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제4화 SOCIALIS

 

 


 

 

소셜리스가 잉그베이 일행과 요새 안에서 조우하기 얼마 전, 관제실의 대통령은 고뇌하고 있었다. 그런 대통령을 둘러싼 하인리히와 중신들은 어서 봉인을 풀라고 재촉했다.

 

 

하인리히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리에 파미유는 바로 저기까지 와 있을지도 모릅니다!

로안느 정부 중신 1

어서 소셜리스를 각성시켜야 해! 대통령, 서둘러!

제롬 대통령

허나... 최악의 금기를 풀어주게 되다니...

 

로안느 정부 중신 2

뭘 망설이는 건가? 우린 살해될 걸세! 그런데도 서약을 지키려는 건가?

 

캐롤린

"다들 표정이 무서워~"

 

괜찮아. 엄마가 지켜줄게. 착하지.

 

 

긴박한 분위기 속, 토끼 인형과 대화하는 캐롤린의 즐거운 목소리만이 관제실에 공허히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루카브

여기 있었나.

 

하인리히

...!?

 

로안느 정부 중신 1

히익... 리에 파미유인가...?

 

루카브

그렇다. 내 이름은 루카브. 리에 파미유의 총사령관이다.

 

로안느 정부 중신 2

이 남자가... 루카브...

 

로안느 정부 중신 3

이 무슨... 네놈이 머뭇거린 탓이잖아!

제롬 대통령

......

 

하인리히

대통령...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제가 저 남자의 주의를 끌 테니 그 사이 소셜리스를...

 

제롬 대통령

아니, 하인리히. 나는 소셜리스를 깨우지 않겠어. 그렇게 정했다.

 

하인리히

대통령, 제정신입니까...!

 

루카브는 검을 꺼내들고 그 자리에 있던 정부 수뇌부를 향해 칼끝을 들이댔다.

 

 

루카브

뭘 수근거리고 있지? 각성은 끝났나?

 

하인리히

아뇨. 여기까지 와서도 아직 이성이 남아 있군요.

 

루카브

느긋하시군.

 

하인리히

면목이 없습니다. 저로서도 예상 외였습니다. 이렇게까지 완고할 줄이야.

 

제롬 대통령

...?

 

루카브

대통령...

 

 

루카브는 영부인 쪽으로 접근하더니 그녀의 목덜미에 칼날을 들이댔다.

 

 

캐롤린

...?

 

제롬 대통령

캐롤린!

루카브

열쇠는 어디 있지?

 

제롬 대통령

뭐...? 여, 열쇠...?

 

루카브

성정수 소셜리스를 각성시키기 위한 열쇠 말이다.

 

제롬 대통령

어째서 그 이름을... 소셜리스를 알고 있지?

 

루카브

질문하는 건 이쪽이다. 한번 더 묻지 않은 대답을 한다면 피를 보게 될 거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겠지? 아마도 늘 몸에서 떼지 않고. 즉 지금도...

 

제롬 대통령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리에 파미유가 소셜리스를...

 

 

그 순간, 루카브는 검을 쥔 채로 다른 쪽 손을 빠르게 휘둘렀다.

 

 

로안느 정부 중신 1

큭... 크윽...

 

 

뒤로 쓰러진 중신의 가슴에는 나이프가 박혀 빛을 반사하고 있었고, 그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숨이 끊어졌다.

 

 

제롬 대통령

히익...!

루카브

이쪽이 원하는 대답을 하라고 말했을 텐데. 관용을 베풀어 영부인은 마지막으로 처리하마.

 

캐롤린

"싫어어어어... 으아아아아앙! 무서워어어~!"

 

루카브

얌전히 있어.

 

 

루카브는 영부인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그 목에 칼날을 바짝 들이댔다.

 

 

 

 

캐롤린

으, 으으...

 

제롬 대통령

캐롤린...!

루카브

소셜리스의 열쇠는 어디 있지?

 

제롬 대통령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소셜리스는 하늘의 민족이 제어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병기라고 들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각성시키는 것만은...

