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제1화
Heavens On Fire
때는 얼마 전이다. 모든 일은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되었다.
아오이도스
내 매니저한테서 연락이 왔다고?
라캄
그래. 급히 너랑 만나고 싶다던데.
라캄은 만물상을 통해 전해받은 속달우편을 내밀었다.
아오이도스
흠... 용건조차 적지 않고 그냥 만나고 싶다고? 매니저답지 않군.
매니저
오랜만이야, 아오이도스. 밴드를 짜서 네가 원하는 소리를 찾겠다고 했었지. 여행은 잘 되어가?
아오이도스
보이는 것처럼 순조로워. 그래서? 일부러 날 불러낸 건 그런 질문을 하기 위해서가 아닐 텐데?
매니저
그래. 네 앞으로 온 편지를 한 통 맡아두고 있어.
아오이도스
흠...
짐짓 무게가 실린 듯이 말하는 매니저를 본 그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봉투를 열었다. 그러자...
아오이도스
말도 안 돼... "아우규스테 페스"의 초대장 아냐?
매니저
네가 늘 꿈에 그리던 무대야. 초대받은 건 너뿐이지만 사이드멤버 선택도 제한이 없지. 어때, 나갈 거야?
아오이도스
당연하지. 출장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매니저
후후... 역시 바로 결정을 내리는구나.
비이
응? 고민할만한 이유라도 있어? 그냥 새로운 콘서트 나가는 거 아냐?
매니저
페스에서 받은 평가로 뮤지션 생명이 결정되거든.
아오이도스
호평이라면 명성을 얻을 수 있지. 하지만 악평이라면 끝장나는 거야. 말 그대로 데드 오어 얼라이브.
비이
아니... 그렇게 대단한 자리에 나가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한 거였어?
아오이도스
페스가 날 원하고 있어. 그렇다면 대답할 수밖에. 그리고... 최고의 신곡을 발표해서 페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거야! DOSS여 영원하라!
아오이도스
...DOSS 멸망의 때가 온 걸지도 모르겠어.
매니저
신곡 만드느라 고전하는 중이야? 너답지 않네.
아오이도스
큭... 그래, 바로 그 말대로야! 평소의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라고! 아아... 곡을 몇 개나 써봐도 파토스가 느껴지지 않아! 내가 원하는 소리가 아니란 말야! 재능이여, 네 어디로 갔느냐!
라캄
이봐... 괜찮겠어? 페스 당일까지 남은 시간도 없잖아. 연습할 시간은 제대로 줘야지.
비이
아오이도스, 엄청 큰 페스에 나간다니까 기합 팍 들어갔나보네?
아오이도스
기합이 들어갔다고? 아니, 이건 신의 장난이야! 신이 질투한 나머지 내 재능을 봉인한 거라고! 아아... 내가 죄 많은 남자인 것이 오늘만은 증오스럽구나!
바알
노이즈가 많군. 그런 상태로는 머리 속의 멜로디를 들을 수 없을 거다. 인간 뮤지션들은 스스로가 인정한 곡이라면 설령 악평을 듣는다고 해도 후회가 없다면서? 집중해, 아오이도스.
아오이도스
...그래. 바깥 공기를 좀 쐬면 기분이 나아질 거다. 곡은 조금만 더 기다려 다오.
그는 머리를 감싸쥐고 방 밖으로 나섰다.
매니저
...슬럼프인가.
비이
별 일도 다 있네. 그렇게 자신만만하고 강인한 녀석이 말야.
라캄
그러게나 말이다.
단장 일행은 아오이도스와 처음으로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라캄
어느 날 정신이 들고 보니 저 녀석의 밴드 멤버가 되어 있었지.
바알
지나칠 정도의 자신감... 하지만 그만큼 곡을 만드는 데에도 거침이 없었어. 지금은 그 때와 뭐가 다른 거지?
