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별의 유산편
제3화 수심에 잠긴 마음
Heart of Sorrow
그곳은 패공전쟁 이후 알비온이라고 불리게 된 섬이었다.
계약자
그, 으... 아아아아아아!
슈발리에
......
계약자
아, 아... 슈발, 리에...
알비온의 권력자
으음... 이번에는 1년도 버티지 못했군...
시종
역시 이 방법으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되풀이해 봤자...!
알비온의 권력자
그럼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달리 어떤 방법을 써서 이 슈발리에를 우리에게 묶어두라는 것이지?
시종
그, 그것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알비온의 권력자
그럼 이번에는 네가 시험해 보겠나? 성정수 슈발리에와의 계약을.
시종
아, 아뇨... 그것만은... 부디 참아주십시오...!
알비온의 권력자
그렇다면 쓸데없이 입을 놀리지 마라.
시종
예...
알비온의 권력자
역시 하늘의 민족에게는 무리인 것인가... 그 옛날 슈발리에와 계약했다는 별의 민족처럼 이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루시펠
코스모스. 하나 물어도 되겠나.
코스모스
뭐지?
루시펠
당신은 어째서 실프를 막지 않았지? 아르마가 뭔가 좋지 않은 것 또한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고 있었을 텐데.
코스모스
......
아르마는 강한 힘이 깃든 약이다. 좋지 않은 부산물은 어떠한 의미로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루시펠
그렇군... 이해는 간다.
코스모스
다만, 그보다도... 그녀의 바람을 전부 빼앗아 버리는 것은... 내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할 수 없었다...
새로운 계약자
알겠습니다. 제가 다음 계약자로군요.
알비온의 권력자
음... 부탁해도 되겠나.
새로운 계약자
...제게 거부권도 있나요?
알비온의 권력자
없지.
새로운 계약자
그렇다면 더 할 말은 없습니다.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슈발리에
......
새로운 계약자
(성정수 슈발리에... 그 옛날 별의 민족과 계약하여 그 힘을 발휘했다는 성정수, 별의 기사. 원래 우리 하늘의 민족의 정신과 육체로는 슈발리에의 의대가 되기에는 불충분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할 수밖에...
슈발리에
......
시종
어째서 네가...!
새로운 계약자
슈발리에는 의대 없이는 오래 갈 수 없는 성정수잖아. 누군가가 해야만 하는 일이야.
시종
그렇다고 해도...
새로운 계약자
슬퍼할 필요 없어. 나는 후회하지 않으니까.
시종
어째서!? 슈발리에는 분명 우리 알비온 주민들에게 필요한 존재야. 하지만 슈발리에와 계약한 하늘의 민족은 전부 길어 봤자 수 년... 짧으면 1년도 버티지 못하고 그 몸이 무너진단 말이야...
새로운 계약자
그렇지. 아마 나도 머지 않은 미래에 지금까지의 계약자들처럼 이 몸을 성정수의 힘에 갉아먹히다 죽겠지.
시종
알고 있으면서 왜...!
새로운 계약자
하지만 계약한 지금이라면 알 수 있어. 슈발리에는 다정한 성정수야.
시종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말도 통하지 않는... 그런...!
새로운 계약자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따듯하고... 다정해. 슈발리에는 우리가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받아들여 줘. 이해해 준다고.
시종
그럴 리가...?
새로운 계약자
알비온에는 힘이 필요해. 다른 섬으로부터의 침략을 막아내고 자치를 계속하기 위한 힘이.
하늘의 민족이 별의 민족에게서 승리를 거둔 패공전쟁이 끝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별의 민족을 상대했을 때는 하나가 되어 싸웠던 하늘의 민족이었으나... 평화로웠어야 할 그 하늘에서 이번에는 하늘의 민족들끼리의 다툼이 빈번히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새로운 계약자
나는 고향을, 알비온을 지키고 싶어. 그래서 슈발리에와 계약했고 알게 된 것이 있어. 짧은 시간이라도 하늘의 민족이 슈발리에의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는... 분명 슈발리에가 우리 인간의 바람을 이뤄주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시종
......