 

 

다시 한번 루카브의 팔이 휘둘러졌고, 이번에는 2명이 동시의 나이프의 먹이가 되었다.

 

 

로안느 정부 중신 2

으윽...

 

로안느 정부 중신 3

...!

루카브

이걸로 모든 나이프를 잃었다. 다음에는 이 검이 일을 할 차례겠군.

 

 

캐롤린의 목으로 다가서는 검날을 보며 대통령은 말을 잃고 말았다.

 

 

하인리히

대통령, 루카브는 진심입니다. 어서 결단을 내리시지요.

 

제롬 대통령

하인리히, 너, 너는...

 

하인리히

열쇠는 어디 있습니까? 슬슬 좀 털어놓으시죠.

 

제롬 대통령

...!

루카브

침묵도 요구 거부로 받아들이겠다.

 

제롬 대통령

기다려...! 알겠다, 알겠다고...

 

 

제롬 대통령은 손을 든 채로 루카브가 서 있는 방향을 향해 조심스레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루카브

뭘 할 생각이지? 부인의 목을 따 버리겠다.

 

제롬 대통령

아냐...! 캐롤린이 아니라 캐롤린이 들고 있는...

 

 

대통령은 루카브 곁의 부인에게 다가서더니 토끼 인형을 잡아들었다.

 

 

캐롤린

싫어어어...! 토끼 씨! 내 토끼 씨...!

제롬 대통령

미안해... 금방 돌려줄게.

 

자, 토끼 씨 돌아왔네? "나 왔어" 래~

캐롤린

와아아~ 어서 와, 토끼 씨! 아하하하!

루카브

...딱하군.

 

제롬 대통령

......

 

하인리히

설마 대통령 부인이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미처 몰랐습니다.

 

 

토끼 인형을 돌려준 대통령의 손 안에는 손바닥 안에 쥐어질 정도의 구슬이 남아있었다.

 

 

루카브

그게 열쇠인가. 어떻게 쓰는지는 알고 있겠지?

 

제롬 대통령

저기다... 그렇게 들었다.

 

 

대통령이 관제실 안쪽에 있던 받침대에 열쇠인 구슬을 꽂아넣자, 요새가 희미하지만 분명히 진동했다.

 

 

하인리히

뭐지...? 어디선가 장치가 작동된 듯한 느낌이...

 

루카브

그건 상당히 거대해. 벽 안에 감춰두기라도 했던 거겠지. 그리고 지금 그게 열린 거고.

 

제롬 대통령

어떻게 그런 것까지...

 

 


 

 

4-2

 

 

잉그베이

하아, 하아...

 

 

잉그베이의 손에 쓰러진 소셜리스는 다시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잉그베이

이게 이형의 병기인가. 강적이었던 것만은 인정하지.

 

앤더슨

훌륭하다, 잉기. 늙어서도 엄청난 힘이군. 설마 소셜리스를 쓰러뜨릴 줄이야.

 

 

앤더슨 대장은 일어섰지만 체력이 다한 것이 명백해 보였다.

 

 

잉그베이

잠깐 방해물이 끼어들긴 했지만... 앤디, 넌 이제 투항해라. 이 성정수는 대통령이 마지막 수단으로 꺼내놓은 건지도 모른다만 보는 대로 이렇게 되었지. 

 

앤더슨

......

 

잉그베이

금기라는 것에 손을 댔을 정도야. 더 이상 정부 측에 타개책은 없을 거야다.

 

앤더슨

잠깐, 잉기... 저기 뭔가 있다. 방금 전 소셜리스가 나온 어둠 속에...

 

소셜리스

...!


 

 

같은 시각, 오이겐과 리에 파미유가 정부군과 교전중인 곳에서는...

 

 

오이겐

어이, 저건 뭔데? 저것도 적이야?

 

병사 2

몰라... 저런 건 본 적도 없어! 정부군의 병기일지도 몰라!

오이겐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오이겐이 바라보는 쪽에는 거대한 이형의 괴물이 서 있었다.

