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제5화 밤중캠

Shadows in the Night

 

 




온천에서 돌아온 십이신장은 텐트 안에 들어가 취침 준비를 시작했다. 바닥에는 시트가 깔려 있을 뿐, 침낭에 들어가서 뒤섞여 자는 형태였다.

 


안치라
후후훗! 다 같이 잔 적은 있었지만, 텐트랑 침낭같은 건 처음이네!

쿠비라
그럼 불 끌게.


쿠비라가 랜턴 불을 끄자, 십이신장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들려오는 것은 텐트 밖앝에서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와 밤새가 우는 소리, 다른 손님들의 기척들 뿐이었다.

 


파이
저기...

파이
후앙. 벌써 잠들었어?

후앙
잠들었어.

안치라
푸훗... 깨어 있잖아. 저기, 파이. 나도 아직 잠 안 오는데 뭐 재미있는 얘기 없을까?

파이
재미있는 이야기...?

아니라
무리한 소리 하지 말거라.

안치라
그치만 모처럼 캠핑 왔는데 벌써 자다니 아까운걸~! 재미있는 거 더 하고 싶어!

바지라
안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파이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부끄러운 일이 있었어...

안치라
부끄러운 일?

파이
응... 엄청 부끄러운 꼴을 당했어. 굴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지.

안치라
어, 어떤 이야긴데....? 

 


 

 

[회상]



델리포드
음~ 맛있는걸! 이 커피, 쓴맛이 확실히 느껴지면서도 식감은 부드럽고 잘 넘어가는군.

레나
멋지다... 불에 닿아서 열을 받은 만큼 부드러운 과일 같은 향기도 나고.

산달폰
배전이 잘 된 모양이군. 이 원두는 중배전으로 태우려면 요령이 좀 필요하지

델리포드
허허, 정말 훌륭해. 매일의 피로가 날아가는 기분이야.

레나
또 마시러 올까 싶네. 이 행복한 향기는 몇 번이고 다시 즐기고 싶으니까.

산달폰
훗... 그럼 몇 번이든 다시 오시지. 경영 수업을 하고 있는 입장으로서도 좋은 기회니.


그랑사이퍼 내에서 커피 룸을 운영하고 있는 성정수 산달폰은 단원들에게 자주 커피를 대접하고 있었다. 언젠가 그가 카페를 열기 위해 연습용으로 쓰고 있는 이 쉼터를 누군가가 복도에서 훔쳐보고 있는 중이었다.

 


후앙
......

레나
어머나, 귀여운 손님이네.

델리포드
후앙 공인가. 무슨 일이지?

산달폰
......?

후앙
(어른들이 커피 마시는 거... 뭔가 세련되고 엄청 멋있는 것 같아...)

산달폰
그런 데에 서 있지 말고 들어오는 게 어때? 주스라면 내줄 수 있다.

후앙
(띠잉~!)

주, 주스으...? 나도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에~?

산달폰
그런가. 그럼 준비하지. 잠시 기다려라. 그런데 너는...

후앙
나는 십이신장 중 인신인 후앙 신다라!

산달폰
...성정수 산달폰이다. 지금은 단장의 호의로 여기서 커피를 내어주고 있지.

후앙
응? 성정수? 오빠, 성정수야?

산달폰
묻고자 했던 건 이름이 아니라 커피를 마셔 본 적이 있는지의 여부였다만...

후앙
어... 없는데?

산달폰
그런가. 그럼 여기 설탕을 두겠다.

후앙
커피가 쓰다는 것 정도는 알거든? 설탕은 어린애같으니까 필요 없어.

산달폰
필요 없으면 넣지 않으면 된다. 나는 설탕 병을 여기에 뒀어. 그뿐이다.

후앙
흐음...?

레나
후후. 커피를 처음 마신다면 설탕 넣는 걸 추천해.

델리포드
음.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것이...

후앙
완~전 괜찮거든! 원두 향기에 이끌려서 들어온 거거든? 냐하하~ 어른스럽지?

산달폰
십이신장이라... 별의 세계를 감시하기 위해 하늘의 민족이 설치한 조직이라고 들었다.

