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제1화 마음의 나침반
Compass of the Heart

 

 




이곳은 나루 그랑데 공역, 이데르바 공화국. 그 수도인 그로스 섬에서는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하빈들에 의한 반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카인
......

 

 

 


라인하르자
카인...

카인
저 집단의 일부는 놈들에게 넘어간 이데르바의 국민이야. 가능하면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라인하르자

작작 해. 놈들이 평화적인 해결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할 텐데.

카인
큭...

라인하르자
그런데도 아직 교섭해 보려는 작정이냐?





카인이 이끄는 부대 앞에서는 무장한 하빈들이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
원래 이데르바는 실력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는 곳이었다잖냐!


무장한 그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이데르바의 왕에 어울린다고 주장하며, 주변의 건물을 부숴 그 힘을 자랑하고 있었다.


???
캬하하하하! 어이, 불만 있으면 덤비란 말이야!

교단 샤마스의 신도 2
아니면 뭐야. 우리 "교단 샤마스"한테 쫄았냐?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
햐하핫!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자유와 함께! 위~~ 샤마스으으!

교단 샤마스의 신도 2
자식들아! 아부지께 승리를 바치는 거다!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
히야하하핫!

 


광기에 물든 외침과 함께 덤벼드는 샤마스 신도들을 노려보며, 라인하르자가 주먹을 꽉 쥐었다.


라인하르자
타임 오버다. 이 세상에는 욕망이 이끄는 대로 날뛰는 놈들이라는 게 있어.

카인
나도 알아. 다만... 조금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이 이상의 피해는 간과할 수 없지. 여기서 한꺼번에 진압한다!


이윽고 카인은 이데르바 병사들을 이끌어 교단 샤마스와 맞서는 것이었다.





한편, 같은 시각... 파타 그랑데 공역에 위치한 류미엘 성국 또한 이데르바와 마찬가지로 교단 샤마스의 침공을 받고 있었다.


교단 샤마스의 신도 3
푸하하하핫! 태워라, 다 태워~~!

죄 없는 시민
여러분, 서두르세요! 성으로! 성으로 도망치는 거예요!

교단 샤마스의 신도 4
히히히... 얘들아! 펫으로 쓸 만한 놈들은 붙잡아서 아부지한테 바치는 거다~!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
햣하하하하!

죄 없는 시민
꺄아아악!

류미엘 기사
이 이상 네놈들이 마음대로 하게 둘 수는 없다! 전원 돌겨어어억!


류미엘 성기사단은 단장이 없는 와중에도 굳게 집결하여 교단 샤마스에 대항하려 했다. 그러나 최신식 무기와 압도적인 머릿수를 자랑하는 그들의 엄청난 기세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류미엘 기사
으윽... 다들 분발하라! 놈들을 여기서 막아내야 한다!

교단 샤마스의 신도 3
히야아아앗! 다 짓밟는 거다아아~!

???
노블 엑스큐션!

교단 샤마스의 신도 3
크아아악...!

류미엘 기사
이, 이 공격은... 설마...! 

샤를롯테 단장!

 

 


샤를롯테
조국을 어지럽히는 무엄한 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돌아왔지 말입니다! 여러분!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릅니다!

바우타오다
자, 진형을 가다듬고 우리 류미엘 성기사단의 단결력으로 이 난국을 뛰어넘읍시다! 지금이야말로 외치는 겁니다!

류미엘 성기사단
맑게, 바르게, 고결하게!


사기가 올라간 류미엘 성기사단을 보며 샤를롯테는 안도했다.


샤를롯테
바우타오다 공, 여기는 제가 맡겠습니다. 그 사이 일단 시민들을...

 

 

 


바우타오다
임무 확실히 접수했습니다!


바우타오다의 지휘하에 피난 유도가 시작된 것을 확인한 샤를롯테는 검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샤를롯테
류미엘 성기사단 단장, 샤를롯테 페니아! 당신들의 악행을 저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
......

교단 샤마스의 신도 5
히히히... 저 언니가 소문으로 듣던 샤를롯테 단장인가...

교단 샤마스의 신도 5
어딘가의 기공단에 있다고 들었는데 설마 이렇게 만날 수 있을 줄이야.

교단 샤마스의 신도 4
어이, 자식들아! 성을 무너뜨리는 건 나중이다! 샤를롯테 단장을 생포해라!

샤를롯테
어...?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
히야하하하핫!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자유와 함께에에에! 위~ 샤마스으으!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은 모든 병력을 샤를롯테 쪽으로 집결시키더니 노도와 같은 기세로 들이닥쳤다.


샤를롯테
윽...

바우타오다
샤를롯테 단장! 제가 당장 그쪽으로...!

