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제2화
Bloody Garden
며칠 후.
아오이도스
Aaaaaah!
라캄
아 진짜... 시끄럽네. 또 소리지르고 있잖아.
루리아
역시 노래를 만드는 건 힘든 일이군요...
비이
매니저, 있잖아... 아오이도스는 그렇다치고 그건 무슨 얘기였지?
매니저
아오이도스의 슬럼프에는 그의 과거... 즉 그가 잃은 기억이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캄
전에 배에 탈 때쯤 산적들이 아오이도스를 보고 "잔학삼형제"라고 부른 적이 있었지.
불량배
...히익! 너, 넌 "잔학삼형제" 아냐?
아오이도스
뭐라고?
불량배
자식들아, 정예병 불러와라! 안 그러면 우리 다 뒤질지도 몰라!
비이
산적 반응이 심상치 않았었어. 그땐 뭘 그렇게 덜덜 떠는지 이해가 안 갔었는데... 아오이도스 녀석, 그 후에 말야...
아오이도스
크크큭...
비이
이, 이봐... 대체 뭐 하는 거야? 그 덩어리같은 거... 마물이야?
라캄
찢어발기고 있잖아... 악취미에도 정도가 있지.
비이
원형을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더라고... 그 때 그 눈은 도저히 정상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어.
매니저
전부터 아오이도스는 검을 들면 인격이 변하곤 했습니다. 그 악취미스러운 행위는 그가 기억을 잃기 전에 저지르던 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라캄
나랑 매니저가 연줄을 통해서 잔학삼형제에 대해서 가능한 한 알아봤어. 잔학삼형제는 피비린내나는 퍼포먼스로 뒤가 구린 녀석들한테 인기있는 모양이더군. 녀석들은 "기본적으로" 3인조 밴드인데, 라이브&애드립이 신조라고 하더군. 다크 GIG인지 뭔지 이상한 짓을 한다던데...
군중
잔학! 잔학! 잔학!
기타리스트
헤헤... 듣던 대로의 인기군.
베이시스트
다들 새로 들어온 당신에게 기대하고 있어요.
드러머
그래. 이제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거야. 내가 교대하고 싶을 정도군.
기타리스트
헤헤헤... 그거 영광인데. 그나저나 GIG인데 악보를 보면서 하다니 특이하네.
베이시스
저희는 라이브&애드립이 신조니까요. 어레인지는 전날 다 끝내놓죠.
기타리스트
멤버의 피로 적힌 악보라니 기분 좀 나는데.
베이시스트
후후. GIG 마지막까지 그 기분이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네요.
드러머
시간 됐어. 슬슬 시작하지.
베이시스트
돼지 주제에... 남의 말에 끼어들지 마시죠.
드러머
크큭... 미안하군.
베이시스트
Graaaaah!
라캄
음악이나 가사나 엄청 폭력적이라더라. 처음 듣는 녀석들은 귀를 틀어막아야 할 정도로...
베이시스트
저 들개를 쫓아가 돌을 던지고 봉으로 때리면서
마을을 좀먹은 저주는 저 녀석이 원흉 원흉 원흉
비명이 피어오르지 짓이겨서 닥치게 만들어
이번에 저주의 인과를 뒤집어쓸 자는 누구냐 누구냐 누구냐
군중들
잔학! 잔학! 잔학!
라캄
그리고 제일 끓어오르는 부분이 GIG의 라스트라던데...
기타리스트
...어? 내 악보 한 장 부족하지 않나?
베이시스트
저희가 한 장 많아요. 당신한테는 필요 없는 부분이거든요.
드러머
그래. 정말 나랑 바꿔줬으면 좋겠군.
기타리스트
잠깐만. 마지막 한 장에 뭐가 적혀 있길래?
베이시스트
... "기타리스트를 처형하라" 예요.
기타리스트
뭐?
군중
우오오오오오오오!
베이시스트
뮤지션은 악보를 거역할 수 없죠.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드러머
큭... "드러머를 찌른다"고 써 줘도 괜찮은데.
베이시스트
그건 안 돼요. 대신에 상을 주겠어요. GIG 뒷풀이에서 잔뜩 말이죠.
