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제5화 안녕하세요, 여름날이 이어지는 요즈음
The Summer Days Continue
카이
하~ 오늘도 잔뜩 운동했네! 배도 고프니 센베 할머니네 가서 뭐 좀 사 가자!
아오토
그러게.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신상품이 들어왔대.
어느 날의 방과 후. 부활동을 마친 아오토와 카이가 교문으로 향하고 있을 때, 앞쪽에서 익숙한 사람이 달려왔다.
미쿠
아, 얘들아! 혹시 내 PHS 못 봤어? 가방 안쪽 주머니에 넣어 뒀었는데 안 보이더라고. 점심시간에 썼던 기억은 있는데...
카이
점심시간이라... 확실히 쓰는 거 보긴 했는데 어디에 뒀는지까지는 못 봤어.
아오토
일단 교실에 돌아가서 찾아보자. 우리도 도와줄게.
카이
분실물이라고 교무실에 가 있을 가능성도 있어. 한번 가 보자.
미쿠
고마워 얘들아! 찾아야 될 텐데...
그렇게 해서 3명은 잃어버린 미쿠의 PHS를 찾기 위해 저녁놀로 물든 교사 안쪽으로 향했다.
미쿠
하아... 여기에도 없네.
아오토
이과실, 도서실, 공작실, 시청각실... 오늘 이동한 곳은 거의 다 찾아봤지. 남은 건...
카이
아, 교실은? 점심때 오늘은 짐만 가지고 돌아간다고 했었지?
미쿠
거길 제일 먼저 찾아봤는데 없었어. 난감하네...
짚이는 장소를 전부 찾아보았지만 미쿠의 PHS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리타
...어라? 여러분, 무슨 일이신가요? 하교시간은 이미 지난 지 오래입니다만.
미쿠
선생님! 물건을 좀 찾고 있어서요...
아오토
미쿠가 PHS를 잃어버린 모양이에요. 혹시 분실물로 들어오지 않았나요?
아리타
PHS라고요? 특별히 들어온 건 없는데... 언제 잃어버렸나요?
미쿠
그게, 점심시간까지는 분명히 있었으니 그 이후일 것 같아요.
아리타
흠... 그 시간에 누가 주웠다면 이미 신고가 들어왔을 텐데요... 알겠습니다. 교내를 순회하는 김에 저도 같이 찾아보죠.
미쿠
정말요!? 감사합니다!
아리타
하지만 그렇게 고가의 물건을 학교에 가지고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평범한 분실이 아니라 도난일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교칙으로 금지된 건 아니라고 해도, 어지간한 이유가 아니라면 학교에 가지고 오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쿠
으... 조심할게요...
아리타
좋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이만 돌아가세요. 밤길 조심하시고요.
아오토
네~에.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계속해서 교내를 돌아보며 PHS를 찾아보겠다는 아리타에게 뒤를 맡긴 채 세 사람은 귀갓길에 올랐다.
미쿠
하아...
카이
에이, 아리타 선생님도 찾아봐 주신다니까 기운 내.
아오토
집에 돌아가서 가방 한번 더 찾아보지 그래? 의외로 그런 데서 나오기도 하잖아. 어쩌면 돌아가는 도중에 떨어뜨려서 경찰한테 분실물로 들어갔을지도 모르고. 안 그래?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는 미쿠를 격려하기 위해, 아오토와 카이는 계속 밝게 말을 걸었다.
미쿠
응… 고마워 얘들아. 같이 찾아 줘서. 하지만 만약 내일도 찾아내지 못한다면... 아아... 분명히 혼날 텐데...
아오토
그치... PHS도 싸지 않으니까...
카이
뭐, 일부러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아무데나 놔둔 것도 아니잖아. 내일 무사히 찾아낼 수 있기를 빌자.
미쿠
응... 만약 못 찾으면 명복을 빌어 줘...
카이
호들갑은...
아, 그럼 난 이만. 내일 또 보자!
미쿠
나도 학원에 숙제만 제출하고 와야겠어. 내일 보자, 아오토. 카이!
아오토
응. 내일 보자, 카이. 미쿠.
평소와 같이 작별 인사를 한 그들은 각자의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
......
그런 세 사람의 등 뒤에서 저물어가는 해의 그림자에 녹아들듯이, 수상한 그림자가 미소짓고 있었다.
5-2
미쿠
하아~~~
아오토
오늘로 5일짼가? 이만큼 지나도 안 나온다면 이 근처에는 없는 걸지도...
카이
아까 교무실에 가는 김에 들어온 거 없나 물어봤는데, 역시 없다더라.
