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제1화 허무한 푸른 불꽃

Burning on Empty

 

 


 

 

코우는 유엘과 소시에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서둘렀다. 그리고 만물상을 통해 늘 유엘과 소시에와 같이 다니는 단장이 지금 어떤 마물에 머무르고 있는지 알아냈다.

 

그는 마을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러나 마을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뒷목에 얼음물을 끼얹은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코우

음!?

 

 

코우가 반사적으로 움츠리자 날카로운 손톱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동시에 그의 여우 귀 끝부분을 스쳤다.

 

 

누더기를 걸친 자

쳇...

 

코우

갑자기 이게 무슨 짓입니까? 하지 마세요!

 

누더기를 걸친 자

흥!

 

코우

큭...!

 

 

강철도 쉽게 베어낼 정도로 흉포한 공격을 코우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간신히 피해냈다. 그러나 누더기를 뒤집어쓴 자의 맹공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코우는 우산에 숨겨두었던 신기 "비섬도"를 꺼내들어 공격을 막았다.

 

 

누더기를 걸친 자

......

 

코우

저는 바쁩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당신과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그래도 계속하시겠다면 실력행사로 물리쳐 드리죠!

누더기를 걸친 자

...! 끄러워...

 

코우

네...?

 

누더기를 걸친 자

시끄럽다고! 네 놈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 짜증나니까 닥치란 말이야!

 

코우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어... 이 사람은 대체 뭐지? 그런데 이 목소리는... 여자? 그것도 굉장히 어린...)

 

 

 

 

누더기를 걸친 자

시끄럽다고 했잖아 "이 할망구야"! 문제 없어, 난 죽일 수 있어! 그러니까 뒤로 빠져 있으라고! 이미 이 녀석들 말고는 전부 먹어치웠어! 이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 기다릴 리가 없지!

 

코우

(뭔가 이상해. 날 향해서 하는 말이 아냐. 대체 누구하고... 아니, 대체 "무엇"하고 이야기하고 있는 거지?)

 

누더기를 걸친 자

계에에에에에속! 기다다렸어! 그러니 지금, 여기서!! 죽일 거야!!!

 

 

누더기를 걸친 자는 온 몸으로 살의를 드러내더니 몸 전체에서 푸르른 불꽃을 뿜어냈다. 불꽃에 누더기가 불타며 그것을 걸치고 있던 자의 정체를 드러냈다.

 

 

코우

그 모습은 설마...?

 

 

코우는 경악했다. 그의 눈 앞에는 계승자의 증거인 여우 모양 귀, 여섯 개의 여우 꼬리를 단 기묘한 모습의 소녀가 서 있었다.

 

 

 

 

의문의 소녀

쉬이이익...!

 

코우

계승자...?

 

 


 

 

1-2

 

 

의문의 소녀

...!

 

코우

(하지만 뭔가 이상해. 난 여행하면서 모든 계승자들을 만났지만 이런 여자아이는 본 적 없어! 하지만 저 귀와 꼬리는 분명 계승자라는 증거... 이 아이는 대체 누구지?)

 

의문의 소녀

망할 자식... 그러시겠지!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는 게 당연하지! 하지만 난... 네 놈에 대해서 아주 자아아아알 알고 있다! 이 대악당 녀석아!

코우

대악당? 잠시만요! 저는 악당이 아니고...!

 

의문의 소녀

닥쳐! 죽여버리겠어!

 

소녀는 전신에 휘감고 있던 푸른 불꽃에 팔을 꽂아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팔을 잡아빼자 붉은 문양이 새겨진 신성한 창이 그녀의 손에 쥐어진 것이 보였다.

 

 

코우

비천창!? 두 번째 왕가의 신기잖아?

 

의문의 소녀

두 번째 춤! 연천!

 

코우

(두, 두 번째 춤? 그리고 저 불꽃 색깔은 두 번째 왕가의 불꽃이야!)

 

 

창을 든 소녀는 힘차게 춤추며 주변에 시커먼 연기를 흩뿌렸다. 검은 연기는 날카로운 창의 형태를 띠더니 장맛비처럼 코우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코우

큭!

 

 

코우는 즉시 옆으로 구르며 연기로 된 창을 전부 피했다.

 

 

의문의 소녀

악당 주제에 피하다니...! 못 죽였잖아! 죽여버리겠어!

 

 

소녀는 창을 쥔 손을 다시 푸른 불꽃에 꽃아넣더니 다시 그 팔을 꺼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거대한 도끼가 손에 쥐어져 있었다.

