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제4화
Killing Wing(Deathwing)
벤자민의 어머니
...벤자민. 네가 바라는 건 뭐니?
벤자민의 아버지
뭐든지 괜찮으니까 말해 보렴.
벤자민
......
벤자민의 어머니
어떻게 하지... 저 아이는 언제쯤에야 말을 배우려는 걸까...
벤자민의 아버지
지금은 끈기있게 기다려 보자.
벤자민의 어머니
분명히 이상하단 말이야... 태어났을 때에도 울음소리 한번 안 냈었어... 조산사도 저 아이는 저주받았다고 말했었어...
벤자민의 아버지
그만 해!
벤자민
......
아오이도스
윽...
Graaaaah!
가면 쓴 남자 2
좋아...! 그 눈, 그 목소리...! 자, 나를 베어! 매도해! 벤자민으로 돌아오는 거야!
아오이도스
크크큭...
가면 쓴 남자 2
아아... 죽여줘!
아오이도스
아?
아오이도스는 체구 큰 남자의 가슴팍을 노리고 검을 꽂아넣었다.
가면 쓴 남자 2
아윽...!
아오이도스
크크큭...
가면 쓴 남자 1
...뭔가 묘하군요.
가면 쓴 남자 2
그래...! 벤자민은 더 잔혹했어! 더 깊고 아프단 말이야! 훨씬!
아오이도스
...아, 아... 아?
가면 쓴 남자 1
흠... 이런 싸구려 검을 쥐어줘선 자극받지 못하는 모양이군요.
가면 쓴 남자 2
그렇지 않아! 엄청 아프니까 더 깊게 찔러줘! 벤자민!
아오이도스
...!
아오이도스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의식이 돌아온 듯했다. 이윽고 그는 손에 쥐어진 검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가면 쓴 남자 2
왜 그러지? 더 깊게 찔러줘!!
아오이도스
이건 뭐야... 뭘 하는 거지?
가면 쓴 남자 2
어서, 벤자민!!!
아오이도스
뭐...?
가면 쓴 남자 1
...이래서야 안 되겠네요. 끝났어요, 발렌틴.
아오이도스가 망연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자, 남자 중 하나가 모멸의 눈길을 보내며 말을 내뱉었다.
아오이도스
난 방금 뭘 본거지...?
가면 쓴 남자 1
당신 머리 속에서 일어난 일을 제가 알 리가 없지 않습니까. 다만... 조금은 기억이 났습니까? 증오와 원망이 당신의 본능입니다. 음악은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하죠.
아오이도스
......
가면 쓴 남자 1
돌아가죠, 발렌틴.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른 수를 찾아보죠.
가면 쓴 남자 2
...유감이군, 벤자민. 다음에야말로 내게 치명상을 입혀 줘. 네 검이 가장 깊게 꽂혔거든.
아오이도스
......
아오이도스는 텅 빈 눈으로 사라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4-2
라캄
...어디. 둘 다 결심은 섰어?
비이
응. 겉모습이 이렇네 저렇네 하는 녀석들 다 실력으로 다물게 만들어주면 되는 거 아냐?
바알
음악을 비교한다는 건 좀 그렇긴 하지만, 다른 밴드에서는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 것도 사실이니까... DOSS에 돌아오도록 하지.
매니저
미안하군. 그리고 아오이도스가 제멋대로 구는 것에 맞춰줘서 고마워.
라캄
처음에는 분명 싫어하면서 끌려다녔지만 이제 자연스럽게 치고 싶어질 정도니 어쩔 수 없지.
매니저
...정말 감사할 따름이야.
라캄
...? 뭘 그렇게까지 감사하고 그래.
매니저는 눈을 감더니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그 모습에 어딘가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일행은 아오이도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오이도스
......
비이
어! 너 어디 갔었던 거야!
바알
언제까지 활동을 쉴 예정이지? 페스까지 남은 시간이 별로 없을 텐데.
아오이도스
......
라캄
아... 미안해. 나갈 거냐 남을 거냐 물어봤었지? 페스를 위해서는 빠져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중간까지 하다가 빠져나오는 게 역시 성미에 맞지 않아서 말이지.
아오이도스
(이 녀석들을... 어떻게...)
라캄
저기, 아오이도스? 우리가 돌아와도 문제 없겠지?
아오이도스
!
...훗. 연습 부족은 해결한 건가?
라캄
그야 거... 뭐냐. 이제부터 메꿔야지.
아오이도스
좋아. 그러면 최고의 곡을 칠 각오가 됐나?
비이
인간한테는 불가능한 연주를 보여주고 말겠어.
바알
슬슬 좀 보여주시지. 내 마음을 흔들었던 네 파토스를 말야.
아오이도스
그래. 팬들과 함께 헤븐하는 거야. 다시 곡을 만들기 시작하겠다.
라캄
아... 저기, 너무 무리하게 만들려고는 하지 마. 몸도 안 좋아 보이는데.
아오이도스
뭐?
비이
우리 다 널 걱정하고 있다구.
바알
나는 페스 전날까지만 곡이 나오면 칠 수 있다. 사이드기타 부분은 마지막에 해도 돼.
