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제6화 FATHER

 

 


 

 

루카브

로안느 섬의 리에 마을에 군인이 대거 밀려들어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의 일이었다. 어느 날, 어른들이 모두 반란 용의로 연행되어 마을에는 아이들만이 남겨졌다. 마을을 돌본다는 명목하에 다른 마을의 어른이나 군인이 간혹 들르는 일은 있었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같은 아이들마저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무엇을 의심받고 있는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어째서 어른들이 반란을 계획했다고 의심받은 것인지도... 그들의 대화 속에서 분명히 들려오는 "유괴"나 "갓난아이"같은 단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부모를 빼앗긴 아이들은 힘을 합쳐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부모님이 돌아오실 거라고 믿으며 괴로운 생활을 해나갔다.

 

내가 그것을 발견한 것은 군인이 끌려간 어른들의 죽음, 그리고 마을의 해체를 전해들은 직후의 일이었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울고 있는 에리카와 다른 어린아이들을 다독이며 의식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오자 급격한 외로움에 눈물이 흘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남자 혼자 나를 키워 주신 다정한 아버지를 잃은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 서재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딘가에 아버지의 흔적이 없을까 하는 기대하며 손에 닿는 대로 여기저기를 뒤졌다. 그리고 발견해 버렸다. 마룻바닥 아래에 숨겨져 있던 그 메모에는 한 인간의 참회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루카브의 아버지

그날 내가 의사당에 간 이유는 유적의 조사 허가를 받기 위해서였다. 결코 계획적인 범행은 아니다. 허가를 받고 돌아가려고 했을 때, 시설 구석의 요람이 보였고 주변에는 마침 아무도 없었다. 맹세컨대 그때까지 내 마음은 평온했다. 분명 그랬다. 허나 그 순간, 마가 씌었다.

 

아내는 연합의 태만으로 인해 약이 제때 오지 못해 나와 아들을 남기고 떠났다. 하지만 정부는 항의의 말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대통령 부부는 이 아이를 얻어 행복의 절정을 보내고 있었다. 대체 이 차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도저히 그걸 용서할 수 없었다. 마음은 더 이상 평온하지 않았다. 

 

요람에서 아이를 안아들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의사당을 떠났다. 그때의 나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허나 타고난 마음이 약한 탓인지 돌아오는 길에 정신을 차리고 말았다. 적절한 이유를 대고 다시 데려다 놓을까? 아니, 철저하게 조사받게 될 거다. 나를 본 자가 있을지도 몰랐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는 지나친 공포에 사로잡혀 현실에서 눈을 돌리기로 했다. 마을 외곽, 오랫동안 쓰이지 않은 오두막에 잠든 아이를 두고 도망치고 만 것이다. 

 

물론 자수도 생각해 보았으나 정부는 아들인 루카브까지 처형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어째서 아이를 유괴했던 걸까. 지금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죄가 아들과는 관계없듯, 연합의 꼭두각시가 된 대통령의 죄도 이 아이와는 관계없는 거니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그저 두려울 뿐이다. 어쩌면 이 마을은... 하지만 나는 여기서 맹세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만은 지키리라. 사랑하는 아내도, 인간으로서의 양심도 잃은 내게 남겨진 마지막 보물이기에.

 

아들아. 부디 너는 오래 살거라. 결코 잘못된 길에 들지 말거라.

 

 


 

 

루카브

메모를 발견한 나는 숨쉬는 것마저 잊은 채 아버지가 남긴 글을 몇 번이나 되읽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이렇게 살아있다. 그러나 마을의 어른들은 전부 살해당했다. 그 사이에 섞여 있던 나의 아버지도 말이다.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비밀을 지켰던 것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나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

 

나 하나를 지키기 위해 다른 어른들을 희생시킨 거였다. 에리카와 다른 아이들의 부모님을.

 

 

 

 

루카브

나는 백 구의 시체 위에 서 있다. ...나의 삶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 사실을 누구에게 밝힐 수 있단 말인가. 동포인 에리카와 다른 아이들에게? 아니면 정부에게? 