드러머
오!
기타리스트
......
라캄
"기본적으로" 3인조라는 건 기타리스트를 처형해 버리기 때문이야. 그 피의 비가 피날레를 장식한다더군.
비이
...장난 아닌 녀석들이네. 그러면 지명수배자 되는 거 아냐?
매니저
기타리스트는 반드시 현상범 중에서 고른다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죄를 추궁당하게 되는 일도 없다고...
바알
그래서 아오이도스가 전에 그 잔학삼형제라는 데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다는 소린가?
라캄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초대 기타리스트가 옥신각신하다가 탈퇴한 이후 "기본적으로" 3인조가 되었다더군. 아오이도스가 초대인지 2대째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악연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여. 설마 이 페스에서 딱 마주칠 줄이야.
바알
......
아오이도스
Aaaaah!
바알
작곡도 순조롭지 않으니... 문제가 산더미처럼 있군.
비이
이래서야 우리 무대에 나갈 수나 있을ㄲ...
아오이도스
......
라캄
엄청 여위었네. 작곡은 좀 어때?
아오이도스
그보다 연습을 시작하지.
라캄
뭐?
아오이도스
초기충동을 살려내야 해! 기존에 있던 곡부터 거슬러올라가며 파토스를 얻는 거야!
라캄
...뭐 나는 상관없다만. 연습실 예약하고 올게.
아오이도스
파토스... 초기충동... 지금 부족한 것은 음악인가 가사인가... 큭... 이 내가 이런...!
라캄
피의 비가 쏟아져내리는 다크 GIG이라... 지금의 아오이도스를 보면 상상하기도 힘든데 말야. 거 특이한 과거를 가졌구만.
매니저
전에 아오이도스는 "사라진 기억 속에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만약에 그가 옛날 잔학삼형제의 일원이었다고 한다면... 그 기억을 되돌리는 것이 그에게 필요한 것이라고는,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듭니다.
라캄
...그래. 쓸데없는 건 기억해내지 말고 페스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야.
2-2
라캄
어, 그러니까 여길 이렇게... 새삼 다시 보니 또 어렵구만.
라캄은 연습이 시작되는 시간보다 조금 빨리 연습실에 와서 홀로 베이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라캄
제길... 본 무대 전까지는 어떻게든 제대로 해내야 하는데...
손가락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연습용 프레이즈를 반복하며, 조금이라도 숙달되지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었다.
라캄
......
[회상]
붕대를 감은 남자
리듬 파트에 문제가 좀 있더군.
라캄
쳇...!
문득 노상 GIG가 끝나고 들었던 말이 그의 머리 속에 되살아났다. 그리고 생겨난 부정적인 감정을 씻어내기 위해 그는 베이스의 현을 누르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비이
어? 라캄. 벌써 연습 시작한 거야?
라캄
그래. 무대 위에서 부끄러운 연주를 할 수는 없으니까.
비이
헤헤, 그렇게 싫다고 할 때는 언제도 엄청 의욕있네?
라캄
하, 어떨지 모르지.
라캄은 그렇게 말하며 스스로의 손을 쳐다보았다.
비이
베이스 치기 시작한 후로 손 끝 피부도 많이 두꺼워졌겠네.
라캄
맞아. 처음에는 현만 눌러도 아팠었어.
비이
라캄,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런 것들 다 참아가면서 같이 하는구나. ...뭐 나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라캄
이번 페스를 잘 해내기 위해서 나도 할 수 있는 건 해야겠다 싶더라고. 아오이도스가 모든 걸 잃어버린 후에 하나 남은 게 음악이잖아? 그런 걸 함부로 다룰 수는 없다고 할까. ...아무튼 지금은 감점요소를 줄여나가는 데 집중해야지.
비이
감점요소라...
[회상]
붕대를 감은 남자
리듬 파트에 문제가 좀 있더군.
여자 2
베이스가 그 나이치고는 초보자 물이 덜 빠졌던데. 오히려 파란 머리 여자애가 치는 게 나을것같지 않아?
남자 3
그리고 드럼도. 보컬 쪽 여자애는 음악성하고의 갭이 잘 살았는데...
