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제2화 온천 거리를 즐겨보자!
A Tour of the Hot Spring District
아직 해가 높아 여관에서 쉬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단장 일행은 스탬프 랠리에 참가하며 온천 거리를 즐기기로 했다.
엣셀
송, 실바 씨.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오비* 매는 데에 고생하는 바람에...
*유카타의 허리에 매어 고정하는 천
사라사
우우... 저기, 이거 벗으면 안 돼? 나풀거려서 움직이기 힘든데.
송
지금부터 가려는 유모미 시설은 꽤 뜨겁다고 하더라고. 그 옷 입고 있는 쪽이 편할 거야.
사라사
유모미? 맛있는 거 먹는 데야?
실바
으음... 안타깝지만 식사를 하는 곳은 아니지.
사라사
먹을 거 없어? 치이...
송
아, 그치만 유모미 한 다음에는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려고. 그러니까 같이 가면 어떨까?
사라사
아이스크림? 좋아! 나도 같이 갈래!
엣셀
음... "유모미"라는 건 뭘 하는 건데?
실바
갓 퍼낸 온천수는 들어가기에 너무 뜨거우니까, 휘저으면서 식히는 것 같더군. 그걸 "유모미"라고 부르는 모양이야.
송
저쪽에 온천 밭 보이지? 온천 밭이라는 것도 온천수를 공기에 노출시켜서 딱 좋은 온도까지 식히기 위한 거래.
엣셀
그렇구나... 온천이라는 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수고가 많이 드는구나...
실바
나도 여기 오기 전까지는 몰랐어. 엣셀네랑 만나기 조금 전에 그 만쥬가게 주인이 알려 준 거야.
송
그러고 보니 카토르는 어디 갔어? 둘이 같이 올 줄 알았는데.
엣셀
응. 카토르는...
[회상]
카토르
유모미? 누가 가자고 했는데?
엣셀
송이랑 실바 씨. 유카타비라로 갈아입고 가자고 하더라고.
카토르
흐음... 더울 것 같으니까 나는 사양할게. 이 근처에서 산책이나 할래.
엣셀
아마 여자들끼리 가는 쪽이 편할 거라고 신경써준 것 같아.
송
아... 그런가. 신경쓰게 만들어서 미안하네.
실바
온천 거리니까... 남녀가 갈라져서 행동하는 일도 많다는 걸 미리 눈치챘어야 하는데...
엣셀
시에테나 단장님네도 있으니까 카토르도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
송
그러게. 그럼 모처럼 온 거니까 오늘은 여자들끼리 신나게 즐겨 볼까?
실바
그래. 나도 송의 동료들과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었거든. 특히 총의 십천중... 엣셀, 너하고는 꼭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
엣셀
응... 고마워. 이러니까 웬지 언니들이 생각나네.
실바
언니가 있었어?
엣셀
음... 있었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내가 가장 나이가 많지만.
실바
그렇군... 별무리 마을은 피가 이어지지 않은 아이들끼리 힘을 합쳐 살아가는 곳이었지. 내게도 피가 이어지지 않은 자매들이 있어. 여동생 둘인데, 마침 엣셀이 중간에 낄 정도의 나이지.
엣셀
그렇구나...
실바
이번에는 같이 못 왔지만, 그런 만큼 기념품이랑 해줄 만한 이야기를 잔뜩 모아가려고.
엣셀
응. 나도 그러고 싶어... 잘 부탁해, 실바 씨.
실바
실바라고 불러. 잘 부탁해, 엣셀.
송
후후. 서로 친해져서 잘 됐네!
사라사
슬슬 가지 그래? 빨리 안 가면 아이스크림 녹잖아.
송
아, 미안해! 그럼 출발할까? 지도를 보니 이쪽인 것 같아.
유모미 시설에 도착하자 마침 직원들이 벌이는 유모미 쇼가 시작됐고, 네 사람은 노래와 열기에 휩싸인 박력있는 쇼를 만끽했다.
