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제7화 요우의 속죄

Her Atonement

 

 


 

 

단장 일행은 만악의 근원인 구미호를 쓰러뜨린 후 기공정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요우는 일행들이 이끄는 대로 유엘과 소시에가 잠든 침실에 들어왔다. 

 

 

유엘과 소시에

......

 

요우

미안해. 지금 다 돌려줄게.

 

 

요우는 미안하다고 말하며 유엘의 손을 잡고 온 몸에서 푸른빛 불꽃을 내뿜었다. 푸른빛 불꽃은 점점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며 서서히 유엘을 감쌌다.

 

 

유엘

으...

 

 

요우는 유엘이 목소리를 낸 것을 확인한 후, 이번에는 소시에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불꽃이 하늘빛으로 변하며 소시에를 감쌌다. 얼마 후 불은 잦아들었고, 두 사람은 천천히 눈을 떴다.

 

 

유엘

아함... 엄청 잘 잤네.

 

소시에

어? 여긴... 단장님네 기공정?

 

코우

유엘 씨, 소시에 씨... 안녕히 주무셨어요?

 

소시에

코우 군... 응, 잘, 잤나?

 

루리아

유엘 씨, 소시에 씨, 다행이에요... 어디 아픈 데는 없으세요?

 

소시에

응, 괜찮아. 아무 데도 아픈 데 없어.

 

유엘

나도... 아니, 목이 좀 아프네.

 

요우

......

 

소시에

어!?

 

유엘

요, 요우!? 

 

그래! 지금 기억났어! 나 얘한테 습격받았었어! 너 뭐야! 단장네 배까지 공격하러 온 거야?

 

 

유엘은 침대에서 뛰쳐나와 금방이라도 전투하려는 태세를 취했다.

 

 

루리아

으아아! 잠깐만요, 유엘 씨!

 

유엘

잠깐은 무슨! 이 녀석은 우리 적이란 말이야!

코우

아니에요! 이제 요우는 적이 아니라고요!

소시에

적이 아니라니? 무슨 소리야...?

 

요우

그... 믿어 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요만큼도 너희랑 싸울 생각 없어.

 

유엘

뭐?

 

요우

미안해. 그런 나쁜 짓을 하다니 정말 잘못했어.

 

 

유엘과 소시에는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요우를 보고 깜짝 놀라며 서로 눈을 마주쳤다. 단장은 그런 두 사람에게 그들이 기절해 있던 동안에 일어났던 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소시에

그래, 요우쨩... 코우 군하고 같은 처지였구나.

 

유엘

왕가라는 것들은 진짜... 별 짓을 다 한다니까.

 

코우

저도 몰랐어요. 설마 아홉 번째 왕가처럼 여덟 번째 왕가도 구미호를 되살리려 하고 있었으리라곤... 게다가 자기들 사정대로 예비 그릇이라면서 요우를 엉망진창으로 키워놓고는 무려 죽이려고까지 했다고요! 


제길... 정말 썩어빠졌어...!

 

유엘

그래, 코우 말대로야. 구미호도 왕가도 썩어빠졌어. 요우는 잘못한 거 없네. 그럼 어쩔 수 없지. 용서해 줄게!

 

...라고 할 수는 없어.

 

요우

으...

 

루리아

그치만 지금까지 일으킨 일들도 요우쨩 잘못이 아니에요!

소시에

그, 그래. 용서해 줘도 되지 않겠어?

 

유엘

너흰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착하구나. 아니, 너무 물러. 저 애는 내 목도 졸랐고, 온 힘으로 집어던지기까지 했다고. 소시에도 다쳤잖아?

 

소시에

그건 그렇지만...

 

유엘

그리고 코우. 죽을 뻔했지? 너. 그런데 정말 요우를 용서할 수 있겠어?

 

코우

네. 저는 요우 탓할 생각 없어요. 요우는 깊이 반성하고 있어요. 죄를 갚고 다시 일어서려고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예전에 여러분께서 제가 손을 내밀어 주셨던 것처럼... 저도 요우를 지탱해 주고 싶어요.

 

소시에

그렇구나... 후후. 코우 군, 많이 컸네.

 

유엘

그래... 코우가 그렇게 말한다면 뭐, 됐어. 그치만 우리 말고도 미안하다고 해야 될 사람이 산더미처럼 있지 않아? 요우.

