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패공전쟁편 
제1화 새하얀 틈새
The Ashen Precipice

 

 




아픔은 없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그 어둠은 의외로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따듯해"라고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린 말이 귀에 닿자, 자신의 육체의 형태가 되살아났다.

단장은 어딘지 모를 장소에서 눈을 떴다. 의식을 잃은 상태였을 텐데도 두 발로 확실하게 서 있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따듯하다고 느껴진 손 끝을 따라가자 익숙한 반신이 곁에 있었다.


[루리아]


루리아
으음...


단장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루리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루리아
어라... 당신인가요? 저...?


루리아는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불안한 듯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루리아
여긴 어디죠?


그 물음에는 "모르겠어"라며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루리아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조이쨩이 갑자기... 눈 앞에서 당신이 쓰러졌고, 그리고 저는...


어둠 속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기억과 루리아의 말을 맞추어 보았다.


루리아
저, 당신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달려와 당신의 손을 잡았어요... 그런데 어라? 살아있네요...? 따듯해요.


두 사람의 손은 양쪽 다 따듯했다.


루리아
그건 꿈이었던 걸까요? 아니면 이쪽이 꿈...?


[꿈은 아닌 것 같아]
[이쪽이 꿈일지도 모르지] -> 선택


루리아
내 꿈 안에 당신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반대...?

...후후. 둘이서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거라면 좋을 텐데요.


작게 울려퍼지는 루리아의 웃음소리가 어딘가 쓸쓸한 것처럼 들렸다.


[미안해]


루리아
왜 사과하는 건가요?


단장과 루리아는 생명의 링크로 이어진, 말 그대로 일심동체인 사이였다.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쪽도 길동무가 되는 것이었다.


루리아
당신이 사과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저는 제 자신의 의지로 당신과 생명을 잇기로 했으니까요. 그날, 아직 세계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던 저를 당신이 구해줬는걸요. 제가 결정한 일이에요.


루리아가 잡고 있던 손에 꼬옥 힘을 주었다.


루리아
저는... 여기에 당신이 혼자 남겨지지 않아서 기뻐요. 같이 오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루리아의 말은 마치 그 손의 온도처럼 따스하게 단장의 마음 속에 울려퍼졌다.


루리아
...이제부터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만약 정말 죽어버린 거라면... 여긴 유세일까요? 하지만 뭔가 다른 것 같은데...


주변을 다시 둘러보자 사방이 유백색의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현실과는 대단히 동떨어진, 막막한 느낌이 드는 광경이었다.


루리아
만약 여기서 나갈 수 없다면... 끝나버리는 걸까요, 저희 여행은...


루리아의 물기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단장의 머리속에 지금까지의 여행이 하나하나 되살아났다.



루리아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살며시 카타리나의 방에 가서 함께 밤을 지새웠던 일도...

그랑사이퍼의 키를 쥐고 시원하게 웃는 라캄 씨의 곁에서 함께 노래한 일도...

로제타 씨가 타 주신 꽃향기 나는 홍차를 천천히 즐겼던 일도...

오이겐 씨랑 같이 하늘을 바라보며 하얀 구름의 모양을 맞춰보던 일도...

이오쨩하고 맛있는 과자나 예쁫 옷을 둘러보며 서로 골라주던 일도...

그리고, 비이 씨하고 당신하고 함께...


거기서 루리아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루리아
세계의 적이란... 뭘까요. 저는 조이쨩이 이유도 없이 그런 일을 할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아서요...

아! 아니에요! 당신이 정말 세계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요!


단장은 당황한 루리아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달랬다.


루리아
아무튼 이유를 알지 못하는 채로는 뭔가...


루리아의 말을 들은 단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자신이 "세계의 적"이라고 불리는 것인지를 알아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루리아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끝나버리는 것은... 쓸쓸해요.


갈 데 없이 흐릿한 세계에서 솔직한 루리아의 말은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알고 싶어]


루리아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정말 알고 싶어?

루리아
어...?

 

 




1-2


그 목소리의 주인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
당신은 정말 자신과 세계에 대해서... 그리고 어째서 당신이 사라지길 원하는 자들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생각해?


여리지만 아름다운 빛을 띤 신비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구나.

루리아
저기... 그, 무슨 말씀이신가요? 당신은 누구시고요...?

유니
나는 유니. 특이점 당신에게 세계의 진상을 알리고 당신의 의지를 묻는 것이 나의 역할이야.

