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안녕하세요, 소중한 당신에게.

안녕하세요, 소중한 당신에게 - 제1화 안녕하세요, 잘 지내나요?

어가푸 2022. 7. 31. 21:21

 

 

1-1

 

 



제1화 안녕하세요, 잘 지내나요?
How Are You?

 

 




다음날. 쾌청하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오랜만에 맑게 개인 아침.

 

 



???
안녕~!

아오토
으악!

깜짝 놀랐네... 안녕, 미쿠.

미쿠
에헤헤, 안녕. 아오토! 어제 밤 샜지? 눈 밑에 다크서클이 엄청나네.

아오토
아, 응... 고전 숙제 제출일이 오늘인 걸 잊었었거든.

미쿠
어! 그 숙제, 제출일 오늘이었어? 나도 완전 까먹고 있었네.. 아오토, 부탁이야! 학교 가면 숙제 좀 보여줘! 집에 갈 때 아이스크림 쏠게!

아오토
하하,,, 그럴 줄 알았어. 좋아. 그래도 똑같이 베끼면 안 된다? 마이시마 선생님은 그런 거 싫어하시니까.


평소와 같은 대화를 나누며 학교로 향하던 아오토는 길 한켠에서 빨간색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아오토
아, 미안. 잠깐만 기다려. 우체통에 편지 넣고 올게.

미안. 가자.

미쿠
혹시 그 애한테 보내는 편지야?

아오토
아냐, 할머니 심부름. 그 애한테 보내는 답장은 아직 못 썼어.

미쿠
그렇구나. 아직도 편지 주고받고 있었구나.

아오토
응. 설마 이렇게나 이어질 줄이야. 나도 못 믿겠어.

미쿠
그러게. 좀 놀랐어. 그 아이는 원래부터 성실하긴 했지만 아오토는 쉽게 질리는 성격이니까. 셋이서 교환일기 썼을 때에도 반 년만에 아오토가 질리는 바람에 끝났었잖아.

아오토
어, 그런 일이 있었나?

미쿠
있었다니까. 그래서 편지를 이렇게 길게 주고받은 거라고는 전혀 예상도 못 했어. 아오토도 그때보단 좀 성장했구나 싶어서 좀 감동적이네.

아오토
오버하긴... 그러고 보니, 미쿠는 내가 편지 쓰기 전부터 계속 연락 주고받고 있었던가?

미쿠
응. 지금도 문자로 자주 얘기해! 사실은 전화도 하고 싶지만, 부모님이 PHS 통화료 비싸니까 하지 말라고 하셨거든.

아오토
부럽다. 나도 빨리 갖고 싶어. 그러면 이렇게 하나하나 편지 쓸 필요 없이 편하게 연락할 수 있을 텐데.

미쿠
아하하... 에이, 나는 학원이나 부활동 때문에 늦어지는 날도 많잖아.

아오토
학원은 그렇다 치고... 부활동 때문에 늦어지는 건 나도 마찬가지인걸.

미쿠
으음... 그렇긴 한데. 하지만 내 주변에도 아직 너무 이르다면서 안 사주는 집이 많아. 아오토네는 고등학생 되면 사 주신다고 약속하셨다며? 1년만 참자!

아오토
으...


불만스러운 듯이 입을 비죽이는 아오토의 모습에 미쿠는 쓴웃음을 지으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미쿠
...아, 슬슬 서두르지 않으면 지각하겠다!

아오토
그러게! 빨리 가자!


이야기에 너무 집중했는지, 손목시계의 시간은 이미 아슬아슬한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대로는 지각 확정이라며 안색이 파래진 두 사람은 서둘러 달리기 시작했다.

 

 




1-2


아오토
으음....


쉬는 시간.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든 아오토는 펜을 쥐고 생각에 잠겼다.

 

 



???
고민이 많아 보이는데? 아오토. 아까부터 혼자 엄청 중얼거린다?

아오토
우와! 미안, 카이. 시끄러웠지?

카이
하하, 뭘 이제 와서. 이미 익숙해. 

그래서? 이번엔 평소보다 더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야?

