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제4화 교차 交差
Intersection
연구구역을 뒤로 하고 숙소에 돌아온 일행. 그들을 맞이한 것은 있는 힘껏 고개를 숙이는 페더의 모습이었다.
페더
부탁할게, 단장! 나랑 대련해 줘!
비이
페더...? 갑자기 무슨 일이야?
피오리토
이제 몸은 괜찮아? 그보다 왜 그렇게 눈을 번뜩거려?
페더
말하는 것보다는 내 주먹이랑 얘기하는 게 나을 거야!
티코
의미 불명이거든...
티코가 앞으로 걸어나오더니 페더 대신 설명을 시작했다.
티코
페더 몸은 이제 괜찮아. 남은 건 마음의 문제인데...
페더
우오오오오오! 기다려라, 라가초!
티코
...뭐, 보는 그대로거든. 코루루를 구해내기 위해서라도 라가초를 쓰러뜨리기로 결심했대.
피오리토
하지만 페더는 주먹을 못 쓰게 된 거 아니었나...
티코
맞아. 그러니까 감을 되찾기 위해서 대련하고 싶대나 뭐래나...
페더
라가초와의 대전을 시뮬레이션하며 단련하고 있었는데 엄청 상태 좋아! 지금이라면 분명 자유자재로 주먹을 휘두를 수 있을 거야!
티코
그렇다는데... 단장, 어떻게 생각해?
[당연히 상대해 줘야지!] ->선택
[코루루 탐색을 우선해야 할텐데...]
단장은 그렇게 말하며 "연구 구역에 들어갈 수 있다는 연락이 올 때까지만이야"라고 덧붙였다.
페더
고마워, 단장!
피오리토
...진짜 할 거야? 쉬는 게 낫지 않겠어?
[페더를 위해서라면.]
비이
뭐, 이 녀석이 여기서 부탁을 거절할 리가 없지.
피오리토
......
초원으로 이동한 단장과 페더는 바로 자세를 잡고 대련을 시작했다.
[하아아앗!]
페더
크학...!
...! 여기서 반격을...
페더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지만 마음처럼 주먹이 나가지 않았고, 그보다 먼저 단장의 휘둘러차기가 깨끗하게 명중했다.
페더
크흑...! 역시 단장...!
페더가 뒤로 날려가자 단장도 거리를 좁히더니 바로 추가타를 넣었다.
피오리토
뭐야...? 단장, 완전 진심이네!
비이
뭐 페더 녀석도 적당히 하는 건 바라지 않을 테니까.
피오리토
하지만 페더는 막 병상에서 일어난 참이잖아? 혹시 피하지 못하기라도 하면...
비이
조금 다치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겠지. 하지만 저 녀석은 페더를 믿고 있는 거야.
피오리토
뭐...?
비이
페더는 우리를 믿고 머리 숙여가며 부탁한 거잖아? 그렇다면 우리도 저 녀석을 믿어줘야 도리지.
피오리토
......!
페더
하아, 하아...
단장은 공격의 기세를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페더 쪽으로 주먹을 날렸다.
페더
(단장의 주먹으로부터 뜨거운 감정이 잔뜩 전해져! 내게 더 분발하라고 외치고 있어!
그런데 난... 어째서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거지!)
안타까워서 주먹을 꽉 쥔 순간, 친구의 말이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회상]
란돌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주먹이 말을 안 듣는 거겠지.
페더
...그래, 더 심플하게! 눈 앞의 단장에게 내 마음을!
우오오오오오!
[...!!]
그 순간 페더의 주먹이 똑바로 쏘아져나왔고, 단장은 즉시 팔을 들어 막았다.
페더
...! 방금, 주먹이 자연스럽게 나갔어...
비이
바로 그거야, 페더!
페더
......
페더는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다가 뭔가가 번뜩였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페더
그래...! 라가초의 주먹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건...!
저기, 피오리토! 나랑 상대해 줘!
피오리토
뭐? 내, 내가?
페더
지금이라면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피오리토, 부탁할게...!]
피오리토
단장까지...
...알았어.
설득에 넘어간 피오리토는 마지못해 페더 앞에 섰다.
피오리토
...훗!
페더
하아아앗!
피오리토
......
