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제5화 내일은 분명 밝은 곳에*

Tomorrow's Blessing

 

*碧(푸를 벽)의 발음을 이용한 말장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푸른 머리로 바뀌는 힘을 발현시킨 지타. 루 오는 그녀를 회복시키고 시련의 완수를 인정했다. 그러나 지타가 겨우 깨어나 모두가 기뻐하는 사이, 웜듀스가 나타나 새로운 시련을 개시하려 하고 있었다.


비이
자, 잠깐 기다려! 지타는 이제 겨우 깨어난 참이란 말이야.

루리아
시련을 시작하는 건 좀 더 기다려 주실 수 없나요? 더 쉬어야 하는데...

웜듀스
그래? 루오가 치료했으니까 괜찮을 거야.

비이
고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잖아! 설마 웜듀스까지 직접 싸우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

웜듀스
싸움은 아프고 재미없어. 다른 거 하자.

루리아
휴우...

웜듀스
뭔가 즐거운 게 좋겠어. 무섭거나 아픈 건 빼고.

우구스
술래잡기 같은 거?

웜듀스
특이점은 몸을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지 않아?

우구스
아, 그렇지~

신샤
음... 뭔가 게임같은 거...?

시에테
쌍륙같은 건 어떨까?

넥타르
쌍륙이 뭡니까?

신샤
으음... 순서대로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눈 수만큼 칸을 진행하는 거야. 가장 먼저 마지막 칸까지 간 사람이 승리.

웜듀스
그것뿐이야? 별론데...

시에테
후후후... 실은 얼마 전 손에 넣은 새로운 녀석이 있지! 짜잔~

우구스
응? 뭔가 글자가 잔뜩 있어!

시에테
'멈춘 칸의 지시에 따를 수 없으면 한 회 쉬기'라는 룰의 쌍륙이야. 예를 들어 물을 컵에 담아 한번에 마시기, 뭐 그런 거.

루리아
음... 다음 순서까지 물구나무서기라... 지나치게 심한 운동은 없는 것 같네요.

비이
그 정도라면 지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는 하나 확률에 시련을 맡길 수는 없으니 지타가 거절하려는 순간...


웜듀스
그걸로 하자! 꽤 괜찮아 보여!

비이
으어!?

시에테
응? 왜 그래? 단장쨩...


당황한 지타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에테에게 비이가 "힘"을 빼앗기면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 주었다.


시에테
뭐, 뭐어!? 괜찮겠어? 다른 걸로 바ㄲ...

웜듀스
웜은 이게 좋아.

시에테
설마 꽂혀버린 거야? 말도 안 돼... 저, 적어도... 

웜듀스, 있잖아! 일대일로는 쌍륙의 진수를 맛볼 수가 없거든~?

웜듀스
...그런 거야? 어떡하면 되는데?

시에테
다른 사람들도 불러서 같이 놀자! 그게 더 재미있어~

(그러면 적어도 웜듀스의 승률이 낮아질 테니까...)

웜듀스
좋아~ 웜 말고 다른 사람이 이기면 특이점이 이기는 걸로. 아픈 사람한테는 잘 대해줘야 하지? 웜은 상냥하거든.

시에테
하아... 이걸로 어떻게든 됐... 된 거겠지...?

웜듀스
쌍륙은 뭐 준비해야 돼?

우구스
놀려면~ 간식 필요해! 식당에서 받아올게~

쿠시나
...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뭐 상관없지만)

고양이
냐앙~

 

 




5-2


웜듀스
무게~

무겐
아! 웜듀스! 배 고파, 말했지. 샌드위치, 받아 왔어. 자, 여기.

웜듀스
이거 좋은데. 윌이 만드는 밥은 그저 그렇거든.

우물우물...

무겐
웜듀스, 항상 많이 먹어. 배 불러, 아니야?

웜듀스
음... 뭔가 텅 빈 느낌이 들거든. 그러니까 채워야지 싶어서.