샤를롯테
아뇨, 저는 신경쓰지 마시고 피난 유도를 계속해 주십시오! 이유는 모르겠으나... 저를 노리고 있다면 이 몸을 미끼삼아 시간을 벌도록 하겠습니다!


샤를롯테는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과 교전하며 마을 밖으로 도망쳤다. 그 작전에 훌륭히 걸려든 상대방을 마을에서 멀어지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샤를롯테
하아, 하아... 저 인원을 상대하기에는 체력이...

교단 샤마스의 신도 5
크헤헤, 샤를롯테 단장님. 그만 포기하시지...

교단 샤마스의 신도 4
햐하핫!

어라? 어어어? 어딜 간 ㄱ...

크아악!

교단 샤마스의 신도 5
이, 이봐! 저기야! 담장 위...!

 

 

 


세바스찬
아가씨를 노릴 줄이야... 정말 난감한 일이로군요.

샤를롯테
할아범, 덕분에 살았습니다!

세바스찬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만, 상대는 광기에 찬 녀석들입니다. 무모한 짓은 하지 마세요. 하지만 지금은 비상시이니... 어쩔 수 없었겠군요.

샤를롯테
할아범, 놈들의 목적은 대체 뭐죠?

세바스찬
지금 알 수 있는 건 저 교단 샤마스가 각국에서 일제 봉기를 일으킨 결과 죄 없는 사람들이 이유 없이 다치고 학대받고 있다는 겁니다. 저들은 이미 전공의 골칫거리라고 할 수 있겠죠.

샤를롯테
으으... 이 어찌 무엄한 자들인지!

세바스찬
자, 아가씨. 일단은 여기를 빠져나가 원군을 요청하시죠.


그들의 도주를 막기 위해 몰려드는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을 응시하며, 샤를롯테와 세바스찬은 검을 치켜들었다.

 

 




1-2


질서의 기공단이 근거지로 삼고 있는 요새는 깊은 상처를 입은 단원들과 근처 주민들로 붐비는 야전병원처럼 변해 있었다. 

 

 



모니카
(교단은 무슨. 이미 한 나라에 가까운... 아니, 그 이상의 전력인가. 빠르게 손을 써서 놈들을 잡아들여야 하는데...)

 

 

 


리샤
모니카 씨! 각국의 전령들이 구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편지를 훑어보고 있던 모니카의 표정이 점점 험악해졌다.


모니카
교단 샤마스는 이 지역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봉기한 모양이다. 멀리는 이데르바에서의 반란부터... 레비온에서는 온천과 포도주 산업, 발츠에서는 공업을... 류미엘에서는 그 자원과 더불어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샤를롯테 단장을 노린다는군.

리샤
일개 교단이 그 정도의 힘을 물 밑에서 비축하고 있었을 줄이야...

모니카
나도 같은 생각이다만 후회해 봤자 소용 없어. 지금은 일단 이 성채를 지켜낸 후 각국과의 연계를 노리도록 하자.

그나저나...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절묘한 말이군. 교단 샤마스의 광기적인 신도들을 "광도"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신도들의 목소리
햐하핫!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자유와 함께에! 위~~ 샤마스으!


모니카는 성채 밖에서 고함을 지르며 진형을 짜고 있는 교단 샤마스 신도들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모니카
리샤, 하나 부탁해도 될까? 그 기공단에 구원 요청을...

리샤
네, 지금 당장 할게요!





비이
교단 샤마스라... 처음 듣는 이름이네.

리샤
저희도 이렇게 싸우게 되기까지 존재조차 몰랐습니다. 그건 아마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비이
이데르바에 레비온, 발츠, 페드랏헤, 류미엘... 전부 다 강한 나라들이잖아. 그런 나라들을 상대로 한꺼번에 싸움을 걸다니... 상상도 안 가는구만.

리샤
최신식 총을 무기로 삼은 데다 사기도 높고 전술, 단결력, 그리고 압도적인 신자의 수... 그로 보아 호시탐탐 준비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죽음조차 상관없는 듯이 광기에 찬 그들의 눈입니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그들의 모습과 고함이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입니다...





[회상]


신도들의 목소리
햣하하!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자유와 함께! 위~~ 샤마스으!!





리샤
하아...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자유라니, 그런 건 아무도 가져선 안 되는데...

비이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자유라고?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 선택
[우리도 날뛰어 주겠어!]

 

 



유스테스
오다즈모키다.

리샤
오다즈모키요...?


그 옛날 노스 바스트에서 날뛰던 무법자 집단 "오다즈모키 갱스터". 그들의 대두목인 그루자렛자는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자유와 함께라는 말을 내걸고 성정수조차 마음대로 다뤘다. 그런 그들을 괴멸시킨 것이 단장의 기공단과 조직 사람들, 그리고 스컬이라는 것을 리샤에게 설명해 주었다.


