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제6화 텅 빈 요우
You's Hollow Existence
루리아
의, 의무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요?
코우는 경악한 일행들에게 요우의 불꽃을 통해 간접체험한 그녀의 과거에 대해 들려주었다. 쉽게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단장은 코우의 진지한 말투를 통해 그게 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루리아
요우쨩... 그런 괴로운 과거를 지니고 있었군요...
비이
그렇다고 해도 그 녀석이 한 짓에는 변함 없잖아! 그 녀석은 유엘도 소시에도 이런 꼴로 만들고... 게다가 널 죽이려고 했단 말이야! 이 섬도 그 녀석 때문에 엉망진창이라고! 그런 녀석은 그냥 내버려둬!
코우
그럴 수는 없어요.
비이
어, 어째서...!?
코우
단장님, 루리아 씨, 비이 씨, 유엘 씨, 소시에 씨. 여러분 모두가 제 마음을 지탱해주는 분들이기 때문이에요. 저도 요우처럼 과거에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어요. 하지만 여러분들은 그런 제게 손을 내밀어 주셨죠. 그 덕분에 저는 제대로 된 길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었어요!
루리아
코우 군...
코우
지금의 요우에게는 마음을 기댈 곳이 없어요... 계속해서 텅 빈 상태인 거예요. 이대로는 제대로 된 길로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 죽을때까지 텅 빈 채로... 그건 정말 너무해요. 그러니 저는 요우의 마음을 기댈 곳이 되고 싶어요! 유엘 씨랑 소시에 씨, 단장님과 여러분이 저에게 그렇게 해 주셨던 것처럼요...
[알았어, 가자] ->선택
[우리 말을 들어 줄까?]
비이
아... 나도 모르겠다. 확실히 그대로 내버려두면 꿈자리가 사나울 거 같긴 해...
루리아
저희도 같이 갈게요. 같이 가요, 코우 군.
코우
여러분... 감사합니다.
유엘 씨, 소시에 씨...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또 하나의 나... 요우를 구해서 반드시 돌아올게요. 여러분이 저한테 해 주셨던 것처럼...!
6-2
요우
크, 크윽.... 으으으으... 망할... 할망구... 이 자식... 날... 속였겠다...
구미호
용도도 없는 용기 주제에 의외로 버티는군. 어서 편해지고 그 몸을 내게 바쳐라. 걱정할 거 없다. 코우는 내가 먹어치워 줄 테니. 네놈은 아직 아홉 번째 왕가에 넘겨준 내 힘을 흡수하지 못했다. 그걸로는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 코우를 흡수해야 비로소 나는 완전히 되살아나는 거다..!
자, 요우! 코우를 더 중오해라! 증오의 불길을 활활 불태우는 거다!
요우
크, 크으... 윽... 왜 그 녀석만... 나하고 똑같은 처지여야 하는데...
구미호
허나 코우는 사랑받고 있다. 널 지옥으로 떨어뜨리고 말이지!
요우
그으윽... 미워, 미워...! 코우...!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구미호
(크크큭... 증오로 자아가 붕괴되기 시작했군. 조금만 더 하면 완전히 흡수될 거야...)
크큭... 자, 코우를 더 증오해라! 더 살의를 불태워라!
요우
그, 으, 으으윽.... 으윽...
코우
요우!
구미호
(뭣이? 왜 코우가 여기에...)
요우
너 이 자식... 간도, 크군... 죽으려고 돌아온 건가...? 기다려. 지금 바로... 죽여 줄, 테니까...
코우
아뇨, 요우. 저는 당신을 구하러 왔습니다.
요우
뭐...?
코우는 괴로워하는 요우에게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요우는 이해하지 못한 채 움직임을 멈추고 의심하는 눈빛으로 코우를 쳐다보았다.
요우
뭐...? 구해...? 구하러 왔다고...? 구한다...는 건... 그 구한다는 건가? 네놈이...? 나를...?
크핫... 카하하학! 그래? 구하러...? 카하하하하! 아하하! 까불지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날 지옥으로 떨어뜨리고 생글생글 행복하게 살아가던 네놈이 날 구하겠다고!?
쓰레기같은 농담이군! 미쳐버린 건가?
비이, 루리아
...!
일행은 불꽃을 휘감고 대기가 요동칠 정도의 기백을 내뿜는 요우 앞에 전율했다. 그러나 코우만은 전혀 겁내지 않고 진지한 눈빛으로 계속해서 요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코우
저는 진심입니다.
요우
뭐...? 진심...? 아 그래... 고맙다... 네놈 덕분에 머리 속이 깨끗해졌어! 몸이 터질 듯하던 고통도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저 널 죽이고 싶을 뿐이야!
요우는 손톱에 불꽃을 휘감고 코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코우는 즉시 도를 꺼내어 요우의 공격을 막아내며 온화한 말투로 타이르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코우
요우... 네가 어떤 기분일지는 너무나도 잘 알아.