(평소의 페더에 훨씬 못 미쳐... 이런 상대에게 진심으로 덤비면...)
페더
피오리토! 진심으로 싸워 줘!
피오리토
...!
말은 그렇게 하지만 너 아직 제대로 된 컨디션 아니ㅈ...
페더
상관없어! 너의 진심을... 뜨거운 의지를 내게 부딪혀 줘! 답은 그 건너편에 있으니까!
비이
괜찮아, 근육 누님! 저 녀석은 그렇게 물렁하지 않아!
[페더를 믿어!]
피오리토
...!
(...아냐, 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답할 자격은...)
[회상]
라가초
네가 하고 싶은 게 뭔데?
비이
그렇다면 우리도 저 녀석을 믿어줘야 도리지.
페더
전력으로 부탁해, 피오리토!
피오리토
...!
(믿어도 되는 걸까. 이번 한 번만이라도 좋아... 나를 믿어주는 "동료"를...)
다음 순간, 피오리토는 주먹을 꽉 쥐고 각오를 담아 도약했다.
피오리토
함께 피어나줘! 로자쨩!
로자
...!
피오리토
하아아아앗!
페더
크윽...!
피오리토
온다, 온다! 전신 운동! 배근 펌프에서 스프링쿨러로 젖산 전달!
아아~ 피어난다! 피어나고 있어! 나의 근육 꽃밭이!
비이
저 시끄러운 외침... 근육 누님의 진심이 발휘되고 있어!
피오리토
페더! 활짝 피어난 나를 잘 따라와 보시지!
페더
그래, 바라는 바야!
페더는 피오리토의 매서운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며 버텼다. 이윽고 무디던 페더의 주먹에 날카로운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페더
이 한 방으로 끝낸다! 레이징 블라스트 너클!
피오리토
활짝 피어날 거야! 무스콜로 피오리투라!
페더, 피오리토
하아아아아앗!
정신이 들자, 페더는 피오리토와 함께 초원에 쓰러져 있었다.
페더
하아, 하아...
피오리토
후우...
페더
피오리토의 주먹에서 전해졌어. 몇 번이나 헤매이면서도 헤매지 않는, 구불구불하지만 쭉 뻗은 의지가 말야.
피오리토
아니, 모순투성이잖아. 진짜 전해진 거 맞아?
페더
하하, 글쎄!
페더는 쾌활하게 웃더니 주먹을 하늘로 들어 보였다.
페더
하지만 알았어! 주먹은 "의지"라는 걸! 단장과 피오리토의 뜨거운 의지에 답하고 싶었기 때문에 내 주먹도 뜨거워진 거야!
라가초에게도 대답하게 만들어 주겠어...! 내 뜨거운 주먹으로 말이지!
피오리토
의지라...
페더
고마워, 피오리토!
피오리토
...아냐. 고마워해야 할 건 내 쪽이지.
피오리토는 기지개를 펴더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피오리토
아... 맑아졌네.
페더
오, 뭔가 좋은 예감이 드는데!
피오리토
...
깊이 숨을 내쉰 후, 피오리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소녀의 환영
어때? 만족했어? 염치도 좋지. 이제 와서 누군가를 믿으려고 하다니... 아빠의 복수를 하는 거 아니었어? 단장네는 그저 양분이라고. 나는 나만 믿으면 돼.
마음 깊은 곳의 소리를 들으며, 피오리토는 다시 눈을 떴다.
피오리토
(알고 있어. 내가 해야 할 일은...)
구름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이, 풀잎에 맺힌 이슬이 고독한 별처럼 반짝였다. 지나치게 눈부신 햇살은 마음 속에서 휘몰아치던 망설임마저 한껏 밝혀주고 있었다.
4-2
투명한 천장에서 햇살이 내리쬐이는 개방감 넘치는 관측실. 그 넓은 공간에는 크고 작은 관측 기구와 도구가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었다.
천문학자는 그 관측실의 중앙, 망원경 곁에서 찾고 있던 인물을 발견했다.
천문학자
...국장님, 실례합니다.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천문학자에게서 "국장"이라고 불린 인물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페르디난드
그래, 물론이지. 드디어 기분좋은 날씨가 되었어. 지금이라면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군.
