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제1화 수다떠는 이야기

Chewing the fat

 

 

 


 

 

오늘 로아인 일행이 찾은 곳은 포트 브리즈의 번화가였다. 그들은 한가한 분위기가 감도는 거리를 산책하며 점심을 먹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엘셈

완전, 포브 완전 오랜만인데. 전에 온 건 몇백 년 전이었지? 패공전쟁 때였나?

 

토모이

아니, 이천 년만에 온 거 아님? 펠 씨하고 베리하고 저기 술집 가지 않았었음?

 

로아인

니들 몇 살이냐. 벌써 그런 나이임? 전설의 연금술사 뭐 그런 거야?

 

타이아

(이 어찌 엄청난 스케일의 농담... 감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지나가던 주민
어머? 얘들아, 오랜만에 보네.

 

로아인

오, 안녕하심까. 잘 지내셨슴까?

 

지나가던 주민

뭐야~ 기공단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혹시 잘렸니?

 

토모이

푸하하하하! 설마요. 저희 생각보다 질긴 애들이라 안 잘리고 붙어 있슴다! 오늘은 휴일!

 

엘셈

아, 그리고 이쪽. 새 친구 타 군임다.

 

타이아

타이아라고 합니다! 선배님들께 늘 신세 지고 있습니다!

 

지나가던 주민

어머... 착실해 보이는 애네. 너희들, 이상한 장난이나 치고 그러면 안 된다?

 

로아인

아~ 가끔 무릎으로 밀거나 겨드랑이 찌르는 장난은 치지만요저희도 평소엔 성실히 부엌을 수호하는 사람들임다.

 

타이아

맞습니다! 선배님들의 배려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질 따름입니다!

 

지나가던 주민

후후... 변한 게 없네. 그 기세로 잘 해봐.

 

엘셈, 로아인, 토모이

예~아!

 

 

로아인 일행의 대답을 듣고 여성은 안심한 듯이 미소 지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타이아

방금 그 분과는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

 

로아인

전에 저녁때 어슬렁거리고 있었더니, 저분이 술 취한 놈한테 걸려서 곤란해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가서 딱! 어깨를 붙잡았지.

 

토모이

근데 그 주정뱅이 완전 장난 아니었어. 기마전 긴급구호 모드로 누님 태워서 바로 내뺐다니까.

 

엘셈

그때부터 자주 우리 보면 도와주는 완전 고마운 누님이야.

 

타이아

그렇군요...!

 

 


 

 

타이아가 방심한 틈에 근처 상점으로 눈을 돌린 토모이가 소리를 질렀다.

 

 

토모이

뭐야! 로아인, 에룻치. 이거 봐봐!

 

 

잡화점 앞에 놓인 진열대에는 여러가지 옛날 과자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엘셈

우워어어어! 완전 반가운데! 이 콩 과자 꼬꼬마 때 엄청 먹었지~

 

로아인

어이어이... 이건 살 수밖에 없겠는데. 어른의 지갑이란 걸 보여 줘야겠어.

 

 

 

 

늙은 주인장
뭐야, 누군가 했더니 너희들이냐. 오랜만에 나타났군.

 

엘셈, 로아인 토모이

안녕하심까!

 

로아인

아저씨! 이 과자들 어디서 났어요?

 

엘셈

꼬꼬마 때 동네에서 많이 먹었슴다. 너무 먹어서 혼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

 

토모이

아... 완전 그립다 이거! 포브에서도 팔고 있다니 자주 살 수 있겠네!

 

 

그들이 보고 탄성을 울리고 있는 것은 구운 콩에 설탕을 입힌 소박한 옛날 과자였다.

 

 

늙은 주인장

하하. 오자마자 잘도 봤네너희들 세대는 잘 아는 과자지? 요즘 다시 생산되기 시작했어.

 

로아인

이런 건 머스트 바이죠. 계산 부탁함다!

 

늙은 주인장

오냐. 그렇게 많이 살 거면 깎아줘야겠군.

 

엘셈, 로아인, 토모이

감삼다!

 

엘셈

그러고 보니 아저씨, 되게 옛날이긴 한데 마지막에 봤을 때 허리 아프다고 하시지 않으셨음?