아오토
그게... 쓸 내용이 없어서. 요즘엔 계속 비가 오는 바람에 부활동도 쉬는 날이 많았잖아.

카이
아... 하긴, 이렇다 할 행사도 없었지. 비 때문에 집에 틀어박히는 날도 많았고. 

“그 아이”가 쓴 편지에는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

아오토
평소하고 같았어. 요즘 있었던 일이라던가, 그쪽에서 화제가 된 일이라던가.

카이
그러고 보니, 그 아이는 지금 도쿄에 있다고 했던가?

도쿄라... 여기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잔뜩 있겠지...

아오토
뭐래더라... 맛밤? 이었던가. 껍질 없이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과자가 얼마 전에 나왔대. 그 아이는 새로운 과자나 특이한 음식에 대해 항상 알려 주거든.

카이
호오... 먹는 걸 좋아하나?

아오토
응. 어렸을 때부터 엄청 잘 먹었어.

카이
그나저나 그대로 먹을 수 있는 밤이라... 걸어다니면서 먹기 좋을 것 같은데, 이 근처에선 본 적이 없네.

아오토
나도 본 적 없는데. 아직 안 파는 거 아닐까?

카이
역시 도쿄는 세련됐다고 해야 되나... 다른 동네보다 한 발짝 앞서간다는 느낌이네. 같은 관동 지역이라고는 해도, 여기 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산에서 따 온다는 이미지밖에 없잖아.

부럽다, 도쿄. 나도 한 번은 가 보고 싶어.

아오토
어라? 카이네 누나가 도쿄에서 일하고 있지 않았어?

카이
아냐, 본사는 도쿄지만 레오 누나가 일하고 있는 건 이쪽 지점이거든. 출장으로는 가끔 가긴 하는데... 어디까지나 일하러 가는 거니까 들려줄 만한 이야기도 없는 모양이고, 나도 물어보기 좀 그렇고.


아오토와 잡담을 나누던 카이는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것처럼 손을 마주쳤다.


카이
맞다, 도쿄에 살면 연예인이랑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은 진짜래?

아오토
글쎄...? 편지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적혀있던 적은 없는데. 하지만 미쿠랑은 다르게 그 아이도 연예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못 알아본 것뿐일지도?

그보다 의외네. 카이도 그런 거에 관심이 있구나.

카이
으음... 내가 관심있다기보단... 옆 반에 날라리 있잖아? 나랑 같이 미화부 하는. 걔가 그 소문을 그대로 믿고 도쿄에 있는 고등학교 시험을 치겠다고 하길래.

아오토
아... 그러고 보니, 그 사람 아이돌 쫓아다녔었지. 슈발리에? 인가 하는 그룹...

카이
맞아! 얼마 전에는 사진집 발매일이라면서 학교 조퇴하고...

아얏!!


경쾌한 소리와 함께 카이의 비명이 울려퍼져서 고개를 들자, 질린 듯한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쓰는 교사가 서 있었다.

 

 



아리타
인도 씨, 키쿠다 씨. 언제까지 이야기할 생각인가요? 예비종 울린 지 한참 지났습니다만.

아오토
아, 아리타 선생님... 죄송해요.

아리타
몇 번이나 말했는데 들리지 않았나 보군요.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인도 씨는 64페이지부터 68페이지까지 소리내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카이
엑, 나만!?

아리타
물론 그 다음에는 키쿠다 씨도 읽어 주셔야겠죠.

아오토
게엑...!

아리타
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죠. 수업 시작합시다.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오자, 아오토와 카이는 약간 민망한 기분으로 교과서를 펼쳤다.


카이
아오토. 아까 그 소문, 나중에 시간 있으면 그 소꿉친구한테 물어봐 줘.

아리타
이런, 인도 씨. 아무래도 5페이지만으로는 부족한 모양이군요?

카이
죄송합니다! 5페이지로 충분합니다!


카이의 즉답에 주변의 웃음소리가 더 커지는 것을 들으며, 아오토는 슬며시 편지지를 내려다보았다. 거의 백지에 가까운 종이를 잠시 바라본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오토
안녕.

