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미임
네~에, 스파르타 코스 종료입니다~ 네 분 모두 수고하셨어요!
시에테
어, 엄청났어...
카토르
아직도 몸이 찌릿찌릿해...
시스
대체 뭐 하는 고문이냐...
미임
지금은 살짝 아플지도 모르겠지만 내일 아침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팔팔해질 거예요! 또 이용해 주시길 기대할게요~
시에테
하하하... 기회가 된다면 말이지...
송
하아~ 기분 좋았어. 그치?
실바
전기라고 하길래 처음에는 어떻게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만... 이거 중독될 것 같은걸.
나루메아
심지어 화장품 샘플까지 받았어! 이거 온천 성분 들어있는 거래!
엣셀
스킨케어 용품이라고 하는 건가... 별로 발라본 적 없어서 조금 두근두근해.
카토르
누님? 전기 마사지 받은 거야?
엣셀
응? 응.... 통상 코스긴 했는데... 스파르타 코스는 이미 차 있길래.
시에테
그거 다행이네... 아니, 그보다 나도 기왕이면 그걸로 받고 싶었는데...
시에테는 그렇게 말했으나, 다음날 아침 깜짝 놀랄 정도로 몸이 가볍고 활력이 솟아나서 기뻐하게 될 거라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각자 온천을 즐기고 나니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기에 일행은 여관 안의 넓은 방으로 향했다. 방 안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일행이 왔을 때에는 좌석마다 1인분씩의 식사가 놓여 있었다.
루리아
우물우물, 냠냠... 으음~ 너무 맛있어요!
비이
이 쫄깃쫄깃한 건 감자인가? 살짝 달고 맛있다!
사라사
푸하! 이 보라색 물도 맛있는데! 더 줘!
엣셀
포도 주스래. 나도 다 마셨으니까 같이 받으러 갈까?
나루메아
단장쨩. 나베 다 익었어! 언니가 떠 줄까?
송
1인용 나베라니 먹기 편하고 좋다! 생선도 부드러워서 맛있어~
실바
장식용으로 손질된 야채들도 색이 다채로워서 보고만 있어도 즐겁네. 정성이 들어간 나베인걸...
퓐프
할부지, 양은 괜찮아? 내 생선 하나 나눠줄까?
옥토
아이야말로 잘 먹고 몸을 키워야 하느니. 이쪽에 신경쓰지 말고 먹거라. 주식도 여분이 있는 듯하니.
우노
명물인 포도주도 실로 깊은 맛이군. 요리와 함께 마시니 술이 술술 들어가는걸.
시에테
그러게. 시스랑 카토르도 잘 먹고 있어? 음식 가리면 안 된다?
카토르
어린애 아니거든요. 제대로 다 먹고 있습니다.
시스
......
니오
맛있다, 단장.
[맛있어]
니오
있지, 단장... 나 오늘 "인연을 묶어주는 바위"라는 곳에 갔다왔어. 거기 경치가 정말 예쁘더라고. 내일 같이 가지 않을래?
[물론이지!] -> 선택
[공방에 가야 하는데...]
니오
다행이다... 약속한 거다?
나루메아
저기, 단장쨩. 나베 재료 새로 떠 왔어. 생선 뼈도 다 발라뒀고! 아, 입에 뭐가 묻어 있네! 가만히 있어 봐, 언니가 떼어 줄게!
니오
......
니오는 나루메아에게 입을 닦이고 있는 단장의 등에 귀를 꽉 누르며 곁으로 붙어앉았다.
비이
온천 들어갔다가 먹는 밥은 느낌이 또 다르네~ 온천이라고 하니 말인데, 루리아네는 어떤 느낌이었어?
루리아
어, 샤워하는 방에 돌로 된 욕조가 하나 있었고, 바깥에 노천 온천이 있는 느낌이었어요!
비이
우리랑 비슷했나 보네. 하늘 보면서 하는 온천 엄청 기분 좋았지~!
시스
(하늘을 보면서 하는 온천?)
루리아
그러게요! 수영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정말 좋더라고요!
시스
(수영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
그렇게 좋았나?
비이
그럼! 시스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루리아
다 같이 이야기도 하고, 서로 등도 밀어주고. 엄청 즐거웠어요!
비이
같이 목욕하면 더 가까워진다고 하던가? 같은 온천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좋다니까~
루리아
대욕장은 밤에도 들어갈 수 있으니까 나중에 가 보시면 어떨까요?