 

토모이

보기엔 괜찮아 보이는데 이제 다 나으셨슴까?

 

늙은 주인장

잘도 기억하는구나. 다시피 괜찮다. 살아 있는 동안엔 가게도 계속 해야지.

 

로아인

조심하십셔. 저희 이 과자 사러 이제 자주 올 거임다!

 

 

계산을 한 후 로아인 일행은 과자를 손에 잔뜩 든 채 다시 거리로 나섰다.

 

 


 

로아인

대박. 개더움. 타 군도 하나 먹을래?

 

타이아

감사합니다! 처음 보는 종류의 과자네요.

 

토모이

이거 이거. 이거 완전 대박이야. 내 거도 하나 드셈.

 

타이아

그... 길에서 걸어다니면서 먹어도 될까요...?

 

엘셈

비온*하고는 다르게 마물도 없잖아~ 이 콩은 사자마자 길에서 까먹는 게 최고 맛있다니까! 근데 먹는 방법이 중요해. 타 군, 잘 봐.

 

*알비온

 

 

엘셈은 콩 과자를 한 알 집어 힘차게 머리 위로 던졌다.

 

 

엘셈

아~앙!

 

 

그리고는 땅으로 떨어지는 과자를 향해 입을 벌려 받아먹었다.

 

 

타이아

훌륭하십니다!

 

로아인

푸하하! 옛날에 많이 했지~ 그럼 나도~

 

아~앙!

 

토모이

푸하하하! 대박! 타 군도 해봐! 이렇게!

 

아~앙!

 

타이아

해, 해 보겠습니다!

 

 

타이아는 긴장한 모습으로 손에 있던 콩을 던져 올린 후, 거의 넘어질 뻔하면서도 간신히 받아먹는 데에 성공했다.

 

 

엘셈, 로아인, 토모이

오올~~!!

 

로아인

타 군, 완전 대박. 처음 하는 거 맞음?

 

타이아

후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맛있네요. 이 콩 과자... 단 맛과 짠 맛이 적절히 어우러져서...

 

토모이

그치? 우리 추억의 맛을 타 군하고도 공유하고 싶었어.

 

엘셈

뭔가 멋진 휴일이 될 것 같은데?

 

...읏차!

 

 

엘셈은 다시 과자를 머리 위로 던져올렸다. 그러나 그 높이는 아까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높았다.

 

 

토모이

높지 않아?

 

로아인

하하, 도전정신 인정!

 

엘셈

으... 저게 마지막인데.  떨구면 오늘 기분도 같이 떨어지는 거 아님?

 

 

[과자를 채가는 독수리]

 

 

엘셈

이게 무슨...

 

토모이

뭐야! 푸하하하하! 에룻치 개쩔어!

 

로아인

으하하하하! 스틸당했어!

 

엘셈

......

 

타이아

엘셈 공? 괜찮으세요?

 

엘셈

마지막 콩 뺏겼어도 딱히... 딱히 아무렇지도 않거든...!

 

로아인

야, 에룻치 너... 그렇다고 우냐?

 

타이아

...!

 

토모이

날개 달린 친구도 맛있는 거 먹고 행복할 테니까 기분 풀어.

 

엘셈

우... 우는 거 아니야!

 

타이아

저기... 괜찮으시면! 한 봉지 더 어떠신가요! 모처럼 먹는 거니까 제가 금방 사 오겠습니다!

 

엘셈

잠깐! 타 군?

 

타이아

저도 더 먹고 싶었으니까 신경 쓰지 마십시오!

 

계십니까!!

 

엘셈

......

 

로아인

완전 좋은 녀석이잖아. 타 군...

 

 


 

 

넷은 이런저런 장난을 치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문득 로아인이 걸음을 멈췄다.

 

 

로아인

뭐 좋은 냄새나지 않음? 향신료 냄새 같은 거...

 

토모이

저기 아님? 우리 단골집!

 

 

길에 접한 한 오래된 가게에서 개점을 알리는 표시판을 내건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아인

이 가게에서 잠들어버려서 아침에 캬타리나 씨가 깨워주신 적 있었지~

 

엘셈

푸하하! 맞아 맞아! 보장된 맛집이니까 점심 저기서 먹을까? 타 군은 어떰?