 

내가 죄를 고백함으로써 마을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기쁘게 이 목숨을 바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늦었다.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죄 없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나"와 "비밀"을 이 집에 남긴 채...

 

 

겨우 숨을 들이킨 내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내 자신이 앞으로 로안느를 구해내면 아버지의 행위는 돌고 돌아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리에 마을은 결코 유복하지 않았다. 앞으로 내가 이 마을 사람들을 옛날보다 풍족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래. 나는 리에 마을의 고아들을 모아 새로운 시대를 쌓아올리는 거다. 그리고 이 로안느를, 연합 제국조차도 훌쩍 능가하는 위대한 나라로 만들면 된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수 있고, 보람이 넘치는 인생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백 구의 시체 따위는 값싼 희생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로안느의 영웅이 될 것이다.

 

 

잉그베이

...!? 루카브, 그 모습은...!

 

소셜리스를 쓰러뜨린 잉그베이는 핏자국을 쫓아 관제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발견한 루카브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루카브

......

 

잉그베이

루카브... 너, 소셜리스한테? 아니, 하지만...

 

 

그 모습은 소셜리스와 공통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았지만, 키가 원래의 루카브 그대로였다.

 

 

루카브

......

 

 

루카브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더니 잉그베이 앞에 섰다.

 

 

잉그베이

ㅁ...!?

 

루카브

잉그베이...

 

잉그베이

루카브...! 의식이 있나?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다행이군. 아까 입은 부상은...

 

크흑... 커헉...!

 

루카브의 팔이 어느 샌가 잉그베이의 배에 꽂혀 있었다. 그의 내장들을 꿰뚫으며 말이다.

 

 

잉그베이

루... 루카, 브...?

 

루카브

잉그베이. 너는 101명째다.

 

 


 

 

6-2

 

 

단장 일행은 대통령을 데리고 요새에서 탈출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소셜리스는 바깥쪽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오이겐

단장! 무사했나!

루리아

오이겐 씨도 무사하시군요! 다행이에요!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앤더슨 대장...! 대통령까지?

 

앤더슨

각하는 무사하시다. 그러나 부상을 입으셨지. 상황은?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보시는 대로입니다. 괴물들이 나타난 것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옮겨붙고 있습니다!

소셜리스

...!

비이

어마어마한 성정수야...

 

오이겐

성정수라고? 이 녀석들이 그 이형의 병기라는 거야?

 

비이

그래! 대통령 아저씨가 그러는데 소셜리스라고 한대!

제롬 대통령

그래... 성정수다. 허나 이들은 클론같은 것이고 본체는 아닌 모양이야.

 

루리아

본체가 아니라고요...?

 

제롬 대통령

본체는 내가 가지고 있던 열쇠 안에 계속 잠들어 있다. 그것이 "시조"다. 

 

앤더슨

시조...?

 

에리카

그 시조는 다른 녀석들하고 뭐가 다른데?

 

제롬 대통령

소셜리스의 클론은 통일된 의지에 의해 움직이는 습성이 있는 모양이다. 그것을 관장하는 것이 시조다. 나는 그것을 각성시키고 말았다... 

 

비이

그럼 그 열쇠를 부수면 이 녀석들도 멈추는 거 아냐?

 

제롬 대통령

아니, 무리다. 그럴 수 있었다면 이미 했겠지.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아...

 

소셜리스

...!

루리아

위험해요!

 

소셜리스의 공격이 앤더슨의 몸을 스쳤다.

 

 

앤더슨

쳇... 마음 놓고 이야기도 할 수 없겠군! 

 

 

작전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도 없이, 단장 일행은 소셜리스와 끝없는 전투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소셜리스는 공격하는 와중에도 때때로 벌레를 몸 안에서 배출해 일행에게 기생하려 했다. 경계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았기에 단장 일행은 점점 피폐해져 가고 있었다.

 

 

에리카

저기... 뭐가 됐든 그 열쇠가 중요하다면 가져오는 게 좋지 않겠어?

 

앤더슨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돌아가지. 잉그베이가 걱정된다.

 

???

