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큭... 특이점, 그리고 조이. 훌륭하다... 이걸로 나의 역할은 끝났다. 깨끗하게 세상에서 사라지도록 하마.

오이겐
좀 늦은 질문이지만, 원래라면 죽일 수 없는 성정수인 너를 소멸시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거지?

코스모스
특이점이 특이점이기 때문이다. ...라기보다도 그것이 세계의 이치이기 때문이겠지. 코스모스라는 조정의 힘은 세계에 의해 소멸될 수 있다.

오이겐
그런 거냐...


큰 승리를 앞두고도 일행들의 얼굴에서는 웃음 한 조각 찾아볼 수 없었다.


조이
...어째서 슬픈 표정을 짓지. 너희들이 승리했는데.

비이
그야 기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왜냐면 네가...

조이
이미 말했잖나. 이것은 내가 바란 것이자 단 하나의 바람이다.

세계를 지키고 싶었다. 너희들이 웃어주길 바랐으니까. 그러니...

루리아
조이쨩...!!

조이
루, 루리아...


루리아가 조이에게 달려들어 껴안자, 몇몇 동료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이오
싫어, 조이...!

조이
곤란한걸. 나는... 너희들이 웃어주기를 바라면서도, 이렇게 너희들이 나라는 존재를 아쉬워해 주는 것에 기쁨을 느껴버리고 만다. 어째서일까...

코스모스
마음이라는 모순되는 것이라고 하더군.

조이
코스모스...?

 

 

 


코스모스
조이와 지오. 너희들은 모순된 세계의 바람에 응하여 태어난 존재들. 그와 동시에 모순된 나의 마음에서 떨어져나온 조각. 그런 너희들이 각자 하나의 존재로서 또 새롭게 모순된 마음을 품고 있다니...

......


코스모스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살풋 웃듯이 숨을 내뱉었다.


코스모스
...특이점. 그리고 이 하늘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자들이여. 세계는 앞으로 별이 만들었던 조정의 천칭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혼돈일지도 모르며, 더욱 두렵고 슬픈 끝을 향해 나아가는 길일지도 모른다. 

허나 그것은 세계가... 아니, 너희들이 쟁취한 길이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여 역할을 내려놓으마. 너희들도 각오하며 나아가도록.

비이
그런 각오라면 이미 오래 전에 했는걸. 우린 세계를 다 돌아보고 그 끝에 있는 이스탈시아까지 갈 거니까!

루리아
그러게요. 각오라고 할 만큼의 무거운 것이라기보다는 좀 더... 두근거리는 듯한?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여행하고 싶어요.

코스모스
그런가... 그것이 너희들의 강점일지도 모르겠군.

루리아
저기... 코스모스 씨.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코스모스
푸른 소녀 루리아여. 뭐지?

루리아
저와 이 사람이 한번 죽었을 때... 그냥 고르라고 말씀하시거나 되돌려버리지 않고 이 세계에 일어났던 일을 잔뜩 보여주셨던 건 왜인가요...?


루리아의 물음을 들은 코스모스는 색깔이 서로 다른 두 눈을 깜빡였다.


코스모스
선택이란 무거운 것이다. 세계를 걸고 선택해야 하는 너희들에게는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수많은 생명, 수많은 바람, 수많은 역할에 속박되어 농락당하는 이 세계가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를.

...이라고 유니가 말해주지 않았나?

루리아
네, 들었어요. 하지만... 잔혹하거나 슬프기만 하지는... 않았거든요. 이것도 유니쨩이 말해준 거지만요.

 

 


???
...

코스모스
...그래. 나는 아마 알아줬으면 했던 것 같다. 알고 난 후에 받아들여 줬으면 했다. 서로 다른 생명들이 이 세계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마침내 대답에 다다른 코스모스는 이번에야말로 미소지었다.


코스모스
그것이 받아들여진 후의 무구한 세계를 이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조이
...그렇지. 나도 그것이 안타깝다.

코스모스
조이와 지오여. 그렇게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조이
뭐...?

지오
......

코스모스
곧 알게 될 것이다.


코스모스가 오른손을 살짝 들어올렸다.


코스모스
잘 지내기를... 언젠가 나의 화신이었던 자들이여.

조이
코스모스!

 

 



조이가 뻗은 손이 닿기 직전, 코스모스는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사티로스
사라져 버렸어...

메두사
하지만 조이는...

조이
......

루리아
조이쨩!


루리아는 조이를 꽉 껴안고 그 몸을 확인해 보기를 반복했다.


루리아
어디 이상한 데는 없나요? 확실히 여기에 있는 거죠?

