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패공전쟁편
제4화 시험받는 의지
Tested Resolve
유니의 힘에 의해 단장과 루리아는 원래는 알 수 없었던 과거를 직접 볼 수 있었다.
루리아
패공전쟁 때 이런 일이 있었군요...
마주잡고 있었던 손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유니
응... 그저 단순한 사실이야. 완전히 같지는 않다 해도 당시에는 넓은 하늘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어. 별의 민족은 불변해. 그들이 만들어낸 성정수도 원래는 시간의 흐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
하지만 하늘의 민족은 달라. 성장하고, 서로 엮이며 영향을 주고받고, 변화하는 생명체. 전장이라는 옳음과 그름, 깨끗하고 더러운 감정이 격렬하게 뒤엉키는 곳에서 하늘의 민족을 계속 접하다 보면... 성정수들에게도 변화가 일어나리라는 것은 필연이었을지도 몰라.
루리아
발드르 씨 말고도 있었던 거죠...? 별의 민족에게 부여받은 열할과 하늘의 민족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하던 성정수가...
루리아의 물음에 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니
전쟁 말기에는 하늘의 민족 쪽으로 붙는 성정수가 늘었어. 그리고 그것은 별의 민족에게도 해당됐지.
루리아
아, 그러고 보니...오르키스쨩네 아버님도 별의 민족이었는데 하늘의 민족 편에 서셨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유니
불변이었어야 할 자들의 변화가 전황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시작했어. 그곳은 하늘의 세계. 바람이 불고 구름이 흐르며, 시간이 흘러갔어...
유니의 말처럼 패공전쟁 말기에는 별의 민족의 진영에서 하늘의 민족 측으로 붙는 이탈자가 속출했다. 악화되어가는 흐름을 보며 별의 민족의 진영에서는 중대한 결단을 내리고자 하고 있었다.
별의 민족 1
그럼 그것의 도입에 반대 없겠지?
별의 민족 2
시운전을 거치지 않은 실전 투입이지만 어쩔 수 없겠군.
별의 민족 3
그 말대로다. 지금은 이 기울어진 전황을 신속하게 일으켜야 할 필요가 있어.
별의 민족 1
그렇다고는 하나 실패는 용서되지 않는다. 군대를 관장하는 성정수, 아지다하카의 힘을 사용한다면. 하늘에 마음을 빼앗긴 짐승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시간 문제다.
이윽고 패공전쟁은 최종 국면을 맞이하였다.
아지다하카
......
하늘의 민족 7
그, 글렀습니다! 여기는 더 이상 못 버팁니다!
하늘의 민족 8
퇴각이다! 한 명이라도 더 살아남아서 여길 벗어나라!
하늘의 민족 7
히익...!
마큐라 마리우스
얼어붙어라...
하늘의 민족 7
도망칠 곳이 없어...!
하늘의 민족 8
제길, 이쪽도 마찬가지야!
나타쿠
휘몰아치는 화염 속에서 불타라...
하늘의 민족 7
안 돼... 이래선 전멸이야...!
아지다하카
그르르르르... 가아아아아아!
하늘의 민족 8
저런 괴물들을... 우리 인간들이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아지다하카를 투하한 별의 민족의 작전은 성과를 거뒀고, 전장의 형세는 순식간에 돌변했다.
하늘의 민족9
형... 형. 어서 도망치자. 도망치지 않으면 다시 별의 짐승이 올 거야...!
하늘의 민족 10
멍청아! 그 녀석은 이미 죽었어! 계속 그렇게 못 떨쳐내고 있다간 너까지 간다!
하늘의 민족9
형은 나를 감싸다가... 나를...
으아아아아!
갑자기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게끔 격렬하게 몰아붙이는 성정수들 앞에서, 하늘의 민족은 속절없이 쓰러져 갔다.
하늘의 민족 11
큭...! 마력이...!
하늘의 민족 12
됐어. 나는 어차피... 못 살 테니까.
하늘의 민족 11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치료해줄 테니까... 말하지 마!
