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제2화 공허한 저주

Cursed by Nothingness

 

 


 

 

코우

으... 아...

 

소시에

코우 군! 아아... 다행이야... 훌쩍...

 

유엘

하아... 너무 늦게까지 자는 거 아냐? 누나들이 얼마나 걱정했는데...

 

아무튼 다행이야, 코우...

 

코우

소시에 씨... 유엘 씨...

 

 

[잘 잤어? 코우]

 

 

코우

단장님...? 아, 안녕하세요. 

 

어? 왜 단장님이 계시죠? 여긴 어디고요...?

 

비이

뭐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지. 기절한 널 소시에가 울고불고 하면서 들쳐업고 왔으니.

 

코우

소시에 씨가... 아, 그랬군요. 그 때 정신을 잃었었나 보네요.

 

비이

오랜만에 다시 보는 모습이 이렇게 엉망진창에다 기절한 상태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지만 말야.

 

루리아

그래도 의식이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코우

여러분이 절 구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비이

우리가 의뢰 때문에 자리를 비운 동안에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났었던 모양인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너 누구한테 그렇게 당했어?

 

코우

그게...

 

 

코우는 설명을 시작했다. 계승자들이 습격당하고 신기, 춤, 그리고 구미호의 불까지 빼앗기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 사건의 범인이 유엘과 소시에를 노리고 있다는 것, 그래서 급히 단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는 것.  그리고 마을에 도착하기 직전에 사건의 범인, 자칭 요우라는 소녀에게 습격당한 것에 대해 전부.

 

 

유엘

그랬구나. 코우, 우릴 걱정해서 와 줬던 거구나. 아하하, 이 귀여운 녀석, 간질간질~

 

소시에

후후후, 역시 착한 아이구나. 고마워, 코우 군. 쓰담쓰담...

 

코우

가, 간지러워요...

 

비이

으음... 지금 들은 이야기대로라면 요우라는 녀석은 네 신기하고 춤, 그리고 구미호의 불을 빼앗으려고 했던 거야?

 

코우

아마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루리아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코우

습격당한 계승자들은 모두 예외 없이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졌죠. 그래도 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요우는 저에게만은 분명한 살의를 가지고 달려들었어요. 그 증거로 신기나 구미호의 불을 빼앗으려는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죠.

 

이건 어디까지나 예상에 불과하지만, 처음에 녀석은 유엘 씨와 소시에 씨를 노리고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 마을로 향하는 도중에 우연히 저와 마주쳤고... 그래서 저를 죽이려고 한 게 아닐까 싶어요.

 

비이

으음... 뭐가 뭔지 이해 안되기 시작했어... 결국 그 녀석 목적은 뭔데? 계승자의 힘? 아니면 널 죽이는 것?

 

코우

거기까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유엘

그런데 걘 왜 코우를 죽이려고 하는 건데? 그러고 보니 너한테 "악당"이라고 했었지.

 

소시에

이렇게 착한 아이가 악당일 리가 없는데... 그건 대체 무슨 뜻일까.

 

코우

...모르겠어요. 그 아이, 요우하고는 그때 처음 만난 거라서요.

 

루리아

보통 처음 본 사람한테 악당이라고 하나요?

 

코우

그 부분 말인데, 요우는 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어요.

 

비이

뭐라고? 혹시 네가 잊었을 뿐이고 어디서 만난 적 있는 거 아냐? 요우라는 녀석도 계승자잖아? 그럼 어디서 모였을 지도 모르고. 진짜로 짚이는 데 없어?

 

코우

전혀요... 애초에 그 아이가 어떤 왕가의 계승자인지도 몰라요. 보통 생긴 것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아마도 어떤 수단으로 빼앗은 다른 계승자들의 힘이 방해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소시에

다른 계승자들의 힘을 흡수하는 왕가는 없는 거야?

 

코우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 없어요...

 

유엘

으으음? 그럼 요우는 뭔데? 결국 아무 것도 모르는 거잖아!