시스
그래...
사라사
우물우물, 우적우적... 잘 먹었습니다! 퓐프, 탁구 치러 가자!
퓐프
응! 우물우물... 잘 먹었어요! 할부지, 다녀올게!
옥토
음.
엣셀
나도 둘이 치는 거 보러 가 볼까. 카토르는 어떻게 할래?
카토르
방에 가 있을게. 마사지 때문인지 좀 졸리거든.
송
밥도 다 먹었으니까 우리도 방으로 갈까? 창문으로 보이는 야경이 예쁘대!
실바
좋네. 차 끓여서 마시면서 천천히 보자.
시에테
니오. 나랑 우노는 기념품 판매점에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
니오
난 됐어. 기념품 판매점이라면 여기 왔을 때 한번 둘러봤으니까.
시에테
이런, 차였네. 멤버들이랑 고루고루 친하게 지내는 건 어렵구나.
우노
교류란 강제하는 게 아니니까. 같은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친목회로서의 의미가 있지 않겠어?
시에테
그것도 그렇네.
저녁밥을 다 먹은 사람들은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을 떠났다. 그렇게 레비온에서 보내는 밤이 천천히 깊어가고 있었다.
4-2
시스
......
일행이 잠들 시간이 되었을 무렵, 시스는 슬그머니 이불을 빠져나와 대욕장에 와 있었다.
시스
(하늘이 보이고 수영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라... 루리아와 비이는 즐겁다고 말했었지만 이게 그 정도인가?)
[회상]
루리아
다 같이 이야기도 하고, 서로 등도 밀어주고. 엄청 즐거웠어요!
비이
같이 목욕하면 더 가까워진다고 하던가? 같은 온천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좋다니까~
시스
(...아니지, 다 함께 들어오면 뭔가가 또 다를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함께 목욕을 한 적은... 아니. 단장의 아버지와는 같이 목욕한 적 있었던가. 도망치려고 할 때마다 붙잡혀서 등까지 잘 씻으라며 빡빡 씻겨졌었지...)
응...?
생각에 잠겨 있던 시스는 문득 밤하늘에서 깜빡거리는 불빛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시스
(뭐지? 처음 왔을 때는 저런 불빛은...)
여관 종업원
저기~ 슬슬 닫을 시간이니까 나와 주실 수 있나요?
시스
히익...! 네, 알겠습니다...
종업원이 청소용구를 가지러 가는 타이밍에 맞춰 시스는 욕탕을 빠져나왔다.
제4화 밤은 이슥해지고
In the Dark of Night
시스
(이 근처일 텐데... 음?)
알베르
횃불을 흔들고 있는 모양이군.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는 건가?
유리우스
그런 것 같아.
시스
(저 남자들은... 낮에 본?)
빛의 정체를 확인하러 온 시스는 문 닫은 가게 옥상을 쳐다보고 있는 알베르와 유리우스를 발견했다.
알베르
난입할까?
유리우스
그래. 하지만 나 혼자 가겠어. 너는 주변을 돌면서 신호를 받고 있는 인물을 찾아내 주지 않겠나?
알베르
혼자 간다고? 갈 거면 나도 같이 가겠다.
유리우스
넓이를 생각했을 때 옥상에 있는 건 2~3명일 거다.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에 당하지는 않아.
알베르
그러면 내가 가서...
유리우스
신호를 받는 쪽은 마물을 부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너는 날 그런 곳으로 보낼 생각이야?
알베르
...알겠어. 절대 무모한 짓 하지 마. 사실은 야간 순찰 따라나오는 것도 반대였으니까.
알베르는 그렇게 말한 뒤 어두운 골목 쪽으로 사라졌다.
촉수
...
시스
(허리에서 뭔가가 튀어나왔잖아?)
유리우스
훗... 그럼 저 걱정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끝내 볼까.
유리우스가 촉수를 한번 쓰다듬자, 촉수는 고개를 끄덕이는 듯이 몸을 꿈틀거리며 옥상 쪽으로 뻗어나갔다.
시스
(날았어!?)
그리고 옥상 가장자리에 휘감기더니, 몸을 수축시켜 유리우스를 옥상까지 끌어올렸다.
시스
......
횃불을 휘두르는 남자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남자의 부하
흐아암~ 그냥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심심하네요.
횃불을 휘두르는 남자
누구냐!?
유리우스
그 목소리는...
