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네한
카름 일족에 전해지는 암살 기술들 중에서도 신체강화와 적의 독살 등에 쓰이는 약품 기술에 특화된 가계에서 태어난 남자. 그는 신체적으로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기억력이 뛰어나 어린 나이에도 약품에 대해 많은 지식을 익히고 있었다. 이후 학살사건이 일어나고 방랑하던 중 붙잡혀 노예로 전락한 뒤 마가잔에 팔아넘겨졌다.
비참한 환경 속에서 고통을 시작으로 다양한 감각들이 그에게서 떨어져나갔고, 네한은 마음을 닫았다. 그러는 사이 그는 자신의 일족이 암살자로서 저지른 죄, 그리고 일족 사람들이 수장의 아들에게 저질렀던 일들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여전히 수장의 아들에 대한 증오는 남아 있었으나 그에게 폭주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노예를 잡초로 치료한 것을 계기로 일족에 전해내려온 지식을 인정받게 된 네한은 마가잔 제약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다”는 사상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납득하려 했으며(아마도 대응기제*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이윽고 십천중 시스가 바로 수장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운명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자신을 따르던 무겐을 이용해서 원수를 공격한다는 길을 택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그의 자각 없는 선량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가 물려받은 선량함이야말로 카름 일족 자신들을 고통에 빠지게 하고, 결국 멸망에까지 이르게 만든 본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선량함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패공전쟁에서 암살 기술을 떨치며 하늘의 민족을 지키려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럼으로써 일족이 전쟁 후 배척받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coping mechanism - 대처하기 어려운 위협·도전·위험 등에 처해 있을 때 이에 대처하는 생리적·심리적·사회적 수준에서의 반응양식
무겐
변방의 작은 섬 폐허에서 혼자 살고 있던 덩치 큰 드라프 남성. 동족도 없이 한 마리의 짐승으로 살아가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신약개발을 위해 각 섬을 돌며 식생조사를 하고 있던 네한과 마주친다. 네한은 그에게 언어와 인간들의 생활방식에 대해 가르쳐 주었고, 폐허에 남아 있던 실마리를 바탕으로 추측한 무겐이라는 이름으로 불러 주었다. 그러는 사이 무겐은 자신이 지금까지 얼마나 고독하게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는 때때로 섬에 들르는 네한을 따르며 그와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바랐으나, 그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이미 네한은 깊디깊은 잠에 빠진 상태였다. 지금의 무겐은 고독하지 않다. 그러나 그는 네한이 언젠가 깨어날 것이라는 새로운 소망을 가슴에 품고 있다.
레이
스오 패밀리의 보스. 그녀의 몸은 방대한 마력의 원천이며, 눈을 매개로 다양한 기술을 펼친다. 그녀는 그 힘을 이용하여 패공전쟁 때 전쟁고아가 된 아이들을 구하러 다녔고, 전후에는 아이들을 양육하였다. 지금은 오랜 시간 동안에 늘어난 영향력을 바탕하여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려 하고 있다.
폭력을 극히 혐오하지만, 아직 여유가 없는 이 세상에서는 폭력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하는 것도 알고 있기에, 오히려 자신이 나서서 힘을 행사함으로써 이런저런 세력다툼을 잠재워 왔다. 언젠가 사람들 사이에 교육과 평화가 퍼져나가 더 나은 세상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과거의 적폐로서 청산당하는 일도 불사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샤
스오 패밀리이자 레이의 호위를 맡고 있는 여성. 신체적으로는 평범한 하빈보다도 연약하고, 그 방대한 마력의 대부분을 눈에 할애하고 있는 레이를 지키고 있다. 저택에도 경비원들이 있지만 아샤는 늘 레이 곁에서 머물며 다양한 뒤치다꺼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그녀와 패밀리 사람들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
레이와의 관계성으로 인해 패밀리 안에서 자신의 발언권이 힘을 얻는 상황을 경계하는 한편, 그로 인해 경애하는 레이의 의도를 방해하게 되는 일이 없게끔 발언에 신경쓰는 분별력을 지니기도 했다.