 

 

소셜리스

...!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이, 이건 뭐야...! 덤벼라! 이 녀석은 적이다!

 

이형의 괴물은 정부군을 덮쳤고, 동료가 습격당하는 걸 본 그들은 적의를 드러내며 공격을 개시했다.

 

 

오이겐

설마 여기 잠들어 있다는 이형의 병기라는 녀석인가? 그런데 왜 정부군을...

 

소셜리스

...!

 

강대한 이형의 힘에 의해 근처에 있던 정부군들이 차례차례 무참하게 쓰러져 갔다.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이 자식...!

오이겐

우리도 돕겠어!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뭐라고?

 

병사 2

어이, 당신! 정부군 따위를 도울 필요는 없잖아!

오이겐

상황을 잘 파악해 봐! 이 괴물은 정부군만 노리고 있는 게 아냐! 마침 근처에 있던 녀석에게 덤빈 것 뿐이야! 이대로면 우리도 표적이 될 거다! 그렇다면 이 사이에 여기 남아있는 놈들끼리 협력해서 쳐부숴야 할 거 아냐!

병사 2

그, 그런가...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어쩔 수 없지... 일시 휴전이다!

오이겐

좋아! 다들 날 따라와!

소셜리스

...!

 

선두를 달리던 오이겐이 목표의 눈 앞에서 뛰어올랐다.

 

 

오이겐

먹어라!

소셜리스

...!

 

오이겐의 탄을 지근거리에서 맞았지만, 이형의 괴물은 움츠러드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엄청나게 단단한 녀석이군... 어떡하지?

 

오이겐

어떡하긴 뭘 어떡해! 물량으로 갖다 박다 보면 결국 자세가 무너지겠지! 있는 대로 다 퍼부어! 이 녀석이 자세를 무너뜨리면 접근전 가능한 놈들이 나서는 거다!

 

병사 2

파상공격이라는 건가... 좋아, 다 함께 덤비자!

오이겐

지금이야!


오이겐의 지휘하에 리에 파미유와 정부군이 일제히 이형의 괴물을 향해 덤벼들었다. 괴물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고, 적지 않은 희생을 치러야만 했지만 이윽고 거대한 그림자가 흔들렸다.

 

 

오이겐

이걸로 끝이다!

소셜리스

......

 

병사 2

...해치운 건가?

 

오이겐

그렇게 믿고 싶다만...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제길... 이 괴물은 뭐지? 우린 이런 거에 대해 들은 적 없어!

 

주변에는 괴물의 손에 당한 정부군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오이겐

어이, 정전하지 않겠어?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뭐라고...?

 

병사 2

우리도 많은 희생을 치렀어... 지금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정도는 안다고. 그쪽도 비슷한 처지 아냐?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큭...

 

오이겐

나쁘지 않은 제안일 거야. 피차 생각하는 바는 있겠지만 일단 지금은 말이지. 나는 이 녀석들에게서 의뢰를 받아 움직이고 있지만 원래는 파타 그랑데에서 온 기공단의 일원이다. 의뢰를 받고 있는 이상 중립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중개역으로 세워 주지 않겠어?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

 

오이겐 일행은 정전 협정에 정신을 쏟느라 쓰러진 이형의 괴물에게서 눈을 떼고 있어서 거기서 나온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소셜리스 유체

......

 

오이겐

으어! 이 벌레는 뭐야... 어디서 나왔지?

 

 

벌레같이 보이는 것은 휙 뛰어오르더니 병사의 어깨에 단단히 달라붙었다.

 

 

 

 

병사 2

아악! 아아아아아... 큭! 손톱인지 뭔지가 파고들고 있어...!

오이겐

뭐...? 찔린 거야? 이 기분나쁜 건 대체 뭐지?

 

 

어느 샌가 그 병사는 목에서 대량의 피를 흘리고 있었다.

 

 

병사

아... 아, 아, 아아아... 아...? 뭔가... 내 안에 뭔가가 들어오고 있어...