 

코우

으음...

 

 


 

 

[회상]

 

 

요우

하지 마! 내 앞에서 그 춤 추지 말라고!! 그 춤은 내 거야! 추지 말란 말이야!

 

 


 

 

코우

그러고 보니... 그 아이, 암색의 춤이 자기 거라고 말했었어요. 그리고 제가 모든 걸 빼앗았다고도... 하지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유엘

으음... 들을수록 더 모르겠네... 아, 맞다. 그걸 들으니까 생각났는데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어. 그 녀석, 싸우고 있을 때 우리 말고 "무언가"랑 이야기하고 있었지?

 

소시에

응... 그때 너무 희미해서 바로 알아차리진 못했지만 구미호의 기운을 느꼈었던 것 같아.

 

유엘

소시에도? 나도 그 질척질척하고 기분 나쁜 느낌 들었었어!

 

비이

자, 잠깐만! 구미호는 전에 쓰러뜨리지 않았어?

 

코우

그야 그렇지만...

 

루리아

으... 너무 혼란스러워요...

 

유엘

그래! 이럴 땐 물고기지! 잔뜩 먹고 그 후에 생각하자! 그거 알아? 물고기 먹으면 머리 회전이 빨라진대!

 

소시에

그, 그렇구나...! 역시 유엘쨩이야. 모르는 게 없다니까...

 

비이

그냥 배 고파서 아무 말이나 하는 거 아냐?

 

유엘

아하하! 들켰어? 일단 밥 먹자, 밥! 어려운 얘기는 밥 다 먹고 생각하면 되잖아!

소시에

코우 군, 맛있는 밥 가져다 줄게.

 

코우

말씀 감사합니다. 하지만 밥 정도는 제가 직접...

 

아얏...!?

 

 

코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자신의 다리를 가볍게 두들기기도 하고 문질러보기도 했다.

 

 

루리아

코우 군? 왜 그러세요?

 

 

 

 

코우

이럴 수가... 다, 다리가...

 

다리가, 안 움직여요...

 

 


 

 

2-2

 

 

한편 그 때 다른 곳에서는...

 

 

요우

크, 크으으... 일곱 번째 춤, 봉염...

 

 

요우는 조금 전 전투에서 입은 상처에 얼굴을 찡그리며 다른 왕가에게서 빼앗은 춤을 추었다. 주홍빛 불꽃이 요우를 감싸더니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나갔다.

 

 

요우

후우... 후우... 아파, 제길...

 

구미호

이런... 한심하구나. 쓸데 없이 다치기나 하고, 내 말을 듣지 않으니 그렇게 되는 거 아니냐. 어리석은 것아.

 

요우

시끄러워...

 

구미호

몇 번이나 말했지 않느냐, 요우. 아직 코우에게 손을 대는 것은 이르다고. 남아 있는 유엘과 소시에 둘의 힘을 흡수해 모든 왕가의 힘을 빼앗은 후에 해야 한다. 코우는 마지막이다.

 

요우

칫, 짜증나...

 

구미호

아아, 나야말로 화가 나는구나... 어째서 네놈처럼 어리석은 자에게 내 힘이 깃들어 있는 것인지. 어디 모자라기라도 한 것이냐?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 불완전하다고는 하나 나를 쓰러뜨린 녀석들이다. 그리 쉽게 당할 리가 없지.

 

요우

그런 건 나도 알아! 나불나불나불 시끄러워 죽겠네!

 

구미호

발끈하지 말거라, 어리석은 것. 뭐 하나 이해한 게 없구나. 역시 "쓸모 없는 그릇"다워.

 

요우

이 자식! 날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구미호

불만이냐?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일을 성공시키거라. 유엘과 소시에의 힘을 먹어치워라. 그리고 증오스러운 코우를 참혹하게 살해하는 거다. 크큭... 네놈이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만.

 

요우

당연히 할 수 있지! 날 우습게 보지 마... 이번에야말로 죽여버리고 말겠어!