요즘은 일교차가 심한데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편지 고마워. 따듯해진 덕분인지 가끔 개구리를 발견하곤 해.

도쿄에는 재미있는 일이 잔뜩 있는 모양이네. Tv에서밖에 본 적 없는데.

그러고 보니, 내 친구가 궁금해하던데 말이야...


아오토는 방금 전까지 고민하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술술 내용을 적어내려갔다. 답장을 쓰는 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선생님이 다시 잔소리를 할 때까지 그는 편지지 가득 글자를 메워나갔다.

 

 




1-3


방과 후.


미쿠
아오토! 집에 같이 가자!


부활동도 없어서 바로 집에 돌아가려던 아오토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아오토
어라? 미쿠. 검도부도 오늘 쉬어?

미쿠
응, 오늘은 시설 정비한대. 검도장에 비 꽤 새거든. 장마 오기 전에 수리한다나 봐.

아오토
오, 그렇구나.

미쿠
응. 그러니까... 어라?


떠들썩한 목소리에 아오토와 미쿠가 고개를 돌리자, 여학생 사이에 둘러싸인 장신의 남자가 보였다.


미쿠
으아... 저거 오리베 군 아냐?

아오토
미쿠, 뒷문으로 돌아가자. 저 녀석한테 걸리면 또 귀찮은 ㅇ...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돌리려던 순간, 등 뒤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무게를 느낀 아오토의 미간에 주름이 깊어졌다.

 

 



오리베
이봐, 너무하잖아. 사람 얼굴을 본 순간 도망치다니. 안 그래? 아오토.

아오토
오리베... 무슨 일인데?

오리베
그렇게 노려볼 거 없어. 아직 아무 짓도 안 했잖아?

아오토
어차피 이번에도 시덥잖은 일이나 꾸미고 있겠지. 너랑 만나면 항상 그러니까.

오리베
그건 오해야. 나는 그저 친한 반 친구랑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인걸?

아오토
너랑 친해진 기억 없는데.

오리베
여전히 쌀쌀맞기는... 아, 그랬구만. 여친도 같이 있었군. 혹시 데이트 중인데 방해한 거야? 그럼 그렇게 뚱할 만도 하네.

아오토
미쿠는 여자친구 아냐. 소꿉친구이자 평범한 친구라고. 딱히 용건 없으면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이거 좀 놔 줄래?

오리베
분위기 못 맞춰주는 남자는 인기 없다? 뭐, 나도 여친들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 오늘은 얌전히 빠져 줄게. 그럼 안녕, 아오토. 잘 있어. 여친이랑 방과 후 좋은 시간 보내고.


손을 흔들며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학생들 쪽으로 사라지는 오리베를 본 아오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오토
하아... 지친다.

미쿠
설마 이런 곳에서 오리베 군이랑 만날 줄이야...

아오토
한동안 안 보이길래 방심하고 있었어.

미쿠
요즘에는 학교에 전혀 안 오는 것 같았으니까. 오면 오는 대로 문제만 일으키긴 하지만. 

자, 가자! 이렇게 운 나쁜 날에는 할머니네 센베 먹고 기운 차리는 게 최고야!

아오토
그러게... 지금부터 가면 딱 갓 구운 센베 먹을 수 있으려나?


생각지도 못한 천적과 조우하는 바람에 몸과 마음이 다 지치고 만 아오토는 미쿠가 말하는 대로 단골 센베집에 향했다.


미쿠의 목소리
으음... 설탕 묻은 것도 좋고 간장맛도 먹고 싶지만 그럼 저녁밥이...

아오토
(...미쿠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으니 먼저 밖에 나가서 벤치에서 기다려야지)


통학로 한켠에 있는 센베집 앞에서 한 발 먼저 계산을 마치고 나온 아오토는 라무네 병을 열며 가게 앞에 놓인 벤치에 걸터앉았다.


???
어라... 너, 키쿠다 아냐?

아오토
어... 사토 선배셨죠?


이쪽을 쳐다보는 남학생의 얼굴을 확인한 아오토는 경계하는 듯한 모습으로 벤치에서 일어났다.