후앙
맞아, 맞아~ 나랑 내 동생 파이는 그 초대의 딸이라고 할까, 자손이라고 할까, 카피본이라고 할까... 뭐 그런 거야.


그 옛날, 초대 인신이 인신궁 근처의 나무에 영력을 불어넣자, 일정 간격으로 복숭아가 맺히게 되었다. 이후, 2대째 인신부터는 전부 그 복숭아 나무가 맺는 복숭아 안에서 수육되어 태어나게 된 것이었다. 신다라 자매는 개중에서도 사상 최초로 쌍둥이 인신으로 태어나 둘이 함께 역할을 이어받았다.

 


레나
대단히 신비롭구나.. 복숭아꽃이 맺어낸 과실에서 태어났다니. 후앙쨩네 자매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어. 나랑 친하게 지내주지 않을래?

후앙
응? 잘은 모르겠지만 좋아! 친하게 지내자, 레나 언니!

레나
어머나, 상냥한 아이구나. 후후... 귀여워라. 무릎에 앉히고 싶을 정도야.

델리포드
(레나 공도 그렇지만 이거 또 엄청 어린 단원이 들어왔군... 아냐, 기 죽을 거 없어!)

산달폰
초대의 카피본이라... 너는 그걸로 만족하나?

후앙
어?

산달폰
네가 누군가의 복제품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동일성이나 존재의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지?

후앙
도, 동일...? 의의...?

(그런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산달폰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상관없다만...

후앙
그, 그 정도는 생각해 본 적 있어! 당연하지...! 그러니까, 내 동생 파이가 있고, 라오도 있고... 지금은 단장도 있고, 다른 신장들도 있고... 그런 조건? 으로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전 하늘을 뒤져봐도 나뿐인 거... 잖아? 그렇다면 다른 누구도 나라는 존재에 해당하지 않는 거니까... 그, 나밖에 나일 수 없는... 거지? 뭐, 내가 초대의 카피라고 해도 파이랑 같이 있는 이 나는 어느 누구도 카피할 수 없는걸... 


그러니까 뭐랄까... 카피가 어쩌고 하는 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는 거 같은...?

델리포드
(결국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해버렸어...!)

산달폰
...그런가.


산달폰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탁자 위에 컵을 올려놓았다.

 


산달폰
커피다.

후앙
잘 마실게요~!


후앙은 컵에 입을 대고 커피를 홀짝였다. 그리고...

 


후앙
으어어...!?

산달폰
...으어?

후앙
쿨럭,.. 커헉, 우웨엑...

세 사람
......

후앙
아, 아니...그게... 뜨거워서! 뜨거워서 그런 거야! 호랑이 신인걸!

후~ 후우, 후~~


의미불명의 말을 내뱉은 후앙은 커피를 필사적으로 식힌 후 조심스레 다시 입을 댔다. 그러나...

 


후앙
(크으으으으으으으... 이 쓴맛은 뭐야...!)

우으, 우우, 우흐...


새파란 얼굴로 밀려올라오는 걸 참던 후앙의 시선이 탁자 위의 병에 닿았다. 그때, 레나가 창문 밖을 가리켰다.

 


레나
어머, 저게 뭘까? 창문 밖에 신기한 새들이 날아가고 있네.

델리포드
어, 어어... 그러게. 실로 우아하게 날고 있군. 그렇지 않나? 산달폰 공.

산달폰
그래. 철새로군. 눈을 떼기 힘든걸. 한동안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후앙
...!


어른들의 시선이 사라진 것을 눈치챈 후앙은 근처에 있던 설탕 병에 손을 뻗었다.

 


후앙
(에잇!)


그리고 병을 그대로 기울여 설탕을 신나게 쏟아부은 후, 급하게 스푼으로 휘저었다.

 


후앙
(아, 이런 맛이라면 나쁘지 않겠어...)

레나
우후후... 후앙쨩. 산달폰 씨가 탄 커피 맛은 어때?

후앙
마, 맛있어...! 엄청 깊은 쓴맛이지만, 그... 과일같은 부드러움... 이?

산달폰
그런가...

후앙
응! 

 


 


파이
라는 부끄러운 일이 있었어.

