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초
젠장할!!!!!!


라가초는 지니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어 마염에 휩싸인 일격을 쏟아냈다. 결판의 때가 왔다는 것을 눈치챈 페더와 란돌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그에 맞섰다.


페더
우오오오오오!

란돌
하아아아앗!

라가초
...!

 

 



그 순간, 라가초의 눈에는 페더와 란돌의 주먹과 발이 그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었던 손바닥처럼 보였다. 

세 사람의 공격이 맹렬하게 부딪친 후, 힘이 다해 쓰러진 것은...


라가초
...!

란돌
해냈어...!

페더
우리... 가...


쓰러진 3명에게는 손가락 하나 꼼짝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페더
하아... 하아...

란돌
크... 흐...

라가초
...!

(아~아. 한심한 놈들이구만. 저렇게 볼품없이 쓰러져 뒹굴다니.... )


어두운 천장을 올려다보며, 라가초는 씨익 웃었다.


라가초
(하지만 왜일까... 기묘하게 나쁘지 않은 기분이군.)

페더
뜨거운... 싸움이었어...

라가초
넌 완전 미친놈이고.

란돌
그 점은... 동감이야.


같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세 사람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라가초가 자세를 바꾸자, 싸우던 중에 품에서 떨어진 것인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라가초
(아, 이 책은...)

"같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어도 사람들이 떠올리는 건 제각각 달라."

(글쎄? 아마도 우린 같은 것을...)


라가초는 기묘한 감정에 사로잡힌 채 곁에 쓰러져 있는 페더와 란돌의 호흡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는 공간에 뚜벅뚜벅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페르디난드
안녕, 수고했다.

페더, 란돌
...!?

라가초
페르디난드...!

페르디난드
잘 버텼구나, 라가초. 너는 제대로 역할을 다해냈어.

라가초
어...?

(아... 그렇지. 지시는 어디까지나 "발 묶기" 였으니까...)


페르디난드는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라가초에게 다가섰다.


페르디난드
네 말처럼 걱정할 필요 없었어. 

라가초
아... 뭐 조금은 이상한 일도 있었지만 말이야. 유성같은 건... 필요 없었지?

페르디난드
그래, 만사가 순조로워. 역시 내 아들이야.


페르디난드는 쓰러져 있는 라가초에게 손을 뻗었다.


라가초
(다행이야... 나는 이 사람에게 도움이...)

커헉...!?

페르디난드
...정말 고맙다.

라가초
어... 어...?

 

 



페르디난드의 손에는 황금빛 단검이 쥐어져 있었고, 그것은 라가초의 가슴 깊이 찔린 채였다.


라가초
어째... 서?

란돌
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단검을 빼내자, 어마어마한 양의 피가 라가초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라가초
쿨럭! 커헉!

페르디난드
아아, 날뛰지 말렴!

라가초
커흑...!?

페르디난드
죽일 생각은 없단다.

라가초
...그윽!

 

 

 


페르디난드
목숨은! 소중한 거니까 말이다!


페르디난드는 몸부림치는 라가초에게 몇 번이나 단검을 쑤셨다.


페더
그만...둬!

라가초
...

페르디난드
후우... 드디어 얌전해졌구나. 그럼 슬슬 수확의 때야!


페르디난드는 미소를 띠며 라가초의 손목에 단검을 내리꽂았다.


라가초
커... 어어어어어억!

페르디난드
미안하다. 아프지? 하지만 손목째로 잘라낼 수밖에 없거든. 닭을 발라내는 것과 같은 요령이란다. 

아아... 멋지구나. 역시 내 아들이야.


페르디난드는 라가초의 손목에서 늘어진 크림슨 핑거를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페르디난드
성률(하모닉스)하고 있어... 완벽한 마무리야.

라가초
......


라가초는 닿지 않는 별을 움켜쥐려는 것처럼 페르디난드 쪽으로 팔을 뻗었다. 미지근한 액체가 뚝뚝 떨어져서 옆에 굴러다니던 책을 붉게 물들였다.


라가초
(괬어, 이걸로... 당신에게 도움이 된 거라면... 아아, 하지만... 마지막 욕심을 내자면... "열심히 했구나"라고... 쓰다듬어 줬으면 했어...)

...


라가초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고, 뻗었던 팔이 힘없이 떨어졌다.


란돌
라가초...!

페더
제길...!

왜지, 페르디난드? 라가초는 너를 위해서...!

페르디난드
그래. 열심히 노력해 줬지.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아들이야. 그런 "성좌"를 내가 그려냈으니까. 

란돌
"성좌"...라고?

페르디난드
상당히 고생했어.





[회상]


스피카 가의 유망주를 건드려서 본가 장남에게 과도한 기대가 가해지도록 환경을 조성했지. 라가초에게 금서를 전달하고, 크림슨 핑거를 훔치도록 만들었어.

그리고 그날 밤, 부모님에게 학교 관계자로서 접근해서...


페르디난드
...요컨대 댁의 아드님이 절도를 저질렀다는 겁니다. ...이대로는 상응하는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라가초의 어머니
아아, 그런 짓을 하다니...!