실바
깜짝 놀랐어! 물기둥이 그렇게 높이까지 솟아오를 줄이야!
사라사
유모미라는 거, 물고기 잡을 때랑 똑같이 하더라고. 물고기도 없는데 이상하네.
송
아, 응... 아마 물기둥을 일으켜서 고기 잡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엣셀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호흡이 착착 맞는 게 대단하네. 노래로 맞추고 있는 걸까?
유모미 시설 직원
맞아요. 다 같이 노래하면서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자연히 호흡도 맞는 거죠.
송
그렇구나! 노래가 있으면 쇼 분위기도 좋아지고. 멋진 것 같아.
유모미 시설 직원
만족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번에는 손님들 차례예요! 앞으로 나오세요!
사라사
응? 내 차례?
실바
쇼가 끝난 후에 관객들한테도 유모미를 체험시켜 준대.
사라사
흐음? 뭐 하면 되는데?
네 사람은 직원이 이끄는 대로 유모미판이 놓인 곳에 향했다.
유모미 시설 직원
피곤하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마지막까지 물기둥을 힘차게 일으켜 주세요!
사라사
저 철썩~ 하는 거 말야? 있는 힘껏 휘두르면 돼?
유모미 시설 직원
네! 있는 힘껏 해 주세요!
송
아! 잠깐만, 사라사. 시설이 부서지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 돼.
사라사
조, 조절...?
....응! 조절하면서 있는 힘껏 할게!
유모미 시설 직원
그럼 시작합니다. 스타~트!
직원의 신호를 들은 다른 직원들이 손뼉을 치며 흥겨운 음악을 부르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음악에 맞추어 유모미판을 움직이며 온천물을 휘저었다.
엣셀
(리듬에 맞추는 게 꽤 어렵구나... 직원분들은 역시 대단한 거였어)
송
(정신없이 하다 보면 어느 새 다른 사람들하고 반대 방향이 되어 버리네. 조심해야겠어...)
사라사
(이 물, 이상한 냄새가 나. ...이건 마시면 맛없는 물이야)
실바
(꽤 후끈후끈하군. 역시 유카타비라로 갈아입길 잘했어)
유모미 시설 직원
자 마지막~ "영차!" 하는 소리에 맞춰서 다 같이 힘껏 물기둥을 만들어 주세요!
하나, 둘~
세 사람
영차~
사라사
좋았어! 으랴아아아아!
유모미 시설 직원
어...?
사라사가 유모미판을 휘두르자, 온천수가 마치 간헐천처럼 솟아올라 천장까지 닿은 후 시설 안에 흩뿌려졌다.
세 사람
아앗!?
유모미 시설 직원
......
엣셀
후후... 후후후...
송
우후후... 하하!
실바
하하핫! 이거 놀랐는걸. 알고는 있었지만 엄청난 괴력이야!
사라사
응? 왜 다들 웃는 거야?
엣셀
응... 신경쓰지 마. 그냥 즐거워서 그런 거니까.
영문을 몰라하는 사라사 곁에서 엣셀, 송, 실바는 한동안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2-2
*해당 에피소드는 "시스" 캐릭터의 가입유무로 시나리오가 변화합니다.
*편의상 가입하지 않은 버전으로 진행합니다.
퓐프
나루 언니도 할부지도 빨리빨리! 파워가 도망갈지도 몰라~!
나루메아
기다려, 퓐프쨩! 지금 갈게!
한편 그때, 퓐프와 나루메아, 옥토는 온천 거리를 나와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오르고 있었다.
퓐프
내가 일등~!
어라? 저기 찻집에 있는 건 혹시...!
니오
아...
퓐프
역시 니오구나~! 우연이네! 여관에 있는 줄 알았는데.
니오는 인간의 감정을 선율화하여 들을 수 있는 특수한 귀를 가졌으며, 감정을 직접 흐트러뜨리는 연주가 특기인 연주가이다.
