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제4화 번뇌와 인간의 마음

Mortal Foibles

 

 


 

 

탐욕의 라이조

좋았어! 인정하지. 내가 졌어! 완패야!

비이

실컷 졌다고 말하면서 하나도 안 분해 보이네.

 

유이시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겠죠.

 

탐욕의 라이조

아니? 내 목적은 처음부터 하나뿐인걸? 이히히히히... 그나저나 가까이서 보니까 더 떨리는걸. 전술에 맞춰 변형되며 자유자재로 기술을 뿜어내다니... 그 남자가 말한 대로야.

 

유이시스

그 남자라고요...?

 

탐욕의 라이조

댁도 잘 알고 있는 남자일 텐데? 옛날에는 디토리아파에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지.

 

루리아

유이시스 씨, 설마 그 남자라는 게...

 

유이시스

녀석은 어디 있죠? 지금 당장 대답하세요.

 

탐욕의 라이조

그러게... 가르쳐 줘도 상관은 없는데 공짜로는 좀? 아, 거래하면 어떨까? 난 놈의 정보를 넘겨주고, 댁은 그 대가로 무기를 나한테 넘겨주는 거지. 어때? 괜찮은 거래 아냐?

 

유이시스

거절합니다. 녀석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 무기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텐데요?

 

탐욕의 라이조

알다마다. 디토리아파 보스라는 증거라며?

 

유이시스

그럼 처음부터 제가 거래에 응하지 않으리라는 사실도 알고 계셨을 텐데요.

 

탐욕의 라이조

그러시겠지. 근데 난 공평한 거래는 안 하는 게 모토거든.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으면 그만이야!

유이시스

말이 안 통하는군요. 당신은 방금 저희에게 패배했습니다.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면 힘으로라도 불게 만들어 드리죠.

부하 2

보스! 준비 끝났슴다!

탐욕의 라이조

이히히히... 슬슬 됐을 줄 알았지.

 

 

부하가 신호를 보내자 그들이 있던 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루리아

바닥이 열리고 있어요!

비이

떨어지면 큰일날 테니까 도망치자!

 


 

 

4-2

 

 

비카라

어, 천장이 열리고 있어...!

 

같은 시각, 비카라와 조이가 있는 방의 천장이 열리며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기술자 1

여엉차.

 

 

방에 있던 기술자가 레버를 조작하자 조야가 실려 있는 받침대가 수직으로 상승하며 종을 천장 바깥으로 밀어냈다.

 

 

조이

아, 조야!?

 

비카라

잠깐! 아직 저 기술자가 여기 있어. 내가 신호할 때까지는 숨어 있자!

 

조이

조야...

 

 


 

 

쿠비라

어, 조야!?

 

탐욕의 라이조

오호? 언니, 잘 아네. 맞아. 이건 조야야. 심지어 보통 조야가 아니지. 내가 정성들여 개조한 덕분에 조야 캐논이 됐어!

조야

...!

 

남자는 조야를 기동시키더니 날아오르기 시작한 조야의 종 모양 윗부분에 신난다는 듯이 뛰어올랐다.

 

 

 

 

탐욕의 라이조

이 참신한 활용법 어때?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와?

 

비이

아니... 이상한 거 위에 올라타는 건 새우튀김 탄 누님 때문에 이미 익숙한걸...

 

쿠비라

조야를 돌려줘! 지금 조야는 정말 위험한 상태란 말이야!

탐욕의 라이조

재미없는 언니구만. 뭐, 보고 있기나 하셔.

 

 

남자는 그렇게 말한 후 조야의 바닥으로 유이시스 쪽으로 조준했다.

 

 

유이시스

...!

탐욕의 라이조

이히히히... 일단 번뇌 모드로 시험사격 한번 해 볼까!

 

 

 

유이시스

크윽! 머리 속으로 뭔가가, 흘러들어와...

 

쿠비라

큰일이야! 이 정도 농도의 번뇌를 맞는 건 위험해!