관리국장, 페르디난드는 투명한 천장에서 내리쬐이는 태양빛을 기분 좋게 쏘이고 있었다.
페르디난드
그래서, 무슨 일이지? 마물 퇴치는 끝났나?
천문학자
예, 그렇습니다만... 다른 문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페르디난드
문제...?
천문학자
실은 마물을 퇴치해 준 기공사 분들의 동료가 말이죠...
페르디난드
아, 잠시 기다리게. 그래. 역시 이렇게 되나...
좋아, 알았어. 앉아서 이야기하도록 할까.
페르디난드는 가까이에 있던 둥근 의자에 앉으며 천문학자에게도 자리를 권했다.
천문학자
감사합니다. 그래서 드릴 말씀 말인데...
페르디난드
그렇지, 자네는 점성술을 믿나?
천문학자
예?
페르디난드
천문학자는 경시하기 일쑤지만 관측과 논문을 번갈아 보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가르침이 있거든. 나는... 그래. 자네에게 있어서는 관리국장이지만, 점성술 쪽이 취향이기도 해.
천문학자
...?
난감해하는 천문학자를 내버려둔 채, 페르디난드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페르디난드
나비스라는 조직도 말하자면 "별점"을 치는 곳이지. 그렇다고는 해도 세 명의 체어맨은 각자 점성술의 파벌이 다르지만 말이야. 셋이서 시간을 들여 조율해가며 "성좌"라는 계획을 배출하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야. 뭐 모든 것은 성정수이자 성정수가 아닌 존재, "성정수 아르고"에 닿기 위한 일이지만.
천문학자
저기, 국장님? 실례지만 아까부터 무슨 말씀을...
페르디난드
부디 마지막까지 들어 줬으면 좋겠군. 그렇지 않으면 손해일 테니까. 나는 자네가 손해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천문학자
...!
말투는 온화했으나, 학자는 그의 말에서 거스를 수 없는 힘을 느꼈다.
페르디난드
우리는 호로스코프와 그 적합자를 모으고 있어. 하지만 이것은 서장에 지나지 않지. 성좌는 다음 단계로 향할 거야. 더욱 아름다운 밤하늘로, 우리는 손을 내뻗는 거지.
...하지만 그 계기는 자네가 아닌 편이 좋겠어.
천문학자
...?
페르디난드
자네가 여기 오게 된 것도 물론 성좌에 따른 전개야.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별점에 의하면 결과가 조금 다르더군.
천문학자
커헉...!?
갑자기 단검에 심장을 찔린 천문학자는 혼란에 빠진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페르디난드
자네도 알고 있겠지? 천체관측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천문학자
국... 장... 어째서...
페르디난드
이유라면 아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나. 목숨은 한없이 무겁지... 적어도 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는 내 나름의 성의를 받아줬으면 좋겠군.
천문학자
...
페르디난드
아아... 이미 사라졌나.
페르디난드는 시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맑개 개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페르디난드
후후... 게자리... 오늘 밤하늘에서는 볼 수 있으려나?
살인자의 낭랑한 목소리가 피에 젖은 관측실 안에서 울려퍼졌다.
4-3
다음날. 약속시간이 지났지만 천문학자는 일행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단장 일행은 그가 어디 있는지를 찾다가 연구 구역의 수위실까지 방문했으나...
트루
저희 앞으로 전언이 남아 있었죠. "허가가 내려지지 않았다" 고요..
비이
하지만 직접 온다고 했으면서 뭔가 이상하지 않아?
쿠피탄
그러게요... 역시 이 구역은 수상하다고 생각해요.
피오리토
......
(명백히 나비스의 간섭... 즉, 거점에 근접했다는 소리겠군...)
비이
이렇게 된 거, 연구구역에 숨어드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네. 어떤 천문대인지는 몰라도 엄중한 경비니 뭐니 따지고 있을 상황이 아냐.
트루
그러게요. 이 근처의 지면에서도 오디터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니, 안에 들어가면 거점이 어디인지도...
피오리토
(...이렇게 되는 것까지도 아마 페르디난드는 예상하고 있었을 거야. 싫은 예감이 드는군. 이대로 뛰어들면 분명...)
각오를 다지는 일행 곁에서 피오리토는 가슴에 스며들어오는 불안함을 느꼈다.