매니저
키이로이도스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기합이 너무 들어간 걸지도 모르겠네요. 아오이도스는 이번 아우규스테 페스에 나가는 것을 계속 목표로 하고 있었거든요.
바알
무대가 달라진 것이 그렇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건가.
라캄
뭐, 이번 페스라는 녀석은 관객 수가 자릿수부터 다르다고 하던걸. 기합이 들어갈 만도 하지.
아오이도스의 목소리
난... 나는...!
Aaaaaah!
여자 목소리
꺄악!
라캄
...저렇게 말이야.
바알
그렇군... 그의 갈등이 곡을 만드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가? 좋은 구경거리군.
비이
그런데 왜 저렇게 새 곡을 만드는 데에 매달려 있는 거야? 그냥 평소 부르던 곡으로는 안 돼?
매니저
아우규스테 페스는 전 공역에서 이름 높은 음악가들을 불러모아 최고의 GIG를 정하는 대회예요. GIG의 평가에는 곡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관객이 얼마나 열광하는지도 크게 영향을 미치죠.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들면서도 신곡으로 놀라움과 기쁨을 주는 것. 언젠가부터 그것이 페스에서 우승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어버렸어요.
비이
지난 1년간의 집대성이라면서 단단히 벼르던 게 그래서였구나.
매니저
그가 페스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계속 목표하고 있던 장소입니다. 부디 후회 없이 치를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페스 출전자와 그 관계자들은 페스를 운영하는 단체에서 준비한 고급 숙소에 머물며 본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루리아
여러분, 간식 가져왔어요! 저희가 만들었... 어라? 아오이도스 씨는요?
라캄
곡 만드는 것이 잘 안 되는 모양이야. 기분 전환한다고 산책하러 나갔어.
루리아
어라... 어떻게 된 일인가요?
바알
테마, 소재, 타겟. 그런 걸 정하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그곳에 모여드는 건 자기 팬들뿐만이 아니잖아. 녀석만의 개성을 지나치게 드러내거나 일반인들을 노리고 지나치게 개성을 죽이거나... 어느 쪽이든 이기기는 힘들 테니까. 하지만 녀석이잖아. 제대로 정해지기만 하면 곡이 완성되는 것은 순식간일 거다.
비이
평소에는 콧노래 흥얼거리면서 기타 잡고 있다가 2~3일만에 뚝딱 만들어내니까. 악보를 너무 거침없이 써내려가서 깜짝 놀랄 정도야.
매니저
작곡이란 어느 정도 이론화되어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알던 지식이 몸에 스며들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본인이 말하기로는 이미지만 굳어지면 남은 건 짜맞추는 작업뿐이라고 하던데요...
루리아
그렇군요. 짜맞추기라... 짜맞추기? 뭘 짜맞추는 건데요?
바알
화음, 선율, 진행... 각각 듣기 좋은 조합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지. 예를 들면... 루리아. 뭐든지 좋으니 아무렇게나 콧노래를 불러 봐.
루리아
네에? 가, 갑자기요? 으음... 흥흥, 흐흥~ 이렇게요?
바알
아카이도스, 쳐 줘.
라캄
어? 아, 그, 그래.
...이렇게?
바알
그래. 그거면 돼. 이걸 종이에 적어서 화음을 만들면...
아오이도스
...아카이도스. 방금 그건 뭐지?
라캄
어어? 아, 아무 것도 아냐! 루리아의 콧노래에 맞춰서 친 것 뿐인데.
아오이도스
뭐라고...?
루리아
아, 아하하.. 아오이도스 씨, 얼굴이 조금 무서우세요...
아오이도스
내게 들려 주지 않겠나?
루리아
네?
아오이도스
내게도 네 콧노래를 들려 주지 않겠나.
루리아
아, 네에... 흐, 흥흥, 흐흥~
아오이도스
이 노래는 어디서 들었지?
루리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걸까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머리에 떠오른 거예요.
