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제3화 TABOO

 

 


 

 

부유요새의 문 앞에서는 리에 파미유와 정부군이 충돌하며 전면 교전 상태에 돌입했다. 허나 노성이 오가는 와중에도 잉그베이와 앤더슨이 싸우는 곳에는 누구 하나 접근하지 못했다. 

 

 

앤더슨

잉그베이! 너도 한물 갔군. 여자한테 너무 정신이 팔렸던 거냐?

 

잉그베이

바보같은 소리. 나는 언제나 여자에게 진심이라고. 정신이 팔렸다면 바라던 바다.

 

앤더슨

입만 살아가지고!

잉그베이

큭...!

에리카

...!

 

잉그베이는 근처에 있던 에리카에게 손을 들어 제지했다.

 

 

잉그베이

에리카, 그 이상 다가오지 마라.

 

에리카

괜찮아? 대장 앤더슨을 상대로 혼자 맞서다니!

 

잉그베이

안심해라, 몬 아모르. 나는 몇 번이나 이 녀석과 겨룬 적이 있어. 조금 감상에 젖어 있었을 뿐이다.

 

앤더슨

흥...! 술에 취해 싸운 적도 있었지. 하지만 그때처럼 되지는 않을 거다!

잉그베이

그러시겠지!

앤더슨

크헉...!

잉그베이

"겉멋과 기행의 기공단"에서 나는 진심을 발휘한 적 없었으니까.

 

앤더슨

널 좀 얕봤던 모양이군... 우리 단장의 강함을 잊고 있었어. 허나 아쉬운걸. 이쪽에 붙으라고까진 하지 않겠지만 역시 발을 뺄 생각은 없는 건가? 여자를 위해 우리가 싸울 필요는 없어. 안 그런가? 오랜만의 재회이지 않나.

 

잉그베이

앤디, 아직도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이 싸움에 몸을 던지게 되는 건 10년도 전부터 결정된 일이었어. 그래... 이건 의뢰가 아니다. 이 싸움은 나의 싸움이야.

 

에리카

...!

잉그베이

그리고 여기는 내 여행의 종착점이다. 거기에 옛 지인인 네가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

 

앤더슨

무슨 소릴 하는 거냐... 10년도 전의 일이라고...?

 

잉그베이

약 10년 전, 나는 딸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그러니... 이건 10년도 지나서 그 약속을 지키려는 멍청한 아버지의 고집인 거다!

에리카

잉그베이...!

 

앤더슨

허, 잉기! 네게 딸이 있었다니 처음 듣는 소리군. 피차 사정이 있는 것 같다만... 이쪽에도 정부군 대장으로서의 고집이 있어. 전력으로 맞서 주마!

잉그베이

그래, 바라던 바다!

 

잉그베이와 앤더슨은 다시 격렬하게 맞부딪히기 시작했다.

 

 

루카브

에리카, 이리 와라!

에리카

어...? 왜 그러는데?

 

루카브

전황은 고착 상태다. 이대로는 결판이 안 나. 나는 홀로 안쪽에 잠입해서 대통령을 붙잡을 계획이다. 이곳의 지휘는 네게 맡기마.

 

에리카

혼자 쳐들어가겠다고?

 

루카브

혼자서라면 이 포위망을 뚫을 수 있을 거다. 설령 적이 나를 쫓는다면 너희들에게 등을 돌리는 결과가 된다. 그 틈을 노려라.

 

에리카

하지만 그건... 루카 오빠가 위험해진다는 소리잖아. 그런 무모한 짓을!

루카브

무모한 짓이기에 내가 하는 거다! 우리는 너무 많은 동료를 잃었어... 더 이상 아무도 잃을 수는 없어.

 

에리카

그건...

 

...알았어. 우리가 루카 오빠의 길을 열어 줄게.

 

루카브

부탁한다. 너희도 무사해라. 불리해지면 주저 말고 퇴각해야 한다.

