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제3화 3성, 바하무트면
The Bahamut Three-Star
아이작
이봐 형제, 여기야 여기!
카시우스는 손을 흔드는 아이작 곁으로 다가갔다.
카시우스
미안하다. 기다렸나?
아이작
아니, 나도 방금 막 도착했어. 그런데 형제, 그...
아이작은 눈을 비비더니 다시 카시우스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아이작
전보다 조금... 통통해졌나? 요새 식생활 어때? 스트레스 쌓인 거 아냐?
카시우스
성장기다. 신체 구성 조직이 증가한 것을 인정하지.
아이작
하하, 성장기구나. 다행이다. 바쁠 때에는 식사도 대충 하게 되고 그렇잖아.
카시우스
그래서, 어디로 데려가 주는 건가?
아이작
응, 바로 가 볼까? 너하고 꼭 가 보고 싶었던 곳이거든.
카시우스와 아이작은 가게로 향하며 가벼운 잡담을 나누었다.
아이작
성장기라고 했었지. 요새 어떤 음식에 열중하고 있는데?
카시우스
라멘이다.
아이작
라멘이라. 좋지, 라멘. 술 한잔 하고 나면 이상하게 먹고 싶어진ㄷ...
카시우스
라멘을 먹고, 디저트를 먹고, 별도의 배를 이용해 디저트 라멘을 먹었다.
아이작
......
아하하... 별도의 배로 디저트 라멘이라고... 형제는 위도 튼튼하구나... 그래도 적당히 먹어.
카시우스
그래.
한참을 걷던 아이작이 문득 어느 가게 앞에 멈춰섰다.
아이작
여기야.
카시우스
술집...? 라멘집이 아닌 건가?
아이작
자세한 얘기는 마시면서 하자고. 자, 들어갈까?
아이작의 뒤를 따라 가게로 들어선 카시우스는 가게 안의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카시우스
그렇군. 차분한 느낌의 인테리어에다 구석구석까지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어.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편안한 분위기로군.
아이작
그치? 이 분위기가 뭔가 마음에 들거든. 조용히 식사하면서 가끔 한 잔 하기에...
시끄러운 여자 목소리
냐하하하하하! 그래서 말이다냐~
시끄러운 남자 목소리
크하하핫! 그거 재미있군!
아이작
아... 이런. 오늘은 시끌벅적하네. 뭐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카시우스
아이작. 이야기를 계속해라.
아이작
아, 응. 그래. 그런데 방금 그 목소리,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아이작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아이작
어라? 저기 있는 건...
3-2
람렛다
오늘은 여기서 마실 거다냐~
레드락
아가씨, 잘 마시는데! 이거 나도 질 수 없겠어!
바자라가
신기하군. 저 작은 몸집의 어디로 술이 사라지는 건지.
유스테스
소란스러워...
아이작
유스테스, 바자라가...?
아이작이 쳐다본 곳에서는 람렛다 일행이 시끄럽게 떠들며 마시고 있었다.
카시우스
다른 두 사람도 본 적이 있다. 단장의 단원들이군.
바자라가
카시우스에 아이작 아닌가. 너희들도 왔나.
아이작
우연이네. 만나서 기쁘다. 그나저나 형제, 오늘은 평소답지 않게 소란스럽네. 무슨 일 있었어?
유스테스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 어째서 나는 이 시끌벅적한 곳에 끌려와 있는 거지?
바자라가
유스테스가 좋아할 만한 가게를 찾아서 들어와 보니 이 두 사람이 먼저 즐기고 있더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유스테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다. 나는 평온과 정적을 원해.
바자라가
훗... 하지만 이제 금방 자리를 떠나려고는 하지 않는군.
유스테스
이봐...
레드락
뭐야, 바자라가네랑 아는 사이야? 같이 마시지!
바자라가
...그렇다는데, 어때?
아이작
기쁜걸. 모처럼이니 같이 마실까. 어때, 형제?
카시우스
나는 상관없다. 친절 함은 받아들여야겠지.
카시우스는 아이작과 함께 일어나 시끌벅적한 무리 속으로 끼어들었다.