요우
유엘에 소시에! 그리고 기공사 놈들에게 사랑받는 네놈이!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그저 물건 취급만 받아온 텅 빈 그릇인 내 마음을! 알 리가 없잖아!!!!!
코우
큭... 그렇지 않아...
요우
뭐라고!?
코우
그렇지 않아요, 요우. 당신은 텅 빈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잊고 있을 뿐이에요! 기억해내세요, 요우!
요우
내가 텅 빈 사람이 아니라고? 기억해내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나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마치 잘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고!
코우
알고 있어요.
요우
뭐!?
코우
알고 있어요. 당신의... 처참한 과거를 저도 체험했으니까요.
코우는 요우의 맹렬한 공격을 막아내며 자신이 체험한 요우의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6-3
코우
큭... 그렇지 않아...
계속해서 맹공을 펼쳐나가던 요우는 코우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 점점 동요해서 공격이 느슨해지고 있었다.
요우
어, 어째서... 어째서 네가 내 과거에 대해서... 아무렇게나 말하는 거지? 대충 때려맞추는 거야! 날 혼란시켜서 빈틈이라도 만들 속셈인가?
코우
제가 말한 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은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요.
요우
...!
그게 뭔데... 그리고 설령 네 이야기가 진짜라고 해도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네놈은 날 이해할 수 없어! 계속해서 네 작고 행복한 세상에서 살아온 네놈은! 사랑받아온 네놈은!! 계속 텅 빈 채였던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고!!
코우
텅 비지 않았어요! 당신은 사랑받고 있었다고요!
요우
크큭... 역시 혼란시키려는 속셈이지? 내가 누구한테 사랑받았다는 건데? 응? 말해 보라고! 내 과거를 간접체험했다면 알고 있을 텐데!! 난 계속 그저 물건이었을 뿐이야! 누구에게도 사람 취급받지 못했고! 내 부모님마저도 나를...! 그런 내가 대체 누구한테 사랑받았다는 거야! 말해 보란 말이야, 코우!
코우
그 부모님... 요우의 부모님께요.
요우
진심 웃기지도 않네. 너 미쳤어...? 그 녀석들은 날 생매장한 놈들이라고!
코우
네... 하지만 그건 당신을 구하기 위한 방편이었어요.
요우
구한다고...?
코우
생매장당한 동굴에서 빠져나온 후 당신은 그 편지를 발견했을 겁니다.
요우
편지...?
큭... 뭐... 야...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아...
[회상]
요우
이건 뭐지... 편지?
코우
왜 그걸 잊어버린 거죠...? 그 편지에는 부모님의... 당신을 향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요우
뭐...?
코우는 명백히 동요해서 공격하는 것조차 멈춘 요우에게 편지의 내용을 전해주었다.
부모님의 편지
"요우... 무력한 어머니와 아버지를 용서해 주세요.
여덟 번째 왕가의 명령에 거역하지 못하고, 갓 태어난 당신을 예비 그릇으로서 넘겨준 것을 용서해 주세요. 이런 걸로 보상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처형에 쓰일 동굴에 구멍을 파 두었습니다. 구속구를 풀 도구도 두었으니 이걸 써서 머나먼 곳으로 도망치세요.
부디 앞으로는 사명에도 왕가에도,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기를. 구미호의 그릇같은 게 아닌 많은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상낭햔 아이로 자라나기를 기원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온 마음을 담아 사랑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부디 행복하기를... 요우"
요우
그, 그게... 뭐야? 그런 편지 몰라... 기억에 전혀 없다고... 마 만들어낸 거지... 그래. 만들어낸 이야기지! 만들어낸 거라고 말해. 어? 코우!!
코우
...전부 사실이야. 너도 이미 알고 있는 거지?
요우
윽...
[회상]
요우
흑... 나도 만나고 싶어... 엄마... 아빠...
요우
뭐야... 방금 그건... 몰라... 모른다고! 너, 나한테 무슨 짓 한 거야! 코우! 웃기지 마! 주, 죽여버릴 거야!
비이
있지... 저 녀석, 뭔가 모습이 변하지 않았어?
루리아
그러게요. 불꽃이 작아진 것 같아요...
비이의 지적처럼 요우의 푸른색 불꽃은 눈에 띄게 작아져 갔다.
요우
으으... 으으으으....! 그, 그만둬... 가까이 오지 마...! 그런 얼굴 하지 마... 뭐야... 그런 거 싫어...! 왜 그렇게... 나한테 다정한 얼굴을 하는 건데...! 으아아아아!
제길, 제길제길제길! 제기랄! 나한테 다가오지 마!!
[전투]
6-4
요우
왜 그러는데... 왜 저항하지 않는 거야... 난! 널! 죽여버릴 거란 말이야!
코우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이제... 그만하죠, 요우.
요우
이, 이제 와서 그만둘 수 있겠냐! 난 널 죽이기 위해서 다른 왕가 녀석들도! 이 마을 사람들도...! 이제 돌이킬 수 없어! 널 죽일 수밖에 없다고! 죽일, 수밖에...?
요우는 문득 숨을 들이키더니 눈알을 굴렸다.
