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십이지캠

십이지캠 - 제6화 겨울캠

어가푸 2022. 6. 30. 23:52

 

 

6-1

 

 

 

 

제6화 겨울캠

Cold Snap Advisory

 

 




날이 밝고 캠핑 이틀째가 되었다.

 

오늘도 십이신장들은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어제보다 기온이 높아 여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는 날씨였다.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만, 지금으로서는 순조롭구나.

바지라
그러게! 이대로라면 오늘 안에 끝나는 거 아냐?

쿠비라
비카라쨩은 뭐 하고 있어?


쿠비라는 의자에 앉아 있는 비카라의 무릎 위에 놓인 것을 보며 물었다.

 


비카라
아, 휴식시간이나 비어 있는 시간에 생쥐 머리띠를 만들려고요... 캠핑에서는... 뭐, 뭔가에 몰두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다고 들었거든요...

마키라
확실히 휴식중에 멍하나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네.

안치라
그럼 마키는 디아이와이 하면 되겠네! 나는 뭘까? 낮잠자면 되나~?

샤토라
그러면 나도 같이 자고 싶어...

쿠비라
후후... 우리도 캠핑에 익숙해진 것 같네.

비이
익숙해지는 것도 좋지만 한밤중에 시끄럽게 구는 건 좋지 않아!

라오라오
그래, 갸오. 조용히 지내야지, 갸오.

후앙
아, 라오다! 단장네도 왔어!

비카라
죄죄, 죄송해요... 어젯밤 일은 거의 다 제 잘못이에요...

파이
그렇지 않아. 거의 다 라오가 나빠.

라오라오
큭... 뭐, 좀 많이 마시긴 했지, 갸오...

루리아
아하하... 라오라오 씨한테 대충 얘기 들었어요. 큰일이었겠네요.

후앙
단장은 왜 왔어? 무슨 볼일 있어?

비이
응. 얘가 너희만 괜찮으면 좀 쉬어가자고 하더라고.

아니라
그거 좋구만. 마침 일단락된 참이었다네.

셰로카르테
우후후~ 그러면 같이 지낼 수 있겠네요~

루리아
그럼 가요! 저쪽에서 산달폰 씨가 재미있는 걸 하고 계세요!

 

 




십이신장은 단장 일행과 함께 캠핑장을 걷다가 커피 향기가 맴도는 장소에 도착했다.

 

 

산달폰
......

람렛다
냐하하하하하! 커피에는 이 증류주가 의외로 잘 어울리네~!

에우로페
어머... 이 커피라는 물, 땅 속에서 솟아나는 석유처럼 새카맣네요.

가브리엘
후후, 에우로페... 커피는 겉모습뿐이 아니고 우선은 향기를 즐기는 거란다.


산달폰이 벌레 씹은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커피에 술을 콸콸 부어대는 람렛다와 엉뚱한 소리를 하는 에우로페, 그리고 왜인지는 몰라도 그곳에 있던 가브리엘이었다.

 


비이
천사 누님, 또 갑자기 나타났네...!

루리아
가브리엘 씨! 여기 와 계셨군요! 안녕하세요!

가브리엘
특이점, 그리고 모두들. 오랜만이네. 잠깐 들렀어.

비이
어, 어어... 오랜만이네... 오늘은 혼자야?

가브리엘
미카쨩도 불렀는데 거절당했어.

에우로페
단장님, 안녕하세요. 커피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이 향기를 꼭 맡아보셨으면 좋겠네요.

 


[커피 처음 마셔?]
[좋은 향기다] -> 선택


에우로페
후후. 저도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단장님과 같은 생각이라니 정말 기쁘네요. 커피를 마시는 건 처음인데 마음에 들어요.

람렛다
어때~? 로페냥도 술 타 볼래?

에우로페
어머... 단장님과 가브리엘 님 앞에서 술이라니... 대담해져 버릴 것 같은데요.