 

요우

아, 알고 있어... 미마카 마을 사람들, 다른 왕가 계승자들하고 그 관계자들한테 정말 나쁜 짓을 했다는 거...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해버렸다는 거...

 

 

[같이 미안하다고 하러 가자]

 

 

단장은 바닥으로 고개를 떨구고 떨고 있는 코우의 어깨 위로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요우

단장...

 

코우

괜찮아요, 요우. 저희가 곁에 있으니까요.

 

루리아

네! 같이 가요, 요우쨩!

요우

고, 고마워...

나, 지금 마을로 사과하러 갔다 올게.

 

코우

그래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들 하죠. 같이 가요.

 

 

[나가는 소리]

 

 

유엘

하아... 우리도 갈까.

 

소시에

저, 저기... 유엘쨩, 요우쨩한테 좀 엄하게 구는 거 아냐?

 

유엘

아냐. 이 정도는 해야 돼.

 

루리아

네...?

 

유엘

지금의 요우한테는 야단쳐 줄 사람도 필요하니까. 우리가 바로 용서해줬다가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렇게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고 착각해 버리면 곤란하잖아. 미마카 사람들이랑 다른 계승자들이 우리처럼 간단하게 용서해 준다는 보장이 없는걸. 죄를 지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더욱더 간단히 용서해 주면 안 되는 거야. 그건 요우를 위한 게 아냐.

 

소시에

그, 그렇구나... 응. 그럴지도 모르겠네.

 

 

[유엘은 상냥하구나]

 

 

유엘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비이

요우의 입장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소리잖아! 진짜 친언니같다!

소시에

역시 유엘쨩은 멋있어.

 

유엘

뭐야, 부끄럽게... 우, 우리도 빨리 가자!

소시에

응!

 

단장 일행은 부끄러워하는 유엘과 함께 앞서 간 요우와 코우의 뒤를 쫓았다.

 

 


 

 

7-2

 

 

단장 일행은 미마카 마을에 도착한 후, 복구작업에 열중인 마을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광장으로 모이게끔 부탁했다. 일행은 마을 사람들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요우는 머리를 깊게 숙이고 그들에게 사죄했다. 그러나...

 

 

미마카 주민 1

사정은 알았는데, 그래서 어떡하라는 건데?

 

미마카 주민 2

아가씨가 사과한다고 마을이 원래대로 돌아와?

 

요우

으... 뭐든지 할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그걸로 용서해 달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뭔가 돕고 싶어!

미마카 주민 1

됐어. 솔직히 난 얼굴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

 

미마카 주민 2

또 불태워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말야.

 

요우

이제 그런 짓 절대로 안해! 

 

미마카 주민 2

하, 글쎄다. 자, 우린 바쁘니까 어서 어딘가로 사라져.

 

미마카 주민 1

그래, 빨리 어디든 가 버려! 붙잡지 않는 것만도 감사히 여기고!

요우

으, 으으...

 

 

마을 사람들은 누구 하나 요우의 말을 듣지 않고 뿔뿔이 흩어지려고 했다. 요우의 마음이 꺾이려던 순간, 코우가 큰 목소리를 냈다.

 

 

코우

잠시만요!

미마카 마을 사람들

...!?

 

 

그들은 갑자기 들려온 큰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단장 일행이 머리를 푹 숙이고 사과하는 모습이 보였다.

 

 

미마카 주민 2

어, 어째서 당신들까지 그렇게 사과하는 겁니까?

 

유엘

용서할 수 없는 기분은 이해해. 하지만 적어도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

 

소시에

요우쨩도 마음 속에서부터 깊이 반성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부탁해요.

 

코우

저도 같이 도울게요. 부디 요우와 함께 죄를 갚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요우

너희들...

 

(뭐 하고 있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간단히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도 안 했었잖아! 다들 머리 숙이고 같이 사과해주고 있는데 나만 혼자 이렇게 마음이 꺾여서 포기하려고 하고... 그럴 때가 아니잖아!)

 

큭... 

 

 

요우는 눈물을 꾹 참으며 다시 한 번 깊게 머리를 숙였다.

 

 

요우

부탁드릴게요!

미마카 주민 1

으, 음...

 

 

광장에 모인 마을 사람들 사이에 머뭇거림이 퍼지기 시작했을 때, 한 노인이 입을 열었다.

 

 

온천 여관 주인

그럼 우리 여관 수리하는 걸 도와 줬으면 좋겠구나.

