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제3화 뒹굴거리는 이야기

Together We Slack

 

 


 

 

 

오늘은 기공단의 휴일. 로아인 일행은 타이아를 데리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슬렁거리며 가게에서 점심을 먹은 네 명은 특별한 목적지 없이 내키는 대로 산책을 시작했는데...

 

 

엘셈

츠바사네 애들하고도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 같지 않음?

 

토모이

인정. 의외로 좋은 애들인듯?

 

로아인

얘기 중에 잠깐 괜찮으심까? 밥 먹은 다음에는 커피탐 가지면서 힐링 아님?

 

엘셈

완전 좋음! 말이 점심이지 뭔가 체력 더 쓴 거 같은 느낌.

 

타이아

그렇다면 저쪽 커피숍은 어떠신가요?

 

 

타이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커피숍을 본 엘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엘셈

저 창문가에 보이는 거 루나루 쌤 아님?

 

로아인

진짜... 뭐 그리고 있는데, 그건가? 그림책.

 

 

그림책이란 그림과 글을 가지고 이야기를 표현하는 책의 일종이다.

 

 

엘셈

아, 좋은 생각 났음. 우리 반짝반짝☆알비온 학원 이야기, 루나루 선생님한테 평가 부탁드리면 어떰?

 

로아인

...?

 

엘셈

아까 하던 얘기 말야! 등장인물도 많고 드라마틱하니까 프로 입장에서 평가 들어보고 싶지 않아?

 

로아인

푸하하하! 부끄러우니까 안 돼.

 

토모이

잠깐. 안 되는 건 맞는데 가능일지도 모름.

 

엘셈

그치? 의외로 괜찮을 지도 모른다니까. 그렇게 되면 캬타리나 씨하고 대화할 때 써먹을 이야기거리도 생기는 거 아님?

 

로아인

그런가? 그 발상은 대박인 듯?

 

토모이

어떨 지 몰라도 들어봐서 나쁠 건 없지 않음?

 

엘셈

좋아. 그럼 방해되지 않게 잘 보다가, 쉬시는 거 같을 때 물어보자고!

 

 

로아인 일행은 지금까지 해 온 망상을 루나루에게 평가받는다는 새로운 지평에 올라서기로 했다.

 

 


 

 

엘셈

흠, 루나루 선생님 자리는...

 

 

 

 

루나루

후... 후므므므므므...!

 

 

근처로 가자, 한 장의 종이에 엄청난 기세로 수많은 선을 그려나가는 루나루의 광기어린 모습이 보였다.

 

 

로아인

이거 완전... 에룻치... 말 걸 분위기가 아닌 듯? 일단 근처에 앉자...

 

 

로아인 일행은 일단 떨어진 자리에 앉은 후 멀찍이서 루나루를 지켜보며 쉬기로 했다.

 

 

로아인

일단 저 모습으로 카페 온 거 자체가 원고 모드라는 얘기인듯...

 

엘셈

저 모습이라는 건 오코타미 일인가?

 

 

 

 

오코타미란 루나루를 중심으로 탐미 그림책을 그리는 그룹의 이름이다. 지식을 숭상하는 스피리아라는 왕국에서는 문화, 예술활동의 일환으로 간혹 그림책 「행사」가 열리곤 했다. 그녀는 그 행사의 심사를 통과해 작품을 출품하게 된 적이 있었지만, 수많은 고난을 겪었다. 그리고 간신히 책을 낸 그녀는 지지해 준 동료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자신들의 그룹명을 "오코타미*"라고 명명한 것이었다.

 

*오코타(코타츠)에 모인 주민들(타미)

 

 

로아인

그렇겠지? 저런 크리에이티브? 뭐 그런 거? 완전 리스펙트함.

 

토모이

동감. 우리에겐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개쩔음.

 

로아인

오코타미라는 어감도 굿인 듯. 그림도 글도 루나루 선생님이 쓰시긴 하지만 다 함께 지원해준다는 느낌?

 

타이아

이전 행사 직전에 선생님 원고를 주워모을 때에는 단 전체가 하나가 된 느낌이었죠!

 

로아인

그랬지. 좋았지. 근데... 에룻치. 루나루 선생님을 왜 그렇게 쳐다봐?

 

엘셈

아니... 뭐라고 해야 되나... 이거 우리끼리 하는 얘기다? 저 원고용 전투복 뭔가 멋있지 않음?

 

토모이

아~ 인정. 생활감이 있다고 할까?

 

로아인

평소와의 갭이 쩌는 그런 거?

 

엘셈

저 평소와는 다르게 방심한 듯한 옷이 뭐랄까.... 성역?

 

엘셈, 로아인, 토모이

완전~!

 

로아인

캬타리나 씨도 늘 그 모습은 아닐 거고. 잘 때도 불편할 거고? 언제 갈아입는 걸까.

 

엘셈

편한 옷으로? 한번도 본 적 없는데 쉴 땐 어디 있는 거지?

 

토모이

이거, 그라사이 7대 불가사의 중 하난데. 배 안에 있다고 들은 적 있음.

 

...남성 금지, 여성 전용 휴게실이!

 

로아인, 엘셈

여성 전용!?

 

엘셈

그거... 그건 뭔가 그... 엄청난 단어... 랄까?

 

토모이

그래... 크어어억! 안돼 이... 이 뭐랄까... 잃어버린 청춘의 고동이... 이 얼얼한 긴장감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큭... 휘몰아친달까...

