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제6화 충돌
Collision

 

 




한편, 2층에서 싸우고 있는 쿠피탄은 트리스테트가 조종하는 마물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마물들
...!

쿠피탄
하앗!

큭...!
(엄청난 수야...! 무지개의 화살 생성이 따라가질 못해...)

트리스테트
끈질기구만~ 적당히 좀 포기해 주지 않을래?

쿠피탄
싫어...! 반드시 리스쨩을 데리고 돌아갈 거야!

트리스테트
아 그러셔... 진짜 귀찮구만.


트리스테트는 한숨을 내쉬며 쿠피탄에게 말을 걸었다.


트리스테트
... 너 말야, 언제까지 그 머리핀 끼고 있을 건데?

쿠피탄
언제까지나! 리스쨩과 친구라는 증표니까!

트리스테트
흐음... 그럼 편지는 가지고 있어? 내가 마지막에 남겨둔 거.

쿠피탄
물론이지! 봐, 이 주머니에 제대로...


"희생되는 건 나 혼자면 돼". 그렇게 적혀 있던 친구를 생각하는 편지. 그러나 아무리 품을 뒤져도 소중한 편지는 나오지 않았다.


쿠피탄
어라... 어째서?

트리스테트
니가 버렸으니까.

쿠피탄
그럴 리가 없어! 분명히 내가 여기에...

트리스테트
이걸 봐도 그렇게 말할 수 있으려나~ 자, 그때 그 편지야.


트리스테트가 귀찮다는 듯이 부스럭대며 품 안에서 꺼낸 것은 낡은 봉투였다.


쿠피탄
어, 어째서...? 어떻게 리스쨩이...?

트리스테트
...세상 편하게 사는 녀석. 또 전부 잊어버렸구만. 생각나게 해 줄게. 네 어리석은 기억도, 내 어리석은 기억도 말이지...


트리스테트는 눈썹을 찌푸리며 불쾌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시가 화염에 휩싸이고, 나비스에게 쫓기던 그날... 도망친 우리들은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


어린 트리스테트
배고프다... 쓰레기라도 뒤져볼까~

어린 쿠피탄
아냐, 기다려! 내가 마을 사람들한테 물어볼게!

어린 트리스테트
아니... 그거 무리 아냐? 우리같은 걸 상대해줄 리가 없잖아.


솔직히 깔보고 있었다. 어리석은 짓을 한다고 생각했다. 괴물이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다니...

하지만.


어린 쿠피탄
이거 봐, 리스쨩! 마을 사람이 엄청 친절하더라고. 빵 잔뜩 나눠줬어!

어린 트리스테트
...!


너는... 반짝거렸다.

밖에 나오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우리들은 같은 괴물도 아니고, 대등한 친구도 아니라는 것을. 너는 모두에게 인정받고 밝은 빛을 받으며 살아왔던 거다. 

 

 

 


하지만 계속 그늘에 있었던 나는? 모두가 기분나빠하고, 뒤틀리고, 갈 곳도 없는 나는?


어린 쿠피탄
같이 있으면 괜찮아! 계속 같이 도망치자!

어린 트리스테트
...그러게~


싫었다.

사실은 너야말로 불쌍한 나를 깔보고 있었던 거다. 증오스럽고 눈부셔서 같이 있으면 현기증이 났다.

 

 




어린 쿠피탄
쿨... 쿨...

어린 트리스테트
...그럼 안녕, 쿠피탄.


네게 평생 얕보이며 어리석은 채로 죽는 건 싫었다. 그래서 나를 원하는 나비스에서 "위"로 기어오르며, 너를 내려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편지에는 말이지, 네가 싫어서 나비스로 간다고 분명하게 적어 뒀었다. 고마움의 뜻이기도 했었지. 일단은 말야.

하지만 어리석은 너는...


어린 쿠피탄
거짓말이야... 이런 건...!