붕대를 감은 남자
그 부분이 결정적이었지. 드러머가 마스코트 느낌이 너무 강해. 갭이라기보다도 위화감이 들더군.
라캄
......
비이
......
노상 GIG에서 들었던 평가가 다시 머리 속에 되살아났다.
라캄
...이런!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지. 멤버들 모이기 전까지는 우리끼리 할까?
비이
어, 그래! 리듬파트가 밴드의 핵심이잖아!
라캄과 비이, 두 사람의 음악소리가 연습실 안에 울려퍼졌다.
2-3
아오이도스
...방금 프레이즈, 다시 한 번.
라캄
어? 아, 그래.
멤버 전원이 참가한 연습을 한 차례 끝낸 후, 아오이도스는 날카로운 눈으로 개개인의 연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라캄
...!
아오이도스
흥, 흥, 흐흥...
아오이도스는 눈을 감고 손 끝으로 리듬을 따라가며 라캄의 연주를 들었다. 그리고...
아오이도스
거기까지. 다시 한 번.
라캄
그... 여기가 그렇게 문제야?
바알
적어도 악보에 적힌 대로는 잘 치고 있는데, 아오이도스.
아오이도스
...나는 파토스를 찾고 있어. 아카이도스의 연주 속에 숨은 파토스를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는 거야. 다시 한 번.
라캄
...알았어.
그 후로도 연주는 반복되었다.
라캄
...!
아오이도스
다시 한 번.
라캄
......
아오이도스
다시 한 번.
아오이도스는 라캄의 연주를 들으며 가슴 속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했다.
라캄
...!
아오이도스
......
(...거의 찾은 것 같아. 연주는 지금처럼 거친 상태로도 상관없어. 다른 게 뭐지. 리듬? 멜로디? 이미지를 떠났다가 가까워지면서 교차되고 있다...)
다시 한 번.
라캄
...그래.
......
[회상]
아오이도스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연습 부족이야, 아카이도스.
여자 2
베이스가 그 나이치고는...
라캄
...으으으!
연주가 반복될 때마다 라캄의 머리 속에 잡념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아오이도스
흥, 흥, 흐흥...
신곡의 이미지를 거의 다 잡아가던 아오이도스는 라캄의 태도가 변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오이도스
(거칠게... 느리게... 그리고 가라앉은...)
아오이도스
(이거야...! 이상의 초점이 맞아가고 있어...!)
이미지가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무렵, 문득 베이스 소리가 끊어졌다.
아오이도스
...? 아카이도스, 왜 연주를 멈춘 거지?
라캄
아니 그게... 네가 이 페스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는 알아. 실패할 수는 없다는 것도. 내 연주가 부족하다는 것도 뭐... 알고 있지. 연습이 부족한 것도 맞고.
아오이도스
...무슨 말이야?
라캄
나도 가능하면 이런 제안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른 베이시스트를 찾는다는 방법도 있지 않겠어?
아오이도스
...이해할 수가 없군. 왜 그런 말을 하지?
라캄
매니저도 말했었잖아. 관객들이 얼마나 열광하는지에 좌우된다고. 내 연주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하느니, 차라리 미숙하다는 것조차 플러스요인이 될 만한 녀석을 새로 찾는 게 빠를걸. 네 눈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는 알지. 계속 연습을 반복시키는 것도 그... 흔히 말하는 걸러내기라는 거 아냐?
아오이도스
잠깐, 아카이도스...
비이
저기, 잠깐만. 사실은 나도 좀 마음에 걸리는 게 있거든. 내 겉모습이 밴드 음악성이랑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릴 들었는데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아오이도스
너까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키이로이도스! 잘 들어, 나는...
아오이도스
내 자신의 파토스가 보이지 않을 뿐이야! 너희들한테 불만은 없어!
...? 여긴...
아오이도스의 외침은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환상 속으로 흩어졌다.
??? 1
어디 잘못ㄷ... 했습니까? .... 벤... 민...
??? 2
......
네가 날 정의하려는 거냐? 분수를 알...
아오이도스
......
??? 1
... 필요 없어...
