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별의 유산편

제4화 희미하게 보인 미래

A Glimpse of the Future

 

 




코스모스
......


별이 하늘을 떠나고, 코스모스의 화신이 하늘에 현현한 이후 수만 번의 낮과 밤이 지나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코스모스는 자주 수심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였다.


루시펠
코스모스... 당신은 내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렇게 말했다. 

 

"올바른 조정을 위하여 내게 하늘의 세계를 알려다오, 루시펠."

코스모스
그래, 그랬었지. 그리고 너는 승낙했다.

루시펠
그렇다. 그로부터 하늘의 세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만... 나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코스모스
물론이다. 혼자서는 다양한 일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거다.

루시펠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다만.

코스모스
(허나... 하늘의 세계의 다양한 것들을 보고 알아갈수록 무언가가 쌓여서 몸이 무거워진다...)

코스모스
루시펠, 내게 알려다오. 인간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를.

루시펠
가장...?


코스모스의 눈동자 안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없었던 흔들림을 느끼며 루시펠은 생각에 잠겼다.


루시펠
그것은...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듯하군. 어째서냐면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만큼 소중한 것이 있겠지.

코스모스
인간의 수만큼이라... 그렇겠군.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수많은 인간들도 다양한 것들에 이끌리고 있었다.

(자신의 생명, 가족이나 가까운 인간, 부, 힘...)

다양한 것들이 있기에 욕망이 생겨난다. 그리고 인간의 수만큼의 욕망은 대립하며 분쟁을 낳는다...

루시펠
......

코스모스. 당신은 인간의 욕망이 악한 것이라고 생각하나?

코스모스
...코스모스는 조정자다. 지나친 바람, 한도가 없는 욕망을 일으키는 거대한 불화가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린다고 한다면... 심판해야만 한다.

루시펠
...당신에게 있어서 이 세계는 아직도 그저 천칭에 불과한가?

 

 

 


코스모스
코스모스의 역할은 세계의... 균형을... 천칭을 올바른... 위치에...

(모든 것은 천칭 위에서 벌어지는 행위. 코스모스가 고려해야하는 것은 그 천칭의 균형 뿐... 허나 지금의 나는 이미 천칭 위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목소리를 듣고 말았다. 이대로는 조정이라는 역할을... 나는...)

......

루시펠
예를 들어... 당신은 하늘의 세계에서 별의 잔해가 전부 사라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나? 모든 성정수들을...

코스모스
그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패공전쟁이 끝난 시점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은 이미...

(하늘과 별은 하나가 될 수 없다. 허나 복잡하게 얽힌 그 둘을 떼어내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

억지로 떼어내고자 한다면 그야말로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이 되겠지.

루시펠
(아마도 그것은 코스모스의 역할에만 비추어 내려진 판단이 아니겠지. 별의 민족이 떠나간 이후, 성정수의 존재를 지워버리지 못했던 것도, 실프에게 아르마의 부산물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던 것도, 기공사들과 계속 싸워나가는 성정수에게 한층 강력한 힘을 부여한 것도... 코스모스 자신의 마음으로 판단한 것이라 생각된다.)

코스모스
별의 힘에 의한 조정은 이 하늘의 세계에 있어 지나친 오만일지도 모른다. 내가 조정자로서 이 세계에 초래한 일들은 대체...

루시펠
코스모스... 당신은 내게 협력을 청했으나, 나도 당신이 있었기에 깨달은 것이 있다. 성정수는 별에서 떨어져나와 버려졌을 뿐인 가련한 존재가 아니다. 당차고 단단하고 힘있는... 미래를 향해 스스로 걸어나갈 힘을 가진 생명들... 그들 또한 진화를 계속해나가는 하늘의 세계의 일부.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는 당신이 기여한 것도 적지 않을 거다.

 

 




8-2


젊은 여자
음~ 날씨 좋다! 티아마트 기분 좋은 사이에 빨리 장 보고 와야겠어!

노파
이런... 요즘 애들은 티아마트 님을 함부로 부른다니까... 벌 받을지도 모른다.

젊은 여자
할머니~ 벌은 무슨. 상대는 전설일 뿐인데 언제까지 그런 소리 할 거야.

노파
전설이 아니란다. 티아마트 님은 정말 계셔.

젊은 여자
아 네~ 포트 브리즈에 부는 바람은 전부 티아마트의 입김이다 이거죠?

노파
티아마트님은 아름다운 여성이시라고 하더구나. 내가 태어나기 얼마 전에 마을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격렬한 폭풍을 없애 주셨다고 했단다.

