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메탈 가이 Ⅶ - 제5화 TRUTH
5-1
제5화 TRUTH
제롬 대통령
하아... 하아... 나는 됐으니 아내를 데리고 여기서 도망쳐 다오.
캐롤린
어라? 자기만 귀신한테서 숨으려고 하는 거지? 안 돼! 나도 같이 숨을 거야~!
"커텐 뒤쪽은 금방 발견돼! 침대 밑이라면 나름 괜찮을지도~!"
에리카
괜찮아... 이 방에서 숨을 죽이고 버티자.
비이
저기... 사령관 형님하고 이야기를 좀 해 보는 게 낫지 않겠어?
에리카
응... 알고 있어. 하지만 기다려 봐. 나도 혼란스러워서 무엇보다 생각하면 좋을지...
제롬 대통령
우리 재무 고문과 너희 쪽 리더가 내통하고 있었던 모양이더군. 한심하게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그들의 목표는 소셜리스인 건가...
에리카
그래... 그거! 소셜리스라는 거, 그 거대한 녀석 말하는 거야?
제롬 대통령
그래, 맞아. 여기 잠들어 있던 성정수다. 내가 열쇠를 가지고 있었지. 인체에 기생해서 그로부터 증식해나가는 무시무시한 성정수다. 나를 여기 몰아넣고 소셜리스를 각성시키고자 꾸미고 있었던 거겠지.
에리카
나는 아무 얘기도 못 들었어. 하인리히랑 내통하고 있었던 것도.
제롬 대통령
하지만 네 입장에서는 바라던 바 아닌가? 정부 타도가 목전이니...
에리카
멍청한 소리 하지 마! 저런 흉폭한 성정수를 풀어놓다니, 리에 파미유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아! 우리가 원한 것은 로안느의 평화일 뿐이었는데...
에리카 일행이 숨어있는 방 앞에서 루카브와 하인리히의 발소리가 멈췄다.
루카브의 목소리
대통령은 어떻지? 내가 손을 쓰지 않아도 숨이 끊어져 있다면 고맙겠다만.
에리카
......
루카브의 목소리
점점이 이어지는 핏자국이 길잡이가 되어 나를 여기로 인도해 주었다.
에리카
...! 이런...!
루카브와 하인리히가 유유히 방 안으로 들어옸다.
루카브
너도 알고 있었을 텐데. 설령 현 정부의 타도를 이뤄낸다 해도 연합의 착취 구조는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에게는 타국과 대등히 겨룰 정도의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다.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
에리카
그렇다고 해서... 소셜리스같은 것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됐잖아! 우리에겐 연합과 싸울 의지가 있어. 이 녀석들과는 다르다고! 우리가 로안느군이 되면 되잖아!
루카브
불가능하다. 군사력의 차를 메울 수는 없어. 나는 아버지의 연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소셜리스에 대해 알게 됐을 때부터 이것을 이용할 수 없을지 궁리해 왔었다. 결고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 실행에 이른 것이 아니다. 허나 금기를 각성시키는 것은 국민 감정의 반발이 크겠지. 이형의 병기에 대한 전설을 아는 자는 많아. 그래서 대통령을 이용하게 된 거다.
제롬 대통령
......
루카브
부유요새에 몰아넣은 대통령에게 금기를 각성시켰다는 오명을 뒤집어씌우고, 어쩔 수 없이 소셜리스를 이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인리히
의사당으로 내몰리기 며칠 전, 당신에게서 협력을 구하는 밀서가 도착했을 때에는 놀랐습니다.
제롬 대통령
편지 한 장에 배신했다는 건가?
하인리히
그 부분은 장래성이라고 할까요... 뭐,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애국자로서의 행동으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에리카
루카 오빠... 왜 그런 녀석하고 손을 잡은 거야!?
하인리히
너무하시는군요. 저는 이래 봬도 "죽음의 상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뒷세계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상인이랍니다. 그런 제 눈에 들어온 것이 인간의 육체를 사용한 무한 증식 병기, 소셜리스였죠. 앞으로의 주력 상품으로 삼기 위해 연구 개발용 샘플을 융통받기로 되어 있습니다.
제롬 대통령
애국자는 무슨...