 

 

코우

비쇄부... 다섯 번째 왕가의 신기...

 

이제 이해했습니다. 계승자들을 습격한 건 당신이군요! 악당은 오히려 당신 쪽이 아닙니까!

 

의문의 소녀

닥쳐... 네 놈이 악당 맞잖아!

 

다섯 번째 춤! 쇄련!

 

 

소녀는 자신의 키보다 클 도끼를 가볍게 휘두르며 거칠게 춤췄다.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코우 주변의 지면에서 엄청난 불이 뿜어져나왔다.

 

 

코우

큭...!

 

(습격해 빼앗은 계승자들의 춤과 신기... 거기다 구미호의 불까지 자유롭게 구사하다니! 그런 게 가능한 계승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어! 이대로는 여러 계승자들과 혼자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야! 내게 압도적으로 불리해... 하지만 쉽게 도망치게 둘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 저 여자아이의 힘의 근원인 구미호의 불을 꺼뜨리고 이 전투를 끝낼 수밖에!)

 

암색의 춤!

 

의문의 소녀

이 자식...! 하지 마! 내 앞에서 그 춤 추지 말라고!! 그 춤은 내 거야! 추지 말란 말이야!

코우

당신의 춤이라고요? 그게 무슨 뜻인가요?

 

 

코우는 소녀가 꺼낸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무심코 춤을 멈췄다.

 

 

코우

아무 말이나 하지 마십시오! 암색의 춤은 아홉 번째 왕가에만 전해지는 춤입니다!

 

의문의 소녀

닥쳐! 닥치라고! 그냥 죽어! 죽으란 말이야! 지금 당장!!!

 

공허의 춤! 소작!!

 

 

소녀는 손에 들고 있던 신기를 불꽃 안으로 집어던졌다. 그리고 푸르른 불꽃을 날카로운 손톱에 깃들이게 한 후 코우 쪽을 향했다.

 

 

코우

공허의 춤...?

 

앗!? 내 불꽃이 사라졌어... 말도 안 돼! 암색의 춤하고 같은 힘을 가진 건가?

 

의문의 소녀

자, 죽어! 빨리 죽어! 이 악당 녀석아!! 넌 내가 죽이겠어! 내 손으로! 죽여버린다고!

 

 

[전투]

 

 


 

 

1-3

 

 

의문의 소녀

죽어!!!!!

 

코우

크윽...

 

(역시 저 공허의 춤과 암색의 춤은 같은 힘이야. 구미호의 불꽃이 사라졌어... 이러면 춤을 출 수 없어. 하지만 그것보다도...)

 

어떻게 암색 춤과 같은 힘을 가진 춤을 출 수 있는 거죠?

 

의문의 소녀

죽인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

 

코우

(틀렸어... 말이 안 통해...)

 

의문의 소녀

그아아아아!

 

 

소녀는 달려들어 푸른 불꽃이 휘감긴 손톱으로 코우의 도를 날려버렸다.

 

 

코우

이런...!

 

의문의 소녀

하앗!

 

 

그리고 그녀는 순간적으로 생긴 빈틈을 놓치지 않고 코우의 명치에 날카로운 발차기를 먹였다.

 

 

코우

크흑...!

 

 

소녀는 쓰러진 코우 위에 엉겨붙어 손톱으로 그의 양 다리를 찢어발겼다.

 

 

코우

아아악!?

 

의문의 소녀

이걸로 이제 절대 못 도망쳐! 여기서 죽여버리겠어!

 

 

소녀는 손을 높이 들어올린 후 송곳니를 드러내고 코우를 노려보았다.

 

 

의문의 소녀

죽어어어어!

 

코우

큭...

 

(어...? 왜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

 

 

각오하고 있던 충격도 고통도 그를 덮치지 않는 것에 위화감을 느낀 코우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유엘

코우, 괜찮아!? 이제 괜찮아...! 우리들이 지켜줄게...!

 

코우

유엘 씨... 소시에 씨...

 

 

눈 앞에는 유엘과 소시에, 그리고 유엘에게 양 손을 붙잡힌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의문의 소녀

제길! 이거 놔! 망할!!! 놓으라고!!

 

유엘

안 돼. 절대 안 놔! 우리 코우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코우

어떻게 두 분이 여기에...

 

유엘

코우의 기운이 가까이에서 느껴졌거든. 마을에서 소시에하고 같이 기다리고 있었어.