하늘의 민족 12
그만둬...! 날 두고 도망쳐... 어서 가!
하늘의 민족 11
싫어... 싫어...!
하늘의 민족 12
네 힘은 이런 가망 없는 시체 말고 다른 녀석에게...
하늘의 민족 11
그런 말 하지 마... 당신은 아직 살아있는걸! 같이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약속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하늘의 민족 12
약속은 여기까지야... 미안하다...
하늘의 민족 11
싫어, 안 돼... 어째서... 싫어어어어!
하늘의 민족의 군세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고통과 슬픔이 전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또한, 일견 전장의 주도권을 되찾은 듯이 보이던 별의 군세에도 다른 고뇌가 피어나고 있었다.
하늘의 민족 13
난 더 이상 못 싸우겠어! 이렇게 무기도 버렸다고! 그러니 목숨만은...
아테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어서 진영으로 돌아가 군비의 해체를...
아지다하카
...
아테나
큭...?
아지다하카
...
아테나
으...
한번, 이쪽에, 적의를 보였음에도 목숨을, 구걸하다니... 용서할 이유가, 없다...!
하늘의 민족 13
어, 어째서... 으아아아아!
자신이 쏘아낸 화염에 휩싸인 채 절규하는 하늘의 민족을 앞에 둔 채로도 아테나의 눈동자는 공허하게 허공을 맴돌 뿐이었다.
아테나
...지금 난 무슨 짓을...? 나는 수호와 방어의 성정수... 나는...!
4-2
아지다하카
...
에우리알레
큭... 정말 듣기 싫은 소리군...!
메두사
싸워야, 해.. 싸워야, 하늘의 민족, 죽여야...
스텐노
메두사! 함부로 나가면 안 돼!
메두사
메두시아나, 가라...!
스텐노
메두사!
에우리알레
틀렸어! 우리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라니...
스텐노
이게 군대를 관장한다는 아지다하카의 힘인 거구나.
에우리알레
우리 존재의 근간에는 뱀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그래서 아지다하카에게서 받는 영향이 큰 걸지도 모르겠군. 그 귀여운 메두사가 우리 목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자아를 잃어버리다니...
스텐노
아무리 전황이 우리에게 유리하다 한들 저런 텅 빈 상태로 뛰어들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
에우리알레, 내게 있어선 당신도 메두사처럼 귀여운 동생. 그러니...
에우리알레
더 듣기 힘들군.
스텐노
에우리알레...
에우리알레
아무리 당신이 사랑하는 언니라고 해도... 아니, 사랑하기에 더더욱 당신을 혼자 둘 수는 없어.
스텐노
...후후. 성실한 데다 완고하기까지. 너는 그런 부분이 정말 귀여워.
에우리알레
둘이 함께라면 메두사를 구해낼 가능성도 더 높아질 거야.
스텐노
그래. 저 아이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메두시아나
...!
메두사
저주받은 사안의 힘을... 지금 맛보도록...
하늘의 민족 14
둘러싸라! 아무튼 움직임을 막고 포격하는 거다!
메두사
꺄아아아아!
에우리알레
메두사!
하늘의 민족 14
뭐지? 원군인가?
메두사
큭... 하늘의 민족, 죽어야 해...!
스텐노
정신차려, 메두사!
메두사
!?
언니에게 뺨을 맞은 메두사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메두사
언니...? 나 지금 무슨 짓을...
스텐노
나 알아보겠어? 보이지?
메두사
응, 스텐노 언니. 에우리알레 언니도 있어...
하늘의 민족 14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마라! 한꺼번에 죽여!
메두사
뭐야? 왜 이렇게 된 거야?
스텐노
정신차리렴, 메두사.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가 아냐.
에우리알레
큭... 이대로는 이 전선이 붕괴될 거야!
스텐노
그러게. 시간이 별로 없겠어... 메두사.
메두사
응? 언니. 나 뭐든지 할게!
스텐노
여기서 떠나렴.
메두사
뭐...?
에우리알레
네가 전선에서 이탈하는 동안 여기는 반드시 막아내겠어.