입신탕(Trancensia)
카름 일족의 성인식에 쓰이는 약. 복용하면 무의식적으로 억누르고 있던 육체의 힘을 해방하고 한계를 끌어올려 주며, 감각을 예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복용시 과다한 외부정보 입력에 의한 과부하로 사고력이 저하되어 혼란이 일어나고, 이는 자신 안에 숨어있던 공포와 혐오를 끄집어내며, 그 영향으로 육체 또한 폭주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제어해내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다면 비로소 일족의 성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마피아(Mafia)
패공전쟁시대가 끝난 직후, 하늘의 세계는 기존 지배관계가 해체된 탓에 치안이 악화되고 권리다툼 또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같은 섬에 사는 자들, 혹은 피가 이어진 혈육들은 서로를 도우며 각자 재출발의 길을 모색했고, 그 중에서도 특히 무력을 중심으로 집단을 유지했던 사람들이 현재 마피아라고 부르는 조직의 원류가 되었다.
무력에 의지하여 다른 세력에게서 “빼앗는” 형태로 힘을 가지게 된 그들은 다른 평화로운 방법으로 안정을 얻은 집단들에게 있어 눈엣가시가 되었으며, 기공정의 발전과정에서 섬 사이의 분쟁이 활발해지자 더더욱 지탄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폭력조직들은 비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재산을 불려나가기 시작했으며, 결국 마피아는 범죄자 집단으로 “하늘 세계의 어둠을 짊어진 자들”의 호칭이 된 것이다.
그러나 원래는 하늘 세계에서 서로를 돕는 조직을 의미하는 말이었으며, 장소에 따라서는 “지역사회 자경단”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예도 발견된다.
스오 패밀리(Suo Family)
나라와 마을과 같은 형태를 지니지 않는 집단으로, 서로를 돕는 조직에 가까웠던 “마피아”의 원형적 모습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자들.
패공전쟁 시대, 눈동자에 강한 마력을 지닌 여성 레이는 각지에서 전쟁고아들을 전쟁의 불길에서 구해내어 보호하고 있었다. 전후, 레이는 그녀의 일족이 살고 있던 섬에 고아들과 함께 이주하여 그들을 양육하였다. 주변 섬 사람들은 분쟁이 일어났을 때 그녀의 눈동자가 가진 힘으로 진실을 가릴 수 있었기 때문에 레이를 믿고 의지했으며, 덕분에 그들의 힘을 빌려 아이들을 무사히 키울 수 있었다.
성장한 아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했으며 주변 섬의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러자 자연히 그들이 어머니로 모시고 존경하는 레이 또한 원래 가지고 있는 능력과 어우러져 거물로서 거듭나게 되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고, 레이는 큰 위세를 떨치며 다양한 조직들 사이에서의 조정을 맡는 입장이 되었다.
마가잔 패밀리(Magasin Family)
파타 그랑데 공역의 서쪽에, 패공전쟁 직후 발전하게 된 커다란 도시가 있었다. 그 도시에서는 주변의 섬에서 모인 식재료뿐만이 아니라 별의 주민이 남긴 물품들, 어디서 흘러왔는지 모를 도난품까지 취급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많은 곳에 이런 “암시장”이 생겨났으나, 각 섬은 나라가 직접 개입하여 관리하기도 하고, 유력 상인들이 모여 규제하기도 하는 식으로 불법을 박멸해나갔다. 그러나 어떤 암시장은 그렇게 폐기된 비합법 상품과 판매상들을 흡수하여 더 거대해졌으며, 암시장의 운영과 자경단 역할을 맡고 있던 자들의 폭력수단도 매일 악화일로를 걸었다.
결국 현재의 악명높은 마피아, 마가잔이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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