무겐
텅 빈 느낌...

웜듀스
아마 붉은 용의 힘을 먹으면 웜도 텅 빈 느낌에서 벗어날 거야. 그래 그래. 그걸 위해서 지금부터 쌍륙 하려고 하거든. 무게도 하자.

무겐
쌍륙, 한 적 있어! 같이 놀아!

웜듀스
그럼 이것저것 가르쳐 줘. 웜은 처음 하거든.

무겐
응, 잘 부탁해, 웜듀스.

 

 


 


시에테
어디, 말이 하나 둘 셋...

우구스
신샤도 해~?

신샤
아냐. 난 고양이랑 같이 너희들이 노는 거 듣고 싶어.

우구스
그렇구나! 우구스 활약할 거야!

쿠시나
...
(주사위 눈이나 칸의 글자같은 건 내가 읽어줄 수 있어, 신샤)

신샤
고마워, 쿠시나. 난 괜찮아. 우구스랑 쿠시나도 넥타르랑 힘내.

넥타르
네, 신샤. 비이 공을 위해서도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웜듀스
무게 불렀어~ 시작하자!

시에테
좋았어~ 그럼 제비뽑기로 순서부터 정하자! 자자, 1번은 누가 뽑았을까~?

우구스
아! 우구스! 우구스 1 뽑았어!

루리아
지타는 2번인가요? 후후, 저보다 하나 앞이네요!

넥타르
넥타르는 4번인 모양입니다.


이어서 쿠시나, 비이, 웜듀스, 무겐, 시에테 순으로 주사위를 굴리게 되었다.


우구스
으음... 우구스 발은 주사위 굴리기에 좋지 않아! 신샤~

신샤
응. 그럼 굴릴 때만 내가 대신할게.

우구스
고마워! 큰 수 나와라! 큰 수 나와라!

4다!

쿠시나
...
(어디, 말을 움직여서... 4번째 칸 과제는...)

비이
4번째 사람 흉내내기래! 4번째는 넥타르였지.

우구스
네! 신샤!

신샤
응?

우구스
어~!? 방금 넥타르 흉내냈어! 네! 신샤!

쿠시나
...
(킥... 하, 항상 그렇게 말하긴 하지...)

웜듀스
아~ 웜도 들어본 적 있을 정도야.

넥타르
신샤는 넥타르에게 있어 사장 우선해야 할 존재니까 당연하지 않을까요.

시에테
우오... 진지한 얼굴로 딱 잘라 말하네.


우구스의 흉내내기가 받아들여져서 지타가 주사위를 굴렸다.


루리아
책 1페이지 낭독하기래요. 아! 포포루 사가가 상담실에 있던가?

무겐
무겐 가져올게! 하고 있어.


시련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쌍륙 게임이 벌어지고 있었다.


신샤
와~ 루리아 씨는 노래를 정말 잘 하시네요!

루리아
에헤헤~

넥타르
넥타르는... 말장난 하기?

비이
오~ 만물상이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아하겠는데~

넥타르
말장난... 말장난.

무겐
예를 들면 말장난... 사과하려면, 사과 주기!

넥타르

그거 곤란하군요. 갑자기 사과를 구해와야 하다니...


신샤

넥타르, 그게 아니고... 뭐라고 해야 되지. 말 맞추기? 라임 맞추기?

웜듀스
생각 안 나면 1회 쉬기.

넥타르
으...

쿠시나
...
(아! 윗몸일으키기 5번이래! 간단해서 다행이다~)

우구스
쿠시나는 파워 계열이니까~

시에테
어... 옷 갈아입기? 갈아입기라... 어떻게 할까~

비이
여름에 수영복 우리한테 맡겨놓지 않았어? 가져다 줄게!

시에테
뭐? 춥지 않을까?

비이
그럼 그거 말고 입을만한 거 있어?

시에테
으으... 크리스마스 때 입은 건 셰로쨩한테 부탁해서 세탁 맡겨버렸는데...

