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패공전쟁편
제3화 퍼져나가는 전화
Horrors of War
발드르가 마들과 코나 곁에서 모습을 감춘 이후로 얼마간의 세월이 흘렀다.
하늘의 민족 4
제길... 셰이라, 너를 두고 죽고 싶지 않아...!
발드르
......
...가라.
하늘의 민족 4
뭐...?
발드르
어서 사라져라!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프레이
발드르...
발드르
......
프레이
또 전장에서 적을 놓아줬다면서요?
발드르
그래서?
프레이
아뇨... 당신이 돌아와 준 것은 순수하게 기쁩니다. 그때 저를 감싸고 직격당한 당신이 전장에서 모습을 감추었을 때에는 이제 끝인가 하고 생각했었으니까요.
하지만 돌아온 당신은 명백하게 이상해졌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발드르
이상한가? 내가?
프레이
이상하고말고요. 그렇게나 가차없이, 눈부실 정도로 자비없이 검을 휘두르며 수많은 하늘의 민족들을 쓰러뜨리던 당신의 모습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군요. 몸에 어디 이상이라도 생겼습니까? 부상은 이미 다 나은 것 아니었나요?
발드르
몸에는 문제 없다.
프레이
그렇다면 어째서... 상처를 치료하는 사이 당신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발드르
......
프레이
발드르?
발드르
...하늘의 민족의 아이들과 만났다.
프레이
하늘의 민족하고요...!?
발드르
부상의 치료를 도움받았을 뿐이다만.
프레이
...죽이고 왔습니까?
발드르
아니. 전장에서 만난 것도 아니니.
프레이
그렇다고 해도... 죽일 수 없는 상대는 아니었을 것 아닙니까.
발드르
물론이다. 분명 간단했을 거다. 하려고 들었다면 순식간이었겠지.
하지만 그 녀석들은... 매 순간마다 표정을 바꿔가며,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이어나가며... 언제나 그런 상태였다. 그들을 베어버릴 수 있는 순간이 전혀 없었다.
프레이
그 무슨... 즉, 정이 들어 버렸다는 거군요.
발드르
정이 들어?
발드르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새하얀 속눈썹을 깜빡였다.
발드르
말도 안 돼. 이 내가... 그럴 리가 없지 않나.
프레이
자각이 없는 겁니까... 하지만 당신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상태가 이상한 건 사실입니다. 이대로는 전장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말겠죠. 그 전에... 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고요.
발드르
나의 역할은 전장에서 하늘의 민족들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는 것. 그 역할에 바치는 각오는 변함없다.
프레이
...알고 계신다면 더 이상 말을 얹지 않겠습니다. 허나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나는... 한층 더 하늘의 민족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군요.
별의 민족 1
발드르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별의 민족 2
전장에서 기능 이상 보고가 올라왔다. 하늘의 민족을 놓아뒀다던가, 전투에 열중하지 않는다던가...
별의 민족 1
심각한 문제로군. 녀석에게는 애초에 설계 단계부터 몇 가지 기능 제한을 걸어 두었다. 감정, 통각, 감각, 지능... 전장에서 효율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다른 성정수보다 더 많은 제한을 걸어 두었다만... 운용이 길어질수록 주변과 자신의 상황 인식이 점점 더 어긋나면서 녀석이 그것을 깨달을 거라는 것 정도는 예상했지. 기능 이상의 이유는 아마 그것과 관계있을 지도 모르겠어.
별의 민족 2
흐음... 그럼 발드르는 폐기할까?
별의 민족 1
아니. 그냥 폐기하기에는 녀석의 전투력이 아까워.
별의 민족 2
그러면 최전선으로 보내는 것은 어떤가? 거기라면 쓸데없는 생각을 할 여유도 없겠지.
별의 민족 1
그래... 그럴까. 그러다 부서진다면 거기까지인 거지.
별의 민족 2
좋아. 그럼 발드르를 서둘러 감마 전장으로 이송시키도록 할까.
