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제5화 비 속에서
Under the Falling Rain

 

 




모드레드
...차가 맛있네요.

베인
그래 그래. 뜨거우니까 천천히 마셔.

모드레드
딱 좋아요.

베인
그래? 이야기하는 사이에 식은 모양이네.

헨리의 목소리
베인 부단장! 실례합니다!


천막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드레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드레드
헨리?

베인
무슨 일이야? 헨리. 무슨 일 있었어? 슬슬 네 초계 끝날 시간이었지?

헨리
네. 교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안에 로우리가 보이지 않아서요. 같은 반 신입들도 로우리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베인
로우리라...

헨리
부단장...?

베인
헨리, 보고 고맙다!


베인은 활짝 웃으며 헨리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베인
로우리는 나중에 설교를 좀 들어야겠군.

모드레드
베인 부단장.

헨리
어? 모드레드, 있었어?

모드레드
로우리 대신 제가 초계 서겠습니다.

베인
알겠어. 그럼 부탁할게. 아, 그 전에 한번 돌아가서 같은 반 멤버들한테 이야기해 주고.

모드레드
알겠습니다.

헨리
아, 비...

베인
비 오기 시작했네. 모드레드, 조심해라!

모드레드
네, 다녀올게요!





루리아
순식간에 잔뜩 오기 시작했네요.

아서
죄송해요. 저랑 이야기하는 바람에...

비이
신경쓰지 마! 나무 아래에서 비 피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루리아
그치만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같은 반 친구들이 걱정하지 않을까요?

아서
네... 그렇겠죠.


아서는 불안한 눈빛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시커먼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서
모드레드랑도 화해해야 하는데...

신입 견습기사 1
으아아아아!

아서
비명!?

비이
야영지 반대 방향이야!

아서
저 쪽은... 초계를 서는 쪽이야!

 

 




5-2


비명을 들은 아서와 단장 일행은 서둘러 초계 담당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융합종
큐르르...!

신입 견습기사 1
히익...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아서
위험해!

융합종
키이이!

신입 견습기사 2
저 쪽에도 있어!

신입 견습기사 1
아, 아서 선배... 단장님, 고, 고맙습니다...!

아서
무슨 일이야? 저 녀석들은 뭐고? 처음 보는 마물인데...

루리아
저희는 본 적 있어요.

비이
그래. 달모어에서 봤던 녀석이네. 융합종인가 하는 이름의...





[회상]


방 안쪽에는 거대한 수조가 수없이 늘어서 있고, 그 안쪽에는 각각 거대한 그림자가 출렁이고 있었다.
 
 
루리아
수조 안엔 뭐가 있죠...?
 
루소르
용종을 사용해서 만들어낸 새로운 마물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토어
만들어냈다고...? 그게 무슨 뜻입니까?

루소르
연금술이라고 알아? 물질을 등가교환해서 다른 형태로 만들어내는 고위 마술인데.

토어
여기 있는 마물은 연금술을 이용해 만들어낸 거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루소르
응. 뭐 시조라고 불리는 사람이 쓰는 것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이랄까, 싸구려 복제품같은 거지만.  

아무튼 결사는 인공적으로 생명을 만들어내는 금지된 주술을 써서 여러 가지를 만들어내고 있어. 완전히 인간의 지배하에 둘 수 있는 용종이라던가, 특수한 힘을 가진 마물, 호문클루스... 뭐 그런 것들이지.





아서
연금술로 만들어낸 마물...?

비이
우리도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달모어에서는 저게 신나게 날뛰어서 엄청 큰일이 났었어.

루리아
그 마물이 왜 여기에 있는 거죠...?

비이
또 루소르나 결사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요.


아서의 말을 들은 단장도 험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 앞에서는...


융합종
큐르르...!

신입 견습기사 2
또 나왔어!

아서
위험해!


[기다려!]


아서는 어둠 속에서 몸을 드러낸 융합종을 향해 달려들고자 했으나, 단장이 그런 그를 제지했다.


아서
단장님? 왜 말리시는 거예요?


[야영지가 걱정돼] ->선택
[아마 끝이 없을 거야]


루리아
그러게요...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로 그쪽이 습격당하면 큰일이에요!

비이
그러게. 융합종이 여기 있는 녀석들로 끝나지는 않을 테니까.


단장은 아서에게 "그러니 전령 역할 부탁해"라고 말했다.