[회상]
페르디난드
그럼 앞으로도 그들에게 의심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시 잘 부탁하지.
피오리토
(지시는 의심받지 않는 범위까지였지... 그렇다면 동료로서 자연스러운 행동을 취하는 정도라면...)
피오리토는 주변을 둘러보다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피오리토
...잠깐 다녀올게!
비이
잠깐, 근육 누님!?
당황한 일행을 두고 피오리토는 목적지로 달려갔다. 일행이 그 뒤를 따라가자, 피오리토가 쓰레기더미의 산에 뛰어들이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쿠피탄
여기는 연구 구역에서 나오는 일반 쓰레기 집하장...?
비이
냄새가 엄청난걸... 코가 비뚤어질 정도야.
피오리토
(...내 보고를 라가초가 이용했다면, 어쩌면...)
...! 정말 있었어!
피오리토가 찾아낸 것은 하얗게 빛나는 봉 형태의 물체였다.
비이
그게 뭐야?
피오리토
프라이드 치킨 뼈! 번쩍번쩍하고 새하얗고, 살점이라고는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는 녀석! 이렇게 깨끗한 치킨 뼈, 난 딱 한 번밖에 본 적 없어.
트루
혹시...! 그거 제게 넘겨주실 수 있나요?
트루는 장갑을 벗고 뼈를 손에 들더니 의식을 집중시켰다.
코루루
(부탁이올시다... 누군가 이 뼈를 눈치채 주기를...!)
트루
이 사람은...! 단장님, 같이 봐 주실 수 있나요?
[알았어!]
단장은 트루의 뼈를 들고 있지 않은 반대편 손을 살짝 잡고 집중했다. 그러자 트루가 보고 있는 뼈에 깃든 기억이 단장의 눈 앞에 공유되었다.
[틀림없어, 코루루야!]
비이
그럼 이 뼈... 코루루가 먹고 남은 흔적이야?
트루
네! 어쩌면 이 뼈도 오디터 중 누군가가 버리러 왔을지도 몰라요. 그 사람이 만진 물건을 찾을 수 있다면 거점도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비이
해냈어, 근육 누님! 이걸로 확실한 계획을 세워서 거점에 숨어들어갈 수 있겠네! 그나저나 쓰레기에서 단서를 찾아내다니, 잘도 그런 생각을 했네!
피오리토
어? 아니, 그... 우연이야! 우연!
쿠피탄
......
트루
저, 죄송합니다. 정확한 장소를 알아내려면 한동안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여기 오래 있으면 눈에 뜨일 테니 쓰레기를 가지고 가서 하나하나 조사해 봐도 될까요?
트루의 말을 들은 일행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거점이 어디인지 알아내자마자 연구 구역으로 돌입할 수 있게끔 준비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구출 작전이 눈 앞에 다가오고 있는 사이, 지도 조달은 맡은 피오리토는 도서관을 찾아가고 있었다.
피오리토
(이 정도라면 분명 괜찮을 거야...)
어린 피오리토
...죄책감이라도 덜 생각이야?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어. 당신은 단장을 배신할 수밖에 없으니까.
피오리토
......
마물
...
그때, 피오리토 앞으로 마물이 달려오더니 편지 한 통을 떨어뜨렸다.
피오리토
(트리스테트가 부리는 마물... 내 앞으로 온 건가?)
...!
피오리토는 편지에 적혀 있던 소집장소로 즉시 달려갔다.
피오리토
여기는...
페르디난드
아, 왔나 피오리토 군. 좀 어질러져 있지만 신경쓸 거 없어.
천문학자
...
피오리토
...!?
피오리토는 천문학자였던 것이 바닥에 무참히 뒹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치밀어오르는 헛구역질을 꾹 참았다.
페르디난드
피오리토 군은 처음이었지? 여기가 우리의 집... 스텔라 섬의 거점이야. 자네가 단장 군에게 단서를 넘겨서 그들이 지금 찾아내려고 하는 바로 그 장소지.
피오리토
...!?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을 내뱉는 페르디난드 앞에서 피오리토는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피오리토
...의심받지 않게끔 어느 정도는 공헌을 해야 했어.
페르디난드
후후... 변명할 필요 없어.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피오리토
어...?