 

로아인

뭐, 실제로 있는 거 아냐? 없으면 불편하기도 할 테니까.

 

엘셈

그럼 거기서 쉬는 거야? 하긴 늘 메이크업도 해야 되고 옷도 신경써서 입고. 여자들은 힘들겠다.

 

토모이

인정. 아침에 타 군한테도 말한 것 같지만 쉬는 것도 완전 중요하다니까.

 

타이아

그렇죠... 다들 무리하지 마시고 메이크업? 도 즐겁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각자 나름대로 옷과 화장에 대한 고집이 있으실 테니까요. 여행이 힘들다고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지 못하는 건 슬픈 일이겠죠.

 

엘셈

인정! 하고 싶은 거 하는 거 완전 중요하지! 뭐, 그러니까 밖에서 피곤한 걸 휴게실에서 풀었으면 한다는 얘기야.

 

타이아

말씀하시는 대로입니다!

 

로아인

휴게실에서 편히 쉬어야 할 텐데~

 

 


 

 

3-2

 

 

그 곳은 그랑사이퍼의 깊디 깊은 곳. 그보다 더 깊은 곳에 감춰진 여성만이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의 방. 그 이름하야 「금단의 여자 휴게실」 (심플하지만 그 이상 어울릴 수 없는 이름이다)

 

평소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여자들의 숨겨진 모습이 그 곳에 있었다.

 

 

 

 

안스리아

하아.... 종아리 땡겨... 생각보다 심하네. 어제 무대가 힘들긴 했지...

 

 

어제 췄던 춤의 피로가 오늘까지 남았다고 중얼거리는 여성의 이름은 안스리아. 그 곁에서는 또 다른 여성이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클로에

하아~ 습기 대박. 머리 하나도 안 펴지잖아.

 

안스리아

클로에쨩, 곱슬머리였어? 늘 펴고 있었구나. 폭신폭신한 것도 좋은 거 같은데.

 

클로에

아니. 아니지. 맨 얼굴 보이면 진심 죽을거야. 이 방에서만 특별히 이러는 거야.

 

와, 약초 냄새 장난 아니다! 리아 언니, 그거 뭐야?

 

 

안스리아는 사각형의 흰 천 위에 끓인 약초를 펴바른 후 그것을 종아리에 붙이고 있었다.

 

 

안스리아

아...! 

 

하아... 파스야. 어제 무대에서 피곤했던 게 오늘까지 남아서. 맞다, 단장한테는 이거 비밀로 해 줘. 그... 단장한테는 늘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으니까...

 

클로에

당근이지! 뭐, 단장은 마음이 넓으니까 그런 거 신경도 안 쓸 것 같지만. 그보다 늘 자기관리 철저한 리아 언니의 그런 모습, 친밀감 대박.

 

근데 로자 언니는?

 

 

클로에의 시선 끝에서는 이 여성 휴게실의 세번째 멤버가 얇은 종이를 손으로 찢고 있었다.

 

 

 

 

로자미아

......

 

클로에

로자 언니, 또 콜라주 만들어?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 때도 그거 내놨었지. 와, 종이 장난 아니게 많다.

 

로자미아

늘 모으고 있어. 콜라주가 취미거든.

 

안스리아

되게 치밀하고 대단하네. 그건 어떤 모양 만들고 있는 거야?

 

로자미아

특이한 걸 발견한 김에 콜라주로 만들어 보고 싶어졌어. 아직 하는 중이니까 보지 말아 줘.

 

클로에

오키~ 그럼 완성되면 보여줘~

 

안스리아

후후. 가끔씩은 이렇게 느긋하게 지내는 것도 괜찮네.

 

클로에

인정! 역시 가끔씩은 쉬어줘야지, 후히히!

 

로자미에

동감이야.

 

 

파스의 쾌감에 몸을 떠는 안스리아. 곱슬머리 펴는 것을 반쯤 포기한 클로에. 묵묵히 콜라주에 열중하는 로자미아.

때로 가혹하기도 한 기공단 생활이었지만, 여자 셋은 이 방에서만은 모든 걸 내려놓고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네 번째 여성이 나타났고, 그녀들은 긴장했다.

 

 

잔 다르크

......

 

안스리아, 클로에, 로자미아

!?

 

클로에

(잔느 씨라면... 산적에게 습격당해서 곤란해하고 있던 여행자를 막 혼낸 무서운 사람 아냐?)

 

 

잔 다르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성 휴게실을 가로질러 안쪽에 있는 다른 방으로 사라졌다.

 

 

클로에

혹시 완전 위험한 상황? 클로에 혼나는 거야?

 

로자미아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 그녀가 우리들의 이 풀어진 모습을 보고도 그대로 넘어가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안스리아

아... 역시 그럴까? 너무 느긋하게 있었나...

 

 

어떻게든 무마할 수는 없을지 세 명이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안쪽 방으로 사라졌던 잔느가 돌아왔다.

 

 

클로에

어? 그 모습은...!

 

 

 

 

잔 다르크

세계의 평화를 체험하기 위해, 오늘은 철저히 느긋하게 지내려고 한다.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서 뒹굴거릴 생각이다.

 

보아하니 여러분도 편안히 지내고 있는 듯하군. ...함께해도 될까?