 

구미호

어리석은 것.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잘 들어라. 방금 그 몸으로 뼈저리게 체감하지 않았느냐. 네놈의 힘으로는 그 셋을 당해내지 못해.

 

요우

뭐? 그럼 어쩌라는 건데!

 

구미호

조금은 자기 머리도 사용해 봐라. 이미 손을 써두지 않았느냐.

 

요우

뭘 했는데?

 

구미호

크큭... 아마 한동안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2-3

 

 

 

 

코우의 다리는 며칠이 지나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회복되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악화되어, 움직이지 않는 다리에서는 숯처럼 새카만 멍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유엘이 데려온 마을 의사는 저주에 의해서 생긴 멍이기 때문에 치료할 수 없다며 두 손을 들었다.

 

 

유엘

저주라니... 언제 그런 저주를 받았는데?

 

코우

요우하고 싸우던 중에 다리를 베였어요... 아마 그 때 걸린 게 아닐까 싶은데... 상처에서 희미하지만 구미호의 힘이 느껴지는 걸 봐서는 요우한테 뭔가 당한 거겠죠.

 

소시에

구미호의 힘... 그게 원인이라면 내 춤으로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루리아

아! 소시에 씨의 춤은 구미호의 불꽃을 가라앉히는 춤이었죠! 그럼 그걸로 될 지도 모르겠네요!

 

유엘

그거 좋은 생각이네... 그럼 나도 신기로 갈아입고 올게! 구미호를 쓰러뜨린 비염포의 힘과 소시에의 춤을 더하면 틀림없이 좋아질 거야!

코우

감사합니다...

 

 

유엘은 바로 옷을 갈아입고 와서 소시에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우의 다리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비이

이거... 아무래도 효과가 없는 모양인데...

 

코우

......

죄송해요... 괜히 부담만 드렸네요...

 

소시에

아냐, 부담이라니! 하나도 부담 안 됐는걸!

 

 

 

 

유엘

우린 네 누나들이나 다름없잖아. 사양 말고 누나들만 믿어.

 

코우

...감사합니다.

 

좀 피곤하네요... 자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비이

어, 응! 당연하지! 푹 쉬어!

 

루리아

안녕히 주무세요, 코우 군.

 

코우

안녕히 주무세요.

 

 


 

 

일행이 방을 나오자 문 안쪽에서 가늘게 떨리는 코우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코우

한심해... 구하러 온 주제에 이런 짐더미가 되다니...

 

소시에, 루리아, 비이, 유엘

......

 

소시에

우릴 걱정해서 구하러 와 준 착한 아이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 뭔가 잘못됐어...

 

유엘

이대로 평생 걸을 수 없는 건 아니겠지? 그런 건 절대 용납 못해!

 

 

[어떻게든 고쳐 주자]

 

 

소시에

응... 코우 군을 구해주자.

 

루리아

네!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다 함께 찾아보면 분명 치료법이 있을 거예요!

 

비이

그러게! 다 함께 찾아보자!

 

 

그렇게 일행은 코우의 다리를 낫게 할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2-4

 

 

소시에

저, 저기...

 

(으, 으으... 아무도 들으려고도 안 하고 봐 주지도 않아...

이,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먼저 꺼낸 말인데, 으으...)

 

 


 

 

[몇 시간 전]

 

 

유엘

호, 혼자 정보를 모으겠다고?

 

소시에

흩어져서 찾는 게 더 효율이 좋잖아.

 

비이

그야 그렇긴 하겠지만... 소시에 낯 엄청 가리잖아? 진짜 괜찮겠어?

 

소시에

여, 열심히 해볼게...! 코우 군이 저렇게 괴로워하는데 낯가림같은 소리 할 때가 아니잖아...!

 

유엘

소시에... 다 컸구나...

 

알았어! 그럼 흩어져서 찾아보자! 소시에한테 맡길게!

 

소시에

응...!