페르디난드
여기에서 그들을 맞이해 싸울 거야. 자네가 이끌어 준 단장 일행을 말이지.
피오리토
...!!
페르디난드
코루루 군을 유도한 것도 그를 위한 포석에 지나지 않아. 허나 계획대로라고 해도 안타깝군. 설마 정말로 "돌아올 집"을 착각해 버릴 줄이야.
피오리토
아, 아니야! 나는...!
페르디난드
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나도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다만... 오디터 세스토, 피오리토 군. 자네의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군.
자네에게 내릴 임무는 단 하나... 단장을 암살해라.
피오리토
...!!
페르디난드의 지시를 받은 피오리토는 다른 방에서 라비리타와 합류했다.
라비리타
...피오리토 씨, 내키지 않으시나요?
피오리토
뭐야 그게. 무슨 의미야?
라비리타
...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럼 단장 씨의 암살계획을 복습해 볼까요.
피오리토
이걸로 귀찮은 적대 세력 하나를 쳐부술 수 있다는 건가?
라비리타
심지어 이 흐름대로라면 당신이 나비스 쪽 인물이라는 것도 들키지 않을 겁니다. 단장 씨가 사망한 이후에 이어질 집단에서도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잠입 작전을 계속해나갈 수 있겠죠. 스파라이의 능력도 작전에 딱 맞습니다. 체어맨의 용의주도함은 돈이 되는군요.
작전 확인을 끝낸 라비리타는 다시 물었다.
라비리타
찬스는 단 한 번뿐입니다. 각오는 되셨나요?
피오리토
...물론이지.
(이미 정해진 일... 이었을 텐데. 할 수밖에 없어.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니까. 여기서 내 신용을 잃을 수는 없어...)
나비스에서 추방당하면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오디터"라는 지위도 잃고 만다. 그것은 복수를 완수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쌓아올려온 모든 것을 내던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피오리토
......
(아버지...)
피오리토는 미니백 안의 책에 손을 갖다댔다. 그녀가 올려다보는 하늘에는 무엇이 비치고 있는가.
4-4
페더
훗! 하앗!
트루의 조사를 기다리는 사이, 페더는 초원에서 홀로 단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페더
이미지하는 거야... 그 녀석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라가초와 싸우며, 페더는 격렬하게 주먹을 휘둘러댔다.
페더
자신의 의지를... 혼을 담은 주먹을 휘둘러서 그 녀석의 의지를 끌어내 주겠어! 하지만 그러려면 더 강해져야만 해! 더, 좀 더...! 너를 진심으로 만들어 주겠어!
하지만 이미지 속에서조차 라가초는 페더를 압도하고 있었다.
페더
크윽...!
제길, 이대로는 무리야... 힘도 경험도 압도적으로 부족해!
간다고우자... 그 사람과 다시 주먹으로 대화할 수 있다면...
사제처럼 보이는 여성
...방황하고 있군요.
페더
으억!? 뭐야, 너는? 어떻게 내 등 뒤에 선 거야?
신기한 지팡이를 들고 있는 여성은 페더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사제처럼 보이는 여성
저는... 당신이 원하는 길로 이끌어 주기 위해 왔습니다. 당신이 바라는 이... 그 대권호와 만나게 해 드리죠.
페더
뭐라고? 그 말 진짜야?
사제처럼 보이는 여성
네. 당신이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페더
그럼 지금 당장 부탁해!
여자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사제처럼 보이는 여성
"네레우스의 지팡이"여... 불사의 신을 비웃거라.
페더
...!
그리고 영창과 함께 강렬한 빛이 뿜어져나왔다.
페더
헛...!? 여긴 대체...?
정신이 들자 페더는 산 속에 있었고, 눈 앞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
간다고우자
으하하하하! 이러한 변방의 산 속에 젊은 투사가 솟아날 줄이야! 실로 만남이란 기이하기 짝이 없는 것이로구나!!
페더
간다고우자!?
산 속에서 단련하고 있던 것은 페더가 동경하는 바로 그 구도자, 간다고우자였다.
간다고우자
흠흠... 전보다 훨씬 성장하긴 하였으나 그에 따라 새로운 벽에 부딪혔는가!
페더
뭐...? 투기만 보고 거기까지 알 수 있는 거야?