 

 

루카브가 요새 안쪽을 향해 달려나가자, 정부군은 바로 반응을 보였다.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루카브다! 역적의 수괴가 빠져나갔다! 녀석을 처단해라!

 

에리카

루카브를 원호해라! 쏴라, 쏴!

병사 2

그래! 루카브 님을 지켜야 해!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쳇... 이래서는 쫓을 수가 없겠어...

 

앤더슨

리에 파미유의 루카브! 홀로 대통령이 있는 곳에 향한 건가!

잉그베이

이런, 어딜 가려는 거야? 모처럼 만났는데 좀 더 옛 우정을 만끽하자고.

 

앤더슨

비켜, 잉그베이! 이제 너한테 볼일은 없어!

잉그베이

늙어빠진 영감이 미래 창창한 젊은 애들 방해하지 마. 여기서 나랑 햇볕이나 쬐는 게 어울린다고. 아, 그래. 사우나라도 가는 건 어때? 좋은 데 알고 있는데. 전에는 같이 자주 갔었잖아.

 

앤더슨

그만 나불거려!

 


 

 

3-2

 

 

라캄

좋아, 포대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군. 요새 내부도 포대를 신경쓰고 있을 상황이 아니게 됐다는 거겠지... 조심해라, 단장.

 

 

그랑사이퍼는 부유요새 주위를 돌며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게끔 대기태세에 들어갔다.

 

 

라캄

아까부터 신경쓰였는데... 저 배, 정부군 거 아니지 않아?

 

 

종횡무진하며 날아다니던 라캄은 요새 아래쪽에서 한 척의 배를 발견했다.

 

 

라캄

미리 들었던 정부군 배의 특징과 달라. 설마...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가 저 요새 안에 있다는 건가?

 

 


 

 

앤더슨

흐음!

잉그베이

하!

 

수없이 격돌한 끝에, 드디어 앤더슨이 휘청거리며 괴로운 듯이 무릎을 꿇었다.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대장이... 밀리고 있어?

 

앤더슨

큭... 좀 하는걸, 잉기... 허나 이걸로 이겼다고 생각하면 곤란해! 로안느를 빼앗기진 않겠다!

잉그베이

앤디 너... 가족은 어떻게 됐어? 이 나라에서 부인을 얻었었잖아?

 

앤더슨

......

 

잉그베이

그래서 넌 여기서 배를 내리게 되었었지. 외부인이면서 대장에까지 오르다니... 허나 너는 부패한 정치의 중심에 있을 만한 남자가 아냐. 그렇다면 그 이유는...

 

앤더슨

틀렸어! 내 가족을 우롱할 생각인가!

잉그베이

말을 잘못 골랐군. 그럴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앤더슨

아내는 죽었어... 6년 전의 일이다. 맹렬한 폭풍이 이 근처를 덮치는 바람에 큰 상처를 입었거든. 바로 치료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 거야. 허나 국내의 의사와 회복마법사들은 모두 다른 나라로 차출되어 있었지. 

 

잉그베이

어쩌다 그렇게 된 건데?

 

앤더슨

칠도제국연합이다. 폭풍이 먼저 다른 나라들을 습격했었거든. 아직 피해를 입지 않았던 로안느는 연합의 조약에 의거해 의사를 융통해 줄 수밖에 없었어.

 

잉그베이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의사를 보낼 필요는 없지 않나? 폭풍이 닥치고 있었을 텐데...

 

앤더슨

그게 이 나라의 약점이다. 착취당하는 입장이니까...

 

잉그베이

그랬군. ...아이는 없었나?

 

앤더슨

...그로부터 2년 후의 일이다. 무인도에 연수하러 갔던 배가 돌아오는 길에 연합에게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직 신입이나 마찬가지였던 내 아들이 그 배에 타고 있었다. 됨됨이가 바르고 성실한 아이였지. 

 

잉그베이

뭐라고...?