아서
제가 야영지로요? 혼자 돌아가라고요?

융합종
키이익!

비이
상황은 모르겠지만 당장 융합종이 들끓고 있는 여기를 버려두고 갈 수도 없으니까.

루리아
괜찮아요! 저희한테 맡기세요!

비이
지금은 서둘러서 야영지에 있는 베인한테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해! 이 신입들도 우리들이 보고 있을 테니까 너 혼자 빨리 가!

루리아
부탁드릴게요!

아서
...알겠습니다! 여길 잘 부탁드려요!





아서
하아, 하아...

???
......


비 속에서 야영지를 향해 달리던 아서 앞으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서
누구냐!

로우리
...아서 씨?

아서
로우리!? 왜 여기에... 혹시 너도 초계 당번이었어?

로우리
그러게요. 초계... 그랬던 것 같네요.

아서
로우리...?

로우리
아서 씨는 왜 여기 계시죠?

아서
난 야영지로 돌아가는 중이야. 초계 장소에 처음 보는 마물이 잔뜩 나왔거든. 단장님네가 남아서 싸우고 있어. 그러니까 빨리 베인 부단장한테 알려야 해!

로우리
하아... 부단장한테요...

아서
로우리도 같이 야영지로 돌아가자. 위험하니까 나랑 같이...

로우리
아서 씨. 당신, 어느 쪽이에요?

아서
뭐? 어느 쪽이냐니... 뭐가?

로우리
당신, 뭐가 하고 싶은 건가요?

아서
말했잖아. 빨리 야영지로 ㄷ...

로우리
모드레드 씨는 당신을 다정하다고 말씀하셨지만... 당신의 다정함은 정말로 올바른 걸까요?

아서
뭐...?

로우리
당신이 그 "다정함" 탓에 검을 휘두르지 못하고, 결국 누군가가 다칠지도 몰라요. 당신 대신 누군가가 손을 더럽힐지도 모르잖아요?

아서
...!


숨을 들이킨 아서 앞에서 로우리는 갑자기 환하게 웃음지으며 두 손을 들어올렸다.


로우리
자, 가죠.

아서
어, 로우리...?

로우리
서두르고 계셨죠? 저도 어서 모드레드 씨랑 합류하고 싶거든요.

아서
아! 기다려, 로우리!


아서는 갑자기 달리기 시작한 로우리의 뒤를 허둥지둥 쫓았다.

 


 


5-3


융합종
큐르르... 

그르르르르!

비이
제길! 역시 끝도 없이 늘어나고 있어!

루리아
저기, 융합종 분들... 산 위로 향하려고 하는 것 같지 않나요?

비이
야영지 있는 쪽이지? 마음대로 가게 둘 수는 없지!

융합종
키이...

신입 견습기사 1
하아... 하아... 틀렸어, 이대로는... 싫어!!


공포를 견디지 못한 견습기사 한 명이 그 자리를 벗어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비이
이, 이봐!

융합종
큐르르...!


몇 마리의 융합종이 도망치는 견습기사를 쫓았다.


신입 견습기사 2
야! 위험해!

라모락
이런, 그건 곤란하지. 후... 큰 건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겠군. 산에서는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거든.

신입 견습기사 1
으아!? 뭐, 뭐야 이거! 벽이 있어! 제길! 대체 뭔데!

융합종
슈르르르!

신입 견습기사 1
오지 마! 으아아아아!

비이
큰일날 뻔했네... 아니, 이게 뭐야?

루리아
결계!?

비이
역시 루소르 짓인가? 그 자식, 어딘가에 있는 거지?

루리아
이 결계... 전에 갇혔던 것보다 훨씬 큰 것 같네요.

비이
제길! 우리 전부를 이 산에 가두려는 속셈인 거 같아!

루리아
이래서야 약한 부분을 찾으려고 해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비이
아무튼 원흉을 찾아내서 어떻게든 해야 될 것 같네.

융합종
규르르르!

비이
으아! 진짜 끝이 없네! 되는 대로 해치울 수밖에!


[전투]

 

 




5-4


비이
이거 진짜 빡센데...!

루리아
아서 군은 무사히 야영지에 도착했을까요...?





아서
베, 베인 부단장~!

모드레드
아서!?


야영지로 달려온 아서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초계를 서러 나가려고 하던 모드레드였다.