후앙
그거 파이가 아니고 내 부끄러운 이야기 아냐?!

파이
동생으로서 정말로 부끄러웠거든...

후앙
냐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니, 그보다 어떻게 알았어?

파이
계속 뒤쪽에 있었꺼든. 후앙이 또 치마 낀 것도 모르고 팬티를 다 드러내고 있길래...

후앙
뭐...!?

파이
말을 걸려고 했는데, 레나 언니가 금방 눈치채고 고쳐 주길래 안심했어.

후앙
그그, 그런...

파이
후앙이 돌아간 후에 내가 인사해 뒀어.

 

 




파이
저희 언니 때문에 죄송해요.

레나
별 말씀을. 후앙쨩 덕분에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걸. 다정하고 귀엽고... 후앙쨩이 가족이나 동료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씨에 내 마음도 따듯해졌어.

파이
으어어... 

 

 




파이
정말... 부끄러웠어.

후앙
레나 언니가 뭐라고 했는데...?

파이
딱히... 참고로 나는 주스 마셨어. 억지로 커피 마시고 싶지 않으니까.

후앙
나도 딱히.. 무리한 거 아니거드은...?

파이
다들 후앙이 커피 못 마시는 걸 눈치챘기 때문에 시선 돌려줬던 거야. 창문 밖에 철새같은 건 없었는걸.

후앙
뭐...!?

아니라
쿠후, 후후후...

안치라
후, 후후후...

쿠비라
크크, 후후후...

샤토라
무후후후...

후앙
우, 웃지 마~!

아니라
쿠후후후, 아니, 미안하구나... 하지만 억지로 커피를 마실 필요는 없잖느냐...

후앙
우우... 그치만...

아니라
그래 그래, 귀여운 녀석.

바지라
후후. 후앙이 몰래 설탕 넣는 모습을 떠올리니까...

마키라
후후후...

비카라
후, 후후...

후앙
냐아~! 이 이상 말하는 거 금지!


그때, 텐트의 입구가 열렸다.

 


라오라오
너희들, 언제까지 깨어있을 거냐, 갸오! 딸꾹... 어서 자라, 갸오!

십이신장
네에~

라오라오
하여간... 딸꾹. 어쩌나 보러 왔더니 역시나... 갸오.

파이
라오 술 마셨구나.

후앙
주정뱅이.

라오라오
이 정도는 취한 것도 아니야, 갸오. 살짝 핥은 정도지, 갸오. 딸꾹~

람렛다
냐하하하하하! 라오냥, 인솔 선생님 같아~ 수도원 시대 때가 생각나는걸~

라오라오
자, 한잔 더 하러 가자, 갸오. 너희들은 제대로 자야 된다, 갸오.

라오라오의 목소리
패공전쟁 때에 갈고 닦은 내 비장의 개그를 보여 주지, 갸오...! 딸꾹...!

람렛다의 목소리
그거 엄청 연식 되는 개그겠는데! 꼭 보고 싶어~!


라오라오와 람렛다가 사라지자 주변은 정적에 휩싸였다. 얼마 후 쿠비라가 입을 열었다.

 


쿠비라
혼나버렸네. 그럼 다들 잘까?

후앙
라오... 캠핑 온 이후로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네...

파이
팔자 좋구만.


그로부터 십이신장들은 입을 다물고 하나둘씩 잠에 빠져들었다.

 

 


 

 

5-2


???
......


초목도 잠든 깊은 밤, 십이신장들의 텐트에서 누군가가 일어났다.

 


비카라
(쉬 마려워...)

히, 히이이이익... 너, 너무 어두워...


비카라는 불을 켠 랜턴을 들고 화장실로 향하려 했으나, 한밤중의 캠핑장이 너무 어두워 겁에 질렸다.

 


비카라
이, 이 근처 덤불에서 대충... 아, 아냐. 안 돼! 제대로 다녀와야지...

 

아 맞다. 라오라오 님이랑 27세 언니들이라면 분명 아직 마시고 있을 거야...


그러나 가는 도중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술자리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비카라
그그, 그런... 아, 그러고 보니...