루리아
유니쨩이군요... 당신도 이 사람을 특이점이라고 부르네요. 물론 특이점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몇 분 계셨지만... 저기, 혹시 특이점이라는 것이 세계의 적과 관계가 있는 건가요?


자신을 유니라고 소개한 소녀는 루리아의 물음에도 그저 눈을 깜빡거릴 뿐이었다.


유니
하나 가르쳐 줘. 당신들은 동료들 앞으로 나서서 스스로를 조정자의 심판에 맡긴 것처럼 보였어.

 

왜 그랬어? 포기했으니까? 받아들였기에 그렇게 한 거 아냐?

루리아
아...


[동료를 지키고 싶었어] -> 선택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


유니
자신이 죽게 된다고 해도?


유니의 물음에 단장은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유니
그렇구나...

루리아
저기... 유니쨩. 여기는 어디인가요? 저희는 어떻게 된 거고요?

유니
여기는 하늘도 아니고, 별도 아니고, 현세도 유세도 아닌 곳. 모든 것에게서 분리된 틈새의 세계. 당신들은 현세에서 죽었지만 완전히 목숨을 잃기 전에 여기로 옮겨졌어.

루리아
어... 죽었지만 죽은 게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나요?

유니
원한다면.

루리아
그럼...!

유니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알아야만 해.


유니의 눈이 단장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유니
당신을 심판한 것은 별의 의지... 하늘의 세계를 지켜보는 조정의 힘. 당신들은 하늘의 세계에 남은 별의 힘을 오만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루리아
하늘에 남은 별이라니... 성정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루리아의 말에 유니는 잠시간 침묵했다.


유니
푸른 소녀...

루리아
네, 네에...?

유니
성정수의 힘을 총괄하는 당신이 특이점과 일심동체라면, 당신에게도 알 권리가... 의무가 있을지도 몰라.

루리아
...저와 이 사람은 일심동체예요. 이 사람이 알아야만 하는 일이라면 저도 같이 알고 싶어요.

유니
...응, 알았어.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으로 치자면 꽤 긴 여행이 될 거야. 하지만 알고, 생각하고, 선택해 줬으면 좋겠어. 하늘과 별 사이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의미를...


유니의 말에 호응하듯이, 지금까지 바람도 소리도 없었던 세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공기가 떨리고 수면에 파도가 일었다.


루리아
이, 이건...!


갑작스런 변화에 눈을 크게 뜬 루리아와 단장은 쥐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유니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 별과 하늘에 속하는 생명들의 관계가 바뀌었던 때로 당신들을 데려가겠어.

루리아
바뀌었던 때요...? 데려가다니, 어떻게...

유니
패공전쟁. 당신들이 이제 와서 안다고 해도 어찌할 수 없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 흔해빠진 사건, 흔해빠진 고통, 흔해빠진 기쁨과 흔해빠진 비극. 시간의 수면을 들여다봐. 그리고 알도록 해. 생명의 역사를...





별의 민족 1
음, 코어는 이걸로 완성이야. 설계에도 문제 없군. 


한 별의 민족이 성정을 가공해 코어를 만들고 있었다.


별의 민족 1
이 과정을 더 효율화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코어의 정제기술은 별의 민족만이 다룰 수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 

자, 눈을 떠라.

 

 

 


???
......

별의 민족 1
새로운 별의 짐승이여. 기능에 문제는 없나?

???
...그래.

별의 민족 1
흠. 시운전은 전장에서 직접 해 보도록 할까...

???
전장...

별의 민족 1
네 이름은 발드르. 즉시 전선에 참가해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도록.

발드르
알겠다.

 

 




1-3

 

 



패공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초기에는 성정수를 병기화한 별의 민족이 하늘의 민족의 반란을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제압전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하늘의 민족의 마음은 결코 꺾이지 않았고, 각종 지혜와 기술을 짜내며 끈질기게 싸워나갔다.

하늘의 민족의 항전에 맞서기 위해, 별의 민족은 계속하여 새로운 성정수를 만들어내어 전선에 투하했다. 그것들을 지휘하는 별의 민족이 있기는 했지만, 어느샌가 전장에서 하늘의 민족과 마주하는 것은 성정수가 거의 전부였다.

그리고 격렬한 전화는 전공으로 퍼져나가...


발드르
하앗!

 


발드르가 휘두르는 검의 궤적은 눈부신 빛이 되어 일대를 불태웠다.


하늘의 민족
흐, 으으... 살려 ㅈ...

발드르
남은 게 있었나.

하늘의 민족
커억...!

발드르
흥... 별 거 없군.