 

아, 아... 아... 아아...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어이... 뭔가 이상한데...

 

오이겐

딱 달라붙어서 꼼짝도 안 해.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이 벌레, 독을 가지고 있나?

 

병사 2

......

 

 

어깨에 벌레가 달라붙은 병사는 그 자리에 쓰러졌고, 오이겐 일행은 더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이 녀석, 아까보다 커지지 않았어?

 

오이겐

이, 이거...

 

 

 

 

병사 2

...!

 

 


 

 

같은 시각, 단장 일행은 루카브를 찾으며 부유요새 안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비이

상당히 올라온 것 같은데, 여기가 최상층인 걸까?

 

에리카

아마도. 아래쪽에는 사람의 기척이 없었으니 루카 오빠랑 대통령 일행은 분명 이 층에 있을 거야.

 

루리아

저기...

 

비이

왜 그래? 루리아.

 

루리아

성정수의 기운이 느껴져요...

 

에리카

성정수!? 기운이라니... 무슨 소리야? 루리아쨩은 그런 것도 알 수 있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기에 단장 일행은 대충 그 말이 맞다고 이야기했다.

 

 

비이

우린 지금까지 몇 번이나 성정수하고 싸워 왔어. 아군 중에도 있긴 하지만.

 

에리카

깜짝 놀랐어... 당신들은 정말 대단하구나. 하지만 확실히 여기는 별의 민족의 유산이니까... 성정수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네.

 

비이

그래서, 성정수는 어디 있는데?

 

루리아

그게... 이 요새 여기저기에 있는 느낌이 들어요...

 

비이

잠깐만... 갑자기 잔뜩 나타났다는 거야?

 

 

[가장 가까운 건 어디야?] -> 선택

[아무튼 서두르자]

 

 

비이

그러게... 일단은 가까운 곳부터겠지.

 

루리아

저쪽이에요...!

 

루리아가 진행하던 방향을 가리켰고, 일행은 그 손가락을 눈으로 쫓았다.

 

 

에리카

뭐? 저기라니...?

 

루리아

바로 곁에 있어요!

에리카

그렇네... 무슨 발소리가 들려.

 

 

단장과 에리카가 앞으로 나서자 안에서 나타난 것은...

 

 

소셜리스

......

 

비이

으아! 이 녀석은 뭐지? 어, 엄청 큰.. 사람인가?

 

루리아

아뇨, 성정수예요! 기운이 느껴져요!

에리카

설마...! 다들 조심해. 정부가 숨기고 있던 정부일지도 몰라!

소셜리스

...!

에리카

큭...!

 

거대한 그림자는 단장과 에리카를 향해 날카로운 일격을 휘둘렀다.

 

 

루리아

괘, 괜찮으세요?

 

에리카

안심해! 저 정도를 피하는 건 별 거 아냐.

 

루리아

제가 한번 불러 볼게요. 성정수라면 분명...

 

 

루리아는 마음을 가다듬은 후 눈 앞에 있는 성정수를 불러 보려고 했다. 그러나...

 

 

비이

어때, 루리아? 될 것 같아?

 

루리아

아, 안 돼요... 전혀 반응이 없어요. 마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같은...

 

비이

그게 뭐야...?

 

에리카

골치아프네. 이 크기여서야 따돌리고 지나가는 것도 무리겠어...

 

 

[내가 적을 끌어들일게] -> 선택

[먼저 가]

 

 

에리카

뭐...? 미끼가 되겠다는 거야?

 

비이

사령관 형님이 걱정되니까 여기선 둘로 흩어지자!

에리카

하지만... 단장 혼자서 이걸 상대할 수 있겠어?

 

비이

헤헤! 쉽게 보지 마! 이 녀석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런 일을 겪어 왔으니까!

루리아

맞아요! 그리고 저희도 함께인걸요!

에리카

그런가... 너희는 대단하구나. 알겠어. 그럼 여긴 맡기고 나 먼저 갈게!