 

앤더슨

경고 없는 한 발이었어... 흔적도 없이 하늘의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모양이다... 연합 측에서는 영공을 침범당했다고 말했지만 근처의 섬에 있던 목격자에 의하면 그곳은 우리 나라의 영공이었다고 한다.

 

잉그베이

끔찍한 이야기군...

 

앤더슨

나중에 알게 되었다만... 오랜 기간 불만을 쌓아 온 로안느 정부가 드디어 연합 제국에 반발할 거라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돌고 있었던 모양이다. 반정부조직 리에 파미유의 꼬드김에 넘어가 그들과 손을 잡고 말이다...!

잉그베이

...!

앤더슨

포를 발사한 연합의 승조원이 그런 의심에 빠져 있었던 건지, 아니면 위협하려는 생각이었는 건지는 모른다. 허나 리에 파미유라는 불온분자가 나라 밖에까지 불필요한 의심을 품게 만들어 그 탄을 발사하게 만든 것이 사실이야. 

 

잉그베이

그럴 수가... 하지만... 하지만 그건 지나친 원한 아닌가? 국내의 불만도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앤더슨

그래... 알고 있고말고!

잉그베이

...!?

 

 

허를 찔린 틈에 앤더슨의 몸통 박치기에 당한 잉그베이는 그대로 요새 외벽에 처박혔다. 그 충격으로 벽이 무너졌고, 잉그베이와 앤더슨은 안쪽으로 굴러들어가며 모습을 감췄다.

 

 

오이겐

제길! 저 녀석들, 무슨 힘이 저 모양이야? 영감들이 저런 식으로 싸워도 되냐고!

에리카

대장도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

 

 

[진정해] -> 선택

[루카브가 걱정되네]

 

 

에리카

단장... 그래, 이런 때야말로... 고마워. 루카 오빠가 걱정되는 바람에... 부관이 이러면 안 되는데.

 

 

앤더슨이 단련시킨 정부군은 강했고, 단장 일행과 리에 파미유는 좀처럼 요새에 돌입하지 못하는 채였다.

 

 

오이겐

여긴 됐으니 너희들 먼저 가!

비이

오이겐!?

 

오이겐

대통령을 붙잡는 게 목적이잖아! 그러면 가서 루카브를 도우라고! 걱정 마. 할배들이 없어지는 바람에 주변이 훤해져서 해치우기 편해졌으니까! 뭐, 나도 거의 할배라고 할 수 있지만!

병사 2

에리카 부관, 가세요! 저희가 빈틈을 만들겠습니다. 루카브 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에리카

알겠어...! 하지만 불리해지면 주저하지 말고 퇴각해!

루리아

저희도 가는 거죠...?

 

오이겐

단장, 부탁한다!

비이

오이겐도 조심해!

 

리에 파미유가 돌파구를 만들어내자, 단장 일행은 루카브를 쫓아 요새 안쪽으로 달려들어갔다.

 

 


 

 

3-3

 

 

요새 관제실에 해당하는 공간에 양 군이 격돌하는 교전 소리가 전해지자, 대통령은 덜덜 떨며 숨을 들이켰다.

 

 

제롬 대통령

어, 어떻게 되고 있지? 우리 군이 이기고 있겠지...?

 

로안느 정부 중신 1

당연하겠죠. 로안느 군이 깡패같은 놈들에게 질 리가 없으니.

 

로안느 정부 중신 2

앤더슨도 전선에 나갔겠지? 꽉 막혔지만 강한 녀석이니. 국내 최강이라는 이름은 허울이 아냐.

 

로안느 정부 중신 3

하지만 놈들이 상륙한 지 상당히 시간이 지났어... 애를 먹고 있는 거 아닌가?

 

제롬 대통령

그런...

 

하인리히

소셜리스를 각성시키죠.

 

제롬 대통령

뭐라고!?