니오
응... 뇌운 소리가 커서 무섭길래 방에 있었어.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길래 여관 주인 아주머니가 추천한 풍경을 보러 온 거야.
퓐프
그랬구나! 모처럼 여행 왔는데 익숙해졌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니오가 들고 있는 그건 과자야?
니오
"라쿠간"이라는... 밀가루를 쓴 설탕 과자래. "인연을 묶어주는 바위"의 모습을 하고 있어.
니오는 둘로 나뉘어진 큰 바위를 가리켰다. 바위 사이로 갈라진 틈이 길로 만들어져,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퓐프
바위 엄청 크다~ 할부지보다 3배는 크겠어!
니오
저기를 빠져나가면 레비온 왕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되게 예쁘더라.
퓐프
오~ 그럼 저기가 파워 스팟인 거구나!
니오
파워 스팟...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네.
옥토
떠들썩하다 싶었더니 니오였나.
니오
역시 같이 있었구나...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
나루메아
처음 보네! 나루메아야. 잘 부탁해!
니오
아... 안녕하세요. 니오예요...
퓐프
할부지, 나루 언니! 파워 스팟은 저기래! 빨리 가자!
니오
난 슬슬 돌아갈게. 아, 그리고 이거 괜찮으면 가져가.
옥토
흠.
니오
이 장소에 대한 팜플렛이야. 차 주문했을 때 받았어. 그리고 찻집에서 스탬프도 찍어주니까 스탬프 모으고 있으면 들렀다 가.
나루메아
친절하게 가르쳐 줘서 고마워! 나중에 들러볼게!
니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퓐프 일행이 막 올라온 바윗길로 내려갔다. 세 사람은 니오와 헤어진 후 거대한 바위 틈새의 좁은 길로 들어섰다.
퓐프
오~ 분위기 있다!
아! 나루 언니, 그러고 보니 여기엔 어떤 파워가 있어?
나루메아
팜플렛 확인해 볼게. 어디... 이 바위는 번개 때문에 두 개로 갈라졌다나 봐. 그치만 원래 있던 곳에서 굴러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았고. 그래서 이 바위에는 지금의 인연을 끊어지지 않게 해 주는 효과가 있대!
옥토
그저 여기에 있을 뿐인데 인연을 이어주는 힘을 낸다라... 우연히 만들어진 모습에 매달리는 것인가.
나루메아
계기는 우연이었다고 해도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면 진짜 힘이 깃드는 일도 있지 않을까?
퓐프
그러며언~ 여기서 파워를 받으면 나랑 나루 언니랑 할부지도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어?
나루메아
응! 틀림없이 그럴 거야!
퓐프
신난다~! 나 엄청 열심히 파워 모을게!
나루메아
그래! 다른 사람들한테도 나눠줄 수 있을 정도로 잔뜩 모으자!
그리고 바위 틈을 빠져나오자...
퓐프
우와~ 엄청나! 레비온 거리가 다 내려다보여!
나루메아
와~ 절경이다...
옥토
장관이로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천연 전망대가 있었다. 울타리 건너편으로는 세인트 레잔 성부터 성 아래의 마을, 온천 거리까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퓐프
오~ 저기가 온천 거리지? 엣셀이랑 다 저기 있는 걸까?
엣세엘~ 시에테에~ 우노!
나루메아
단장쨩~! 언니 여기 있어~ 들려~?
퓐프
아하하! 메아리가 대신 대답해 줬어!
아! 맞다. 나루 언니, 파워 모아야지! 파워!
나루메아
응!
나루메아는 퓐프와 나란히 서서 절경 쪽을 향해 양 팔을 벌렸다.
퓐프
파워~!
나루메아
파워~~!
옥토
기묘하구나.
퓐프
빨리! 할부지도 도와줘! 이렇게, 이렇게!
옥토
......