가브리엘
어라, 그것도 좋겠네. 특이점한테 돌봐달라고 하면 되겠다.

산달폰
하아...


산달폰은 한숨을 쉬면서도 커피 포차를 묵묵히 운영하고 있었다.

 

 


 


6-2

 


산달폰
단장인가... 너희도 커피 마시러 왔나?

비이
어, 맞아. 휴식중인 신장들도 데리고 왔어.


가까운 의자에 앉은 후앙이 아니라에게 물었다.

 


후앙
아니라 언니, 저 여자분은 누구야?

아니라
가브리엘 공이니라. 단장 공과 사이가 좋은 성정수지.

비이
평범한 누님처럼 보이지만 사대천사라는 엄청난 성정수 중 하나야.

쿠비라
그런데... 이, 가게? 캠프? ...는 뭐야?

루리아
산달폰 씨는 어제부터 여기서 가게를 열고 커피를 내어주고 계세요.

셰로카르테
경영 수업에 좋을 것 같아서 제가 추천했답니다~ 허가는 받았으니 안심하세요~


작은 포장마차가 캠핑장 안에 덩그러니 세워져 있고, 의자나 테이블이 주변에 놓여 있었다.

 


바지라
생각해 보면 마을에서 보는 포장마차도 텐트같은 거 아니었어?

셰로카르테
그 말씀대로예요~ 세우는 것도 간단한 데다 이동하기도 편하죠~ 텐트하고 공통된 부분이 많아요~

산달폰
커피다.


산달폰은 커피를 내어준 후, 자리를 뜨기 전에 말 없이 설탕 병을 곁에 두었다.

 


후앙
.....!?

아니라
쿠후후... 산달폰 공이 신경을 써 주시는구만.

바지라
난 넣을래. 쓴 건 싫거든.

후앙
...그, 그럼 나도! 모처럼 설탕도 있으니까!

샤토라
무후후후... 나는 우유를 넣을 거야...

라오라오
그럼 나는 람렛다한테 술을 얻어서...

파이
안 돼. 하지 마.

라오라오
으... 뭐, 어제 마신 술이 아직 덜 깼으니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관두도록 하지, 갸오.


십이신장들은 각자 커피의 향과 맛을 마음껏 즐겼다.

 


셰로카르테
캠핑 와서 마시는 커피 맛은 각별하죠~ 자기만의 방법으로 커피를 내리는 캠퍼 분들도 많답니다~

쿠비라
그렇구나. 하지만... 응. 뭔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니라
후우~ 기분이 좋구나. 새소리나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커피...

비카라
마, 마음이 놓인다고 할까... 안정되네요. 뭔가 사치스러운 시간이에요...

안치라
응... 그치만...

십이신장
더워어어...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이마에는 땀이 살짝 맺혀 있었다.

 


비이
이 더위에 이 커피라니... 나도 좀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어...

루리아
어제보다 많이 더워졌죠. 아직 오전인데도...

셰로카르테
슬슬 한여름이니까요~ 어제는 가게가 성황이었지만 오늘은 쉽지 않겠어요~

산달폰
그래? 산뜻하게 내렸다만.

아니라
으음... 분명 맛있기는 하네만... 이 더위는 맛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범위를 좀 넘어섰다고 할까...

산달폰
또 그건가. 커피 맛과 진지하게 마주한다면 신경쓰일 정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마키라
커피도 그렇지만, 이렇게 더워서야 회의도 위험하겠네.

샤토라
뜨겁고 축축해서 회의할 때가 아닌 것 같아... 난감하네...

후앙
그러고 보니... 뜨거우면 모닥불도 못 피우는 거야? 모처럼의 세련된 캠핑이...

파이
하지만 요리하려면 불이 필요하잖아? 오히려 뜨거워서 큰일이겠다.