"무지개의 화살이여... 변덕스러운 아이에게 기도하여 황금빛 꿈에 다리를 놓으라.
무지개의 화살이여... 노랗고 붉고 푸른 꿈에 다리를 놓으라."

...!





트리스테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수백 발의 화살을 쏘아 "절망"을 말소시켰어. 그뿐만이 아니라 자기 입맛에 맞는 감정으로 기억을 덮어썼지. 오디터가 되어 처음으로 너와 만났을 때는 깜짝 놀랐다니까. 세뇌니 뭐니 떠들어 대니까 말이지.

금방 알 수 있었어. 이 녀석, 저질렀구만~ 하고.

쿠피탄
아냐...! 리스쨩, 이상해...


쿠피탄은 하얗게 질려 고개를 저었으나, 무정하게도 가둬두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어린 쿠피탄
리스쨩... 어째서? 왜 가버린 거야? ...이런 건 나쁜 꿈이야.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인걸. 그래. 현실은... 후후후, 리스쨩은 나를 위해서...

쿠피탄
아아... 아아아...! 

무지개의 화살이여, 변덕스러운 아이에게 기도하여...

트리스테트
그렇게 둘 것 같냐!

쿠피탄
으윽...!

트리스테트
두 번. 너는 과거에 감정을 두 번 지우고 도망쳤어. 이 대목을 되풀이하는 것도 3번째야.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허락하지 않을 거야~

쿠피탄
세뇌는... 존재하지 않는 거야?

트리스테트
기쁘게도 말이지.

쿠피탄
그럼... 난...


트리스테트는 주저앉아 무릎꿇은 쿠피탄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 등에 발을 얹었다.


트리스테트
히히히... 이걸로 내가 "위"가 됐네~ 무슨 기분이야? 쭉 깔보던 녀석에게 짓밟히는 기분은 말이야?

쿠피탄
......

트리스테트
우와~ 할 말 없으니까 입 닫는 거냐?


트리스테트는 하품을 하며 발을 치우더니 천천히 어딘가로 걷기 시작했다.


트리스테트
이제부터 계~~~속 나는 네 "위"야. 그 어리석은 얼굴 또 보여달라고. 그럼 잘 있어라, 가장 어리석은 녀석.

쿠피탄
...


목적지도 없는 듯 천천히 걸어서 사라지는 트리스테트. 그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들으면서도, 쿠피탄은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한편, 티코 일행은 4층의 관측실에 도착해 검색을 재개하려 하고 있었다. 곧바로 티코는 무언가를 눈치채고 눈을 크게 떴다.


천문학자
...

티코
...!

루리아
왜 그러세요? 그쪽에 뭔가...

티코
다들 이쪽으로 오지 마!


티코는 그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 공포와 당혹으로 부릅뜬 채인 두 눈을 살짝 감겨주었다.


티코
부디 편안히 가시기를...


책상과 기기가 늘어서 있는 넓은 플로어에서 바닥을 만지고 있던 트루가 갑자기 소리쳤다.


트루
찾았어요... 여기 기억에 코루루 씨가 있어요!

루리아
그렇다면 코루루쨩은 이 층에 있는 건가요?

트루
그럴지도 몰라요. 지금부터 자세하게 볼 테니 여러분도 같이 봐 주실래요?


트루는 일행과 손을 잡고 바닥에 깃들어 있던 기억을 함께 보았다.





코루루
저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것이외까?

페르디난드
이 망원경이 목적지야.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장소거든.

 

 

 

 

페르디난드

안녕, 펠ㄹ... 아니, 지금은 구멍뚫린 트루 군이었지. 이 기억을 보고 있겠지?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서 미안해. 하지만 덕분에 살았어. 우리의 "성좌"는 곧 달성될 거야. 코루루 군을 돌려주도록 하지.

 

 




트루
이게, 뭐야... 어떻게 나를...


환시의 힘으로 본 기억이 이야기를 걸어온다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자, 트루는 전신에 쭈뼛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티코
페르디난드...!


티코 일행은 방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망원경 쪽으로 달려갔다.