아오이도스
...파토스가 느껴져. 그리고 예감... 아니 확신이 피어났어! 그 멜로디에는 무언가가 있다는 확신! 매니저, 그녀의 의상을 준비해 줘! 나는 편곡을 해야겠어!
매니저
설마 페스용 신곡으로 만들려고?
아오이도스
아니. 하지만 신이 정말 내 재능을 봉인한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 그걸 위해 게릴라 GIG 전용곡을 만드는 거야. 그리고 보컬은 너다, 시로이도스. 매니저, 준비 잘 부탁해.
라캄
저기...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는데... 뭐가 어떻게 된다고?
매니저
기분전환 겸, 아까 그 콧노래를 밴드 곡으로 어레인지하려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길거리에서 연주하려는 생각인 것 같은데요.
루리아
저기, 노래를 부르는 시로이도스라는 건...
매니저
십중팔구 당신일 겁니다, 루리아 씨.
루리아
네?
네에에!?
1-2
루리아
으으... ㅈ, 제가 밖에서 노래를 부른다고요? 정말로요?
라캄
각오하는 게 좋을 걸. 아오이도스는 한번 말 꺼내면 물러서질 않으니까 말야.
매니저
어쩌면... 목숨을 거는 정도의 압박감을 받기 시작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을 잃은 그의 안에 유일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 음악이니까요.
루리아
기, 기대에 부응하기는 힘들겠지만...
비이
뭐, 긴장되는 건 처음 뿐이야. 연주가 시작되면 의외로 순식간에 끝나더라고.
루리아
어떤 노래가 나올까요... 기대되면서도 무섭기도 하네요.
매니저
저 모습을 보건대 편곡에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바알
방에서 흘러나온 소리도 이미 완성에 가깝게 들렸어. 내일쯤이면 완성될 것 같다만.
루리아
노래가 완성되면 바로 긱? 할 거라고 말씀하셨었죠? 으으... 벌써부터 긴장돼요.
단장 일행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루리아를 달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아오이도스
곡이 완성됐어. 훗... 역대 최고의 스피드로 말이지.
매니저
...그 이후로 반나절도 안 지났는데 벌써 다 됐다고?
아오이도스
그래. 작곡을 위한 기분전환용 작곡도 나쁘지 않더군. 시로이도스 의상은?
매니저
의상실에 컨셉을 얘기했더니 오늘 안에는 된다고 그러던데...
아오이도스
오케이! 그럼 먼저 연습을 시작하지! 준비는 됐겠지, 시로이도스?
루리아
네? 아... 네, 네에!
아오이도스
아카이도스, 키이로이도스, 쿠로이도스. 여기 각 파트 악보야. 바로 맞춰볼 거니까 지금 봐.
라캄
뭐라고? 일단 개인연습부터 해야지!
아오이도스
맞춰가면서 외워. 그렇게 되도록 적은 거니까. 지금까지 쓰던 프레이즈를 응용한 것들 뿐이야.
비이
듣고 보니 그렇긴 한데... 너무 재촉하는 거 아냐?
아오이도스
재촉할만도 하지. 내 재능이 빛나기를 원하고 있으니까 말야!
바알
성급한 남자로군.
매니저
역시 초조함을 숨길 수는 없나 보네요. 죄송하지만 같이 맞춰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루리아
으으... 조금 무섭긴 하지만 저도 히... 힘내 볼게요!
그렇게 신 멤버 "시로이도스"를 맞아들인 밴드는 노상 GIG을 위해 연습하기 시작했다.
루리아
아~아~아~아~아~
아오이도스
...그런가. 시로이도스는 "Aaaah!!" 가 아니고 "아~~~"하고 부르는군. 다들 악보 줘 봐. 몇 군데 고쳐야겠어.
라캄
어? 자, 잠깐! 거의 다 외웠는데 또 고치겠다고?