머지않아 발드르에게 당시 가장 가혹한 전장으로의 이동 명령이 내려왔다. 그는 다른 몇몇 성정수들과 함께 운송선에 실린 채 전장 감마라고 불리우는 섬에 향하는 중이었다.
발드르
......
사티로스
안녕하세요.
발드르
......
발드르는 목소리에 반응해 시선만을 그 쪽으로 돌렸을 뿐, 그의 눈동자는 멍한 채 어떤 감정도 싣고 있지 않았다.
사티로스
나는 사티로스. 발드르 군 맞지?
발드르
어떻게 알고 있지?
사티로스
당신 유명한걸. 엄~청 강하다고.
발드르
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로 발드르는 사티로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나 사티로스는 신경쓰는 기색 없이 발드르 곁에 털썩 앉았다.
사티로스
있지, 나랑 이야기하지 않을래?
발드르
무슨 이야기?
사티로스
뭐든지 좋아~ 발드르 군에 대해서 듣고 싶어~ 이 배에 타기 전에는 어디에 있었다던가, 누구랑 친하다던가.
발드르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 앞에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티로스
후후, 그런가... 그치만 잘 모르니까 오히려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일도 있잖아?
발드르
잘 모르겠군. 이야기한다고 뭐가 달라지지.
사티로스
뭐가 달라질까? 그건 해 보지 않으면 모르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지 않나 싶지만 말야! 왜냐면 하늘은 정말 넓으니까, 이렇게 만난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인걸.
음...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그래! 어떤 인연이든 소중히 하라고 하잖아!
발드르
......
[회상]
코나
아, 나 알아. 어떤 인연이든 소중히 하라, 맞지?
마들
맞아! 그거!
발드르
어떤 인연이든?
마들
응. 하늘은 엄청 넓잖아? 그리고 사람도 엄청 많고...
코나
한 사람이 일생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한정되어 있어. 그러니까 만난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해야 된다는 말이야.
마들
좋은 말이다 싶었어. 그러니까 발드르와의 인연도 소중해.
발드르
어떤 인연이든 소중히...
발드르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서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발드르
...너는 하늘의 민족과 이야기한 적이 있나?
사티로스
응. 있어~
발드르
어떤 녀석이었지?
사티로스
으음... 사실 어떻다고 표현할 정도로 친했던 사람은 없어.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말이지, 여기저기 섬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하고 이야기해 봤지만... 전부 한 순간에 불과했었거든.
그치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어. 큰 사람, 작은 사람, 늙은 사람, 어린아이. 시끄럽고 활발한 사람도 있고, 부끄럼쟁이인지 좀처럼 눈을 보고 이야기해 주지 않는 사람도 있고... 잔뜩 있었지!
발드르
그런가...
사티로스
발드르 군은 어떤 사람하고 만났는데?
발드르
...어린아이 둘.
사티로스
어떤 애들인데?
발드르
마들이라는 소년과 코나라고 하는 소녀였다만...
사티로스
그래... 다정한 아이들과 만났나 보구나.
발드르
나로서는 다정한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코나는 영민하고, 마들은 완고했다.
사티로스
후후후! 그랬구나.
발드르
이미 끝난 일이다만.
사티로스
응... 뭔가 알 것 같아. 역시 어려운 일이지. 나도 말야, 전쟁 전에 만난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미 없을 거라고 생각해.
발드르
없다고? 어째서지?
사티로스
왜냐면 시간이 지났는걸. 인간은 우리 성정수와 달리 수명이란 게 있으니까...
발드르
수명...
발드르는 마치 지금 깨달았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사티로스
발드르 군이 그 아이들이랑 만난 건 언젠데?
발드르
아직 그렇게 오래 전은 아니다만...
사티로스
그렇구나.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발드르
...무리일 거다. 아니, 만나지 않는 편이 낫겠지.
사티로스
응, 그렇구나...