라가초의 아버지
부디, 부디 일이 커지지 않게끔 덮어주실 수 없겠습니까...?

페르디난드
저라면 교장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반성하는 모습이 누가 봐도 확실하게 알 정도가 아니라면... 스피카 가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보다 확실한 "교육"을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라가초의 부모님
......!





페르디난드
기대 이상의 교육이었어. 그의 자질(네이탈 차트)가 우수했다고는 하나, 한순간에 적합까지 이뤄낼 줄이야. 


페더와 란돌은 차분하게 이야기해나가는 페르디난드를 노려보았다.


페더
페르디난드...! 너만은 절대...!

페르디난드
억지로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아. 너희들의 능력은 특히 부담이 크거든. 자, 그럼 슬슬...

이런...!


어디선가 날아온 날붙이가 페르디난드의 뺨을 스치며 상처를 남겼다.


티코
......!

페르디난드
샤논! 오랜만이구나...!

티코
페르디난드!!

페르디난드
오랜만에 만나는 건데 갑자기 메스를 집어던지다니... 피하지 않았으면 죽었을 거야. 파파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니!

비이
괜찮아? 페더... 하고 란돌!?


그 곳에 달려온 것은 티코, 코루루, 비이, 루리아.

 

 



피오리토
...

 


그리고 중상을 입어 피범벅이 된 피오리토를 업고 있는 단장이었다.


페르디난드
후후. 모두 잘 왔어. ...아아, 아니지. 트루 군은 2층에서 혼이 나가 있는 쿠피탄 군을 추스르고 있는 중이려나? 


페르디난드는 미소지으며 흥미롭다는 듯이 의식을 잃은 피오리토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페르디난드
후후...! 제법 재미있는걸. 그것이 너의 선택이라는 건가.

티코
뭐가 웃긴데!


티코는 한 손으로 수많은 메스를 꺼내들어 있는 힘껏 마력을 주입했다.

 


티코
그때 그 "수술"의 연장을 지금 여기서 시작하겠어!

페르디난드
이봐, 샤논... 아니, 티코 선생님인가... 나한테 신경쓰고 있을 시간이 있겠어? 티코 선생님은 의사 선생님이잖아? 거기서 죽어가는 "환자"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티코
뭐...!?


페르디난드가 가리킨 것은 피바다 속에 쓰러져 있는 라가초였다.

 


티코
...!?

이, 이 녀석은 네 부하...! 구할 이유가 없거든!

페르디난드
그런 거야? 말과는 달리 마력에 흔들림이 보이는데...

티코
그렇지 않아...

페르디난드
뭐 좋아... 다만 너라면 구할 수 있을 거야. 아니, 너만이 구할 수 있는 생명이겠지.

티코
시끄러워! 그 입을 다신 열지 못하게 만들ㅇ...

페더
티코... 라가초를 구해 줘...!

티코
...!?

페더
저 녀석도 피해자야... 페르디난드에게 속아 넘어간... 부탁할게, 제발 부탁이야!

티코
어째서...? 대체 어떻게 됐길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티코가 혼란에 빠진 한편, 페르디난드는 태연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페르디난드
선생님, 당신은 어디까지나 의사지. 나를 구해줬던 그날, 그걸 확실하게 실감했어. 그냥 두면 출혈 과다로 나는 얼마 가지 못해 죽었을 텐데, 당신은 그러지 않았어. 왜냐 하면... 의사시니까.

그럼 난 이만. 실례하지.

비이
웃기지 마! 네놈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어!

페르디난드
그만두는 게 좋을걸. 자네들은 이미 너덜너덜하니까.


[절대 놓치지 않아...!]


페르디난드
아니, 난 도망칠 거야. 전력을 다해서 말이지. 도망치는 것에는 자신이 있거든. 여기서 만난 걸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단장 군도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꾼. 모두가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말이지. 

지금, 내가 오디터를 불러내서 여기서 싸우게 된다면...


[...!]


단장은 만신창이가 된 동료들의 모습을 돌아보며, 검을 쥔 채로 갈등했다.


페르디난드
그렇게 초조해할 필요 없어. 다시 만날 기회가 오니까.


일행이 걸어나가는 페르디난드의 등을 분하게 쳐다보고만 있는 사이, 티코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티코
기다려!

페르디난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불어넣은 그 마력을 쏘아내면 돼.

티코
...!

페르디난드
네가 원하는 대로. 허나 시간이 별로 없군.

티코
으으... 으아아아아아!


티코는 울부짖으며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서 마력을 쏘아냈다. 그것은 치료마법이 되어 빈사 상태인 라가초에게 흘러들어갔다.


페르디난드
정말... 다정한 아이로 자랐구나. 파파는 자랑스럽단다.


발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페르디난드는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렇게 구 천문대에서의 싸움은 어떤 동료도 잃지 않은 채 조용히 막을 내렸다. 그러나 단장 일행이 대치한 음모는 깊고 어두워, 전체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은 채였다. 망원경으로 별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밤하늘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Marionette Stars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