셰로카르테
눈치채신 모양이네요~ 한여름의 캠핑도 사실 꽤 힘들답니다~ 땀은 잔뜩 흘리지, 벌레도 잔뜩 꼬이지~ 겨울같은 위험은 없지만 지내기 힘든 점이 한두 개가 아니죠~

아니라
흐음. 그렇다면 어제 정도의 환경이 딱 좋았다는 거겠구만.

에우로페
단장님, 그리고 십이신장 여러분. 잠시 괜찮으신가요?

바지라
응? 무슨 일이야?

에우로페
더위에 고통받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주제 넘은 말씀입니다만 이 에우로페, 여러분께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하여.

마키라
에우로페 군, 어떻게 하려는 건가요?

에우로페
이렇게 하겠습니다.


에우로페의 몸이 한순간 푸르고 새하얀 빛에 휩싸였다.

 


루리아
어...!? 어, 에우로페 씨... 방금 뭘 하신 건가요?

에우로페
제 힘을 사용했답니다. 이제 커피도 회의도 문제 없을 겁니다.

신다라
어떻게 된 건데...?


십이신장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으나, 문득 안치라가 말을 꺼냈다.

 


안치라
어라? 뭔가 좀 시원하지 않아?

쿠비라
그런 것 같아... 왠지 서늘해졌네.


피부에 달라붙어 있던 열기는 어느 새 사라지고, 기분 좋은 공기가 목덜미를 간질이고 있었다.

 


비이
아니... 이거 에우로페가 한 거야?

에우로페
네, 저입니다. 이... 캠핑? 이라는 것은 십이신장 분들이 주신 기회. 제가 드리는 사소한 답례입니다.

아니라
우리는 어디까지나 계기를 만들었을 뿐이네만... 이거 기쁘군!

쿠비라
저기... 뭔가 커피가 아까보다 맛있게 느껴지지 않아?

마키라
그러게. 은근히 따듯해서 기분 좋아.

산달폰
아하... 물의 원소를 조작한 건가. 나쁘지 않군.

에우로페
칭찬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산쨩 님.

가브리엘
산쨩의 커피를 보다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딱 좋은데, 회의라는 건 어떤 거지?

비이
십이신장회의를 말하는 거야. 이 캠핑도 애초에 그걸 하러 온 거거든.


가브리엘은 십이신장들이 야영에 실패했고, 그것을 계기로 단원 모두가 캠핑장을 방문하게 된 것, 그리고 십이신장이 아웃도어에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단장에게서 들었다.

 


가브리엘
재미있는 고민이네.

아니라
재미있다고...? 그러한가?

가브리엘
아니, 뭐라고 할까... 고민할 필요가 있는 걸까?

쿠비라
네?

에우로페
저도 가브리엘 님과 같은 의견이에요.

산달폰
동감이다.


그 자리에 있던 성정수들의 의견이 전부 일치하는 것을 보며 십이신장과 단장 일행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루리아
저기... 무슨 소리인가요...?

바지라
우리는 잘 못하는 일을 잘 하게 되고 싶은 거야. 그게 뭐가 이상한데?

가브리엘
자각이 없는 모양이구나. 후후... 정말 재미있다니까, 하늘의 민족들은. 자신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듯하면서도 때로는 이해하지 못하지... 언제나 흥미로워.

라오라오
......

비카라
트, 특성이라고요...?

람렛다
무슨 이야기 하는 거야~? 가브냥도 같이 마실래~?

가브리엘
어머, 좋지. 그럼 좀 마셔 볼까.

산달폰
어이... 그건 이미 커피를 술에 섞는다기보다도 술로 희석하고 있는 거 아냐?

람렛다
냐하하하하하! 다루냥도 말을 재미있게 한다니까~!

비이
대체 뭔데...?


가브리엘과의 대화는 그대로 끊어졌고, 십이신장은 의문을 품은 채 텐트로 돌아왔다.

 

 


 


6-3


아니라
성정수의 생각이란 잘 모르겠구만.