사티로스는 그저 다정하게 맞장구쳐 줄 뿐이었다. 그러나 발드르는 가슴 속에 파고드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어딘가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3-2
발드르
하앗!
에잇!
싸우고, 싸우고, 싸워서.
발드르
우오오!
상처를 회복시킬 겨를도 없이 계속 싸우며.
발드르
큭...
흘러가는 시간을 세는 것조차 잊었을 때쯤이었다.
발드르
하아... 하아...
(주변의 적은 거의 정리했다... 하지만 몸이...)
무겁군...
흘러나오는 피와 함께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발드르
이제 끝인가...?
발드르는 땅으로 스며드는 피를 타인의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무심히 바라보았다. 흐릿한 시선 끝, 구름 사이로 새어드는 빛이 어울리지 않게 살랑거렸다.
발드르
햇살...
마들
앗! 저기 좀 봐! 햇살이 스며들고 있어!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태양빛이 스며드는 순간은 꼭 마법같이 느껴진대.
코나
어제 선생님한테 들었었지.
마들
응. 예쁘다.
마들은 작은 손을 스며드는 햇빛 사이에 들이밀고 살랑살랑 흔들었다.
마들
따듯하다.
발드르
...그 정도로 온도에 차이가 있나?
발드르는 마들을 따라 내민 손으로 햇살을 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들
어~? 따듯하지 않아?
마들이 발드르의 손을 잡았다.
마들
아... 발드르. 손이 차구나.
코나
정말?
반대편에서 코나도 손을 뻗었다.
코나
진짜네. 추워?
발드르
아니.
마들
이렇게 잡고 있으면 따듯해질 거야.
코나
그럼 난 이쪽 손 잡아줄게!
발드르의 양 손을 잡고 있는 연한 살은 어리고 힘도 들어가 있지 않았기에 간단히 뿌리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발드르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발드르
딱히... 춥지 않다.
양 손에서 서서히 스며드는 그 무언가를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발드르
춥지는...
발드르는 땅 위로 내리쬐는 빛에 손을 갖다댔다.
발드르
(역시 나는 모르겠어... 이것이 따듯한 것인지...)
무거운 눈꺼풀이 내려앉으려던 순간이었다.
하늘의 민족 5
그쪽은 어때?
???
내가 보고 올게. 언제든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해 둬.
하늘의 민족 5
조심해라!
???
그래.
가까워지는 목소리와 발걸음을 눈치챈 발드르는 본능적으로 검을 쥔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발드르
(적이, 온다... 싸워야 해...)
우오오...!
???
!?
발드르
큭... 받아냈나... 그렇다면...!
(싸워라... 적을 죽여라...!)
???
기다려!
발드르
목숨 구걸은 받지 않는다...!
???
그게 아냐, 잠깐만...
???
발드르!!
발드르
뭐...?
하늘의 민족이 부를 리가 없는 자신의 이름을 들은 발드르의 손이 멈칫했다.
???
역시... 발드르구나. 이런 데서 만날 줄이야... 하핫. 넌 만날 때마다 너덜너덜하네.
그 웃는 모습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발드르
너... 마들인가...?
마들
맞았어! 눈치채 주다니 기쁜걸!
발드르
어째서... 그렇게 커졌지?
마들
아하하! 그야 그때부터 10년은 지났으니까 그렇지, 발드르.
발드르
10년...
마들
나 많이 커졌지? 뭐, 아직도 크고 있지만 말야.
발드르
그래... 놀랐다.
마들
나도 조금 놀랐어. 발드르는 전혀 변하지 않았는걸.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성정수였구나.
발드르
......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마들
그랬지. 그치만 역시 이렇게 발드르를 만나니까 기쁘다. 발드르는?
발드르
......
대답하지 않는 발드르 앞에서 마들이 나지막히 웃었다.
마들
...그러고 보니, 옛날에 발드르의 역할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지.