에리카
어째서 루카 오빠는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내가 알고 있는 루카 오빠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
루카브
......
그 침묵을 깨듯, 근처의 벽이 큰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거대한 그림자가 뛰쳐들어왔다.
소셜리스
...!
5-2
단장 일행은 벽을 뚫고 나타난 소셜리스를 상대하고 있었다.
소셜리스
...!
비이
제길! 또 어디선가 나타났어!
단장 일행은 상처입은 대통령과 에리카 곁에 소셜리스가 접근하지 못하게끔 대치하는 중이었다.
루카브
단장과 그 일행 덕분에 네가 관제실까지 도착한 것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다. 에리카... 알아다오. 나는 너를 죽이고 싶지 않다. 내 진정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손대는 것을 눈감아 다오.
에리카
루카 오빠...
루카브
그들은 우리의 원수잖나. 이제 와서 죽인다 한들 왜 주저해야 하지? 방금 전에 만난 자의 말을 내 말보다 신뢰한다는 건가?
에리카
그건...
제롬 대통령
하아, 하아...
대통령은 몽롱한 의식 속에서 괴로운 듯 숨을 몰아쉬며 닥쳐오는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에리카
나는... 루카 오빠. 난 역시 도와줄 수 없어.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정부의 횡포 하에 목숨을 잃었어. 그런데 리에 파미유도 저렇게 날뛰는 괴물을 이용하자는 거야? 그건... 그건... 뭔가 아닌 것 같아.
루카브
......
에리카
나는... 내 방식대로 이상을 실현시키겠어.
루카브
무슨 말을 해도 전해지지 않는 건가... 유감이다, 에리카.
루카브는 에리카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에리카
루카 오빠...!
잉그베이
그건 이쪽이 할 말이야, 루카브.
에리카
...!?
루카브의 등 뒤에 선 인물을 발견한 에리카가 숨을 들이켰다.
루카브
잉그베이...!
하인리히
머뭇머뭇 시간을 끄니까 또 방해꾼이 끼어든 거 아닙니까.
잉그베이
기다렸지. 자, 이걸로 주역은 다 모였어. 파티를 계속해 볼까?
5-3
에리카
그 모습은...!
루리아
다치셨나요?
잉그베이
괜찮은 남자가 이런 꼴이라 실망했어? 그럴 리가 없지. 너덜너덜한 채로도 내 매력은 변치 않아.
루카브는 즉시 총구 끝을 에리카로부터 잉그베이 쪽으로 돌렸다.
잉그베이
가라, 에리카. 단장을 부탁한다.
에리카
아, 알았어...!
약간 망설이면서도 에리카는 바로 단장 일행에게 가세하러 떠났다.
루카브
앤더슨 대장도 함께인가.
하인리히
싸우다 동귀어진하길 바랐습니다만... 그래요. 영웅 잉그베이와는 전부터 아는 사이셨죠.
앤더슨
하인리히...? 어째서 네놈이 리에 파미유하고... 이게 대체?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소셜리스에게 습격당하기 직전의 대통령을 발견한 앤더슨은 숨을 들이켰다.
앤더슨
대통령...!
루카브
빈틈을 보였군.
루카브는 달려가는 앤더슨을 향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잉그베이
이런...!
잉그베이의 방패가 총탄을 막아냈고, 화를 면한 앤더슨은 대통령 곁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앤더슨
대통령! 무사하십니까!
제롬 대통령
오, 오오... 앤더슨...!
앤더슨
이건... 소셜리스죠? 봉인을 푸신 겁니까?
소셜리스의 날카로운 공격은 단장과 에리카가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다.
제롬 대통령
그래... 어쩔 수 없었다.
앤더슨
하인리히는 어째서 리에 파미유와?
제롬 대통령
결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의 목적은 소셜리스의 각성이다.
앤더슨
하인리히... 이 자식...! 하지만 지금은 도망쳐야 할 때.
대통령, 지금입니다! 여길 떠납시다!
제롬 대통령
아니, 하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상처를 바라본 후, 소셜리스와 싸우고 있는 단장 일행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앤더슨
다치셨습니까...?
제롬 대통령
그, 그래... 하지만 괜찮아. 그들이 상처를 치료해 주었거든. 조금 쉬었더니 괜찮아졌어.