아오이도스
보컬은 시로이도스야. 그 목소리를 살릴 수 있는 노래가 아니라면 세상을 멸망시킬 수 없단 말이지, 아카이도스.
라캄
하아... 어디, 바뀐 게 여기랑 여긴가...
매니저
아오이도스, 시로이도스. 기다렸지? 주문했던 의상이 도착했어.
루리아
우와...!
아오이도스
훗. 바로 입어보도록 해.
루리아
네!
루리아
에헤헤... 이, 이런 느낌인데요.
비이
오, 잘 어울리는데!
라캄
하하. 카타리나한테 보여주면 뒤로 자빠지겠는걸.
루리아
어, 어때요?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을 것 같아] ->선택
[세계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루리아
우... 전 그런 짓 안 해요.
아오이도스
자신감을 가져, 시로이도스. 그 말은 최고의 칭찬이니까. 외모나 목소리나 내 다음으로 아름답군. 임시멤버 합격이야.
루리아
에헤헤... 그게 칭찬이라니 조금 안심했어요.
매니저
노래도 흠잡을 데 없고 밴드 연주도 숙달되어가고 있어. 보람이 느껴지는걸.
아오이도스
당연하지. 내겐 항상 확신만이 존재해. 그리고 내 확신이 음악으로 그 모습을 바꿔 네 보람을 이끌어내는 거야. 자, 페스까지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내 파토스를 고양시키기 위해서 한 시라도 빨리 노상 GIG를 단행하는 거야!
루리아는 아오이도스에게 이끌려 반강제적으로 보컬을 맡게 되었다.
루리아
좋았어! 저 열심히 할게요! 거기서 보고 계세요!
하지만 그녀는 새로운 옷을 입고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듯이 보였다.
1-3
루리아
......
길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루리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대로변 구석에 악기를 늘어놓고 있는 DOSS 멤버들을 흘낏거리며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주눅이 든 모양이었다.
비이
...괜찮아?
루리아
아, 하하... 헤헤. 처음에 하는 엠씨? 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요...
아오이도스
훗... 네 가슴 속에 있는 말을 입으로 꺼내. 그거면 충분해.
루리아
어... 어떻게 하죠...
아오이도스
훗...
아오이도스는 부드럽게 기타줄을 울렸다. 루리아의 이미지에 맞춘 듯이 차분한 애드립이었다.
군중들
......
노상 GIG이 시작된다는 것을 감지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발걸음을 멈췄다.
아오이도스
후... 앞으로 무엇이 시작될지 신경쓰이는 모양이군. 자, 시로이도스. 자기소개 해. 세련되게 말하려고 할 필요 없어. 실패한다고 해도 네가 아니라 시로이도스가 실패한 거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자.
루리아
...!
여,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루리아... 가 아니지 참. 시로이도스예요!
아오이도스의 연주를 듣고 용기를 얻은 듯, 루리아가 말을 짜내기 시작했다.
루리아
아, 아오이도스 씨가 제 콧노래를 듣고 밴드로 초대해 주셔서 여, 여기 이렇게 서게 되었습니다!
군중
......
발을 멈춘 사람들도 그녀의 불안불안한 멘트를 들으며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루리아
아, 저기...
그 반응을 보며 루리아가 굳어버리자, 아오이도스의 기타 소리가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루리아
...그.... 저, 노래할게요! 들어 주세요!
아오이도스
잘 했어, 시로이도스.
아오이도스는 미소지으며 작게 중얼거린 후, 노브를 돌려 음색을 바꿨다. 그러자 기타가 뒤틀린 울음소리를 냈다.
루리아
지도하고 희망 그리고 조금의 불안
가방에 집어넣고 주머니 속에는
두근거림을 숨겨두자
까치발 높게 들고! 하늘을 바라보면
눈물도 마를 거야 다 이뤄질 거야
두근두근거리는 기적
군중들
오...!
루리아는 가냘픈 몸으로 숨을 가득 들이쉰 후 있는 힘껏 노래했다.