 

 

갑자기 하인리히가 내뱉은 말을 들은 제롬 대통령은 귀를 의심했다.

 

 

제롬 대통령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그 성정수는 "금기"란 말이다!

로안느 정부 중신 2

별의 민족에게 버려진 그 병기를 깨우는 "열쇠"는 분명...

 

하인리히

로안느의 위정자에게 전해졌을 텐데요.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제롬 대통령에게 쏟아졌다.

 

 

제롬 대통령

뭐, 뭐냐...? 날 쳐다봐도 소용 없어!

로안느 정부 중신 1

으음, 일단 진정하지. 소셜리스에 기댈 정도의 상황은 아니니.

 

하인리히

"상황은 아니다"? 과연 그럴까요? 실제로 우리는 이 곳에 내몰려 있지 않습니까. 앤더슨 대장은 연합이 원군을 보내줄 거라고 했습니다만, 말도 안 되는 예측입니다. 

 

제롬 대통령

뭐라고...?

 

로안느 정부 중신 1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지 마라! 지금 이걸 구하러 오지 않는다면 연합이 뭘 위해 있단 말이냐!

로안느 정부 중신 2

그렇다, 하인리히. 말을 삼가도록. 너는 재무 고문이지 않나.

 

하인리히

연합은 소중한 군사력을 할애하기보단 새로 수립된 신정부의 수뇌에게 달콤한 꿀물을 빨게 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로안느 정부 중신 2

그게 무슨 소리지? 왜 그렇게 된다는 거냐?

 

하인리히

이건 제 미래 예측입니다. 리에 파미유가 신정부를 수립햇을 경우의 미래를 가정한 이야기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허나 지금 이 로안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변을 알게 된 연합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연합은 우선 신정부에 우호적으로 접근한 후, 화평과 평등을 약속할 겁니다. 허나 동시에 소량의 "귀중한 꿀"을 넘겨주겠지요.

 

제롬 대통령

소량의... 귀중한 꿀?

 

하인리히

그러면 그걸 받은 자는 반드시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꿀은 얼마 되지 않으니 공로자끼리 나눠먹어야겠지" 라고. 그야 역적 놈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신정부를 만들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심지어 꿀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변명거리도 있습니다. 그걸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공로자들끼리 적당히 나눠가질 수밖에 없겠죠. 

 

허나 신정부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면 이미 연합의 꼭두각시가 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보수라는 꿀을 더 원하게 되고, 그걸 받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게 되겠죠. 우리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로안느 정부 중신들

......

 

제롬 대통령

......

 

 

대통령과 중신들은 입을 다물었고, 그에 비해 하인리히의 연설은 분위기를 탄 듯이 더욱 뜨거워졌다.

 

 

하인리히

아무리 무능한 인간도 한번 보수를 받으면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게 됩니다. 보수를 얻자마자 자신이 그 보수에 어울리는 공로자라고 강하게 믿게 되는 겁니다! 어째서냐? 보수란 가치를 담보하는 증거니까요. 이걸로 무능한 공로자가 완성되는 겁니다. 무능한 공로자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저지릅니다. 

 

제롬 대통령

무능한 공로자...

 

하인리히

물론 우리는 무능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훌륭히 나라를 이끌어 왔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로안느 정부 중신 2

음, 그건 그렇지. 우리는 뛰어난 정치 수완을 발휘해 왔다.

 

하인리히

허나!

제롬 대통령

...!?

 

하인리히

리에 파미유는 빈자가 모인 집단. 정치도 경제도 제대로 모르는 자들. 실로 무능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신념으로 움직이고 있겠지만 꿈꾸는 빈자들이 한번 꿀의 달콤함을 맛보게 된다면? 

 

로안느 정부 중신 2

그런가... 그래....! 설익은 신념 따위는 훌렁 내던져버리고 연합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되겠지!