 

 

잔 다르크의 변해버린 모습에 여자 일동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3-3

 

 

그랑사이퍼 내부 어딘가에 있는 금단의 여자 휴게실. 불가침의 그 방 안에서는 하품, 그리고 또 하품이 생겨났다간 사라지고 있었다.

 

 

잔 다르

하아... 후음...

 

클로에

설마 잔느 씨가 이렇게 늘어지기도 할 줄이야. 완전 웃김. 대박.

 

로자미아

(마치 딴 사람같아. 의외인걸)

이래서야 잔 뒹구르로군.

 

...핫!

 

잔 다르크

하하, 말솜씨가 좋은걸.

 

로자미아

아... 습관대로 말과 마음 속이 바뀌어서 나왔어...

 

안스리아

있지, 아까 세계의 평화가 어쩌고 하지 않았어? 그건 무슨 얘기야?

 

잔 다르크

나는 꿈 속에서 받은 「세계를 구하라」라는 계시를 이루려고 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확실하지 않아. 그렇기에, 이렇게 평화를 몸으로 체험하는 것도 세계를 구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있지... 하암... 뭐 그런 거야.

 

안스리아

(그런 거?)

 

로자미아

(설명하기 귀찮아졌군)

 

클로에

글쿤~ 뭐 클로에 생각엔 오케라는 느낌. 여긴 여자 휴게실이니까.

 

안스리아

뭐, 그렇긴 하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정답이겠지. 평소하고 워낙 갭이 있어서 조금 놀랐달까...

 

그건 그렇고, 잔느를 보고 있었더니 신경쓰이던 게 생각났어. 비이에 대한 건데.

 

클로에

아~ 잔느씨, 비이마루 완전 좋아하지. 근데 뭐가 신경쓰여?

 

안스리아

...다들 비이한테 어떻게 불리고 있어?

 

클로에

클로에.

 

로자미에

이름. 로자미아.

 

잔 다르크

잔느.

 

안스리아

으... 모두 이름으로 불리고 있구나.

 

로자미아

당신은 아냐?

 

안스리아

나... 불타는 누님이라고 불리고 있어...

 

클로에, 로자미아

불타는 누님!?

 

클로에

대박! 완전 웃겨! 불탄다니.

 

로자미아

그러고 보니 나도 가면 누님이라고 불린 적이 있었던 것 같아...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클로에

비이마루 센스...! 좀 너무 직구만 던지지. ㅋㅋㅋ.

 

안스리아

정말이지... 딱히 내가 불타는 것도 아닌데. 불타고 있으면 배에도 못 타잖아.

 

클로에

후히히! 하하하하! 리아 언니, 그만! 너무 웃겨서 못 견디겠어!

 

안스리아

마을에서 그 이름으로 불리면 모두가 쳐다본단 말야... 그거 너무 부끄러워...

 

잔 다르크

비이 님이 부르는 애칭은 친애의 증거. 부끄러워 할 것 없다. ...솔직히 말하면 내게도 붙여주셨으면 좋겠는데...

 

로자미아

(분명 멋진 애칭을 붙여줄 거라고 생각해)

뒹구르 누님...

 

안스리아

로자미아쨩, 마음의 소리가 새어나왔어.

 

잔 다르크

음... 역시 비이 님. 본질을 꿰뚫어보고 계시군.

 

안스리아

음... 잔느쨩. 만약 그렇게 됐다고 쳐도 진짜 그 애칭으로 괜찮겠어?

 

 


 

 

클로에

그러고 보니 클로에도 신경쓰이는 게 있어. 얼마 전에 맨발로 지내면 미용과 건강에 좋다고 들었는데, 루리냐는 늘 맨발이잖아...

 

안스리아

응? 그래서 그런 걸까?

 

로자미아

생각해 보니 마을에서도 험한 절벽에서도 맨발로 다니네. 심지어 눈이 쌓여 있는 곳에서도...

 

클로에

개쩔어... 하지만 루리냐가 귀여운 걸 보니까 효과가 있는 방법인가봐. 클로에도 해 볼까?

 

안스리아

하지만 왜 맨발로 다니면 예뻐지는 건데?

 

클로에

그건 모르겠어... 마을에서 어쩌다 들은 이야기라서.

 

잔 다르크

...자연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인해 내재되어 있던 여자의 힘이 깨어나는 것 아닐까?

 

로자미아

거의 미신인데...

 

잔 다르크

초원을 달리는 짐승, 하늘을 나는 새. 맑은 물을 노니는 물고기, 햇빛을 즐기는 나무들...

 

이래저래 가혹한 자연 속의 생명체들은 일견 거칠어 보이지만 사실 고귀함과 함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그러나 그들은 구두라는 걸 신지 않아. 지면에 닿을 때, 실 한 오라기도 걸치고 있지 않지.

 

안스리아

음... 그러니까, 자연에 직접 닿는 것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거야?

 

로자미아

분명 자연은 아름다워. 그리고 루리아도 귀엽지. ... 둘은 맨발로 접촉하고 있어.

 

클로에

에, 다르 언니 완전 신통하지 않아? 그럼 우리 휴게실 밖에서도 맨발 모드?

 

잔 다르크

그래. 때로는 뒹굴, 때로는 맨발로 걸으며, 자연과 직접 접촉하는 것이야말로 여성으로서 필요한 것이 아닐까?

 

클로에

앗, 타임! 지금 머리속에 반짝 왔어.

 

로자미아

뭔데?

