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제5화 젠틀한 이야기

What a Gent

 

 


 

 

타이아의 신사적인 매너에서 그들이 원하던 커뮤력을 발견한 세 사람은 그에게 가르침을 받기로 정했다.

 

 

로아인

뭐, 우리도 일단 파리피니까 여자들하고 친해질 정도의 커뮤력이 아예 없을 리가 없잖아?

 

토모이

우리도 분위기 맞추는 건 잘 하니까 오히려 높은 편이겠지.

 

엘셈

하지만 겉으로 친해질 뿐이고 좀 더 깊은 관계가 되지 못하는 점이 문제임.

 

로아인

그러니까 타 군처럼 신사 스킬이 몸에 배면 우리도 완벽 인기남이 된다는 얘기. 설마 찾아헤매던 스승이 타 군이었을 줄이야... 등잔 밑이 어둡다 뭐 그런 거?

 

타이아

그... 그런가요...? 그냥 평소대로 한 것 같은데... 제가 선배님들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타이아, 그저 영광입니다! 뭐든지 물어봐 주십시오!

 

어떤 걸 알려 드리면 좋을까요...?

 

로아인

음... 뭐 타 군도 갑자기 알려달라고 하면 생각나는 게 없겠지.

 

엘셈

저요! 이거 꼭 타 군이 어드바이스 같은 거? 해 줬으면 좋겠는데요! 나... 사실 얼마 전에 코르 씨랑 길에서 만났거든.

 

로아인

뭐? 에룻치, 그거 언제 얘기야?

 

엘셈

내가 게임 진 날 있잖음? 성정수 이름 대기 게임.

 

로아인

어? 아, 맞아 맞아. 에룻치는 유그유그밖에 대답 못 한 그거?

 

토모이

페널티로 장 보러 혼자 갔었지?

 

엘셈

맞음. 그 날 말인데...

 

 


 

 

식재료를 사러 나온 엘셈은 우연히도 옷을 만들 재료를 구하러 나온 코르와와 거리에서 마주쳐 같이 걷고 있었다.

 

 

코르와

그 업자 정말 너무하다니까. 분명히 나한테 스커트 볼륨을 줄이라고 했었어.

 

엘셈

글쿤요!

 

코르와

그래놓고 완성된 걸 보여주니까 그런 얘기 한 적 없다고 다시 만들라면서 클레임을 거는 거야. 오래 거래한 중개업자인데, 분명 고객이 한 오더를 잘못 듣고 전했겠지. 즉 책임을 나한테 떠넘기려고 한 거야. 너무하지 않아?

 

 

코르와의 분노를 듣고 있던 엘셈은 곰곰히 생각한 끝에 말했다.

 

 

엘셈

맞슴다. 그런 비겁한 녀석은 확 두들겨 주고 싶어짐다.

 

코르와

그럴 수만 있으면 최고겠지만... 현실은 다르니까. 중요한 클라이언트인걸... 그치만 자기도 그걸 알고 이런 짓이나 하고! 완전 최악이지?

 

엘셈

완전 동감임다! 제가 그 상황이었으면 대박 화났을 검다!

 

코르와

하아... 눈 딱 감고 막 소리질러 버리고 싶어. 일이니까 그럴 수는 없지만...

 

엘셈

완전 말도 안 되는 업자임다. 코르 씨한테 그런 짓을 하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음다.

 

코르와

음... 응. 고마워.

 

엘셈

코르 씨, 괜찮으심까?

 

코르와

아, 아니야. 뭔가 기분이 풀리질 않아서.

 

엘셈

히익!

 

코르와

이상한 얘기 해서 미안했어! 다른 재미있는 얘기 할까?

 

 


 

 

로아인

아. 듣기만 해도 슬픔. 누가 바라는 게 있는데 그걸 못 해주면 괴롭지.

 

엘셈

완전 프라이드 바닥에 진심 트라우마 됨... 솔찌 떠올리고 싶지도 않아...

 

 

풀죽은 엘셈이 말을 끝내자 로아인과 토모이는 자신들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 봤다.

 

 

로아인

모르겠어... 에루치가 뭘 잘못했지?