[회상]
발드르
나는 전장에서 이 힘을 휘두르게끔 명령받았다. 받은 명령에 복종하는 것. 태어났을 때부터 지니고 있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우리 별의 짐승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마들
그 역할이라는 거, 지금도 그대로야?
발드르
...당연하다. 성정수의 역할은 만들어질 때에 부여받는 것. 그러니 시간이 흐른다 해도... 변하거나, 사라지지는...
마들
그렇구나.
그럼 나랑 싸울 거야?
발드르
어째서 너와...
마들
난 지금 전쟁을 하고 있다고, 발도르.
발드르
...!
마들
그때 나는 아직 아이였고, 우리가 만난 곳도 전장이 아니었어. 하지만 나는 전사가 되었지. 그리고 여기는 전장이야. 나는 하늘의 민족이고, 너는 성정수.
응? 발드르... 나하고. 싸울 거야?
발드르
나는...
(하늘의 민족은 적이다... 그러니...)
천천히 무기를 고쳐쥐는 발드르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발드르
나는 너를...
(마들을... 죽이는 건가?)
내가...?
큭...!
발드르의 검은 휘둘러지지 못한 채 멈추고 말았다.
발드르
(몸이 움직이지 않아... 고장인가? 아니면 가동의 한계? 지나치게 무리하긴 했지...)
마들
...발드르?
발드르
(나는 여기까지인 건가... 뭐, 여기서 한계를 맞은 것은 다행일지도 모르겠고. 마들을 죽이는 것보다는 훨씬...)
???
발드르!!
발드르
마, 마들...!
그는 별의 짐승인 발드르에게 있어 원군이었을 터였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발드르
(아아, 나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발드르는 마들 앞에 나서 그를 감싸고 있었다.
발드르
크, 으으...
프레이
어... 어째서! 발드르!
발드르
...프레이. 너야말로 어째서 여기에?
프레이
그런 건 상관없지 않습니까!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겁니까?
발드르
그래... 하늘의 민족을 감싸고 네게 검을... 겨눴다.
프레이
알면서 하고 있다는 겁니까!?
발드르
순간적으로 몸이 마음대로 움직인 것은 인정하지.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만...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프레이
이해하면서도 검을 내릴 마음은 없다는 겁니까?
발드르
...네가 물러서지 않는다면.
프레이
...!
프레이는 발드르의 등 뒤에 있는 마들을 노려보았다.
프레이
그가 예전에 당신이 말했던 하늘의 민족입니까?
마들
내가 뭐...?
프레이
네가 발드르를...!
발드르
그렇지 않아! 마들은 아무 것도...!
프레이
아니라고요? 뭐가 아니라는 겁니까! 그 하늘의 민족이 어디의 누구든, 하늘의 민족은 하늘의 민족! 우리가 싸워야만 할, 쓰러뜨려야 할 상대다! 너는 자신의 역할을 잊은 건가!?
발드르
잊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별의 민족 1
뭔가 문제라도?
별의 민족 2
발드르다. 아무래도 하늘의 민족을 감싼 모양이군.
별의 민족 1
그래... 역시 안 되는 거였군. 이 이상은 쓸 수 없겠어. 아깝지만 폐기하도록 하지.
프레이, 그대로 발드르를 처분해라.
[전투]
3-3
발드르
크, 아아...!
프레이
이제 충분하지 않습니까, 발드르. 애초에 그렇게 상처입은 몸으로 제게 대항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까? 어서 정신을 차리십시오. 당신의 역할을 기억해내란 말입니다!
발드르
...내 역할을 논하려 한다면, 너야말로 어떻지? 나를 처분하는 것이 네게 내려진 명령... 역할 아닌가? 역할을 다하지 않을 셈인가?
프레이
...그렇죠.
프레이는 검에 댄 손에서 끼긱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꽉 움켜쥐었다.
프레이
내 손으로 당신을...
마들의 목소리
이쪽이다! 서둘러!