새로운 계약자
내 몸은 아마 몇 년밖에 버티지 못하겠지만... 내가 죽은 후에도 슈발리에는 계속 살아남아 줬으면 좋겠어.
사라지는 친구의 등 뒤에서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시종
그렇다고 해도 평화를 위해... 영원히 누군가를 산 제물로 삼아야 한다니. 그게 옳은 일이란 말이야...?
7-2
루시펠
포트 브리즈 군도의 상태가 달라졌군.
코스모스
포트 브리즈라면 티아마트의...?
루시펠
그래. 티아마트가 의도적으로 섬에 가호를 내리고, 그것을 주민들이 받아들임으로써 티아마트의 힘이 증가되고 있다. 바람의 원소의 활동이 활발해졌군.
코스모스
그건 괜찮은 건가?
루시펠
당신이 걱정할 정도로 균형이 흐트러지지는 않을 거다. 하나의 원소가 압도적으로 두드러지는 장소는 옛날부터 하늘의 세계 이곳저곳에 존재했다. 전체가 완전히 균일한 것보다는 요동치며 군데군데 얼룩지는 편이 더욱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양성은 진화를 낳지.
코스모스
진화라... 원래 별과는 연이 없는 일이다.
루시펠
그렇기에 더더욱 하늘의 세계에 있어 진화라는 개념은 귀중할 뿐더러... 별의 민족들의 관심까지도 끌게 되었던 거겠지. 나같은 천사,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진 것도 그걸 위해서 아닌가?
코스모스
...맞는 말이군. 그나저나 섬에 가호를 부여함으로써 힘이 늘어난다라...
루시펠
일종의 계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에게 있어 지나치게 큰 성정수의 힘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군.
코스모스
그렇지...
새로운 계약자
저기 봐, 슈발리에.
슈발리에
......
새로운 계약자
알비온 사람들이 웃고 있어. 모두가 평화롭고 웃음 넘치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 네 힘 덕분에 알비온을 지킬 수 있었어. 고맙다, 슈발리에.
슈발리에
......
새로운 계약자
...그래. 너와 나의 힘이겠지.
코스모스
이것이 네가 원하는 세계인가.
새로운 계약자
어...?
코스모스
고향과 동포들의 평온을 위해서라면 그 몸이 스러져도 상관 없다고... 정말 진심으로 생각하나? 거기에 어떤 불만도 공포도 없는 건가?
새로운 계약자
그건...
있어... 당연히 있지! 당연히 죽고 싶지 않아! 무섭다고! 왜 내가 해야만 하는 거냐고 생각했어... 다른 사람과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었어...! 하지만...
내가 죽고 싶지 않다는 마음보다도 가족이나 친구들... 고향 전체를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을 뿐이야.
코스모스
......
새로운 계약자
지금도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끝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두려워... 하지만...
슈발리에
......
새로운 계약자
슈발리에를 좋아하게 됐어. 슈발리에는 그저 기계처럼 무작정 우리 힘을 착취하는 게 아니야. 소원을 이뤄주려 하고 있어. 그렇게 생각하니까 견딜 수 있게 됐어.
코스모스
그렇다고 해도... 네 몸이 스러진 이후에도 세상은 계속 이어질 거다. 또 다시 새로운 계약자가 너와 같은 공포나 아픔을 겪게 되겠지. 그래도 좋나?
새로운 계약자
내가 좋고 나쁘고를 따질 일이야? 내 다음에 올 계약자나 그 이후의 계약자들이 어떤 사람일지는 모르겠지만... 슈발리에는 분명 그 사람의 바람도 받아들여 줄 거야. 그리고 새로운 계약자도 슈발리에의 마음을 알게 되겠지.
