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야

...!

쿠비라

후우... 겨우 멈췄네.

 

비카라

쿠비라, 조야를 써서 멀리 있는 섬에 흩어진 번뇌를 끌어모으자.

 

쿠비라

응. 무리시켜서 미안해... 조야, 조금만 더 힘내줄 수 있겠어?

 

조야

......

 

쿠비라

조야, 왜 그래?

 

 

쿠비라가 말을 걸자, 조야는 하늘 전체에 퍼진 번뇌를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고장난 것처럼 진동할 뿐 번뇌는 전혀 모이지 않았다.

 

 

쿠비라

설마 아직도 폭주하고 있는 거야? 어떻게 해야 하지...

 

조이

조야, 곧, 죽어.

 

루리아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조이

기능, 정지한다고, 했어. 이제, 역할, 못 한대. 그러니까, 조이가, 하기로, 했어. 조이가, 조야 역할, 이어받을, 거야.

 

비이

네가 전 하늘의 번뇌를 모으겠다는 거야?

 

조이

응! 그러면, 조야, 슬프지, 않을, 거야. 조이는, 사람에, 대해서도, 번뇌에, 대해서도, 아직, 잘, 몰라... 그치만, 많이, 공부하고, 많이, 노력해서, 역할, 해낼, 거야!

조야

......

 

쿠비라

조이... 후후, 역시 조이는 강하고 착한 아이구나.

 

조이

조이의, 첫, 역할, 지켜봐, 줘!

 

 

 

조이는 그렇게 선언하더니 그릇으로서의 힘을 개방시켰다. 

 

 

비카라

번뇌의 기운이 사라지고 있어!

 

루리아

엄청나요! 조이 군, 힘내...!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조이는 지금까지 조야가 해 오던 역할을 멋지게 해냈다.

 

 

조이

번뇌, 다, 모았어!

비이

대단한데! 이걸로 다 해결된 거네!

 

조야

...!

......

 

조이

어, 조야!

조야...? 조야, 조야?

 

 

조야는 숨이 끊어진 듯이 침묵하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이는 조야가 마지막으로 한 말을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내 희망을 네게 맡기마. 고맙다, 작은 친구.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아"

 

 

 

 

조이

으, 으으... 알았어, 조이, 열심히, 할게... 새해 복, 많이 받아... 떠나는, 거구나. 조야. 조야...

 

 

누군가의 죽음을 처음으로 맞이한 조이는 그 슬픔에 목이 메는 듯했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조야 옆으로 가서 몸을 기댔다.

 

 

쿠비라

조이...

...우리 같이 잘 가라고 안녕 해 주자. 조야가 외롭지 않게.

 

조이

으, 응... 조이, 잘 가라고, 안녕, 잘 할, 거야...

 

 

쿠비라는 조이와 함께 눈을 감고 조야가 편히 잠들기를 빌었다.

 

 

비카라

......

 

 

다른 일행들도 조이와 쿠비라 곁에 모여들어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빌었다. 조야의 괴로움을 눈치채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 그리고 지금까지의 감사를 담아...

 

그렇게 밤이 지나고, 하늘의 세계는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비카라

역시 이 소리를 들으면 신년이 왔다는 실감이 난다니까.

 

마키라

후후, 그러게.

 

 

해가 뜰 무렵, 비카라와 마키라는 사당이 있는 섬의 마을에서 코타츠 안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마키라

그나저나... 설마 조이 군이 완벽히 조야의 역할을 이어받을 줄은 몰랐어요.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다니 예상 밖이네요. 아직 저도 미숙하군요.

 

 

심상치 않은 양의 번뇌를 감지한 마키라는 아니라 일행에게 연락한 후 안개가 발생한 섬으로 향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출발하기 직전에 모든 것이 마무리된 덕분에 단장 일행이 돌아올 때까지 사당이 있는 섬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키라

역할을 이어받은 거라면, 조이 군은 이 하늘의 세계를 떠날 수 없겠네요.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조이 군하고 우주?라는 곳에 가 보고 싶었는데...

 

 

마키라는 코타츠 위에서 턱을 괸 채로 저 머나먼 우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비카라

어! 다들 어서 와!

