배워나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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