무겐
아! 과자, 가져오기. 무겐, 식당 다녀올게!

우구스
와아~ 과자~

웜듀스
다음. 다음 굴려!

우구스
하! 맞다! 신샤 부탁해~

루리아
지타는 그 다음이네요! 숫자 보고 나면 주사위 주세요.


신샤가 굴린 주사위를 주운 지타는 루리아에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주사위를 굴렸다.


비이
(시련인데 다들 즐거워하니까 신기한 기분이네...)

...


비이는 큰 수를 노리며 주사위를 쥐는 지타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비이
(장크틴젤에는 지타랑 같은 나이의 애들이 거의 없었지... 그래서 밭일을 돕는다던가 검 수련하는 거 말고는 놀 만한 상대도 없었고... 난 항상 지타랑 같이 있었어. 그치만...

여행을 시작하고, 이렇게 동료들이 생겨서 이제 지타는 내가 없어도 혼자가 아냐. 그건 지타에게 분명 정말 좋은 일이지만. 나는, 나는...)

...

 

 




5-3

 

 

 


시에테
의외로 춥... 아니 추워! 실내여도 역시 추운데 이거!

웜듀스
다음 주사위 굴릴 때까지 홧팅.

시에테
으어! 꽤 길잖아!

우구스
하~ 무겐이 가져온 과자 맛있어! 단 것도 맛있고 짠 것도 맛있고!

무겐
옥수수 폭발시킨 거! 웜듀스도 먹어? 배고파, 말했잖아.

웜듀스
잠깐만. 웜 지금 칸 세는 중이야. 에... 7칸 차이나니까 다음이랑 그 다음에는 4보다 많이 나와야...!

루리아
하우우. 왠지 1만 나와요~ 굴리는 방법이 잘못된 걸까요?

웜듀스
이렇게... 손목을 비트는 느낌으로. 5가 나오는! 느낌.

루리아
손목이군요! 다음에 해 볼게요!


다들 신나게 즐기던 쌍륙도 이윽고 막바지에 접어들려는 참이었다.


비이
아! 지타. 골 직전인데 여기서 1 나왔어?

우구스
아~! 아! 다들 1 나와! 우구스 질 거 같아!

시에테
에취!

쿠시나
...
(시에테 씨, 모포 걸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골 직전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웜듀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주사위를 굴렸다.


웜듀스
에잇...!

비이
꿀꺽... 뭐 나왔어?

넥타르
5입니다.

루리아
5!? 웜듀스 씨는 골까지 4칸 남았었으니까...

웜듀스
승자 웜~

시에테
어, 어라라...

넥타르
시에테 공.

시에테
미, 미안! 이렇게 우리 편이 많은데 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지타가 긴장된 표정을 짓는 사이, 웜듀스가 가슴을 쭉 폈다.


웜듀스
한 판 더 해 줘도 괜찮아. 웜은 상냥하거든.

비이
그, 그래도 돼? 정말로?

웜듀스
상관없어~

시에테
마음 변하기 전에 빨리 시작하자! 자, 말 시작위치에 갖다 놔!


시에테는 옷 갈아입는 것도 잊고 서둘러 다시 한 판 시작할 준비를 했다.


무겐
음료수, 없어? 무겐 다시 가져올게!

웜듀스, 하나도 먹어 안 했어. 배 고파? 같이 식당 가?

웜듀스
음... 그럼 그렇게 할게.

루리아
그럼 게임 시작할 때까지 잠깐 쉬어요, 지타.


지타는 루리아가 이끄는 대로 방 구석에 있는 긴의자에 누웠다.

 

 




5-4


웜듀스
이렇게... 저렇게?

무겐
...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도 웜듀스는 주사위 굴리는 방법을 되새기며 손을 움직였다.


무겐
웜듀스.

웜듀스
왜, 무게?

무겐
지금 배 고프다, 아냐?