아오이도스
이건... 어디서 본 듯한...
아오이도스
...! 아카이도스, 키이로이도스! 어디 있나!
바알
...둘 다 한동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방에서 나갔잖아.
아오이도스
큭...!
......
그들을 붙잡으려던 것이 환상 때문에 틀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아오이도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한동안 연습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바알
리허설은 어떡할 거지?
아오이도스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며칠 활동을 쉬도록 하지. 베이스는 아카이도스, 드럼은 키이로이도스다. 그건 바꿀 생각 없어.
바알
그럼 왜 바로 붙잡지 않았던 거지?
아오이도스
...그래. 그 누구도 진정한 나를 이해할 수 없어. 바로 나 자신조차도...
아오이도스는 의자에 걸터앉아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다음 이용자들이 나타날 때까지 연습실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2-4
아오이도스
......
아오이도스는 악보가 놓인 책상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오이도스
(...난 무엇을 본 거지? 왜 그들을 막지 않았던 거지?)
[회상]
라캄
네 눈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는 알지. 계속 연습을 반복시키는 것도 그... 흔히 말하는 걸러내기라는 거 아냐?
아오이도스
...아냐!
그는 무심코 책상을 내리쳤다. 마치 눈 앞에 있는 새하얀 악보들을 비난하듯이 말이다.
아오이도스
그게 아냐...!
매니저
...괜찮아? 아오이도스.
아오이도스
지금 누구한테 그런 질문을 하는 건가. 나는 항상 최고야. ...그래야만 하지.
매니저
그래. 물론 너는 최고야. 하지만... 계속 최고로 있는 것에 지친 건 아냐?
아오이도스
......
매니저
...휴식기간을 늘리는 건 어때?
아오이도스
페스 무대까지 남은 시간이 없어. 몇 번이나 말했잖나.
아니, 설마...
그는 그렇게 말하며 매니저의 얼굴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아오이도스
설마 이번 출전 자체를 포기하라는 건가?
매니저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야, 아오이도스.
아오이도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내가 GIG을 계속해온 것은 본능에 따르고, 본능을 발휘하기 위해서야!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내게 부족한 것은 기억이라는 조각뿐. 그걸 찾아서 계속 노래해왔어! 내 본능은 페스를 원하고 있었지. 분명 마지막 조각은 이 아우규스테 페스에 있을 거야. 노래, 악기, 작사, 작곡... 공허한 내 안에 남은 것의 정체를 풀어내는 힌트와 함께...
매니저
...그 기억의 조각은 채우지 않고 두는 것이 행복할지도 몰라.
아오이도스
신이 내 기억에 덫을 설치했다는 건가? 그런 건 손에 넣고 나서 판단할 거야...
매니저
페스에 나가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거구나.
아오이도스
당연하지. 눈 앞의 페스, 눈 앞의 GIG에게서 눈을 돌리는 것은 내가 노래를 그만두고 DOSS가 사라지는 날일 거야.
매니저
...알았어. 나도 각오해야겠네.
매니저가 복잡한 표정으로 승복했을 때, 누군가가 방문을 노크했다.
바알
오늘도 쉬는 날인가?
아오이도스
그래. 아카이도스와 키이로이도스가 연습하고 싶어질 때까지.
바알
그렇군... 다른 밴드한테 도움을 요청받았어. 계속 쉬는 거라면 난 그쪽으로 가지.
매니저
그럴 수가! 다른 밴드에서 빼돌리려고 접근한 건가?
바알
...나는 어디까지나 서포트고 멤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처음에 말했을 텐데. 다른 인간들의 연주도 접해보고 싶어. ...DOSS의 활동이 재개될 때까지 말야.
아오이도스
...썩 달갑지는 않군. 하지만 DOSS의 활동을 우선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상관없다.
(...분명히 모였던 조각들이 하나하나 빠져나간다. 신은 내 페스 참가를 대단히 방해하고 싶은 모양이야)
...신도 어지간히 나를 질투하는군.
시간은 흐르고 페스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새하얀 악보 위, 그가 쥐고 있는 펜 끝의 잉크는 완전히 말라버린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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