 

쿠비라

응, 지금 왔어. 조야 타종 행사도 잘 끝났어.

 

조이

조야, 아니고, 조이, 타종 행사야!

쿠비라

후후, 그러게.

 

루리아

조이 군, 타종 내내 어른스럽게 정말 잘 있었어요!

조이

조이, 땡, 하는 거, 좋아!

쿠비라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이걸로 내 올해 역할도 끝이네.

 

비카라

수고했어, 쿠비라! 이제부터는 내가 힘낼게!

조이

마키라, 조이, 잘, 만들어, 줘서, 고마워!

마키라

만든 상대에게 인사를 받는 건 처음이야. ...기쁘다.

 

비이

그러고 보니까 말야, 조이는 조야랑 같은 구조라고 했지?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 조야처럼 폭주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는 거 아냐?

 

마키라

그 점에 대해서 대책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에요. 여러분이 기능을 정지한 조야를 데려와 주셨으니, 조야를 연구해서 소모가 심한 파트를 분석해 나간다면 조이 군에게도 제대로 된 정비를 해 줄 수 있을 거예요.

 

루리아

다행이네요. 너무 심해지기 전에 고칠 수 있다면 폭주하지 않고 끝나겠어요!

 

유이시스

다들 여기 있었구나.

 

비이

어? 아직 안 가봐도 돼?

 

유이시스

정기편 시간까지 여유가 좀 있어서 근처에서 산책하던 중이었어. 그랬더니 목소리가 들리길래.

 

조이

유이시스, 어디, 가는 거야? 멀리, 가...?

 

유이시스

아니, 얼마 전에 장례식이 엉망진창이 됐짢아. 다시 제대로 식을 올리려고 하거든. 보내주고 나면 금방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안심해.

 

조이

그렇구나! 조이, 기다릴게!

유이시스

그러고 보니, 너 다시 종 모양으로 돌아갔네. 

 

조이

응! 이게! 원래, 조이야. 인간, 모습은, 열심히, 하는, 조이!

유이시스

...그렇구나. 모습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는 거네.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그 변형이라는 거 처음부터 설계에 포함되어 있었던 거야? 아니면 혼자서 만들어낸 거야?

 

조이

몰라. 조이는, 조야를, 따라한 것, 뿐이야.

 

유이시스

그렇구나... 내 칼에도 신기한 힘이 잠들어 있다느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거든. 네가 결심함으로써 모습을 바꾸는 것처럼 내 칼도 언젠가 갑자기 눈을 뜨고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유이시스는 애용하는 칼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조이

힘이, 눈을, 뜬다고?

 

유이시스

그래... 그건 그렇고,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넌 훌륭히 네가 해야 할 일을 해냈고, 모두가 인정할 만큼 멋지게 성장했어. 번뇌 모으는 역할 앞으로도 열심히 해.

 

조이

에헤헤, 칭찬받았어! 조이, 열심히, 할 거야!

촌장

여러분, 새해 아침식사 준비 다 됐습니다. 사소한 마음에 불과합니다만 받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루리아

우와~ 새해 아침식사! 감사합니다!

 

비이

나도 배 고프다. 빨리 가자!

유이시스

난 슬슬 실례할게. 다들 맛있게 먹어.

 

비카라

마키라랑 쿠비라도 올 거지?

 

마키라

그럼요. 뭐가 나올지 기대되네요.

 

쿠비라

조이도 같이 가자. 신년운을 가져다주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같은 거 해 줄게.

 

조이

그래도, 돼? 조이, 갈래!

 

일행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방을 나섰다. 매년 돌아오는 한 해의 시작일 뿐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뭔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그 기쁨을 곱씹으며 환하게 웃었다.

 

조야가 지금까지 지켜온 시간은 이제부터 조이가 지켜 갈 미래이기도 했다. 작은 종은 그 어깨에 커다란 희망을 짊어지고, 앞으로도 넓은 하늘 위로 당당하게 그 종소리를 울려나갈 것이다.

 

 

 

 

제야의 끝에서 울리는 종소리

-완결

 

 


 

엔딩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