하늘의 민족 5
정말이야... 성정수끼리 싸우고 있잖아!
하늘의 민족 6
포격 준비 완료! 당장 쏠 수 있다!
발드르와 프레이는 어느 새 달려온 하늘의 민족의 군세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늘의 민족 5
한번에 간다!
프레이
그런! 저기서 포격하면 발드르도 같이 휘말릴 텐데? 역시 하늘의 민족은...!
발드르
......
마들
쏴라!!!
발드르
이, 이건...?
???
실드 올렸어!
하늘의 민족이 쏘아내는 격렬한 포격 속에서도 발드르의 주변만은 빛의 벽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
발드르, 괜찮아?
발드르
너는...
코나
아하하! 모르겠어? 코나야!
발드르
코나... 너도...
코나
많이 컸지? 마법도 훨씬 잘 쓰게 됐어. 지금이라면 당신 상처도...
코나는 발드르의 가장 큰 상처에 손을 대더니 치료 마법을 걸었다.
코나
응... 지금은 이 정도로 하고 일단 퇴각하자!
발드르
아니, 나는...!
마들
코나! 발드르! 뭐 하고 있어, 서둘러!
코나
자, 가자!
발드르
이봐, 너희들...!
프레이
큭... 기다려!
마들
그렇게 둘 것 같아!?
프레이
이 자식...!
마들
성정수는 우리 인간들보다 훨씬 강해.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 상처입은 너에게서 잠시 시간을 버는 것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프레이
하늘의 민족, 네놈...!
마들과 코나는 발드르를 데리고 자신들의 진영까지 돌아오는 데에 성공했다.
코나
자, 발드르. 제대로 치료하게 상처 보여줘.
발드르
아니, 나는...
코나
그런 엉망진창인 몸으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빨리!
발드르
...알았다.
마들
그럼 발드르 잘 부탁해, 코나. 나는 회의 다녀올게.
코나
알겠어!
하늘의 민족 5
어이, 마들. 그 성정수는... 정말 괜찮은 거야?
마들
뭐가?
하늘의 민족 5
뭐가는 무슨! 엄청나게 다친 모양이지만 코나가 봐 주고 있잖아? 회복하고 나면...
마들
우릴 덮치는 거 아니냐고?
하늘의 민족 5
다들 불안해하고 있어.
마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믿어달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
얘기했잖아? 저 녀석은 어렸을 때에 만난 성정수고, 오늘도 나를 지켜줬다고.
하늘의 민족 5
그 얘긴 들었지만...
하늘의 민족 6
뭐, 다른 진영에서도 성정수가 동료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있어. 나는 이대로 상태를 좀 지켜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하늘의 민족 5
하긴... 성정수가 배신하고 붙은 진영에서는 그 뒤로 상당히 유리해졌다고도 하고...
하늘의 민족 6
그보다도 뭔가 신기하단 말이지.
하늘의 민족 5
뭐가?
하늘의 민족 6
전장에 나가면 다양한 성정수를 보니까, 인간과 같은 형태를 한 녀석들도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발드르를 보고 있으면 정말 인간하고 다를 게 없네. 말도 평범하게 통하고. 저 정도라면 동료가 되어도 이상할 거 없다고 생각해 버렸어.
하늘의 민족 5
그래? 난 오히려 무섭던데. 더렇게까지 인간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괴물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니... 역시 엄청 기분 나빠.
마들
......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겠지. 금방 해결되진 못할 거야. 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 나를 믿고 맡겨 줘. 부탁할게.
고개를 깊숙이 숙이는 마들 앞에서 동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의 민족 6
알고 있어, 마들. 그러니까 고개 들어.
하늘의 민족 5
우린 널 믿는걸.
3-4
코나
예나 지금이나 엄청난 상처네... 당신 왜 만날 때마다 이렇게 너덜너덜한 거야?
발드르
마들한테도 들은 소리군.
코나
그래?
...좋아. 이제 좀 어때? 아직 아파?