요우
어...? 응...?
코우
요우...?
요우
코우... 아까 한 말... 전부 진짜... 야?
코우
네...
요우
그럼 내가 지금까지 한 짓들은 뭐였던 건데...? 내 안의 그 살의는 뭐였어...? 난 왜 널 이렇게까지 죽이고 싶어했던 거지...?
구미호
(쳇...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요우. 그 이상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를 귀담아...
요우
넌 닥치고 있어! 할망구!
요우는 소리치며 구미호에게 불의 공을 쏘아냈다. 그 순간, 엄청난 아픔이 요우의 머리를 덮쳤다.
요우
크, 으아아아!?
코우
요우!?
요우
(뭐야... 이게 뭐지...?)
[회상]
요우
흑... 엄마... 아빠... 고마워... 어서 여기서 도망쳐야 해. 엄마하고 아빠가 말한 대로...
구미호
겨우 찾아냈구나, 예비 그릇이여. 이런 변방까지 도망쳤던 건가. 괜힌 수고를 들이게 하는구나.
요우
히익...? 구, 구미호? 왜 이런 곳에... 뭐, 뭐야... 너... 이상한데... 진짜가 아닌 건가?
구미호
쯧, 짜증스럽지만 그렇다. 나는 구미호의 잔류사념같은 존재...
요우
잔...류...?
구미호
흥... 키우던 개에게 물려서 말이지. 갑작스레 네가 필요해졌다. 영광으로 여겨라, 쓸모없는 그릇이여. 네놈에게 힘을 주지. 복수할 힘을 말이다.
요우
그, 그런 거 필요 없어...! 난 이제 왕가하고는 상관없어...! 구미호든 뭐든 상관없다고!
구미호
흠. 네놈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은 코우와 잔인한 짓을 저지른 왕가를 증오하고 있으리라 여겼거늘 예상이 빗나간 모양이군.
요우
그, 그건... 하지만 마지막에 엄마하고 아빠가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거면 됐어...! 그리고 엄마하고 아빠가 자유롭게 살아가라고 말했단 말이야! 날 그만 내버려둬!
구미호
그랬군. 그게 네 마음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인가.
그렇군.
요우
뭐, 뭐야... 싫어... 가, 가까이 오지 마... 싫...
아아아아아악!
요우
...윽...
구미호
드디어 정신이 들었구나. 기분은 어떻지?
요우
최악이야... 머리 아파... 토할 것 같아...
구미호
그거 다행이군. 자, 목적을 이루러 가는 거다.
요우
목적...?
구미호
한심한 놈, 잊어버렸느냐? 네놈의 증오가 어디로 향하는지.
요우
칫, 잊어버릴 리가 없잖아! 대악당 코우 녀석은 내가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어이! 구미호! 힘을 내놔!
구미호
크크큭... 그러지. 네놈의 엉터리 텅 빈 춤에 딱 맞는 힘을 넘겨주마. 자, 그 힘으로 다른 왕가들의 힘을 빼앗아라... 그리고 그걸로 코우를 죽이는 거다... 크크큭...!
요우
아... 전부... 전부 다 기억났어... 코우... 나... 엄마하고 아빠한테 사랑받고 있었어... 그리고 나, 나... 어떡하지? 코우...! 텅 비었던 건... 내가 아니라 내 살의였어...
코우
네...?
흉폭하고 공격적이었던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하게 요우의 몸이 떨렸다.
요우
싫어... 싫어...! 엄마, 아빠...! 난 대체 무슨 짓을...
구미호
이제 됐다.
구미호는 한숨을 섞어 중얼거리더니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요우의 몸 안에 빨려들어갔다.
비이
어!?
요우
크, 으, 으아아아!? 으, 아아아! 싫어, 들어오지, 마!!! 누가 좀, 도와...
코우
요우!
괴로워하며 몸을 비틀던 요우는 필사적으로 코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코우는 그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요우의 전신에서 뿜어져나온 푸른색 불꽃이 그것을 저지했다.
코우
...!!
푸른 불꽃이 점점 잦아들며 그 안에서 흉폭한 얼굴을 한 요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요우
......
비이
어,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또 이상한 모습이 되어버렸어!
코우
구미호... 이 자식!
구미호
짖어대지 마라...! 소리치고 싶은 건 이 몸이니라! 자아가 있는 상태에서 의대로 만들면 육체의 주도권을 잡기가 힘들어진 말이다! 자칫하면 부활에 실패할 수도 있어...! 그렇기에 일부러 자아가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었거늘...! 설마 기억의 봉인을 풀고 내 계획을 수포로 만들 줄이야! 용서 못한다! 죽어야 마땅하리라!
루리아
무슨...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비이
이 자식... 어떻게 이렇게까지 자기 생각만 할 수가 있지...?
코우
비열한 녀석...! 요우는 물건이 아냐! 한 명의 인간이라고!
요우를 놔줘, 구미호!!
구미호
거절하지! 너야말로 내 피와 살이 되어! 완벽한 부활을 위한 제물이 되어라!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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