나루메아
이럴 땐 분위기 맞춰주는 거야. 옥토도 같이 해 줘. 부탁할게!
옥토
아이들의 놀이란 특이하구나. 허나 거스를 이유도 없으니, 그렇다면...
파앗!!!!
나루메아
후후후, 느낌 좋은걸!
퓐프
셋이서 모았으니까 나랑 할부지랑 나루 언니는 계속 같이 있을 수 있겠다!
나루메아
응! 계~속 같이 있자!
나루메아는 기쁜 듯이 심호흡을 하더니, 문득 절벽 아래로 펼쳐진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나루메아
산에는 몇 번이나 수행하러 온 적 있지만, 이런 식으로 풍경을 내려다본 적은 없었어. 하늘은 사실 이렇게나 넓구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는 풍경은 더욱 특별하고.
퓐프
헤헤~ 무엇보다도 파워가 있는걸!
나루메아
후후후... 셋이 같이 여행온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앞으로도 여러 군데를 다녀보고 싶다.
퓐프
가자 가자! 할부지도 약속해! 자, 손가락 걸고 약속~!
옥토
아이가 가는 길을 지켜보는 것도 자신의 길을 밝히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겠지.
퓐프
우~ 할부지 손가락 너무 굵어서 걸기 힘들어... 몰라! 그냥 손으로 쥘래!
나루메아와 퓐프는 같이 웃으며 옥토의 손을 잡고 약속을 나눴다.
나루메아
있지, 이제 다 같이 찻집 가면 어떨까? 스탬프도 모으고 싶으니까!
퓐프
좋아~! 과자 먹으면서 한숨 쉬자~!
절경을 만끽한 세 사람은 다시 바위틈새를 빠져나가 찻집으로 향했다.
2-3
퓐프 일행이 찻집에서 느긋하게 쉬는 사이, 단장 일행은 온천 거리에 있는 공방의 탁자에 작은 모형들을 늘어놓고 있는 중이었다.
루리아
이거 보세요! 그랑사이퍼 갑판을 만들어 봤어요!
시에테
한가운데 서 있는 건 단장쨩이랑 루리아쨩인 거야? 잘 만들었네!
비이
내 것도 봐 줘! 사과 동산 만들었어!
시에테
좋은데! 아, 혹시 나무 밑에 있는 이 빨간 도마뱀은...
비이
어디가 도마뱀 같은데! 뭐, 드래곤 모형은 없길래 고양이를 빨갛게 칠하긴 했지만...
카토르
저도 모형 다 배치했습니다만, 이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 거였죠?
공방 기술자
배치 끝내셨으면 이제 저희가 "뇌화정"을 집어넣고 원형 커버 글라스로 고정해요. 그렇게 하면 세계에서 하나뿐인 선더 돔이 완성되는 거랍니다!
루리아
둥근 유리 안에 작은 세계를 만들어서 장식한다니 정말 멋지네요!
비이
심지어 그 뇌화정인가 하는 돌 덕분에 유리 안에서 번개가 친단 말이지?
공방 기술자
네! 탁자에 올려놓고 마력을 살짝 주입하면 정전기가 파직파직 일어난답니다.
카토르
마력을 주입하는 것만으로요? 신기한 돌이 다 있군요.
공방 기술자
레비온에서는 옛날부터 지팡이 재료로 이용되었던 돌이에요. 선더 돔에 사용하고 있는 건 무기를 가공할 때 떨어져나온 조각이기 때문에 작긴 하지만 그 힘은 제대로랍니다!
루리아
아까 가게에 있던 선더 돔으로 하는 거 봤는데, 박력이 넘쳐서 깜짝 놀랐어요!
공방 기술자
그렇죠? 아, 모형은 특수한 소재로 코팅되어 있어서 정전기 때문에 부서질 걱정은 없답니다.
시에테
호오~ 여러 가지로 신경썼구나~ 그나저나 이야기하는 동안에 괜찮게 완성된 것 같아! 별무리 거리의 엣셀이랑 카토르야!