발드르
아픔은 처음부터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만... 움직임이 정상적으로 돌아온 것 같다.
...고맙다.
코나
응, 다행이야. 어렸을 때에는 며칠이나 걸렸었지. 이렇게 보니 자신의 성장을 실감하게 되네!
발드르
성장이라... 그렇군. 너희들은 성장했어. 하늘의 민족은 성장을 하는군.
코나
응. 그렇지...
...저기 발드르. 나, 계속 당신한테 사과하고 싶었던 것이 있어.
발드르
사과해? 무엇을?
코나
10년 전에 당신과 헤어질 때 했었던 말... 어른들은 모두 성정수를 무서운 괴물이라고 생각한다는 거. 나나 마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말이지... 그리고 역시 발드르가 성정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
그때 나, 어쩌면 당신에게 상처준 거 아닌가 하고 계속 마음에 걸렸었어. "우린 발드르와는 다른 존재야"라고 딱 잘라 말하면서 간단히 포기해 버렸던 거... 후회했어.
발드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네가 사과할 것은 없다.
코나
응,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마들
코나, 발드르~ 다친 덴 어때?
코나
이 몸이 누구신데! 보는 것처럼 완치됐어!
발드르
상태는 좋아졌다.
마들
응! 다행이다!
코나
마들도 왔으니 나는 다른 부상자를 보러 갈게.
마들
고마워 코나, 수고했어.
코나
그래 그래~ 그럼 발드르. 나중에 봐!
코나가 떠난 후, 발드르와 둘이 남은 마들은 그의 앞에 섰다.
마들
코나 마법, 대단하지?
발드르
그래. 훌륭한 것 같다.
마들
저 녀석은 나랑 동료들의 생명줄이야.
마들은 마치 자기 일처럼 으쓱거리며 말했다.
발드르
마들... 너도 강해진 것 같군.
(상처입은 상태라고는 하나 그 프레이를 일대일로 막아내다니)
마들
강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걸.
발드르
...하나 물어도 되나?
마들
그럼. 뭔데?
발드르
어째서 이런 곳에서... 전쟁에 참여하고 있지?
마들
실망했어?
발드르
아니...
(어렸을 때에는 전쟁을 꺼려하는 것 같았다만...)
마들
이런 시대니까. 선택지가 별로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나는 나의 의지로 여기에 있어. 아마 발드르의 동료들도 잔뜩 다치게 했을 거라고 생각해.
발드르와 알게 된 이후로, 전장에 나오기 전부터 알았어. 성정수라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 평범한 괴물이 아니라... 말이 통하고, 감정도 있고, 다치면 피가 흐른다는 사실도. 그걸 알면서도 나는 전사가 되는 길을 택했어. 전사가 되어서 별의 민족, 그리고 성정수와 싸우겠다고.
발드르
......
발드르의 시선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어째서냐고 묻고 있었다.
마들
전쟁이... 시작되어 버렸으니까. 일까?
마들은 조용히 그의 시선을 받아들였다.
마들
시작했던 건 분명 옛날의 조상들이고, 별의 민족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싶다던가, 대의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난 그런 거 잘 모르겠어. 알 수 있는 건,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전쟁이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나는 전쟁이 싫다는 것.
발드르
싫어하나? 그런데도 전사의 길을 택한 건가?
마들
싫어, 전쟁같은 건. 전쟁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을 수없이 봐 왔어. 코나도 가족을 잃었을 때 엄청나게 울었고. 전쟁같은 건 어서 끝났으면 좋겠어. 그래서 난 싸우기로 한 거야. 모든 걸 잃지 않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이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난 강해졌어. 그리고 더 강해지고 싶어.
발드르
끝내기 위해서 싸운다고...?
마들의 말은 싸우는 것 자체를 목표로 태어나서 살아온 발드르에게 있어 미지의 영역이었다.
마들
발드르는 싸우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고 말했었지?