젊은 여자
몇 번이나 들었다고~ 할머니 옛날 얘기하는 거. 뭐 그러거나 말건... 포트 브리즈의 바람이 기분좋은 건 사실이니까! 티아마트가 항상 기분 좋았으면 좋겠다~





기술자
왜 안 되는 거지... 밸런스 문제인가? 중량은 제대로 맞췄을 텐데...

 

 

 


노아
잠깐 설계도 좀 보여 줄래?

기술자
그건 상관없지만... 낡아서 여기저기 찢어져 있는데...

노아
괜찮아.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음... 그렇구나. 여기 적힌 메모는 네가 쓴 거야?

기술자
아니, 그건 아마 전에 정비했던 녀석이 썼을걸.

노아
아까 배를 봤을 때도 생각한 건데, 이 부분.. 여기. 손상된 목재 보강에 썼던 소재가 좋지 않은 것 같은걸. 습기 때문에 부풀어올라서 배 전체의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있어.

기술자
아~ 습기였나! 그렇구만! 이거 확인해 보고 고쳐야겠는데... 역시 대단해, 노아. 너한테는 못 이긴다니까.

노아
후후,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야.

하지만 너희들의 기술도 정말 대단해. 배를 소중히 여겨 줘서... 고마워.



 

 



바알
...바람과 물의 공명이 듣기 좋군...

지나가던 음악 애호가
오오! 이거 대단한데!

바알
어째서 이런 곳에 인간이...?

지나가던 음악 애호가
아니지. 그건 내가 할 말인걸. 소리 진짜 괜찮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연주하다니 아까울 정도야.

바알
아니... 이 장소이기에 가능한 연주다.

지나가던 음악 애호가
호오, 그렇구나... 그거 재미있는 말인걸. 점점 더 마음에 드는데! 우리 동네 녀석들한테도 들려주고 싶어. 형씨, 우리 동네에 와서 연주해 주지 않을래?

바알
시끄러운 장소는 좋아하지 않아.

지나가던 음악 애호가
뭐 확실히 여기처럼 조용하고 기분좋은 장소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마을의 소음에는 그 나름대로의 좋은 점이 있단 말이지. 그야말로 "마을의 소음 속이기에 끌어낼 수 있는 연주"라는 것도 있지 않을까?

바알
그런가...?

지나가던 음악 애호가
틀림없다니까! 그리고 역시 음악은 누가 들어줘야 의미가 있지.

바알
그건... 일리가 있군.

지나가던 음악 애호가
그럼 와 주는 거야?

바알
...알겠다. 가도록 하지. 새로운 음과 만날 수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실프
......

 

 

 


어린 소녀
실프 님...?

실프
당신은 누구? 어린이를 보는 건 오랜만이야.

어린 소녀
저기, 저는... 죄송해요. 마음대로 들어와서... 저기...

실프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린 소녀
나, 실프 님이랑 만나고 싶었어요. 만나서 감사하고 싶었어.

실프
감사? 어째서? 나는 당신을 만나는 것이 처음인데.

어린 소녀
우리 아빠는 병에 걸렸었거든... 그치만 성에서 받은 약을 썼더니 좋아지셔서... 아빠랑 엄마가 다 실프 님 덕분이라고 그랬어...

실프
내 약... 아르마를 먹은 건가.

어린 소녀
아빠가 건강해지니까 엄마도 안 울게 됐어. 나도 밥 먹을때 더 맛있어졌고. 아빠가 오랜만에 안아줬어. 그치만 난 이제 다 컸으니까 괜찮다고 했어.

실프
크기와 관계가 있어? 안아주는 게 좋다면 잔뜩 안아달라고 하면 되잖아.

어린 소녀
응? 그치만 옆집 메이쨩은 나랑 같은 나이인데 곧 언니가 되는걸? 그러니까 나도 이제 안아달라고 하지 말고 엄마 아빠 많이 도와드려야 해.

실프
도와주는 건 좋아. 나도 옛날에 많이 했어.

어린 소녀
실프 님도? 어떻게 도와드렸는데?

실프
장작을 줍거나 물을 퍼 오거나. 밭을 갈기도 하고... 여러 가지.

어린 소녀
와~ 대단하다!

실프
한참 오래된 일이지만...

어린 소녀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 그래서 오늘은 혼자 온 거야. 실프 님, 아빠한테 약 줘서 고마워.

실프
아냐, 신경쓰지 마. 나야말로... 만나러 와 줘서 고마워.





루리아
티아마트랑 실프쨩, 노아 씨에 슈발리에도 바알 씨도... 수많은 일을 겪으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모습이 된 거군요.

유니
성정수에게 시간의 흐름은 기니까. 하지만... 아무리 긴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원래 성정수는 불멸의 존재야. 그런 그들이 조금씩 변했다고 한다면 아마도...

