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제2화 고백할 필요도 없는 사이거든요*

No Bland Confession

 

 

*黑(검을 흑)의 발음을 이용한 말장난

 


 

 



비이의 몸 안에 저장되어 있는 "힘"을 걸고 육룡이 내리는 시련을 통과하게 된 지타. 일행은 그 선봉을 맡은 페디엘과 함께 일단 기공정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무겐
실례, 했습니다?

페디엘
자, "데이트!" "데이트"하는 거다!

비이
지금 막 돌아온 참이니까 좀 기다려!

페디엘
으음... 인간들은 시간의 흐름을 아쉬워하는 존재 아니었나...?

시에테
그게 또 때와 장소에 따라서 다르단 말이지~

비이
하아... 정말. 아침부터 엄청난 소동이었네. 그러고 보니 아침도 못 먹었고...

루리아
어, 그 말을 듣고 보니까 윌나스 씨의 밥도 못 먹고 돌아왔네요.

웜듀스
웜이 전부 먹었어. 부족해.

비이
어라? 페디엘뿐만이 아니라 웜듀스도 따라왔었어? 배고프면 같이 아침밥 먹을까?

시에테
그거 나도 먹어도 될까? 며칠동안 계속 감시하느라 지쳤거든~

루리아
물론이죠! 그럼 빨리 식당으로...

우구스
아! 단장 있다! 어디 갔었어? 어라? 본 적 없는 것도 있어! 누구야?

비이
아~ 그 부분까지 전부 한꺼번에 식당에서 설명해 줄게. 그치? 지타.


지타는 고개를 끄덕인 후 우구스가 불러온 신샤 일행과 함께 식당에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웜듀스
우물우물, 냠냠...

신샤
육룡의 시련... 그런 일을 해내지 못하면 비이 씨의 힘을 빼앗기게 된다고요...

비이
뭐 내 힘이라고는 해도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지만 말야.

쿠시나
...
(솔직히 듣고 있자니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다...)

우구스
마음대로 휘둘리면 기운 쭉 빠지지~

시에테
뭐 일단 이번에는 시련을 클리어하기만 하면 문제 없을 것 같아. 육룡을 한번에 전부 상대하려면 아무래도 짐이 무거울 테니까, 개별 시련이 나오는 형태인 게 차라리 다행이지 않을까~

무겐
시련, 음... 페디엘 시련은, "데이트". "데이트"... 뭐야?

페디엘
얽히며 불꽃을 이어가고자 하는 짝이 서로의 품평을 하는 행위지!

무겐
"짝"...?

우구스
짝 알아~ 짝은 말이지~ 부부야! 아빠랑 엄마!

넥타르
우구스. "데이트"가 품평이라면 부모가 되기 전의 단계이지 않을까>

시에테
요컨대 단장쨩이 소중히 여기는 상대하고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는 거지.

무겐
그렇구나! 그럼 단장. 데이트, 누구랑 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지타에게 모여들었다.


루리아
...!

우구스
우구스라면 신샤랑 할 거야! 아빠랑 엄마는 아니지만, 신샤는 소중하니까!

신샤
후후, 고마워 우구스. 다음에 같이 쇼핑하러 가자.

우구스
응!

쿠시나
...
(넥타르, 새치기 당했네)

넥타르
쿠시나.

시에테
자자, 단장쨩. 누구랑 데이트할 거야? 앗! 혹시 이 오빠랑...


[시에테는 아니지] ->선택
[으음...]


시에테
아하하, 그렇게 딱 잘라 거절하니까 오히려 의식하는 거 같잖아...!

무겐
힘 내, 시에테.

시에테
으윽, 그렇게 순수한 위로를 받으니까 대미지 확 오는데! 그래도 고마워, 무겐...

루리아
...저, 저기...!

페디엘
당연히 푸른 소녀와 하는 거겠지?

루리아
어...?

페디엘
짝이라는 것은 운명공동체. 특이점과 생명을 공유하는 푸른 소녀는 당연히 짝이지 않겠어!

루리아
그... 그렇죠! 그런 식으로 볼 수도 있겠어요. 그렇죠, 지타?!


지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루리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랑 데이트해 줄래, 루리아?]


루리아
네! 저로 괜찮다면요!

비이
괜찮겠어, 지타? 루리아 제대로 에스코트할 수 있는 거야~?