 


 

 

4-3

 

 

오이겐

어이, 정신 차려! 들리나?

 

병사 2

...!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소용 없어! 이미 안 들릴 거다!

 

오이겐

제기랄... 이거 설마, 인생에 기생하면서 늘어나는 건가?

 

 


 

 

부유요새의 관제실 창문 근처에 선 루카브와 하인리히는 눈 앞에 펼쳐진 아비규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인리히

이런 이런... 이 어찌 참혹하고 장관인지.

 

루카브

대략적인 목표는 달성했다. 이제 대통령을 죽이기만 하면...

 

하인리히

에이, 그렇게 서두르지 마시죠. 그보다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무시무시한 병기를 어디서 어떻게 알아낸 겁니까?

 

루카브

...좋다. 대통령, 거기 얌전히 있어라. 

 

 

벌벌 떠는 대통령은 방구석에서 굳어 있었다.

 

 

루카브

고고학자였던 아버지의 수기에서 찾았다. 공식적으로는 발표되지 않은 연구 결과였기에 아마 나밖에 아는 이가 없을 거다. 

 

하인리히

오호... 그거 참으로 흥미롭군요. 저는 정부가 가진 자료에 있던 공적 기록밖에 파악하지 못했기에 꼭 듣고 싶군요.

 

루카브

성정수 소셜리스의 유체는 20cm 정도의 벌레같은 개체다. 이것을 처치하기란 대단히 힘들지. 허나 숙주인 "하늘의 민족"에 기생하면 체내에 숙주를 뻗어 근육을 자극한 끝에 전신을 엄청나게 강화시키며 성체가 된다. 

 

하인리히

그러면 숙주는 어떻게 되나요?

 

루카브

그 급격한 변화에 육체가 버티지 못하고 숙주는 죽음에 이른다. 몸은 소셜리스가 조종하는 인형이 되지.

 

하인리히

성정수에게 이런 말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소셜리스의 생태는 어떠합니까?

 

루카브

대단히 사납다. 적과 아군을 구분치 않고 근처에 있는 인간을 주인다. 휴식이나 영양을 취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의사소통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연구자료만으로는 확실히 알 수 없었으나 아무래도 무리인 모양이군.

 

하인리히

그런 것 같군요... 그래서, 소셜리스는 무엇을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죠?

 

루카브

물론 번식이다. 소셜리스는 일정한 주기로 숙주의 체내에서 자가증식하며 다수의 유체를 생산해낸다. 

 

하인리히

그게 벌레 모양인 건가요... 그만큼 날뛴다는 걸 보아하니 숙주는 죽어 있어도 상관없는 건가요?

 

루카브

죽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육체라면. 그리고 유체도 새로운 하늘의 민족의 몸에 기생한 후 살육과 무한한 번식 행위를 되풀이한다.

 

하인리히

그렇군요... 대충 이해했습니다. 대단히 무시무시한 성정수입니다만 하늘의 민족이 병기로써 운용하기에는 불확정 요소가 너무 많군요. 현재는 프로그래밍된 공격 행동이 충족되기 쉬운 상황을 찾아헤매며 군중의 기척이 느껴지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만, 최소한 적과 아군을 구별해내게끔 공격 대상을 지시하고 싶군요. 명령할 방법이 있을가요?

 

루카브

이 무리 최초의 개체인 소셜리스의 시조에게라면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되어 있다만... 어떤 게 시조인지까지는 나도 모른다. 

 

하인리히

오호... 그렇군요. 그럼 실전에서 운용한 데이터를 토대로 연구할 수밖에 없겠군요. 혹시 새로운 정보를 생각해내면 공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루카브

그래... 소셜리스의 유효한 활용을 위해서라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

 

에리카

...루카 오빠? 소셜리스가 뭐야? 협력이라니...?

 

루카브

에리카... 언제부터 거기 있었나.

 

하인리히

...어라, 이거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된 거 아닙니까?