십이신장들은 가브리엘이 말했던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후앙
무슨 뜻인 걸까? 캠핑을 잘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말이지~

쿠비라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시원해져서 다행이지 않아? 회의하기도 편하고.

마키라
그러게. 에우로페 군에게 감사해야겠는걸.


에우로페의 힘이 지속된 덕분에 이 일대는 가을처럼 기분 좋은 시원함이 유지되고 있었다.

 


비이
그럼 우린 갈게, 무슨 일 있으ㅁ...

파이
괜찮아. 봐, 불도 붙었잖아.

안치라
단장, 이거 봐~! 에헤헤... 대단하지? 아직 조금은 어렵지만.


파이와 안치라는 어설픈 손놀림으로나마 모닥불에 불을 붙이는 것을 성공시켰다.

 


루리아
와아! 많이 익숙해지셨네요! 대단해요!

비이 
어, 그래... 그러네. 그거 다행이다. 으음... 어제도 같은 얘길 했던 것 같은데, 결국 우리가 나설 기회는 없었네.

바지라
아니, 그렇지도 않아. 그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니까.

아니라
그렇지. 될 수 있는 한 우리들끼리 해낼 수 있었으면 하거든.

루리아
아...그런가요. 알겠어요.

비이
......

라오라오
...그럼 우리는 물러나지, 갸오. 가자 단장, 갸오.


단장 일행이 그 자리를 떠난 후, 십이신장으 바로 회의를 재개했다. 푹푹 찌던 여름의 더위가 완전히 사라진 덕분에 의논은 쾌적하게 진행되었다.

 


샤토라
회의... 엄청 순조롭네...?

쿠비라
산달폰 씨가 싸 주신 이 커피도 뭔가 긴장 푸는 데에 도움되는 것 같아.

파이
엄청 우아하다... 모닥불을 쬐면서 마시는 커피는 각별한걸.

마키라
응. 시원하니까 모닥불도 기분이 좋다.

후앙
말 그대로 세련된 캠핑이네~ 냐하하하~

쿠비라
에취...

비카라
쿠, 쿠비라 씨... 혹시 추우신가요? 좀 더 모닥불을 쬐시는 것이...

쿠비라
고마워. 그렇게 할게. 난 추위에 약하거든... 몸이 좀 차가워졌나봐.

아니라
이리 오도록 하시게. 나와 자리를 바꾸지.

쿠비라
고마워, 아니라. 비카라쨩은 머리띠 다 만들었어?

비카라
조, 조금씩 만들었더니 형태가 잡히기 시작했어요...

쿠비라
후후, 다행이다.

마키라
그럼 다음 의제인데...

후앙
뭐, 뭔가...

샤토라
좀 많이 추운 것 같은...?

바지라
저기... 에우로페한테 말해서 조금 따듯하게 해 달라고 할까?

비카라
그, 그러게요...! 아무리 그래도 좀... 저는 옷도 갈아입었고...


계속 앉아있었던 탓에 십이신장들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 덜덜 떠는 사람까지 나타날 정도였다.

 

 




그래서 에우로페를 만나기 위해 다시 산달폰의 가게에 들렀으나...

 


티코
어라? 십이신장이네.

쿠비라
티코? ? 무슨 일이야?

티코
여기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단장이 그러길래 와 봤어. 그치만 아무도 없길래...

아니라
아무도 없다라?

티코
그보다 이 추위는 뭐야? 왜 여기만 추운 건데.


주변을 찾아보는 사이, 티코는 십이신장에게서 일의 전말에 대해 들었다.

 


티코
말도 안돼... 여기만 꼭 겨울 같잖아...

비이
어이~ 얘들아~

라오라오
여기 있었군, 갸오.

루리아
저기... 에우로페 씨는요?

바지라
그게 안 보인단 말이지. 에우로페만이 아니고...

