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뒤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스포일러 주의

 

 

 


당신이 없는 세계
A World without You

 

 




코스모스와 세계의 조정을 둘러싼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조이
...... 뭘까, 이...

비이
아, 여기 있다!

루리아
조이쨩~ 찾고 있었어요~!

조이
비이, 루리아, 단장. 무슨 일이지?

루리아
네! 곧 다음 섬에 도착하거든요. 그래서 쇼핑할 겸 이오쨩이랑...

조이쨩?

조이
응? 왜 그러지?

루리아
아뇨, 그... 뭐랄까. 멍하니 있는 것처럼 보여서요. 어디 아픈 데라도 있나요?

조이
그래... 응. 상태가 별로인지도 모르겠다.

루리아
네에? 그거 큰일이네요! 야, 약이랑 의사 선생님을...!

비이
진정해, 루리아. 그래서 삐죽머리 아가씨는 어디가 아픈 건데?

조이
음...

루리아
알려주세요, 조이쨩.


루리아와 단장이 얼굴을 들여다보자, 조이는 난감하다는 듯이 쓰게 웃었다.


조이
미안하다. 말하기 곤란한 건 아니다만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군. 뭐랄까, 이 근처가...


조이는 손바닥을 자신의 가슴에 살짝 갖다댔다.


조이
이상하게 텅 빈 느낌이라...

루리아
텅 빈 느낌이요?

조이
원인은 대충 알 것 같다.

비이
병은 아닌 거야?

조이
그래. 아마도... 코스모스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코스모스의 대행자로서 이 몸을 얻은 나는 언제나 항상 코스모스와의 링크를 느끼고 있었다.

루리아
링크... 코스모스 씨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인 건가요?

조이
그렇지. 루리아와 단장도 생명의 링크로 이어져 있지 않나?

루리아
네. 어쩌면 비슷한 감각일지도 모르겠네요.

조이
나는 코스모스와의 링크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자각했고, 또한 행동을 제한당하기도 했었는데... 그게 갑자기 없어지고 말았다.

비이
그래서 상태가 별로인 거야?

조이
그런 것 같다.

루리아
조이쨩...

조이
걱정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몸이 이상한 것은 아니니 곧 익숙해질 거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루리아를 달래려는 듯, 조이가 미소지었다.


루리아
저기... 지오 씨랑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비이
아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루리아! 그 녀석이 너랑 이 녀석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얘기해 줬잖아!

루리아
네, 그치만... 지오 씨도 조이쨩처럼 원래는 코스모스 씨의 화신이었잖아요. 그러니까 어쩌면 같은 느낌을 받고 있지 않을까 하고...

조이
그렇지...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루리아
아! 그치만 지오 씨가 어디에 계시는지 알 수가 없네요...

조이
아니, 아마 알 수 있을 거다. 코스모스와의 링크는 없어졌지만 지오의 기운은 느낄 수 있다. 희미하게 느껴지긴 한다만... 찾아낼 수 있을 것 같군.

루리아
그렇군요! 그럼 라캄 씨한테 행선지를 바꿔달라고 해서...

조이
아니, 잠깐 기다려. 지오에게는 나 혼자 가겠다.

루리아
네에? 혼자서요?

비이
그래도 괜찮겠어?

조이
문제 없다. 지금 그와 내가 싸워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조이
겨우 찾아냈군, 지오.

지오
...조이? 네가 어째서...

조이
꽤 오래 찾았다. 이런 산 속에 있을 줄이야.

지오
인간이 없는 곳을 찾아다녔거든. 하지만 너랑은 관계 없잖아? 아니, 그보다 이렇게 마을에 멀리 떨어진 산골짝까지 나를 찾으러 온 거야? 수고가 많으시군. 무슨 일인데?

조이
그래...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다.

지오
흐음?

조이
나는 최근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만...

지오
그런 건 내가 아니라 의사한테 말하지?

조이
아니. 이건 의사를 찾아갈 만한 증상이 아니다.

지오
(...농담이니까 진지하게 대답하지 말라고. 애초에 성정수가 의사를 찾아가 봤자 아무 의미도 없잖아)

조이
뭐라고 했나?

지오
딱히. 그래서 뭔데? 상태 별로라며. 왜 나한테 보고하는데?