그럴 필요는 없어.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나 싶더니, 갑자기 단장 일행 근처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내려섰다.

 

 

루카브

......

 

앤더슨

새로운 소셜리스인가? 조심해라!

에리카

잠깐만...! 방금 어디선가 루카 오빠의 목소리가...

 

루카브

대통령은 어디 있지?

 

앤더슨

...!?

 

비이

마, 말했어...?

 

에리카

어... 루카 오빠?

 

비이

뭐라고!?

 

루카브

에리카, 대통령은 어디 있지.

 

 

루카브는 주변을 돌아보았으나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에리카

루카 오빠, 그 모습은...?

 

앤더슨

리에 파미유의 루카브인가... 어떻게 된 거냐!

루카브

대통령은 어디 있지? 로안느에게는 대통령의 죽음이 필요하다.

 

앤더슨

그렇게 둘 수는 없다! 쿠데타를 꾀한 내란죄 혐의로 네놈을 체포한다!

루카브

포기해라.

 

 

앤더슨이 날린 주먹을 피한 루카브는 그 거구를 가볍게 쳐날렸다.

 

 

앤더슨

크헉...!

단장

...!

 

단장은 즉시 루카브를 붙잡기 위해 사각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루카브

재빠른 판단이군. 하지만... 

 

 

분명히 뒤로 파고들었던 단장의 등 뒤로 루카브가 강렬한 일격을 날렸다.

 

 

비이

그런... 

 

앤더슨

크흑... 루카브, 그 힘은...

 

루카브

시조의 힘이다.

 

에리카

...!? 시조라면, 소셜리스의...?

 

루카브

열쇠는 그대로 소셜리스에게 지시를 내리는 장치로써 사용할 수 있었다. 이것은 정부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허나 그 열쇠가 이렇게 내 힘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물론 아버지도 모르셨겠지. 원래 있던 기능인 건지, 아니면 내 체질이었던 건지는 확실치 않다만... 나는 이렇게 목숨도 의식도 잃지 않았다. 게다가 소셜리스의 힘을 얻었지. 빈사였던 내가 걸었던 도박이 최선의 결과로 돌아왔다는 것은 확실하군. 

 

에리카

......

 

루카브

다른 개체들은 이미 내 통제하에 있다. 이걸로 제어가 가능해졌다. 로안느는 새로운 병기를 얻은 것이다. 앤더슨 대장, 들어라. 로안느는 새로 태어날 것이다. 연합보다 더 강한 국가로... 네 가족들의 원수도 갚을 수 있다.

 

앤더슨

...!

루카브

이미 이 전투의 승부는 정해졌다. 이 이상 싸워도 의미가 없어. 허나... 그를 위해서는 현 대통령의 죽음을 내외부에 널리 알려야만 한다. 최고권력자로서 마지막 일을 해야 할 때이다.

 

앤더슨

안 돼... 절대 그렇게 두지 않아!

루카브

어째서지? 로안느는 풍요로워질 것이다.

 

앤더슨

내가 군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내가 어째서 네 말대로 움직일 거라 생각했나! 설령 내가 쓰러진다 한들 잉그베이가 네놈을...

 

앤더슨은 일어나며 그 이름을 입에 담다가 갑자기 멈췄다. 

 

 

앤더슨

...잉그베이?

 

비이

그, 그러게... 잉그베이는 어떻게 됐어? 사령관 형님이랑 같이 있었던 거 아냐...

 

에리카

루카 오빠...?

 

루카브

잉그베이는 죽었다.

 

에리카

...!? 거, 거짓말이야...

 

비이

그, 그럴... 그럴 리가 없어... 잉그베이가 죽을 리가 없어!

루카브

아니면 아직 숨은 붙어 있을지도 모르지. 허나 이 손으로 몇 개나 되는 장기를 꿰뚫었다. 이미 시간이 지났으니 회복마법을 쓰기에도 늦었을 것이다.

 

비이

거짓말이야... 이 자식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루카브

나이든 영웅은 과거가 되고, 새로운 영웅이 태어난 것이다. 나라는 영웅이.

 

에리카

......