루리아
어...? 산달폰 씨랑 가브리엘 씨도 안 계신가요...?

셰로카르테
어라~ 이상하네요~


그 밖에도 이변을 눈치챈 자들이 속속 단장 곁으로 모여들었다.

 


쿠쿠루
추우... 이 추위는 뭔가 이상해...! 이미 여름인데!

델리포드
이런... 입에서 내뱉은 공기가 하얗게 보일 정도야...

시그
뭔데 뭔데? 이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라이언
어이, 잠깐만... 눈 오기 시작한 거 같은데?


일동이 하늘을 올려다보자, 차가운 가루가 볼에 닿았다.

 


레오나

마, 말도 안 돼요... 이 시기의 그로스 섬에 눈이 내리다니...

이슈미르
추운 건 싫어... 에우로페를 찾아야 해...

쿠무유
히이익!? 자, 잠깐만요! 내리는 눈발이 점점 강해지고 있지 않나요?


쿠무유가 말한 대로 눈은 점점 기세를 올리더니 눈보라가 되고 말았다.

 


파이
뭐가 뭔지 모르겠어...

후앙
로페 언니이이이! 가브 언니이이이이! 달폰 오빠아아아아아아아!


그러나 후앙의 부름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고, 그저 눈보라가 휘몰아칠 뿐이었다.

 


후앙
내가 찾아볼게!

델리포드
아! 후앙 공, 안 돼! 기다려!

후앙
...어라?

파이
어서 와. 어디 갔다 왔어?

후앙
이, 이상해... 똑바로 나아갔는데...

델리포드
아니... 시계가 불량할 때에는 자주 있는 일이다. 헤매지 않고 끝나서 다행이군.

라이언
진짜 어이없는 일이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겠네. 단장, 알겠어?

 


[다들 열기를 쬐자]
[캠프파이어야!] -> 선택

 


라이언
그래. 

아니라
캠프파이어!? 그게 무엇인가...?/

라이언
말하자면 엄청 큰 모닥불이야. 많은 인원이 캠핑을 할 때는 집회의 상징처럼 할 때도 있지.

델리포드
각자 갈라져서 자원을 분배하고 있을 여유는 없어. 다 같이 뭉쳐서 행동해야 하지. 그렇다면 큰 불을 피워서 따듯해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거다!

파이
우우... 추워. 몸이 꽁꽁 얼었어... 어떻게 되는 거 아냐...?

델리포드
파이 공,  걱정할 거 없다. 나는 맨몸으로 조난당한 적도 있지만 이렇게 무사히 살아있거든.

파이
그 말을 들으니 걱정거리가 늘었어...

라이언
자, 월동 준비를 하자! 태울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모아 줘!

바지라
핫... 설마! 셰로카르테, 이게 겨울캠이야?

셰로카르테
아뇨! 이건 조난이죠~!


맨몸으로 조난당한 경험이 있는 델리포드가 앞장서서 불을 피우기 위해 움직였고, 남은 이들도 그에 협력했다.

 

 


 


6-4


쿠무유
불쏘시개에 불이 붙긴 했는데... 장작이든 뭐든 일단 잘 타는 걸 찾아야 해요!

루리아
아, 알겠어요! 잘 타는 거 말이죠!

레나
말라붙은 가지를 좀 받아야 하겠네.

헤르에스
불을 꺼뜨릴 수는 없습니다. 바람을 좀 막아주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라이언
일단 장작을 있는 대로 가져왔어. 쌓아올려 줘. 난 더 찾으러 다녀올게.

실바
좋아, 우리는 불을 키우도록 하지.

쿠무유
알겠어요!! 즌더분더 공방의 이름에 걸고 이 불로 모두를 따듯하게 만들게요!

쿠쿠루
마키라, 나랑 스토브 만들래? 장기전이 될지도 모르니까.

마키라
그렇네요. 밤이 된 후에 시작하면 늦을 테니까요.