루리아
수많은 하늘의 민족들이 성정수와 만났기 때문이겠군요.

유니
응. 하늘의 세계는 별의 힘조차 움직일 수 있어.

루리아
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니었겠죠. 루시펠 씨가 세계를 지켜보고... 코스모스 씨가 성정수와 인간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서 힘과 지혜를 빌려주신 덕분에...

유니
......

루리아
그치만 코스모스 씨는 뭔가 엄청 고민이 있으신 것 같았어요...

유니
그래... 코스모스는 하늘과 별의 틈새에서... 자신의 역할을...

루리아
유니쨩?

유니
...아무것도 아냐. 내 말이 아니라 당신들 눈으로 직접 봐 줘.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8-3


루시펠
분명 슬픔도 분쟁도 언제까지건 사라지지 않겠지. 그리고 아마 세계에서 완전히 다툼이 없어지는 일은 없을 거다.

코스모스
그럴까.

루시펠
모든 인간과 성정수의 마음이 같아질 수는 없어. 마음이 있는 한, 거기서 바람이 생겨나는 한, 욕망이 꿈틀대는 한. 대립은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 대립은 진화의 대가가 되기도 한다. 그 슬픈 인과관계를 루시펠은 자각하고 있었다.


루시펠
...이런 나의 견해를 잔혹하다고 생각하나?

코스모스
아니,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할 리가 없지. 애초에 조정이라는 것은 나의 역할이다. 소란과 위기가 있기에 이 기능도 존재하는 것. 

너를 잔혹하다고 표현한다면 코스모스의 존재야말로... 이 잔혹한 세계의 상징이라 할 수 있겠지.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면서도... 세계가 완전히 조화로운 모습에 도달한다면 코스모스는 존재 의의를 잃을 테니.

......

나라는 존재는 모순되어 있군. 세계를 올바른 모습으로... 소란에 평화를... 대립에 화해를... 허나 나는...


코스모스는 자신의 가슴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코스모스
이것은 뭔가 잘못된 것일까? 자신의 모순을 깨닫자 가슴이 아프다. 역할과 마주할 기력이 흔들린다...

루시펠
아니,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음이라는 것은 본래 모순을 품고 있는 것이니까. 

코스모스
마음에는 모순이... 그럼 여기 있는 것은 마음...


코스모스는 가슴에 올렸던 손을 꽉 쥐었다.


코스모스
루시펠... 나는 여기까지인 듯하다.

루시펠
코스모스...?

코스모스
하늘의 세계에서 살아가며, 인간과 성정수의 영위를 이 눈으로 목격하며, 코스모스는 많은 것을 알았다. 아마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마음이야말로 코스모스가 실로 이해해야만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허나... 너무 무겁다.

루시펠
무겁다...?

코스모스
무겁군. 동포인 성정수들과의 동조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에의 사모도, 끝나지 않는 고통을 향한 증오도. 너무 무거워. 

코스모스가 거침없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이해함과 동시에 거리를 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루시펠
즉 당신은 원래대로 별의 세계에 돌아가겠다는 것인가.

코스모스
그래. 화신인 나는 사라지고, 코스모스가 지금까지와 같이 별의 세계에서 하늘의 세계를 지켜볼 것이다.

루시펠
그런가. 아득히 멀리 분리된 장소에서 홀로...

코스모스
...루시펠이여, 나는 분명히 행복했다. 네가 나를 세계의 일부라고 말해 주었기에.

 

 




[회상]


루시펠
당신도 변해가는 하늘의 세계의 일부. 진화를 촉구하는 영위의 하나. 

 




코스모스
허나 그래서는 역할을 계속해나갈 수 없다. 그러니 코스모스는 하늘의 세계에서 사라지겠다.

루시펠
...그런가. 내겐 당신을 말릴 방법이 없다. 다만...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게 있어 당신은 역시 이 세계의 일부다. 역할과 바람의 틈새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미래를 찾아내고자 하는 별의 짐승...

코스모스
그런가.... 지금 와서 생각하면 코스모스와 너는 닮아있는지도 모르겠군. 내가 사라지면 너는 다시 혼자가 되겠지. 

영원한 고독 속에서 스스로의 역할과 마주하는 천사장이여... 나야말로 너를 구해줄 방법이 없어 미안하다...

 

 




8-4


유니
이때를 마지막으로 코스모스는 하늘의 세계에 자신의 의지를 개입시키는 것을 그만뒀어. 그리고 코스모스에게서 분리된 "시스템"은 지금도 하늘의 세계에서 조정이라는 역할을 계속하고 있지...