 

 

[서둘러서 잉그베이한테 가 봐!]

 

 

에리카

단장...!

앤더슨

루카브, 이 자시이이이익!

단장

...!

 

앤더슨과 단장이 루카브에게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에리카는 요새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에리카

그런... 그럴 수가...!

 


 

제롬 대통령

캐롤린... 괜찮아? 무섭지는 않고?

 

캐롤린

"아무렇지도 않아~!"

 

토끼 씨도 기운이 넘쳐 보여. 

 

제롬 대통령

그래... 토끼 씨는 용감하구나...

 

루리아

대통령 씨... 괜찮으세요? 다치셨으니까 무리하지 마세요.

 

제롬 대통령

괜찮다... 오랜만에 달렸더니 옆구리가 아파서 그럴 뿐이야...

 

 

대통령 부부는 루리아와 함께 고속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루카브가 단장 일행 앞에 나타나기 직전의 일이었다.

 

 


 

 

[회상]

 

 

에리카

이런 데에 있으면 루리아쨩이 위험할 거야! 그리고 이 두 사람도...

 

루리아

저는 괜찮아요! 하지만 확실히 대통령 씨는...

 

비이

소셜리스 투성이니까. 대통령 아저씨랑 아줌마한테는 너무 위험한 것 같아.

 

 

앤더슨이 어떤 방향을 가리켰다.

 

 

앤더슨

이쪽으로 가면 금방 고속정이 나온다. 길이 뒤엉켜 있으니까 거기 숨을 수 있을 거다. 여차하면 탈출할 수도 있고.

 

루리아

그럼 제가 대통령 씨랑 부인을 거기로 데려가면 되겠군요!

앤더슨

...그래 주겠나?

 

비이

더 이상 적이고 아군이고 따질 때가 아니잖아! 그리고 루리아는 엄청 대단하다고! 설명하고 있을 시간은 없지만...

 

루리아

네! 제가 지킬게요!

앤더슨

알겠다... 고맙다. 대통령, 위험해지면 언제든 배를 출발시키십시오. 조타는 가능하시지요?

 

제롬 대통령

그래... 오랜만이긴 하지만. 하지만 가능한 한 기다리겠네.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으니...

 

앤더슨

대통령...

 

 


 

 

앤더슨

우오오오!

 

루카브는 재빨랐다. 앤더슨과 단장의 공격은 계속해서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루카브

너희들은 내게 이길 수 없다. 그만 포기해라.

 

비이

제길, 이 녀석 강해...!

루카브

지금 너희가 살아있는 것은 내가 너희를 죽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몇 번이나 죽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도 잉그베이의 뒤를 따를 작정인가?

 

비이

잉그베이... 제길! 망할!

루카브

앤더슨 대장, 군인이라면 전력의 차이를 가늠해내는 게 좋을 거다. 내가 너희를 죽여야 할 이유를 찾아내기 전에.

 

 

루카브의 목소리는 지금이 전투 중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조용하고 침착했다. 그런 그에게 압도당하면서도 앤더슨은 예상치 못한 대답을 내놓았다.

 

 

앤더슨

후, 후후후...

 

비이

저, 저기... 대장 아저씨?

 

앤더슨

후하, 후하하하하!

루카브

정신이 나간 건가?

 

앤더슨

루카브! 날 잘못 봤군!

루카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앤더슨

승기를 잡았다! 이 승부는 네놈의 패배다!

루카브

뻔히 보이는 수를... 대장씩이나 되는 자가 허세를 부릴 줄이야...

 

 

앤더슨은 자신의 무기를 루카브 앞에 보여주듯이 고쳐잡았다.

 

 

앤더슨

네놈은 이 방패를 알지 못하는 것 같군!

 

루카브

방패?

 

앤더슨

이 이형의 방패는 요새 안에서 잉그베이와 내가 발견한 물건이다. 지금부터 20년 전에 말이지. 어째서 소셜리스가 잠들어 있는 이 장소에 방패가 있었는지 이유를 알겠나?

 

루카브

......

 

앤더슨

이 방패는 대 소셜리스 특수 병기다!