 

소시에

그런데 올 생각을 안 하길래 이상하다 싶어서... 유엘쨩하고 둘이 나와본 거야.

 

유엘

나온 게 정답이었어. 설마 공격당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자, 너... 어디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포기하시지! 엉덩이 두들겨 주는 정도로는 용서 못 해줘!

 

의문의 소녀

닥치라고! 놓으라고 했잖아!!

 

 

소녀는 전신에서 푸른 불꽃을 뿜어내 억지로 유엘을 떼어냈다.

 

 

유엘

앗 뜨거... 무슨 불꽃이 저렇게 뜨거워?

 

의문의 소녀

너희들, 유엘하고 소시에지? 망할 놈들...!

 

소시에

우리에 대해 아는 거야? 어... 당신도... 계승자인 거지? 왜 코우 군을 공격하는 건데...?

 

코우

저도 뭐가 뭔지 잘... 갑자기 공격해 와서요...

 

의문의 소녀

아아... 젠장! 대체 왜! 왜 너만 사랑받는 거야! 넌 악당이잖아! 제길... 제길!!! 왜 코우만!!!

 

용서 못 해... 용서 못 해!! 너희 전부 다 죽여버리겠어!

 

유엘

제대로 된 말이 안 통하네. 그럼 일단 머리 좀 식혀 줘야겠는데? 널 쓰러뜨린 후에 무슨 일인지 천~천히 듣겠어!

 

코우

유엘 씨... 조, 조심하세요... 그 녀석은... 큭...

 

소시에

아, 안 돼. 그만 얘기해...! 뒷일은 우리들한테 맡기고.

 

유엘

맞아 맞아! 어떤 녀석이든 우리 둘이 같이 있으면 괜찮아!

 

소시에

응! 유엘쨩!

 

의문의 소녀

제길... 제길 제길 제길!!!!

 

 

소녀는 이를 빠드득 갈더니 날카로운 손톱을 드러내고 유엘과 소시에를 향해 달려들었다.

 

 


 

 

1-4

 

 

유엘과 소시에는 노련한 연계기로 달려드는 소녀를 농락하며 틈날 때마다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소녀는 치명상은 입지 않았지만 그녀들의 공격에 착실히 소모되고 있는 상태였다.

 

 

의문의 소녀

하아... 하아... 망할... 망할...! 둘이서 덤비고... 제길...!

코우

(이상해... 왜 이번에는 공허의 춤을 추지 않는 거지? 그거라면 두 분의 춤도 막을 수 있을 텐데...)

 

유엘

자... 왜 코우한테 이런 짓을 한 건지 얼른 자백해!

 

의문의 소녀

왜... 어째서... 저런 녀석을 감싸는 거야... 왜 저런 녀석만 사랑하는 거야...

 

저 녀석은 악당이란 말야! 나한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간! 날 텅 비게 만든 녀석이라고!

 

코우

내가... 당신에게요?

 

의문의 소녀

뭐!? 닥쳐! 날 그렇게 부르지 마! 난 "요우"야!


죽여버리겠어! 할망구!

 

유엘

뭐? 할망구라고? 말 막 하는 꼬마네! 어떻게 봐도 언니 아냐?

 

요우

진짜 짜증나네! 닥쳐... 알고 있다고! 제길... 제길!!

 

유엘

응...? 이거 혹시 우리한테 말하고 있는 게 아닌 건가?

 

코우

또야... 또 "무언가"하고 이야기하고 있어...

 

소시에

"무언가"?

 

 

유엘과 소시에는 만신창이의 코우가 내뱉은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순간적으로 소녀에게서 눈을 뗐다. 소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푸른 불꽃을 휘감았다.

 

 

유엘

으아!

 

요우

다음엔 죽인다! 반드시 죽일 거야!

 

각오해, 코우!!!

 

유엘

아, 기다려!

 

소시에

사, 사라졌어...

 

유엘

아... 진짜! 대체 뭐였던 건데?

 

코우

큭... 아, 윽...

 

소시에

코우 군!? 이런...

 

유, 유엘쨩! 큰일났어. 코우 군, 온 몸이 상처투성이야!

 

유엘

뭐라고!? 저, 정신차려, 코우! 절대 죽으면 안 돼! 우리가 어떻게든 구해줄게!


소시에! 단장네 배로 코우 옮겨줘! 내가 의사 찾아올게!

 

소시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엄청난 상처를 입은 코우를 조심스레 들쳐업고 기공정을 향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