 

루리아

온천 여관 주인 아주머니...!

 

요우

저, 정말 도와줘도 되는 거야?

 

온천 여관 주인

물론이지. 그렇지 않아도 일손이 부족하던 참이었으니 부탁하마. 그리고 이렇게 반성하고 있잖아. 이제 나쁜 짓 안 할 거지?

 

요우

응! 절대 안 할거야! 약속할게! 거짓말 하면 내 혀 잡아빼버려도 돼!

미마카 주민 1

흥, 말로는 무슨 소리를 못 하겠어.

 

온천 여관 주인

그러니까 행동으로 표현하려고 하고 있잖아.

 

미마카 주민 2

그, 그건... 그렇긴 합니다만...

 

온천 여관 주인

이렇게 작은 아이가 울면서 머리를 숙이고 있지 않니. 기회 정도는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미마카 주민 2

......

 

코우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요우

고마워... 아, 아니, 고맙습니다...!

온천 여관 주인

인사는 됐다. 자, 다들 머리 들고 어서 이쪽으로 오렴. 제대로 일해야 한다, 아가씨.

 

요우

으, 응! 뭐든지 말만 해. 진짜 열심히 할게!

 

 

일행과 요우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감사하며 그녀의 온천 여관으로 향했다.

 

 


 

7-3

 

 

요우와 일행은 여관 주인에게 불타버린 노천 온천의 외벽을 수리해 달라고 부탁받았다. 그래서 그들은 외벽 수리재료인 나무를 구하기 위해 미마카 숲으로 온 참이었다. 그러나 요우는 작업하다 말고 문득 손을 멈추고 말았다.

 

 

요우

......

 

코우

요우, 왜 그래요?

 

 

일행은 요우의 눈이 떨어지지 않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 곳엔 거의 다 타버린 꽃밭이 보였다.

 

 

요우

분명 알록달록하고 예쁜 꽃밭이었을 거야. 나 때문에 이렇게 새카맣게 타서... 아무 의미도 없어졌지만...

 

 

[더 예쁜 꽃밭으로 만들자] ->선택

[원래대로 만들면 되잖아]

 

 

요우

예쁜 꽃밭으로...?

 

루리아

네~ 마을 분들 도와드리는 게 끝나면 다 함께 씨를 심어요!

코우

그러게요. 이 숲에 예전보다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어 주는 게 어때요? 요우.

 

유엘

그거 좋은데! 모처럼 심는 거 각자 좋아하는 꽃 심자! 우리 꽃밭을 만드는 거야! 난 하늘색 꽃 잔~뜩 심을 거야. 소시에 여우불하고 같은 색~

소시에

후후, 그럼 난 붉은 꽃 심어야겠네. 유엘쨩처럼 멋있는 꽃이 좋겠어.

있지, 요우쨩은 무슨 색 심을거야?

 

요우

어? 난, 어... 검은색?

 

루리아

아! 후후, 코우 군 불꽃하고 같은 색이네요?

 

요우

그, 그렇게 깊은 뜻이 있는 건 아냐. 그냥 문득 떠올랐을 뿐이야...

 

코우

후후후... 그럼 전 청색 꽃을 심어야겠네요.

 

요우

......

 

비이

헤헤! 우리도 잔뜩 심자!

요우

......

저기, 너희들, 왜 나한테 그렇게 대해주는 거야? 나 같은 거한데... 왜 이렇게 잘 해주는 건데? 같이 머리 숙이고 사과해 주기도 하고, 일도 도와주고, 꽃까지... 응? 왜 그러는 거야...?

 

 

요우가 불안한 듯이 말하자 일행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미소지었다.

 

 

유엘

그러게? 하지만 전에도 이런 일을 겪은 적 있어서 익숙해졌거든.

 

코우

아, 아하하...

 

요우

전에도?

 

코우

그, 말했었잖아요. 요우하고 저는 비슷했었다고요.

 

유엘

코우 있지, 얼마 전에 마을 밭을 망가뜨린 적이 있었어.

 

소시에

무, 물론 나쁜 맘으로 한 건 아냐. 구미호의 독기로 썩어 버린 야채들을 아무도 먹지 못하게 하려고 그랬던 거야.

 

비이

그치만 이유도 말하지 않고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으니 다들 나쁘게 볼 수밖에 없었지. 게다가 얘 그 때 태도도 엄청 불량했거든.