미쿠
그렇구나... 진짜 어디서 잃어버린 거지.
그로부터 아오토, 미쿠, 카이가 구역을 분담해서 교내와 근처를 샅샅이 뒤졌으나 PHS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리타
타지리 씨. 잠시 시간 괜찮은가요?
미쿠
아, 네! 무슨 일이신가요?
아리타
조금 전 미화위원인 학생이 분실물을 가져다 줬습니다만 혹시나 싶어서...
그렇게 말하며 아리타가 내민 것은 망가진 채 비닐봉지에 담겨 있는 PHS였다.
미쿠
이건...! 맞아요! 제 PHS예요! 이 스트랩... 틀림없어요!
아오토
하지만 이렇게 망가져서야 수리하기도 힘들겠네... 이거 어디서 발견된 건가요?
아리타
체육관 창고 근처에 있는 폐품 보관소입니다. 미화위원 활동으로 들렀던 학생이 틈새에 떨어져 있던 것을 발견한 모양이더군요. 혹시나 해서 미화위원 학생한테 청소하다 PHS를 발견하면 보고해 달라고 말해둔 게 정답이었어요.
미쿠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아리타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가져오지 말던가,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게끔 주의를 기울이던가.
미쿠
네!
하아... 이런 모습이긴 하지만 찾아서 다행이야...
아오토
그치만 이러면 못 쓰잖아. 반으로 부서진 데다가 전선도 끊어진 것 같은데.
미쿠
그러게. 아아....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애들 연락처 수첩에 적어둘 걸.
카이
혹시 다른 녀석들 연락처 전부 PHS만 넣어두고 메모 안 해뒀어?
미쿠
응... 다시 보거나 찾아볼 필요가 없으니까. 하나도 없어.
아오토
그건... 뭐랄까. 진짜 안 됐네.
미쿠
우우... 그 아이의 연락처도 PHS에 등록한 것뿐이었는데. 앞으로는 어떡하지...
카이
미쿠랑 아오토 둘 다 그 아이랑 초등학교는 같지 않아? 연락망같은 거 아직 남아있지 않나?
아오토
아니. 그 아이는 이사한 후로 전화번호같은 것도 바꿨거든. 그래서 나도 주소밖에 몰라.
카이
그렇다면... 아오토처럼 편지를 보내는 것밖에 연락 수단이 없는 거네.
미쿠
편지같은 건 몇 년이나 안 썼는데... ...아, 맞다. 편지라고 하니까 생각나는데 아오토, 요즘엔 무슨 얘기 해?
아오토
어? 글쎄, 딱히 특별한 화제는 없었는데. 진로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저쪽에서 화제가 된 카페의 치즈 케이크가 맛있었다던가...
(...여름방학에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던 건 말 안 해도 되겠지. 어차피 내가 거절했으니까... 아, 하지만 미쿠가 가족들이랑 친척집에 간다고 거짓말을 했었네. 만약 미쿠가 그 아이한테 편지를 보내면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진짜 이유를 물어볼지도 몰라. 그렇게 되기 전에 미쿠한테 제대로 사정을 설명해 둬야겠네...)
미쿠
...토. 아오토!
아오토
어!? 아, 미안. 뭐야?
미쿠
뭐야? 는 무슨. 왜 그래? 갑자기 멍하니 있고.
카이
뭔가 생각하는 중인 것 같던데, 혹시 그 아이한테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입을 다문 아오토를 수상하게 여긴 것인지, 미쿠와 카이는 수상쩍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오토는 당황해서 고개를 저으며 상황을 얼버무리기 위해 머리에 떠오른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었다.
아오토
아니, 얼마 전에 보낸 편지의 답장이 아직 안 왔네 싶어서.
미쿠
뭐? 답장 보내고 아직 일 주일도 안 지나지 않았어? 엄청 기다려지나 보네.
아오토
아, 응... 뭐...
그래도 왜, 2주일 정도 답장 안 온 적도 있었잖아. 참을성있게 기다려 봐야겠지.
카이
그렇게 말하면서 또 미움받은 건 아닌지 풀 죽지는 마라?
아오토
풀 안 죽었거든...! 아마도.
카이
거기선 자신감을 가져야지!
카이의 말에 웃으면서도 아오토는 대충 그 상황을 넘긴 것에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오토
(그나저나 뭘까. 그 아이가 보내는 답장이 특별히 늦는 것도 아닌데 ...안 좋은 예감이 들어)
갑자기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한 마디에, 아오토의 마음 속으로 불안의 감정이 스물스물 퍼져나갔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그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아오토는 표현하기 힘든 불안에 떨며 가슴을 억눌렀다.