[회상]
갈리아 부대 대장
...유리우스 경. 당신이야말로 못 봤던 걸로 하고 사라져 준다면 아픈 꼴은 면할 수 있을 텐데?
유리우스
(갈리아 부대 녀석인가...)
갈리아 부대 대장
유리우스! 어떻게 올라왔지?
유리우스
그런 건 상관없지 않나. 이런 한밤중에 뭘 하고 있나?
갈리아 부대 대장
흥... 빼도박도 못할 대죄인 녀석이!
갈리아 부대 대원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폐하를 협박해서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유리우스
뭐라고?
갈리아 부대 대장
얼버무리려 해 봤자 소용 없다. 당신도 죄인 마우로와 마찬가지로 폐하를 이용하고 있는 거겠지?
갈리아 부대 대원
다들 그렇게 말하더군. 원래 즉위해야 했던 건 빅토르 전하 쪽이라고.
유리우스
......
갈리아 부대 대원
그런 훌륭한 후계자가 있는데도 마음 약한 데다 머리까지 나쁜 인물을 왕위에 앉혀두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겠죠.
유리우스
...폐하만큼이나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공부하시는 분은 없다. 나에 대해서는 어찌 말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폐하를 모욕한다면...
촉수
...!
유리우스
!?
촉수가 경고하려는 듯이 옆구리를 찌르는 바람에 유리우스는 정신을 차렸다.
유리우스
(이대로 분노에 휩싸이면 폭주할 위험이 있어...!)
갈리아 부대 대원
말이 없어졌군요. 역시 저 녀석이 폐하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겁니다.
갈리아 부대 대장
아버지이신 선왕을 살해한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이런 만행을 벌이는 건가. 저주받은 아이라는 이름이 딱 들어맞는구만.
유리우스
(듣기 싫은 목소리군... 계속 그 기억이 생각나 버려...)
유리우스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예전에 시찰을 나갔던 장소에서 갈리아 부대 대장과 만났을 때의 일이었다. 대장의 이기적인 행위에 강한 분노를 품은 유리우스는 몸에 기생하고 있던 성정수의 힘을 억누르지 못하고 해방해 버렸던 것이었다.
유리우스
(그때는 열선을 발동하는 것에 그쳤지만 지금 상태로는 어떻게 될까. 도망쳐야 하나? 하지만 상대의 본성을 알게 된 이상 한 시라도 빨리 신호를 멈춰야 하는데...)
갈리아 부대 대장
뭐지? 아무 말도 없는 게 수상한데.
유리우스
(두려워하고 있을 때가 아냐. 폐하를 위해서라도 여기서는...)
디스트럭티오!
촉수
...!
갈리아 부대 대장
조, 조심해라!
크악!?
유리우스
(...뭐지?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어)
그림자 속에서 뛰쳐나온 시스가 재빠르게 두 사람을 기절시키더니 근처에 있던 양동이에 횃불을 집어던져 불을 껐다.
시스
이거면 되는 건가?
유리우스
그래... 너는 누구지?
시스
시스. 단장의 동료다.
유리우스
시스라...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촉수
~♪
시스
큭...!
유리우스
미안하군. 이들에게 악의는 없어. 지금 거둬들이지.
유리우스가 전투 자세를 풀자, 시스 바로 옆까지 뻗어 있던 촉수가 쭉쭉 줄어들더니 모습을 완전히 감췄다.
시스
......
[회상]
갈리아 부대 대장
아버지이신 선왕을 살해한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이런 만행을 벌이는 건가. 저주받은 아이라는 이름이 딱 들어맞는구만.
시스
(이 남자도 사람을 살해한 적이 있는 건가...?)
유리우스
...이름을 말하는 것이 늦었군. 나는 유리우스. 이 나라의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는...
시스
기공정...?
프로펠러 소리가 가까워졌나 싶더니, 두 사람의 머리 위를 소형 기공정이 천천히 통과했다.
유리우스
이런 시간인데 어째서 기공정이 마을 안에...?
알베르
유리우스, 큰일났어! 놈들이 기공정으로 마정 가루를 흩뿌리고 있다!
유리우스
마정이라고...!?
알베르
옥상이건 사유지건 상관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흩뿌리고 있어. 전부 회수하기는 힘들다. 마정은 마물을 끌어들이지? 이대로라면 온천 거리는...!
유리우스
큭...! 나라를 지탱하는 거리를 통째로 부수려고 하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건지...