 

코우

그저 부끄러운 뿐입니다...

 

요우

코우가? 안 믿겨...

 

유엘

그래서 제대로 사과할 수 있도록, 우리 다 같이 코우를 도와서 망가진 밭을 원래대로 돌려놨었어.

 

요우

그랬구나. 잘은 모르겠지만 마음이 좀 편해진 느낌이야. 정말로 나랑 코우는 똑같았구나.

 

코우

아뇨, 비이 씨 말대로 그 때의 전 태도가 불량해서 사람들에게 제대로 사과하지도 못했어요. 이렇게 제대로 사과할 수 있는 요우는 저 같은 것보다 훨씬 어른이네요. 그리고 또 하나. 이런 걸 말하는 건 좀 부끄럽지만... 전에 말했잖아요. 당신의 마음을 채워 드리겠다고. 얼마든지 저희한테 기대세요, 코우. 저희는 당신 편이니까 언제라도 기쁘게 도와드릴 거예요.

 

요우

코우...

 

루리아

후후, 코우 군. 그러니까 요우쨩네 오빠 같아요.

 

요우

오빠...?

 

유엘

아하하! 엄청 귀여운 여동생 생겼네, 코우 오빠?

 

소시에

코우 오빠... 후후, 멋있다.

 

코우

그, 그만 놀리세요!

요우

"코우 오빠"라고 부르는 게 부르기 편한가?

 

코우

잠깐, 요우까지...!
고, 곧 해가 지겠어요! 얼른 다시 일하죠!

 

[알았어, 코우 오빠!]

 

 

코우

단장님까지... 제발 그만 하세요...

 

요우

헤헤...

 

 

코우와 다정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그녀의 표정에서는 조금씩이나마 그늘이 걷혀 갔다.

 

 


 

 

7-4

 

 

요우가 온 힘을 다하고 일행도 도와준 덕분에 여관 노천 온천의 외벽은 깨끗이 수리되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수선된 벽을 보며 놀라움의 한숨을 쉬었다.

 

 

온천여관 주인

이거 놀랐구나... 전보다도 엄청 깨끗하게 수리되었는걸. 나무도 튼튼한 놈으로 골라왔구나. 이런저런 일로는 끄덕도 없겠어. 아가씨랑 여러분들한테 부탁한 게 정답이었다니까.

 

요우

저, 정말로?

 

온천여관 주인

그럼, 난 거짓말은 안 한단다.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유엘

요우, 잘 됐네. 아주머니가 좋아하셔서!

요우

으, 응... 이거 말고도 뭐 할 거 없어? 뭐든지 도울게.

 

온천여관 주인

글쎄다... 아가씨가 하고 싶다고 하니, 그럼 이런저런 사소한 일을 좀 도와 주겠니?

 

요우

응! 그럴게!

온천여관 주인

대답도 잘 하는구나. 

 

자, 얘들아, 일할 시간이다.

 

코우

서, 설마...

 

 

주인이 손뼉을 치자 즉시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울리더니 세신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세신사

넵! 부르셨습니까!

코우

으아아아아아! 역시 세신사 분들이셨군요!

온천여관 주인

일 가르쳐 주렴. 친절하게, 하지만 제대로 가르쳐 줘야 한다. 알았지?

 

세신사

옙! 아가씨, 이 쪽으로 오시죠!

요우

어? 응!?

 

코우

네? 어? 저, 저까지요!?

 

요우와 코우

으아아아아!

 

요우와 코우는 세신사들에게 들쳐업힌 채 가게 안쪽으로 사라졌다.

 

 

소시에

아, 또 끌려가 버렸어...

 

 

그렇게 요우와 코우는 사람들 몸 씻기는 방법을 배우고 온천 여관의 일에 적응해 나갔다.

 

 


 

 

 

며칠 후, 일에 익숙해진 요우와 일행은 솜씨 좋게 여관 일을 해치우고 있었다.

 

 

세신사 1

요우 아가씨! 코우 도련님! 수건 보충 부탁드립니다!

요우

응, 다 채워놨어. 목욕하고 나서 입을 옷도 다 빨아서 넣어뒀고.

 

코우

욕조 청소하고 뜨거운 물 준비도 끝났어요. 이제 손님들 맞이하기만 하면 되겠네요.

 

세신사 2

으, 으으으... 이럴 수가... 우리보다 훨씬 일이 빠르셔...