 

 


 

 

[회상]

레나
이런 곳에 놀러오는 바람에 좀 들떴던 걸까? 나도 조심해야겠다, 우후후. 캠핑장에 왔으니 평소보다 주변인을 배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

시그
예를 들면 소음같은 거 말이지. 텐트라는 거 얇은 천이니까 소리가 다 새거든. 밖에서든 안에서든. 밤에 너무 늦게까지 떠들면 안 돼. 

 

 




비카라
그렇구나... 캠핑장에서는 다들 일찍 자는 거구나...

히이익!? 저, 저기... 누누, 누구세요..?


소리가 들려온 덤불 쪽으로 말을 걸어봤지만 어떤 말도 돌아오지 않았다.

 


비카라
우우... 다크토피아는 싫어... 제발... 

 

 




후앙의 목소리
으음... 응, 어라?

후앙
파이, 파이... 일어나. 일어나라니까...

파이
으응... 음? 뭐야...?

후앙
저기 봐. 걔가 없어.

파이
아, 정말이네...


텐트 안에는 누군가가 벗어던진 침낭 하나가 덜렁 놓여 있었다.

 


파이
비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하고 관계있을지도 몰라...

후앙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 애는 비키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파이
혹시... 한밤중에 혼자 몰래 비키를 만나러 갔다던가...?

후앙
그거 치사한걸...

파이
우리도 가야겠다. 잠깐 기다려. 침낭 벗을게.

후앙
잠깐, 파이. 그럴 필요 없잖아. 이대로 가자. 이 「걸을 수 있는 침낭」으로 말이지! 

 

 




낮에 셰로카르테가 십이신장을 위해 침낭을 가져다 줬을 때의 일이었다.

 


셰로카르테
여러부~운~! 침낭 가져왔어요~

후앙
응? 뭐야 이 침낭은? 뭔가 이상한 게 섞여 있는데...


셰로카르테가 가져온 9개의 침낭 중 특이한 것이 2개 있었다.

 


셰로카르테
우후후...사실 그건 이 셰로쨩이 고안한 침낭이랍니다~ 발 부분이 나뉘어 있는 「걸을 수 있는 침낭」이죠~!

후앙
걸을 수 있는 침낭?

셰로카르테
자다가 만약 마물이나 곰에게 습격받아도 이게 있으면 금방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쿠비라
그, 그래? 그런가...?

셰로카르테
이 캠핑장은 지형적으로 마물이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요~ 착용감을 알려주셨으면 해서요~ 

 

 




후앙
착용감은 어때?

파이
좋아. 아래에 얇은 옷을 입었더니 기분 좋다.

후앙
나도 아래에는 얇은 옷 입었어. 살에 닿는 느낌이 좋지~

후앙
그러니까 모처럼 이걸 입은 김에 그 수수께끼 여자애를 쫓아가자는 거지!

파이
벗지 않아도 되고, 셰로 씨한테 감상도 말해줄 수 있고. 일석이조네.


밖으로 나온 신다라 자매는 테이블을 보고 배가 꼬르륵대는 걸 느꼈다.

 


파이
왠지 배고픈 것 같아...

후앙
나도...

후앙
응? 이 그릇에 뭐가 남아 있어.

파이
진짜네. 여기에 스푼도 2개 있어.


침낭에서 팔을 끄집어낸 신다라 자매가 수수께끼의 요리를 입에 넣자, 바로 엄청난 자극이 입 안에서 목까지 퍼졌다.

 


파이
크흑...!

후앙
매...!

신다라
매워~!

후앙
이, 이거... 우리가 만든 엄청 매운 토마토 스튜야...!

파이
레오나 씨가 어레인지하기 전에 덜어낸 분량...

후앙
크흑... 으으... 매운 게 목을 직격해서 목소리가 이상해졌어... /

 

 




한편, 볼일을 마친 비카라는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비카라
어, 어라...? 여기도 아니네... 어라, 텐트가 어느 쪽이더라...? 어어, 어떡하지... 어두워서 길을 잃었나 봐... 여기 어디야...?


비카라는 어쩔 줄을 몰라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가 문득 작은 불빛을 발견했다.

 


비카라
저건...


조심스럽게, 되도록 소리가 나지 않게끔 조심하며 불빛 쪽으로 다가가자...