곁에서 비이가 놀렸으나 지타는 당당히 끄덕인 후 루리아와 함께 데이트할 장소를 선언했다.


시에테
그래, 확실히 근처 섬에 꽤 큰 상업도시가 있으니 산책하기에는 딱 좋겠네~

무겐
가게, 잔뜩 있어?

시에테
있어. 일상용품부터 무기까지 뭐든지 다 있지.

무겐
그럼 무겐도 마을 갈래. 별무리 마을 애들, 선물 살래.

우구스
아! 우구스도! 우구스도 갈래! 가게 보고 싶어~

웜듀스
...맛있는 거 있어?

우구스
있어 있어! 있을 거야!

쿠시나
...
(아~ 우구스! 놀러가는 거 아ㄴ... 어라? 데이트니까 놀러가는 거 맞나...?)

넥타르
쿠시나. 기공정이 섬에 정박하는 거라면 그 사이 기공단 단원이 마을에 나가는 건 문제 없지 않을까.

신샤
우구스가 가 보고 싶으면 이번에 다 같이 가게 구경하러 갈까? 무겐 씨랑 웜듀스 씨도 같이 가실래요?

무겐
응! 진짜 고마워. 무겐, 덩치 커... 사람들 무서워해, 가끔...

웜듀스
흐음. 너무 큰 사람은 무서워한다더니, 루오가 말했던 게 정말이구나.

페디엘
자자, 사람도 장소도 정해졌으니 어서 신나게 데이트하는 거야!

비이
알았어, 알았어... 그럼 기공정 진로는 내가 말해 둘게. 지타는 루리아랑 데이트할 준비 하고 있어!

신샤
아! 죄송해요... 그 전에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갑판에서 고양이 씨를 만났는데 헤매다가 흘러들어온 모양이에요. 쿠시나도 본 적 없는 아이라고 하던데...

우구스
한동안 여기 얹혀살게 해도 괜찮아~?

넥타르
신샤는 고양이를 이 자리에 데려오려고 했지만, 완강하게 침대에서 나오길 거부하고 있습니다.

비이
뭐 어차피 다른 고양이들도 있는걸. 한 마리 정도 상관없지 않아, 지타?


지타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샤 일행은 안심한 기색을 보였다.


페디엘
...

넥타르
육룡의 "흑", 넥타르에게 용건이라도?

페디엘
...그쪽도 짝을 얻었다면 내게 "데이트"를 보여줘!

넥타르
짝...

페디엘
뭐야... 짝 아니야?

넥타르
신샤와 넥타르의 계약을 "짝"이라고 칭하는 것은 현 상황을 제대로 표현한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요.

페디엘
흠...? 그런 건가... 뭐 아무래도 좋아. 일단 특이점의 "데이트"부터!


한껏 신난 듯한 페디엘의 재촉에 지타는 루리아와 함께 마을로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루리아
지타~ 기다렸죠?


지타는 자신도 막 온 참이라고 말하며 루리아를 데리고 기공정에서 내려 마을로 향했다.


페디엘
...

시에테
...

비이
...

저기, 우리 왜 이렇게 구석에 숨어있는 건데...?

페디엘
우리 모습을 인식해 버리면 "데이트"가 일그러질지도 모르잖아? 인식 방해는 걸어 뒀지만 상대는 특이점과 푸른 소녀.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시에테
이건 이거대로 그럴싸한 기분인걸. 이 오빠 좀 흥이 나기 시작했어!

비이
하아... 진짜... 지타. 잘 해야 될텐데...

 

 




2-2

 

*해당 에피소드는 주인공의 성별에 따라 시나리오가 변화합니다. 여성 버전은 지타, 남성 버전은 그랑으로 별도 기재하였습니다.

 




루리아
와아... 시에테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엄청 넓은 도시네요...!


도착한 도시 입구에는 길을 안내해주는 간판이 붙은 커다란 기둥이 서 있었다.


루리아
어, 그러니까... 무기나 갑옷같은 것도 파는 철물점은 오른쪽 길이고, 목제로 된 물건들을 파는 곳은 중간 길이고... 어떤 재료로 된 물건을 파느냐에 따라 가게 위치가 정해진 모양이에요!


물건을 들여놓는 것과 관계가 있는 걸까? 라고 이야기하며, 지타와 루리아는 어디로 갈 것인지를 정했다.