비이

뭐라고...?

 

앤더슨

본디 잉그베이와 싸우며 모든 걸 소모한 내게는 체력 따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인간형 녀석들과 싸울 수 있었는지, 어째서 네놈과 지금 싸울 수 있는지, 솟아오르는 이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드디어 알았다! 이 방패에서 힘이 흘러들어오고 있는 거다! 이 방패는 소셜리스와 전투할 때 특수한 반응을 보인다! 네가 두르고 있는 소셜리스의 힘에 대해서도 말이지!

루카브

말도 안 되는 소리.

 

 

공기를 찢을 듯이 날카로운 루카브의 공격이 앤더슨의 방패에 내리꽂혔다. 

 

 

앤더슨

그으윽...!

비이

아저씨!


그 강력한 위력에 의해 대장의 거구가 뒤쪽으로 밀려나갔다. 그러나, 앤더슨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루카브

......

 

비이

대, 대단하다... 저 일격을 막았어. 그 이야기 진짜인 거야?

 

앤더슨

그것뿐만이 아니다, 작은 자여. 인간형과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가 어느 샌가 회복되어 가고 있다. 이 방패는 소셜리스에 반응하며 주인의 상처를 회복시켜 주는 모양이다. 깜짝 놀랄 정도의 속도로 말이다.

 

이 의미를 이해하겠나? 방패를 가지고 있는 것은 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비이

...!? 그, 그럼...

 

앤더슨

그래. 잉그베이는 살아있어!

루카브

......

 

앤더슨

단장, 잉그베이는 반드시 돌아온다. 그때까지만 버텨라!

 

[알았어!]

[같이 싸우자!] -> 선택

 

 

앤더슨

좋은 눈빛이군. 잉그베이의 젊은 시절과 닮았어.

 

 

잉그베이의 생환이라는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한 단장의 눈에 힘이 깃들었다. 

 

 

앤더슨

와라, 루카브! 네놈의 공격 따위, 얼마든지 막아 주마!

루카브

...너희는 뭔가 착각을 하고 있다. 설령 그 방패가 소셜리스에 대해 특수한 힘을 발동한다 한들 내 힘은 그것을 능가한다. 

 

비이

뭐라고...?

 

루카브

왜냐면 나는 아직 단 한 번도 전력을 발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3

 

 

[회상]

 

 

노예상인

이 자식! 뭐 하는 놈이냐!

잉그베이

내 이름은 잉그베이. 지금부터 너희를 쓰러뜨릴 사람이지.

 

노예상인

뭐? 혼자 우리 아지트에 쳐들어오다니 미친 거냐?

 

잉그베이

응. 하지만 미친 건 너희들 뇌겠지. 약자들에게 쇠사슬을 채워 자유를 빼앗았어... 이 하늘에서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누구나가 가져야 할 권리를 빼앗고 있다고.

 

노예상인

시끄러워! 해치워라!

잉그베이

아듀.

 

 

압도적인 힘으로 노예상인의 아지트를 괴멸시킨 잉그베이는 안쪽의 감옥에 도착했다.

 

 

잉그베이

그럼... 이걸로 너희들은 자유의 몸이다.

 

여성

당신은 대체... 정말 저희를 풀어주시는 건가요?

 

잉그베이

...!? 그래...

 

여성

당신의 이름은 뭔가요...?

 

잉그베이

잉그베이. 너의 이름은?

 

아야카

아야카...

 

잉그베이

좋은 이름이군. 내가 앞으로 사랑할 여자의 이름으로 잘 어울려.

 

아야카

잉그베이 님...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 말은 필요치 않았다.

 

 


 

 

에리카

그... 베이... 잉그베....

 

잉그베이

아야카...?

 

에리카

잉그베이! 나야, 에리카야!

 

피웅덩이 위에 쓰러져 있던 잉그베이는 에리카가 부르는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잉그베이

에리카인가... 딸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꼴사납군.

 

에리카

...! 미안해... 잉그베이. 아니야. 사실 당신하고는 상관 없어... 

잉그베이

...?

 

에리카

상관 없는 당신을 끌어들여서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미안해.