카토르
그런 걸 만들고 있었습니까? 별무리 마을이라면 저도 만들고 있긴 하지만요.
시에테
그치만 카토르는 무겐이랑 동생들만 집어넣느라 중요한 두 사람이 없잖아. 그러면 다들 화낼걸? 그러니까 둘만 있는 것도 만들어 봤지.
카토르
설마 그거 저희한테 주실 생각인 건가요?
시에테
응. 기념품으로 가져갈 거면 하나라도 많은 편이 좋지 않겠어?
카토르
뭐... 누님도 좋아할 것 같네요...
[다 됐다!]
시에테
오, 됐어? 단장쨩은 뭐 만들었어?
[장크틴젤 광장]
[그랑사이퍼에 내 방]
[레비온 성 아래 마을]
[안 가르쳐 줘!] -> 선택
시에테
뭐...? 안 가르쳐 주는 거야? 왜? 아까 루리아쨩한테는 보여줬으면서!
아, 완성되고 난 후를 기대하라고? 그렇구나. 그럼 내일 받아볼 때까지 기대하고 있을게.
카토르
순조롭게 다 완성됐군요. 한 사람만 빼고요.
카토르는 건너편의 시에테 옆자리에 앉아 있는 시스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시스
......
카토르
시스 씨. 당신 아까부터 손이 전혀 안 움직이던데요? 만들 생각 있는 겁니까?
시스
...뭘 만들면 좋을지 모르겠다.
비이
뭐든지 좋아! 여행하면서 봤던 장소라던가, 가고 싶은 곳이라던가!
시스
형태로 남기고 싶은 방문지는 없다. 목적지인 이스탈시아도 어떤 장소일지 모르겠고.
루리아
으음... 그런가요... 그럼 이번 여행에 관련된 걸 만들어 보시면 좋지 않을까요?
시스
이번 여행...?
공방 기술자
그런 분도 계시죠. 손님들은 내일 열릴 불꽃놀이 대회 보러 가시나요?
루리아
네? 불꽃놀이 대회가 있나요?
공방 기술자
네. 처음 열리는 거지만 온천 거리에 근접해 있는 강에서 개최될 예정이랍니다.
비이
불꽃놀이 대회라~ 그거 놓칠 수 없겠는데, 그렇지?
루리아
후후! 뭘 만들지 정해졌네요!
시스
그래.
공방 기술자
그러면 이쪽 불꽃놀이 무늬 시트를 쓰세요. 아직 시제품이긴 하지만 모처럼의 기회니까 드릴게요!
시스
그런가. 그럼 사양 않고 쓰도록 하지.
선더 돔 만들기 체험을 끝낸 단장 일행은 공방을 나와 온천 거리 중심가를 걷기 시작했다.
루리아
집중했더니 배가 고프네요! 뭔가 먹는 게 어떨까요?
시에테
오, 좋지! 그치만 저녁밥이 호화롭게 나온다는 것 같으니까 너무 배부르게 먹으면 안 된다?
루리아
알겠어요! 에헤헤, 아까 온천만쥬 먹었으니까 이번에는 포도... 꺄아악!
[루리아!]
정신이 팔려 있던 루리아는 지나가던 청년과 부딪쳤고, 단장은 당황해서 그런 루리아를 잡아 주었다.
지나가던 청년
......
루리아
부, 부딪쳐서 죄송해요!
비이
깜짝 놀랐네... 다친 덴 없어, 루리아?
루리아
네. 이 사람 덕분에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어요. 그나저나 방금 그 분, 누군가하고 닮지 않았나요?
비이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까 그 청년은 이미 사람들 틈에 섞여 보이지 않았다. 웬지 청년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단장 일행은 루리아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식당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
2-4
단장 일행이 온천 거리에서 산책을 하던 때였다. 거리 뒤쪽으로 들어선 골목에 두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알베르
온천 거리 조합장도 행복해 보이더군. 어느 구역이나 수익이 쭉쭉 솟아오르고 있다던데.
