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제5화 조야와 조이

The Joya and Joy

 


 

 

마을 주민 4

아까부터 나한테만 이거 치우게 시키고 있잖아땡! 너도 좀 옮기지 그래땡!

마을 주민 3

시끄러워땡! 너야말로 좀 더 착착 치우란 말이야땡!

비이

아, 큰일났다! 마을 녀석들이 다 땡땡거리면서 싸우고 있어!

조이

번뇌, 잔뜩 있어. 큰일이야! 큰일이야!

 

서둘러 아지트에서 돌아오자, 마을에는 엄청난 번뇌가 퍼져 있었고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이 소동을 일으킨 원흉인 남자는 마을 하늘을 유유히 날며 땅 위에까지 들리도록 웃어제끼고 있었다.

 

 

탐욕의 라이조

이히히히히히힉! 최고다땡! 예상을 뛰어넘는데땡!

조야

대앵.... 댕....

 

 

조야에 탄 남자는 번뇌가 이끄는 대로 마을 여기저기에 기분나쁜 빛을 내뿜는 탄환을 쏘아댔다. 고농도의 번뇌가 빚어낸 고열의 탄환은 건물들을 산산조각내고, 보도를 박살내기도 모자라 근처에 있던 산마저도 날려보냈다.

 

 

유이시스

엄청난 위력이야. 장례식 때 쏘았던 거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야.

 

비이

무기 만드는 기술은 패션 센스보다 훨씬 뛰어난 모양이네.

 

비카라

저걸 쏠 때마다 번뇌도 그 근처에 흩뿌려지고 있어. 저 사람을 막지 않으면 아무리 우리가 번뇌를 몰아내도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야!

루리아

그치만 저렇게 높은 곳에 있는에 어떻게 올라가죠...

 

탐욕의 라이조

이히히히히! 더! 더 신나게 쏘아버리는 거야땡! 자, 받아라! 받아! 에잇! 땡~

부하 1

으악!? 뭐, 뭐지?

 

부하 2

아지트가 무너진다! 다 밖으로 나가! 빨리!

 


 

 

탐욕의 라이조

때애애앵~? 내 소중한 아지트가 무너지고 있잖아땡! 누구야? 누가 내 아지트를 부순 거야땡?

비이

니가 했잖아!

탐욕의 라이조

뭐라고 이 도마뱀아? 진짜 열받네땡!

비이

히익!

 

비이의 바른 말을 듣고 화가 난 남자는 비이를 향해 조준했다.

 

 

유이시스

내가 저 녀석의 공격을 유인하겠어! 보스는 루리아 씨랑 비이 씨를 데리고 먼저 도망쳐.

 

루리아

말도 안 돼요! 산까지 날려버리는 공격을 어떻게 받으시려고요!

조야

때앵... 때애앵...

 

조이

조야... 네, 역할은, 번뇌를, 모으는 것. 모든,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것. 어떻게 해야, 원래대로, 돌아와? 조야, 가르쳐 줘! 부탁이야!

유이시스

보스! 빨리 도망쳐!

루리아

그럴 수는 없어요! 유이시스 씨만 두고 도망치라니요!

조이

조야, 너는, 아까, "구해 줘", 라고, 했어. 조이, 조야를, 구할 거야! 이제, 보고만, 있는 거, 싫어!

탐욕의 라이조

이걸로 끝이다땡! 먹어라아아아!

쿠비라

조이!!!

 

 


 

 

5-2

 

 

 

조이

우우우...!

 

조이는 무모하게도 조야가 쏘아낸 고열의 탄환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내려고 했다.

 

 

조이

때~앵!?

 

쿠비라

조이! 조이!! 괜찮아?

 

조이

때, 앵...

아, 조이, 괜찮아! 완전, 건강!

루리아

네?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조이

안, 다쳤어! 조이, 모두를, 지켰어!

 

쿠비라

조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탐욕의 라이조

뭐야? 한 발 더 먹여주마땡!

조이

땡!! 조이! 아무렇지도, 않음!

비이

이거 놀랐는데... 조이 녀석, 어떻게 저걸 막아내지?

 

쿠비라

조이가 저걸 받아낸 순간, 탄환이 휘감고 있던 번뇌의 기운이 급속하게 약해졌어. 어쩌면 몸 안에 번뇌를 흡수해서 탄환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거 아닐까?

 

비카라

그렇구나! 작긴 하지만 조야랑 같은 구조니까... 조이 군도 번뇌를 모으는 그릇으로서의 힘을 가진 거야!

쿠비라

아까 조이가 번뇌를 흡수할 수 있었던 것도 그 힘이 있었기 때문이구나...!

탐욕의 라이조

에잇! 죽어! 죽어! 죽어라땡!

조이

아직, 끄떡, 없음! 때애앵!

루리아

그치만 아직은 괜찮다고 해도 계속 조이가 우릴 지키게 놔둘 수는 없어요!

 

쿠비라

뭔가 방법이 있을 텐데...

그래! 조이, 탄을 막아낼 수 있다면 그걸 되쏘아낼 수는 없을까?

