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하늘의 미래편
제1화 조정의 진실
Truth of Arbitration
비이
우... 으흐흑... 루리아아...!
이오
정신 좀 차려 봐...!
안 돼. 회복의 힘을 아무리 불어넣어도 전혀 마력이 전달되질 않아...!
카타리나
안 돼... 역시 루리아도...!
로제타
두 사람은 생명의 링크로 이어져 있었으니까...
비이
왜... 대체 왜냐고! 눈 좀 떠 봐! 으아아아!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단장과 루리아에게 달라붙은 비이가 비통하게 외쳤다.
이오
...거짓말이지? 둘 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로제타
......
이오
아니지!?
디 오더 그랑데
......
라캄
제길...! 대체 왜 이런 일이...
오이겐
아무튼 다른 녀석들도 불러와서...
메두사
잠깐! 이게 대체 무슨 난리야!
사티로스
꺄악!
나타쿠
단장과... 루리아?
바알
고동이... 멈춰 있잖아?
갑판에서의 소동을 감지하고 나타난 메두사 일행은 참상을 목격하고 얼어붙었다.
메두사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이오
단장이랑 루리아가 눈을 뜨지 않아... 숨을 쉬질 않아!
바알
어째서 그렇게 된 거냐?
라캄
저 녀석이... 조이가 갑자기 공격했다고!
네 명
!?
메두사 일행은 일제히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메두사
너어!
디 오더 그랑데
......
메두사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봐! 설마 동료한테 손을 댄 거야?
디 오더 그랑데
나는 세계의 의지를 체현하는 자. 그저 조정을 수행했을 뿐이다.
메두사
뭐? 무슨 소린지 모르겠거든!
나타쿠
진정해라, 메두사.
메두사
이거 놔 나타쿠! 넌 지금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아? 단장이 당했다고! 인간은 연약하니까... 죽으면, 진짜 죽는단 말야...!
사티로스
메두쨩...
나타쿠
아무튼... 저 녀석은 구속해야겠군.
바알
찬성이다. 이 이상 배의 동료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그야말로 단장을 볼 면목이 없을 테니.
메두사
...실수로 때려눕힐지도 몰라.
바알
어느 정도는 상관없겠지.
메두사
그럼 얌전히 있...
조이
단장! 루리아!
이오
어...!?
푸른 하늘을 가르며 갑판에 나타난 "또 한 사람"의 모습에 모두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조이
어떻게 된 일이지?
디 오더 그랑데
......
카타리나
조이가... 둘?
메두사
뭔데! 왜 이렇게 머리 아픈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건데!
사티로스
어느 쪽이 조이쨩인 거야? 단장님을 다치게 만든 건 조이쨩이 아니었던 거야?
조이
너는...
디 오더 그랑데
......
오이겐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줄 수 있겠어? 조이... 맞지?
조이
...이 배에서 조이라고 불리던 자는 내가 맞다.
비이
그럼 저 녀석은 누군데... 이 녀석을 죽인 건 누군데!
조이
그건...
카타리나
조이, 알고 있는 게 있으면 이야기해 다오. 우리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조이
......
바알
그러고 보니, 너는 예전에도 뭔가를 말하려다 말았었지?
[회상]
루리아
...그러고 보니 코스모스, 라는 건 무슨 말일까요?
조이
그 자가 뭔가 말한 건가?
루리아
네. 없어지기 전에. 혼자 중얼거리듯이 한 말이지만, 왠지 마음에 걸려서요...
조이
......
미안하다, 나도 모르겠어.
루리아
그렇군요.
비이
뭐 없어지기 직전의 녀석은 상태도 이상하고 말하는 것도 지리멸렬했으니까.
조이
...미안하다.
루리아
왜 조이쨩이 사과하는 건가요?
조이
......
(모든 걸 말해줄 수 없는 나를 용서하기 바란다...)
나타쿠
뭘 숨기고 있지?
사티로스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거야?
조이
나는...
메두사
됐어. 귀찮기도 하고 시간만 낭비야! 여기 있는 조이도, 조이랑 완전 닮은 저 녀석도 둘 다 붙잡으면 돼. 때려눕힐 상대가 둘로 늘어났을 뿐이라고. 어떻게든 진상을 불게 만들어 주겠어...!