메두사
무슨 소리야! 그런 건 절대 싫어! 언니들도 같이 가지 않으면 난...!
스텐노
메두시아나, 부탁할게.
메두시아나
...!
에우리알레
가!!
메두사
싫어... 기다려, 메두시아나! 이거 놔! 언니이이!
에우리알레
메두사는 잘 도망쳤을까?
스텐노
후후... 메두시아나가 같이 있는걸. 괜찮을 거야. 이제 우리도 어떻게든 여기서 이탈할 수 있으면 좋겠다만...
나타쿠
하아아앗!
하늘의 민족 14
아아악! 또 원군이야?
나타쿠
무사한가?
에우리알레
너는...!
스텐노
어머, 본 적 있는 얼굴이네.
나타쿠
이 사이에 일단 여기를 뜨자! 어서!
스텐노
후후... 예전하고는 입장이 반대가 됐네.
나타쿠가 난입한 덕분에 스텐노와 에우리알레는 하늘의 민족의 포위망을 뚫을 수 있었다.
에우리알레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나타쿠
피차 마찬가지다. 전에는 내가 도움을 받았었지.
[회상]
나타쿠
큭...!
하늘의 민족 1
지금이다! 몰아붙여라!
하늘의 민족 3
할 수 있어... 죽여라!
나타쿠
좋다... 그 기세로...
...!?
에우리알레
가세하지.
스텐노
후후. 큰일날 뻔했네.
나타쿠
너희들은...?
스텐노
당신의 아군이야. 같은 성정수니까.
나타쿠
어째서냐? 여기는 내게 맡겨진 전장...
스텐노
그래? 하지만 일단은 퇴각하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 아니면 당신. 여기서 끝나고 싶어? 제대로 역할도 이뤄내지 못한 채, 어중간한 곳에서.
나타쿠
......
에우리알레
둘 다 서둘러서 이탈해!
스텐노
자, 가자.
나타쿠
...고맙다.
스텐노
나타쿠라고 했었지. 당신은 제정신이야?
나타쿠
지금은 제정신일 거다. 하지만 여기로 오는 사이, 중간중간 기억이 애매한 곳이 있다...
에우리알레
다른 곳들은 어떤 상태였어? 우린 여동생을 혼자 먼저 탈출시켰는데 어떻게 됐을지 불안해.
나타쿠
어디든 어마어마한 난전 상태다. 전체적으로 보면 별 쪽 진영이 우세하기는 하다만 이런 건...
스텐노
아지다하카 때문이겠네.
나타쿠
그런 것에게 의식을 조작당하는 것은 도저히 견디기 힘들군. 별의 민족에게 만들어지고, 역할을 부여받은 짐승의 몸이기는 하나 이 몸을 움직이는 것은 나 자신의 의지여야만 한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라면, 차라리...
스텐노
어머, 뭐 안 좋은 생각이라도 하는 표정이네?
나타쿠
너희 둘에게는 신세졌다. 오늘 일로 은혜를 다 갚았을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이제...
스텐노
어머머, 진정해. 혼자 가려고 하다니 비겁하잖아.
에우리알레
저 녀석한테 갚아주고 싶은 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나타쿠
허나... 여동생인지 누군지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스텐노
물론 당장이라도 찾고 싶어. 분명 울고 있을 테니까 꽉 안아주면서 때려서 미안해, 하고 사과해 주고 싶지. 하지만 이 혼란한 전장에서 그 아이를 찾아헤매다가 다시 그것의 영향을 받고 위험한 상황에 빠지느니...
에우리알레
원흉을 제거하는 쪽이 나아.
스텐노
후후, 그 말대로야. 같은 성정수라고 해도 이건 용서할 수 없어. 우리 귀엽기 그지없는 메두사를 혼란에 빠뜨려서 슬프게 만든 죄값을 받아야겠지.
스텐노가 입꼬리를 올리며 요염하고도 박력있는 미소를 짓자 나타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타쿠
그럼 뭔가 좋은 수라도 있나?