 

잉그베이

......

 

에리카

나는... 당신의 진짜 딸이 아니야! 엄마가 날 임신한 것은 당신에게 구해지기 전이었어...! 그 편지에 적혀있던 건 전부, 전부 거짓말이었어! 당신의 딸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구하러 와줄 거라고 생각했어...

 

에리카가 쥐어짜낸 목소리를 들은 잉그베이는 조용히 웃었다.

 

 

잉그베이

알고 있었어.

 

에리카

뭐...? 어, 어떻게...?

 

잉그베이

나한테는... 씨가 없으니까.

 

에리카

...!

잉그베이

어렸을 때 걸린 유행병의 고열 때문이었지... 

 

에리카

어, 어째서... 그럼 왜 아우라이까지 와 준 거야?

 

잉그베이

편지 때문이지. 떨리는 손으로 필사적으로 적어내렸을 "파파"라는 글자를 보고 결심했어. 

 

에리카

...!

잉그베이

...너는 내 딸이라고 말야.

 

에리카

흑... 으으... 으흐흐흑...

 

 

에리카의 볼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잉그베이의 볼에 떨어진 순간이었다. 

 

 

잉그베이

뭐지, 이건...?

 

 

갑자기 잉그베이가 가지고 있던 이형의 방패가 눈부신 빛을 내뿜으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잉그베이

오, 오... 오오...!

 

이형의 방패는 잉그베이의 의지에 반응하듯이 그 모습을 바꿔나갔다.

 

 


 

 

6-4

 

 

부유요새의 문 앞에서는 단장과 앤더슨이 루카브와 교전하는 중이었다.

 

 

앤더슨

누오오오오!

루카브

부질없군.

 

 

루카브는 단장과 앤더슨이 숨쉴 틈도 없이 쏟아부은 파상공격을 피하더니 박쥐처럼 나무에 달라붙었다.

 

 

루카브

움직임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

 

앤더슨

큭... 일반인에게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움직임... 읽어내기가 힘들군.

 

 

오이겐과 병사들은 루카브에게 압도당하는 단장과 앤더슨을 목격했다.

 

 

오이겐

이거 좋지 않은데... 어이, 다들 도와주러 가자고!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그래! 앤더슨 대장을 지키자!

 

그러나 리에 파미유는 오이겐과 군인을 따르지 않았다.

 

 

병사 3

저, 저건 루카브 님...? 왜 저런 모습이 되신 거지?

 

 

정체불명의 인물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그가 사령관임을 알아챈 병사들은 움직이지 못했고, 오이겐 일행은 전투에 가담하려는 참이었다.

 

 

루카브

모든 게 예상한 대로군.

 

...해치워라.

 

소셜리스

...!

오이겐

뭐지? 방금 전하고는 전혀 다르게 잘 통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소셜리스

...!

로안느 정부군 군인 2

새로운 놈들이 나타났다! 정신 차려!

병사 3

어, 어어...!

오이겐

젠장... 이래서야 저쪽엔 접근도 못 하겠어!

 

루카브를 상대중인 단장과 앤더슨은 피로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앤더슨

하아, 하아... 무한히 증식하는 불사의 군세, 그리고 이쪽은 즉석 군대라..

 

루카브

드디어 이해했나? 너희들에게는 만에 하나라도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앤더슨

그렇다고 해서 꼬리를 말고 도망칠 수는 없다.

 

 

[아직 싸울 수 있어!] -> 선택

[반드시 쓰러뜨리겠어!]

 

 

루카브

마음은 꺾이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바라는 대로 죽여 주마. 너희들을 처리하면 이 군대는 붕괴할 테니.

 

 

다음 순간, 루카브는 순식간에 단장의 눈 앞까지 달려들어 그 어깨를 노리고 검을 내리쳤다.

 

 

비이

...!?

 

 

허를 찔린 단장은 루카브에게 베이기 직전, 무의식적으로 동료의 이름을 외쳤다.

 

 

[잉그베이이이이이!]

 

 

 

 

잉그베이

기다렸지, 단장.