 

토모이

열심히 맞장구쳐 줬잖아. 그건 그렇고 코르 씨는 가끔 돌직구를 던진다니까.

 

타이아

...제 생각에는... 코르와 공은 계속 화낼 수가 없게 된 것 아닐까요.

 

로아인

응?! 잠깐, 타 군, 거기 좀 더 자세히!

 

타이아

코르와 공은 여러 일을 맡아 온 디자인의 프로. 슬픈 일이지만, 지금까지도 여러 트러블을 겪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런 때에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몸에 밸 정도로 잘 알고 계시겠죠. 그런데 엘셈 공의 말로 오히려 「화내면 안 된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어 버리신 건 아닐지...

 

엘셈

그럼 뭐라고 했어야 됨? 나, 코르 씨를 즐겁게 해 주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타이아

마음처럼 잘 안 되죠. 엘셈 공은 코르와 공의 분노에 그대로 맞장구를 치셨습니다. 하지만 마침 그 때 코르와 공에게 그런 접근법이 맞지 않았던 거죠. 사람 마음이 생각처럼 잘 움직이지 않는 게 세상의 이치. 이번 일은 불행한 사고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굳이 말씀드리자면... 의견을 끼워넣지 말고 단지 들어주기만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토모이

진심이야? 진짜 잘 아는데.

 

엘셈

이제 이해 갔어.

 

타이아

때로 사람은 벽에라도 말을 걸면서 감정을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엘셈, 로아인, 토모이

대박적~!

 

 

포트 브리즈의 하늘에 저녁놀과 함께 세 사람의 「대박적~」이 울려퍼졌다.

 

 


 

 

5-2

 

 

토모이

타 군... 내 이야기도 들어 줄래?

 

 


 

 

그것은 어느 날 그랑사이퍼의 갑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토모이가 갑판에 나오자 하늘에 대고 활을 겨누고 있던 스테라가 눈치채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스테라

토모이 공, 늘 수고하십니다!

 

토모이

어, 스테라 하이~ 뭐 함?

 

스테라

수행중입니다! 활로 표적을 뚫는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정신통일을 꾀하고 있습니다!

 

토모이

오~ 장난 아닌데.

 

스테라

아뇨, 별 거 아닙니다.

 

토모이

어, 그래?

 

스테라

네!

 

토모이

그... 무리하지 말고 조금 쉬는 건 어때?

 

스테라

조금이라도 메테라 언니처럼 강해지기 위해 수행을 게을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말씀대로 필요할 때에 쉬는 것도 중요하겠죠.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모이

어... 응. 그치?

 

스테라

네! 좋은 하루 되세요!

 

 


 

 

토모이

재미있게 해 주기는커녕 대화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팩트가 고통스러워서 바로 튀었달까...

 

로아인

완전... 그건 대실패잖아. 파리피 정신 어디감?

 

엘셈

노노, 그럴 때 있음. 파장이 안 맞아서 대화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느낌? 사실 나 때도 그랬으니까... 코르 씨가 원하는 걸 1도 모르겠어...

 

토모이

난 심지어 스테라쨩이 수행하는 걸 방해해 버린 존재같은? 기분전환조차도 안 된거같은?

 

그러니까 타 군, 채점 플리즈! 이 신사강의로 우리도 커뮤력 팍팍 올리고 싶어!

 

타이아

말을 그대로 돌려드리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저는 선배님들 쪽이 저 같은 거보다 훨씬 신사적이시라고 생각합니다. 먹는 취향이나 몸 상태에 맞춰서 요리를 세세하게 변경해 주시는 그 마음가짐, 저로서는 도저히 따라할 수도 없습니다!

 

로아인

아니, 밥은 우리 직업이니까... 그보다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칭찬하는 게 바로 신사 아냐? 타 군의 신사 스킬은 진심 우리한테 필요한 포인트야. 완전 도움되고 있어.

 

타이아

그, 그그그럴 리가요! 기사한테는 검 실력뿐만 아니라 사교적인 태도도 필요해서요...

 

토모이

솔직히 타 군이라면 스테라쨩이랑 무슨 얘기 함?