 

클로에

맨발도 좋지만, 좀 더 자연주의 하면 더 귀여워지는 거 아냐? 자연이랄까... 야생?

 

안스리아

야생?

 

잔 다르크

그럴싸해... 여성의 힘을 갈고 닦으려면 야생으로 돌아가는 것이 지름길일 수도 있어.

 

 


 

 

로아인

잠깐 기다려. 이거 이상한 데로 흘러가지 않아? 회수할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은데...

 

토모이

우리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여성의 힘이 위험한 방향으로 폭주하기 시작한 듯?

 

엘셈

그건가. 스테라쨩이 말했던 그거.

 

타이아

음? 스테라 공이 무슨 말을?

 

로아인

스테라쨩이 우리한테 가르쳐 줬지. 여성의 힘이라는 건 잘못 다루면...

 

엘셈

언젠가 폭주해서 뭔가 그런 게 된다는...

 

토모이

뭔가 좀 그런 걸 실제로 본 적도 있으니까 말이지...

 

 

[사이코 비라 회상]

 

 

타이아

그럴 수가...? 그, 그렇다면 만약 여성의 힘이 폭주한다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로아인

몰라... 우리 시점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느낌.

 

타이아

비, 비라님도 야생으로 돌아가시는 걸까요? 물론 비라님이 원하신다면 그 또한 존중해야겠지만요!

 

토모이

최악일 수도 있음. 이건 기공단은 둘째치고 전 하늘의 위기적인 그런 거임... 그렇게 되면...

 

엘셈

우린 여심 거의 모르는 남자잖아. 여자의 힘을 잘 다루는 사람에게 헬프 요청해야지.

 

로아인

...한 명 있어! 여자가 야생으로 돌아가기 전에 막아 줄 사람!

 

 


 

 

여자 휴게실의 걸즈 토크는 야생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주제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클로에

야생으로 돌아간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

 

로자미아

맨발이 되는 것만으로는 멀었어. 식사도 우리끼리 조달하는 거지. 사냥하던지 해서.

 

잔 다르크

좋아, 그건 내가 하지. 그리고 그 전에 식수의 확보가 필요하겠군...

 

로자미아

내가 강에서 길어 올게. 그런데 사냥에 성공한다고 해도, 요리할 준비도 필요하겠군.

 

안스리아

그럼 내가 불을 피울게. 자연 속에서도 열심히 요리해서 단장에게 먹여줄 거야.

 

로자미아

장작에 불 붙이는 것도 꽤 어려워. ...이걸 쓰도록 해.

 

 

로자미아는 콜라주용 종이를 마구 잡아뜯기 시작했다.

 

 

클로에

이걸로 깜찍큐트해질 수 있겠네! 맨발보다도 훨~씬 더 자연과 맞닿아 있잖아.

 

 

미용과 건강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야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을 때, 새로운 방문자가 여성 휴게실에 나타났다.

 

 

칼리오스트로

거기까지다!

 

안스리아

칼리오스트로쨩?

 

칼리오스트로

너희들... 대체 뭘 하고 있지?

 

클로에

에헤헤... 엄청 귀여워지기 위해서 야생으로 돌아가는 방법 생각중. 일단 맨발부터 스타트? ㅋㅋ 루리냐 덕분에 생각났어!

 

잔 다르크

미용과 건강에 좋은 생활은 자연 속에 있었던 모양이야.

 

칼리오스트로

맨발로 지내면 미용에 좋다는 따위의 속설을 자주 듣긴 한다만... 그랑사이퍼 안에는 돌도 흙도 없는데 밟고 말고 할 게 있냐!

 

클로에

진짜랬어! 아, 매실 절임 먹을래? 맛있어. 클로에 추천. 친구의 증표~

 

칼리오스트로

매실 묻은 입으로 웃지 마! 그리고 머리! 머리 폭발했거든!

 

잔 다르크

......

 

칼리오스트로

잔느, 어디 갈 생각이지?

 

잔 다르크

쿠키가 떨어져서 사러 간다. 그렇지, 사냥이 나의 임무니 좋은 연습이 될 것 같군...

 

칼리오스트로

그 모습으로 나갈 생각이야? 소중한 걸 잃어버릴 거야!

 

안스리아

그런 말 마시고~ 칼리오스트로도 자연과 함께 살지 않겠어?

 

칼리오스트로

자연 속에서 살 거라면 사냥같은 거보다 우선 땅에다 집을 짓고...

 

....!? 휘말릴 뻔했어...

 

(위험해... 이 몸이 무심코 휘말려들 뻔하다니... 좋지 않군. 이 여자 휴게실에서 일어난 현상은 전염되는 것 같아. 사실과 허구의 괴리에 의해서 문명사회의 왜곡이 커져간다... 이건 분명 전공의 위기로군...

 

해결책은... 이 녀석들에게 인간의 문명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법을 떠올리게 하는 것 뿐! 그러려면 우선은...)

 

잠깐 기다려. 여자 휴게실용 옷으로 갈아입고 오지.

 

잔 다르크

뭔가 어수선하군. 칼리오스트로 공은 뭘 하시는 거지?

 

로자미아

글쎄...

 

 


 

 

칼리오스트로는 안쪽 방으로 들어가 사라지더니 잠시 후 야생화가 진행중인 여성 휴게실로 돌아왔다.