조이
그, 그래... 어디 이상한 데는 없다만, 어째서...

지오
남은 건 나와 너뿐인 모양이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타쿠
다른 대행자들은 사라져 버렸다는 뜻인가?

조이
그런 모양이다...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라캄
기쁘다면 기쁘다고 할 만한 사태다만... 어떻게 된 거지? 조이는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로제타
글쎄...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코스모스는 자신의 마음에서 떨어져나온 두 사람이 새로운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었지. 조이쨩과 지오가 코스모스의 화신이 아니라 독립된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였던 건 아닐까.

조이
이 마음이 증거라고...

루리아
그러면서 이름으로 불러 주셨었죠.

비이
그러고 보니 그렇네. 조이, 지오라고...

카타리나
코스모스는 자신과 다른 존재임을 확인하는 의미를 담아 그렇게 불렀던 것인지도 모르겠군.

로제타
아니면 코스모스에게 그렇게 불림으로 인해 다른 존재로서 성립했다던가... 뭐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기적같은 느낌이네.

루리아
네... 정말 다행이에요...! 조이쨩!

조이
후후... 루리아, 너무 꽉 껴안았다.


드디어 안도한 일행은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지오
......

조이
지, 지오!


그대로 아무 말 없이 사라지려던 지오를 조이가 불러세웠다.


지오
...뭐지?

조이
어디에 가는 거냐?

지오
너희들하고는 상관 없잖아.

메두사
뭐야! 지금까지 네가 한 짓을 생각하면 아~ 그래요 잘가요~ 하고 보내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지오
걱정하지 않아도 지금 특이점을 죽이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아.

나타쿠
그건 "지금은" 이라는 뜻이냐?

지오
......

바알
여기서 막는 게 낫지 않겠어?

조이
기다려 다오, 나타쿠. 바알. 지금은... 그냥 보내주지 않겠나? 나도 같은 상태라 알 수 있지만, 지오는 지금 계속 지고 있던 역할을 잃어버린 상태다. 얼마간은... 그대로 둬 줬으면 좋겠다.

지오
동정이라니... 상대가 네가 아니었으면 용서하지 않았을 거야.


지오는 괴로운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렸으나,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프레이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그때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프레이가 입을 열었다.


메두사
프레이, 당신 아직도 저 녀석한테...!

사티로스
발드르 군을 일으킬 방법... 같이 찾아주지 않는 거야?

프레이
발드르에 대해서는 아직...

지오
안 와도 돼. 지금의 날 따라와 봤자 넌 구원받을 수 없어. 아무 메리트도 없잖아?

프레이
그래도 따라가겠습니다.

지오
아니 그러니까...!

프레이
당신이 나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외로움을 메워 주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아주 잠깐의 속임수였다 해도. 그리고 그렇기에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사실은 당신 자신이 누구보다도 외로웠다는 사실을.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지오
프레이! 아냐... 나는...!

프레이
당신 안에 있던 나는 알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함께 가겠습니다.

지오
......

마음대로 해.

프레이
예.


프레이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지오 곁에 섰다. 일행은 그런 두 사람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라캄
...정말 그냥 보내도 되는 거야?

메두사
내버려 둬도 상관없지 않겠어?

비이
오~? 니가 제일 화낼 줄 알았는데.

메두사
흥. 귀찮아졌을 뿐이야. 뭐, 또 싸우자고 덤비면 멋지게 반격해 주겠지만!

사티로스
후후! 또 만나러 와 줬으면 좋겠다.

메두사
넌 너무 느긋하다니까...

오이겐
뭐 그래도, 서로가 마음에 안 든다던가 의견이 맞지 않는 건 인간들끼리도 흔히 있는 일이니까.

나타쿠
그렇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성정수, 성정수와 성정수... 어디서나, 언제서나 대립은 일어날 수 있다.

바알
불협화음이 어떤 일을 계기로 조화로워질 수도 있는 일이고.

사티로스
메두쨩도 그렇게 말했었지. 성정수나 인간이나 같은 세계에 살아가고 있고, 세계는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조이
그래, 정말로... 세계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존재한다. 수많은 생명은 수많은 바람을 낳고, 때로 대립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자신의 손으로 해결의 길을 찾아 나아가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이자,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계겠지.

루리아
네. 함께 걸어가요, 조이쨩.

조이
그래, 함께...!

 

 



이렇게 세계는 새로운 길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별에서 떨어져나온 생명과 하늘에 태어난 생명을 함께 품고, 더 이상 조정의 인도 없는 푸른 하늘을. 무한한 미래를 향해서.

 

 

 

 

별이 남긴 아이, 하늘이 사랑한 아이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