 

타이아

어... 스테라 공은 근면한 분이시니까... 딱딱한 얘기로 긴장하는 것보다는 편안한 이야기로 릴랙스를 유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 저녁에는 뭘 드시고 싶은지, 그런...?

 

토모이

릴랙스...! 맞다, 그걸 알았어야 되는데! 이제 완전 알았음. 대박.

 

후회되는 점이 한둘이 아니네. 화제만 찾으려고 노력했지 편안하게 해 줄 생각은 하지도 않은? 그랬으면 스테라쨩도 좀 편하게 있었을 텐데...

 

로아인

이제 커뮤력 마스터의 실력이라는 건가. 젠틀함 대폭발...

 

로아인

분위기도 살리고 동료도 즐겁게 해 줘야 진정한 파리피지. 타 군, 계속해서 잘 부탁해!

 

타이아

노,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로아인 일행은 계속 타이아에게 질문을 퍼붓는 것이었다.

 

 


 

 

5-3

 

 

로아인

라무쵸*는?

 

*람렛다

 

타이아

우선 물을 준비하죠. 자꾸 술에 손을 대게 되는 건 뭔가 싫은 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안심시켜 드리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러면 조금씩 술의 양도 줄고 심신 양쪽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엘셈

메이야 씨는 어떰?

 

타이아

아루루메이야 공은 현명하신 분입니다. 괜히 부자연스럽게 꾸며 봤자 다 꿰뚫어보셔서 괜히 기분만 나쁘게 하겠죠. 있는 그대로를 보여 드리면 성실하게 대답해 주시는 분이기도 합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정도일까요.

 

토모이

루나 쌤은 어렵지 않음?

 

타이아

그렇습니다.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분이시니 우선은 거기에 대해서 들어 보는 게 좋겠죠. 그 후에 루나루 공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전해드릴 수 있다면 그 분도 기뻐하시고 절차탁마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단원과 더욱 친해지기 위해서 커뮤력을 갈고 닦으려는 로아인 일행. 그들에게서 쏟아지는 질문에 타이아는 곤란해하면서도 가능한 한 성실히 대답해 나갔다.

 

 

엘셈, 로아인, 토모이

쩌... 쩔어!!!

 

로아인

타 군! 완전 쩔잖아!

 

엘셈

대박 도움됨... 상상을 뛰어넘는 포텐셜에 바닥이 보이지 않아!

 

토모이

커뮤력의 화신! 이걸 배우면 우리들도 해피 라이프 가능?

 

타이아

네? 아... 그... 별 거 아닌데요...

 

 

지금까지는 망설임이 더 컸지만 로아인 일행에게서 맹렬한 칭찬을 듣자 마냥 싫지만은 않은 타이아였다.

 

 


 

 

5-4

 

 

신사강의를 받는 로아인 일행은 계속해서 타이아를 칭찬했다.

 

 

로아인

타 군 완전 최고야. 이해하기도 쉬워서 신사력이 막 상승하는 느낌.

 

엘셈

완전 소중.

 

타이아

선배님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영광입니다!

 

토모이

......

 

로아인

응? 토모쨩, 왜 그럼?

 

토모이

저, 저거 봐...

 

 

토모이가 가리킨 곳은 어떤 꽃집이었다. 가게 앞에서 꽃을 바라보는 것은 네 사람이 잘 아는 인물.

 

 

 

 

비라

......

 

엘셈

비라쨩!?

 

로아인

웬일로 저런 차림이지. 장난 아니게 귀엽긴 한데.

 

타 군, 보라니까.

 

타이아

......

 

로아인

타 군, 왜 그럼? 표정 완전 무섭.

 

타이아

...핫! 죄, 죄송합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우셔서... 크흠! 오늘은 분명 지인 분 댁에 들르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엘셈

헤~ 그래서 저런 옷 입었구나.

 

로아인

글고 보니 타 군, 이런 엄청난 커뮤력의 화신인데 비라쨩하고 얘기하는 건 본 적 없네?

 

토모이

글고 보니 타 군, 비라쨩 따라서 그라사이 타지 않음?

 

타이아

아... 예. 그랬죠.

 

 

타이아의 변화를 눈치채고 로아인 일행은 서로 눈길을 교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