 

유엘

그치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 불러야 된다? 나쁜 사람 따라가지 말고!

 

비이

뭐야, 소시에 보호자라도 돼?

 

...아니지. 그러고 보니 너 전에 몇 번이나 나쁜 놈들한테 속았었구나...

 

소시에

아, 아무리 나라도 이젠 안 속아. 아마도...

 

루리아

아하하... 아마도라니...

 

 


 

 

소시에

(어, 어떻게든 해야 해. 목소리가 작아서 그런 걸거야. 좀 더 크게...)

 

저, 저기요!

 

마을 사람들

히익!?

 

소시에

(으, 으으... 어떡하지... 목소리가 너무 컸나봐. 나 진짜 뭐 하는 거야...)

 

마을 사람 1

뭐야, 무슨 일이야? 그렇게 크게 소리지르고.

 

소시에

네? 아, 저기... 그게.. 그... 어...

 

마을 사람 2

하하, 천천히 말해도 돼. 계속 거기서 쭈뼛거린걸 보니 무슨 일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소시에

마, 맞아요! 곤란한 일이 있어서...!

 

 

소시에는 말을 걸어 준 친절한 사람들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마을 사람 1

그거 큰일인걸... 어이, 너 무슨 얘기 들은 거 없어?

 

마을 사람 2

아니... 하지만 거기 가 보면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소시에

거기? 그, 그게 어딘데요?

 

마을 사람 2

이 마을 변두리에 있는 술집이야. 거긴 정보통들이 모여들거든.

 

소시에

수, 술집...! 저 거기 가 볼게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마을 사람 1

그런데 거긴 정보통들이라곤 해도 거친 놈들만 모여드는 술집 아냐?

 

마을 사람 2

크크큭... 저 주춤거리는 아가씨를 좀 놀려주고 싶어져서 말야.

 

마을 사람 1

하여간 못됐다니까... 뭐 저 아가씨가 어떻게 되는지 구경이나 하러 가 볼까.

 

마을 사람 2

너도 남말할 처지 아니거든? 크크큭...

 

 


 

 

소시에가 술집에 들어서자 억세어 보이는 남자들이 신나게 떠들며 마셔대고 있었다. 그녀는 그 모습에 긴장했으나 용기를 쥐어짜내어 남자들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커다란 남자 한 명이 손을 들고 소시에 앞으로 걸어나왔다.

 

 

 

 

덩치 큰 남자

그 멍이라는 건 잘 모르겠지만 어떤 저주든 풀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들은 적 있는데.

 

소시에

정말로? 가, 가르쳐 주세요... 부탁이에요...!

 

덩치 큰 남자

그래, 가르쳐 주지. 그런데 대가는 치를 수 있겠어?

 

소시에

대, 대가...?

 

덩치 큰 남자

이봐, 공짜로 들을 생각이었던 거야? 너무 뻔뻔한 거 아냐?

 

소시에

으으... 죄, 죄송해요... 돈이라면 치를 테니 가르쳐 주세요...

 

덩치 큰 남자

그럼 흠... 이 정도면 어때?

 

 

남자가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이자 소시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소시에

저, 저기...? 이거면 되는 건가요?

 

덩치 큰 남자

오, 시원시원하게 나오는데... 는 무슨, 1루피? 어린애 용돈도 아니고 말야! 장난하냐! 우리 세계에서 손가락 한개는 1억으로 정해져 있거든! 까불지 마!!

 

소시에

이, 이이일 억...? 그건 무리예요...

 

마을 남자 1

하하, 오자마자 장난감이 됐구만. 거기다 운도 없지. 바가지만 씌우는 밤바한테 걸렸네.

 

마을 남자 2

크큭... 손가락 하나에 1억은 어느 동네 이야기야? 웃기고 있네!

 

마을 남자 1

그렇긴 한데 손가락 하나라고 1루피 내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하지. 어지간히 세상 물정 모르는구만...

 

바가지 밤바

돈 없어? 그럼 정보는 못 팔아.