조이

번뇌를, 되쏘아낸다고? ...해 볼게!

 

때애애앵!

 

조야

때애애앵...

 

때애애앵...

 

탐욕의 라이조

내 작열탄을 되받아쳤단 말이야? 너 이 자식, 까불지 마! 이렇게 된 거 최대출력으로 간다. 이거나 맞고 터져라땡!

조이

간다!

탐욕의 라이조

아~~~이 건방진 자식! 그럼 나도 되받아쳐 주마땡!

조야

땡~!

조이

흥! 땡!

탐욕의 라이조

나도 흥이다땡!

조야

때애앵!

조이

대애앵!

 

조야

때애애애앵!

조이

때애애애앵!

 

탐욕의 라이조

때애애애앵!? 제어장치가 벗겨졌어!뭐야, 이 자식 변신했잖아땡? 으아아아!

조야

때애애애애앵!

 

때애애애애앵!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장치가 풀린 순간, 조야는 마치 눈을 뜬 것처럼 모습을 바꾸더니 분노에 찬 종소리를 울렸다. 그 몸에서 시커멓게 피어오르는 연기는 곧 검은 안개가 되어 해질녘의 하늘 위에 퍼졌다.

 

 

비카라

설마 저게 다 번뇌야? 이런 건 처음 봤어!

조야

......

 

조이

때애앵!

 

루리아

아! 조이 군이 안개 속에 갇혔어요!

비카라

그건 안 돼! 조이 군!! 조야!!

 

갑자기 피어오른 검은 안개가 주변을 집어삼키기 시작하자, 상공에 있던 조야와 조이도 그 사이로 사라졌다. 이윽고 검은 안개는 만족했다는 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쿠비라

안 돼... 조이...

 

 

일행이 망연하게 그것을 쳐다보고 있을 때, 유이시스는 조야에서 떨어진 남자를 재빠르게 붙잡아서 묶었다.

 

 

탐욕의 라이조

아야야야야! 팔 비틀지 마라땡!

유이시스

쿠비라 씨, 비카라 씨. 이 남자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번뇌 좀 몰아내 줄래?

 

비카라

알았어. 마을 사람들에게서도 몰아내야겠네.

 

쿠비라

이 정도 규모라면 결계를 만드는 게 빠르겠어. 비카라쨩, 빠르게 끝내자.

 

 

쿠비라와 비카라는 각자 떨어진 장소에 서서 호흡을 맞추며 주술을 펼쳤다.

 

 

쿠비라

북북서의 수호신, 쿠비라!

비카라

북의 수호신, 비카라!

 

쿠비라, 비카라

간다!

 

두 사람이 펼친 결계는 마을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던 번뇌를 순식간에 몰아냈다.

 

 

루리아

대폭주 때도 아닐라 씨랑 다른 분들이 쓰는 걸 보긴 했는데, 역시 결계의 효과는 대단하군요.

 

비카라

마을 안은 이걸로 됐어. 그치만 마을 밖에도 번뇌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쿠비라

단장, 우린 번뇌에 사로잡힌 사람이 더 없나 확인해 볼게. 

 

 

단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둘은 서둘러 마을 밖으로 뛰쳐나갔다.

 

 


 

 

5-3

 

 

조이

으아!


안 멈춰. 안 멈춰. 조이, 어디까지, 가는, 거야?

 

 

조이는 조야가 뿜어낸 번뇌가 만들어낸 검은 공간 안을 나아가고 있었다. 그 공간은 고농도의 번뇌로 구성되어 있는 듯, 번뇌의 압력 때문에 찌부러질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이

모르는, 사람! 조이, 무서워. 너무 무서워!

 

쿠비라! 어라? 쿠비라, 아냐?

 

 

 

조이 주변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들의 그림자가 모여들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녀들은 조이가 아는 동료들이 아니었다.

 

 

쿠비라를 닮은 그림자 

완성된 것 같아. 이름은 뭐라고 할까?

 

마키라를 닮은 그림자

"조야"라고 짓는 건 어떨까요? 일 년의 마지막날 밤을 뜻하는 단어예요.

 

쿠비라를 닮은 그림자 

조야라... 응, 그거 좋은 것 같아!

조이

조이는, 조야, 아니야. 다른 종이야.

 

마키라를 닮은 그림자

조야가 있으면 멀어서 우리 신사까지 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번뇌도 물리쳐 줄 수 있을 거예요.

 

쿠비라를 닮은 그림자 

조야는 우리 십이신장의 새로운 희망... 소중한 동료야.

 

조이

안 들려? 둘 다, 조이, 안 보여?

 

???

그 옛날, 나는 사람들의 희망이었다...

 

조이

누구야?!

 

???

하늘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서 넘쳐흐른 번뇌... 십이신장만으로는 물리치지 못하는 그것을 모으는 일이 내 역할이었지. 나는 그 옛날, 사람들이 번영하기를 바란 12명의 수호신에 의해 만들어졌다.

 

조이

혹시, 조야? 조이 옆에, 있어?