루리아

으으... 유이시스 씨 주변에 흐르는 번뇌 농도도 엄청나요!

탐욕의 라이조

이히히히히힉! 자,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지시지! 분노하고! 미쳐 날뛰고! 죽이는 거야! 눈 앞에 벨 만한 것들이 잔뜩 있잖아?

 

유이시스

으, 으으윽...

 

비이

살벌한 누님, 정신차려!


탐욕의 라이조

이히히히힉! 그 누구도 번뇌 앞에선 저항할 수 없어. 욕망은 본능 속에 새겨져 있는 거니까. 난 그런 번뇌를 제어하고, 조야를 제어해서 이 하늘을 다 집어삼킬 남자... 그게 바로 이 몸의 욕망이지땡!

비이

뭐야! 이미 번뇌에 조종당하고 있는 상태잖아!

탐욕의 라이조

그렇지 뭐. 원래는 공주님한테 무기를 뺏은 후에 조야의 위력을 시험해 보려고 했는데 말야... 번뇌에 휘말려서 다 죽여버린 후에 그 사실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하면 그 때 무기를 가져오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어? 뎅~ 이히히히힛! 난 역시 너무 천재라니까. 때앵~

유이시스

난... 번뇌같은 거엔... 안...

 

탐욕의 라이조

오홍~ 의외로 의지가 튼튼하시네. 하지만 언제까지 버티시려나땡? 동료들끼리 신나게 치고박고 죽인 다음에 그 빚을 갚기 위해서 자살이나 하셔. 땡~

비이

젠장... 거기 서!

 

남자는 킬킬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조야를 타고 건물 밖으로 날아올랐다.

 

 


 

 

4-3

 

 

유이시스

으으... 으...

 

루리아

유이시스 씨!

쿠비라

루리아쨩, 가까이 가면 안 돼! 지금의 유이시스 씨는 강한 "진"에 사로잡혀 있어!

 

비이

"진"이라는 건 강한 분노를 말하는 거지? 복수하길 원하는 누님한테는 가장 안 좋은 번뇌겠는데?

 

유이시스

보스... 부탁이야. 너무 늦기 전에 날 죽여줘!

 

[그럴 수는 없어!]

 

 

유이시스

약한 소리 할 때가 아냐! 지금의 나라면 보스까지 죽여버릴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 녀석의 얼굴이 자꾸 머리 속에 떠올라... 생각하기 싫은데, 이 마음을 억누르기가 너무 힘들어... 몸이... 말을 안 들어. 현기증도 나고...

 

유이시스는 전 하늘에서 모여든 고농도의 "진"을 상대로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깊은 증오가 "진"에 의해 증폭되면서 점점 그 충동을 제어하기 힘들어지는 상태였다.

 

 

[정신 차려! 버티는 거야!]

 

 

유이시스

으으으... 아아아아아아!

 

단장은 유이시스가 착란상태에 빠져 휘두른 검을 겨우 막아냈다.

 

 

쿠비라

이 사이에 내가 유이시스 씨한테서 번뇌를 몰아낼게! 잠시만 그대로... 으아!

 

단장과 힘겨루기중이던 유이시스의 무기가 어느 새 빠져나와 쿠비라 곁을 스쳐지나가며 베었다.

 

 

유이시스

으, 으으... 차라리 도망치기라도 해. 부탁이야...

 

쿠비라

큭... 번뇌를 몰아내려면 접근해야 하는데...

 

비카라

누가 소리를 지르던데, 다들 괜찮아?

 

 

그때였다. 아래층에 있던 비카라가 조이를 타고 날아올라왔다.

 

 

루리아

아, 비카라쨩이랑 조이 군! 무사하셨군요!

조이

이상한, 느낌, 들어. 혹시, 이게, 번뇌야?

 

비카라

그렇군. 대충 상황은 파악했어. 쿠비라, 나랑 힘을 합쳐서 유이시스의 번뇌를 몰아내자!