유리우스
이렇게 활기가 넘치니 당연하겠지. 슬슬 너무 혼잡해졌을 때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겠는걸.
알베르
레비온에 관광객이 이렇게 많이 오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유리우스
뭐, 폐하가 공들이는 모습을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알베르
네가 폐하에게 자료 수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고는 했지만, 폐하께서는 정말 많이 변하셨어. 대체 무슨 소리를 한 거야?
유리우스
딱히 특별하진 않은데. 그저 폐하의 말을 듣고 그를 뒷받침할 데이터를 함께 찾아드렸을 뿐이야. 공부 모임에서는 대책본부실장으로서의 의견도 내지 않으려고 하고 있지. 의논하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알베르
하지만 폐하의 교역도시화 계획은 아무래도 혼자 생각해내신 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한 방침이 세워져 있던데.
유리우스
그건 틀림없이 혼자서 생각해내신 거야.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게 5년도 전의 일이시라더군.
알베르
그렇게 예전부터?
유리우스
부왕께도 제안하셨다고 하던걸.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뭐, 그럴 만도 하지.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 나라에 있어서 폐하의 사고방식은 지나치게 참신하니까.
알베르
...그렇군. 그나저나, 의회에서의 폐하를 보고 있으면 놀랄 따름이다. 입을 여시기만 하면 그 자리의 분위기가 변하니까.
도시 제후
자료 내용은 확인하셨죠? 그래서 앞으로의 방침 말인데...
갈리아
온천 거리에 기술을 더 제공하자는 거군요... 확실히 지금까지의 투자가 결실을 맺어서 수익이 나오게 되긴 했습니다만...
지방 제후
이 정도의 수익이 있으면 온천 거리 쪽은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그보다 슬슬 저희 지역에도...
알베르
(역시 대대적으로 바꾸자는 의견에는 제후들의 표정이 좋지 않군)
유리우스
(그렇겠지. 이런 나라이니. 조금씩 바꿔나갈 수밖에...)
오드릭
......
도시 제후
폐하...? 왜 그러십니까?
오드릭
저기... 후우. 하.
레비온은 강한 나라입니다. 최강의 기사단이 있고, 그 무력의 힘을 빌려 나라를 이끌며 오늘까지 헤쳐올 수 있었죠. 그러한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허나 시대는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이 나라도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만 나갈 수는 없어요.
오드릭은 양 손을 꼭 쥐더니 머리를 깊이 숙였다.
오드릭
앞으로의 레비온에는 문화가 자라날 만한 토양이 필요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혜가 꼭 필요하고요. 부디... 저를 믿고 힘을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제후들
...!
갈리아
......
알베르
온천 거리에 국력을 결집시키자는 제안도 폐하의 한 마디에 만장일치가 나왔으니 말이지.
유리우스
왕께서 그렇게까지 나오시는데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렇기에 폐하는 위태로워. 분명 폐하가 하시고자 하는 말씀은 이해가 간다. 교역도시화 계획에 대해 들었을 때, 나도 이건 된다는 느낌을 받았고. 허나 유의미한 결과를 남기는 계획일수록 제후들은 더더욱 두려워할 거야. 앞으로 의회가 갖는 의미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
알베르
의회가 갖는 의미가 달라진다고?
유리우스
지금까지의 의회는 모두가 평등했어. 절대적인 주도자가 없었던 덕분이지. 허나 지금은 폐하가 의장으로 계신다. 출석자들의 파워 밸런스가 변해버린 거지. 언젠가는 "영광의 시대" 때처럼 모든 정책을 왕이 정하는 상황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군.
알베르
그건... 좋은 일인가?
