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제4화 무성,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면

The Favorite No-Star

 

 




카시우스
...잘 먹었습니다.


3성 라멘을 완식한 카시우스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지극히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바자라가
...저걸 해치우다니, 말 그대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위장이군.

레드락
으아~ 화끈한 싸움이었어! 멋진 장면을 목격했구만!

람렛다
축하한다냐~ 이거 한번 더 건배할 수밖에 없겠다냐~

술집 점원
만족스러우셨나요?

카시우스
그래. 킥으로 작렬한 마늘과 식욕을 자극하는 비계의 향긋함... 라멘에서 부족하기 일쑤인 야채를 풍부히 얹어 영양 밸런스마저 갖췄더군. 기대하던 대로... 아니, 기대 이상의 라멘이었다.

술집 점원
고맙습니다!

카시우스
어째서 이렇게 괜찮은 메뉴를 항시 제공하지 않는 것이지? 매상을 생각하면 비합리적인 판단 아닌가?

술집 점원
사실 이건 전골 라멘이라고 해서, 6~8인용 요리거든요.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주문했다가 남기는 손님들이 많았기 때문에 버려지는 음식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제한이었는데, 지금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단골 분들한테만 내 드리는 특별 메뉴화한 거죠. 솔직히 아무리 손님이라도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우였던 모양이네요.

카시우스
그래. 오히려 여유있을 정도다.

아이작
아니... 여유라니. 그 양이 위장에 들어가다니 분명히 뭔가 이상한 거라고...

유스테스
동감이다. 나는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아이작
어떻게 네 대사기능을 뛰어넘을 정도의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는 거야...? 어디까지 몸집을 불릴 생각인데.

카시우스
그렇군. 확실히 흥미로운 질문이다.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지.

아이작, 유스테스
가지 말라니까.


동료들의 제지에도 카시우스의 식욕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 후로도 카시우스는 폭식, 폭음의 나날을 계속했으나... 

어느 날, 그의 몸에 이변이 일어났다.

 

 




4-2

 

 



카시우스
...식사에 질렸다.


어느 날 갑자기, 카시우스가 단장에게 말했다.


카시우스
과도한 섭취가 계속됨에 따라 혀가 휴식을 요구하는 것이겠지. 지금은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전까지의 행동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비이
뭐, 괜찮지 않아? 그대로 있으면 다이어트도 될 거고?

카시우스
뭔가 가벼운 음식을 먹고 싶다. 혀를 달래줄 만한, 그리운 듯한... 그래. 다정하고 소박한 맛이었던 나의 첫 "중독 라멘"...

비이
결국 라멘이냐고! 그리고 결국 먹는 거냐고!

루리아
아하하... 카시우스 씨답네요...

카시우스
단장. 이 배가 가는 방향에 "멘야 아부라보시"라는 가게가 있는 섬이 있다. 이미 조사해 뒀지. 이 우연을 놓칠 수는 없다... 그 라멘을 먹고 싶어! 힐링받고 싶다! 

부탁한다... 내 혀를 쉬게 해 다오...!


카시우스가 갑작스럽게 울 듯한 표정으로 간청하자, 단장은 떨떠름해하면서도 승낙했다. 

그러나 카시우스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너무나도 잔혹한 현실이었다.

 

 




4-3


카시우스
이건...


폐점. "멘야 아부라보시" 앞에는 커다랗게 폐점이라고 쓰인 종이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카시우스
폐점...? 폐점이라면... 영업시간이 아니라는 뜻인가...?

비이
아니, 이건...

루리아
네, 아마도...


[폐업...]


카시우스
폐업... 가게를... 닫다...?


카시우스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는지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쥔 채 굳어버리고 말았다.


카시우스
......

비이
이렇게 슬퍼 보이는 카시우스는 처음 봤어...

카시우스
어째서 폐점한 거냐... 어째서? 내 기억이 맞다면 가게는 분명 잘 나가고 있었을 텐데? 오히려 엄청난 인기 점포였는데...

비이
에, 에이 기운 내... 다른 라멘집도 잔뜩 있잖아...!

카시우스
그걸로는 안 돼, 안 된다고... 그 중독 라멘 말고는...!

루리아
어라? 잘 보니까 불이 켜져 있네요?