 

소시에

자, 잠깐만! 어떻게든 그 정보로 구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니까 부탁...드릴게요...

 

바가지 밤바

어쩔 수 없구만~ 그럼 나랑 승부하시지.

 

소시에

승부...?

 

바가지 밤바

어이, 마스터! 술 내기 준비해!

 

 

가게 마스터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거대한 술병과 작은 글라스를 내어주었다.

 

 

소시에

서, 설마... 누가 많이 마시는지 승부하자는 건가요...?

 

바가지 밤바

그 말씀대로! 룰은 간단명료하지! 이 특제 증류주를 더 많이 마신 사람이 승리! 아가씨가 이기면 공짜로 정보를 주겠어. 하지만 내가 이기면... 그래, 뭐든지 내가 하는 말을 듣는 건 어때? 으헤헤...

 

소시에

...아, 알았어. 할게요. 열심히 할게요...

 

마을 사람 1

불쌍하구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밤바는 이 마을 제일가는 술고래란 말이야.

 

마을 사람 2

아이고... 저 아가씨 끝났구만.

 

바가지 밤바

좋아, 그럼 나부터! 꿀꺽! 음... 최고야! 일단 한 잔!

 

소시에

......

 

(어, 어떡하지... 코우 군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다 보니 내기에 응해 버렸어... 술은 유엘쨩하고 같이 이불꼬치 소스 만들 때에 썼던 정도고 마셔본 적은 없는데... 

 

...소스...?)

 

 


 

 

[회상]

 

 

유엘

소시에, 이거 봐! 이게 내 숨겨진 회심의 무기야!

 

소시에

이거 술이잖아...! 유엘쨩 역시 대단해... 완전 어른이야...

 

유엘

아하하, 뭐 착각하는 거 아냐? 마실 리가 없잖아. 이걸 소스에 조금 넣어서~ 이얍! 여우불 점화!

 

소시에

와앗!? 소스에 불이 붙었어...

 

유엘

이렇게 알콜이라고 하는 취하는 성분을 날려버리고 술의 감칠맛하고 풍미만 남기는 거야! 평범한 불로는 시간이 들지만 우리 여우불은 화력이 세서 순식간에 가능해~

소시에

그렇구나... 후후후. 역시 유엘쨩은 뭐든지 다 알고 멋있다니까...

 

유엘

에헤헤, 쑥스럽게. 그렇게 칭찬해도 이불꼬치밖에 나올 거 없는데.

 

 


 

 

소시에

(맞아. 그 방법이라면 취하지 않을 수 있는 거 아닐까...? 그치만 비겁하지 않나? 나, 나쁜 사람이 되는 기분이야...)

 

바가지 밤바

어이, 어떻게 된 거야? 난 벌써 10잔째라고! 아니면 벌써 항복이야?

 

소시에

아, 알았... 마실게요! 금방 마실게요...!

 

(미, 미안해요... 에잇!)

 

 

소시에는 술을 마시는 순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끔 잔을 손으로 감싸고 여우불을 붙였다. 고온의 여우불은 알콜을 순식간에 날려버려 술은 달콤하고 따스한 물로 변했다.

 

 

소시에

꿀꺽... 아, 이거 달고 맛있네... 하, 한 잔 더...!

 

바가지 밤바

아하하핫! 잘 마시는데! 나도 한 잔 더!

 


 

 

소시에

꿀꺽, 꿀꺽... 후우... 한 잔 더.

 

바가지 밤바

마, 말... 도 안 돼... 이 내가... 딸꾹...

 

 

소시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양을 계속해서 마셨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주변에는 수많은 관중들이 모여든 상태였다.

 

 

마을 사람 1

이건 뭐 하는 상황이지? 저 여자애 벌써 수십 잔이나 마셨어...

 

바가지 밤바

으, 으그극... 딸꾹... 그그그... 으워어어...

 

소시에

어, 어라...? 내가 이긴 건가...?