 

 

 

 

칼리오스트로

쨔잔! 칼리오스트로의 오프 스타일! 이 여성 휴게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다들 뭔가 생각나는 거 없어?

 

클로에

음... 그 코디, 솔까말 완전 야생이랑 먼데.

 

칼리오스트로

(아직도 야생 타령...? 이 몸의 이런 귀여운 모습을 보고도 그런 리액션이라니... 아니, 잠깐 기다려... 미용과 건강 얘기를 하다가 야생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그렇다면...)

 

갑작스럽지만 칼리오스트로의 프리티 깜짝 테스트! 시작해요~

 

안스리아

깜짝 테스트...?

 

칼리오스트로

바로 1번 문제! 쨔잔~

 

길을 걷고 있었더니 마물이 나타났어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요?

 

안스리아

그야... 잡겠지? 야생은 약육강식.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잔 다르크

우문이군.

 

로자미아

그 뒤에는 아름다움과 건강함이 기다리고 있는 건가. 야생... 매력적이야.

 

칼리오스트로

삐~! 정답은, 비명을 지른다, 입니다! 귀엽게, 꺄~~~~

 

안스리아

비명 지르면 어떻게 되는데?

 

칼리오스트로

이 몸이라면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겠지. 비호욕을 불러일으키는 귀여운 포인트를 벌 수 있는 기회인데 그걸 살리지 못해서야. 마물을 때려잡는 건 마지막 수단이야.

 

지금 건 기초 중의 기초라고!

 

로자미아

그렇게 딱 맞춰서 말 탄 기병들이 도와주러 올 수 있을까...

 

칼리오스트로

그럼 2번 문제! 밤길에 주정뱅이가 귀찮게 군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클로에

아, 취했다고 하니까 생각나는데 라미 언니가 요전에 또 차였어~

 

칼리오스트로

알 게 뭐야! 화제 바꾸지 마!

 

잔 다르크

zzz...

 

칼리오스트로

일어나!!

 

잔 다르크

음... 미안하다...

 

칼리오스트로

너무 자유로운 거 아냐? 잘 들어. 일단 야생 생각은 그만 해.

 

안스리아, 네가 파스를 붙이고 있는 건 뭘 위해서지?

 

안스리아

응? 그, 그건...

 

칼리오스트로

몸을 회복시켜서 춤을 잘 추기 위해서잖아. 로자미아. 콜라주 만드는 건 좋은데 종이 사방에 날리고 다니지 마.

 

로자미아

불 피울 때 불쏘시개로 쓸 수 있을 거 같아서...

 

칼리오스트로

클로에, 네가 좋아하는 매실 절임은 애시당초 야생에선 얻을 수 없어. 그래도 야생 타령할래?

 

클로에

아... 진짜임? 그건 좀 정곡...

 

칼리오스트로

사람들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편하게 있는 것도 좋아. 하지만 잊지 마라. 우리는 어디까지나 여자라는 걸.

 

그런 의미에서~ 맨발로 달리는 야생에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운동, 시작할게요! 우선 잔 다르크 씨! 따라해봐요!

 

「마물 시져! 구해줘, 꺄~」

 

잔 다르크

에... 싫어... 마물... 구해줘... 꺄...

 

칼리오스트로

좀 더 노력하는 척이라도 해! 다음!

 

「잔느가 제일 귀 엽 지?」

 

잔 다르크

자... 잔느가 가장... 귀 엽 지...?

 

칼리오스트로

그 기세야! 새끼손가락도 세우고! 그리고 검지랑 중지를 볼에 살짝 대고 허리를 비트는 거야!

 

 

칼리오스트로는 여자 휴게실을 침공한 야생의 기운을 없애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칼리오스트로

(귀여움의 정의가 바뀌어버리면 이 몸이 쌓아온 노력이 물거품이야... 야생화는 어떻게 해서든 막아내야 해!)

 

 

이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귀여워지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는 것이었다.

 

 


 

 

칼리오스트로

하아... 하아... 어떠냐. 이게 이 몸이 아는 프리티 플랜의 전부다...

 

잔 다르크

쿨... 쿨... 음냐... 귀여워...

 

안스리아, 클로에, 로자미아

......

 

칼리오스트로

하아... 하아...

 

안스리아

칼리오스트로쨩은 조금... 생각하는 방법이 구식이지 않아?

 

칼리오스트로

뭐?

 

클로에

클로에도 그 생각 함. 여자한테 너무 환상을 품고 있어. 요즘 여자들은 우리같거든!

 

칼리오스트로

뭐라고...? 이 몸이 시대에 뒤처졌다고...?

 

안스리아

꼭 그런 쪽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귀여움」이란 거엔 좀 더 다양한 종류가 있지 않을까? 사람이 보고 행복해지는 게 귀여움이라고 생각해. 어떤 행동으로만 귀여워지는 게 아니고.

 

클로에

오, 멋진 발언. 여성스러운 사람은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 얘기만 나눠 봐도 퀄리티가 느껴지지.

 

칼리오스트로

흠...

 

 

생각지도 못한 반론에 입을 다문 칼리오스트로. 그러나 그때...

 

 

로자미아

완성했어. 이거 칼리오스트로 줄게.

 

 

콜라주에 온 힘을 쏟고 있던 로자미아가 드디어 작품을 끝마치고 칼리오스트로에게 내밀었다.

 

 

칼리오스트로

이거... 설마 우로보로스?