간다고우자는 쾌활하게 웃더니 페더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간다고우자
호오, 아득히 강한 적과 주먹으로 대화하고 싶다고... 허나 네가 걱정하는 것처럼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무리다! 무리다마다!
페더
제길... 그렇게 딱 잘라 말하니까 분하잖아~! 하지만 뜨거워지기 시작했어! 제발 나랑 대련해 줘!
간다고우자
크하하하! 그 기세로다! 젊은 투사여! 나와 너 둘이서 서로를 끌어올리도록 하자꾸나!
간다고우자는 소리높여 웃더니, 페더 쪽으로 자세를 고쳐잡았다.
간다고우자
자, 그 주먹으로 얻은 모든 것을 네 힘으로 바꾸어... 한계를 초월해 보거라!!!
[전투]
페더
하아, 하아..
간다고우자
호오...!
페더의 전력을 다한 주먹은 확실히 간다고우자에게 닿았다.
간다고우자
크하하하! 장래가 두렵구나! 마치 대나무처럼 쑥쑥 힘을 길러낼 줄이야!
페더
당연하지! 나는 라가초와 반드시 주먹으로 대화할 거니까!
간다고우자
음! 지금의 네 기백과 실력, 어떤 실력자라 해도 겁줄 수 있을 것이니라! 자, 향하거라! 네가 추구하는 싸움으로 말이다!
페더
고마워, 간다고우자! 다음에 만났을 때에는 당신도 진심으로 싸우게 해 주겠어!
간다고우자
......
간다고우자는 사라져 가는 페더의 등을 바라보았다.
간다고우자
"주먹으로 대화하기 위해"... 너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만 너의 주먹이 부르짖는 말은...
사제처럼 보이는 여성
길을 찾으셨나요.
페더
길같은 건 몰라! 나는 앞을 향해 똑바로 나아갈 뿐이야!
사제처럼 보이는 여성
역시 사자자리... 하지만 좀 심하게 무리한 모양이군요.
페더
우오...!? 몸이 가벼워졌어!
사제처럼 보이는 여성
회복마법입니다. 그대로는 싸울 수 없을 테니까요.
페더
...저기, 당신은 왜 나를 도와주는 거야?
사제처럼 보이는 여성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 구하는 자 앞에 나타날 뿐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이걸 당신에게 드리죠.
페더 앞에 떠오른 것은 위풍당당한 손톱이 달린 건틀릿이었다.
페더
아니, 그건 사양할게! 나는 내 주먹으로 싸울 거니까!
사제처럼 보이는 여성
......
페더는 거절했으나, 건틀릿은 페더의 몸 안으로 스르륵 녹아들어갔다.
페더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사제처럼 보이는 여성
불필요하다면 그걸로 좋습니다. 허나 당신이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도와줄 겁니다.
그럼... 다시 만납시다.
페더
...! 돌아온 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페더는 숙소에 있었고, 단장 일행은 출발 준비를 착착 진행하는 중이었다.
비이
오! 페더! 운동하고 왔지? 상태는 어때?
페더
어, 완전 쌩쌩해! 라가초는 나한테 맡겨 줘!
[목적은 어디까지나 코루루의 구출이야]
단장은 오디터들과 싸우지 않고 넘길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면서도,
[페더를 믿을게]
라고 웃으며, 페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페더
단장...!응, 기대에 부응할게!
페더가 기세 좋게 소리치는 사이, 쿠피탄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쿠피탄
저기... 단장님. 지금 피오리토 씨 없으시죠?
루리아
네! 피오 씨라면 연구 구역의 지도를 구하러 가셨어요.
쿠피탄
...... 저기, 단장님.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그, 정말... 저같이 만나서 얼마 되지도 않은 외부인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으시겠지만... 엄청나게 화를 내실지도 몰라요. 말씀드릴지 말지 많이 고민했는데...
비이
뭐야, 뭐든지 말해 봐. 신입이든 고참이든 같이 싸우는 사이잖아.
쿠피탄
...정말 상냥한 분들이시군요. 그래서 더더욱 마음이 아프답니다.
쿠피탄은 크게 숨을 들이키더니, 각오를 다진 듯이 말했다.
쿠피탄
피오리토 씨는... 나비스와 내통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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