 

 




[지타 버전]

 


루리아
이렇게 가게가 많으니 처음 보는 것들도 잔뜩 있을 것 같아요! 에헤헤... 수많은 가게가 늘어서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느낌이에요. 지타, 보고 싶은 가게나 갖고 싶은 것 있나요?

그렇군요... 옷을 보러 가자고요? 어, 옷은... 아! 저쪽에 가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렛츠 고! 예요!

시에테
호오~ 단장쨩이 어디로 갈지 딱 정하고 리드해주는 부분은 점수 좀 줘야겠는데? 금방 정하지 못해서 망설이다 보면 피차 김 새니까 말이지.

비이
그런 건가?

시에테
으음... 단장쨩이랑 루리아쨩이라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페디엘
그렇군? 이야기하는 사이에 판단력과 결단력을 가늠한다는 건가. 연약한 자, 작은 자들에게는 한 순간이 목숨을 좌우하곤 하지. 짝을 평가하는 데에는 꼭 필요한 정보겠어.

비이
어, 둘이 이동하기 시작했어!





루리아
후아...! 모든 가게들이 반짝거리는 것처럼 보여요...! 옷가게라는 것도 정말 많은 종류가 있네요! 뭐부터 볼까요, 지타?


[일단은 신발 가게!]


루리아
알겠어요! 의뢰 때문에 많이 걷다 보면 바닥이 쉽게 닳아버리곤 하죠.


루리아는 지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잡아끄는 대로 신발 가게에 향했다.


루리아
이 가게 신발은 섬세한 모양이네요... 드레스 입을 때에 신는 신발일까요?

아, 저쪽 가게는 신발 중에서도 부츠를 다루나 봐요! 멋있는 부츠네요~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루리아를 데리고 지타는 마침 눈에 띈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루리아를 가게 의자에 앉힌 후 시착용 신발을 몇 켤레 골라 왔다.


[추워졌으니까 새 신발 고르자!]


루리아
네? 그치만 제 신발은 아직 신을 수 있는걸요? 그러니 지타 걸...


지타는 루리아의 발을 지켜줄 신발을 고르겠다면서 무릎을 꿇고 루리아의 신발을 벗겼다.


루리아
아하하, 발 만지니까 간지러워요~


[고르게 해 주지 않으면 더 간지럽힐 거야!]


루리아
아, 지타 정말! 알겠어요. 그럼 제 신발 골라 주세요. 하지만 그 다음에는 제가 지타 신발 골라줄 거예요!


루리아의 제안을 받아들인 지타는 열심히 신발을 골랐다.


루리아
후후...


부지런히 여러 신발을 갈아신은 끝에, 지타와 루리아는 사이즈도 디자인도 딱 맞는 신발을 골라냈다.


루리아
뭔가 걷는 게 엄청 편해요! 발이랑 잘 맞는 느낌이랄까... 귀여운 장식도 붙어 있어서, 신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요!


루리아는 만족스러운 표정의 지타를 의자에 앉히고 신발을 벗겼다.


루리아
서로 골라준 신발을 신으면 분명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을 거예요. 저 하늘 경계... 이스탈시아까지도요!

 

 


 


시에테
그렇구나. 신발이라는 건 생활 필수품이지만 패션용품이기도 하지~

페디엘
함께 결론을 찾아내며 관계성을 다져나가는 건가...

비이
루리아, 옛날에는 붙잡혀 있느라 밖에 못 나가서 신발도 없었지... 이제 와서 새삼스럽긴 하지만 지타는 신발이 사 주고 싶었을 거야. 

시에테
멋진 이야기야...





[그랑 버전]

루리아
이렇게 가게가 많으니 처음 보는 것들도 잔뜩 있을 것 같아요! 에헤헤... 수많은 가게가 늘어서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느낌이에요. 그랑, 보고 싶은 가게나 갖고 싶은 것 있나요?

흠흠... 주방용품을 보러 가자고요? 생활용품들은 저쪽에 가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렛츠 고! 예요!

시에테
호오~ 단장쨩이 어디로 갈지 딱 정하고 리드해주는 부분은 점수 좀 줘야겠는데? 금방 정하지 못해서 망설이다 보면 피차 김 새니까 말이지.

비이
그런 건가?