람렛다
다들 힘내! 더 열심히 태우는 거야!

비이
야, 부추기기만 하지 말고 너도 일해!

람렛다
하, 하고 있다냐...! 나뭇가지같은 거 주우고 있단 말야...! 진짜양...

후앙
그러고 보니, 술도 불에 탄다고 들은 적 있어!

람렛다
어? 그, 그런가...? 이건 좀 센 거라서 약간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긴 하는데...

비이
아하! 그러고 보니 요리할 때 술에 불을 붙이기도 하지!

파이
람렛다 씨, 고마워.

람렛다
응? 아직 아무 말도 ㅇ...

아!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


신다라 자매는 람렛다의 술병을 가져가더니 남아있던 술을 캠프파이어에 뿌렸다.

 


람렛다
그럴 수가아아아아...!

쿠비라
비카라쨩, 우리 텐트에서 장작 가져왔으니까 계속 쌓아올려줘!

비카라
네. 네에에!


불 곁에 남은 쿠비라 일행이 놓고 간 장작을 일사불란하게 쌓아올렸다.

 


비카라
영차, 영차...


응?


그래서 장작 안에 만들다 만 생쥐 머리띠가 섞여 있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비카라
아! 아아아아아아...!

레오나
비카라쨩!? 불에 그렇게 가까이 가면 위험해!

비카라
그그, 그치만... 제 머리띠가! 아까 만들다 만 걸 장작 위에 그대로 뒀던 모양이에요!

레오나
머, 머리띠...?

 

 


 


일말의 희생은 있었으나 캠프파이어는 전원이 따듯함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캠프파이어
......

비카라
아, 아아... 머리띠가... 난 정말 바보야... 훌쩍.

람렛다
울지 마, 비카냥. 우리의 희생이 모두를 따듯하게 만들었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울지 마아아아아...

비카라
네에에에에...

티코
(울고 있잖아...)

루리아
겨우 불을 붙였네요... 이거면 얼어붙지 않을 수 있겠어요.

델리포드
그래, 좀 살 것 같군. 손발이 녹는 게 느껴져.

시그
다 같이 이렇게 커다란 모닥불을 둘러싸고 있으니 뭔가 축제같은 느낌이네.

바지라
오, 정말 축제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즐거워지는걸!

샤토라
무후후후... 왕자님하고 축제... 유카타비라 입고 데이트하고 싶다...

아니라
그런데 단장 공... 이제부터 어찌하면 좋은가? 에우로페 공은 우리를 생각해서 기온을 낮춰주신 것이겠네만... 뭔가 문제라도 생긴 겔까...?

비이
문제라... 그럴지도 모르지...

루리아
어떻게 할까요?


단장은 한동안 생각하더니 주변에 다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외쳤다.

 


[에우로페!]

 


에우로페
네. 에우로페 여기 있습니다.

비이
으악!

루리아
에우로페 씨!?

에우로페
어머나, 저도 참...

가브리엘
그러면 안 되지, 에우로페. 좀 더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에우로페
가브리엘 님, 죄송합니다. 단장님께서 이름을 부르시길래 무심코 찾아뵙고 말았습니다...

가브리엘
저런... 뭐, 슬슬 때가 됐을지도 모르겠네. 산쨩도 고마워.

산달폰
이걸로 끝인 건가.

셰로카르테
어라라~ 성정수 세 분이 다 모여 계시네요~?

쿠비라
어떻게 된 거야?

가브리엘
미안해. 에우로페를 나무라지 말아 줘. 전부 내가 시킨 일이니까.

안치라
네에!? 왜 이런 일을 하신 건가요?

가브리엘
십이신장 여러분이 알아줬으면 했거든. 하늘의 민족의 좋은 점에 대해서 말이지. 그래서 내가 에우로페에게 눈보라를 일으키라고 명령한 후, 다른 손님들에게는 냉기가 미치지 않게끔 산쨩한테 부탁했어.