스텐노
당신이야말로 뭐 없어? 혼자 어떻게 아지다하카한테 덤비려고 한 건데?
나타쿠
이 창으로. 내가 한 방 갚아주는 사이 조금이라도 많은 성정수가 제정신을 되찾는다면 요행일 따름이다.
스텐노
어머나.
에우리알레
거의 대책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잖나.
나타쿠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으니까. 허나 3명으로 늘었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 어떠한 방법이든 그걸 통해 승기를 엿볼 수 있다면 붙잡고 싶다. 그러니 너희 의견을 들려 다오.
스텐노
당신 재미있네.
재미있다는 듯이 쿡쿡 웃던 스텐노는 표정을 가다듬었다.
스텐노
많은 성정수를 제정신으로 돌려놓을 기회를 만든다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을 이야기일지도.
에우리알레
아지다하카의 의식 지배도 완전한 것은 아냐. 메두사도 스텐노에게 뺨을 얻어맞고 정신을 차리기도 했으니까.
스텐노
미안한 짓을 해 버렸지... 하지만 외부에서 강한 충격을 가하면 지배가 풀릴수도 있다는 건 확실해.
나타쿠
그래... 나도 큰 부상을 입은 것을 계기로 정신을 차린 듯하다.
스텐노
그리고... 나와 에우리알레, 메두사의 차이도 신경쓰이는걸.
에우리알레
그것도 그래. 우리 세 자매는 같은 장소에 있었는데도 영향에 차이가 있었어. 나는 그 포효를 불쾌하게 느꼈고,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감각은 있었지만 의식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
스텐노
추측이긴 하지만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아닐까.
나타쿠
아지다하카의 포효가 우리 의식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뜻인가?
스텐노
그래. 의식이 무방비하지 않다면 어느 정도의 자아는 유지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
나타쿠
그렇군.
에우리알레
그렇다면... 아지다하카 본체를 공격해서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사이, 제정신을 되찾은 성정수를 가능한 한 많이 모아서 가세시킬까.
나타쿠
그래. 그렇게 가지.
세 사람은 작전을 공유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타쿠
새삼스럽다만... 하나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스텐노
뭘까?
나타쿠
너희 둘은 정말로 아지다하카에게 반기를 들어도 괜찮은 건가?
에우리알레
무슨 뜻이지?
나타쿠
아지다하카는 별의 민족이 이 전쟁에 투하한 최종병기에 가깝다. 그것을 공격한다는 것은 반역행위일 수밖에 없지.
에우리알레
물론 알고 있어.
나타쿠
그리고 또 하나.
스텐노
어머. 아직도 있어?
나타쿠
아지다하카는 어떤 의미에서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최종적 수단이다. 우리가 아지다하카를 저지함으로써 피할 수 있는 비극도 있겠자만... 전투가 길어짐에 따라 새로운 비극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너희 둘은 저것에게 이빨을 들이댈 건가?
에우리알레
우리는 병기야. 싸우는 것이 우리 역할이지. 허나 병기에게도 소원은 있어.
스텐노
그래, 맞아. 나와 에우리알레, 그리고 그 아이와... 셋이 함께 걷는 미래가 나의 소원.
에우리알레
나타쿠. 당신도 비슷하지 않나.
나타쿠
...그래. 그 말대로다.
세 사람은 분명한 의지가 깃든 시선을 교환했다.
나타쿠
지금부터 나는 너희들을 동지로서 신뢰하고 나의 등을 맡기마.
스텐노
영광이네.
에우리알레
서로의 무운을 빌도록 하지.
힘주어 무기를 부딪친 후, 스텐노가 저 멀리로 시선을 보냈다.
스텐노
역할과 소원... 우리는 어째서 둘 다 충족할 수 있게끔 만들어지지 않은 걸까.
물음조차도 되지 못하는 스텐노의 혼잣말에 대답해 줄 이는 이곳에 없었다.
4-3
마들
북쪽 첫번째 요새가 붕괴했다는 모양이야.