쿠비라

응, 둘이 같이 하면 어떻게든 될 거야. 타이밍은 비카라쨩한테 맡길게!

비카라

미안하지만 단장은 유이시스의 주의를 끌어 줘. 그 사이에 나랑 쿠비라가 번뇌를 몰아낼게!

 

[알았어!]

 

 

 

 

단장과 비카라, 쿠비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유이시스 앞에 나섰다. 

 

 

[전투]

 

 


 

 

4-4

 

 

비카라

쿠비라, 지금이야!

쿠비라

응!

유이시스

......

 

쿠비라

후우... 다행이야. 겨우 "진"이 빠져나간 모양이네.

 

루리아

유이시스 씨, 괜찮으세요?

 

유이시스

응... 분노가 갑자기 빠져나가는 바람에 힘이 좀 빠졌을 뿐이야.

 

 

[원래대로 돌아와서 다행이네]

 

 

유이시스

보스... 정말 미안해. 아까 보스한테 덤볐던 죄는 이 배를 갈라서 갚을게.

 

루리아

하와와! 배에 칼 찌르려고 하지 마세요! 유이시스 씨!

비이

하아... 생각하는 방식이 진짜 살벌한 누님이라니까... 이 녀석 얼굴을 잘 보란 말이야. 유이시스가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진짜로 안심한 표정이잖아.

 

루리아

그리고 유이시스 씨한테는 지금까지 힘든 일도, 용서하기 힘든 일도 많았을 텐데 그렇게 강한 번뇌에도 굴하지 않고 저희 걱정까지 해 주시다니. 정말 대단한 거예요.

 

 

단장은 자신도 의심하는 번뇌 "의"에 사로잡혀서, 비이가 가짜라고 믿은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유이시스

보스도 그런 적이 있었어?

 

비이

그렇다니까. 그 땐 진짜 무슨 일 생기는 줄 알았어. 번뇌에 조종당하면 그렇게 평소엔 절대 안 할 짓을 하게 되는 거야. 

 

루리아

그러니까 유이시스 씨도 자책하실 필요 없어요. 그렇죠?

 

유이시스

보스... 비이 씨, 루리아 씨... 용서해 줘서 고마워. 다음부터는 번뇌를 조심해야겠어.

 

 

유이시스는 안도한 듯한 표정으로 무기를 내려놓았다.

 

 

조이

번뇌, 무서워...

 

쿠비라

그렇지? 너무 강한 번뇌는 사람한테 나쁜 영향을 주니까. 그치만 적당한 양의 번뇌는 소망이나 희망이 되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도 해.

 

비카라

그래서 조야는 전 하늘의 사람들에게서 흘러넘친 번뇌를 모으고 있는 거야. 그게 조야의 역할이니까.

 

조이

조야의, 역할?

 

비카라

악, 조이 군! 번뇌가 모여들고 있잖아!

쿠비라

유이시스 씨한테서 몰아낸 번뇌가 전부 조이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 어떻게 된 거지?

 

 

 

 

조이

조이, 어떻게 되는 거야? 번뇌, 무서워. 너무 무서워!

어라?

 

비카라

말도 안 돼... 번뇌를 흡수해 버렸어. 조이 군, 괜찮아?

 

조이

조이, 괜찮아!

쿠비라

으음... 몸이 기계라서 번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거 아닐까?

 

조이

조이, 운세, 대길이야. 그래서, 번뇌, 괜찮았던, 거야!

쿠비라

후후,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치만 조금이라도 이상한 게 느껴지면 꼭 말해줘야 된다.

 

유이시스

!? 이게 무슨 소리지?

 

비카라

번뇌의 기운이 불어나고 있어... 아까 그 사람이 조야를 가지고 마을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루리아

빨리 가 봐요! 마을 분들이 위험해요!

 

일행은 왔던 길을 되짚어서 아지트 밖으로 나갔다.

 

 


 

제4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