코루루
...~~!!


망원경 아래쪽에는 재갈이 물려진 채로 밧줄에 묶인 코루루가 있었다.


비이
코루루...! 지금 구해줄게!


티코 일행은 바로 코루루를 풀어주었다.


코루루
푸하...! 면목없소이다, 여러분...!

루리아
괜찮으세요? 심한 일은 당하지 않으셨어요? 수상한 약을 먹었다던가...

코루루
아니, 그게... 특히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았소이다. 오히려 기분나쁠 정도로... 다만 경계하고 있었기에 아무 것도 먹지도 않고 마시지 않았소이다.... 프라이드 치킨 말고는.


티코는 그 자리에서 가볍게 코루루를 진찰한 후 딱히 걸리는 게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티코
정말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았고 외상도 없어. 뇌나 장기에도 이상 없고. 다소의 영양실조가 관찰되는 정도거든...

비이
어떻게 된 거지? 세뇌라는 게 목적 아니었나? 오디터로 만들기는커녕 호로스코프인 그라시저도 빼앗기지 않았잖아.

트루
모르겠습니다만... 페르디난드는 우리들이 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만약 저희 움직임이 나비스의 계획대로라면...!

티코
설마 코루루를 미끼삼아 우리를 여기로 유도하려는 목적...!?

루리아
그렇다면...!

트루
...아래서 싸우고 있는 단장님 일행이 위험해요!


나비스의 목적이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티코 일행은 급히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3층 복도로 향하자, 정적이 가득찬 채 이미 라비리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수많은 탄흔이 남아 있는 가운데에 쓰러져 있었던 것은...

 

 



비이
그런...


눈 앞에 펼쳐진 비극적인 상황 앞에서 일동은 말을 잃고 말았다.

 

 




6-2


페더
응...? 여긴...?


라가초의 맹공에 당해 정신을 잃었던 페더. 정신을 차리자 그는 익숙한 냄새가 나는 초원에 누워 있었다.


활발한 소년
좋아, 란돌! 한 판 더!

영리한 소년
계속하려고? 슬슬 해 질 텐데.


페더
오... 저건!


초원에서 대련하는 소년들은 어린 시절의 페더와 란돌이었다.


페더
훗, 그리운걸. 늘 저기서 단련하곤 했지.


어린 페더
해가 져도 상관없어! 자, 진지하게 승부하자!

어린 란돌
저기 말야... 가끔은 수행 말고 다른 놀이 좀 할 생각은 없냐? 소꿉놀이라던가... 아, 숲을 탐험하는 건 어때? 마을 녀석들은 다 그런 거 하던데.

어린 페더
안 해! 필요 없어! 나는 강해지고 싶어! 강한 녀석들과 싸워서 강해지고, 더 강한 녀석하고 싸울 거야! 두근거리지 않아? 이렇게 즐거운 일이 또 어디 있어!

 


페더
...!


어린 날의 자신이 힘차게 말하는 것을 보며, 페더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페더
아아, 그렇지... 왜 잊고 있었던 걸까.


어린 란돌
하여간, 어쩔 수 없구만...

어린 페더
간다! 하아아아아!

어린 란돌
먹어라!


페더
나는 주먹으로 대화하고 싶어서 싸우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어.


어린 페더
하핫, 배 고파서 그래? 뭔가 움직임에 힘이 없어졌는데!

어린 란돌
해 떴을 때부터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아니, 넌 좀 더 지쳐야 하지 않냐?


페더
강해지기 위해서 싸우다 보니 우연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 뿐이야.

 


(제길...! 또 지는 건가...? 져서 분해하고, 단련하고, 강해지고, 다시 도전하고... 어라? 그거 뭔가...)

 


 


페더
...즐거워!


페더는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주먹을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그곳에 있었던 것은 배려 없고 광기에 가까운 집착.


페더
강해지고 싶어... 더욱더!

사자왕전권
...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건틀릿이 용맹하게 솟아올랐다.