 

세신사 3

이거 우리도 질 수 없지! 정신차리고 일하자고!

요우

코우 오빠, 방 청소 부탁해도 돼? 난 아주머니 요리 도와주러 갈게.

 

코우

네, 물론이죠. 그런데 그렇게 부르는 건 제발 좀...

 

요우

헤헤...!

저기, 아주머니! 유부조림 만드는 거지? 나 그거 잘 만들어! 나한테 맡겨!

온천 여관 주인

그래 그래, 맡기마. 고맙다 요우쨩.

 

유엘

우와... 얘네 둘 엄청 빠릿빠릿하게 일하네~

루리아

이제 저희가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예요.

 

소시에

코우 군도 요우쨩을 잘 서포트해주고 있어. 정말 어른 다 됐네.

 

유엘

기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나중에 잔뜩 놀려먹어야지.

 

비이

헤헤... 너무 괴롭히지 마.

 

 

일행은 열심히 일하는 요우와 코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요우와 코우를 바라보는 것은 일행뿐만이 아니었다.

 

 

미마카 마을 사람들

......

 

 

미마카 마을 사람들은 요우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미마카 주민 1

저 아이 ,일 잘 하네.

 

미마카 주민 2

다시 봤어. 정말로 죄를 갚으려는 마음이 있었구나.

 

미마카 주민 1

나도 도와달라고 해 볼까?

 

미마카 주민 2

나도 다음에 도와달라고 해야겠다. 확실히 사람 수가 많은 게 편하긴 해.

 

 

미마카 마을 사람들은 요우를 받아들이고 여러 가지 일들을 부탁하기 시작했다. 요우는 마을 청소부터 식당 종업원까지 수많은 도움 요청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받아들여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어느 날, 요우는 평소대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마을에 나타났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마을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있었다.

 

 

요우

어? 무슨 일이지? 오늘 축제라도 하는 건가?

 

미마카 주민 1

그런 게 아냐, 요우쨩.

 

온천여관 주인

오늘은 마을 사람 다 같이 요우쨩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요우

뭐, 뭔데? 내가 또 무슨 짓이라도 했어?

 

미마카 주민 2

아냐 아냐, 그런 게 아냐! 나쁜 의미가 아니고 오히려 잘 했다고 그러는 거야!

미마카 주민 1

요우쨩 덕분에 미마카는 전보다 아름답고 활발한 마을이 되었어. 정말 고맙다, 이제까지 해 준 걸로 충분해, 요우쨩.

 

비이

그럼 이제 이 녀석을 용서해 주는 거야?

 

미마카 주민 2

물론이지.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다.

 

미마카 주민 1

이제 아무도 너를 미워하지 않아. 고맙다, 요우쨩.

 

유엘

다행이다, 요우. 미안한 마음이 제대로 전해졌네.

 

소시에

정말 잘 했어, 대단해 요우쨩. 쓰담쓰담~

요우

헤헤... 그렇구나... 나 이제 용서받은...

 

 


 

 

 

[회상]

 

 

구미호

죄는 죄다! 네가 저지른 짓은 변하지 않아! 아무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다! 

 

 


 

 

요우

윽...!

 

루리아

요우쨩? 왜 그러세요?

 

요우

아, 아니... 

있지! 진짜 더 도와줄 거 없어? 

 

미마카 주민 1

응?

 

요우

뭐든지 할게! 집안일도 하고 쓰레기도 줍고! 

 

코우

요우...?

 

미마카 주민 2

하지만... 이 이상 도움받는 건 너무 미안한데...

 

요우

미안할 거 없어! 전부 내가 잘못한 거잖아? 처음부터 이 정도로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어! 부탁할게, 나 진짜 뭐든지 열심히 할게!

 

요우는 초조해져서 마을 사람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이상해진 요우의 모습을 보고 동요했다.

 

 

소시에

요우쨩... 고개 들어. 이제 다들 화 안 내잖아?

 

미마카 주민 1

그, 그래. 정말 이제 충분해.

 

요우

그, 그치만...

 

온천여관 주인

음... 아무래도 피곤한 모양이구나. 오늘은 그만 쉬는 게 좋겠다.

 

유엘

그러게. 요우, 오늘은 푹 쉬자. 응?

 

요우

......

응...

 

 

요우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단장의 기공정으로 돌아갔다. 일행은 그런 요우의 모습을 신경쓰며 함께 기공정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 밤...