 

타이아

예! 멋진 가게네요! 가시죠!

 

 

공복을 자극하는 냄새를 맡으며 네 사람은 가게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로아인

안녕하심까~ 네 명, 금연석으로 부탁함다~

 

 

아직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기도 해서 가게 안에는 빈 좌석이 많았다.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네 사람은 우선 이 가게에서 오랜만의 휴일을 즐기기로 결정했다.

 

 


 

 

1-2

 

 

거리를 어슬렁거리던 로아인 일행은 결국 늘 가던 가게로 들어와 조금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들은 좌석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로아인

그러고 보니까 타 군, 길에서 뭐 사 먹은 적 없다며? 레알임? 학교 끝나고 집에 바로 가버리는 범생이였음?

 

타이아

예. 사관학교에서 기사라면 생활습관도 단정히 해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해 보니까 재미있네요. 과자도 맛있었습니다!

 

엘셈

그렇게 말해주니까 놀자고 꼬신 입장으로서도 다행인걸. 마음이 좀 놓인달까?

 

타이아

...? 선배님들 덕분에 굉장히 즐거운 휴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로아인

아니... 거... 뭐냐. 좀 억지로 끌고 온 느낌이라 이거 괜찮나 싶었어. 원래 훈련하려고 했었잖아? 본인이 싫어하는데 끌고 오는 거 우리 완전 싫어하거든.

 

토모이

뭐 그래도 즐기고 있으면 일단 안심~

 

타이아

으흑... 선배님들의 마음씀씀이... 섬세한 배려에 이 타이아, 감동을 금할 수 없습니다! 선배님들이 어떤 사람들하고나 잘 어울리시는 것은 그 마음씀씀이 덕분이군요!

 

토모이

어... 뭔 소리임? 어떤 사람들이 누군데?

 

타이아

길에서 만났던 여성분과 잡화상 주인분 얘기입니다. 선배님들은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도 중요하게 여기며 자라오신 거군요. 아무렇지 않은 대화 속에서도 분명한 정을 느꼈습니다.

 

엘셈

진심? 정이니 뭐니 뭔 소린지...

 

토모이

뭐 잘은 모르겠지만? 즉?

 

타이아

감동했습니다! 선배님들에 대한 존경이 더욱 깊어가기만 합니다!

 

엘셈

그...런...가...?

 

토모이

뭐, 우린 처음 보는 사람도 친구처럼 대하려고 하긴 하니까. 아무하고나 잘 어울린다는 그런 거임?

 

 

타이아의 격한 칭찬에 엘셈과 토모이는 안절부절못하면서도 기뻐했다.

 

 

로아인

......

 

 

반면, 로아인은 어째서인지 입을 꾹 다문 채였다.

 

 


 

 

1-3

 

 

누구하고나 잘 어울린다는 타이아의 칭찬에 기뻐하는 엘셈과 토모이. 그러나 묘하게 말수가 적어진 로아인을 그들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로아인

......

 

엘셈

로아인, 왜 그럼? 쌀 거 같아?

 

타이아

로아인 공, 무슨 일 있으신가요?

 

토모이

설마... 이미 지렸...

 

로아인

...타 군, 지금 우리가 아무하고나 잘 어울린다고 말했지?

 

타이아

아, 예... 혹시 실례되는 말이었나요?

 

로아인

노노, 그런 거 아님. 근데 실은 우리한테도 부족한 게 있거든.

 

엘셈, 토모이, 타이아

모자란 거?

 

로아인

나, 캬타리나 씨하고 만났을 때보다 친해졌냐고 물으면 그렇지도 않음뭐랄까... 좀 더 절친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 같은데.

 

엘셈

뭐... 로아인은 캬타리나 씨 좋아하니까. 뭔 소린지는 알겠어.

 

로아인

타 군 말처럼 누구하고나 쉽게 대화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거기서 만족하면 안 되지 않음? 에룻치도 토모쨩도 그렇지 않아? 마음에 드는 사람한테는 더 다가가고 싶지 않아?

 

토모이

워... 복잡한 얘기 하네...