5-3
비
......
아오토
나 왔어. 비, 요새 더워졌는데 낮에 괜찮았어?
비
......
아오토
그렇구나. 올해는 작년보다 더워진다는 모양이니까 미리 새로운 선풍기로 갈아둬야겠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평소처럼 비이에게 말을 걸면서 짐을 내려놓았다. 가벼워진 몸으로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책과 잘못 쓴 편지지가 널부러져 있는 채인 책상이었다. 제일 위에는 익숙한 푸른 하늘 색의 봉투가 놓여 있었다. 답장을 보낸 후로 10일째인가... 역시 그 이상한 예감은 지나친 걱정이었나?
며칠 전. 미쿠, 카이와 이야기한 후로 내 마음은 묘하게 편치 않았다. 명확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고, 그날 보낸 답장은 지금까지 보낸 것중에도 가장 무난한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분명 내 기우였던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봉투에서 꺼내든 편지지에 눈길을 보냈다.
동그란 글씨체의 편지
안녕하세요. 장마도 개이고 더운 날이 이어지는 계절이네요.
이번에는 무엇을 적을지 조금 고민했어요.
언젠가는 이렇게 될 거라고 어렸을 때부터 계속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닥쳐오니까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해도 깜짝 놀라게 되네요.
아오토
……? 무슨 얘기지?
평소와 같은 인사로 시작된 그 아이의 편지는 어딘가 이상했다. 그것을 본 내 마음 속에는 사라지려고 했던 나쁜 예감이 다시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예감은 결코 기분 탓이 아니었다. 편지에 적혀 있던 한 문장을 본 순간, 내 사고기능은 정지되고 말았다.
동그란 글씨체의 편지
유치원 때부터 두 사람은 항상 같이 있고 사이도 좋았죠.
그래서 미쿠가 「드디어 아오토랑 사귀게 됐어」라는 말을 했을 때는 깜짝 놀랐지만 안심했어요.
아오토
...뭐? 나랑 미쿠가 사귄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심지어 이 얘기를 그 아이에게 말한 것은 미쿠라고 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존재할 리가.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결정타를 먹이듯, 그 아이의 편지에는 이런 것까지 적혀 있었다.
동그란 글씨체의 편지
맞다. 여름방학 말인데요... 미쿠랑 데이트할 예정이었던 거라면 솔직히 말해 줬어도 괜찮은데.
할머니 허락을 받아서 근처에 둘이 여행하러 간다면서요.
전혀 몰랐다고 미쿠한테 말했더니, 「분명 부끄러워서 그랬을 거야」 라고 하더라고요.
「시간이 좀 지날 때까지는 사귀기 시작한 걸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네가 여름방학에 온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었으니까」 라고요.
그래서 예전 그 편지가 그런 식으로 적혀 있었던 거군요.
아! 그렇게 둘러댄 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안 써요.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으니까, 새삼스레 보고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치만, 뭐랄까. 두 사람이 사귀게 되었다면 제가 편지를 자주 쓰는 건 별로 좋지 못하겠죠?
하지만 앞으로도 친구로서 사이 좋게 지내 줬으면 좋겠어요.
조금 짧긴 하지만 여기까지 쓸게요. 더위 먹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총총.
아오토
우리가 사귀어... 여행...?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기억에 없는 사실들을 보며 내 머리 속은 새하얗게 변했다.
그래... 미쿠. 미쿠한테 물어봐야겠어. 왜 그런 말을 한 건지.
미쿠
“네, 타지리입니다.”
아오토
미쿠? 어떻게 된 거야?
미쿠
“아오토?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
아오토
무슨 일이긴, 미쿠가 그 아이한테 나랑 미쿠가 사귀기 시작했고, 여름방학때 같이 여행간다고 했다며!
미쿠
“뭐? 그게 뭔데... 나 처음 들어! 진짜 그 아이가 그렇게 말했어? “
아오토
그래! 그 아이가 보낸 편지에 적혀 있었어!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미쿠
“진정해, 아오토! 난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니까! PHS가 부서져서 그 아이 전화번호도 모르고, 연락은 하고 싶어도 못 하는걸...”
아오토
...PHS?
미쿠의 말을 들으며 감정에 지배되어 있던 머리가 갑자기 식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가 이상하다. 사귄다느니 하는 부분을 빼고도 그 편지에는 위화감이 있었다.
미쿠
“아오토? “
아오토
…… 미안, 미쿠. 덕분에 좀 냉정해졌어.