코스모스
마음이라... 계약자와 슈발리에 자신이 바란다고 한들 세계는 그 둘만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닐 텐데. 억지로 맺은 계약, 불만과 공포는 그 관계를 점점 어그러뜨릴 거다. 주변 사람들도 바보가 아닐 테니.
인간이 되었든 짐승이 되었든, 무언가를 바라고 주어진 책무를 다하려 할 뿐. 허나 그것이 원치 않은 형태로 일그러져 가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만 한다.
새로운 계약자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데? 그럼 다른 방법이라도...
코스모스
있다.
새로운 계약자
뭐?
코스모스
방법이 있다.
그리고...
알비온 주민 1
영주님!
알비온 주민 2
영주님 만세!
알비온은 새로운 영주의 탄생에 환호하고 있었다.
알비온의 권력자
섬과 성정수의 계약이라... 그런 방법이 있었을 줄이야. 슈발리에의 계약 상대는 꼭 인간이 아니어도 되는 거였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알비온이라는 것은 슈발리에와 처음에 계약을 맺은 별의 민족의 이름이라고 했었나.
시종
예. 그 별의 민족에게서 섬의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알비온의 권력자
그렇다면 슈발리에가 알비온이라는 섬과 계약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형태일지도 모르겠군.
시종
아무튼 이걸로... 의대를 필요로 하는 슈발리에의 존재는 반영구적으로 지속될 것이고, 영주가 제약하에 그 힘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고...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입니다.
알비온의 권력자
음. 최후의 계약자 말인가... 그의 공적은 잊지 않겠네.
시종
그는 누구보다도 알비온을 사랑했습니다.
알비온의 권력자
그래... 그렇겠지.
7-3
코스모스
...이렇게 하는게 맞았을까...
루시펠
슈발리에와 알비온에 대해서인가? 뭔가 불만이라도?
코스모스
그것이 옳았다고는 생각한다. 인간과 성정수와 섬... 모든 것이 들어맞은 공생 계약. 허나... 그 인간은 "슈발리에의 마음"에 대해 말했었다.
슈발리에에게 마음이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이 계약을 진심으로 원했을까... 한 명 한 명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짧다고 해도, 인간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예전 계약의 형태를 원했을지도...
코스모스는 여기가 아닌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는 듯, 복잡한 표정이었다.
코스모스
...아니. 이제 와서 이런 얘기는 의미가 없군.
루시펠
그렇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코스모스
어째서지?
루시펠
원래 성정수는 불변의 존재. 허나 이 하늘의 세계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으니. 코스모스, 당신도 보지 않았나? 섬과 계약한 티아마트의 힘이 늘어난 것처럼 말이다.
(패공전쟁 말기에 수많은 성정수가 별을 배신했던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 슈발리에에게도 뭔가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슈발리에의 힘이 하늘의 세계, 하늘의 민족에게 적합한 형태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지. 또한 하늘의 민족들 쪽도 변해갈 것이다. 그러다가 언젠가... 또 다시 슈발리에의 힘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계약자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코큐토스
그오오오오!
기공사 3
이 기세로 더 몰아붙여! 코어는 될 수 있으면 피하고!
기공사 4
알고 있어! 코어는 다치게 하지 않고 재료만 뽑아먹는 게 베스트다 이거지?
기공사 3
돈이랑 시간 들여가면서 이런 위험한 짓 하고 있잖아. 될 수 있으면 많이 수확해야지.
코큐토스
가, 아악...!
기공사 3
지금이다! 구속해!
코큐토스
그아아아...!
기공사 3
좋았어! 간다!
루시펠
......
코스모스
보고 있기 힘들군...
루시펠
최근 이러한 성정수 사냥이 늘어나고 있다...
코스모스
성정수의 육체 일부를 사용하여 무기를 만든 자들인가...
루시펠
기공정을 타고 넓은 하늘을 돌아다니는 기공사들에게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성정수의 힘이 깃든 강력한 무기는 그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이겠지.
코스모스
약육강식... 자연의 섭리에 포함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만...