 

안스리아

응? 뭐야?

 

클로에

보여줘 보여줘~

 

 

그것은 칼리오스트로가 늘 부리는 우로보로스를 표현한 콜라주였다.

 

 

 

 

클로에

개쩐다!

 

안스리아

대단해... 아름다워.

 

로자미아

...별 건 아니지만, 받아 주겠어?

 

칼리오스트로

응? 아, 그래...

 

로자미아

좋았어.

 

안스리아

왜 그래? 사실은 기쁘지?

 

클로에

그치? 얼굴에 완전 써져 있음. 있지, 칼리 언니. 매실 절임 먹을래?

 

잔 다르크

zzz... 세계... 평화... zzzz...

 

로자미아

다음엔 뭘 만들까... 종이조각이 아직 잔뜩 있어.

 

 

여자 휴게실 사람들은 순식간에 원래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왔다.

 

 

칼리오스트로

......

 

 

어느 새, 야생은 어디론가로 사라져 있었다. 칼리오스트로의 필사적인 노력이 모두의 마음 속에 자라나려고 했던 야생을 사라지게 한 것이었다.

 

 

칼리오스트로

(일단은 어떻게든 됐나... 이걸로 전 하늘의 위협은 사라졌군)

 

잔느, 사러 나가려고 했던 쿠키 어느 집 거야?

 

잔 다르크

...!

 

 

쿠키 얘기를 듣자마자 잔 다르크가 눈을 번쩍 떴다.

 

 

잔 다르크

중앙 광장의 파란 지붕 집이다. 가까이 가면 버터 냄새가... 참을 수 없지.

 

칼리오스트로

그렇군. 그럼 조금 쉰 후에 사다 주마.

 

잔 다르크

정말인가? 친절하군...!

 

칼리오스트로

조금 후에! ... 지금 매실 절임 먹는 중이라 바빠.

 

 

또 하나의 위업을 달성한 칼리오스트로는 늘어지는 여자 휴게실의 공기에 몸을 맡겼다.

 

 


 

 

3-4

 

 

오후의 커피숍을 감도는 커피 향 속에 로아인 일행의 대화가 스며들었다.

 

 

로아인

오... 역시 칼리 씨 대박.

 

???

......

 

엘셈

귀여움 마스터는 뭐가 다른걸.

 

???

......

 

토모이

여자 휴게실이라니 너무 다른 차원이라서 우리 망상력만으로는 수습이 불가능했어.

 

???

......

 

타이아

저기, 여러분. 아까부터 뭔가가 뒤에서...

 

로아인

응?

 

 

타이아의 시선을 따라간 세 명은 옆에 서 있던 창백한 인영을 발견했다.

 

 

???

......

 

엘셈, 로아인, 토모이

히익!?

 

타이아

서, 선배님들, 진정하세요! 루나루 공입니다!

 

루나루

......

 

로아인

아...

 

엘셈

헐. 망상 다 들린 거 아님?

 

토모이

클났다! 우리 이미지 끝장난 거 아님?

 

루나루

안 나와...

 

토모이

응? 뭐가?

 

루나루

아이디어가 안 나와!

 

 

루나루는 그렇게 외치며 슬픔에 젖은 얼굴을 들어올렸다.

 

 

로아인

루나 쌤, 뭔 일 있었어? 일단 진정하고 얘기해 보실?

 

루나루

흑... 고마워... 이번에 또 그림책 행사가 있어서 거기 낼 콘티를 짜고 있었어...

 

엘셈

콘티가 뭐임?

 

토모이

내가 알기론 밑그림 같은 건데. 그보다 또 행사 나가는구나.

 

루나루

응... 규모로 치면 전보다는 작은 행사지만... 포포루 사가를 향한 내 새로운 해석을 발표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포포루 사가란 전 9권의 대작이면서도 작자 미상, 미완결의 작품이었다. 결말에 해당하는 10권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독자가 각자의 결말을 상상해 발표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다. 루나루도 그 포포루 사가의 열광적인 독자 중 하나임과 동시에 작가이기도 했다.

 

 

루나루

아직까지도 자신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랄까... 마지막 마무리가 잘 안 그려져. 그러는 동안에 늘 그랬듯이 마감이 닥쳐오고... 오늘 안에 콘티를 완성하지 못하면... 난... 또... 크흡...

 

...그래서, 이렇게 될 바에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돌아보니까 당신들이 보였어...

 

로아인

엑?! 우리가 루나루 선생님한테 어드바이스?

 

루나루

아, 그치만 귀찮으면 괜찮아... 이 이야기는 못 들었던 걸로...

 

엘셈, 로아인, 토모이

당근 해야져!

 

루나루

응?

 

타이아

선배님들에겐 미치지 못하겠지만, 저도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조력하겠습니다.

 

루나루

진짜...? 고, 고마워...

 

그, 그럼, 일단 이걸 좀 읽어줬...으면 하는데... 그...그그.... 혹시 중간에 읽기 싫어지면 언제든지 스톱해도 돼... 그... 탐미 그림이니까...

 

 

 

 

그림책 중에서도 남성 등장인물간의 사랑을 중심으로 그린 작품은 탐미 그림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로아인

설마요. 저희 완전 그릇 큰 남자들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 뭐든지 오케이란 느낌?

 

 

루나루는 쭈뼛거리면서도 콘티북을 로아인 일행에게 넘겼다. 그것을 받은 일행은 한 장씩 넘겨가며 읽기 시작했다.