 

엘셈

로아인이 뭔 소리 하고 싶은지는 대충 알았는데, 그래서 어떡하면 됨?

 

로아인

역시 「커뮤력」이지.

 

엘셈, 토모이, 타이아

커뮤력?

 

 

세 명은 로아인이 꺼낸 단어에 무심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1-4

 

 

식사하는 중, 로아인이 꺼낸 「커뮤력」이라는 말에 세 명의 관심이 모아졌다.

 

 

엘셈

커뮤력... 아~ 커뮤력~ 그렇군.

 

토모이

에룻치, 아는 척 노노. 하나도 모르겠는 거 얼굴에 다 써져 있음. 나도 그렇지만.

 

엘셈

아니... 그... 구체적으로 그게 뭔데?

 

토모이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낯을 가리지 않는다던가, 그런 거 아님?

 

엘셈

그건 이미 클리어했잖아! 아무하고나 말 잘 하는데!

 

로아인

음... 우린 뭐랄까... 진지하게 말하자면 표면상으로만 친하달까...

 

 

로아인이 커뮤력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할 때 가게 안에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아우 킨타로

아, 츠바사 군! 타이가 군! 빈 자리 있슴다!

 

엘셈, 토모이

!?

 

 

 

 

오니조리* 타이가
우오~! 되게 맛있는 냄새 나는데! 빨리 밥 먹자, 밥~!

*鬼ゾリ(오니조리) - 귀신의 뿔처럼 머리 양 사이드를 바짝 깎는 헤어스타일. 일본 폭주족 사이에 유행.

 

 

 

 

츠바사
괜찮은 가게잖아? 좋아, 저기 앉자.

 

아우 린타로

내가 창문 쪽~

 

 

가게에 들어온 것은 마나리아 마법학원의 학생들인 츠바사와 그 친우들이었다. 그들은 로아인 일행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들과 두 테이블쯤 떨어진 곳에 앉았다.

 

 

로아인

쟤네 그라사이 단원들이지? 꽤 최근에 쪼인한. ...뭐야, 늬들 왜 그래? 쌀 것 같은 얼굴로.

 

 

어째서인지 엘셈과 토모이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엘셈

뭐뭐뭐라고? 무슨 소리야. 완전 기분 업돼있거든?

 

로아인

보기엔 좀 험악해도 쫄 거 없어. 그라사이에 탄 애들이니까 나쁜 애들 아냐.

 

엘셈

아아아아, 안 쫄았거든! 그냥 저런 타입 애들하고는 파장이 안 맞는달까.

 

토모이

이이이, 일단 지켜보자고. 괜히 말 걸지 말고.

 

로아인

니들... 완전 이중잣대 아니냐? 자랑하던 커뮤력은 어디 갔어?

 

엘셈, 토모이

......

 

로아인

눈초리가 좀 무섭긴 하지만 밥도 깔끔하게 먹고 가정교육 잘 받은 애들 같던데? 즉 속마음은 천사일 거라는 느낌? 타 군, 어떻게 생각함?

 

타이아

저도 지금까지 그들과 얘기할 기회가 없어서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다른 사람도 아닌 단장님이 동료로 맞이한 분들입니다. 조금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로아인

바로 그거. 그거지. 타 군, 뭘 안다니까.

 

엘셈

아니 그래도. 헤어스타일 완전 무서워. 화내면 장난 아닐 거 같음.

 

토모이

맞아. 그리고 켓타기어라는 거 타고 폭주하는 것도 좀...

 

로아인

비이 씨도 켓타기어라는 거 갖고 있잖아. 그렇게 무서운 기계 아냐.

 

 

 

 

토모

인정. 그건 귀여웠지.

 

로아인

뭐~일단은. 커뮤력의 베이스는 깔려있다고 치고 다음 단계로 가야지.

 

엘셈

단계라니. 뭐 하게?

 

토모이

나 알 거 같음. 전에 책에서 봤어. 마초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말하자면 그거. 일단 해봐서 익숙해져라 뭐 그런.

 

엘셈, 로아인

허~~~

 

 

로아인 일행의 이야기는 점점 식어가는 접시들 사이에서 끝날 줄을 모르고 뻗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