람렛다
예이~ 꽃미남이랑 미중년 추가다냐~
카시우스
꽃미, 남...? 그것도 라멘의 일종인가?
아이작
하하, 널 말하는 거야 형제. 자, 건배라도 해 볼까?
카시우스
그래.
아이작은 카시우스에게 잔을 건네준 후 맥주를 벌컥벌컥 따랐다.
카시우스
이 거품 낀 액체는 뭐지? 무언가의 배양액은 아닌 것 같다만.
람렛다
으어!? 술도 모르는 거냥?
카시우스
존재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다. 예전에 오인해서 마신 적도 있지. 허나 이것은 그때의 술과는 다르군. 술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건가?
아이작
듣고 보니... 저쪽은 발효식품과는 연이 없는 문화였었지. 시험삼아 마셔 보면 좋을 거야.
레드락
그럼 오늘은 기념일이구만! 술이 얼마나 좋은데!
바자라가
동료들과 함께 마시는 것 또한 각별하지.
람렛다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현실도 순식간에 잊게 해 주는 마법같은 음료다냐~
카시우스
현실 도피를 부추기며 고양감을 증폭시켜 주는 기호품인가. ...달에는 이런 게 없었다. 과연 흥미롭군.
아이작
하하. 너다운 해석이네. 그렇게 거창한 음료는 아니니까 괜찮아.
카시우스
그럼 바로 마셔보도록 하겠다.
레드락
잠깐! 아직 안주를 안 시켰잖아!
카시우스
안주...?
레드락
곁들여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음식을 말하는 거야. 이게 술의 맛을 더 끌어내 주지. 뭐, 말하자면 파트너 같은 거랄까?
카시우스
그런 것까지 존재하는 건가. 술이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복잡하군. 허나 이 술의 데이터가 없는 이상, 적절한 안주를 선별하기 힘들다.
아이작
맥주에 어울리는 안주라... 쉽지 않네. 내가 너 좋아할 만한 거로 골라줘도 될까?
카시우스
그럼 부탁하마.
아이작이 점원을 불러 주문을 마치자, 잠시 후 몇 개의 작은 접시들이 날라져 왔다.
아이작
꼬치에 끼워져 있는 게 닭꼬치. 이름 그대로 꼬치에 끼워서 구운 닭이야.
레드락
정석 중의 정석이군!
람렛다
여기 이 반짝거리는 핑크색 요리는 뭐냥?
아이작
매수정*, 다른 말로 바다의 수정이라고 하는 모양이야. 상어의 연골을 매실 과육하고 조미료랑 같이 절인 음식이지.
*梅水晶
바자라가
거창하고 세련된 이름이군.
아이작
연골을 수정에 빗댄 센스가 마음에 들더라고. 새콤해서 좀 놀랄 수도 있지만 이게 은근히 중독된다?
카시우스
그럼 이 구운 닭부터 먹어보도록 하지.
우적, 우물우물... 꿀꺽.
...맛있군. 적당이 익혀진 닭과 조미료의 밸런스가 절묘해.
레드락
여기서 술을 시원하게 한 잔 들이켜 봐!
카시우스는 레드락이 권하는 대로 잔에 담긴 맥주를 힘차게 들이켰다.
카시우스
신기한 맛이다. 쓴맛이 나지만 싫지는 않군. 몸이 뜨거워진다.
람렛다
냐하하! 잘 마신다냐!
카시우스
이것은... 나쁘지 않군. 그때처럼 쓰러지지 않고 맛을 즐길 수 있겠어.
아이작
내가 주문한 안주도 먹어볼래?
카시우스
물론이다.
우물, 우물우물... 꿀꺽.
흠, 재미있는 맛이군. 연골의 살짝 딱딱한 식감이 독특해서 왜 중독된다는 건지 알 것 같다.
아이작
하하, 괜찮지? 그걸 알아주다니 기쁜걸.
아이작은 기쁜 듯이 웃으며 카시우스의 잔에 다시 술을 따랐다. 카시우스 또한 안주를 한 입 먹을 때마다 술잔을 기울였다.