로안느 정부 중신 3

오히려 연합 측에서 보기엔 빈곤할수록 다루기 좋을 수도 있어... 무능한 공로자는 우리보다 싸게 먹힐 테니!

로안느 정부 중신 1

로안느에서 일어난 사태를 연합이 감지한다면... 교활한 연합 놈들이니 우리와 같은 추측을 할 것이 분명해! 요컨대... 이 요새에 연합의 구원부대는...

하인리히

오지 않을 겁니다!

제롬 대통령

말도 안 돼... 그런 말도 안 되는...!

로안느 정부 중신 1

대통령... 나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로안느 정부 중신 2

나도 그래... 우리는 독 안에 든 쥐야. 이미 절망적이다!

로안느 정부 중신 3

허나 구원은 오지 않아. 아무데서도! 우리는 버려진 거다!

하인리히

그래요! 그리고 그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우리의 유일한 수는?

 

로안느 정부 중신들

소셜리스...!

 

중신들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지만 희미한 희망이 남아 있다고 믿는 듯한 표정이 엿보였다.

 

 

제롬 대통령

제정신인가? 칠도제국연합의 섬을 전멸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녀석이야! 우리 로안느가 이걸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약한 입장이었는지 잊은 건가? 연합 측에서 하늘의 민족이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실로 그 판단 그대로야! 

하인리히

예, 그럼요. 말씀하시는 대로입니다. 소셜리스는 대단히 위험하지요. 그렇기에 연합은 우리를 깔보고 있습니다.

 

제롬 대통령

500년 전의 악몽을 재현할 수는 없어...!

하인리히

허나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리에 파미유는 복수를 위해 고문한 후 처형할 것입니다. 당신을, 그리고 영부인을...

 

제롬 대통령

내 아내를...

 

캐롤린

"저기, 여긴 어디야~?"

 

에헤헤, 어디인 걸까? 다 같이 탐험해 보자~

 

영부인은 토끼 인형과 대화하며 활짝 웃고 있었다. 

 

 

하인리히

우리는 처형되고, 리에 파미유가 이끄는 신생 로안느는 언젠가 연합의 꼭두각시가 되겠죠. 우리에게 선택지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대통령, 결단을 내리십시오.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당신뿐입니다!

제롬 대통령

......

 

 


 

 

3-4

 

 

잉그베이

큭...!

앤더슨

어때... 보았나? 잉그베이...

 

잉그베이

크흑... 그래, 잘 봤다. 네 진심을 말이지...

 

앤더슨

훗... 그럼...

 

내 패배인가...

 

 

앤더슨은 잉그베이를 굴복시킬 생각으로 전력을 다했으나, 실패로 끝난 것을 알게 되자 무릎을 꿇었다.

 

 

앤더슨

이미 내 몸을 지탱하기도 힘들어... 늙은 몸을 너무 채찍질했군...

 

잉그베이

내 진심도 보여주고 싶었다만, 아까 배 위에서 써 버렸거든. 회복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어.

 

앤더슨

기운이 넘치는구만...

 

잉그베이

말해 다오. 어째서 이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거지?

 

앤더슨

정부가 부패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허나 주군에게 반기를 들 수는 없어.

 

잉그베이

...아내와 아들을 잃었음에도 말인가?

 

앤더슨

내게 닥친 비극이 나라 안에 알려지자, 국민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 함께 슬퍼해 주었다. 한때는 분노에 휩싸인 내가 반정부조직에 힘을 빌려줄 거라는 소문까지 그럴듯하게 돌았을 정도다. 허나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리에 파미유가 봉시해 봤자 이 나라의 입장은 바뀌지 않아.

 

로안느는 칠도제국연합에 있어 최하위 서열에 위치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착취당하고 있다. 그런 상황 하에서도 대통령은 자국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외교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왔다. 연합의 꼭두각시라는 입장에서 국내의 비판에 시달리며, 부인의 간호까지 해내는... 나는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 왔다. 그리고 내가 부인과 아들을 잃었을 때 눈물을 흘리며 사과한 것은 대통령뿐이었다. 이대로라면 로안느가 파탄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정을 저버릴 수 없었다...

