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제3화
Legendary Warriors
루리아
...뭔가 조용하네요.
숙소 안에는 여기 머물고 있는 많은 밴드들의 연습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 DOSS는 없었다. DOSS가 활동중단을 결정하고 며칠이 지났다. 빠져버린 피스는 모여들지 못한 채로 시간만이 흐를 뿐이었다.
루리아
아오이도스 씨도 이제 "아아~"라는 소리 안 내시더라고요. 어떻게 된 걸까요...
아오이도스의 슬럼프에서 시작된 밴드의 균열은 점점 커져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오이도스
(...지금은 호의적인 말만을 귀담아 들으라고 좀 더 강하게 얘기했어야 했나. 너무 최고를 추구한 나머지 지나치게 달려온 걸지도 모르겠어)
악보 위에 올려둔 펜 끝에서 번진 잉크가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었다.
라캄
......
라캄은 방 구석에 세워둔 베이스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라캄
...너한테도 의지같은 거 있냐? 그랑사이퍼처럼.
문득 흘러나온 말이 조용한 방 안에 울려퍼졌다.
라캄
분하지만 마음처럼 잘 쳐지지가 않아. 너도 나 말고 다른 녀석이 쳐야 한다고 생각해?
비이
...마스코트 느낌이 강하다느니 날 바보취급하기나 하고...
비이는 거울 앞에서 팔짱을 낀 채로 토라져 있었다.
비이
크아앙! 난 마스코트가 아니란 말야! ...라고 되받아쳐 줬으면 좋았을 걸. 나밖에 못 한다고 그러길래 드럼 치기 시작했던 건데.
[회상]
비이
있지! 저 녀석 드럼 놓고 갔더라. 우리한테 준대!
아오이도스
그건 고맙지만... 지금 이대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비이
그러게. 아까우니까 배에 가지고 가자. 따다다당~
아오이도스
...! 방금 그 소리는...?
라캄
어, 어이, 비이. 방금 어떻게 한 거야?
비이
응? 꼬리 써서 쳤는데... 그게 왜?
아오이도스
그게 맹점이었군!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연주라는 건 그저 사소한 문제일 뿐이었어!
비이
...페스라. 처음에도 어쩌다 보니 휘말렸었는데 더욱더 어처구니없는 일에 휘말려 버렸네...
바알
......
바알은 길거리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 연주를 듣고 감동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컬
대단해...! 악보를 한번 본 것만으로 이렇게 완벽하게 맞춰주다니!
몸집 작은 청년
길거리에서 연주하고 있는 걸 보고 상당한 실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보컬
진짜 덕분에 살았어! 기타리스트가 감기에 걸려가지고, 공연 당일까지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게 해 주고 싶었거든.
몸집 작은 청년
저는 그냥 소개해 드렸을 뿐이에요. 그럼 이만.
청년은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후 자리를 떴다.
바알
흐음...
보컬
헤헤, 당신한테는 만족스럽지 못한 공연이었을지도 모르겠네.
바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 아름다운 구성의 곡이었다. 그런데... 흠.
드러머
......
바알은 턱에 손을 대더니 생각에 잠겼다. 거구의 드러머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3-2
드러머
...저기, 바알 씨. 잠깐 시간 괜찮아?
바알
뭐지?
드러머
당신 기타소리를 듣고 생각난 건데... 혹시 아오이도스 씨네 밴드에서 서포트하고 있어?
바알
...그래. 어떻게 알았지?
드러머
꽤 예전이긴 한데. 거기서 드럼 친 적 있었거든. 데카이도스라는 이름으로... 뭐 고작 며칠이었지만.
바알
비이 들어오기 전에 있던 드러머인가? 이야기는 들은 적 있어.
드러머
뭐? 지금 그 도마뱀이 드럼 치고 있어? 으하하! 아오이도스라는 양반 진짜 골때리는 사람이구만!
한참을 웃고 난 데카이도스는 바알에게 질문을 던졌다.
드러머
이 밴드는 당신한테 좀 심심하지 않아?
바알
...마음에 걸리는 건 있어. 그게 심심한 건지 뭔지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드러머
거기서 하던 녀석한테 여기는 성에 안 차겠지. 그래도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연주해달라고는 안 하니까.
바알
그런가? 성에 안 찬다라...
비이
어, 너희들 왔어? 벌써 밥 먹을 시간인가?
루리아
네. 돌아다니면서 식사하라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새 노래는 좀 어때요?
비이
뭐랄까... 다들 삐그덕거리고 있는 중이야. 그만둔다고 한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하지만.
하지만 비이도 앞으로 밴드가 어떻게 될지 신경쓰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비이
그야 그렇지. 겉모습이 어떻다느니 하는 소리만 안 들었으면 지금도 연습하고 있었을걸?
그들은 복도를 걸으며 며칠 전의 노상 GIG을 회상했다. 그때였다.
루리아
어라, 이 소리는...
비이
라캄 방에서 들리는 소리 아냐?
비이
뭐야 라캄. 결국 베이스 치고 있어?
라캄
으악! 너, 너희 노크는 하고 들어와야 될 거 아냐!
펄쩍 뛰어오른 라캄에게 사과하면서도 일행은 그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사정을 물었다.
라캄
...아니. 연습도 없으니까 한가하길래. 정신차리고 보니까 베이스가 손에 잡혀 있더라고. 뭔가 이렇게 치고 있다 보니까... 나이가 어쩌고 하는 소리 들었던 것도 점점 신경 안 쓰이더라.