 

에리카

당신은 정부의 재무 고문인 하인리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 방구석에서 떨고 있는데도 재무 고문과 루카브가 대등히 이야기하는 이 상황이 에리카에게는 지극히 이상하게 느껴졌다.

 

 

루카브

......

 

에리카

그렇게 입 다물지 말고 대답해 줘! 루카 오빠!

루카브

모든 것은 로안느를 위해서다.

 

에리카

그래... 로안느를 위해서. 그래서 우린 정부를 쳐부순 거잖아? 그런데 왜 그 녀석이랑 같이 있는 건데!

루카브

자세히 설명할 시간은 없다. 지금은 저기서 도망치려고 하는 쥐새끼들을 처단하는 게 우선이야.

 

 

루카브는 검을 빼어들더니 망설임 없이 대통령 쪽을 향해 달려갔다.

 

 

에리카

무슨...!?

 

제롬 대통령

크윽...!

캐롤린

싫어어어어어어...!

 

에리카가 끼어들려고 하는 바람에 루카브의 팔이 흐트러졌고, 그는 대통령의 어깨를 베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에리카

루카 오빠! 이게 무슨 짓이야!

루카브

에리카야말로 무슨 짓이냐! 비켜. 녀석들은 우리 적이야!

에리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자는 쏘지 않는다" 가 리에 파미유의 규칙이잖아? 리에의 악몽 때 저항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잔뜩 살해당했기 때문에 우린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 거잖아!

하인리히

이런... 어쩔 수 없군요. 생각지도 못한 방해물이 끼어들었지만 전부 없애 버리면 그만이죠. 

 

루카브

기다려! 에리카는 내가 설득하겠다!

에리카

루카 오빠! 어째서 그런 녀석이랑...

 

비이의 목소리

이봐! 이쪽에서 목소리가 들려!

루리아

에리카 씨! 괜찮으세요?

 

루카브

단장인가...

 

하인리히

또 귀찮은 방해꾼들이...

 

비이

어이... 사령관 형님이랑 같이 있는 녀석은 누구야?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데?

 

에리카

미안...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은 일단 대통령과 부인을 데리고 도망치자!

 

에리카는 품에서 연막탄을 꺼내더니 루카브 일행의 발 밑에 집어던졌다.

 

 

에리카

다들! 지금이야!

 

방 안을 가득 채운 연기로 시야가 가려진 사이, 에리카와 단장 일행은 대통령과 영부인을 데리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4-4

 

 

부유요새의 통로를 통해 도망친 일행은 부상을 입은 제롬 대통령을 들쳐메고 안쪽 방에 몸을 숨겼다.

 

 

제롬 대통령

으윽...

 

루리아

정신 차리세요...!

캐롤린

피가... 피가 엄청 나오고 있어~!

에리카

...상처 보여줘.

 

제롬 대통령

그래...

 

에리카

일단 응급처치를 할게. 마취제는 없으니 아픈 건 참아.

 

 

에리카는 익숙한 손길로 대통령의 상처를 치료해나갔다.

 

 

제롬 대통령

하아... 하아... 솜씨가 상당히 좋군.

 

에리카

당신들과 싸우는 사이 부상을 입은 동료들을 치료할 일이 수도 없이 있었으니까.

 

제롬 대통령

......

 

에리카

좋아... 이걸로 지혈도 됐으니 일단은 괜찮을 거야.

 

캐롤린

"우와~ 대단하다!"

 

언니 대단하다. 토끼 씨도 다치면 언니한테 봐 달라고 해야겠다.

 

"난 튼튼해! 다칠 리가 없어!"

비이

뭐, 뭐지...?

 

제롬 대통령

고맙다... 너는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야.

 

에리카

감사같은 건 받고 싶지 않아. 그보다... 영부인은 어떻게 된 거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만...

 

제롬 대통령

아내는 약 10년 전에 일어난 사건 탓에 보는 것처럼 유아퇴행을 일으키고 말았어... 그때부터 계속 토끼 씨와 이야기하고 있다.

 

에리카

10년 전...?

 

제롬 대통령

그래... 리에의 악몽이다.