시스
마물이라면 우리한테 맡겨라.
유리우스
뭐...?
시스
우리는 십천중이다. 단 한 마리조차 온천 거리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
시스는 그렇게 내뱉은 후, 옥상 난간을 뛰어넘어 베란다를 타고 거리로 내려갔다.
4-3
그리고 다음날 아침...
송
마물 접근! 2시 방향이야! 엣셀, 카토르, 조심해!
엣셀, 카토르
알겠어!
다음날 이른 아침, 레비온 온천 거리는 마물 무리의 표적이 된 상태였다. 미리 시스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십천중들은 각자 맡은 곳에서 대기하며 마물들을 물리칠 준비에 들어갔다.
주요 진입 경로가 될 두 개의 문 중, 동쪽은 엣셀과 카토르가. 서쪽은 시에테와 시스가 지켰고, 하늘에서 오는 적은 옥토와 나루메아가. 우노와 사라사가 유격대로서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보기로 했다. 회복 담당인 퓐프도 우노와 함께 움직였고, 실바는 온천 거리 중앙의 건물에서 마을 전체를 감시하고 있었다.
카토르
수는 많지만 개별로는 그렇게 위협적이라는 느낌도 아니군.
엣셀
응... 하지만 여기 마물은 번개 마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나 봐. 방심하지 마.
카토르
알고 있어. 찌릿거리는 건 이제 사양이야.
시에테
이야, 완전 몰려오네~ 밖에 마물이 이렇게나 많은지는 몰랐는걸~
시스
...즐거워 보이는군.
시에테
그야 시스가 "힘을 빌려줬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하는데, 기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마물의 습격에 대해 알게 되자마자 가장 먼저 동료들의 힘을 빌리려고 하다니, 시스도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니까.
시스
딱히... 지킬 수 있는 것을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시에테
좋은데? 그러니까 정의의 아군같은 느낌이잖아!
송
하늘에서도 쳐들어오고 있어. 옥토, 나루메아 씨. 부탁해!
나루메아
응, 알았어!
옥토
샷쿄 카부키!
나루메아
나도 질 수 없지. 호접인, 겐지의 춤.
마물 무리
키이익...!
송
! 땅 밑에서...?
니오
괜찮아. 맡겨 줘.
마물 무리
키이...
니오
...잘 자.
십천중들은 호흡이 착착 맞는 연계로 사방에서 몰려오는 다양한 마물들을 물리쳐 나갔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수세에 몰릴 정도의 마물 무리가 몰려들었지만, 단 한 마리도 마을에 침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메임
뭔가 뭔가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아?
마임
역시 전공 제일의 실력자들이 모이니 스케일이 다르군...
미임
이거 우리가 나설 차례나 있나요?
유리우스
억지로 개입할 필요는 없겠지. 사이에 끼어들면 오히려 민폐일 수도 있으니.
알베르
그래. 그러니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불꽃놀이 대회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부상자가 나오게 둘 수는 없다. 단 한 명도 안 돼!
너희들의 협력 덕분에 각 여관마다 밖으로 나오지 말게끔 미리 알려두긴 했다만... 이 짧은 시간이니 소동을 알지 못한 채 밖에 나오는 관광객들도 있을 거다. 우리가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
유리우스
마물을 끌어들인 제후들 측의 인물도 반드시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다. 발견하자마자 붙잡아야 해.
마임
예! 미임, 메임. 각오 단단히 하고 가자!
미임, 메임
알겠어!
니오
...! 이 소리는...
시에테
천둥인가? 확실히 이 부근은 날씨가 금방 바뀌는구나.
시스
상관없다. 싸울 수 있어.
시에테
으음... 우리야 그렇지만...
송
꺄악! 우... 당했어.
퓐프
송, 괜찮아? 지금 치료해 줄게!
송
고마워. 저리던 게 싹 사라졌어.
우노
송. 이 이상 하늘에 떠 있는 건 위험해. 내려와서 유격대로서 움직여 줘.
송
미안해! 아래에서도 감시는 확실히 할게!
???
...!
비이
으아! 뭐가 나왔는데?
사라사
나한테 맡겨! 으랴아!
우노
이런.
사라사. 날려보낼 때는 머리 위로 보내. 건물을 무너뜨리면 안 되니까.
사라사
뭐어~? 그치만 이 녀석 찌릿거리는걸...