미쿠
아오토, 기다렸지... 어라? 그 사람은 누구야?

아오토
... 사토 선배. 그 사건에 얽혀 있던 선배야. 원래 같은 부였어.

미쿠
그 사건이라면... 설마 1년 전에 소문 쫙 퍼졌던 불량학생들 패싸움 사건 말야?


아오토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 듯이 중얼거린 미쿠는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내며 남학생을 쳐다보았다.


사토
자, 잠깐만. 난 여기 우연히 지나가던 참이야. 너한테 보복하려고 한다던가 그런 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 사건으로 나는 그룹에서 탈퇴했는걸.

아오토
하지만 선배는 그 사건 때문에 근처 시에 있는 학교로 전학가지 않으셨나요? 어째서 이런 곳에...

사토
아... 그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 장례식 치르느라 어제부터 와 있었어. 그런데 어른들이 어려운 이야기 하는 것 같길래 방해하지 않으려고 빠져나왔더니 네가 있었던 거야.

아오토
...그러셨군요.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사토
에이, 아냐 아냐. 그렇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짓을 잔뜩 했었으니.

아, 맞다. 너희 학년에 위험한 녀석 둘 있지? 후와랑 오리베라는 녀석. 너는 같은 학년이니까 나보다 잘 알 것 같지만, 그 녀석들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단 말이지. 그 녀석들한테 한마디 한 어른이 직업도 가족도 다 잃었다느니, 돈 좀 뜯어보려고 했던 잔챙이가 철저하게 보복당했다느니...

아, 그리고 후와한테 복수하려고 하던 유명한 폭주족이 오리베 한 사람한테 반죽임당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어. 그 패싸움 사건도 그 녀석들이 그룹을 해체시키려고 일부러 일으켰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고... 요즘도 소문인지 진짜인지는 몰라도 어두운 소문 엄청 들린다니까.

넌 그 녀석들이랑 같은 학년이니까 괜히 얽히지 않게 거리 잘 둬라. 수험생이잖아.

아오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토
그래. 그럼 잘 있어. 이제 만날 일은 없겠지만 건강하고.

미쿠
...불량학생인 선배라길래 어떤 사람인가 했는데 그냥 좋은 사람이었네.

아오토
아... 응. 사토 선배는 불량학생 사이에서도 꽤 얌전한 타입이었으니까.

미쿠
그런데 왜 휘말렸던 거야? 아오토 아는 사람 중에는 저런 타입 없지 않았어?


사토가 떠난 후 벤치에 앉은 미쿠는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물었다.


아오토
아... 사실은 불량학생들이 패싸움하던 곳이 할머니네 직장 근처였거든. 그날 우연히 할머니가 잊으신 물건 가져다 드리러 간 참이었어. 그런데 지름길로 가려고 공터를 가로질렀더니 거기서 마침 불량학생들이 싸우고 있더라고... 장난 아니었지. 녀석들한테서 도망치면서 빈틈을 노려서 경찰한테 전화하고...

미쿠
그랬구나~ 그렇게 된 거였어. 다치지도 않은 것 같고, 붙잡히지도 않고 무사히 끝났으면 된 거겠지만... 

아오토, 좀 더 몸을 소중히 해. 불량학생들이랑 얽히는 거, 그게 처음도 아니었잖아? 친구 구하려고 하기도 하고, 삥뜯는 걸 그냥 두고 보지 못하기도 하고... 뭐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오토
하하... 알고 있어. 이제 그런 일에 휘말리는 건 사절이야.

미쿠
혹시 휘말릴 것 같으면 혼자 떠안으려고 하지 말고 꼭 다른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해.

아오토
응. 조심할게.

미쿠
잘 모르는 불량학생들도 그렇지만, 오리베 군이랑 후와 군한테도 마찬가지야. 안 그래도 찍혀 있으니까.


미쿠의 입에서 튀어나온 반 친구의 이름을 들은 아오토의 몸이 굳었다. 그들은 아오토와 3년간 같은 반이었는데, 입학했을 때부터 좋은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학교 최고의 문제아들이었다. 