아니라
이해하기 힘들구만... 하늘의 민족의 좋은 점이라는 게 대체 무슨 뜻인가?

가브리엘
어머, 아직도 모르겠어? 하늘의 민족의 좋은 점은 말이지, 힘을 합칠 수 있다는 거 아닐까? 그래서 위기 상황을 만들어 준 건데...

라오라오
......

후앙
힘을...

파이
합친다고...

아니라
으음... 힘을 합치는 것과 우리 십이신장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게야?

가브리엘
그치만 당신들, 십이신장들끼리 캠핑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었잖아?

바지라
맞아. 우리가 뭘 못하는지 알아냈으니까 다들 공부하려고 했어.

안치라
응, 맞아! 「다 같이」 말이야!

가브리엘
그것도 하늘의 민족의 특성 중 하나지. 환경으로부터 배우려는 자세는 훌륭해.

가브리엘
하지만 그 「다 같이」가 정말 다 같이인 걸까?

안치라
뭐...?


십이신장들은 가브리엘이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채였지만, 비이가 문득 중얼거렸다.

 


비이
...난 알겠어.

마키라
비이 군?

루리아
저기.... 저도 알겠어요. 가브리엘 씨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샤토라
루리아쨩...?

비이
우리가 캠핑하는 십이신장을 보면서 어렴풋이 생각했던 거지~

루리아
네... 맞아요.

 

 

[좀 더 우릴 의지해 줘]
[「다 같이」 안에 끼워 줬으면 좋겠어] ->선택

 


쿠비라
......!

비이
그 말대로야. 이번에 캠핑하러 온 건 너희들만이 아니잖아. 좀 더 우릴 의지해도 된다구.

루리아
맞아요! 저희도 십이신장 여러분의 동료니까요! 아, 그치만 저는... 아직 캠핑은 그렇게 잘 하지 못하지만요... 에헤헤...

가브리엘
후후... 역시 특이점도 같은 생각이었구나. 산쨩은 어떻게 생각해?

산달폰
하늘의 민족들은 결속을 통해 패공전쟁에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다. 대다수의 인간은 혼자서 성정수를 당해낼 수 없으니.

가브리엘
맞아. 하늘의 민족의 특성은 거기에 있는 거야. 에우로페는?

에우로페
저는 기공단에 몸을 의탁할 때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하늘의 민족은 서로를 도움으로써 개체로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 거기서 아름다움을 느낀다고요. 그 마음은 지금도 변치 않았답니다. 그렇기에 무례한 말씀을 드립니다만, 십이신장이라는 역할로써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티코
나도 같은 의견이야.

비카라
어? 티코 선생님도...?

티코
십이신장들이라는 역할은 그것만으로도 책임이 막대하고 엄청 힘들잖아. 그런데 아웃도어 생활까지 잘 해내고 싶어서 노력을 하겠다니, 너무 무리한 일인걸.

온천할 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난 얼마든지 힘을 빌려줄 수있다고.

아니라
아니, 하지만... 마음은 기쁘지만 그럴 수는...

라오라오
문제 없다, 갸오!

아니라
라오라오 님?

라오라오
너희들은 좀 지나치게 성실해, 갸오. 뭐든지 직접 해내려고 할 필요 없다, 갸오.

후앙
뭐, 뭐야아~ 게을러빠졌다고 했으면서.

라오라오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기 위해 배우려는 정신은 높이 사마, 갸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도록 해라, 갸오. 초대 십이신장은 야영 정도는 간단히 해냈으니까, 갸오.

파이
그럼...

라오라오
하지만 너희들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어, 갸오.

파이
중요한 사실...?

라오라오
패공전쟁 때는 십이신장들만 싸웠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갸오. 수많은 하늘의 민족들이 있었지, 갸오. 그렇기에 너희들은 그저 단장한테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거였다, 갸오. 잘 못하는 부분은 도와줬으면 좋겠어, 라고 말이다... 갸오.