사티로스
메두쨩, 그런 난폭한 짓은...!
조이
...?
(코스모스와의 링크가 약해져 있어... 코스모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니면 지금 이 사태가 연관되어 있는 건가...)
조이
......
디 오더 그랑데
......
조이
(뭐가 됐든 지금이라면...)
사티로스
저기, 조이쨩! 정말 아무 말도 안 해줄 거야? 이대로라면 우린...
조이
알겠다. 말하지.
로제타
뭘 얘기하려는 건데?
조이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그녀와의 관계도.
디 오더 그랑데
......
???
......
꿈결을 헤매이고 있던 한 성정수의 의식이 긴 시간을 거쳐 각성했다.
???
...때가 왔나. 루시펠이여... 너와 나눈 약속은...
9-2
조이
정확히 말하자면... 저기 있는 그녀와 나는 성정수라 할 수 없다.
이오
뭐? 지금까지 성정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이
성정수의 본체가 아니라고 해야 할까? 다른 모든 성정수들처럼 코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다.
메두사
그건... 메두시아나랑 좀 비슷하네. 메두시아나한테도 코어는 없고 나랑 두 언니들한테서 파생된 존재거든.
로제타
그럼 메두시아나에게 고르곤 3자매가 있는 것처럼... 조이쨩. 당신한테도 별도의 본체가 있다는 뜻일까?
조이
그래. 우리 본체의 이름은 코스모스다. 2천년도 더 된 옛날에 별의 세계에서 만들어져 긴 시간 동안 하늘의 세계를 지켜본 성정수지.
라캄
2천년이라면... 천사인지 뭔지랑 비슷할 정도로 오래된 거 아냐.
사티로스
그런 성정수가 있었다니...
조이
창조주로부터 코스모스가 부여받은 역할은 하늘의 세계의 조정.
오이겐
조정이라니... 다툼이나 뭐 그런 것들을 중재하는 성정수다 이건가?
메두사
그런 녀석이 정말로 있었다면 패공전쟁은 왜 그렇게 오래 끈 건데. 후다닥 중재했으면 좋았을 거 아냐.
조이
아니... 코스모스가 관장하는 조정이란 더 고차원적인 계층에 속한다. 하늘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자들의 손에는 버거울 정도로 거대한 오류를 해소하는 것. 막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을 위기의 흐름을 수정하는 것. 세계의 존속을 위협할 정도로 강대한 위협을 배제하는 것.
카타리나
그렇다면 그녀가 단장을 "세계의 적"이라고 부른 건...
조이
......
메두사
패공전쟁은 손댈 가치도 없는 거였고, 단장은 그냥 둘 수 없는 위협이었다 이거야? 대체 그게 무슨 기준인데?
디 오더 그랑데
특이점은 세계를 뒤흔들 위협. 세계를 위해 배제해야만 한다.
바알
그 판단 기준을 묻고 있는 거다만?
디 오더 그랑데
......
오이겐
또 다시 침묵했군.
메두사
이해가 안 가. 지금 당장 그 코스모스라는 녀석을 이리 데려와! 직접 추궁해줄 테니까!
메두사의 험악한 태도 앞에서도 조이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조이
그건 불가능해.
사티로스
어째서?
조이
코스모스는 만들어진 이후 줄곧 별의 세계에 감춰진 채니까. 그러니 여기에 모습을 드러낼 수는...
로제타
하늘의 세계와 별의 세계 사이의 길은 기본적으로 닫혀 있지.
사티로스
그럼 여기로 올 수는 없겠네...
조이
그 대신 우리가 있다. 나도, 저기 있는 그녀도... 코스모스의 힘의 대행자로서 조정을 수행하기 위해 하늘의 세계에 현현한 거다.
나타쿠
설마 예전에 고전장의 섬에서 만난 지오도 그런 존재인가? 그 녀석도 "코스모스"라는 말을 입에 올렸었지.