리샤
그럴 수가... 그렇다면 교단 샤마스는...

유스테스
오다즈모키의 잔당들이 얽혀 있다고 봐야겠지.

비이
좋았어! 그럼 당사자에게 이야기를 들어볼 수밖에! 스컬이랑 발루루간 불러 올게!


배 안쪽으로 향하는 비이와 교대하듯이 당황한 루리아가 나타났다.


루리아
저기... 세바스 씨가 편지 보내셨어요!


그 편지에는 세바스찬이 교단 샤마스에 대해 조사한 것들이 적혀 있었다.


세바스찬
어떻게 된 수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교단 샤마스는 각지의 하빈들을 구슬려 세력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저희 아가씨도 놈들에게 끈질기게 노려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샤를롯테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자유라니 웃기지도 않습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교리는 제가 철저하게 없애버릴 겁니다!

세바스찬
...라며 아가씨도 대단히 화가 나셔서 그들을 퇴지하겠다며 분투하고 계십니다. 때문에 류미엘 성국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는 여기에 머무를 것 같으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또한 그들은 각국에서 똑같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단장 공께서는 각국과의 연계를 노리며 협력해 주셨으면...

리샤
저희 질서의 기공단도 세바스찬 씨와 같은 생각입니다. 교단 샤마스를 무찌르기 위해서는 각국과 손을 잡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겁니다.


[다 함께 교단 샤마스를 물리치자!]


리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스컬 씨와 발루루간 씨에게 정보를...

비이
스컬이랑 발루루간이 아무 데도 안 보여! 누구 소식 들은 거 없어?


일행들 사이에 심상치 않은 공기가 감도는 와중, 멀리서 개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루리아
이 소리는... 스컬 주니어 씨예요!

비이
이, 이봐... 저기 좀 봐! 스컬 주니어가 짊어지고 있는 거 발루루간 아냐?

 

 




1-3


단장 일행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걱정하며 기공정을 뛰쳐나와 발루루간 곁으로 달려갔다.


스컬 주니어
왕, 왕!

발루루간
하아... 하아... 그래, 배에 도착했나... 고맙다...

루리아
으아, 상처가 엄청나요! 일단은 치료를 해야겠어요!

발루루간
단장... 스, 스컬이... 오다즈모키에게...

유스테스
!?


단장 일행은 상처를 치료받은 후 침착함을 되찾은 발루루간을 둘러싸고 모였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으며 교단 샤마스에 오다즈모키의 잔당들이 흘러들었음을 확신했다.


발루루간
나는 스컬하고 이 녀석 덕분에 살았지만...

스컬 주니어
킁, 크응...

발루루간
걱정하지 말라니까. 난 터프하거든. 이 정도로 간단히 죽지 않아!

유스테스
...그놈들 하는 짓이 뻔하지. 그루자렛자의 원수를 갚겠다며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발루루간
그래. 우릴 붙잡아서 새로운 아부지에게 기념품으로 바치겠다느니 헛소리를 하더군.

비이
새로운 아부지...?

리샤
요컨대 그 인물이 오다즈모키의 잔당들을 긁어모아 교단 샤마스로서 새롭게 탄생시켰다는 걸까요.

유스테스
그 바보들을 일국에 버금가는 전력으로 키워내다니... 상당히 수완이 있는 자겠군.

발루루간
......


발루루간은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뛰쳐나가려고 했으나, 루리아가 제지했다.


루리아
아직 움직이면 안 돼요! 엄청 크게 다치셨다고요!

발루루간
그런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스컬 녀석은...

비이
좋아! 그럼 지금 당장이라도 구하러 가자!

발루루간
아니, 나 혼자 갈 거야. 그야 마음은 고맙지만 세계 각국이 이 기공단이 합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러니 스컬은 나한테 맡기고 질서의 기공단 쪽으로 가 줘.


단장은 발루루간에게 세계나 스컬이나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질서의 기공단이 부탁한 것은 비이를 중심으로 단원들이 각국과 연계할 수 있게끔 지시를 내렸다.


비이
그래, 나한테 맡겨!

발루루간
단장... 고맙다.

루리아
그럼 저희는 뭘 하면 되나요?


단장은 교단 샤마스의 허를 찌르기 위해 소수정예로 스컬을 구해내겠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발루루간
그 소수정예라는 인원 안에는 나하고 스컬 주니어도 포함된 거겠지?

스컬 주니어
왕, 왕!

유스테스
너희만으로는 불안하다.

발루루간
뭐?

유스테스
오다즈모키와는 조금이지만 악연이 있다. 나도 가겠다.

발루루간
하, 폼 잡기는. 하지만 고맙다.

루리아
저기... 예전 그 아지트는 이미 없어졌는데 어디 짚이는 데라도 있으신가요?