 


라이언
......

비카라
(아... 라이언 씨?)


비카라가 본 불빛은 모닥불 빛으로, 그 곁에는 라이언이 앉아서 뭔가를 손에 들고 작업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라이언
거기 있는 건 누구지?

비카라
흐어어!?

라이언
너는... 십이신장 중에...

비카라
비비, 비카라예요오... 죄송해요 이런 한밤중에... 화장실 가고 싶어서 근처에 왔는데...

라이언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 쬐다 가라. 초여름치고는 추운 밤이니까.


비카라가 조심조심 불 옆으로 다가서자, 라이언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등 뒤로 감췄다.

 


비카라
저, 저기... 그 인형, 안 꿰매셔도 되나요...?

라이언
큭... 이미 다 봤나...

비카라
아, 죄, 죄송해요... 보면 안 되는 거였나요? 그럼 잊을게요...!

라이언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두 사람은 불을 둘러싸고 마주앉았다. 라이언은 단념한 듯이 다시 인형을 꺼냈다.

 


비카라
아, 저기... 그, 호호, 혼자신가요?

라이언
그래.


라이언은 고개를 들지 않고 인형을 꿰매고 있었다.

 


비카라
(아으으... 조, 조용히 하는 편이 나을까... 그렇겠지? 나 같은 게...)

라이언
요새는 「솔로캠」이라고 부르는 것 같더군. 혼자 캠핑하는 걸 말이지.

비카라
네? 솔로캠...?

라이언
용병인 내게 혼자 지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만, 일반인들한테도 유행하고 있는 모양이야.

비카라
이, 일부러 혼자서요? 이런 자연 속에서...?

라이언
홀로 있는 걸 즐기는 사람도 많잖나.

비카라
그, 그렇군요... 혼자서 뭘 하는 걸까요...?

라이언
시간 죽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 나는 정성스럽게 무기를 손질한 다음에...

비카라
아, 인형이군요.

라이언
해진 부분을 수선하고 있었을 뿐이야... 솔로캠을 하면 뭔가에 몰두하면서도 다양한 생각에 잠길 수 있어. 마음도 편해지지... 원래는 말이야.

비카라
워, 원래요...?


라이언은 손을 멈추고 약간 망설이면서도 목소리를 짜냈다.

 


라이언
나도...

비카라
네, 네에...

라이언
나도 27세야...!

비카라
.....!?

 

 


 


5-3


비카라
이, 이십 칠 세...! 그, 그러면... 그, 시그 씨나 레오나 씨랑 같은 나이라는 건가요...?

라이언
그래. 하지만 초대받지 못했어.

비카라
.....!! 그, 뭐, 뭐라 말씀드려야 좋을지...

라이언
괜찮아... 내가 말이 좀 많았지... 게다가 그건 여자들 모임이니까. 남자를 하나만 부르는 것도 좀 그럴 테니까 저쪽에서도 신경써준 거겠지.


라이언이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냈으나 비카라는 그의 마음에 절절히 공감했다.

 


비카라
(라이언 씨의 외로운 마음... 너무나 잘 알고 있어...)


하빈 전용 고아원에서 쫓겨나 오랜 시간 홀로 살아온 비카라는 고독에 대한 공감능력이 높았다.

 


비카라

그, 그래서... 라이언 씨는 이런 데서 솔로캠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라이언
응? 아냐. 그건 아닌데...?

비카라
네?

라이언
이건 내가 원해서 하고 있는 거야.

비카라
워, 원해서 혼자 계신...?

라이언
그랑사이퍼에서 지내면 늘 시끌벅적하니까... 의식적으로 홀로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거든.

비카라
어어, 어째서요...? 혼자서는 외롭지 않나요...?

라이언
외롭냐고 물으면 외롭긴 한데... 사람이란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는 것이 좋거든. 필사적으로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은 솔직하게 고독함을 받아들이는 사람보다 훨씬 약하다고 느껴져.

비카라
.....!!

라이언
혼자가 되어 스스로 생활하면서 자신과 마주하는 거지. 성장을 실감할 수 있어.

비카라
저, 저는... 의외로 혼자 있을 때가 많아요... 배의 창고에서라던가...