페더
너와 함께라면... 나는 더 강해질 수 있는 거지?


그 건틀릿은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 빛을 뿜었고, 페더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음 속에 떠오른 말을 외쳤다.


페더
"사자왕전권"이여... 백 년의 양을 버리고 하루의 사자가 되어라!

 

 

 

 

페더

후우...

 

라가초
어이... 지금 뭐 한 거야? 그건 "사자왕전권"이잖아? 어디서 났어?


라가초의 눈 앞에서 힘이 다해 쓰러졌던 페더가 빛을 내뿜으며 순식간에 일어나고 있었다. 호로스코프 "사자왕전권"을 손에 차고 말이다.


라가초
설마... 너! 적합시킨 거야?

페더
확인해 볼래?

하아아아아앗!

라가초
커헉...!?

(아, 안 보여...! 저 녀석의 움직임이 전혀...!)

페더
계속 간다!

라가초
크헉...!

(그저 순수한 신체 강화인 거야? 진짜 바보스러운 능력이구만!)

페더
나는 어디까지나 강해질 거야! 너를 넘어서서 앞으로 갈 거라고!

라가초
제길...!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이런 얘기는 못 들었ㄴ...

페더
우오오오오!

라가초
크헉...?


페더의 움직임에 농락당한 라가초는 손 써볼 새도 없이 멀리 튕겨져나갔다.


라가초
웃기지, 마...!

페더
하하... 웃긴 적 없어!

라가초
아~제길. 빡치는데! 히죽거리지 말라고, 자식아!

페더
어라...? 나, 웃고 있어?

라가초
...!

네놈만은... 반드시 죽인다!


라가초가 자세를 취하자 불길한 화염이 그의 손을 휘감았다.


라가초
먹어라!!!!

페더
얼마든지!!!!!


두 사람의 주먹이 격렬하게 맞부딪치며 퍼져나온 충격에 주변의 벽이 견디지 못하고 날아갔다. 시간으로 치면 정말 짧은 순간이었으나, 페더는 느낄 수 있었다.


페더
(무언가가 흘러들어오고 있어... 저 녀석의 주먹으로부터 내 주먹으로! 이 뜨거운 의지는... 라가초의 기억인가?)


"강해지고 싶다"는 자신의 기원으로 되돌아감으로써 주먹과의 대화를 두 번째로 밀어놓은 페더. 그러나 그 강한 의지는 드디어 라가초의 주먹으로부터도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6-3


그것은 사랑에 농락당한 한 소년의 기억...

라가초는 대대로 궁정에서 일하는 마술사의 명가인 스피카 가의 장남으로서 태어났다. 당연히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마술의 영재교육을 받았고, 이윽고 명문 마법학교에 입학했으나...


라가초의 아버지
이... 덜 떨어진 놈이!

 

 

 


어린 라가초
으윽...!

라가초의 아버지
어째서 스피카 가의 장남이 이런 초보적인 술식도 다루지 못하는 거냐!

어린 라가초
죄, 죄송해요...


아버지에게 심하게 구타당한 라가초는 피투성이가 되어 융단 위로 쓰러졌다.


라가초의 아버지
사과한다고 해서 오명이 지워지지는 않아! 아들이 마술교과에서 낙제하다니, 나한테까지 먹칠하는 짓이야!

어린 라가초
네... 더 노력하겠습니다...

라가초의 어머니
잠깐, 당신...!

라가초의 아버지
뭘 하는 거지? 회복마법같은 건 필요 없을텐데?

라가초의 어머니
아뇨, 필요해요. 

더 심한 벌로 이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서.

어린 라가초
...!?

 

 




어린 라가초
아버지와 어머니가 화를 내시는 것은 당연해... 스피카 가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해...!


아침 일찍 일어나 주문 영창을 연습하고, 수업을 끝낸 후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밤 늦게까지 마술서를 읽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라가초의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어린 라가초
(말도 안 돼! 이런 건 인정할 수 없어... 내게 마술의 재능이 없다니...)