아오이도스
훗... 날 뭘로 보는 거지. 최악이었던 걸 평소대로 돌려놓는 것 뿐이야. 이 이상 시간 끌 생각은 없어.
비이
헤헤, 드디어 아오이도스답네.
아오이도스
아오이도스는 아오이도스일 뿐이야. 다른 무엇도 될 수 없지.
매니저
......
이후 아오이도스는 방에 틀어박혀 다시 작곡을 시작했다.
아오이도스
내게 부족한 것은 뭐지... 완급? 구성?
큭...!
매니저
아오이도스. 아까 멤버들하고 다시 만났을 때... 상태가 이상한 것 같던데.
아오이도스
어...?
매니저
무슨 일 있었어?
아오이도스
...아무 것도 아냐.
매니저
그 사람들 보고 무슨 생각 했는데?
아오이도스
...!
...곡에 대한 힌트가 떠오른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뿐이야.
[회상]
라캄
페스를 위해서는 빠져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중간까지 하다가 빠져나오는 게 역시 성미에 맞지 않아서 말이지.
아오이도스
(이 녀석들을... 어떻게...
어떻게 죽일까...?)
아오이도스
아오이도스는 아오이도스야...
항상 최고의...
그 이상... 무엇도...
.....
매니저
아오이도스! 아오이도스! 정신 차려!
아오이도스
......
4-3
아오이도스
......
루리아
아오이도스 씨, 물 드실래요?
아오이도스
......
루리아
저, 저기요~ 아오이도스 씨~
아오이도스
......
비이
어떻게 된 거야? 아까까지 그렇게 의욕 넘치던 녀석이...
바알
조용하군. 마치 사람이 변한 것처럼 아무 울림도 안 느껴져.
라캄
혹시 우리가 이랬다저랬다 한 게 원인인가?
매니저
그 또한 일부 원인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주요한 원인은 벤지의 과거에 있을 거야.
아오이도스
...!
라캄
...벤지?
아오이도스
...!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아오이도스는 머리를 감싸며 거칠게 호흡을 내쉬더니 정신을 잃었다.
비이
어, 야! 아오이도스!
매니저
역시 기억이 돌아오려고 하는 모양이군. 하지만 내가 누군지는 모르나? ...그건 다행이야.
...장소를 옮기죠. 사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방 안에 아오이도스를 남겨두고, 일행은 매니저가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매니저
길에서 아오이도스하고 싸우던 2인조가 그를 "벤자민"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 그 둘이 아오이도스의 과거를 알고 있는 잔학삼형제일 겁니다.
라캄
그렇다면 뭘 노리고 녀석을 습격한 거지?
매니저
거기까지는 저도 잘... 다만 확실한 게 하나 있습니다. 벤자민으로서의 기억에 대한 겁니다. 역시 아오이도스 본인으로서는 지우고 싶었던 기억이었던 거겠죠. 그래서 저렇게 괴로워하며...
라캄
...아까부터 뭔가 말이 이상한데. 당신, 사실 아오이도스의 과거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 아냐?
매니저
네.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지만요. ...그의 본명은 "벤자민"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숨기고 있었지만 저는 벤지의... 벤자민의 형입니다.
라캄, 루리아, 바알
뭐어!?
네에!?
비이
무, 뭐라고?
매니저
피가 통한 형제는 아닙니다. 어느 날, 고아였던 저를 그의 집에서 거둬 주었죠.
어린 매니저
......
벤자민의 어머니
얘야, 이름이 뭐니?
어린 매니저
제임스.
벤자민의 아버지
그럼 짐이라고 부르면 되겠구나. 짐, 우리랑 같이 살지 않겠니?
어린 매니저
...그래도 돼?
벤자민의 아버지
너만 괜찮으면 물론이지. 너 정도 되는 나이의 아이를 찾고 있었단다.
나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었고, 그 때문에 나를 데려가 주는 집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벤지의 가족이 나를 거둬 주었다.
벤자민의 어머니
있지, 우리 집엔 너랑 비슷한 나이의 남자애가 있단다. 벤지라고 해.
벤자민의 아버지
남자애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렴. 아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어린 매니저
응.
벤자민의 아버지
자, 짐. 벤지하고는 처음 만나네.
어린 벤자민
......
어린 매니저
안녕, 벤지. 나는 제임스야.
어린 벤자민
......
어린 매니저
......
벤자민의 아버지
아하하. 수줍음이 많거든. 언젠가는 익숙해질 거야.
벤자민의 어머니
그래. 언젠가는 그럴 거야...
어린 벤자민
......
어린 매니저
......
그것이 그와의 첫만남이었다.
4-4
어린 매니저
벤지는 그... 뭐 좋아하는 거 있어?
어린 벤자민
......
어린 매니저
싫어하는 건?
어린 벤자민
......
어린 매니저
......
벤지는 말이 적은... 아니, 전혀 말하지 않는 아이였다.
어린 매니저
벤지, 저녁밥 다 됐대. 가자.
어린 벤자민
......
어린 매니저
오늘은 로스트 치킨이래. 맛있겠다.
어린 벤자민
......