루리아
으음... 아오이도스 씨가 말씀하셨던 건 이런 걸 뜻하는 거였을까요?
비이
이런 거라니?
루리아
"칭찬만 잔뜩 들으면 돼"라고 하셨던 거요. 불호라는 말에만 발목잡히지 말라고. 비이 씨랑 라캄 씨를 칭찬하는 사람들도 잔뜩 있었는걸요?
비이
...뭐 그건 그래.
라캄
괜히 나쁜 평가만 신경쓰고 있었구만.
루리아
사실은 두분 다 페스에 나가고 싶으시죠?
라캄
그야 발목은 잡고 싶지 않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만두는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아.
비이
맞아.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 자리에서 화내지 않았었는지 열받을 정도라니까.
비이와 라캄은 지금까지 열심히 연습했던 성과를 펼칠 수 있는 페스 출전을 포기한다는 것에 대해 자신들이 얼마나 거부감을 안고 있는지 서서히 자각하기 시작했다.
3-3
라캄
...이러니저러니 해도 베이스란 건 내 성미에 맞는 것 같아. 얼핏 밋밋해 보이지만 이 녀석이 없는 음악은 뭔가가 부족하단 말이지. 화려한 센터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역할도 아니고... 조타수랑 비슷한 느낌이 들어.
비이
아오이도스, 아무도 칠 수 없던 악보를 내가 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엄청 기뻐 보였어. 그렇게 기대 많이 해 줬으니까 본심을 말하자면 아오이도스를 위해서 좀 더 노력해 보고 싶어.
루리아
헤헤...
루리아는 라캄과 비이의 말을 들으며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루리아
다른 누군가가 즐거운 일을 찾아내는 순간을 보는 게 행복해요. 저도 두 분을 응원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페스 하기로 해요. 네?
라캄
그래. 나답지 않은 짓을 했군.
비이
이제 와서 겉모습이 어떻다는 말을 듣는다고 신경쓸 필요 없는 거였어.
바알
휴식기간은 끝나는 건가?
라캄
어? 너도 그쪽 헬프 끝났어?
바알
확실히 여기 있으면 다른 밴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낀다. 그걸 이해하게 됐지.
비이
그렇구나... 그럼 연습 시작하자고 아오이도스한테 말하러 가야겠다.
라캄
아~ 뭐라고 사과해야 되는지 모르겠네. 괜한 일로 고집을 피웠으니 말야.
루리아
헤헤... 여러분, 힘내세요!
매니저
아오이도스요? 기분전환 겸 밤공기 쐬러 간다고 했어요. 금방 돌아올 거라고 들었는데...
아오이도스
가슴 속은 정적으로 가득 차고...
뮤지션들
......
아오이도스
거리는 소음으로 가득 차 있어.
아오이도스는 하늘을 응시한 채, 거리에서 연주하는 밴드들의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걸었다. 그리고...
가면 쓴 2인조
......
아오이도스
...!
기묘한 가면을 뒤집어쓴 두 사람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3-4
아오이도스
너희들은...!
가면 쓴 2인조
......
아오이도스
큭...!
그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수많은 풍경이 그의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가면 쓴 남자 1
우릴 알아보시겠습니까?
가면 쓴 남자 2
모르겠다고는 하지 마시지.
아오이도스
...처음 본다. 하지만 모르겠다고 할 수는... 없어!
관중들
잔학! 잔학! 잔학!
가면 쓴 남자 1
그렇다면...
아오이도스
...!
가면 쓴 남자 2
이거 쓰는 방법은?
소리 없이 아오이도스의 좌우로 다가선 남자들은 그의 손에 차가운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아오이도스
검...?
가면 쓴 남자 1
네, 검입니다.
가면 쓴 남자 2
검이지. 나한테 겨눠도 상관없어.
아오이도스
...!
체구가 큰 쪽의 남자는 아오이도스의 뒤로 돌아가더니 움직이지 못하게 양 팔을 옥죄었다. 그는 스스로의 손에 쥐어진 검을 보고 눈을 까뒤집으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면 쓴 남자 1
큭...
가면 쓴 남자 2
윽...!
아오이도스의 모습이 눈 앞에서 사라지더니, 동시에 두 남자가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아오이도스
아, 아....아.
아?
그는 허무한 눈으로 자신의 오른손에 쥐어진 검을 쳐다보았다.
아오이도스
크크큭...
그리고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며 검을 쥐고 있던 팔을 힘없이 늘어뜨렸다. 그 직후였다.
아오이도스
아... 아.
가면 쓴 남자 1
...!
아오이도스는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가면 쓴 남자의 정수리를 노렸고, 그는 간신히 일격을 튕겨냈다.
가면 쓴 남자 1
이건...!
가면 쓴 남자 2
그래. 벤자민의 움직임이야...!
가면 쓴 남자 1
크큭... 기억이 사라진 채로 지내는 건 용서할 수 없죠. 당신은 저희 "잔학삼형제"의 기타리스트니까요...!
가면 쓴 남자 2
그래. 그런 어중간한 밴드의 리더나 하고 있을 그릇이 아냐...! 자! 어서 날 베어라!
아오이도스
...아아?
남자가 양 팔을 벌리자, 아오이도스는 허무한 눈으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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