하늘의 민족 6
거긴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적을 물리치고 있었던 곳이잖아? 왜 갑자기?
코나
너무 혼란스러워서 별로 정확한 정보는 입수하지 못했어. 확실한 것까지는 모르겠네...
하늘의 민족 5
북쪽 첫번째라면 성정수를 몇이나 아군으로 뒀다는 곳 아니었어...?
하늘의 민족 6
어, 그럼...
동료들의 시선이 마들에게 꽂혔다. 회의장 전체로 퍼져나가는 동료들의 불안함을 눈치챈 마들의 손발이 차가워졌다.
하늘의 민족 6
마들, 저기...
마들
정보를 모아 보자. 정확한 사실이 파악될 때까지... 함부로 말하고 싶지도, 움직이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모두가 불안해하는 건 이해해. 그러니... 발드르하고는 내가 이야기하고 올게.
코나
마들, 어떡할 건데?
회의장에서 나와 둘만 남자, 코나가 마들에게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마들
...분하지. 겨우 모두들 발드르랑 같이 싸우는 것에 익숙해져서... 조금씩 동료라고 인정해 주기 시작한 참이었는데.
코나
응.... 하지만 그건 북쪽 요새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마들
정말로 동료가 되었던 성정수가 배신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코나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정확한 사실은 진짜 몰라.
마들
그래... 하지만 이렇게 급변한 전황의 변화라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야.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성정수가 의심받는다 해도 이상할 거 없지...
코나
그렇겠지...
작게 한숨을 내쉰 마들은 험악했던 표정을 살짝 풀었다.
마들
나 말야, 코나... 성정수가 어쨌느니 하는 것보다도 발드르 자신을 믿고 있어. 10년 전부터 계속.
코나
알고 있어. 나도 10년 전부터 계속 믿었어. 하지만... 그때 마을 사람들의 반응을 잊은 건 아니겠지?
마들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 코나가 이해받기는 힘들 거라고 했던 말도.
코나
......
마들
나는 발드르를 좋아해. 동료라고... 친구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정수와 인간이 다른 생물이라는 사실에서 눈을 돌릴 생각은 없어. 그러니 무턱대고 믿을 수도 없지.
마들은 소리가 날 정도로 꽈악 검집을 잡았다.
마들
여기서 판단을 잘못했다간 수많은 동료들을 상처입히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상처입히고 싶지 않은 동료에는 발드르도 포함되어 있어. 그러니까
코나
정말 어렵다...
마들
응. 어렵다고, 고민하게 된 것만큼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뜻이겠지.
어깨를 움츠린 마들은 검집에서 손을 뗐다.
마들
발드르에게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볼래. 성정수밖에 알 수 없는 사실도 분명 있을 거고, 어쩌면 짚이는 데가 있을지도 몰라.
코나
지금 갈 거야?
마들
아니,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갈래.
코나
그래... 그럼 나도 쉬러 갈게.
마들
그래. 잘 자.
코나
잘 자, 마들.
그리고 그날 밤이 반쯤 지났을 무렵, 전황의 악화에 긴장하는 중인 마들 일행의 진영으로 살짝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있었다.
발드르
...나와라.
나지막한 목소리에 반응한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프레이
......
발드르
프레이... 너냐.
프레이
발드르.
발드르
어째서 네가 여기에?
프레이
당신을 찾아서... 이것이 마지막입니다. 정말 이대로 하늘의 민족과 함께 싸울 생각입니까?
발드르
......
별의 민족의 진영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프레이
......
그런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프레이의 표정은 어둠에 섞여 잘 보이지 않았다.
프레이
그렇다면 여기까지다.
발드르
...!
발드르는 긴장한 채로 전투 태세를 취했으나 프레이는 미련없이 등을 돌렸다.
프레이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이런 곳까지 와 버리다니...
발드르
어이, 프레이! 어딜 가는 거냐!
프레이
당연하지 않나. 전장에 나의 역할을 다하러 간다.
발드르
너, 어째서...