앤더슨
하지만 대통령. 여기는 너무 위험합니다!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요!
제롬 대통령
......
...아니, 난 아직 여기 남겠다.
앤더슨
어째서죠!?
제롬 대통령
그들이 싸우고 있으니까...
앤더슨
...!? 허나 그들은 역적입니다!
제롬 대통령
국민이야, 앤더슨.
앤더슨
...?
제롬 대통령
리에 파미유는 국민들이야. 나는 국민들을 남기고 나라를 떠나 이 부유요새로 숨어들었지. 그런 내가 이번에는 국민들을 두고 어디로 도망치겠다는 건가. 거기에 내가 다스릴 국민들이 있겠나.
앤더슨
대통령...
제롬 대통령
국민들이 없다면 대통령이라는 그릇은 성립하지 않아. 이 지위는 국민들이 있기에 존재하는 걸세.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에 국민들과 함께 남는 거야.
잠에서 깨어난 듯한 대통령의 얼굴을 본 앤더슨은 하려던 말을 꾹 삼켰다. 그리고 다른 말을 꺼냈다.
앤더슨
...그렇다면 명령해 주십시오.
제롬 대통령
...?
앤더슨
군의 최고지휘관은 대통령, 당신입니다. 제게 명령해 주십시오.
제롬 대통령
허나 그 몸으로 말인가...?
앤더슨
명령만 있으면 아무리 깊은 부상을 입었다 해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저는 군인이니까요.
제롬 대통령
알겠네... 앤더슨 대장, 국민을 지키게!
앤더슨
알겠습니다!
소셜리스
...!
비이
큰일이야... 이 녀석 엄청 강해! 어떻게 하지?
에리카
퇴각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 우린 여기서 이런 거랑 싸울 이유가 없으니까.
(루카 오빠... 어째서...?)
싸우는 도중, 레이카는 잉그베이와 대치 중인 루카브 쪽을 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소셜리스
...!
에리카
...!?
앤더슨
그럴 순 없다!
소셜리스
...!?
에리카
애, 앤더슨 대장?
앤더슨
대통령의 명령을 따라 내가 지키겠다! 국민이여, 물러서라!
에리카
어, 어어!?
앤더슨
우오오오오오!
방패를 쥔 앤더슨은 소셜리스에게 몸통 박치기를 하며 그대로 벽에 충돌시켰다.
비이
뭐... 뭐야 저 엄청난 힘은?
앤더슨
거기 기공사, 지금이다!
단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고, 달려가서 방패와 벽 사이에 낀 소셜리스에게 강력한 일격을 먹였다.
단장
...!
소셜리스
...
비이
좋았어! 해치웠어!
에리카
대단해...
루리아
죄송해요... 저도 힘이 되고 싶었지만 건물이 무너질지도 몰라서...
비이
아까부터 벽이 슝슝 무너질 정도니까. 낡은 건물인 것 같으니 성정수를 부르는 건 삼가는 게 맞는 거 같아.
소셜리스의 움직임이 정지한 것을 확인한 앤더슨은 단장 쪽을 보았다.
앤더슨
상당한 실력이군, 기공사.
비이
헤헤, 어때! 이 녀석 실력을 좀 알겠어?
앤더슨
그런가... 네가 잉그베이가 소속된 기공단의 단장인가. 허나 인사를 나누고 있을 시간은 없겠군. 이 소셜리스는 엄청나게 많다.
비이
우리도 알고 있어. 이 녀석이랑 싸우는 건 두 번째거든.
앤더슨
그거 믿음직스럽군. 우선은 탈출하자. 대통령, 괜찮겠습니까?
제롬 대통령
그래. 이번에야말로 가지. 캐롤린, 일어날 수 있겠어?
캐롤린
"다 같이 출발이야~!"
에리카
먼저 가. 나는 루카브를 데려갈게.
앤더슨
아서라. 잉그베이에게 맡겨두면 돼. 너는 밖에 나가야 한다.
에리카
왜 그런...
앤더슨
리에 파미유의 상관이지 않나? 이런 혼란상황에서 동료들을 통솔해야 하지 않겠나?