비이
그러게. 그렇게 추운 노스 바스트에 굳이 살고 있을 이유도 없겠고.

발루루간
아니, 원래 오다즈모키는... 그루자렛자 아부지를 동경한 녀석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집단이다. 거기엔 뭐랄까... 수많은 추억이 얽혀 있어.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여러 가지가 말이지. 그러니 그 아부지와 함께 살아온 땅을 그리 쉽게 버리진 못했을 거야.

교단 샤마스인지 뭔지 하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해도 놈들은 노스 바스트에 새 아지트를 만들었을 거다. 그건 이미 고집이랄까 집착이랄까, 아니면 본능이랄까...

루리아
그럼 바로 노스 바스트에 가 봐야겠네요.

리샤
단장님... 저희 요청에 답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무운이 함께하기를.


그렇게 해서 단장은 기공단을 떠나 발루루간 일행과 함께 스컬을 구출하러 떠났다.

 

 




1-4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극한의 땅, 노스 바스트의 서부 지역, 웨이스트 힐. 그곳은 예전에 "오다즈모키 갱스터"들의 아지트가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번성했던 일은 과거일 뿐, 지금은 그저 "아부지"라 불리던 남자의 묘비가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었다.


???
......

오랜만이군, 아부지... 지금의 나는 당신 눈에 어떻게 비치지? 남자 중의 남자가 됐나? 

크큭... 알고 있어. 지금 그대로의 자신에 만족하냐면서 웃고 있겠지?


남자는 홀로 중얼거리며, 허리춤에 맨 플라스크에 담겨 있던 위스키를 묘지 앞에 따랐다.


???
쭉 들이키셔. ...에이, 신경쓸 거 없어. 내게 술은 아직 이르니까.





[회상]

 

 



그루자렛자
라이자릿드. 나와 혈연으로 이어진 자여, 네게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자유를 주겠다! 내 가족이 되어라!





라이자릿드
으, 으윽...

(내가 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 아부지의 의지를 이을 만한 남자인지 어떤지를...)


넘쳐흐르는 눈물을 닦은 라이자릿드가 일어선 순간, 주변이 맹렬한 눈보라에 휩싸이며 온 세상이 새하얗게 변했다. 소위 화이트아웃이라 불리는 현상이었다.


라이자릿드
......

흥, 내게 사람을 판별할 능력이 있느냐고... 아부지는 그렇게 묻고 있는 건가? 으하하핫! 내 심안은 여기서 발휘될 것이다! 아부지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이 눈보라 속을 마음의 나침반만 가지고 나아가도록 하지!


눈을 감은 라이자릿드는 방향감각을 상실시키는 새하얀 세계 속을 그저 직선으로 걸어나갔다. 귀에 들리는 것은 날뛰는 바람소리와 눈을 밟는 자신의 발소리뿐.


라이자릿드
흥... 그 어떤 곤란이 닥친다 한들, 죽을 때도 앞으로 고꾸라지는 것... 그것이 남자라는 것이지. 그렇지 않나? 위대한 아버지여!


하늘을 향해 울부짖은 그 순간, 발에 무언가가 걸려 라이자릿드는 머리부터 눈 속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라이자릿드
푸하앗! 크큭... 이 또한 내가 남자라는 증거인가.

노인
......

라이자릿드
음? 뭐에 걸려 넘어졌나 했더니... 할아범! 무사한가?

노인
으, 으으으... 하아, 하아...


라이자릿드는 노인을 들쳐안고 몸에 쌓인 눈을 정성스럽게 털어내 주었다.


노인
아, 고고, 고맙습니다...

라이자릿드
이곳은 전사들의 꿈의 흔적... 어째서 이런 곳에 있지?

노인
아, 아아... 시, 식량을 찾으러...

라이자릿드
배가 고픈 건가. 지금 지닌 건 이 육포뿐이다만... 자, 사양 말고 드시게.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육포를 받아들더니 자신의 입에 넣지 않고 품에 소중한 듯이 갈무리했다.


노인
이것은... 마을 아이들에게...

라이자릿드
할아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노인
교단 샤마스가... 저희 마을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노인이 더듬거리며 말하기로는, 식량을 교단 샤마스에게 빼앗기고 저장해 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서 적어도 아이들에게 음식을 마음껏 먹이기 위해 이 눈보라 속에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것이었다고. 


라이자릿드
인간이나 세상이나 짐승들과 다름없이... 약육강식인 건가. 

나를 마을로 데려가 줄 수 있겠나?

노인
아뇨, 마을에 갔다가는 당신도 위험ㅎ...

라이자릿드
상관없다. 내 마음의 나침반이 길을 알려주었을 뿐이야.


라이자릿드는 서둘러 노인과 함께 교단 샤마스가 진치고 있다는 마을 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