[회상]
지오
왜... 어째서... 하지만 이건 절대적인 의지야... 나의 존재의의, 세계의 조정... "코스모스"여...
조이
나는 그 자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지만, 아마도 그럴 거다.
메두사
그 코스모스라는 녀석은 뭐 하는 녀석이야? 조이도, 지오도, 저기 있는 저 녀석도... 말하는 것부터 행동까지 제각각 전혀 다르잖아. 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거야?
조이
우리 대행자의 행동이 어떻게 비춰지든 코스모스의 역할은 하나. 하늘의 세계를 조정하는 것뿐이다.
메두사
거기에 일관성이 전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잖아!
조이
내가 거기에 대해서 설명하기는 힘들다. 애초에 우리의 현현, 그리고 각자의 행동은 코스모스 자신의 의지와는 분리되어 있다. 우리가 하늘의 세계에 나타나게 된 것은 자동적으로 순환하는 시스템에 의한 것... 거기에 코스모스 자신의 의지는 개입되지 않는다.
이오
그거 너무 무책임한 거 아냐? 자기는 계속 별의 세계에 숨어 있는 채로 하늘의 세계에는 직접 나타나지도 않으면서, 의지도 개입되지 않는 시스템을 써서 건방지게 조정이니 뭐니 한다는 거야?
조이
이오... 미안하다.
조이가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조이
너희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스템에서 발생된 것이기는 하나, 나는 이 하늘의 세계에 현현하여 너희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하늘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감정을 알게 된 지금은 알 수 있다. 그 아픔도, 고통도, 슬픔도...
허나 그렇기에 코스모스는 별의 세계에 홀로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이겠지.
이오
그게 무슨 소리야?
조이
조정은... 누구에게도, 어떤 감정에도 좌우되지 않고 평등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9-3
코스모스가 눈을 뜬 것은 하늘의 세계에서 특이점이 파괴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코스모스
조정이 행해지고 말았다. 특이점은 세계에서 배제되었다. 그러나... 세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군. 게다가...
...... 이 모든 것은 그때 세계에서 격리되는 것을 택한 것 때문인가. 루시펠이여... 마음이란 이다지도 무거운 것이다. 그러나 나를 심판해 줄 너는 이미 없구나.
그렇다면...
코스모스를 따르던 2마리의 드래곤의 형태가 천천히 녹아내리더니 한 소녀의 모습으로 변했다.
유니
......
코스모스
나를 돕는 자여... 내 대신 특이점의 의지를 물어 다오.
유니
...알겠습니다, 주인이여.
코스모스
하늘의 세계, 코스모스라는 조정의 힘, 그리고 특이점. 무엇이 올바르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남은 것은 전부 사라져야 하는지.
그리고 그 대답이 나올 것이다.
루리아
세계, 코스모스, 조정의 힘...
유니
그 옛날, 코스모스는 역사의 끝에서 언젠가 나타날 특이점을 걱정하고 두려워했어. 그것은 세계라는 천칭을 외부에서부터 뒤틀어버릴 정도의 존재일 테니까.
루리아
그래서 "세계의 적"이라고 불린 건가요? 하지만 이 사람은 세계를 파괴하려고 하지 않아요!
유니
아냐.
유니는 고개를 저으며 루리아의 말을 끊었다.
유니
특이점 자신의 의사는 관계 없어. 완전히 선한 인물이든, 악한 인물이든... 존재하는 것만으로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정도의 힘. 그것이 특이점.
루리아
그런...! 그럼 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유니
진정해, 푸른 소녀. 코스모스... 아니, 루시펠은 특이점의 존재를 예견함과 동시에 세계의 파멸을 엿보았어.
루리아
그건... 특이점 때문에 세계가 파멸된 건가요?
유니
아니, 그렇지 않아.
세계는 특이점을 잃음으로써 붕괴해.
루리아
네...?
유니
특이점은 코스모스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형태로 하늘의 세계에 나타났어. 천칭을 외부에서부터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천칭을 지지하는 축이었지.
루리아
어, 그럼 이 사람은 세계에 있어서...
유니
그래.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 잃는다면 파멸이 찾아올 존재.