조이
너도 나와 같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지오
...뭐?

조이
가슴 근처에 텅 빈 느낌이 든다. 계속 연결되어 있던 코스모스와의 링크가 사라졌기 때문에. 아직 새로운 자신에게 적응하지 못한 것이라고는 생각한다만... 너도 나와 같은 입장이지 않나. 그러니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

지오
...난 그런 느낌 없어.

조이
그런가... 너도 나와 같다면 뭔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오
...뭐,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거 보통 외롭다고 하는 거 아냐?

조이
외롭다?


조이는 눈을 크게 뜨고 지오를 바라보았다.


지오
지금까지 계속 있던 것이 없어진 거잖아. 쓸쓸하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나?

조이
코스모스가 사라져서... 쓸쓸하다고?

지오
그렇다고는 해도 코스모스를 없앤 장본인은 너와 특이점이지. 외롭게 느껴졌다고 해도 자업자득이야.

아니면 너, 혹시 후회하고 있어?

조이
후회...?

지오
특이점을 선택해서 코스모스를 소멸로 몰아넣었던 거 말야.

조이
그건 절대 아니다.


강한 어조로 잘라 말하는 조이 앞에서 지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지오
...알고 있어. 그때 너는... 설령 자신이 사라진다고 해도 세계와 특이점을 선택하는 데에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지.

조이
그래. 나는 결국 이렇게 세계에 존재를 남길 수 있었다. 앞으로도 분명 후회는 없을 거다.

지오
그럼 외롭다느니 뭐니, 응석부리면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찾아오지 마. 부모한테서 독립 못 하는 자식 같잖아.

조이
부모, 자식... 후훗.

지오
왜 웃는데?

조이
인간같은 소리를 한다 싶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네가 말이지.

지오
...시끄러워.


지오가 고개를 홱 돌리는 것을 보며 조이는 또 다시 작게 웃었다.


조이
그나저나, 너를 만나러 온 것은 역시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가슴의 이 텅 빈 느낌이 "외롭다"는 감정인 것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남은 건 이 외로움을 어떻게 이겨내는가인데...

지오
외로움을 이겨내려고 하면 답도 없어.

조이
지오?

지오
외로움이라는 건 이겨내는 게 아냐. 사실은 다른 무언가로 채울 수 있는 것도 아니지. 곁에 있어주면서 천천히... 옅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조이
그런가...

(너는 그렇게 해서 성정수들의 외로움에 다가서려고 했던 거구나...)

지오
그리고 좀 외롭다고 해도 괜찮잖아. 우리가 코스모스를 잃은 건 사실이니까. 성정수에게는 사실 부모자식 같은 관계가 없지만, 나와 너에게 있어서는 어쩔 수 없이 코스모스가 특별한 존재니까... 그러니 분명 네 외로움도 특별한 거겠지.

조이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군. 고맙다, 지오.

지오
감사받을 일 없어.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난 지금도 특이점이 진자 싫어. 네가 아무리 태평하게 동료라면서 달라붙어 있어도, 난 싫다고. 인간도, 특이점도.


지오가 내뱉는 말을 들으며, 조이는 미움보다도 안타까움을 강하게 느꼈다.


지오
...하지만 너는 성정수니까. 특이점 녀석들한테 정 떨어지면 언제든지 찾아와. 나는 네... 형제니까.


지오는 등을 휙 돌리더니 앞으로 걷기 시작했지만, 조이는 그런 그를 불러세우려 하지 않았다.


조이
지오... 지금이라면 왠지 알 것 같다. 너나 나난 세계에 가득한 "바람"에서 태어난 존재지. 바람이란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 코스모스는 무정한 시스템으로서 존재하고자 너무 무거운 마음에 등을 돌렸으나... 결국 코스모스의 다정한 모순은 우리를 세계에 태어나게 해 주었어. 그러니 나는...

외로움과, 기쁨과... 모순되는 마음을 품은 채 살아가겠다. 코스모스가 보고 싶어했던 하늘의 세계의 미래를. 이 몸으로 확실히 느끼기 위해서.

 

 

 


조이는 "외로움"이라는 형태를 통해 새로이 코스모스의 존재를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함께 걸어갈 동료들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