비이
가게 안을 정리하고 있는 거 아냐? 개인 물품 정리라던가.

루리아
저기... 점장님한테 이야기만이라도 들어 보면 어떨까요? 엄청난 인기였던 가게가 폐업하다니, 뭔가 사정이 있을 거예요. 이대로는 카시우스 씨도 개운치 않으실 거고요.

카시우스
...그래. 나도 알고 싶다. 적어도 이유를 듣지 못한다면 제정신으로 있을 자신이 없어.


카시우스는 단장 일행의 의견대로 가게의 문을 두드렸다.

 

 




4-4


카시우스
실례한다.

점장
형씨 아냐... 오랜만에 보는군. 상당히 찌긴 했지만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카시우스와 단장 일행을 맞이한 것은 "멘야 아부라보시"의 점장이었다. 그의 얼굴은 홀쭉했고, 카시우스의 엄청난 체형 변화에도 놀라지 않을 정도로 기력이 쇠진한 상태였다.


점장
이렇게 다시 찾아 주다니 기쁜걸. 형씨가 좋아하던 중독 라멘은 내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카시우스
점장. 무슨 일이 있었지? 내 기억으로 이 가게는 항상 손님이 줄을 설 정도의 인기 점포였다. 폐업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군.

점장
...그 녀석들 때문이야.

카시우스
그 녀석들...?

점장
형씨도 라멘을 좋아한다면 이름 정도는 들어 봤겠지? 라멘 삼총사 말야.

카시우스
!? 라멘을 별의 수로 평가한다는 그...?

점장
그래. 그 녀석들한테 혹독하게 비평당했거든. "라멘에 신선함도 참신함도 없다. 평범 그 자체" 라느니, "가게 내외가 지저분하고 너무나 시대에 뒤떨어졌다" 라느니.

카시우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그 의견에 반론하려고 하던 카시우스의 말이 갑자기 멈췄다.


카시우스
돌이켜보면 내가 다녔던 라멘집은 모두 훌륭했다. 마물 라멘은 신선함 그 자체, 초코 파르페 라멘도 참신했지. 내장이나 외장이라면 그 술집이 훨씬 깔끔했어.

점장
그, 그런 가게들이... 역시 이 가게는 시대에 뒤처진 거야?

카시우스
확실히 라멘 삼총사의 평가는 악의적이라던가 그냥 해본 말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점장
그, 그래... 형씨이 그렇게 말한다면...

카시우스
하지만 중독 라멘의 맛은 진짜다. 중독 라멘의 소박하기에 빛날 수 있는 재료의 맛들, 그리고 간장 베이스 국물의 부드러움. 면의 삶기도 완벽하고, 다른 가게에 결코 밀리지 않아. 평범한 맛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단언한다.

점장
하하, 기쁜걸...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평가해 주다니.

카시우스
본심을 말했을 뿐이다. 나는 다시 한번 그 중독 라멘을 먹고 싶다. 그러니 가게를 열어 다오.

점장
형씨의 열의는 잘 알았어. 나한테는 아까울 정도의 평가야. 하지만...


점장은 완전히 자신감을 잃은 상태라 쉽게 고개를 끄덕여주지 않았다.


카시우스
......

점장, 내가 돕는다면 어떻겠나? 이 가게에는 여러 번 신세졌다. 그 은혜를 갚게 해 줬으면 좋겠다.

점장
형씨, 그렇게까지 내 라멘을...

...형씨의 열의에 졌어. 뭔가 용기가 솟아나는걸. 난 다시 한번 가게를 열고 싶어. 앞으로 잘 부탁해.

카시우스
알겠다.


단장도 카시우스의 의욕에 영향을 받았는지 자신도 돕겠다고 나섰다.


루리아
저도 도울게요!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

비이
나도 그 중독되는 라멘이라는 걸 먹어보고 싶어졌어!

카시우스
훗, 고맙다. 마음껏 부탁하도록 하마. 허나 가게를 다시 일으키려면 무엇부터 해야 좋을지...

루리아
라멘이라고 하면...

비이
그 녀석밖에 없지!

카시우스
뭔가 짚이는 데라도 있나?


단장은 카시우스의 물음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그 사람을 데리러 가기 위해 일단 기공정으로 돌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