루리아
어... 분리되었으면서 어떻게 조정을 하고 있는 건가요? 코스모스 씨의 육체도 의지도 하늘의 세계에 남아있지 않다면 누가...?

유니
그 답을 당신들은 이미 알고 있어.

루리아
설마... 조이쨩? 그때 조이쨩이 이 사람을 노렸던 건...

유니
그래. 그것이야말로 조정이라는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특이점을 심판한 결과. 애초에 특이점의 출현은 그때 이미 코스모스와 루시펠에 의해 예견되었던 사실...





코스모스
루시펠이여. 사라지기 전에 하나 부탁이 있다.

루시펠
무엇이지?

코스모스
언젠가... 이 세계에는 "특이점"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나타날 것이다.

루시펠
특이점...?

(옛날에 벗이 말했던 특별한 운명을 가진 인간을 말하는 건가)

코스모스
몇 년 후일지, 몇백 년 후일지는 모른다. 허나 하늘과 별이 얽히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진화해나가는 세계에 있어서는 아마도 필연일 것이다. 그리고 특이점은 코스모스가 지켜야만 할 세계의 천칭을 근본에서부터 파괴할 만한 힘을 가지리라.

루시펠
그렇다면... 코스모스는 특이점을 배제하고자 하겠군.

코스모스
당연하다. 세계를 지키기 위해 코스모스는 반드시 특이점을 파괴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허나... 나는 불안하다. 나는 이 세계의 청칭 위에 있는 생명 하나하나의 삶을 보고 말았다. 그렇기에 코스모스가 가져올 조정을 내가... 코스모스 자신이 긍정하지 못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두렵다.

루시펠
마음은 모순되는 것이기에...

코스모스
......

내가 두려워하는 사태가 현실화된 날에는... 네가 판단해 다오. 천사장으로서 특이점과 코스모스의 조정을. 네가, 너 자신이 지고 있는 역할에 비추어 판단해도 상관없다. 특이점과 코스모스의 조정... 하늘의 세계의 진화에 있어 어느 쪽이 선택되어야 하는지를. 만약 사라져야 하는 쪽이 코스모스라고 판단했다면, 그때는...

네가 코스모스를 심판해 다오.


코스모스의 진지한 눈동자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을 느끼며, 루시펠은 깊고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루시펠
...알겠다. 약속하지.

코스모스
고맙다, 루시펠.


잠깐이지만 얼굴 표정이 부드러워진 코스모스는 루시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코스모스
이별할 때에도 악수를 하는 것일까?

루시펠
그렇지...


루시펠은 고개를 끄덕이며 코스모스의 손을 잡았다.


코스모스
잘 있어라, 루시펠.

루시펠
...잘 가라.


코스모스의 화신은 점점 옅어지더니 마지막에는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루시펠
......


루시펠은 잡을 곳 없이 붕 뜬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카난의 신전에는 차가운 침묵이 감돌았다.


루시펠
특이점... 코스모스... 세계의 모든 것을 뒤엎을 정도의 힘이란 어떠한 것일지...


코스모스와의 계약은 언젠가 다가올 세계의 파멸을 예감시키는 것이었다.


루시펠
그러나... 내 안에도 모순은 있다. 진화의 연구자가 사라진 후에도 천사장으로의 역할을 계속하고자 하는 자신. 인간과 짐승 사이에 피어나는 유대를 사랑스럽게 생각하는 자신. 하늘과 별, 역할과 바람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짐승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자신. 그런 모든 것을 양분삼아 세계를 움직이는 진화에 이끌리는 자신...

이런 내가 코스모스를 심판하는 것이 과연 허락될 것인가...

...신이여. 

 

 


 


루시펠
하늘과 별이 뒤얽힌 이 세계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
......

루시펠
당신은 내게 무엇을 시키려는 것인가... 이윽고 찾아올 파국이란 무엇인가... 당신의 의지를 묻고 싶다.

???
...!


[전투]

 

 




루시펠
바, 방금 그 광경은...? 특이점의 파괴... 그러나 세계는 파국을 맞는다고?

바하무트
...

루시펠
그것은 하나의 미래.. 일어날 수도 있는 하나의 가능성...


신과의 짧은 해후... 그것은 루시펠에게 세계와 특이점의 한 종말의 형태를 잠시 엿보게 해 주었다.

 


루시펠
신은... 세계는, 종언을 원하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나는...


그는 허공을 향해 읊조리며 눈을 감았다.


루시펠
인간에게, 성정수에게, 모든 생명에게... 

 

 

 


루시펠
자신의 손으로 얻어낼 수 있는 미래가 존재하기를...


그 갸륵하고도 허황되어 보이는 바람은 하얗게 반짝이는 공간 속에서 녹아내리듯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