 

 


 


라가초의 아버지
이 망신스러운 녀석!

어린 라가초
커헉...!

라가초의 어머니
흐흑... 왜 나는 이런 결함품을 낳은 걸까...!

라가초의 아버지
하아. 뭔가 구실을 붙여서 양자로 보내버릴 수는 없을까...

어린 라가초
...!? 

 

 


 

 

어린 라가초

싫어, 버려지는 건 싫어...! 더 노력해야 해...

응? 이 책은...?


어느날 밤, 라가초의 책상 위에는 처음 보는 책이 놓여 있었다.


어린 라가초
앗...! 이건 열람 금지 금서잖아...?


그 책에는 마술학교의 비밀 창고에 있다는 어떤 마구魔具에 대해 적혀 있었다.


어린 라가초
선택받은 자에게 창대한 화염의 능력을 부여하는 금기의 마구... 남은 건 이것밖에 없어!

 

 




라가초는 금서의 정보를 토대로 용의주도한 계획을 짜서 한밤중에 마법학교로 숨어들었다.

 

 



어린 라가초
있었어... 진짜로...! 크림슨 핑거!

아버지, 어머니! 저는 훌륭한 마술사가 될 거예요!


그리고 운명의 무기와 해후하여 무사히 그것을 훔쳐내는 데에 성공했다.





라가초의 아버지
이 쓰레기는... 어디까지 스피카 가문의 이름에 먹칠할 셈이냐!

어린 라가초
커흑...!

라가초의 어머니
도둑질을 하다니! 그것도 보물창고의 마구를!

어린 라가초
크윽...!


라가초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칭찬이 아니라 평소보다 더욱 격한 폭언과 폭력이었다.


라가초의 아버지
편법을 저지를 만한 열의가 있다면 어째서 노력하지 않는 거냐!

라가초의 어머니
악마에 씌인 게 틀림없어... 악마를 몰아내기 위해 더 "교육"이 필요해!

라가초의 아버지
오늘은 철저하게 하자고! 이 녀석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알아듣지를 못해!

어린 라가초
...


마력을 담은 주먹에 뼈와 내장이 부서지고, 마법으로 회복되고, 다시 부서지는 사이 라가초의 의식은 흐려져 갔다.


어린 라가초
(아파... 너무 아파... 어째서? 왜 알아주지 않는 거야? 난 그저 "열심히 했구나" 라고 머리를 쓰다듬어 줬으면 했을 뿐인데...)

라가초의 아버지
뭐, 뭐지? 금기의 마구가 빛을...

어린 라가초
...알아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가르쳐 줄 수밖에 없잖아..?

으아아아아아!

 

 



라가초는 소리를 지르며 크림슨 핑거를 끼운 주먹으로 부모님을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린 끝에...


라가초의 부모님
...


정신이 들자 부모님이었던 것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어린 라가초
하아, 하아...

으윽...! 왜, 어째서...

페르디난드
괜찮아... 네가 울 필요 없단다.

어린 라가초
어...?

페르디난드
잘 버텼구나. 혼자서 힘들었지? 더 이상 울 필요 없어. 내가 네 곁에 있을 테니까.

어린 라가초
어, 당신은...?

페르디난드
네 편이란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자, 함께 가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거야. 결실이 넘치고 행복한 인생을.


그 남자, 페르디난드는 라가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어린 라가초
아, 아아...!

(꽉 쥔 주먹이 아냐... 따듯한 손바닥...)


그 감촉은 지금까지 쭉 원해 왔던 다정하고 부드러운 무언가. 그것이야말로 "사랑"이라는 것을 라가초는 처음으로 깨달은 것이었다.

 

 




6-4


페더
큭...!

라가초
쳇...!


혼신의 일격은 상쇄되었고,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가 벌어졌다.


라가초
뭐야... 방금 그건?


페더와 라가초는 주먹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의지"와 기억을 느낀 것이었다.


페더
라가초...! 너는 페르디난드를 위해서...

