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마물
가아아아아!
비이
으아! 아직도 날뛰는 거야?
베인
오른쪽! 조심해!
모드레드
아서!!
마물
...!
아서
큭...!
마물
그아...!
비이
아서가 해치운 거야?
마물
가... 으...
아서의 검에 목을 깊숙히 베인 마물은 지면에 쓰러져 괴로운 듯이 신음했다.
아서
아, 아... 미안해, 난....
아서는 목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마물을 내려다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마물
그오...!
모드레드
아서! 멍하니 있을 때가 아냐! 끝장내!
아서
아, 하지만...
모드레드의 말을 들은 아서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 등 뒤에는...
마물
가아아!
아서
!?
베인
아서!!
큭...!
마물과 아서 사이에 끼어든 베인이 날아드는 발톱을 받아냈다.
베인
우오오!
마물
크오오오오!
베인의 혼신의 일격을 맞은 마물은 드디어 단말마와 함께 쓰러졌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베인
...으, 하아.
비이
베인! 괜찮아?
루리아
다친 덴 없으세요?
베인
아서, 괜찮아?
아서
네, 네에... 죄송ㅎ...
모드레드
아서! 이 바보 자식아! 울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아서
으...
모드레드가 소리치자, 아서는 눈물을 문질러 닦았다.
모드레드
몇 번을 말해? 해치우지 않으면 당할 상황에서 망설이지 말라고! 넌 대체 왜 항상...
아서
미안... 그치만 난 그럴 생각이...
모드레드
그럼 어쩔 생각이었는데! 네가 그런 식이니까...
베인
거기까지! 지금 여기서 그 말다툼을 꼭 해야 하나?
모드레드
...아닙니다.
베인
아무튼 지금은 모두가 무사한지 확인한다. 그 후에 야영지로 돌아가겠다. 알았지?
아서와 모드레드
네.
제4화 무언가가 달라진 밤
A Night to Remember
다소의 부상자가 나오긴 했지만, 그 이후 일행은 무사히 야영지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베인
모드레드, 아서.
베인은 고개 숙인 두 사람의 앞에서 엄격한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얹었다.
베인
반성은 각자 텐트로 돌아가서 해라. 싸우는 게 아니라 반성하는 거다?
아서
네...
모드레드
...알겠습니다.
베인
밤 새지 말고.
베인은 아서와 모드레드의 어깨를 두들겼고, 그들은 말 없이 걷기 시작했다. 그런 두 사람의 등을 보며 토네리로는 쿠르스와 시선을 마주했다.
토네리로
깜짝 놀랐어...
쿠르스
그러게.
토네리로
아서랑 모드레드가 항상 싸우긴 하지만... 저런 식으로는...
쿠르스
모드레드는 아서를 걱정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토네리로
그렇겠지. 하지만 뭔가 모드레드 쪽이 더 여유가 없어 보이더라...
쿠르스
...아무튼 우리도 텐트로 돌아가자. 둘이 또 싸움이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우리가 감시해야지.
토네리로
응, 그러게. 가자.
베인
아얏...! 저질렀구만...
루리아의 목소리
베인 씨, 들어가도 되나요?
베인
어... 무슨 일이야?
비이
괜찮아?
베인
...응? 뭐가?
[숨기지 마]->선택
[괜찮아]
루리아
베인 씨가 다쳤을 거라고 하던데요.
베인
하아... 단장 눈은 못 속이는구만.
루리아
제가 치료해 드릴게요.
베인
그럼 부탁할게.
베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갑올을 벗고 팔에 깊게 패인 상처를 드러냈다.
비이
으아! 엄청 심하네!
루리아
아파 보여요...
루리아와 단장은 힘을 합쳐 베인의 상처에 응급처치를 했다.
베인
아냐, 보는 것만큼은... 윽.
루리아
죄, 죄송해요...!
베인
괜찮아 괜찮아. 도움받는 처지에 뭘. 고마워!
루리아
이러면... 어떤가요?
베인
...응! 완벽해. 고마워, 루리아랑 단장. 도움받는 김에 하나 더 부탁하고 싶은데... 내가 다쳤다는 거 애들한테는 비밀로 해 줘.
비이
네 마음도 이해는 가는데...
베인
센 척하려고 그러는 거 아냐. 이게 내 역할이니까.
올곧은 베인의 시선을 본 단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루리아
당신이 그렇다면... 저도 말 안 할게요.
비이
알았어. 그래도 우리한테는 의지해 줘.
루리아
맞아요! 모처럼 같이 여기까지 왔는걸요!
베인
아하하! 그러게! 다들 고마워.
(란쨩이나 지크프리트 씨, 퍼상의 등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것에는 한참 못 미치겠지만... 지금은 내가...!)
4-2
치료를 끝마친 단장 일행은 베인의 천막을 나왔다.