비이
부관 누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일단은 여기를 떠나야만 해. 이 안은 너무 위험해.
루리아
루카브 씨는 잉그베이 씨와 같이 있어요. 그러니 에리카 씨...
에리카
알겠어...
앤더슨
좋아, 탈출하지. 힘을 합치자, 단장!
5-4
루카브
잘도 여기까지 도착했군. 소셜리스와 마주쳤을 텐데?
잉그베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 마리나 만났더라... 하나, 둘, 셋, 넷... 잘 모르겠군. 아무튼 앤더슨과 협력해서 엄청나게 쓰러뜨렸지.
하인리히
정말이지...
잉그베이
어마어마하게 터프한 괴물이었다. 하지만 이기지 못할 적은 아니었어. 저게 이형의 병기 소셜리스인가?
루카브
앤더슨에게 들은 모양이군.
잉그베이
저걸로 뭘 할 생각인 건지 네 입으로 내게 확실하게 가르쳐 주지 않겠나?
루카브
귀공도 알고 있을 텐데. 이 나라에는 연합과 대등하게 서기 위한 거대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잉그베이
그게 소셜리스라는 건가... 하지만 제어할 수는 있나? 그렇지 않다면 자폭이나 다름없어. 지금도 에리카와 단장이 그 녀석과 싸우고 있는 중이잖나.
루카브
소셜리스는 제일 가까운 인간부터 덮친다. 물론, 우리도 이대로는 위험하지. 이대로라면 말야...
잉그베이
제어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한 말투인데.
루카브
......
하인리히
역시 알고 계시는 겁니까? 그럼 알려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루카브
입 다물고 있어. 잉그베이에게 허를 찔릴 거다.
잉그베이
루카브, 네 생각에는 솔직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허나 지나치게 위험한 수다. 무엇이 널 그렇게까지 몰고 가는 거지? 좀 더 신중한 남자라고 생각했다만.
루카브
나는 로안느를 구해야만 해... 영웅이 되어야 한다고!
잉그베이
영웅...?
루카브
영웅 그 자체인 남자에게는 나같은 녀석의 생각 따위 이해할 수 없겠지만...
잉그베이
(대체 무엇에 사로잡혀 있는 거지...?)
소셜리스
......
그때, 앤더슨과 단장이 힘을 합쳐 소셜리스 한 마리를 쓰러뜨렸다.
잉그베이
소셜리스는 분명 강하지만 해치우지 못할 정도는 아냐. 로안느의 병기로서는 약하다.
루카브
저건 성체지만 완전체는 아니다. 이윽고 인간의 형태를 벗어난다더군.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건 그때부터다.
잉그베이
그렇군...?
앤더슨
잉기! 우리는 여길 떠나겠다!
잉그베이
알겠다, 앤디. 먼저 가.
에리카
루카 오빠...!
루카브
......
루카브는 잉그베이에게서 시선도 총구도 떼지 않은 채, 에리카의 부름에도 침묵을 지켰다.
잉그베이
안심해라, 몬 아모르. 루카브는 반드시 데리고 나가마.
에리카
...약속하는 거야!
잉그베이
그래, 약속이다.
비이
잉그베이, 조심해!
하인리히
대통령을 이대로 보내도 괜찮겠습니까?
루카브
그렇지... 그 남자에게는 소셜리스를 각성시켰다는 오명을 뒤집어쓴다는 마지막 일이 남아 있어.
하인리히
예상치 못한 일이 너무 많았죠. 예를 들면 그들이 너무 강했던 점이라던가.
루카브
요새에 도착할 때까지의 전력, 그리고 안내인으로만 쓰려고 했다만 너무 얕봤던 건 사실이다. ...여기서 시간을 버리고 있을 수는 없어. 잉그베이, 지나가게 해 줘야겠다.
잉그베이
나와 이야기할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건가. 쌀쌀맞게 구는구만. 허나 난 억지로라도 너랑 대화해야겠어. 에리카랑 약속했으니까. 다소 거친 수를 써서라도 말이지.
루카브
...!
루카브는 경계의 수위를 높였으나 그럼에도 잉그베이의 박력에 압도된 탓에 행동이 늦어지고 말았다.
잉그베이
루카브!
루카브
크헉!