 

 

 


프레이
이쪽은 어떻게 됐습니까?

발드르
보이는 대로.

 


초토화된 지면을 본 프레이는 어깨를 떨며 탄식했다.


프레이
당신의 힘은 지나치게 강력하군요.

발드르
조절이 필요할까?

프레이
아뇨. 믿음직스러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당신이 불태운 대지도 수많은 계절을 거치고 나면 풍요로운 결실을 맺게 되겠죠. 

발드르
나는 그저 널려있는 빛을 모아 적을 섬멸할 수만 있으면 된다만...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풍요로운 결실이라는 것도 한번 보고 싶군.

그런데 그쪽 적은 어떻게 됐지?

프레이
문제 없습니다. 근처에 잔당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요. 다만...


프레이는 손바닥을 가볍게 팔에 문질렀다.


프레이
오늘은 조금 춥군요...

발드르
춥다?

프레이
대단한 정도는 아닙니다만... 당신은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겁니까?

발드르
...딱히.

프레이
그렇군요... 당신은 정말로 싸움에 특화된 것처럼 보입니다. 조금 부럽군요.

발드르
그 추위라는 것은 전투에 지장이 생기는 감각인가?

프레이
아뇨, 제가 느끼는 것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허나 인간... 특히 하늘의 민족들에게는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발드르
그거 다행인 거 아닌가. 놈들이 추위라는 것에 사기가 꺾인 상태라면 절호의 기회일 텐데.

프레이
훗... 믿음직스러운 말이군요. 당신이 이 전선에 가담한 뒤로 수많은 싸움을 함께 해왔습니다만...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패배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군요. 우리 둘이 함께라면.

발드르
상상이 아닌 사실이고 확률의 문제다. 홀로 싸우는 것보다는 너와 함께 싸우는 편이 훨씬 승률을 올려주지.

프레이
승률이라고요.

발드르
뭐 잘못됐나?

프레이
아뇨. 신경쓰지 마십시오. 자, 앞으로의 전투에서도 저희 둘이 전과를 올리도록 하죠. 풍요로운 미래를 위하여.





하늘의 민족 1
우오오오오!

프레이
큭... 기습인가! 이렇게 진형 깊숙이 들어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니...!

하늘의 민족 2
기회다! 한꺼번에 몰아붙여라!

발드르
어리석군...! 상대해 주도록 하마!

하늘의 민족 1
나왔다! 저 둘이 이 전장의 핵심! 녀석들만 쓰러뜨리면...!

발드르
이 정도로 우세라도 잡았다는 것처럼 굴지 마라, 인간 놈들아! 내 빛의 검으로 불태워 주마!

하늘의 민족 2
제길, 놈에게 얼마나 많은 동료들을 잃었는지... 반드시 그 대가를 받아내고야 말겠다!

발드르
할 수 있으면 해 보시지, 하늘의 민족!

프레이
발드르! 너무 나서지 마라! 태세가 무너진 상태로는...

하늘의 민족 3
걸렸구나, 괴물 놈아!

발드르
!? 프레이! 뒤쪽!

 

 

 


발드르
크아아악!

프레이
발드르!!!

 


 

 



소년
...쩍, 훌쩍...


조용한 마을 외곽의 묘지. 그곳에는 새로 생긴 무덤이 수없이 늘어서 있었다.

 

 

 


소녀
역시 여기 있었구나.






1-4


소년
...코나.

코나
울고 있었어? 마들.

마들
응...

코나
그거, 우리 오빠랑 아빠 무덤이잖아.

마들
이러면 안 되는 거야?

코나
...아니, 안 되긴. 고마워, 마들.


소녀는 무덤 앞에 바쳐진 작은 꽃을 보며 소년의 손을 잡았다. 주변을 둘러보자 묘지에 늘어선 묘비마다 같은 꽃이 놓여 있었다.


코나
저기, 마들. 나도 꽃 가져다 두고 싶으니까 꺾는 거 도와 줄래?

마들
좋아, 가자.


소년은 소녀에게 잡힌 손에 힘을 주며 일어섰다.


코나
잔뜩 따야겠다.

마들
...응, 그러게.


마을에서는 올해만 벌써 몇 번의 장례식이 있었을까.


마들
어른은 어째서 전쟁을 하러 가는 걸까...

코나
어째서냐니,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잖아? 별의 민족과 싸우지 않으면 우리 하늘의 민족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없다고.

마들
그건 들었지만... 전쟁에 나가면 모두 죽잖아. 자유란 건 목숨보다도 소중한 거야?