알베르
그 녀석은 뇌화혼이라고 하는데, 낙뢰가 이어지면 발생하기 쉬워.
루리아
알베르 씨!
알베르
뇌화혼은 주기적으로 방전하는 습성이 있어. 방전한 직후에 공격하면 찌릿거리지 않고 넘어갈 거야.
사라사
......???
아무튼 머리 위로 날려보내면 된다 이거지? 나한테 맡겨!
알베르
그런데 단장, 온천 거리 안에서 수상한 병사들을 보지 못했나?
루리아
수상한 병사들이요?
송
레비온 기사단 제복과는 다른 옷을 입은 집단이라면 본 적 있는데, 그 사람들 말하는 거야?
알베르
그럴지도 모른다. 안내해 줄 수 있겠나?
송
응. 이쪽이야!
빅토르
마물이 전혀 진입하지 못하고 있잖나!
갈리아
죄송합니다 전하. 하지만 저 망토 입은 집단이 예상 이상으로 강해서...
빅토르
내겐 꼭 해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그를 위해서는 저 늑대 남자를 형님과 분리해야 할 필요가 있단 말이다!
온천 거리 뒷골목에서 상황을 살피던 빅토르는 초조한 듯한 모습으로 혀를 찼다.
빅토르
하필 오늘같은 날 저런 방문객들이 있다니, 이게 운명이라는 거냐? 난 인정 못 해!
갈리아
어디에 가시는 겁니까?
빅토르
도박을 하나 해 보려고 한다. 여기서 이기지 못하면 내겐 자격이 없다는 거겠지.
갈리아
큭... 이용할 만큼 이용해 먹고서는! 전하는 우리 아군이 아니었단 말인가?
갈리아 부대 부대장
갈리아 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갈리아
이렇게 된 이상 그걸 꺼낸다!
오드릭
정말 다들 강하시구나... 이 정도의 습격을 받고도 피해가 전혀 생기지 않다니...
제노
너무 창문 쪽에 다가가지 마라. 마물이 날아들어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니.
오드릭
아... 그렇겠네요.
빅토르
(형님이 머무르고 계시는 숙소는 여기였을 텐데)
갈리아 곁을 떠난 빅토르는 오드릭이 머물고 있는 창문을 올려다보며 팔짱을 꼈다.
빅토르
(형님... 거기 있다면 나를 봐. 내게 응답해!)
오드릭
아! 지팡이가...!
어...?
창문가를 떠나려던 순간 떨어진 지팡이를 주워든 오드릭은 창문 밖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오드릭
(빅토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빅토르
......
창문을 통해 눈이 마주친 형제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4-4
오드릭
...!
창문 밖의 남동생을 알아본 오드릭은 마음 속으로 어쩔 줄을 몰랐다.
오드릭
(왜 빅토르가 여기 있는 거지? 설마 이 소동은 빅토르가 일으킨 건가? 이런 위험한 짓을... 빅토르가? 믿을 수 없어!)
빅토르
......
창문 너머의 형을 노려보던 빅토르는 팔짱을 풀고 그에게 손짓했다.
오드릭
......
제노
폐하? 왜 그러지?
오드릭
아, 아무 것도... 지팡이에 흠집이 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제노
...?
제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오드릭 곁으로 다가와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오드릭
(아...!)
제노
(딱히 이상한 곳은 없군. 내가 너무 넘겨짚은 건가)
그러나 창문 밖에는 사람도 마물도 보이지 않았기에 제노는 다시 테이블 앞으로 돌아갔다.
오드릭
(큰일날 뻔했어... 빅토르는 입구 쪽으로 돌아간 걸까?)
제노
폐하. 어디 가지?
오드릭
아... 화장실에...
제노
음... 그런가.
오드릭
(죄송해요 제노 님... 금방 돌아올게요...)
오드릭은 제노의 시선이 닿지 않는 틈을 타 소리 없이 방을 빠져나왔다.
오드릭
빅토르...!
빅토르
...왔나. 설마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형님 본인을 꾀어낼 수 있을 줄이야.
오드릭
저, 저기.. 이거 빅토르가 한 거야? 왜 이런 짓을...
빅토르
내가 아냐. 나는 나의 목적을 위해 제후들의 계획에 동조했을 뿐이다.
오드릭
목적? 어떤?
빅토르
여기서는 말 못해.
오드릭
어째서...?
빅토르
......
