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요? 제... 들려요?
어이, ...나!!
점점 선명해지는 목소리에 이끌리듯이, 단장의 의식이 갑자기 깨어났다.
비이
다행이다, 겨우 눈을 떴구나!
루리아
몇 번이나 불러도 반응이 없어서... 어디 아프거나 기분나쁜 데는 없어요?
[여기 어디야...?]
비이
어디냐니... 기억 안 나? 너 의뢰 중에 더위 먹어서 쓰러졌잖아!
루리아
오늘은 더웠으니까요. 수분도 별로 섭취 못 했고요. 분명 그게 원인일 거라고...
비이
미안해. 내가 억지로라도 물을 마시게 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루리아
비이 씨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저도 당신 상태를 눈치채지 못했어요...
비이와 루리아의 설명을 들은 단장의 기억이 점점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분명 오늘은 바깥에서 들어온 의뢰가 많아서 수분을 섭취할 여유도 없이 아침부터 바빴다. 의식을 잃기 직전에 본 비이와 루리아의 표정을 떠올리며 단장은 죄책감에 휩싸였다.
[걱정시켜서 미안해]
루리아
아니에요! 하지만 앞으로는 상태가 안 좋으면 바로 말해 줘야 해요.
비이
맞아! 너, 바쁘면 가끔 식사도 건너뛰고 그러지? 식사나 수분은 제대로 섭취해야 돼!
어지간히 걱정을 끼쳤던 것인지 재차 당부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단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이
그러고 보니... 조금 전까지 가위에 눌린 것 같던데, 나쁜 꿈이라도 꿨어?
비이의 물음에 단장은 조금 전까지 꾸던 꿈같은 내용을 떠올렸다. 상세한 것까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외롭다는 감정만은 이상하게도 선명히 되살아났다.
대체 그 꿈은 뭐였던 걸까. 내용을 떠올려 보려고 기억을 더듬을수록 점점 내용은 희미해져 갔고, 마지막에는 윤곽조차 잡기 힘들어졌다. 대신 보이기 시작한 것은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막연한 불안이었다.
만약 앞으로 루리아가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은 마음 어딘가에 계속 있었다. 그 꿈은 무의식중에 품고 있던 불안이 보여준 환영이었을지도 모른다.
루리아
혹시 아직도 상태가 안 좋은가요?
비이
머리부터 쓰러졌으니... 역시 한번 더 의사한테 진찰받는 게 좋지 않겠어?
걱정스러운 듯이 묻는 루리아와 비이의 모습에 문득 정신을 차린 단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신기한 꿈을 꿨어]
루리아
그 꿈의 마지막이 엄청 서글퍼서 가위에 눌린 거라고요...?
비이
신기하네. 네가 그런 꿈을 꾸다니.
아! 혹시 올해는 아우규스테가 폐쇄돼서 그런 건가? 그, 매년 이 시기에는 바캉스로 아우규스테 가서 엄청난 소동에 휘말렸었잖아. 그런데 올해는 그러지 못해서 섭섭한 마음에 외롭다고 생각한 거 아닐까? 역시 여름에는 그런 엉망진창인 바캉스를 보내야지.
루리아
그렇군요... 확실히 저도 그 기분 이해해요! 매년 말도 안 되는 사건에 휘말리기는 했지만 좋은 자극이나 추억이 되기도 했고요...
비이의 추리에 납득한 것인지 힘차게 동의하던 루리아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루리아
맞아요! 내년에는 올해 몫까지 마음껏 바캉스를 즐겨 봐요! 올해는 쉬었으니까, 더 즐겁고 자극적인 바캉스가 될 거예요!
비이
오! 확실히 그렇겠네! 아우규스테가 폐쇄되는 건 거의 없는 일이니까...
내년 바캉스는 좀 길게 가자! 그래서 올해 몫까지 마음껏 노는 거야! 어때? 좋지?
기대에 차서 눈을 반짝이는 비이와 루리아에게 단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리아
와아! 벌써부터 내년 여름이 기다려져요!
비이
나도 기대된다! 내년 여름엔 어떤 바캉스를 보내게 될까?
루리아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고,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비이
물론 불꽃놀이도 잊으면 안 되지! 그리고...
신나서 떠드는 두 사람에게 미소를 지으며, 단장은 창문 밖에 펼쳐진 푸른 하늘에 시선을 보냈다.
...내년뿐만이 아니다. 내후년에도, 그 후에도 루리아와 비이, 동료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다 함께 수많은 추억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렇게 결심한 단장의 마음은 창문 밖에서 기다리는 모험을 기대하며 부풀어올랐다.
안녕하세요, 소중한 당신에게
-완결
'2022 > 안녕하세요, 소중한 당신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하세요, 소중한 당신에게 - 제6화 이 편지가 닿을 때쯤에는 (0) | 2022.07.31 |
---|---|
안녕하세요, 소중한 당신에게 - 제5화 안녕하세요, 여름날이 이어지는 요즈음 (0) | 2022.07.31 |
안녕하세요, 소중한 당신에게 - 제4화 안녕하세요, 어디 아픈 데는 없죠? (0) | 2022.07.31 |
안녕하세요, 소중한 당신에게 - 제3화 안녕하세요, 푸른 하늘이 그리워지는 계절이에요. (0) | 2022.07.31 |
안녕하세요, 소중한 당신에게 - 제2화 안녕하세요, 곧 장마네요. (0) | 2022.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