시에테
으음... 단장쨩이랑 루리아쨩이라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페디엘
그렇군? 이야기하는 사이에 판단력과 결단력을 가늠한다는 건가. 연약한 자, 작은 자들에게는 한 순간이 목숨을 좌우하곤 하지. 짝을 평가하는 데에는 꼭 필요한 정보겠어.

비이
어, 둘이 이동하기 시작했어!





루리아
와아, 이 가게는 냄비 전문점인 모양이에요! 이렇게나 많은 종류가 있군요.

음, 여기는 식칼 가게... 아, 도마도 있어요! 우리 기공정이 있는 거랑 모양이 다르네요.

아하... 가장자리가 튀어나와 있어서 잘라낸 재료가 굴러떨어지지 않게 만든 거군요! 딱 한 군데만 평평하게 처리되어 있어서 냄비에 재료 넣을 때도 편리하겠어요...!


루리아는 신난다는 듯이 조리도구를 구경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고, 그랑은 그런 루리아의 지식을 칭찬했다.


루리아
요즘에 식당 일을 도와드리고 있거든요! 많이 배웠어요! 더 많은 걸 배워서 저도 기공단의 일원으로서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럼 감사의 표시를 해야겠네]


루리아
네?


그랑이 뭔가 필요한 건 없냐고 묻자, 루리아는 당황했다.


루리아
아, 그, 필요한 게 있는 건 아니에요! 지금은 이런저런 도구들도 충분히 많고요...


사양하는 루리아 앞에서 그랑은 아까 그 도마를 가리키며 갖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루리아
으... 음... 그럼 저기, 주방용 장갑이 갖고 싶어요... 사실 지금 식당에 있는 장갑은 사이즈가 조금 커서 손이 빠져버릴 때가 있거든요...


루리아가 원하는 것을 알아낸 그랑은 주방용 장갑이 늘어선 선반 쪽으로 향했다.


루리아
와... 주방용 장갑도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군요! 

어떤 게 마음에 드냐고요...? 그럼 그랑. 그랑이 골라 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될까요? 그랑이 골라 준 장갑을 끼고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연습을 하고 싶어요!


그랑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 수많은 물건들 사이에서 루리아에게 맞는 장갑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루리아
에헤헤...


이윽고 루리아의 손을 잡고 장갑의 사이즈나 디자인을 확인한 그랑은 그녀에게 딱 맞는 물건을 골라냈다.


루리아
고마워요, 그랑!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줄 테니까 꼭 먹어줘야 돼요!


행복해 보이는 루리아를 보자 그랑도 절로 행복해졌다. 두 사람은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나눴다.


페디엘
선택을 넘겨받아 적절한 답을 고르는 것... 이 또한 짝의 역할...!

시에테
루리아쨩 취향에 딱 맞는 물건을 고르는 부분에서 평소 루리아쨩을 제대로 보고 있다는 게 느껴지네.

비이
그랑은 루리아가 열심히 요리를 돕고 있는 것도 알고 있거든. 이 근처 가게들에 관심가질 거라는 걸 알고 여길 고른 게 분명해!





비이
그나저나 지타, 장크틴젤에서 막 나왔을 때에는 상점가를 보고도 깜짝 놀랐었는데. 아니, 어렸을 때에는 잡화상에 가는 것만으로도 긴장하곤 했었지. 저렇게 루리아를 잘 챙겨주다니, 어느 새 이렇게 많이 컸는지...

 




2-3


지타와 루리아가 데이트에 열중하는 사이, 신샤 일행도 상점가를 찾은 참이었다.


웜듀스
우물...

우구스
음~ 아이스크림 마이쪄!

쿠시나
...
(그렇게 정신없이 먹지 마! 뭐, 녹아내려도 골치 아프겠지만...)

신샤
넥타르. 정말 아이스크림 안 먹을 거야?

넥타르
네, 신샤. 넥타르는 기본적으로 식사를 통해 영양을 섭취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맛의 차이도 넥타르에게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돈을 소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신샤
그런가...?

넥타르
네, 신샤. 신샤와 우구스, 쿠시나가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 넥타르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신샤
그래... 그럼 내 아이스크림 한 입 먹어! 엄청 맛있거든. 내가 맛있다고 느끼는 걸 넥타르도 알아 준다면 기쁘겠어.

넥타르
...!

네, 신샤. 넥타르도 함께하겠습니다.

우구스
아! 우구스도! 우구스도 넥타르한테 한 입 줄래!