 

 


 

 

루나루

......

 

엘셈

로아인, 빨리 다음 페이지로 넘겨.

 

로아인

뭐? 잠깐 기다려. 아직 읽고 있어.

 

토모이

너무 느리지 않아? 이 다음에 마키리 어떻게 되는데!

 

로아인

뭐? 아직 거기야? 그게 말이지, 마키리가 숲으로 향한 다음에

 

엘셈, 타이아, 토모이

아악!

 

엘셈

네타바레 금지! 아직 거기까지밖에 못 읽은 것도 로아인 탓이거든?

 

...근데 타 군도 같이 소리지르지 않았어?

 

타이아

크흠...! ...실례했습니다. 가능하면 루나루 공의 콘티로 직접 이야기를 즐기고 싶어서...

 

토모이

완전 인정. 루나루 선생님, 이거 대박 재밌음!

 

루나루

지, 진짜...?

 

 

로아인 일행은 즐겁게 루나루가 그린 콘티를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루나루

...그래서, 어때? 당신들의 기탄없는 의견을 꼭 들려줬으면 하는데...

 

엘셈

흠... 재미있었는데요, 이 할배 왜 포포루의 사랑을 방해하는 거임? 하는 생각이 들었슴다...

 

루나루

대신 말이지. 그는 완고한 사람이야. 포포루와 마키리 사이를 눈치채고 갈라놓으려고 하고 있어. 황자의 행복보다 나라의 번영을 바라는 거지.

 

토모이

그리고, 이 부관? 완전 비겁한 수만 쓰고, 포기할 줄도 모르고!

 

루나루

부관은 나라를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려는 야심가니까 포포루님이 눈엣가시인 거지.

 

로아인

애시당초 포포루도 포포루임다. 나라고 지위고 그런 건 아무래도 좋잖아. 사랑만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거 아님?

 

루나루

에....응? 자신의 마음과 황자로서의 입장이 일으키는 갈등이 드라마를 전개시키는 중요한 요소잖아...?

 

로아인

음... 여기는... 확! 질러버리는 느낌이 좋을 것 같슴다~

 

 


 

 

드디어 전쟁의 나팔이 울려퍼지고 말았다. 성 안의 포포루 황자는 밀려오는 적군과 그에 대항하는 아군의 격전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포포루 황자

젠장...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근데 저 전장 어디서 본 듯?

 

엘셈

황자님! 보고임다! 적군, 꽤 화끈하게 밀고 들어옴다! 대박 위험!

 

토모이

아군, 밀리는 느낌. 열세 확실함다. 얼티밋 위험위험무트임다.

 

포포루 황자

저기, 토모쨩, 에룻치... 이런 얘기 할 때는 아니지만 나, 뭐랄까...

 

엘셈

마키 말이지? 다 알지!

 

포포루 황자

...!?

 

 

포포루가 마음을 준 마키, 즉 마키리는 적군 대장의 아들이었다. 그도 이 전장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터였다. 두 사람의 운명은 나라와 나라의 이름을 건 싸움에 의해 갈라지려고 했다.

 

 

토모이

가 버려, 황자님. 전쟁같은 건 완전 노답이야. 마키하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포포루 황자

에룻치... 토모쨩...!

 

 

포포루 황자는 종자들을 따라 전장 어딘가에 있는 마키리를 찾아나섰다.

 

 


 

 

포포루 황자

하아... 하아... 마키리... 기다려!

 

엘셈

황자! 앞에 봐, 앞! 랜덤 이벤 발생! 대신이랑 마주쳤어!

 

고릴라 대신... 통칭 고리신! 문과인데도 엄청난 몸집 때문에 모두에게 그렇게 불리고 있지!

 

 

 

 

고리신

이 앞으로는 갈 수 없다!

 

 

대신은 포포루와 마키리의 관계를 알아채고, 나라의 번영을 위해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고 하는 인물이었다.

 

 

토모이

고리신이 놀아 달라는데? 완전 짜증. 어떡하지? 진짜 크다... 그건 그렇고... 아무리 몸에 자신있어도 그렇지 다 벗고 다니냐!

 

포포루 황자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나라고 뭐고 사랑이 최고! 받아라!

 

고리신

우호!?

 

토모이

황자 나이스! 막나가는 진행 개쩔음!

 

 

사랑에 눈뜬 포포루 황자는 문답무용으로 고릴라 대신을 쓰러뜨리고 다시 돌진하려고 했으나...

 

 

고리신

포포루 황자... 당신은 전장에 남아줘야겠어!

 

토모이

저걸 맞고 일어났어...? 과연 문과치고는 튼튼한 몸의 소유자. 나라 번영 오타쿠도 무시 못하는구만...

 

엘셈

큭...! 어서 가, 황자! 토모쨩도!

 

포포루 황자

에룻치?

 

엘셈

여긴 내게 맡기고 어서 가! 그리고... 마키한테 안부 전해줘... 행복하게 살아...!

 

토모이

에룻치 말대로야. 황자, 서두르자!

 

포포루 황자

바보 짜식... 에룻치! 죽지 마라!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견디며 포포루 황자는 토모이와 함께 앞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들의 앞길을 막는 자가 또 있었다.

 

 

토모이

마초 부관!?