아오토
...오리베는 그렇다 치고, 후와 쪽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학교 안 온 지도 오래 됐고.

미쿠
으음...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방과 후에 학생들이 하교하고 나면 필수 테스트같은 거 치러 온다던데.

아오토
어, 그랬어? 아... 그렇구나. 그래서 매번 테스트 순위에는 이름이 제대로 올라 있는 거였어.

미쿠
그래, 맞아. 얼마 전에는 전국 모의고사에서 역대 최고점 찍었다고 선생님들이 그러시던데.

아오토
그렇구나... 수업에는 전혀 안 나오는데 3년 간 계속 학년 1위였었지.

미쿠
나도 같은 반이 된 건 올해부터니까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 그런데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오리베 군처럼 외모만은 괜찮은 남자라고 불리더라. 숨어있는 팬도 꽤 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1학년 때부터 이름은 자주 들었었어.

아오토
허어... 외모라. 그러네. 분명 잘생긴 편이긴 한데... 한 번이라도 같은 반이 되어 보면 그런 동경은 가지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해.

미쿠
으음... 거의 수수께끼투성이인 후와 군은 그렇다 치고, 오리베 군이라면 그렇지. 그 사람, 매번 무슨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같은 반 애들도 괜히 나쁜 말을 듣는걸. 하지만 졸업해 버리면 이제 상관 없어! 아오토도 오리베 군이랑 떨어질 수 있어서 시원하겠네.

아오토
응... 그랬으면 좋겠다. 졸업한 뒤에도 그 녀석한테 얽히면 괴로울 것 같아.

미쿠
아하하, 괜찮아 괜찮아! 삐끗해서 같은 고등학교 가지만 않으면 말이지!

아오토
고등학교라...


그 단어를 들은 아오토는 아직 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중학교 졸업이 눈 앞까지 다가왔다는 사실을 떠올려냈다.


아오토
미쿠는 어디로 갈 건지 정했어?

미쿠
나? 으음... 글쎄. 후보는 몇 군데 있는데, 아직 못 정하고 있어. 아오토는 어때? 정했어?

아오토
아니. 편차치를 봤을 때 이쯤이려나 싶은 곳은 있지만... 카이는 벌써 1지망 정했다고 하던데, 나도 슬슬 후보 정도는 추려놔야 할 것 같아.

미쿠
으음, 하지만 아직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내 친구도 아직 못 정한 애들 많아.

미쿠
자료 보거나 학교 설명회 가거나 하는 사이에 자기한테 맞는 학교 찾을 수 있을거야.

아오토
...그렇구나. 이제부터 시작이지. 그래도 몇 군데는 추려 봐야겠어. 이대로라면 아무 것도 안 할 것 같으니까.

미쿠
그래! 혹시 필요하면 나도 자료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빌려줄게.

아오토
응. 고마워.


고개를 끄덕이는 아오토의 표정은 어두운 채였다. 지금까지 의식한 적 없었던 현실이 훌쩍 다가와 있었다는 불안이 그의 마음을 좀먹고 있었다.

 

 




1-4


아오토
후우...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한숨 돌린 후 책상 앞에 앉는다. 나는 가장 위에 놓인 푸른 하늘 색의 봉투를 손에 들고, 조심스레 개봉한 후 안에 있던 편지지를 읽기 시작했다.

 


동그란 글씨체의 편지
안녕하세요.

비 오는 날이 늘어서 우울한 기분이 이어지고 있네요.

답장해 줘서 고마워요. 비가 계속 오면 좀처럼 밖에 나가지 못하곤 하죠.

저도 도쿄에 막 왔을 때에는 보이는 것 전부가 신기해서 놀랄 뿐이었답니다.

당신도 분명 깜짝 놀랄 거예요. 언젠가 도쿄에 올 기회가 있으면 감상 꼭 들려 주세요.

그리고, 연예인을 만난 적이 있냐고 물어봤었죠... 저는 한 번도 없어요.

아! 하지만 다음 주부터 이 학교가 드라마 촬영지로 쓰이는 모양이에요.

어쩌면 그때 연예인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만약 만나게 되면 알려줄게요!