한번 더 확인해도 될까? 미쿠는 진짜 짚이는 거 없는 거지?
미쿠
“응. 전혀 없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도 난 모르겠어.”
아오토
그렇구나. 잠깐만 기다려. 그 편지, 뭔가가 이상해.
일단 전화를 보류 상태로 둔 후, 집어던진 채였던 편지를 다시 한 번 읽었다. 아까는 당황한 탓에 내용이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잘 보니 이상한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역시 그랬군. 미쿠. 올 여름방학에 그 아이가 여기 올 예정이었던 거 알고 있었어?
미쿠
“뭐? 그랬어? 문자로는 한번도 그런 소리 한 적 없는데...”
아오토
...그렇구나. 못 들었구나.
미쿠
“완전 처음 들어! 아니, 아오토는 알고 있었으면 가르쳐 주지 그랬어! “
아오토
미, 미안. 말하려고 했었는데 하지만 올해는 안 오는 편이 좋겠다고 그 아이한테 편지를 썼거든...
미쿠
“뭐? 왜 그런 소리를...
...아. 설마 그 사람들이랑 관계된 거야? “
아오토
응. 게다가 아마 미쿠의 PHS가 없어진 것도 그 녀석들이 얽혀있을 거야. 미쿠는 여름방학에 그 아이가 여기 올 예정이었던 걸 몰랐어.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편지에 적혀 있던 미쿠는 그 일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하더라고. 게다가 딱 맞춰서 미쿠의 PHS가 없어졌었지.
...나랑 그 아이의 편지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때 내게서 편지를 빼앗았던 후와와 오리베뿐이야. PHS를 훔쳐간 증거는 없겠지만, 그 녀석들 외에 이런 짓을 할 만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어.
미쿠
“만약 그 둘이 범인이라고 하면 왜 이런 짓을...?” “
아오토
예전에 우연히 들은 적 있어. 나를 괴롭히려면 그 아이를 잘 이용하는 게 좋다고. 실제로 오리베한테 그 아이를 소개시켜 달라고 들은 적도 있고... 물론 거절했지만.
미쿠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여름방학때 오지 말라는 편지를 보낸 거였어.
응. 사정은 대충 이해했어. 그 아이의 오해를 한 시라도 빨리 풀어야겠네.”
아오토
아... 그러게. 빨리 편지 써야겠다.
미쿠
“아, 나도 편지 보낼게. 애초에 내가 얘기한 것처럼 되어 있기도 하고, PHS에 대해서도 전해두고 싶으니까.”
아오토
알겠어. 그럼 주소 알려줄게. 어디...
...어라?
몇 번이나 적어서 기억하고 있는 그 아이의 주소가 기억나지 않았다. 이상하네. 라고 생각하며 봉투 뒷면에 있는 발신인 란을 보았지만 눈이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미쿠
“왜 그래? 뭐 신경쓰이는 거라도 있어? “
아오토
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눈을 비빈 후 한번 더 봉투를 보자 분명 기억하고 있는 주소가 적혀 있었다. 방금 전에는 왜 그랬던 걸까? 그냥 눈에 뭐가 들어갔었던 걸까.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묘한 감각을 품은 채, 나는 전화 너머로 그 아이의 주소를 불러 주었다.
미쿠
“…… 응. 고마워. 그럼 다음 주에 학교에서 보자.”
아오토
아무튼 편지를 써야겠지. 하루라도 빨리 그 아이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
지금부터는 아무리 서둘러도 편지가 도착하는 건 며칠 후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나는 한정된 수단 속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그 아이의 오해를 풀고 싶었다.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 텐데. 그 아이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한 직후,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무서워서 일부러 전화번호 교환은 피했다.
겁쟁이에다 패기도 없었던 과거의 자신을 저주하며, 나는 글씨를 적어내려갔다.
5-4
아오토
...찾았다.
월요일 아침, 학교에 나온 아오토는 창문가에서 혼자 독서를 하고 있던 후와 앞에 섰다.
아오토
미쿠 PHS 써서 그 아이한테 무슨 짓 했지.
후와
갑자기 나타났나 싶더니 인삿말이 엄청나군.
아오토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전에 네가 오리베랑 했던 이야기 다 들ㅇ...
???
스톱. 거기까지야, 아오토.
분노에 차서 외치던 아오토의 말은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의해 끊어지고 말았다.
아오토
오리베...! 큭!
순간, 돌아보려고 하기도 전에 등 뒤에서 오리베가 아오토를 붙잡아 움직일 수 없도록 막았다.