아오이도스
(...좋은 목소리야. 나라면 어떻게 부를까? 뭘 불러야 하지?)
집중해서 연주하는 사이에도 희미한 망설임이 일었다. 그는 루리아의 노랫소리에 의지하듯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노래와 마주했다.
아오이도스
...!
평소보다 연주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노랫소리를 지워버리지 않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루리아
새하얀 첫 페이지에 어떤 그림을 그릴까
순간의 반짝임이 새겨진 마법의 노트
언젠가 이 하늘에서 추억과 다시 만나는 거야
마지막 페이지에 적혀 있는 글자는
부서지지 않는 나의 꿈
루리아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려퍼졌다. 페스를 보기 위해 이 섬에 들른 음악 애호가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
......
그 사이에 날카로운 눈으로 일행을 쳐다보는 청년들이 있었다.
몸집 작은 청년
...들어줄 수가 없군요.
붕대를 감은 남자
이 고통에 젖어드는 것도 나쁘지 않아.
몸집 작은 청년
이 고통에 몸부림쳐야 하는 건 저희가 아니란 말입니다! 마음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하지만 여기선 물러나죠.
붕대를 감은 남자
유감이군. 조금 더 괴로워하고 싶었는데.
두 청년은 루리아 일행의 연주가 끝나기 전에 등을 돌리고 자리를 떴다.
1-4
루리아
하아, 하아... 여, 여러분... 감사합니다!
루리아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자 따스한 박수가 쏟아졌다. 그녀의 열정적인 노랫소리와 밴드의 연주를 듣고 여느 샌가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연주를 끝낸 일행은 악기를 정리하고 사람들 틈새를 헤치며 숙소로 향했다.
루리아
후우... 숨이... 차네요. 헤헤. 어땠어요?
[멋있었어]
[굳이 말을 해야 할까?] ->선택
루리아
네??? 뭐, 뭐라고 말해 주세요! 모처럼 열심히 했는데...
아오이도스
훗... 말을 할 것까지도 없다라. 맞는 말이야. 그 평가라면 여기저기에서 들을 수 있으니까.
단장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주듯, 아오이도스가 오가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남자 1
음~ 좋은 퍼포먼스였어!
남자 2
페스 개최지에서 게릴라 GIG이라니 거 참 대담한 아이네.
루리아
에헤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호평을 들은 루리아의 볼이 발그레 물들었다.
여자 1
멋진 노래였어. ...처음 시작할 때 멘트는 좀 불안불안했지만 말야.
몸집 작은 청년
하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그런 미숙함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네요.
루리아
......
아오이도스
귀담아듣지 마, 시로이도스. 지금은 칭찬만 잔뜩 들으면 돼.
붕대를 감은 남자
보컬은 뭐, 됐다고 쳐. 기타가 2대인 것도 대담하긴 한데 리듬 파트에 문제가 좀 있더군.
라캄
......
비이
......
매니저
아오이도스 말대로예요, 여러분. 찬반이 갈린다는 것은 반응이 좋다는 뜻이니까요. 매력이 없으면 아무도 발길을 멈추지 않고 박수도 치치 않았을 겁니다.
아오이도스
공연이 끝나도 정적만이 감돌 뿐이지.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 가슴을 펴고 개선장군처럼 숙소로 돌아가면 돼.
비이
...뭔가 표정이 좀 좋아졌네? 아오이도스.
아오이도스
내 얼굴은 변함없이 아름다울 뿐이다만.
매니저
찾아헤매던 건 찾았어?
아오이도스
그래. ...초기충동. 모든 걸 잊었지만 사라지지 않은 채였던 음악과 기타. 그것이야말로 내가 찾아헤매던 파토스야. 시로이도스, 네 등을 보고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것을 떠올릴 수 있었어. 감사하고 싶군.