라이언
그렇구나. 그럼 양쪽 다 알고 있는 너는 틀림없이 강한 사람이겠네.

비카라
가, 강해요...!? 제가요? 그, 그그그건 무슨...

라이언
타인과 함께 지낼 수도 있고, 홀로 있을 수도 있다면 양쪽 모두를 알고 있다는 거잖아. 그 경험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도움되지 않을 리가 없어.

비카라
그, 그런 걸까요...  아, 그럼... 라이언 씨도 27세 캠핑 모임에 초대받지 못해도 괜찮으신 건가요...?

라이언
그건 그거고 초대 못 받는 건 슬프지!

비카라
어느 쪽인 건가요!?


라이언의 마음은 모순되어 있었지만,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비카라
뭐, 뭔가... 이렇게 술술 말할 수 있다니... 신기해요...

라이언
그건 아마 모닥불 효과일 거야.

비카라
네? 모, 모닥불이요...?

라이언
모닥불에는 힐링 효과가 있다고 들은 적 있어. 마음이 편해진 거겠지. 용병 생활을 할 때도 잘 모르는 다른 용병과 모닥불 근처에 있으면 관계가 원만해지는 일이 많았어. 모닥불에는 신기한 힘이 있는 것 같아.

비카라
그, 그럼... 저도 난로같은 게 있는 방 안에서라면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걸까요...?

라이언
모닥불은 난로나 화덕하고는 달라. 불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중심에 오게 되잖아. 캠핑에서밖에 맛볼 수 없는 경험이지.

비카라
그, 그렇군요...

라이언
그렇게까지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비카라
아, 아, 아뇨... 캠핑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5-4


라이언
뭐야, 길을 잃은 거였어? 여기서 똑바로 내려가면 금방 너희 텐트야.

비카라
가, 감사합니다... 그, 그럼 실례할게요...


라이언과 작별한 비카라는 랜턴 불빛에 의지해 천천히 길을 내려갔다.

 


비카라
(뭔가 공부가 된 것 같네... 캠핑도 좋은 것 같아... 모, 모닥불이 있으면... 나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단장님하고 좀 더...)

응?

???
비이이키이이...

비카라
무,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
어디이이야아아아...?

비카라
뭐, 뭐지 저건? 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어...


어둠 저편에서 다가오는 그 그림자는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 데다가 심지어 두 개가 나란히 흔들리고 있었다.

 


이상한 자들
비이이키이이...

비카라
히, 히이이이이익...


비카라는 돌아가려고 했으나,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상한 자 1

아...

이상한 자 2
찾았다...

이상한 자 1
찾~았~다~아~

비카라
히야아아아아아악!

아...


비카라는 하얗게 눈을 까뒤집고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졌다.

 


후앙
어라...? 비키가 아니네. 그 아이인가...

파이
후앙, 아직도 목소리가 이상해. 놀라게 만든 거 아냐?

후앙
크흠, 흐음... 파이도 이상한걸.

파이
이 아이... 혹시 비키랑 만나러 갔다가 돌아오던 길이었다던가...

후앙
그렇다면 이 언덕 위에 비키가!?

파이
확인해 봐야만 해.

라이언
어이, 무슨 일이야? 방금 그 비명소리는 뭐야?

파이
어라? 비...가 아니네. 라이언 씨였던가...?

라이언
십이신장 중 쌍둥이인가... 이런 밤중에 뭐 해? 자야 할 시간이잖아.

파이
우린 비키를 찾고 있는데... 크흠.

후앙
목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신경쓰지 마, 크흠...

라이언
십이신장 중 비카라라면 너희 눈 앞에 쓰러져 있잖아.

후앙
뭐?

파이
어디? 어디에?

비카라
으, 으음...

비카라
어, 어라? 후앙 씨, 파이 씨...? 

 

 




쿠비라
저기 아니라... 일어나 봐. 비명소리 들리지 않았어?

아니라
으음... 후아암. 뭔가 들린 것 같았네만...

바지라
으음.. 음냐, 나도 들었어...

안치라
후아아... 어라? 누가 없는 것 같은데?

샤토라
비카라쨩하고... 후앙쨩, 파이쨩도 없어...