이프리트
으가아아악!
디아볼로스
잊지 마라... 종언은 아무도 피해갈 수 없다...
보후 마나흐
우우... 아아아...!
코스모스
하늘의 민족이 불멸인 성정수의 코어를 파괴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그들의 고통은 끊이지 않는다.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루시펠
...당신이 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하나?
코스모스
조정... 조정이란... 나는...
7-4
보후 마나흐
으, 으으...
기공사들이 사라진 전장에서 성정수의 신음소리가 허무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보후 마나흐
싸움은 피할 수 없다. 부정한 것에 시련을 내리는 것이야말로 나의 역할. 그러나...
코스모스
별이 떠나간 지금도 운명을 따르며 계속 싸워나가는 짐승이여.
보후 마나흐
......? 불멸하는 영혼의 향기... 그대는 성정수인가?
코스모스
...너와 마찬가지로 별과 하늘 사이의 존재다. 네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성정수 보후 마나흐여. 너는... 지금과 같이 계속 되풀이되는 싸움과 고통에 그 몸을 맡길 것인가?
보후 마나흐
질문의 의미를 알 수가 없군. 나의 힘은 불멸의 성성聖性. 부정한 인간에게 정화의 심판을 내리는 것이야말로 살아가는 의미.
코스모스
조금의 불만도 의문도 없다는 것이냐?
보후 마나흐
그러한 것은 있을 리가 없다. 아니... 하나가 있다면 이... 뭘까. 초조한 듯한 감각...
코스모스
초조하다?
보후 마나흐
인간은 끊임없이 내가 있는 곳을 찾고, 그때마다 힘을 늘려간다. 그에 따라 본디 죄를 심판해야 하는 내 쪽이 시련을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불멸의 힘, 불변의 힘... 불변의, 역할. 그것이... 지금 이대로는 조만간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난관에 부딪칠 것이라는... 예감이.
코스모스
인간의 힘은 변해가는 힘. 배우고 흡수하고 연구하며... 곧 더 강한 힘을 가지고 너를 덮칠 것이다.
보후 마나흐
그렇다면 나는... 이 어찌 한심한 일인지.
코스모스
...그런가.
보후 마나흐
!? 이건 무슨...?
코스모스
끝나지 않는 투쟁도 어떠한 의미에서는 조화라 할 수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보후 마나흐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내게 뭘 한 거냐?
코스모스
변할 수 있는 인간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진화를 부여했다.
보후 마나흐
진화?
코스모스
하늘의 세계를 살아가는 별의 짐승이여... 받아들여라. 새로운 힘을.
제노 보후 마나흐
이건...
제노 코큐토스
나의 새로운 힘을 보아라... 인간들이여!
기공사 4
으, 으아아아ㅏ!?
기공사 5
뭐야... 성정수 녀석, 강해졌잖아!?
제노 코큐토스
그곳은 심연의 바닥... 지옥의 입구는 열렸다. 절망 속에 괴로워하라... 트로메아!
기공사 3
틀렸어... 퇴각! 퇴각해라!!
코스모스
이 다음에는 인간들이 또 새로운 힘을 품고 돌아오는 것일까... 끝나지 않는 싸움... 허나 그들의 바람은...
루시펠
후회하고 있나?
코스모스
후회 따위... 코스모스의 조정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항상 올바르고 무정하게...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자...
루시펠
...허나 당신도 그 세계의 일부이지 않나?
코스모스
내가...?
루시펠
당신은 지금 성정수에게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힘을 부여했다. 진화는 성정수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기술 진보 또한 촉구하여 세계를 변해나갈 것이다. 당신도 변해가는 하늘의 세계의 일부. 진화를 촉구하는 영위의 하나.
루시펠의 말을 들은 코스모스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코스모스
코스모스의 몸은 별의 세계에 있다. 허나 나는... 이 하늘의 세계에서... 무엇을...
코스모스가 흘려버린 말을 품은 채,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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