루리아
아, 그게... 아니에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새로운 곡은 만들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아오이도스
훗... 신이 내린 시련같은 건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는 거였어. 내 재능이 텅 빈 악보 위에서 춤추고 싶어하는군... 기다리기 힘들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마저도 멀게 느껴지는걸. 아우규스테 페스라는 무대에서 초기충동을 되찾고 그걸 쏟아내라... 내 예감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던 거야. 더 이상 망설임은 없어. 그래, 나는 평범하게 최고를 만들어버리고 말지. 최고를 뛰어넘은 최고의 곡으로 페스에 도전하겠어!
아오이도스는 의기양양하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매니저
감사합니다, 여러분. 그에게 자신감이 돌아온 모양이네요.
바알
손이 많이 가는군. 그 노력에 걸맞는 완성도를 기대하도록 하지.
매니저
원래 컨디션만 되찾으면 금방 완성할 겁니다.
루리아는 노상 GIG의 평가를 듣고 안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라캄
......
비이
......
비이와 라캄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알
본 무대까지 시간이 별로 없어. 바로 연습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초훈련을 게을리하지 마. 라캄, 비이.
라캄
어? 아, 어어. 그래야지.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 배 정비도 끝났으니까.
비이
나, 나도. 그 뭐냐... 기합 팍 넣고 할게!
바알
...?
루리아
둘 다 무슨 일 있었어요?
라캄
어?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신경쓰지 마. 거... 길에서 들려온 평가도 좋았잖아. 루리아 대단하구만.
비이
그러게. 음악성하고 갭이 있는 부분이 좋다는 얘기도 들었어.
루리아
헤헤, 에이... 지나친 칭찬이에요.
매니저
후후. 하지만 아오이도스에게 그 눈빛을 되돌려준 건 시로이도스 씨예요. 어쩌면 저희가 숙소에 돌아갔을 때쯤엔 이미 완성되어 있을지도 모르죠. 농담이지만요.
일행은 그런 매니저의 농담을 듣고 웃으며 달성감을 가득 품고 숙소로 돌아갔다.
아오이도스
Aaaaah!
바알
...시끄럽군. 목소리 속의 고뇌가 커졌어.
아오이도스
안 나와, 아무것도 안 나온다고! 마음 속에 구멍이 뿅 하고... 파토스가 흘러나가고 있는 느낌이야... 신의 질투는 이중 함정이었던 건가? 얼마나 많은 재능의 마트료시카를 열어젖혀야 한다는 것인가!
Aaaaaah!
바알
무슨 일이 있었지? 눈에 띄게 심상치 않아졌군.
매니저
......
바알
매니저, 뭔가 알고 있는 건가?
매니저
이 숙소에는 우리 말고도 페스에 출연하는 밴드들이 많이 묵고 있죠.
바알
알고 있어. 여기저기서 연습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오니까.
매니저
작은 반응이었어요. 어떤 방에서 들려오는 베이스 소리를 듣더니...
아오이도스
...
매니저
...아오이도스?
매니저
아주 짧은 한 순간, 스위치가 나간 것처럼 멈춰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전조였던 게 아닌가 싶네요...
라캄
...베이스 소리?
매니저
네. 그리고 방금 전에 발표된 페스 참가 라인업을 보고 무슨 일인지 이해했죠. 그 안에 "잔학삼형제"라는 이름이 있었거든요.
라캄, 비이, 루리아
...!
바알
그게 뭐지? 나는 들은 적 없는 이름인데.
라캄
전에... 좀 분쟁이 있었는데 그때 나왔던 이름이야. 나도 자세히 모르긴 하는데...
매니저
아오이도스의 과거... 아마도 떠올려서는 안 될 과거의 열쇠일 거라고 짐작되는 사람들입니다.
아오이도스의 과거와 얽힌 악연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주치게 된 일행은 불안에 휩싸였다. 그가 꿈에서까지 바라마지않던 아우규스테 페스. 과연 이 공연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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