 


아오토
오... 도쿄란 대단하구나. 어떤 드라마일까? 답장할 때 물어봐야겠다... 


편지 안에는 내가 적었던 잡담이나 질문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전부 답변이 적혀 있었다. 그 답변 하나하나가 그 아이와의 거리를 좁혀 주는 것 같아서, 내 마음 속의 따스한 부분도 넓어져 갔다.


동그란 글씨체의 편지
그러고 보니, 오늘 친구하고 이야기하다 장래에 대한 말이 나왔는데요. 그렇다고는 해도 어렸을 때 일이지만요.

저, 당신이 유치원에 다니던 때에 말해줬던 꿈에 대해 떠올렸어요.

「어른이 되면 아버지처럼 세계를 돌아다니는 일을 하고 싶어」라고 했었죠.

그리고 언젠가는 저랑 미쿠랑 셋이서 여행을 하자고도 말해줬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아오토
...아, 그런 말을 했었지. 그리운걸.

 


동그란 글씨체의 편지
그때 당신이 바다 건너편에는 수많은 나라들이 있다고 말해줬던 게 저에게는 대단히 충격적이었어요.

지금도 Tv나 잡지에서 풍경이 아름다운 장소를 발견하면 언젠가 다 같이 가고 싶다고 생각하곤 해요.

당신은 어떤가요?

 


아오토
여행이라...

 


나는 편지지에서 눈을 뗀 후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잘 모르는 나라의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 좋았다. 가 보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 것도 몰랐다. 돈에 대해서라던가, 세상의 굴레라던가, 나라 사이의 문제라던가. 그런 현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어느 정도 현실에 대해 알게 된 지금은 어렸을 때처럼 천진난만하게 온 세상을 여행하고 싶다고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상상은 해 본다. 그 아이랑, 미쿠랑, 그리고 카이랑. 허물없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분명 즐거울 것이다. 어쩌면 싸우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또한 마지막에는 여행의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나저나, 왜 갑자기 장래와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걸까?

 


갑자기 떠오른 의문에 대한 답은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편지에 이어서 적혀 있었다.

 


동그란 글씨체의 편지
사실은 이번에 진로 상담이 있거든요. 친구하고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 어느 샌가 장래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어요.

주변 친구들은 다들 하고 싶은 거나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정하기 시작했는데, 저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거든요.

엄청나게 하고 싶은 일도 없고, 꼭 가고 싶은 고등학교에 대해서도 지금은 아직 떠오르는 게 없어서...

좀 더 고민해 볼 예정이지만 근처에 있는 학교 중에 분위기가 좋은 곳을 고르게 되지 싶어요.

 


아오토
진로라... 벌써 3학년이니 그런 이야기도 나오겠네.

 


그 아이가 나와 같은 고민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조금 기뻐졌다. 근처의 학교라... 어떤 학교일까. 아마 도쿄겠지. 

그때, 문득 내 머리 속에 “이거 찬스 아니야?” 하는 속삭임이 들렸다. 선배 중에는 현 밖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한 사람도 없지 않았다. 동급생들 중에도 미래를 위해 레벨이 높은 현 밖 고등학교를 지망하고 있다는 아이가 종종 있었다.

 


...아니, 내겐 무리야. 분명 반대하실 게 뻔해.

 

 

문득 생각이 현실로 돌아온 순간, 그런 건 꿈에 불과하다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들이 현 밖에 있는 고등학교의 시험을 치는 것은 어디까지는 장래를 위해서다. 나처럼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가 아니다. 설령 간다고 해도 주변의 어른들이 반대할 것이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이유도 떠오를 것 같지 않았다.

 


하아... 현실이란 어렵구나. 하지만... 어느 학교로 가는지는 궁금하니까 물어보기나 할까.

 


같은 학교에 다닐 가능성은 없겠지만 물어보는 것만이라면 아무 문제도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오래 써서 낡아진 편지지를 책상 위에 펼친 후 그 아이에게 보내는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가능한 한 부자연스럽지 않도록, 아무렇지도 않게. 그 아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을 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