카시우스
이것이 여자 모임에서 배운 메이크업이라는 거다.
점점 술에 취해 가던 카시우스는 주섬주섬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람렛다
치, 치사하다냐! 이 근방 최고의 미인이 되어 버렸다냐!
레드락
크하핫! 온 동네 사람들이 결혼해 달라고 줄을 서겠구만!
유스테스
또 이상한 걸 배워왔나... 보나마나 베아트릭스가 저지른 짓이겠지.
카시우스
아니, 전원이다.
유스테스
전원?
카시우스
제타, 베아트릭스, 일자, 그윈. 전원한테 시달렸다.
바자라가
크큭... 인기 폭발이군.
카시우스
인기 폭발이었다.
아이작
...괜찮은 거야? 형제. 상당히 술기운이 돈 모양인데.
카시우스
모르겠다.
아이작
안전계수는 높게 잡아 두는 것이 좋아.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멈추는 것을 추천할게. 자, 물 마셔.
아이작이 강하게 권하는 대로 물을 들이킨 카시우스는 점점 술이 깨는 것을 느꼈다.
카시우스
...머릿속이 명료해지는군.
아이작
잘 돌아왔어, 형제. 처음이면서 너무 마시길래 걱정했다고.
카시우스
일부분의 기억이 애매하다만, 뭔가 민폐라도 끼쳤나?
아이작
하하, 전혀. 형제의 처음 보는 일면을 알게 되어 기뻐.
카시우스
그런가. 그럼 됐다.
술에서 깨어난 카시우스는 처음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렸다.
카시우스
그래, 3성의 평가가 매겨진 라멘. 나는 그것을 먹으러 온 거였다.
레드락
뭐야, 너도 그게 목적이었어? 하지만 안타깝게 됐군.
카시우스
...?
레드락
그 라멘은 단골한테만 판다더라고. 좀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카시우스
그러면 단골이 되겠다. 가게에 자주 들르며 점원이 내 얼굴을 기억하게 하면 되는 거겠지?
레드락
그럼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되겠군. 네가 있으니 술자리가 한층 즐겁던데! 오늘부터 나랑 술 친구 하자고!
람렛다
술친구 결성~ 건배애~
카시우스
술 친구라. 알겠다.
아이작
...형제. 너무 달리지 말고 적당히 마시는 법도 배워둬야 된다?
카시우스의 거침없이 마시던 모습을 돌이켜보며, 아이작은 불안한 예감에 휩싸이는 것이었다.
3-3
다음날.
카시우스
...이 종이에 적힌 방대한 메뉴가 전부 안주인 건가? 흠. 고민되는군.
레드락
전부 다 맛있었으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팍팍 시켜 보라고!
카시우스
그럼.. 전부.
람렛다
냐아!? 진심이냥?
레드락
크하하! 그렇게 나왔나! 괜찮지 않겠어? 만약 다 못 먹으면 내가 대신 전부 먹어치워 주지.
얼마 후, 차례차례 날라져 온 안주 접시가 테이블을 꽉 채웠다. 카시우스는 정신없이 술과 함께 안주를 해치웠고, 빈 접시가 점점 쌓이기 시작했다.
카시우스
전부 맛있군. 이거라면 한없이 먹을 수 있겠어.
람렛다
어, 어떻게 된 위장이냥... 욱... 보고만 있어도 토할 것 같...
레드락
아주 잘 먹는데! 너, 푸드 파이트 소질 있어 보인다?
카시우스
푸드 파이트...?
레드락
간단히 말해 많이 먹기 대회지.
카시우스
섭취량으로 겨루는 건가. 그거라면 베아트릭스와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다. 비합리적이기 짝이 없는 경쟁으로 생각된다만, 기회가 된다면 검토해 보겠다.
카시우스는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술을 마시며 안주를 먹어치웠다.
그 다음날.
카시우스
...술에 어울리는 것은 안주뿐만이 아니라고?