의문의 소리
※☆▲?*+%#=@

쿠비라
바, 방금 그 소린 뭐지?

바지라
텐트 바로 근처였어.

아니라
설마 마물인가...?

안치라
캠핑장에 마물은 안 나온다고 셰로카르테 씨가 그랬는걸?


십이신장들은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조용히 텐트를 빠져나왔다.

 


샤토라
봐... 저기 뭔가 있어...

???
......

안치라
저, 저게 뭐야..?


안치라가 가리킨 곳에는 사람과 비슷한 형태지만 처음 보는 그림자가 작게 떨고 있었다.

 


???
으에에에에!?

안치라
으와아아아아악!?

 

 


 


파이
지, 진짜 비키야...?

비카라
네, 네에... 비비, 비카라예요...

후앙
그럴 수가...

파이
고속으로 움직이는 비키는 없었던 거구나...

비카라
고, 고속...?


비카라와 신다라 자매는 라이언과 헤어진 후 셋이서 텐트로 향하던 중이었다.

 


비카라
(설마 오늘 하루 종일 내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지내고 있었을 줄이야... 그치만 어쩔 수 없지... 이런 건 사기같은 거니까... 으, 우울해...)

후앙
대...

신다라
대단하다~!

비카라
네...?

후앙
비카라쨩은 머리띠를 쓰면 비키가 되어서 머리색도 변하고 신체능력도 좋아지는 거야?

파이
꼭 변신하는 마법소녀 같아... 멋있다...!

비카라
그, 그런 걸까요...?

후앙
더 자세히 들려줘! 비카라쨩에 대해서!

파이
엄청 흥미진진해.

비카라
저, 저, 저기...! 내내, 내일 다시 얘기해요... 이미 텐트에 도착했으니까...


눈 앞을 보자 낯익은 테이블과 의자가 텐트 앞에 놓여 있는 게 보였다.

 


후앙
어, 진짜네.

비카라
오, 오늘 밤은 쉬는 게 어떨까요? 내일 또 많이 이야기해요...

파이
응. 비카라쨩은 어른이구나.

후앙
응. 비키라면 한밤중에도 계속했을 텐데, 비카라쨩은 착실하구나.

비카라
네? 에헤, 헤헤헤...

비카라
(다크토피아 모드인데도 이상하게 보지 않아서 다행이야... 기뻐... 내, 내가 더 연장자니까... 이쪽으로는 야무진 모습 보여주고 싶어...)


비카라는 먼저 텐트에 들어섰다. 그러나...

 


???
으에에에에에...!

비카라
히이이이이...!?

아...


텐트 안에 있던 눈 6개짜리 괴물과 마주친 비카라는 기절하고 말았다.

 


쿠비라
비카라쨩!? 후앙쨩하고 파이쨩까지... 어디 갔었어?

파이
다들 뭐 하고 있어?

람렛다
우우... 도할 거 가다냐...

라오라오
이미 위는 텅 비었어, 갸오... 하지만 계속 토가 올라와, 갸오...

안치라
람렛다 씨하고 라오라오 님이 만취해서 장난 아니었어~

샤토라
다 같이 돌봐드리고 있었어... 아까는 깜짝 놀랐지만...

후앙
다들 깨어 있었구나.

아니라
솔직히 말하자면 깨어버린 거다만...

람렛다
우우... 미안해... 이런 글러먹은 어른이라... 진짜 미안해... 훌쩍...

라오라오
우우... 폐를 끼쳤구나, 갸오...

바지라
그치만 마키는 혼자 이런 소동 속에서도 쿨쿨 자고 있어.

마키라
쿨... 쿨...

쿠비라
여러 가지를 만들어냈으니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야.

아니라
비카라는 기절한 것 같다만... 어찌해야 하지?

비카라
......

안치라
으음... 어차피 자야 하니까 깨우는 건 좀 그런가...?

아니라
음. 그럼...


일행은 힘을 합쳐 기절한 비카라를 그대로 침낭에 수납했다. 이후 자기들도 다시 침낭에 들어갔다.

그렇게 캠핑 첫날밤은 겨우 평화를 되찾았고, 점점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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