빅토르는 집중하려는 듯이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후, 왼쪽 손의 장갑을 풀기 시작했다.
빅토르
...나는 나와의 도박에서 이겼어. 내게도 자격이 있다는 뜻이겠지.
오드릭
...?
어...!?
빅토르는 벗겨낸 왼손 장갑을 오드릭의 발 밑에 집어던진 후 으르렁거리듯이 읊조렸다.
빅토르
거절하지는 않겠지? 명색이 레비온 왕실의 인물이라면.
오드릭
하, 하지만... 하는...
빅토르
검이라면 가져왔어. 서두르시지.
오드릭
......
오드릭은 천천히 허리를 숙여 떨리는 손으로 장갑을 주워든 후 빅토르에게 돌려주었다.
빅토르
...따라와.
오드릭
......
오드릭은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다문 채 동생의 등 뒤를 따라갔다.
갈리아 부대 부대장
갈리아 님, 가져왔습니다!
갈리아
잘 했다! 어서 감옥에서 꺼내라!
한편, 갈리아 부대는 온천 거리 외곽의 창고에서 거대한 감옥을 끌고 나왔다. 부대장이 감옥에 덮여 있던 천을 벗기자, 안에 들어 있던 흉폭한 마물의 모습이 드러났다.
거대한 마물
그오오오오!
갈리아
이 녀석을 옮겨둔 것이 정답이었어... 자, 이번에야말로 온천 거리를 엉망으로...!
어?
거대한 마물
그륵...
갈리아 부대 부대장
저격당했잖아? 대체 어디서?
실바
저런 걸 숨겨놨을 줄이야... 기회를 엿보고 있길 잘 했군.
온천 거리 중앙 건물에 숨어있던 실바는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갈리아
크윽... 다른 수는 없나?
알베르
찾아냈다! 마정을 흩뿌린 건 너희들이냐!
갈리아
너는 알베르!?
유리우스
아무래도 형세가 역전된 모양이군.
갈리아
대죄인 따위가... 다 알고 있다! 네놈은 공부 모임이라는 명목하에 폐하께 아첨하며 뒤에서...
알베르
대죄인이라고 했나?
갈리아
히익!
알베르가 섬뜩한 눈빛으로 쏘아본 순간, 마치 타이밍을 맞춘 것처럼 천둥소리가 울리며 하늘이 격렬하게 번쩍거렸다.
메임
이건 천뢰검의 힘?
미임
하지만 천뢰검을 꺼내진 않았잖아? 마임 언니, 어느 쪽이야?
마임
어, 이건... 정말 어느 쪽인 거지?
유리우스
......
갈리아
그 녀석이 선왕을 살해한 건 사실이지 않나!?
알베르
그 죄는 폐하께서 사하셨다. 그런데도 아직 유리우스를 대죄인이라 부르는 것은 폐하에 대한 반역 행위라고 봐도 되겠나?
갈리아
히익...!
알베르
......
갈리아
죄송합니다!!!
알베르
좋아... 연행한다!
마임, 미임, 메임
네!
마임 일행은 단념한 듯한 갈리아와 그의 부대를 구속한 후 구치소로 연행했다.
유리우스
하아... 친우여. 대죄인이라고 좀 불렀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할 건 없지 않나?
알베르
무슨 소리야? 타당한 대응이었어. 게다가 내가 네 몫까지 화를 내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싶었지.
유리우스
후후... 덕분에 웃음 참느라 힘들었다고.
우노
마물의 습격도 잦아든 듯하군. 여기는 이제 괜찮을 거야.
알베르
그런가요. 여러분 덕분에 온천 거리가 피해를 입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노
알베르, 유리우스. 큰일이다!
알베르
제노 공? 왜 그렇게 당황했어?
제노
폐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여관 안을 찾아봤지만 아무 데도 없었어!
유리우스
뭐라고...!?
빅토르
여기다.
오드릭
...정말 하는 거야?
빅토르
내가 농담으로 결투를 신청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빅토르는 들고 있던 2개의 검 중 하나를 오드릭의 발 밑에 던진 후, 남아있는 검을 쥐었다.
빅토르
...덤벼.
오드릭
......
빅토르
덤비지 않겠다면 내가 간다! 검을 들어!
오드릭
핫...!
정말 공격이 올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오드릭은 급하게 주워든 검으로 빅토르의 검을 막아냈다. 아무도 없는 쇠락한 투기장에서, 진검과 진검이 맞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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