웜듀스
...잊고 있었어. 어째서일까. 형태를 얻은 이후로 계속 배가 고팠었는데. 

무겐
음... 텅 비어서, 채우고 싶다. 말했으니까. 먹었지.

웜듀스
그래. 그치만 아무리 먹어도 텅 빈 곳은 채워지지 않았어...

무겐
그 텅 빈 곳, 배 고프다 아니야, 무겐 생각해.

웜듀스
하지만... 뱃속이 텅 빈 느낌이 들어. 모자라다는 느낌.

무겐
아마, 무겐. 그거 알아. 그 텅 빈 곳, 배 아니야. 마음. 그거 분명 "외로워".

웜듀스
외로워...? 웜이 외롭다고...?

무겐
응. 쌍륙 할 때, 웜듀스 배 고프다 아니었어. 텅 비다, 아니었어. 다 같이 놀다 하면서 빈 곳 채워졌어. 같이 있어서 기뻐, 즐거워. 무겐도 그 구멍 있었어. 그래서...

웜듀스
외롭다라...

무겐
과자 먹기, 쌍륙 하기. 웜듀스 뭐 하고 싶어?

웜듀스
쌍륙! 

어, 진짜다. 그렇구나. 웜은 외로워서... 텅 빈 거였어.

무겐
지금도, 텅텅?

웜듀스
아마... 아닐 거야.

무겐
아마 비이 힘, 없어도 텅 비다 아닐 수 있어.

웜듀스
...

 




웜듀스
주목~

비이
뭐야 뭐야? 설마 쌍륙 그만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웜듀스
쌍륙은 할 거야. 그치만 웜의 시련은 끝!

루리아
네...?

웜듀스
특이점이 이긴 걸로. 웜한테는 힘 필요 없을 것 같으니까.

시에테
갑자기 무슨...

웜듀스
힘이 없어도 텅 빈 곳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쌍륙 하자! 그리고 다른 것들도!

우구스
우구스만 믿어! 상대해 줄게!

무겐
무겐도, 같이 놀아!


갑작스런 시련 종료 선언에 지타는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웜듀스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웜듀스
자자, 다음 판! 다음 판!

쿠시나
...
(잠깐 잠깐! 기다려!)

 

 




쌍륙 2번째 판을 끝낸 후에는 훌라, 그리고 그 다음에는... 웜듀스는 수많은 놀이를 즐겼다.


루리아
웜듀스 씨, 즐거워 보이네요.

비이
하아... 뭐,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웜듀스가 그걸로 좋다면 우리로서야 고맙지. 지타, 다른 녀석들이 상대해 줘도 괜찮은 모양이니까 넌 쉬고 있어!


비이의 말을 들은 지타는 망설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실로 향했다.

 

 




비이
그나저나 엄청 집중하던데, 웜듀스 녀석. 지타도 어렸을 때는 저런 느낌이었지. 도둑잡기 하다 지면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고 떼를 쓰면서 말야. 하하, 옛날 생각 난다!


지타는 어렸을 때 일이라며 볼을 부풀리면서도 얌전히 침대에 누웠다.


비이
잘 자, 지타. 좋은 꿈 꿔!


비이는 지타가 자고 있는 침대 곁을 지켰다.


비이
...

자고 있는 얼굴도 옛날이랑 거의 비슷하네. 지타는 지타 그대로인데... 어째서 계속 위험한 녀석들이랑 얽히게 되는 걸까. 육룡도 그렇지만 천사니, 유세니, 별의 민족... 말고도 엄청나게 많았지. 특이점이라느니 운명이라느니, 우린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인데. 

지타가... 내 파트너이자 소중한 가족이 그저 무사했으면 할 뿐인데 어째서...


안심한 얼굴로 잠든 지타와는 반대로 비이는 고뇌에 차 있었다. 밤의 어둠 속, 그보다도 더 어둡게 보이는 미래의 고난이 작은 드래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