무겐
으응... 아이스크림, 맛있어. 그치만 선물... 어려워...

쿠시나
...
(그렇지. 녹아버리니까...)

웜듀스
웝이 얼려줄까? 오래 갈 거야. 아이스크림 사 준 답례야.

무겐
오... 고마워, 웜듀스!

웜듀스
별 말씀. 웜은 예의가 바르거든!

신샤
후후...





비이
잠깐만, 이렇게 가까이 가도 안 들킬까...?

시에테
뭐 페디엘의 인식 방해가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포장마차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니...

페디엘
쉿! 시끄러워!


카페 한켠에서 페디엘과 시에테, 비이는 메뉴로 얼굴을 가린 채 다른 자리에 앉아 있는 지타와 루리아를 관찰하고 있었다.


루리아
우우.... 크레이프, 파르페... 케이크도 이렇게 종류가 많다니! 무스에 파이에 젤리에...

아앗!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차가운 홍차...!?


지타는 루리아가 메뉴를 정독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루리아
하우우~ 지타! 먼저 고르세요. 저는 아직 못 고르겠어요...!


지타는 루리아에게 넘겨받은 두꺼운 메뉴를 들여다보았다.


[나눠 먹을까?] ->선택
[다 먹어보자!]


루리아
하우우, 그래도 될까요...? 진짜 뭐든지 다 맛있어 보여서... 고마워요!


두 사람은 테이블에 펼친 메뉴를 들여다보며 어떤 메뉴로 정할지 고민했다. 

 

 


 


이윽고 고민 끝에 정한 메뉴, 푸딩과 예쁘게 장식된 파이가 나왔다.


루리아
겉모습도 엄청 귀엽네요~ 스푼을 대는 게 아까울 정도예요.


스푼을 든 채로 바라보기만 하는 루리아 앞에서 지타가 파이를 잘랐다.


[자, 아~ 해.]


루리아
네에!? 제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우우. 다음엔 제가 할게요?

아~

맛있어요! 지타도 아~ 하세요!


비이는 즐겁게 서로에게 파이를 먹여주는 지타와 루리아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비이
헤헤, 걱정할 것도 없이 데이트 잘 하고 있네.

시에테
단장쨩은 사람 홀리는 구석이 있다니까~

페디엘
다른 이들의 모습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군... 이게 "데이트"의 힘인가! 마력도 쓰지 않고 매료를 걸다니, 멋진 솜씨다 특이점.

비이
만족했어?

페디엘
음... 상당히 흥미로웠다. 대강 만족했어.

비이
호...

페디엘
뭐, 나는 애초부터 붉은 용의 힘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거든. 이 이상 힘을 늘려 봤자 지금의 세계를 관찰하기에는 넘쳐날 정도니까.

비이
뭐? 그럼 왜 시련같은 걸...

페디엘
후후. 내가 "데이트"를 관찰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잖아?

시에테
마음대로 엿보는 것보다는 시련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보고 있다'고 알리는 게 낫다 이건가...

비이
하아... 다른 육룡들의 시련이 걱정된다 진짜...





루리아
오늘 하루 정말 즐거웠어요! 시련이었다는 걸 잊을 정도로요. 요샌 단원분들도 늘어나서 지타를 독점할 기회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지타는 부끄러운 듯이 미소짓는 루리아를 보며 또 이렇게 둘이서 놀자고 말했다.


루리아
네! 시련이 아니어도 또 같이 와요.


지타는 기공정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곁에서 루리아를 에스코트했다.





페디엘
특이점, 내게 멋진 "데이트"를 보여줬다! 시련은 합격이다!

루리아
후우... 다행이네요! 데이트에도 여러 가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으니까요" 라고 말하려는 루리아의 입을 지타가 손으로 막았다.


페디엘
응? 뭐야, 더 보여줄 게 있어?

루리아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제대로 "데이트"한 걸 보여드릴 수 있어서 안심했다고 할까요...

비이
저기, 페디엘. 그러고 보니 다음 시련은 누가 내려?

페디엘
아, 그건...

윌나스
만족스럽군, 만족스러워! 페디엘의 시련을 훌륭히 돌파해냈구나, 특이점!

비이
윌나스! 그럼 이번엔 당신 시련인가...