모드레드
너 어딜 갔었던 거야?

아서
모드레드, 큰일났어!

모드레드
뭐? 뭐가? 무슨 일인데? 쿠르스랑 토네리로 다 널 걱정하면서 찾아다녔단 말야!

아서
미안,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빨리 베인 부단장한테 전해야 돼!

로우리
모드레드 씨한테는 제가 설명할 테니까 괜찮아요.

모드레드
로우리, 너도 찾고 있었어. 초계도 내팽개치고 어디 갔었냐?

베인
이봐! 무슨 일이야? 아서랑 로우리...?

아서
베인 부단장! 큰일났어요, 단장님네가...!





베인
처음 보는 마물... 융합종이라고 했나?

아서
네. 단장님네가 그렇게 불렀어요.

베인
......

(달모어에서 란쨩을 공격했다던 녀석인가...)

...그래! 지금 당장 단장네가 있는 곳에...

???
으아아아!


베인의 목소리를 덮어버리듯 야영지 외곽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모드레드
뭐야!?

토네리로
크, 큰일이에요! 이상한 마물이 나와서...

모드레드
이상한 마물이라니...

융합종
규르르르!

아서
융합종이에요! 초계 쪽에 나온 마물!

베인
이 녀석들이 융합종인가...!

모드레드
단장님네가 있는 쪽에서 온 건가!?

베인
아니, 방향이 달라. 하앗!

융합종
키이이!

융합종
그르르르...

토네리로
수, 수가 점점 늘어나...!


융합종이 계속해서 나타나자, 야영지 내부는 순식간에 패닉에 휩싸였다.


융합종
규르르르...!

견습기사 1
히익... 이 녀석들은 뭐야?

헨리
야! 그 쪽으로 달리면 위험해!

쿠르스
헨리! 뒤쪽!

헨리
뭐!?

베인
흐랴앗!

다들 잘 들어!

견습기사 1
!?

베인
당장 대열을 형성한다! 심호흡을 하고 주위를 둘러봐라! 2번 텐트 주변에 진을 치는 거다!

헨리
어이! 너도 빨리 이리 와!

견습기사 1
그, 그래!


베인의 호령을 듣고 냉정함을 되찾은 견습기사들은 융합종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며 대열을 형성했다.


융합종
규르르르!

모드레드
하앗!

쿠르스
흡!

아서
야영지가 이런 상황이면 저쪽의 단장님은...!

베인
괜찮아, 아서.

다들 잘 들어! 남아 있는 단원을 둘로 나눈다. 1년생과 2년생 1, 2반은 초계 조. 나머지는 야영지 조다! 

모드레드
우린 3반이니까 야영지겠군.

토네리로
으, 응...

헨리
난 초계 조인가...

로우리
저는 야영지니까 모드레드 씨하고 같은 곳이네요.

베인
단, 2년생 중 3반은 둘로 나눈다. 모드레드와 쿠르스는 초계 쪽, 아서와 토네리로는 야영지다.

로우리
뭐...!?

베인
그리고... 초계 조 대장은 모드레드로 한다.

모드레드
네...?

베인
다른 사람들은 모두 모드레드의 지시를 따라라! 모드레드, 할 수 있지?

모드레드
아, 네!

베인
내가 내리는 지시는 두 가지야. 무사히 초계 장소까지 가서 단장과 합류할 것, 거기서 융합종과의 전투 경험이 있는 단장 일행과 힘을 합쳐 사태를 해결하는 길을 찾아낼 것. 그 외의 판단은 전부 너에게 맡긴다. 많은 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후퇴 또한 허용한다.

모드레드
...알겠습니다!

베인
정면에 있는 적은 내가 맡지. 후방, 그리고 초계 쪽은 2년생 3, 4반이 뚫고 들어가 모드레드 부대가 돌파할 길을 만드는 거다!

아서
알겠습니다!

모드레드
초계 조, 간다! 쿠르스는 후미를 맡아 줘!

쿠르스
알겠어.


모드레드의 신호를 들은 견습기사들이 일제히 달려나갔다.

 


쿠르스
토네리로!


대열이 분산되기 직전, 쿠르스가 토네리로 곁으로 다가가 작지만 날카롭게 말을 걸었다.


쿠르스
로우리를 조심해.

토네리로
뭐?


토네리로가 그 말의 뜻을 물어볼 시간은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