 

에리카

...!?

 

제롬 대통령

네 목소리는... 아까 배에서 들려온 목소리와 같은데. 설마 리에 마을 출신인가? 마침 좋은 기회군. 그날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너도 알아 줬으면 좋겠다.

 

에리카

어째서... 어째서 어른들을 붙잡아서 죽인 건지 여기서 자백하겠다는 거야? 상황에 따라서는 내가 여기서 당신을 심판할 수도 있어...!

제롬 대통령

좋다. 모든 걸 알려주마. 허나 리에의 악몽의 발단이 된 사건의 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채다.

 

에리카

발단...?

 

제롬 대통령

내가 저지른 악행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용서를 비는 것도 아니다. 다만 누군가가 알아줬으면 할 뿐이다.

 

 


 

 

제롬 대통령

지금부터 10년 전에 일어난 리에의 악몽... 문제는 그보다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와 아내가 간신히 얻은 아이가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장소는 의사당이었다. 평소에는 그런 곳에 데려가지 않았다만... 그날은 갑작스런 일이 겹치는 바람에. 우리가 아이로부터 눈을 떼는 순간을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정말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 부부는 필사적으로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외동아들을 찾아헤맸지. 

 

겨우 찾아낸 아들은 리에 마을 부근의 작은 오두막에서 쇠약해진 채 죽어 있었다.

 

에리카

뭐...? 그런 일이...

 

제롬 대통령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캐롤린은 유아퇴행을 일으켰고, 의사소통도 힘들어졌어. 한편, 분노로 이성을 잃은 나는 리에 마을의 사람들을 정부로 연행해 옥사하게 만들었던 거다. 

 

에리카

그게 이유라고... 결국 범인은 잡혔어? 리에 마을에 범인이 있었어?

 

제롬 대통령

아니, 리에 마을의 마지막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도 유괴범은 발견되지 않았다. 

 

에리카

그, 그럼...!

제롬 대통령

그래. 나는 그제서야 냉정함을 되찾았다. 사건과 관계없는 리에 마을의 사람들을 무고죄로 대량학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벌벌 떨었지. 그 모든 것을 공표하고 대통령을 사임한 후 심판을 받고자 결심했다. 그러나... 주변의 인간들과 연합이 사건의 은폐를 꾀했고, 아들은 병사한 것으로 처리되었다. 리에 마을을 적발했던 이유도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 것을 이용하여 모반의 혐의가 있었다며 애매모호하게 처리됐지.

 

에리카

어째서 그런 짓을!?

 

제롬 대통령

그건 내가 대통령으로 남아있는 편이 그들에게 형편이 좋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뇌물을 받기도 했었고, 사건의 은폐라는 약점도 잡혔으니... 로안느의 꼭두각시화는 점점 심각해졌다. 

 

에리카

그래도 당신이 모든 걸 밝혔더라면...!

제롬 대통령

달콤한 꿀은... 한번 핥아보고 나면 중독되는 거다. 그걸 잃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말이지... 나도 결국은 은폐를 받아들이고 오늘까지 대통령의 자리에 머물렀다. 내 약한 의지와 조금만 띄워 주면 금방 자만하는 성격이 이런 결과를 불러들인 거다. 미안하다. 이제 와서 사과한들 어떻게 되지는 않겠지만 정말 미안했다.

 

 

몰래 숨겨 왔던 사실을 밝히며 마음의 응어리를 덜어낸 듯한 대통령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에리카

너무해... 우리 부모님들은 역시 무고하게 살해당한 거였어...!

 

루리아

에리카 씨...

 

에리카

하지만 모든 걸 숨김없이 말해 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있어. 동정하는 마음도 들지만... 하지만, 하지만.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 역시 난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

 

제롬 대통령

그래... 나는 피해자가 아니다. 뿌리부터 악인이지. 그래도 들어 줘서 고맙다.

 

 

잠시간의 휴식을 취하던 일행 곁으로 그 끝을 알리는 발소리가 분명히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