비이
그럼 우리도 우리 텐트에 가서...
아서
......
루리아
어... 저 나무 밑에 있는 건 아서 군 아닌가요?
비이
아이고... 엄청 풀 죽어 있네.
서로의 얼굴을 돌아본 단장 일행은 아서 곁으로 향했다.
루리아
아서 군.
아서
아, 안녕하세요...
루리아
혹시 방해했나요? 저희랑 이야기 좀 하실래요?
아서
...네.
고개를 끄덕인 아서는 단장 일행과 서로 기대듯이 나무 밑에 앉았다.
아서
아까는... 죄송해요.
루리아
왜 사과하는 건가요?
아서
저 때문에 다들 위험에 빠질 뻔 했어요. 베인 부단장한테도 폐를 끼쳤고요...
비이
저녁때에도 뭔가 상태가 이상했었지. 너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아서
고민이라... 저, 요새 계속 컨디션이 좋았어요.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고, 새로운 기술을 짜내서 모드레드한테 이기기도 하고... 아~ 강해졌구나! 고 생각했죠.
비이
내가 보기에도 너 많이 세졌더라.
아서
고마워요. 하지만 오늘 오랜만에 실전을 겪었더니... 무서워졌어요. 내 의식이 몸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한 느낌...
비이
으음... 계속 본 건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성장이 너무 빠른 걸지도 모르겠네.
아서
변명할 수는 없어요... 아까 마물도 괜히 어중간하게 망설이는 바람에 괜히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죠.
아서는 무릎을 껴안고 있던 팔에 힘을 꽉 주었다.
아서
제 검이 모드레드를 다치게 했을 수도 있었어요... 단장님. 단장님은 무섭지 않나요?
아서는 매달리는 듯한 시선으로 단장을 쳐다보았다.
아서
단장님은 저하고 나이도 별로 차이나지 않는데 엄청 강하고... 심지어 만날 때마다 점점 강해지시네요. 정말 대단하고 존경하고 있어요. 하지만... 강해지는 게 무섭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무섭지] ->선택
[더 무서워지고 싶어]
아서
정말요? 그럼 어떻게 그 마음을 극복하는 건가요?
아서의 물음에, 단장은 "무서워도 멈춰설 수는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고 싶거든"이라고도 했다.
아서
그렇구나... 단장님의 여행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거군요.
단장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은 함께 여행하는 수많은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강해지고 싶다고 말이다. 그런 단장의 말을 들으며 루리아가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루리아
맞아요... 저도 그래요.
아서
루리아 씨도요?
루리아
제가 여행을 막 시작했을 때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고, 아무 것도 몰랐어요... 그저 다른 사람들한테 지켜지는 내 자신이 싫었죠. 하지만 지금은 나란히 서서 싸울 수 있어요! 성정수 분들의 힘을 빌려서 싸우는 거라, 저 자신의 힘은 대단치 않지만요.
단장은 "그렇지 않아"라고 말하며 루리아의 손을 꼭 쥐었다.
루리아
헤헤, 고마워요.
아서
루리아 씨는 단장님하고 같이 싸우고 싶었던 거군요.
루리아
힘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확실히 힘을 가진다는 건 대단히 책임이 무거운 일이죠. 상대가 누구든 상처입히는 건 무섭고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 있으니까요. 같이 걸어가고 싶은 동료들이 있으니까요. 절대 잃고 싶지 않아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잃고 나서 후회하는 건 싫어요. 그러니까... 아, 미안해요. 말로 잘 표현하기가 힘들어서...
아서
아니에요. 루리아 씨의 다정한 강함이, 그 각오가 느껴졌어요.
...후우.
긴 한숨을 내쉰 아서는 어두운 밤하늘을 막연히 올려다보았다.
아서
나도 확실히 마음을 정해야 할 텐데. 내가 추구하는 강함이란 건 어디에 있는 걸까...
4-3
아서가 루리아 일행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시각이었다.
모드레드
......
모드레드는 베인의 천막 앞에 서 있었다.
모드레드
...베인 부단장.
베인의 목소리
모드레드?
모드레드
잠깐 들어가도 되나요?
베인의 목소리
그래, 들어와.
모드레드
밤 늦게 죄송합니다...
베인
괜찮아.
모드레드
저기, 저...
베인
마침 차라도 마실까 했는데. 너도 마실래?
모드레드
아뇨, 저기 저는...
베인
사양 말고 마시고 가! 몸이 따듯해질 거야. 자, 일단 거기 앉고.
베인은 모드레드의 어깨를 꽉 눌러 자리에 앉힌 후, 간단한 도구들로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베인
앗... 차차. 큰일날 뻔했네.
도중, 베인이 평소답지 않게 불안한 손길을 보이자 모드레드가 눈썹을 찌푸렸다.
모드레드
베인 부단장... 팔 다치신 거예요?