 

 

 

 

부관 직속 병사

크크크... 나타나셨군, 포포루 황자. 부관은 모든 걸 꿰뚫어보신다.

 

마초 부관

포포루 황자! 병사들을 두고 전장을 이탈하다니 사형감이다! 허나 수고를 덜었군. 여기서 너를 없애고 군이 정권을 장악하도록 하겠다!

 

포포루 황자

시끄러워, 근육 뇌! 전부터 니 근육 맘에 안 들었어!

 

에잇! 에잇에잇!

 

부관 직속 병사

크악!

 

마초 부관

초....마...!?

 

포포루 황자

마초만은 절대 용서 못 하거든? 국외 추방이다 짜샤.

 

앗, 이런 말 할 때가 아니지! 고고, 토모쨩!

 

토모이

미안, 황자님.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야 될 듯? 저거 보셈.

 

마초 부관

마... 초....!

 

포포루 황자

진심임? 역시 마초...

 

토모이

여긴 내가 막는다. 끝내자마자 따라감.

 

포포루 황자

토모쨩... 약속한 거다? 기다린다!

 

 

심복들의 도움으로 포포루 황자는 달려나간다. 사랑하는 마키리의 곁으로

 

 


 

 

로아인

이런 느낌으로 마키한테 초 대박 빠르게 달려가서 해피엔딩으로 어떻슴까?

 

 

로아인들이 생각해낸 콘티를 읽고 난 루나루는 입을 딱 벌렸다.

 

 

루나루

나라라던지 전쟁, 민중, 신분, 이런 여러 가지가 섞여 있는 게 이 포포루 사가라는 작품인데... 전부 집어던져버리지 않았어?

 

엘셈

그치만 마지막엔 슈퍼파워로 날려버리는 게 재밌지 않음?

 

토모이

인정. 사소한 거 신경쓰지 말고 막 질러버리는 때도 있어야지.

 

루나루

아니, 그거 말고도 태클 걸 부분 많거든? 고리신은 뭐야? 마초는 뭐고?

 

로아인

용서할 수 없는 마초가 있슴다. 저희에겐. 뭐... 고리신은... 느낌? 그렇다 쳐도 루나 쌤 말대로 좀 더 카타르시스가 있는 게 좋았을지도 모르겠슴다.

 

엘셈

흠... 좀 더 가봐? 근데 여기서부터 어떻게 하지?

 

토모이

...합체 아님?

 

타이아

합체? 토모이 공, 그건 대체...?

 

엘셈

잠깐, 토모쨩... 합체라니...

 

로아인

개오지지 않음?

 

 


 

 

포포루 황자

대박... 전장 너무 붐벼서 기분 다운... 마키, 어디 있는 거야?

 

 

성을 빠져나온 포포루 황자가 전장 안의 마키리를 찾기 위해 눈을 굴리고 있던 때였다.

 

 

엘셈, 토모이

황자!

 

포포루 황자

에룻치! 토모쨩! 하하~ 무사했구나~

 

엘셈

당연하지! 마음대로 죽이지 말라고! 고릴라한테 당하다니 진심 그건 아님.

 

토모이

마초도 별 거 없었음. 근데, 황자는 뭐 하는 중?

 

포포루 황자

아, 여기서 마키 찾아보면 가능이려나? 싶어서.

 

 

그러나 그는 뒤를 돌아본 순간 숨을 멈추고 말았다.

 

 

고리신

갈 수 없다...!

 

마초 부관

포포루 황자...! 여기서 널 끝내주겠다...!

 

 

엘셈과 토모이가 쓰러뜨렸을 게 분명한 고릴라 대신과 마초 부관이 다시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포포루 황자

아... 완전 끈질기네... 승부 났잖아! 스케줄 꽉꽉 차있거든! 너희랑 놀아줄 시간 없거든!

 

부관 직속 병사

멍청한 놈! 우리에겐 비장의 수가 있다! 부관, 부탁드립니다!

 

마초 부관

마... 초....!

 

고리신

우호오오오오...!

 

엘셈

잠깐잠깐잠깐... 뭔가 장난 아니게 반짝이는데?

 

토모이

잘은 모르겠지만 파워업중인 느낌?

 

부관 직속 병사

후하하하! 대신은 사실 우리 편이었다! 그리고 포포루 황자! 널 살해하기 위해 두 분은 비장의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포포루 황자

뭐?

 

 

 

 

???

구호오오오오!

 

포포루 황자

이거 레알임? 합체했잖아!

 

부관 직속 병사

쿠하하하하! 궁극생명체 고릴라 마초님이 강림하셨다! 비장의 기술 「네타비빔 덮밥」으로 무슨 전개든 다 오케이가 되신 것이다! 고리마초님, 부탁드립니다! 포포루 황자를 고인으로 만들어 버리십시오! 그리고 저희들을 이끌어 주십시오!

 

고리마초

고리마초오오오오!

 

토모이

젠장... 이쪽에 완전 불리한데도 남자로서 끓어오르는 전개랄까...

 

포포루 황자

아니지. 짜식들 갑자기 슈퍼 고릴라로 변하긴 했지만 이거 우리한테 찬스 아님? 일석이조 아님?

 

엘셈

아... 인정. 해치울 상대가 하나로 줄어든 느낌? 신나게 두들겨 주자고.

 

포포루 황자

간다... 해피엔딩이 눈앞이다!

 

엘셈, 로아인, 토모이

예아!

 

 

[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