벤지는 말을 듣지 못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말을 하지 않을 뿐이었다.
벤자민의 어머니
벤지야. 짐하고는 많이 친해졌니?
어린 벤자민
......
벤자민의 아버지
너보다 조금 큰 형이 생겼네. 좋지 않니?
어린 벤자민
......
어린 매니저
......
내가 그 집에 거둬진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벤지가 말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까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많은 시도를 해 왔고, 마지막으로 찾아낸 방법이 나였던 거다. 친구를 만들어 주면 말을 할 거라고... 하지만 벤지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입양된 후로 몇 년이 흘러도, 무엇을 해도, 무엇을 물어봐도 말이다.
벤자민의 어머니
......
벤자민의 아버지
......
어린 벤자민
......
이윽고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변화가 있었다.
무언가의 비명소리
끽!
어느 날, 벤지의 방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매니저
ㅁ... 뭐 하는 거야...! 왜 쥐들을 모아서... 죽이고 있는 건데?
어린 벤자민
......
쥐
끼익!
어린 매니저
그런 거 하지 마!
어린 벤자민
......
쥐
끼익!
어린 매니저
하지 말라고!
나는 그 날, 처음으로 사람을 때렸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어린 매니저
너 또 죽인 거야...?
나는 매일매일 벤지를 때렸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알려지기 전에 어떻게든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벤자민
......
어린 매니저
왜 웃는 건데!
벤자민의 아버지
둘 다 무슨 일ㅇ...
결국 내가 폭력을 휘두른 것도, 말라비틀어진 쥐의 시체에 대해서도 다 드러나고 말았지만 말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던 밤이 지났다. 일어나 보니 벤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나도 더 이상 거기 있을 수가 없어 바로 집을 나왔다.
그로부터 약 10년. 나는 상인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오이도스
......
매니저
저건...!
한눈에 그가 벤지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많이 컸지만 어린 날의 얼굴이 남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오이도스
Aaaaaaah!!
매니저
...!
1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벤지는 기억을 잃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오이도스
매니저라고?
매니저
그래. 뛰어난 뮤지션에게는 매니저가 필요한 법이잖아?
아오이도스
아니, 그렇지 않아.
매니저
어...?
아오이도스
나는 뛰어난 뮤지션 따위가 아냐. 최고의 뮤지션이지.
매니저
...아, 내가 실수했네. 그럼 다시... 최고의 뮤지션의 매니저를 맡고 싶은데, 괜찮을까?
아오이도스
좋아. 더 많은 사람들을 헤븐시킬 수 있도록 열심히 해 줘.
매니저
...집을 나간 이후로 10년간 벤지가 뭘 하고 있었는지는 몰라. 하지만 집에서 있었던 일이든 뭐든 다 잊고, 아오이도스로서 살아가는 것이 그에게 있어 행복일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라캄, 루리아, 비이, 바알
......
뜻밖의 과거를 들은 일행은 말을 잃고 말았다. 언젠가 아오이도스는 검을 손에 쥐게 된 것을 계기로 자아를 잃고 마물을 갈기갈기 베어낸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징조는 어렸을 때부터 나타났던 것일지도 몰랐다.
라캄
...지금 연습하고 있을 때가 아닐지도 모르겠는데. 한동안 저대로 두는게 낫지 않겠어?
바알
페스까지 남은 시간이 없어. 정말 참가를 포기할 생각이야?
라캄
저 상태로 뭘 어떡할 수 있는데...
비이
아오이도스 녀석, 과거를 잘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매니저
일단 과거와 관련된 것들로부터는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겁니다. 저나 잔학삼형제같은 것들 말이죠.
루리아
그럴 수가... 이제야 짐 씨하고 친구가 되었는걸요...
매니저
이 이상 그를 괴롭힐 수는 없으니까.
그들은 아오이도스가 잠든 방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복도에서 한 발짝 내딛자마자, 여러 사람의 발걸음이 가까워져 오는 것이 들렸다.
기자 1
비켜!
기자 2
아오이도스 씨 방은 저기지?
라캄
어... 이봐! 당신들 그 녀석한테 무슨 볼일인데?
기자 1
긴급 취재하러 왔습니다! DOSS 여러분들도 같이요!
라캄
잠깐 기다리라니까! 지금 그럴 상태가 아냐!
기자 2
그런 말씀 하고 계실 때도 아니에요! 빨리요!
일행은 기자들을 말렸지만 그들은 방 안으로 밀고들어왔다.
기자 1
아오이도스 씨! 한 말씀 해 주시죠!
아오이도스
...!
기자 2
페스 공연을 앞두고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라캄
이봐! 상태 안 좋다고 말했잖아!
기자 1
상태같은 얘길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요!
기자 2
페스에서 DOSS와 잔학삼형제가 배틀을 벌인다는 발표가 나왔는데요, 그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기자 1
배틀에서 중대발표를 하실 거라던데요! 어떤 내용일지 힌트라도 받을 수 없을까요?
라캄
뭐? 밴드 배틀?
비이
주, 중대발표라니 그게 뭐야! 우린 아무것도 모르는데?
아오이도스
......
아오이도스는 지금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그런 그가 쉴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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