 

 

한없이 퍼져나가는 검은 공간이 목소리 아닌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기운을 느낀 조이는 직감으로 그 목소리의 주인이 조야의 사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조야의 사념

많은 사람들이 내게 감사했다. 하늘의 세계의 번뇌는 균형잡힌 상태였고, 흘러넘친 번뇌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줄어들었다. 십이신장들이 바라던 대로, 마음의 안녕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은 계속해서 번영해나갔다. 나는 만족했다. 짙은 구름 속 사당에서, 나는 내 역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쿠비라를 닮은 그림자 

새해 복 많이 받아, 조야. 올해는 내 차례야. 잘 부탁해.

 

조야의 사념

"새해 복 많이 받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올해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이

그래. 조야도, 모두를, 좋아했구나.

 

조야의 사념

그러나 사람들이 번영함에 따라 모여드는 번뇌의 양도 늘었다. 그 때부터 내 몸에 이상이 일어났다. 번뇌를 다 수용하지 못하고 폭주한 것이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생긴건지 알 수 없었다. 폭주는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나는 사당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을 분하게 여겼다. 폭주, 그리고 후회가 반복되는 나날이었다. 과도한 부담이 걸린 내 몸은 더 이상해졌다.

 

그리고 대폭주가 일어났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나는 번뇌에 휩쓸려 자아를 잊고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없었던 엄청난 혼란을 안겨주고 말았다. 

 

조이

조야...

 

조야의 사념

하지만 바지라가 담당이었던 해에는 나도 별 일 없이 역할을 수행해낼 수 있었다. 올해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병기로 개조되어 내가 지켜줘야 될 사람들을 위협하고 말았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가. 내게 맡겨진 희망은...

 

 

마치 조야의 깊은 슬픔을 드러내듯, 번뇌로 가득한 공간은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조이는 강물 위에 떠오른 나뭇가지처럼 그 사이를 흘러가며 잠자코 조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5-4

 

 

조이가 안개 속에서 조야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때였다. 쿠비라와 비카라는 섬에 남은 범뇌를 싹 몰아낸 후 단장 일행 곁으로 돌아왔다.

 

 

쿠비라

(어느 새 해가 완전히 졌네... 원래는 오늘 밤에 타종식을 거행할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이 상태에선 무리겠어...)

 

탐욕의 라이조

흑흑... 내 조야가 사라져 버렸어...

 

 

조야를 가지고 소동을 일으킨 남자는 유이시스에게 손발을 묶인 후 길 위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번뇌도 사라지고, 비장의 카드였던 조야를 잃은 남자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이 얌전했다.

 

 

비카라

마을 밖은 이제 괜찮아. 안심해, 단장!

탐욕의 라이조

하아... 설마 언니들이 십이신장이었을 줄이야. 완전 계산 착오였어. 그걸 알았으면 공주님을 그렇게 두고 떠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야.

 

유이시스

당신의 방심이 불러일으킨 결과입니다. 자, 슬슬 사실을 부시죠.

 

탐욕의 라이조

디토리아파를 배신했다는 그 남자 얘기 말야?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잘 몰라. 난 보는 것처럼 신기한 무기나 병기를 개조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이거든. 댁을 붙잡으면 그 무기를 마음대로 개조해도 된다고 얘기하길래, 들은 정보대로 댁을 찾고 있었을 뿐이야.

 

그런데 마침 가까이에서 그 조직 장례식이 열린다잖아. 그리고 마침 댁이 왔길래 덮쳤지. 옛날 간부라는 사람이 이 섬에 살고 있었던 건 아마도 우연은 아닐 거야. 전에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찾아왔었거든. 나한테 그 배신자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고 했던 거 아닐까?

 

유이시스

...정말 그것뿐인가요?

 

탐욕의 라이조

나도 한 조직의 보스라고.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는 이해하고 있어. 그러니 더는 거짓말할 이유도 없다니까. 조야도 없고, 내가 자랑하던 아지트도 없어졌고, 그 무기도 얻지 못했잖아. 굳이 거짓말해 가면서 지킬 게 있다면 내 귀여운 조직원들 뿐이겠지. 

 

루리아

저기, 유이시스 씨... 아마 이 사람은 정말로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 거예요.

 

유이시스

그래 보이네.

 

당신이 그 녀석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면, 더 이상 들을 이야기는 없습니다. 내 소중한 사람의 장례식을 엉망으로 만들고, 거기 참석했던 조직원들까지 상처입힌 빚은, 지금 여기서 갚아 주겠지만요!

 

비이

뭐, 뭐야!?

 

 

갑자기 하늘이 으르렁거리더니 낮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는 하늘 위의 검은 안개에서 나오고 있었고, 밤하늘 속으로 안개가 점점 퍼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쿠비라

번뇌의 기운이 커지고 있어... 다들 조심해!

 

일행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고 그 모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엄청난 대사건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단장은 침을 꿀꺽 삼키며 시커먼 안개를 계속해서 노려보았다.

 

 


 

제5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