 

잉그베이

네 사정은 이해했다만, 대통령을 설득하고 나라 전체가 하나가 되어 싸운다는 수도 있지 않았나?

 

앤더슨

그 포격으로 가족을 잃은 것은 나 혼자뿐만이 아니다. 나 혼자 분노에 휩쓸릴 수는 없어.

 

잉그베이

너란 녀석은...

 

앤더슨

게다가... 로안느는 이길 수 없어. 다른 6개국이 손을 잡고 이 나라를 쳐부술 거다. 대통령도 그걸 알고 있기에 무모한 선택지를 결코 선택하지 않는 거다. 그 나름대로 국민들을 생각하고 있는 거라고.

 

잉그베이

조직을 통솔하는 입장에 있는 자에게 복잡한 사정이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한편, 그를 따르는 자들은 그걸 깨닫지 못하고 불만을 품은 채 불평을 늘어놓지. ...그 또한 악은 아니다만. 

 

앤더슨

기공단 단장으로서의 경험담인가?

 

잉그베이

아니, 일반론이다. 그런데 리에의 악몽은 왜 일어난 거지? 로안느 정부는 시골 마을에서 어른들을 전부 강제 연행했다고 들었다만.

 

앤더슨

리에 마을인가...

 

 

그때였다. 어떠한 전조도 없이 갑자기 앤더슨과 잉그베이 사이의 지면을 날카로운 빛이 훑으며 지나갔다.

 

 

앤더슨

크억...!?

 

잉그베이

앤더슨...!

 

잉그베이는 충격으로 튕겨나간 앤더슨에게로 달려가려 했으나, 안쪽에서 울려퍼지는 불길한 발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잉그베이

뭐 하는 놈이냐...?

 

앤더슨

큭, 으윽...

 

잉그베이

앤더슨, 무사한가?

 

앤더슨

그런 것 같다... 대체 뭐지?

 

잉그베이

공격당한 것 같다. 조심해라. 저쪽의 어둠 속에 뭔가 있어.

 

 

 

 

발소리와 함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난 것은 사람을 닮은 모습을 했으나 사람보다 훨씬 거대한 무언가였다.

 

 

잉그베이

이 녀석은 뭐지...? 마물인가?

 

앤더슨

이 요새에 마물은 없을 거다. 20년 전에 다 조사하지 않았나? 게다가 비행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아.

 

잉그베이

그야 그렇다만, 그럼 뭐지?

 

앤더슨

설마... 소셜리스인가? 별의 민족이 남겨놓고 간 성정수가 여기 잠들어 있다고 들은 적 있다. 허나 그것은 "금기"인데...

 

잉그베이

이게 그 이형의 병기? 이 소동 때문에 눈을 뜬 건가?

 

앤더슨

대통령만이 깨우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들었다만...

 

잉그베이

수세에 몰려 대통령이 그 금기인지 뭔지에 손을 댔다는 건가.

 

앤더슨

대통령...

 

소셜리스

...!

잉그베이

뭐가 됐든 수상쩍지 않나? 쫓기듯 몰려난 이 장소에서... 이건 마치...

 

앤더슨

무슨 소리냐...?

 

잉그베이

...아니, 아니야. 그보다 일단 녀석을 처리해야겠지. 저 모습이라 표정은 읽기 힘들지만 당장이라도 해보자는 듯한 눈치군. 앤디, 너는 쉬고 있어라.

 

앤더슨

성정수와 혼자 싸우려는 거냐? 무모한 짓이야!

잉그베이

"겉멋과 기행의 기공단"을 잊었나? 우린 언제나 무모한 짓만 저질러 왔지. 몸이야 늙었다만, 마음까지 늙은 거야? 아니지. 그때와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어!

 

[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