프레이
한 가지만 경고하죠. 당신이 선택한 것과의 지금이 행복하다면 이 이상 전장에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발드르
뭐...?
프레이
너는 별의 짐승의 긍지를 버리고, 스스로의 책무를 방기한 채 내게 등을 돌렸다. 한번 정한 일이라면 그 어떤 수치를 겪더라도 관철해내라. 빛나는 검으로 내 앞을 가르던 너는 이제 없어... 네가 속하여 그 힘을 휘둘러야 했던 전장을 멀리 바라보며, 여기서 그저 이 작은 성채를 지키는 편이 좋을 거다.
그대로 프레이는 돌아보지 않았고, 그의 등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4-4
아지다하카
...
나타쿠
큭... 이 포효가 놈의 힘의 근간... 내 의식을 빼앗았던 저주받을 울림인가...! 가까이서 들으니 한층 불쾌하군...
(다른 성정수들에게 녀석의 포효로 조종당한다는 것을 알리는 일은 스텐노와 에우리알레에게 맡겼다. 지금은 나 혼자 조금이라도 아지다하카의 힘을 깎아야 해...!)
후하하하하하! 재미있군! 이 군신 나타쿠, 두번 다시 자아를 잃지는 않으리라!
아지다하카
...!
나타쿠
큭... 네놈이 우리를 지배하는 존재라 한들... 굴할 쏘냐! 반드시 불완전한 자유를 되찾고 말겠다! 나라는 존재를 걸고!
[전투]
유니
부당하게 지배당하는 것을 거부한 성정수들이 아지다하카를 물리침으로써 드디어 패공전쟁은 종결을 맞았어.
루리아
......
전쟁의 결말을 목도한 루리아와 단장은 멍한 표정으로 긴 한숨을 내뱉었다.
루리아
저, 전혀 알지 못했어요. 패공전쟁이라는 거대한 전쟁이 있었다는 건 물론 알고 있었지만요. 말로는 알고 있었지만... 성정수와 인간 사이에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고,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상처받아가며 그걸 넘어왔는지... 드디어 알게 된 것 같아요.
유니
역사란 그런 거야. 수많은 생명들이 일구어낸 것임과 동시에, 반상 위의 변천이기도 하지.
루리아
발드르 씨하고 마들 군 일행은 어떻게 된 건가요...?
유니
...패공전쟁이 끝난 후 하늘의 세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아?
루리아
어음... 별의 민족이 하늘의 세계로부터 별의 세계로 돌아가고... 하늘의 민족은 별의 민족의 지배에서 벗어났다고 하던데요.
유니
그래.
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니
별과 하늘은 갈라졌어. 하지만 성정수들은 하늘의 세계에 남겨진 채였지...
루리아
남겨졌다라... 확실히 지금도 하늘의 세계에는 성정수 분들이 잔뜩 있어요. 저희 동료들 중에도 성정수가 많이 있는데...
유니
그래. 패공전쟁은 별의 민족과 하늘의 민족이 하늘의 세계에서의 자유를 걸고 싸운 전쟁임과 동시에... 별의 짐승들이 자신의 존재와 마주해야만 했던 싸움이기도 했어.
되돌릴 수 없는 수많은 비극 위에서, 하늘의 세계는 현재의 형태로 발전해 나갔지. 당신들이 성정수를 "동료"라고 부르는 지금의 세계가 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어. 전쟁이 끝난 후로도 별이 남기고 간 짐승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거든.
루시펠
......
아지다하카의 소멸 또한 하늘의 세계의 진화로 인해 정해진 인과인가... 하늘과 별의 분리는 다시 새로운 진화를 하늘의 세계에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역할에 얽매이고, 바람에 배신당한 채 하늘과 별의 틈새에서 농락당하는 짐승들이여... 그들의 고뇌를 알면서도 나는...
시간의 수면은 한층 더 흔들리며, 인간의 역사에서는 절대 이야기되지 않는 이야기를 비추었다. 아직도 역사를 더듬어가는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단장이 선택해야 할 시간은 확실하게 가까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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