라가초
그저 강해지고 싶다고? 넌 완전 크레이지 미친놈이야!

페더
훗...! 드디어 주먹으로 대화했구나!

라가초
바보 녀석아! 호로스코프끼리 부딪치는 바람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뿐이겠지!

페더
뭐가 됐든 결과는 같아! 이제 내 전력을 다해서... 난 너를 이길 거야!

라가초
크윽...!?


페더의 혼신의 일격을 피하지 못한 라가초는 열세에 몰리고 있었다.


라가초
(제길... 이 내가 지는 거야...?)



 


[회상]

 

 



페르디난드
미처 소원을 빌지 못했군... 네가 무사하길 기도하려고 별똥별을 찾고 있었는데 말이다.

페르디난드
허나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잖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 그게 파파의 일이니까.

페르디난드
자, 함께 가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거야. 결실이 넘치고 행복한 인생을.





라가초
(질 수 없어...! 나는 그 녀석에게 아직 보답하지 못했어! 이런 놈에게 쫄아 있을 때가 아니라고!!)


라가초는 스스로를 일으켜세워 앞뒤 재지 않고 페더에게 달려들었다.


라가초
뭐든 상관없어! 신이든 악마든 상관없으니까... 날 이기게 해 줘!!!


그 순간, 크림슨 핑거가 검은 빛을 내뿜었다.


페더
어...?

라가초
우오오오오오!

페더
크아아아악!?


페더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라가초의 일격에 날아갔다. 그리고 고개를 들더니 숨을 들이켰다.


페더
...!? 그게 뭐야...?


라가초는 불길한 모습으로 변화한 마구에서 거대한 마력을 흡수하며 씨익 웃었다.

 

 



라가초
히히힛... 몸 안쪽에서 멍청할 정도로 엄청난 힘이 솟아오르고 있어! 카핫... 완전 공부가 부족했구만. 크림슨 핑거에 이런 힘이 있었을 줄이야...

화구의 악마
...

라가초
내 편은 악마였다는 건가? 그거 잘 됐구만...!

페더
큭...!

페더
(빨라! 그리고 묵직해! 게다가 저 엄청 큰 악마는 뭐야? 오싹오싹해... 이게 라가초의 의지인가!)

라가초
...빈틈투성이다?

페더
이런...!


악마와의 연계공격에 대응하지 못한 페더는 공중에서 무방비 상태에 처했다.


라가초
잘 가라~!

페더
...!


피할 방법이 없는 페더는 각오를 다졌다. 곧 닥쳐올 주먹의 열을 느끼며 충격에 대비하던 순간...


???
에이잇!!

라가초
...!?


갑자기 충격파가 끼어들어 페더는 간신히 라가초의 일격을 피할 수 있었다.

 

 



란돌
후... 겨우 늦지 않은 모양이군.

페더
란돌! 너...!

라가초
쫄보 긴머리 아냐! 이미지 체인지하고 등장하셨냐?

란돌
호로스코프 "쥬와유스"... 너도 알고 있겠지?


란돌이 다리에 찬 보검의 칼날이 날카로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라가초
쳇.. 이거 완전 적합자 바겐 세일이구만!

페더
덕분에 살았어, 란돌! 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그리고 너 다친 데는...

란돌
나도 물어보고 싶은 건 산더미처럼 있다만 그건 나중에 하지. 일단은 이 녀석한테 빚진 걸 갚아줘야 할 테니까!


란돌은 페더 곁에 나란히 서서 눈 앞의 라가초와 대치했다.


라가초
어이, 괜찮겠어? 또 덜덜 떨고 있잖냐, 걱정될 정도로!

란돌
걱정해 줘서 고맙다. 하지만 페더 앞에서 그런 추태는 두 번 다시 보이지 않아. 이 녀석에게 있어 유일무이한... 강적으로서 말이다!

페더
란돌...!

 

 

 


란돌
가자, 페더! 여기서 결판을 내는 거야!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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