윌나스
그렇지, 그래. 시련을 내릴 장소를 마련했으니 따라와 줬으면 좋겠군! 나를 타고 가도 상관없겠지만 원소가 흔들리는 건 반갑지 않은 일이니 말이지! 문을 열어두고 가겠어. 준비가 끝나면 넘어오도록!


윌나스는 그 자리에 자신의 마력으로 만든 소용돌이를 남기고 일단 사라졌다.


시에테
문이라... 순간이동용 포트인가. 이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두고 가다니...

우구스
우리 왔어!

루리아
아! 어서 오세요! 저희도 지금 막 돌아온 참이에요.

무겐
즐거워, 였어! 단장네도, 즐거워였어?

루리아
네! 엄청요!

비이
근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졌어... 윌나스도 준비되면 오라고 했으니까 일단 좀 쉬자.

쿠시나
...
(그러게. 신샤도 지친 것 같으니까...)

신샤
나보다는 휠체어를 밀어 준 쿠시나 쪽이 힘들었지? 오늘 하루 정말 고마웠어.

쿠시나
...
(별 말씀을!)

페디엘
인간은 연약하지. 아침까지 쉬고 간다고 해도 윌나스는 신경쓰지 않을 거야.

웜듀스
우리 한가하거든.


지타는 그 말을 받아들여 하룻밤 푹 쉬며 기력을 보충하기로 했다.





비이
후아아... 아, 지타. 어깨 내놓고 자면 감기 걸린다~

헤헤, 어른스러워졌어도 이런 부분은 여전하네.

...

 


 


2-4


아침을 맞은 지타는 비이와 루리아를 데리고 윌나스가 남긴 마력의 소용돌이, "문"을 넘어갔다.


비이
이봐~ 윌나스! 우리 왔어!

윌나스
오, 겨우 하룻밤 지나서 온 건가! 도착이 빠르군!

루리아
육룡 여러분은 시간 감각이 느긋하신 모양이네요. 오래 사니까 그런 걸까요...?

비이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무겐이 웜듀스는 아직 자고 있다고 했었지. 그래서, 윌나스의 시련은 어떤 거야?

윌나스
음, 나는 힘이 약하면서도 기술을 이용해 세계를 돌아다니는 인간들의 모습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내가 생성해내는 원소...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불태우는 불꽃마저도 약하게 만들어 사용하는 기술을 만들어냈지. 개중에서도 요리! 그것이 특히 흥미롭다! 영양을 섭취하여 목숨을 이어가는 것에 그치지 않는 그 탐욕. 훌륭하구나, 훌륭해!

루리아
아! 혹시 다음 시련은 요리... 인 건가요? 그럼 저도 지타를 도울 수 있을지도 몰라요...

윌나스
아니다. 그보다 일단 돌아가도록 하지!

비이
돌아가?

윌나스
이 섬은 내가 갈레온에게 부탁해 만든 섬이거든!

루리아
네!? 섬을... 만들었다고요?

윌나스
요리에 쓸 재료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길러낼 토양이 필요하니 말이다! 루 오와 웜듀스의 힘으로 햇빛과 물도 확보했지!

비이
스케일 엄청나네...

윌나스
허나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 씨앗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갈레온이 단언하더군. 듣자 하니, 인간은 "밭"이라는 것으로 야채라는 종을 키운다지?

비이
맞아! 나도 장크틴젤에서는 자주 밭일을 돕곤 했어.

윌나스
좋구나, 좋아!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밭을 만들기 위해 이 섬을 개간하는 거다! 얼마나 많은 땅을 가는지를 걸고 나와 승부하자, 특이점!

비이
뭐? 얘한테 체력승부로 육룡을 이기라는 건 너무하지 않아?

윌나스
물론이다, 물론이야. 그러니 나도 인간을 본뜬 이 그릇으로 개간에 참여하도록 하겠다! 그렇다고 해도 마력 덕분에 인간보다는 튼튼하겠지만 승부에는 지장 없으리라 여긴다!

비이
진심이냐고...

윌나스
그것만으로는 부족한가...? 그렇다면 땅을 가는 것 말고는 동료들의 조력을 허용하지! 이거라면 어떤가! 당장 시작하기에는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내일 해가 뜨는 순간 승부를 개시하는 거다!


지타는 윌나스가 양보한 내용의 시련을 받아들였다. 비이와 루리아는 그런 지타에게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과연 승산이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