코나
그건... 나도 잘...


소녀의 고개가 숙여지는 것을 눈치챈 소년이 아차한 듯 싶었다.


마들
미안해, 코나.


소년은 소녀의 손을 잡아끌며 달리기 시작했다.


마들
예쁜 꽃 잔뜩 따 오자!

코나
후후... 기다려, 마들!





마들과 코나. 하늘의 민족의 소년과 소녀는 패공전쟁의 전선에서 가까운 마을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었다.


코나
아, 여기 잔뜩 피어 있다.

마들
그건 내가 땄던 꽃인데?

코나
아~ 그렇네. 다른 꽃으로 하는 편이 좋겠지?

마들
응. 그러는 걸 더 기뻐해줄 거야.

코나
그럼 다른 곳을 찾아야겠네...

마들
저쪽으로 가 보자, 코나. 내가 안 찾아본 곳이 좋을 것 같아.

코나
으음... 마을에서 너무 떨어지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마들
안 갈 거야? 그냥 가게?

코나
으음... 갈래! 갈 테니까 기다려, 마들!


아이들은 숲 안쪽을 향해 달렸다.





코나
이런 데까지 온 건 처음이야...

마들
숲은 숲이잖아. 여기도 예쁘다. 

아, 저기 봐 코나. 저기에 빨간 꽃이... 어? 이 꽃, 젖어 있네...

코나
어떤 거?

마들
이슬인가? 그치만 벌써 점심때도 지났는데...

코나
잠깐만, 마들. 아니야, 그거... 이슬이 아니고...

마들
....코나!

 

 

 


발드르
......


마들이 날카롭게 소리지르며 가리킨 곳에는 피에 젖은 채 쓰러진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코나
꺄악...!

마들
피가 엄청나...! 아프겠다...

코나
주, 죽은 거야...?

마들
...숨 쉬고 있어. 살아 있어. 검이나 갑옷같은 걸 보니 병사인 걸까? 전장에서 다친 채로 여기까지 도망친 걸지도 몰라.

코나
아, 아무튼 빨리 의사 선생님 계신 곳으로 데려가자! 그치만 우리끼린 못 옮기겠네... 그럼 의사선생님을 불러와서...!

마들
안 돼 코나. 그러면 늦을 거야. 그러니까...

흐읍...!

코나
치료 마법...? 마들, 어느 새에 그걸?

마들
전쟁에 나가기 전에 실드가 가르쳐 줬어.

코나
오빠가...?

마들
그치만 난 엉망진창이라... 그래서... 전혀...!

안 돼. 이런 걸로는....

코나
비켜 봐, 마들. 내가 할게.

...!

발드르
...으, 음...


코나의 마법을 받은 청년의 뺨에 살짝 핏기가 돌아왔다.

 


코나
하아, 하아... 하아...

마들
대단해... 대단해, 코나! 어느 새 이렇게 마법을 잘 쓰게 된 거야?

코나
어느 새냐니, 피차 마찬가지잖아. 나도 오빠랑 아빠한테 배운 거야. 그 후에 혼자 몇 번이나 연습해서...

마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치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

코나
마법이란 원래 가지고 있는 마력의 양이나 소질이 중요하다고 아빠가 그러셨어. 

마들
으음... 그럼 난 그 마력이랑 소질? 이 없는 걸까...

발드르
으음...?

코나
아, 정신이 들었나 봐!

마들
형, 괜찮아? 아파?

발드르
인간, 아이...?

마들
난 마들이야. 이쪽은 코나. 마법으로 형의 상처를 치료해 줬어.

코나
아직 완전히 아문 건 아니니까 갑자기 움직이면 안 돼.

마들
그러게. 의사 선생님한테 제대로 치료받는 게 좋을 거야.

코나
같이 마을까지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걸을 수 있겠어?

발드르
...너희들이 사는 마을이 근처에 있나?

마들
응. 이 숲에서 저기로 빠져나가면 우리 마을이야.

발드르
그런가...


아직 상처의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도 청년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발드르
의사는 필요 없다. 너희 마을에도 갈 수 없어.

코나
하지만 그대로 있으면...

발드르
문제 없어.

코나
그런...

마들
...알겠어.


주저하는 코나의 손을 잡은 마들이 일어섰다.


마들
여기라면 마을 사람들도 거의 안 오니까 천천히 쉬어.

발드르
......

마들
무리하면 안 돼, 형. 그럼 잘 있어.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청년의 푸른 눈동자가 계속 쫓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