 

 

요우

으... 으으... 큭...!

 

요우는 돌아오자마자 단장이 내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누워 있는 요우에게선 엄청난 식은땀과 함께 괴로워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요우

으... 으... 아!

 

요우는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을 느끼고 천천히 눈을 떴다.

 

 

요우

으... 아...

 

???

큭! 하하하하! 다 용서받았다고 생각하지 마시지. 웃기지도 않네!

요우

누... 구야...

 

???

어이, 누구냐니 그건 너무하지 않아?

 

요우

너, 는... 나?

 

 

 

 

또 하나의 요우

정답! 난 바로 너다, 요우! 뭐 착각하고 있는 거 같길래 이렇게 가르쳐 주러 온 거야. 용도도 없는 요우쨩!

요우

으...

 

또 하나의 요우

착한 아이인 척하고 있는 모양인데, 다 소용없는 짓이야. 네가 저지른 죄는 절대 없어지지 않아! 마을 사람들, 단장네 사람들, 코우! 그 녀석들도 다 입으로만 하는 소리야! 절대, 아무도 널 용서하지 않는다고!

요우

으, 으...

 

또 하나의 요우

그리고, 잊어버렸어? 네가 다치게 만든 계승자들에 대해서 말야. 그 녀석들이 신기에 춤에 구미호의 불까지 빼앗아 간 널 용서할 거라고 생각해?

 

요우

하, 윽... 으윽...

 

또 하나의 요우

너같은 건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구미호 할망구한테 전부 넘겨줘 버리고 말야! 모든 죄를 할망구한테 넘겨주고 편해 졌으면 좋았을 거 아냐! 응? 할망구 말대로잖아. 이제 아무도 한번 죄를 저지른 너를 사랑하지 않아.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넌 앞으로도 계속 텅 빈 채야!

요우

으... 으...

 

또 하나의 요우

이제 할망구는 도움이 안 되니 내가 편하게 해 줄게. 응? 죽어라, 요우!

요우

크, 악...

 

(그래... 내가 말하는 대로야. 나같은 건, 텅 빈 나같은 건 죽어 버리는 편이...)

 

 

그때였다. 요우의 머리 속에 코우와 유엘, 소시에, 그리고 단장 일행의 모습이 떠올랐다.

 

 


 

 

[회상]

 

 

유엘

용서할 수 없는 기분은 이해해. 하지만 적어도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

 

소시에

요우쨩도 마음 속에서부터 깊이 반성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부탁해요.

 

코우

저도 같이 도울게요. 부디 요우와 함께 죄를 갚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코우

그리고 또 하나. 이런 걸 말하는 건 좀 부끄럽지만... 전에 말했잖아요. 당신의 마음을 채워 드리겠다고. 얼마든지 저희한테 기대세요, 코우. 저희는 당신 편이니까 언제라도 기쁘게 도와드릴 거예요.

 

 


 

 

요우

(그래... 모두가, 있, 잖아... 이런 날 위해서 머리도 숙여 주고... 날 채워주는 사람들이 있잖아...!)

 

 

요우는 자신의 목을 조르는 또 하나의 요우의 팔을 잡았다.

 

 

또 하나의 요우

어?

 

요우

죄는 죄... 그 말대로야. 하지만 구미호에게 몸을 넘겨줬으면 좋았을 거라던가, 죽어버리는 게 나았을 거라던가... 그런 건 도망치는 거잖아! 그런 배신이 또 어디 있어!

또 하나의 요우

배신이라고?

 

요우

코우, 유엘, 소시에... 단장, 비이, 루리아! 그리고 미마카 사람들! 그 녀석들 덕분에 지금 나는 살아있는 거야! 설령 거짓말이라고 해도 날 용서해 준 사람들을! 죽어서 도망친다는 비겁한 방법으로! 배신하고 싶지 않다고!!

 

요우는 힘차게 소리지르며 손에 쥐고 있던 또 하나의 요우의 팔을 완전히 떼어내었다.

 

 

또 하나의 요우

큭... 이 자식! 텅 빈 주제에!

요우

너, 이미 느끼고 있지. 다 알고 있지! 난 이제 텅 비지 않았다는 걸 말야!

또 하나의 요우

시,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또 하나의 요우는 송곳니를 드러내고 요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요우는 그런 자신을 당당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요우

덤벼! 난 도망치지 않아!

 

[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