십이신장
......

라오라오
십이신장만으로 모든 것을 짊어지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합리해, 갸오.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다, 갸오. 나도 배우라고는 했다만, 갸오. 십이신장과 다른 인간들 사이에 그렇게까지 엄격히 선을 그으라고는 하지 않았다, 갸오. 십이신장의 동료들은 십이신장뿐이 아니야, 갸오.

루리아
네, 맞아요! 저희는 십이신장이 될 수 없지만 항상 함께니까요!

바지라
그래... 그렇구나. 우린 십이신장으로서 해야 할 일만 지나치게 생각했는지도 몰라.

비이
헤헤헷! 드디어 눈치챘어? 우릴 잊지 말아달란 말야!

아니라
음... 그렇구만. 십이신장으로서의 책무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한 나머지 중요한 부분을 잊고 있었어. 십이신장이 아닌 단장 공과 다른 분들 또한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동료라는 사실을 말이지.

쿠비라
그러게. 의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는데...

아니라
허나 가브리엘 공도 짖궂으시구만.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주셨으면 되었을 것을.

가브리엘
말한다고 꼭 실감할 수 있는 건 아닌걸. 그게 성정수가 하는 말이면 당신들도 더 와닿지 않을 거 아냐?

아니라
쿠후후... 무슨 싱거운 말씀을. 그대도 단장 공의 동료시지 않은가. 그러면 우리 동료이기도 하지.

가브리엘
어머... 후후후... 이거 한 방 먹은 걸지도 모르겠네. 뭔가 기쁘다. 


산쨩, 에우로페. 둘 다 힘을 빌려줘서 고마워.

에우로페
천만의 말씀이세요.

산달폰
딱히 한 것도 없어.

루리아
후후, 십이신장 여러분과 성정수 분들의 사이가 좋아져서 다행이네요, 그렇죠?


단장도 그 광경을 보며 흡족한 기분이었으나...

한 가지 신경쓰이는 것이 있었다.

 


마키라
저기... 저 불, 어떻게 하실 건가요?

캠프파이어
......!


캠프파이어가 타닥 하고 큰 소리를 내며 폭발하자 불똥이 주변에 휘날렸다.

 


쿠무유
히야아아아아아악! 까까, 깜짝 놀랐어요!

실바
장작이 터졌구나. 쿠무유, 너무 가까이 가지 마.

쿠쿠루
어떻게 하지!? 이렇게 터지다간 불똥이 멀리까지 휘날릴 거야...!

델리포드
아무튼 타는 건 뭐든지 가져다 쌓았으니까... 덜 마른 장작도 섞여 있었겠지.

라이언
그야 터질 만도 하군. 장작 아닌 것도 있었으니 얼마나 타오를지 몰라.

레오나
저기... 게다가 뭔가 아까부터 좀 뜨겁지 않나요?

이슈미르
응, 엄청 좋은 열기야... 하지만 이 불은 위험하겠네. 너무 스릴이 넘쳐.

에우로페
제 힘을 이미 멈췄기에 계절에 맞는 기후로 돌아온 게 아닐지.

아니라
에우로페 공, 이 불기둥은 어떻게 해야 하겠나?

에우로페
글쎄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니라
으, 으음... 그런가... 하긴 우리가 만든 것이니...

레나
어머나... 좀 너무 타오르네. 괜찮은 걸까?

쿠비라
엄청난 열이야... 이대로는 산에 불 나는 거 아냐?

샤토라
하와와~ 어서 꺼야겠어...

아니라
음... 그렇구만. 여기는 우리 십이신장들이... 아니지!

단장 공, 여러분! 힘을 빌려주시지 않겠나?

단장 일행
좋아!

아니라
그럼 다 같이... 소방 활동 개시일세! /

 

 

[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