람렛다
술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냐. 드라이한 거, 스위트한 거, 말고도 여러 가지. 특히 스위트한 술은 디저트하고도 잘 맞는다냐! 단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족을 못 쓴다냐~
카시우스
디저트라. 그거라면 얼마 전 "디저트 들어갈 배는 따로 있다"는 걸 배운 참이지. 그것들도 전부 먹어 보겠다.
카시우스는 전날처럼 끊임없이 술을 들이키며 디저트를 먹어치웠다.
그리고 그 다음날.
카시우스
마무리 라멘, 마무리 덮밥이라... 그런 문화가 있나.
레드락
술을 거하게 마시고 나서 마무리로 한 그릇 먹는 거지. 이게 또 그렇게 맛있다니까!
카시우스
그렇게 맛있나. 마무리라는 것도 시험해 보겠다. 마무리용 라멘은 단골용 메뉴가 나온 후에 먹도록 하지. 오늘은 규동으로 마무리다.
그는 마무리라고 말하면서 규동을 몇 그릇이나 먹어치웠다.
그리고 그런 생활이 이어진 지 수십 일이 지났다.
아이작
혀, 형제!? 그 모습은 대체...?
배 안에서 아이작과 마주친 카시우스는 억지로 거울 앞에 끌려갔다. 거기에 비춰진 것은...
놀랍게도 귀여울 정도로 통통해진 모습이었다.
3-4
아이작
아아... 어떻게 된 거람. 설마 이렇게까지 빠져들 줄이야... 그, 어디 안 좋은 데는 없어? 얼굴빛은 좋아 보이는데.
카시우스
뭘 그렇게 걱정하는 거지? 운동은 문제 없이 하고 있다. 전투 퍼포먼스의 저하도 없어. 위의 수용량을 전보다 증가시켰기에 오히려 만족스러울 정도다. 즉 이 신체는 음식을 즐기기 위해 실로 합리적인 체형이라 할 수 있다. 어째서 걱정할 필요가 있는 거지?
아이작
아니... 잠깐, 잠깐만 형제. 아무리 그래도 체중이 너무 급격히 늘어났잖아. 일단 술집은 그만 다니고, 한동안은 예전같은 식생활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
카시우스
그 제안은 받아들이기 힘들군. 단골 메뉴가 제공되기까지는 아직 조금 남았다. 여기서 그만두면 지금까지 소비한 시간이 전부 무용지물이 된다. 오히려 비합리적이라 할 수 있지. 그러니 오늘도 가겠다.
아이작
앗! 형제!
큰일이네... 이걸 어쩌면 좋지. 제어가 전혀 안 되는 모양인데...
카시우스는 평소대로의 멤버들이 모여 있는 술 모임에 참석했다. 그를 쫓아온 아이작도 함께였다.
카시우스
미안하다. 조금 늦었다.
레드락
으하하하하! 이거, 몸집 엄청 커졌는데!
람렛다
냐하하하! 몇 번을 봐도 재미있다냐~
바자라가
흐음... 홀쭉한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만...
유스테스
......
아이작
미안해... 내가 그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고 말았어... 그의 음식에 대한 탐구심을 너무 우습게 본 모양이야.
술집 점원
저기 손님. 대화 중에 잠깐 괜찮을까요? 요즘 매일같이 저희 가게에 들러 주시는 분들이시죠? 사실은 단골 분들한테만 내어 드리는 한정 메뉴가 있는데요...
레드락
오! 드디어 맛보는 건가!
카시우스
그건 3성 라멘을 말하는 건가?
술집 점원
네! 저희 가게가 자랑하는 라멘입니다!
카시우스
그럼 그걸 주문하도록 하지.
술집 점원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술집 점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기 라멘입니다!
테이블에 나온 라멘을 본 일행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카시우스
이게 그 소문의...
술집 점원
마늘 바하무트 야채 많이많이 비계 간장 많이 나왔습니다!
람렛다
어, 엄청 크다냐아아~!
아이작
이게... 라멘이야?
카시우스
드디어 만났군. 최고봉이라는 3성의 맛을 확인해 보도록 하지.
잘 먹겠습니다.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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