 

마을 사람 1

대단해! 믿을 수가 없군! 아가씨가 이긴 거야! 휘이익~!

마을 사람 2

이런 건 처음 봤어. 자기가 시작해 놓고 한심하구만, 밤바 녀석...

 

바가지 밤바

시, 시끄러워! 이 여우 여자! 딸꾹! 이 밤바 님에게 수치를 줬겠다! 승부고 뭐고... 각오하시지!

 

소시에

응? 자, 잠깐 기다ㄹ...

 

바가지 밤바

딸꾹... 기다리긴 누, 누가 기다릴 것 같아~!

 

[전투]

 

 


 

 

바가지 밤바

크윽... 술뿐만이 아니고 힘으로도 지다니... 쳇... 나의 완패다.

 

누님! 절 아우로 삼아 주십쇼!

 

소시에

네? 누, 누님...? 아우...?

 

바가지 밤바

네. 이렇게까지 철저히 저를 굴복시킨 것은 누님이 처음입니다! 졌는데도 이런 상쾌한 기분이라니!

 

소시에

으, 으으...

 

바가지 밤바

누님! 존경합니다! 누님께라면 공짜로 정보 가르쳐 드리죠!


...어? 누님? 뭡니까? 우시는 겁니까? 어디 아프십니까? 다치셨어요?

 

소시에

으, 으흑... 아, 아니에요... 저는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훌쩍... 비겁한 짓을 했어요...

 

바가지 밤바

어...?

 

소시에

꼭 도와주고 싶은 아이가 있어서... 정보는 필요한데... 그치만 술은 마셔본 적도 없고... 그래서 여우불로 취하는 성분을 날려버리고 마셨어요... 훌쩍... 밤바 씨, 정말 미안해요... 정보는 돈으로 살게요... 지금 1억은 없지만 어떻게든 마련해 올 테니까...

 

바가지 밤바

으, 으으... 아닙니다 누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정말 천사시군요...

 

소시에

네...?

 

바가지 밤바

저희 세계에서는 사기같은 건 당연하고 아무도 그걸로 양심에 찔려하지 않아요. 그런데 누님은... 딱 한번 사기친거 가지고 울 정도로 가슴아파하다니... 절대 더러운 짓이라곤 못하는 깨끗한 성격이시군요. 그런데 이렇게 무리해가면서 사기를 쳐서라도 누군가를 구하려고 하시다니.

 

으흐흑...! 누님, 전 누님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보는 공짜로 드리겠습니다!

 

마을 사람 1

밤바... 너 진짜 그래도 되겠어? 사기친 상대한테 공짜로 주겠다니...

 

소시에

마, 맞아요... 진짜 괜찮아요? 돈 필요 없겠어요...?

 

바가지 밤바

흥, 당연하지! 애초에 속임수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 내가 잘못한 거야!

 

마을 사람 2

하하, 밤바, 다시 봤다! 엄청 쿨한 놈이었잖아! 처음으로 네가 좀 멋져 보인다 야!

 

바가지 밤바

아 됐어, 놀리지 마라.

 

자, 누님한테 정보를 드려야죠. 그러니까... 저주를 푸는 방법에 대해서라고 했죠? "저주를 푸는 숨겨진 섬 미마카"에 가셔야겠군. 거기서라면 원인불명의 병이나 저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작은 섬이라 아는 사람들은 적지만 어떤 병이나 저주든 약화시킬 수 있는 신비한 온천이 있다고 하더군요.

 

소시에

저주를 푸는 숨겨진 섬, 미마카... 분명 거기서라면 코우 군도...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정말 도움이 됐어요!

 

바가지 밤바

그래요 누님! 소중한 사람 꼭 구하시길 바람다!

 

소시에

밤바 씨... 정말 고마워요...! 나중에 꼭 사례하러 올게요!

 

바가지 밤바

하핫! 기다리고 있겠수다, 누님!

 

 

소시에는 귀중한 정보를 얻고 잰 걸음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