오리베
아침부터 싸움이라니 바람직하지 못한걸. 대체 무슨 일인데?
아오토
너희들이지! 미쿠의 PHS를 훔쳐서 그 아이한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게!
오리베
어라, 벌써 들켰어? 말투 흉내내면서 문자 주고받는 거 엄청 힘들었다고. 네 반응을 보니, 그 아이는 순순히 넘어가 준 모양이네?
아오토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그게 남의 물건 훔쳐서까지 할 짓이야?
오리베
이유 따위는 하나뿐이지 않겠어? 네가 우리 사이의 계약을 깨뜨렸기 때문이야. 말했잖아. 어떻게 되든 모른다고. 하지만 본인한테 직접 무슨 짓을 해 봤자 너 자신은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겠지. 결국은 타인이니까. 그러면 재미가 없어. 그래서 네가 가장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을 만한 방법을 선택한 거야.
아오토
그래서 그 아이한테 거짓말을 한 거라고...?
오리베
그 아이, 아무래도 너희 둘을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더라고. 그런 사람한테 거짓말을 듣고, 혼자만 따돌림당하고 있었던 걸 알게 되면 슬프겠지? 나로서는 질척질척한 삼각관계가 수라장으로 변질된 끝에 절연까지 가길 바랬었는데... 설마 깔끔하게 해결될 줄이야. 모처럼 한 고생이 물거품이네.
아오토
그런 걸 위해서... 겨우 그런 걸 위해서 관계 없는 사람을 끌어들인 거라고?
웃기지 마! 나는, 우리는 너희들의 장난감이 아니야!
분노하며 이를 드러내는 아오토 앞에서 그저 방관만 하고 있던 후와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와
...원인을 따지자면 네 자업자득 아닌가?
아오토
...뭐?
후와
애초에 너는 오리베에게 따른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지 않나. 하지만 그것을 파토낸 것은 너야. 그 사실에는 눈감은 채 이쪽만이 나쁘다고 떠드는 것은 불합리하다.
아오토
......
후와
오리베의 성격을 봤을 때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될지는 대충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런데도 계약을 어기고 보복을 당하게 된 것은 너 자신의 잘못이다.
담담히 내뱉는 후와 앞에서 아오토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오토
...! 웃기지, 마!
오리베
!?
아오토는 분노에 휩싸여 오리베의 구속을 풀고 후와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주먹이 후와의 안면에 닿기 직전, 아오토의 몸이 옆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아오토
큭...!
오리베
날 무시하다니 너무하잖아, 아오토.
퍼 씨랑 하고 싶으면 먼저 나를 쓰러뜨릴 정도의 힘을 보여줘야겠지?
아오토
오리베...!
오리베에게 주저없이 주먹을 휘두르는 아오토, 그리고 그것을 받아내면서 즐거운 듯이 돌려주는 오리베. 주변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고, 교실 안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아리타
...뭘 하는 겁니까!
카이
아오토! 그만 해! 그 이상 하면 곤란해져!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나타난 교사들이 아오토와 오리베를 떼어냈다.
아오토
이거 놔! 이 자식들은... 이 자식들만은...! 절대로 용서 못 해!
카이
됐으니까 좀 진정해! 여기서 치고박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
아오토
하지만...!
카이는 붙잡힌 채로도 오리베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아오토를 필사적으로 말렸다. 그걸 보고 있던 오리베는 재미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리베
하아... 매번 이렇게 좋은 타이밍에 방해받으니 진짜 김 새는데.
아리타
몇 번이나 주의를 줬는데, 아무래도 전혀 반성하지 앟은 모양이군요, 오리베 씨. 이번 일은 가벼운 처분으로 끝난 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후와 씨, 예전에 키쿠다 씨를 괴롭힌 건에는 당신도 관여되어 있었죠? 혹시 모르니 당신에게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후와
흥... 웃기지도 않는 촌극이군. 널 너무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좋은 꼴을 못 본다니까.
오리베
그렇게 말하지 마, 퍼 씨. 난 꽤 즐거웠단 말이지.
이미 익숙한 일인지, 후와와 오리베는 교사들에게 끌려가는 사이에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아오토
젠장... 저런 녀석들한테...
(줄곧 여유가 넘쳐 보였어. 나는 그저 저 녀석을 즐겁게 해 줬을 뿐인 거야...?)
갑자기 머리가 식자, 그와 동시에 전신에 퍼지는 고통이 아오토의 의식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카이
아오토...? 어이, 아오토! 정신 차려!
카이의 필사적인 목소리가 멀어져 가는 걸 들으며, 아오토의 의식은 툭 끊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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