발드르
그, 그래...
마들
성정수의 역할이나, 별의 민족이 생각하는 건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마 전부 전쟁 탓일 거야.
발드르
전쟁 탓?
마들
전쟁이란 너무 덩치가 커서 형태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괴물같은 거야. 그 탓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알지 못한 채 휘말려서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거라고 생각해. 발드르도 그렇지 않아?
발드르
그런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성정수다. 마들이나 코나와는 달라... 애초에 전쟁이 없었다면 나는 태어나지조차...)
마들
뭐, 내가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뿐이니까 너무 신경쓰지는 마. 단지...
발드르가 아까 나를 공격하기는커녕 지켜주려고 했던 거. 그건 역할같은 게 아니잖아? 오히려 그 역할에 반하는 행위였을 거야. 어째서 그렇게 해 준 거야?
발드르
...몸이 마음대로 움직였다.
마들
응.
발드르
프레이... 그 장소에 달려온 성정수는 예전에 나와 함께 싸웠던 녀석이다.
마들
동료였구나. 그런데도 그런 상대한테 검을 들이대면서 날 지켜준 거였어.
발드르
......
마들
고마워, 발드르. 나 기뻤어. 물론 죽지 않고 무사히 넘어간 것도 기쁘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역할이라는 것에 그렇게 집착하던 네가, 역할을 거스르며 동료에게 등을 돌려서까지 나를 구해줬다는 사실이... 정말로 기뻤어.
발드르
......
마들
뭐, 그 탓에 네 입장이 위태로워졌을 테니까 기뻐할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발드르
그건... 네가 신경쓸 일이 아니다.
마들
그치만! 이렇게 됐으니 이제 별의 민족 쪽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겠네! 우리랑 같이 있으면...
발드르
글쎄, 어떨까. 너와 코나가 아무리 나를 감싸려 한들, 다른 자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 아닌가? 나는 성정수가. 하늘의 민족 모두가 나를 받아들여 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군.
발드르
그건...
마들의 머릿속에는 동료들의 복잡해 보이는 표정이 떠올랐다.
발드르
신경쓰지 마라, 마들. 나는 상관없다. 다만 잠시간 너희들을 돕게 해 다오. 은혜를 갚고 싶다.
마들
은혜라니, 너...
발드르
나는 별의 짐승이다. 짐승은 짐승답게 받은 은혜를 제대로 갚을 것이다. 오늘 너를 구한 것은 10년 전에 너와 코나가 구해준 은혜를 갚은 것뿐. 그리고 오늘 또다시 너와 코나, 너희 동료들에게 구해진 은혜는 앞으로의 행동으로 갚겠다.
조용히 이어지는 발드르의 말을 들으며 마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마들
은혜라느니, 갚겠다느니... 난 그런 거 필요없는데. 왜냐면 난 발드르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걸. 그러니까...!
발드르
......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 마들. 별의 짐승에게 너무 마음을 준다면 너와 사람들 사이에 불화가 생겨날 수밖에 없어.
마들
......
그렇다고 해도 난...!
마들은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지금의 마들은 완고한 발드르의 태도를 꺾을 만한 말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였다.
'2022 > 별이 남긴 아이, 하늘이 사랑한 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이 남긴 아이, 하늘이 사랑한 아이 - 별의 유산편 제1화 잠드는 별들 (0) | 2022.03.08 |
---|---|
별이 남긴 아이, 하늘이 사랑한 아이 - 패공전쟁편 제4화 시험받는 의지 (0) | 2022.03.01 |
별이 남긴 아이, 하늘이 사랑한 아이 - 패공전쟁편 제2화 짐승과 인간 (0) | 2022.03.01 |
별이 남긴 아이, 하늘이 사랑한 아이 - 패공전쟁편 제1화 새하얀 틈새 (0) | 2022.03.01 |
별이 남긴 아이, 하늘이 사랑한 아이 - 오프닝 (0) | 2022.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