루리아
우... 혼란스럽네요. 전혀 반대인 이야기를 들으니까 뭐가 뭔지...
유니
...분명 코스모스도 그랬을 거야.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아서 태어났던 코스모스는 왼벽하게 중립이자, 완벽하게 평등하고, 완벽하게 올바른 이로 존재하기를 요구당했어. 그렇기에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코스모스는 스스로의 감정을 배제한 시스템을 만든 거야.
하지만 더 이상은 한계야... 마음을 버리고 행한 조정을 마음이 긍정할 수 없었던 거지. 코스모스도 흔들리고 있어. 사실은 누군가가 자신을 심판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내가 온 거야.
루리아
유니쨩...?
유니
단장, 루리아... 부탁이야. 코스모스를 구해줘.
9-4
로제타
조이쨩과 저쪽의 조이는 코스모스라고 하는 성정수에 의해서 태어난 존재라는 것. 그리고 하늘의 세계를 조정한다는 시스템에 의해 행동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어. 하지만...
이오
그렇다고 해도 단장한테 손을 댄 것까지 납득할 수는 없어...!
비이
맞아. 왜냐면 이 녀석이랑 루리아는 죽어버렸는걸. 이제와서 무슨 소리를 한들...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조이
그것은...
조이가 망설이듯이 입을 열려고 한 순간, 갑자기 갑판에 한 줄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흐응... 뭔가 일이 재미있어졌네.
메두사
넌... 지오!
지오
너희도 있었구나. 오랜만이야.
메두사
너...! 태평하게 재회 인사나 하고 있을 때야? 무슨 낯짝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건데! 지금 너한테 상관하고 있을 시간 ㅇ...
조이
기다려 다오, 메두사. 너희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들은 적 있다. 허나 지금은 그에게서도 정보를 얻어야 한다.
사티로스
아, 지오 군도 조이쨩처럼 코스모스 씨의 대행자니까...?
조이
그래. 단장 일행에게 일어난 일은 아직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비이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진짜야?
지오
시끄러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너희들한테 협력할 거라고 생각하나?
지오는 차가운 눈으로 쓰러져 있는 단장을 내려다보았다.
지오
특이점... 아직인가. 그렇다면 내가...!
지오는 놀라울 정도의 스피드로 단장의 몸을 낚아챘다.
비이
뭐야!?
카타리나
뭘 하는 거냐!
지오
모처럼 코스모스의 조정이 특이점을 심판해 줬는걸. 이 이상 너희들이 쓸데없는 짓을 하게 뒀다간 참기 힘들 테니까.
이오
기다려! 단장을 어떻게 할 셈이야!
지오
당연히...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어 줘야지.
비이
이 멍청아! 네가 그러도록 놔둘 것 같아?
지오
흥... 그렇다면.
???
......
라캄
저 녀석들은 뭐지!?
지오와 일행 사이를 막아서듯 나타난 것은 조이와 닮은 소녀들이었다.
로제타
조이쨩과 비슷한 모습... 그렇다면 설마...
조이
그래. 이들도 나와 같아. 하늘의 세계에 현현한 코스모스의 대행자다. 자, 다들 조정을 방해하고자 하는 저들의 상대를 해 줘.
대행자들
......
카타리나
큭... 지오를 막아야 하는 이런 때에...!
메두사
아~~~! 진짜! 짜증나! 이 놈이나 저 놈이나 귀찮게! 이 인형들은 내가 전부 상대해 주겠어.
바알
너 혼자 상대할 수 있겠나? 믿을 수 없는 후방을 등지고 놈을 쫓아가는 건 고생길 그 자체일 것 같다만.
메두사
깐족거릴 시간 있으면 솔직하게 같이 싸우고 싶다고 하란 말이야!
사티로스
여긴 우리가 막을 테니까 다들 배로 지오 군을 쫓아가!
비이
너희들...
라캄
망설이고 있을 시간 없어! 우리는 전력을 다해서 단장을 되찾아야 해!
대행자들
......
나타쿠
꼭두각시 인형처럼 의지 없는 너희들이 우리를 상대할 수 있겠나! 자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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