 

비이

잉그베이...!?

 

루카브

...!?

 

잉그베이

에리카, 단장을 부탁한다. 앤더슨도 좀 쉬어야 할 것 같군. 지금부터는 일대일로 가지.

 

에리카

으, 응...

 

앤더슨

잉기...

 

루카브

그 부상을 입고도 살아 있었나... 앤더슨 대장이 했던 말은 허풍이 아니었던 모양이군.

 

잉그베이

루카브... 장난이 좀 지나치군. 

 

앤더슨

잉기... 그 검은?

 

잉그베이

오, 앤디. 내가 좀 늦었지. 이제부터 만회하도록 하지. ...흥분되기 시작했어, 그때처럼 말야.

 

앤더슨

훗... 부탁한다, 단장.

 

잉그베이

그래. 나만 믿어.

 

루카브

늙은이가 하나 늘었다고 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아.

 

잉그베이

과연 어떨까?

 

루카브

끝까지 발버둥치다니.

 

 

일대일로 싸우고 있는 잉그베이와 루카브의 주변에서는 여전히 소셜리스와의 혼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오이겐

잉그베이... 돌아왔구나! 우리도 질 수는 없지! 일단 이 녀석들을 쓰러뜨린다! 기합 단단히 넣어!

군인과 병사

우오오!

소셜리스

...!

 

잉그베이

이래도 상황이 같다고 할 건가?

 

루카브

그래, 무의미하다. 

 

잉그베이

이봐, 루카브. 너는 왜 이런 방식을 선택해 버린 거냐? 너를 따르다 스러져 간 이들에게 해줄 말은 없나?

 

루카브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아무 것도 잃지 않고 이룰 수는 없어. 나는 이 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에서 모든 걸 잃은 상태였어.

 

잉그베이

...? 평화를 얻어내기 위해 피가 흐르는 일은 있겠지. 하지만 소셜리스의 힘에 기대는 것은 잘못됐어. 저건 인도에 반하는 살육병기다. 

 

루카브

영웅이란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며 위업을 이뤄내기에 영웅인 것이 아닌가?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반대한다 한들, 나는 후세의 사람들을 풍요롭게 만들어 영웅으로서 이름을 남길 것이다. 

 

잉그베이

하아... 왜 그렇게까지 영웅에 집착하는 거야? 

 

루카브

......

 

잉그베이

뭐 됐어. 심플하게 가자. 한 판으로 정하는 게 어때? 이 승부에서 이긴 녀석이 로안느의 미래를 움직이는 거다. 

 

...간다!

 

루카브

패배하게 될 거다.

 

잉그베이, 루카브

하아아아아앗!

 

루카브와 잉그베이는 서로에게 혼신의 일격을 휘둘렀다.

 

 

루카브

큭...!?

 

잉그베이

하아, 하아... 윽...

 

 

루카브는 지면 위로 쓰러졌고, 잉그베이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루카브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

 

......

 

잉그베이

!? 왜 그러나, 루카브. 어이!

루카브

시, 조... 가....

 

에리카

괜찮아?

 

잉그베이

루카브의 상태가 이상해! 

 

루카브

시, 조... 가... 날뛰... 그어어어어억!

앤더슨

루카브의 안에 있다는 소셜리스의 시조 때문인가?

 

루카브

주, 죽인... 죽인다아아아...

 

잉그베이

그런 것 같다만, 이성을 잃고 흉폭성이 전면에 드러나는 모양이군. 

 

앤더슨

잉기, 나도 같이 싸우지. 할배 혼자서 싸우기엔 짐이 무겁잖아?

 

잉그베이

하하, 너만 믿으마, 앤디. 겉멋과 기행의 전설을 재림시키는 거야!

에리카

나도 루카 오빠를 구하고 싶어!

잉그베이

좋아, 에리카... 같이 루카브를 구하자.

 

 

[다 같이 싸우자!]

 

 

잉그베이

그래, 단장. 이게 진짜 최종 결전인 거야.

 

루카브

다들... 죽여주마아아아!

잉그베이

다들 가자! 풀 메탈 파워!


[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