베인
어음...
모드레드
...아까 그 때군요.
베인
내가 부주의했던 탓이야.
모드레드
...죄송합니다.
베인
그런 표정 하지 마. 대단한 상처도 아니니까.
베인은 김이 솟아오르는 컵을 모드레드 앞에 내려놓으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베인
모드레드는 다정하구나.
모드레드
저는... 다정하지 않아요. 다정한 쪽은 아서죠. 하지만... 저는 무서워요. 그 녀석의 다정함이 언젠가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것 같아서요.
베인
돌이킬 수 없는 사태라니?
모드레드
...사실은 생각도 하기 싫지만, 그 녀석이 바라지 않았던 형태로 누가 다친다던가, 죽는다던가... 그럼 그 녀석은 분명...!
베인
너, 아서가 걱정돼서 그래?
모드레드
아니에요. 전 그저 제가 그 녀석을...
......
베인
그럼 모드레드. 넌 어떡하고 싶어? 아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모드레드
그 녀석하고는 태어났을 때부터 같이 있었으니까요. 예나 지금이나 그 녀석이 뭘 생각하는지는 알아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데, 그냥 다 알게 된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말해 봤자 아서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어요.
베인
...그렇구나.
모드레드
베인 부단장은 란슬롯 단장하고 소꿉친구라고 하셨죠?
베인
그래. 너희하고는 달리 동갑은 아니지만 말야. 난 태어났을 때부터 란쨩이 늘 곁에 있었지.
모드레드
싸운 적도 없다고 들었는데요... 정말인가요?
베인
싸운 적은... 없네.
모드레드
그런가요...
베인
"소꿉친구"가 "기사"라는 점은 분명 닮았지만... 너희는 우리처럼 되고 싶은 건 아니잖아?
베인이 묻자, 모드레드는 고개를 들었다.
모드레드
넘어서고 싶어요.
베인
아하하! 그렇게 나와야지. 입단시험 치르던 때랑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 너랑 아서는 처음부터 "기사단장이 될 거야"라고 큰소리 치곤 했지.
얼마 전에 다른 애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1년 간 너희는 정말 많이 성장했어. 성장한다는 것은 변하고 만다는 뜻이기도 해. 망설이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그 안에 분명히 있단다, 모드레드.
모드레드
...네, 고맙습니다.
4-4
토네리로
둘 다 안 오네...
쿠르스
그러게.
토네리로
괜찮은 걸까...
쿠르스
야영지 근처에 있으면 그렇게 위험하진 않을 거야.
토네리로
그건 그렇지만...
토네리로는 불안한 듯이 눈을 굴리다가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토네리로
뭔가 구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네.
쿠르스
습기 냄새가 느껴져. 비 올지도 모르겠다.
토네리로
응... 둘 다 빨리 돌아와야 할 텐데...
쿠르스
그러게...
토네리로
성검이 이러니저러니 하는 이야기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네...
로우리
뭐 하러 오셨죠?
라모락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네. 그렇게 험악하게 쳐다보지 마. 그 분께서 걱정하길래 도와주러 온 거니까.
로우리
필요 없어.
로우리가 차갑게 내뱉자, 라모락은 과장된 몸짓으로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라모락
정말 그럴까? 아직까지는 아무런 성과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로우리
그건 지금부터...!
라모락
한꺼번에 이 땅으로 데리고 온 것까지는 좋았어. 하지만 이렇게 평화로운 "캠프" 중에 전설의 성검같은 게 튀어나올 리가 없지. 필요가 없으니까 말야. 검이 됐든 검집이 됐든... 싸움이 없다면 그저 막대기와 그걸 넣는 주머니에 지나지 않아.
로우리
...그런 건 나도 알아.
라모락
그러고 보니, "그"하고도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모양이던데. 너희는 형제같은 거 아니었어?
로우리
아니야! 그런 인형하고 날 똑같이 취급하지 마!
라모락
그래 그래. 아 참! 그 분께서 마음대로 써도 된다고 하길래, 마법 도구를 이것저것 가져왔는데 말야... 이것도 너한테 필요 없는 걸까?
로우리
아니... 당신의 배려를 내팽개칠 수는 없으니까 하나 받아 둘게.
라모락
그래? 하나면 된다니, 사양할 거 없는데.
로우리
흥... 볼일 끝났으면 빨리 사라져 주시지.
라모락
알았어. 그럼 로우리, 건투를 빌지.
라모락이 사라진 직후, 로우리는 손에 들고 있던 마법도구를 눈 앞으로 들어올렸다.
로우리
좌표를 잇고, 이걸 녀석들에게 접근하게 만들면... 평화로운 캠프는 끝이겠군. 싸움도 아픔도... 없다면 만들어 주지. 멀린 님의 바람을 이루는 것은 그 녀석이 아니라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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