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한 사투가 되풀이었으나 결국 요우에게 옮겨붙은 구미호는 일행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 충격에 구미호는 드디어 요우의 육체에서 떨어져 모습을 드러냈다.
구미호
크으으윽! 벌레같은 놈들이...!
코우
구미호! 이제 네놈에게 승산은 없다! 얌전히 요우를 놓아줘!
구미호
훗... 기어오르지 마라! 네놈들 따윈 요우의 몸 전부를 빼앗으면 금방이라도 먹어치워 주마!
자 요우! 그만 포기하고 그 육체를 넘겨라!
요우
으, 으으... 싫, 어...
구미호
싫다고? 하! 웃기지도 않는군! 그럼 네놈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생각이지?
요우
뭐...?
구미호
내게 머릿속을 휘저어진 탓이라고는 하나 계승자를 습격한 데다 이 섬까지 덮쳤지. 모두 네놈이 저지른 짓이다!
요우
...!!
코우
요우, 귀 기울이지 마!
구미호
죄는 죄다! 네가 저지른 짓은 변하지 않아! 아무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다! 너는 이제 어디에도 갈 수 없어!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을 거다! 살아갈 의미가 그 어디에 있단 말이냐? 그렇다면 내가 그 죄도 괴로움도 전부 받아주겠다는 거다!
요우
크, 크윽... 이제 아무도 날 용서하지 않는다고...?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그럼 난 이제 살아있어 봤자...
코우
그렇지 않아!
요우
코우...?
코우
제가 당신을 용서하겠어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용서할 거예요!
요우
......
구미호
칫...! 방해하지 마라, 코우!
[방해하는 건 너겠지]
단장은 그렇게 외치며 구미호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구미호
크아악... 크윽... 네 이놈...!
루리아
자기 마음대로 말하지 마세요! 자 코우군, 지금이에요!
비이
이 녀석은 우리가 막을게!
구미호
또 나를 방해하려는 거냐! 비켜라!!!
요우
용서하다니... 그렇게 간단히 말하지 마...
난 널 죽이려고 했었단 말이야. 네 소중한 유엘하고 소시에도 상처입혔고! 그것뿐만이 아냐... 많은 사람들을 내 손으로 다치게 했단 말이야...!
코우
하지만 그건 요우가 진짜 바란 일이 아니야.
요우
모르겠어!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코우! 왜냐면 네가 증오스러웠던 건 사실이란 말이야! 나하고 같은 처지면서 텅 빈 나와는 달리 사랑받은 네가 증오스럽고 부러웠어! 그래서 구미호가 내 머리를 휘저었다고 해도 내 증오도 거기 섞여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너도, 너랑 관계된 녀석들 모두 다! 죽여버리는 것을 바라고 있었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하는 녀석이 용서받을 수 있을 리 없잖아!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고!
코우
요우... 그래도 저는 당신을 용서할 겁니다.
요우
어, 어째서...?
코우
옛날, 저도 당신처럼...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자기 자신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
요우
니, 니가...?
코우
네. 하지만... 모두 다 용서해 주셨어요. 그것뿐만이 아니고 올바른 길로 저를 인도해 주셨죠. 그러니 이번에는 제 차례입니다. 반드시 당신을 올바른 길로 데려오고 말겠어요. 사람은 누구나 다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죄를 갚으려는 마음만 있다면 요우, 당신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요.
요우
죄를 갚으려는 마음...
코우
그리고 아직도 텅 비었다고 말한다면 네가 당신의 공허함을 채워 드릴게요.
요우
우, 으으... 으으...
코우
그러니 요우, 함께 살아가요.
요우
정말 그래도 돼...? 다들 용서해 줄까...? 사랑해 줄까...?
코우
네, 그럼요.
요우
으, 흐흑. 흐흐흑...! 코우... 코우...!
코우는 울며 쓰러지는 요우를 다정하게 감싸안았다.
요우
미안해... 미안해, 코우!!
코우
후후... 이럴 때는 고맙다고 말하는 거예요, 요우.
요우
으으으... 흑...
고마워...
구미호
크으으으윽...!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을 벌레 놈들이...!
코우
단장님! 기다리셨죠!
루리아
코우 군! 요우쨩은... 이제 괜찮은 것 같네요.
단장은 코우의 손을 잡고 있는 요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우
너희도 미안해. 엄청 민폐끼쳤지... 나중에 제대로 사과할게...
비이
그래, 저 녀석을 쓰러뜨리고 나면 얼마든지 들어 줄게!
구미호
네, 네 이놈... 요우, 너마저...!
코우
요우, 암색의 춤을 추죠. 둘이서 추면 분명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을 겁니다.
요우
어? 무리야! 난... 엉터리 공허의 춤밖에...
코우
...괜찮아요. 암색의 춤은 당신 것이기도 하니까요.
요우
코우...
코우
자, 무덤으로 보내 주자고요!
구미호
이놈... 네 이놈 네 이놈 네 이놈! 이번에도... 이번에도...!
코우, 요우
암색의 춤...!
코우는 신기를 들고 날카로우면서도 아름답게 춤을 추었다. 요우는 그 움직임을 보고 불꽃으로 도를 만들어 같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춤이 허공을 꿰뚫을 때마다 구많은 검은 불꽃이 생겨났고, 이윽고 꽃잎 폭풍이 되어 구미호를 감쌌다.
구미호
용서 못한다... 내가... 이런 최후를 맞다니...!
코우
안녕히 가세요, 구미호. 영원히 말입니다.
코우, 요우
경앵.
꽃잎의 폭풍은 검은 불꽃이 되어 마치 거대한 벚꽃 나무처럼 아름다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구미호
네 이놈...!
구미호의 단말마가 끊어지고 거대한 나무가 사라진 곳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코우
후우...
비이
해, 해냈어...! 구미호 녀석을 쓰러뜨렸어!
루리아
네! 저희가 이겼어요!
요우
춤췄어... 내가 춤을 췄다고...! 암색의 춤! 응? 봤어?
코우
후후... 거 봐요. 할 수 있잖아요.
요우
응... 너 덕분이야, 코우! 진짜... 흑... 진짜로, 고마워...
코우
아... 울지 마세요, 요우.
요우
훌쩍... 단장, 루리아, 비이... 미안해...
루리아
요우쨩...
비이
뭐야 뭐야, 너 사실은 완전 울보였던 거야?
요우
그치만... 너희 소중한 동료 엄청 다치게 했잖아...
[요우는 나쁜 아이가 아닌걸] ->선택
[그럼 어떻게 보상받으면 되려나?]
루리아
요우쨩은 하나도 나쁘지 않아요! 나쁜 건 전부 구미호예요!
비이
그래. 미안하다는 마음만으로 충분해.
요우
너희들... 으으... 훌쩍.
코우
후후후... 보세요. 그럴 거라고 했잖아요.
요우
그치만 다른 사람들도 용서해 줄까...? 불안해...
코우
괜찮아요. 저희가 같이 있으니까요.
요우
응...
요우는 작게 끄덕인 후 다정하고 따스한 코우의 손을 잡았다. 그에 답하듯 코우도 손을 꼭 쥐었다. 손에서 전해져오는 온기가 요우의 텅 빈 마음을 채워나갔다. 이제 다시는 이 마음이 텅 비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요우는 그런 확신을 느꼈다.
코우와 텅 빈 그림자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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