하인리히를 가볍게 지나쳐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잉그베이가 루카브에게 몸통 박치기를 먹였다.
루카브
쳇...!
잉그베이
무르군. 그걸로는 날 꿰뚫을 수 없어.
루카브
제길...
하인리히
이런... 아무래도 상황이 좋지 않군요.
잉그베이
진정해라, 루카브. 아직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있을 거다. 이 계획은 네 머리만으로 생각해낸 거겠지? 그런 게 유일한 해결책일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다른 동료들과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해 봐. 왜 혼자서만 내달리는 거냐? 이유를 들려 다오.
아까도 말했지만, 네 계획에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 하지만 그걸 비밀로 한 이유는 뭐지?
루카브
닥쳐! 내게 다가오지 마!
잉그베이
큭...!
하인리히
쳇...!
(다행히도 루카브만을 표적으로 삼고 있어... 여기선 일단 물러나서 몸을 숨기도록 할까)
궁지에 몰린 루카브는 사방팔방 총을 쏘아댔고, 버티지 못한 잉그베이는 거리를 벌렸다.
루카브
나는 로안느를 구해낼 거다...!
그러나 루카브의 총소리가 계기가 된 것일까, 그의 등 뒤에 있던 벽이 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소셜리스
......
잉그베이
루카브, 뒤쪽!
소셜리스
...!
루카브
컥...!?
소셜리스의 손톱이 루카브의 몸에 깊이 파고들었고, 그의 피와 살이 주변에 튀었다.
잉그베이
루카브!
소셜리스
...!
잉그베이
저리 비켜...!
잉그베이가 급히 다가서려 했으나, 소셜리스와 엉겨붙게 되는 바람에 루카브는 홀로 하늘을 바라보며 쓰러지고 말았다.
루카브
...?
(쓰러졌어... 내가?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내가... 당한 건가...? 여기서 죽는 건가... 목적도 이루지 못하고, 영웅이 되지도 못한 채...
아무 것도 안 느껴져. 아픔도... 너무 졸려. 이대로 잠들면 기분좋을 것 같아...)
잉그베이
루카브! 정신 차려라, 눈 떠, 루카브!
잉그베이는 소셜리스와 싸우면서도 필사적으로 그를 불렀다. 그러나...
루카브
(누군가가 부르고 있어.. 볼일이 있으면 나중에 불러 줘. 일어난 후에...)
잉그베이
리에 파미유는 어떻게 할 거냐! 에리카는... 로안느는? 이대로 두고 갈 거냐!
루카브
(로안느...!)
크흑... 로안... 느...
(그래... 로안느다. 내게 쉬고 있을 틈은 없어. 이건 죽음이야...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거다. 힘을 쥐어짜내... 자신의 "죄"를 기억해내라. 아직 로안느를 구해내지 못했어...)
으, 윽...
잉그베이
루카브! 그래, 좋아!
루카브는 움찔거리면서 몸을 뒤집더니, 바닥에 피를 뚝뚝 흘리며 기어가기 시작했다.
잉그베이
루카브, 어딜 가는 거지? 얌전히 있어! 기다려, 금방...
소셜리스
...!
잉그베이
크헉...!
소셜리스의 공격을 제대로 받은 잉그베이가 짧은 비명을 지를 때, 루카브는 그 방을 나섰다.
내장을 질질 끌고 통로에 피칠갑을 하면서도 루카브는 관제실로 향했다. 이윽고 그가 도착한 곳은 대통령이 소셜리스를 각성시킨 장치였다.
루카브
열, 쇠...
(하인리히가 곁에 있었기 때문에 "이걸" 확보해 두지 못했다만... 나중으로 미룬 게 잘못이었다)
루카브는 마지막 힘으로 손을 뻗어 각성의 열쇠가 되는 구슬을 쥐었다.
루카브
시, 조...
루카브는 떨리는 손으로 찢겨진 뱃속에 있는 힘껏 열쇠를 처박았다.
루카브
윽...
스스로의 손으로 위장을 압박한 탓에 토기가 치밀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열쇠를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그러자...
루카브
...!
루카브는 자신의 차가운 몸뚱이 안에서 뭔가 다른 생물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새로운 각성의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