유리우스
나라를 바꿔간다는 시점에서는 최적이겠지. 현재의 의회 체제에서는 정책 결정에 시간이 걸려. 의논과 절차가 필요하니까. 허나 소위 절대왕정 체제가 된다면 왕의 말 한 마디에 신속하게 일이 진행되고, 폐하께서 바라는 대로 나라를 만들어나갈 수 있겠지.
하나의 대에 나라를 번영시킬 수도, 쇠퇴시킬 수도 있게 되는 거다. 소위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어.
알베르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 두려워지는군...
유리우스
뭐, 그것도 걱정되기는 하지만 나는 다른 점이 마음에 걸리더군... 이 나라에는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자들이 꽤 있다. 그들 탓에 우리도 지금까지 고생해왔지 않나. 그런 그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알베르
...최악의 경우, 반란이 일어나겠지. 그렇군. 그렇기에 유리우스는 불꽃놀이 대회 당일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염려하고 있는 건가.
유리우스
불꽃놀이 계획은 폐하께서 밀어붙인 기획 중 하나다. 사고라도 일어나면 폐하의 평판이 떨어질 거야.
알베르
겉으로는 폐하의 시찰에 따르는 경비를 강화시키면서 사실은 불꽃놀이 대회를 무사히 개최시키기 위한 게 목적이니까.
유리우스
생각하면 할수록, 제노 공이라는 폐하의 절대적인 아군이 있어 줘서 다행이야. 왕실만을 주인으로 삼는 그는 주군을 위해서라면 나라의 적이 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왕을 지키기 위한 기사로서는 가장 적임자라 할 수 있지.
알베르
네가 제노 공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해왔을 때는 놀랐다만, 실제로 누가 폐하의 적일지는 알 수 없긴 하지.
유리우스
그래. 그렇기에 여기서 반 오드릭파를 조금이라도 적발해낼 수 있다면...
그때, 골목에서 중심가를 내다보던 유리우스의 시선이 앞을 걸어가는 한 청년에게 못박혔다.
유리우스
...!!
알베르
응? 왜 그래?
유리우스
아아... 방금 전하의 모습이 보였거든... 후우. 전하께서는 점점 부왕과 닮아가시는군. 무심코 긴장해 버릴 정도야.
알베르
그럴만도 하다만... 그나저나 전하께서 어째서 온천 거리에?
유리우스
글쎄다. 그저 관광하시는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다만...
저도 모르게 배어나온 식은땀을 닦으며, 유리우스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
...와 있었나.
갈리아
이거 전하 아니십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
갈리아
예. 그 계획 건이라면 저희 우수한 부대가 빈틈없이 맡고 있습니다. 전하의 시찰에 맞춰 기사단 일부가 감시하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온천 거리 바깥쪽은 경비도 느슨하거든요.
???
그런가. 그럼 내일 아침, 너희들이 늑대 남자를 처리하자마자 나는 형님과 접촉하겠다.
갈리아
드디어 전하를 폐하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다가오는군요. 아아, 얼마나 이 날을 기다렸는지...
???
흥...
청년은 건물 중앙으로 발을 옮기더니, 여기저기 빛이 바랜 투기장을 돌아보았다.
갈리아
그나저나 전하도 멋을 아시는군요. 형님과의 진검승부 장소로 이 투기장을 고르실 줄이야. 여기는 영광의 시대 때 긍지높은 전사들이 맹렬히 싸우며 관객들을 흥분시켰던 유서깊은 투기장이죠. 지금은 천장이나 벽이나 다 낡아빠졌지만, 그 옛날에는 타국의 건축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훌륭한 장소였다고...
???
옛날 얘기에는 관심 없다. 두 번 다시 꺼내지 마라.
갈리아
아, 예... 죄송합니다.
???
나는 그저 아바마마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나라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연약한 왕 따위 용서할 수 있겠는가... 형님의 잘못은 내가 바로잡겠다! 이 빅토르 레비온이 말이다!
그는 눈동자 속의 투지를 불태우며 소리 높여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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