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십이지캠

십이지캠 - 제3화 첨벙캠

어가푸 2022. 6. 30. 23:04

 

 

3-1

 

 

 

 

제3화 첨벙캠

Ladies of the Lake

 

 




캠핑 첫날 오후, 십이신장들은 접이식 의자에 앉은 채 한 손에는 차를 들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마침 샤토라가 막 보고를 끝낸 참이었다.

 


샤토라
그래서... 죽순 파하고 버섯 파로 갈라진 거야...

아니라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구만... 바지라는 어떻게 생각하지?

바지라
글쎄.... 나는 버섯 파야!

마키라
죽순 파로 부탁해요.

안치라
뭐...? 버섯이지~!

쿠비라
나는 죽순이 좋은데...

비카라
그, 그러게요... 저도 죽순일 것 같은데...

쿠비라
아니라는?

아니라
물론 버섯이니라. ...가 아니고! 지금은 얼마 전에 벌어진 번뇌 소동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이지 않느냐!

후앙
솔직히 말해서 이 화제는 옆길로 새기 쉬워서 위험하다고 생각해. 참고로 나는 죽순 파.

파이
나는 버섯이지만 회의에는 적합하지 않은 의제네.

아니라
그렇다고는 해도 번뇌 소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수는 없으니...

쿠비라
번뇌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거라서 트러블의 형태도 여러 가지다 보니 미리 대처하기가 힘들지...

안치라
올해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는데.

마키라
하지만 뭔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게 좋아. 방심은 금물이니까.


의제를 하나 마무리지은 신장들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앉았다.

 


아니라
후우... 조금 쉬어 볼까...

샤토라
우와... 이 홍차 엄청 맛있어...

쿠비라
실바 씨한테 받은 거 말이지. 홍차 캔을 통째로 빌려왔으니까 슬슬 돌려드리러 가야겠다.

후앙
저기! 그럼 말이야!

파이
수영하러!

안치라
가자!

바지라
그래, 그러자! 호수에서 수영하는 거야!

쿠비라
크흠... 뭐, 파이어 스타터하고 캔을 돌려주는 김에 수영하는 거라면... /


수영할 준비를 마친 신장들은 쿠쿠루 일행의 캠핑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쿠무유
죄송해요. 실바 언니는 지금 쉬러 가서 여기 없어요...!

샤토라
쉬러 가...?

쿠쿠루
그게~ 우리랑 있으면 본인이 연장자니까 자꾸 우리를 돌보려고 한단 말이지. 나이 비슷한 단원분들이랑 놀러갔어. 안 멀어. 저쪽이야.

 




쿠쿠루가 말한 쪽으로 향하자,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람렛다
냐하하하하하! 말도 안 되는 농담인데!

시그
진짜라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알바코어도 아니고~ 라는 말이 흘러나왔는걸.

람렛다
냐하하하하하!

레나
어머어머...

이슈미르
후후, 신기한 이야기네... 그러니까 알바코어라기 보단 카츠워누스 같다.

헤르에스
후후. 대단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군요.

레오나
아하하하! 너무 웃었더니 배가 아파...!

실바
어라? 십이신장들 아냐?

아니라
보기 드문 조합의 멤버들이구만.

람렛다
귀여운 아이들이 왔네~! 한잔 따라달라고 할까~?

레오나
람렛다 씨, 너무 취하셨어요.

쿠비라
실바 씨. 홍차 감사했어요. 여기에 와 계셨군요.

실바
그래!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서 미안하군. 쿠쿠루네가 등을 떠밀더라고.

시그
이봐, 신장 여러분. 우리 공통점이 뭔지 알겠어?

바지라
응? 공통점이 있는 거야?


그 자리에 있는 단원들의 얼굴을 둘러보며 십이신장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치라
전부 여자?

레나
어머나, 그러게. 후후. 사실은 정답이 또 하나 있어.

시그
여긴 27세 캠핑장이야!

십이신장
27세 캠핑장!?

아니라
그게 뭔데!?

시그
이름 그대로 기공단의 27살 단원들이 교류하는 모임이지.

람렛다
동갑끼리니까 마음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구~

시그
동갑인 단원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럼 같이 캠핑이나 가 볼까? 하게 된 거지.

실바
레오나의 발상에는 감사할 따름이야. 이렇게 즐거운 모임에 참가하게 되어서 기뻐.

레오나
셰로카르테 씨한테 이 캠핑장의 정보를 알려드린 게 정답이었어요.

안치라
우리도 엄청 즐거워! 레오나 씨, 고마워!

레오나
다행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니까 더 많이 즐겨 줘.

아니라
그나저나 27세 캠핑이라니 특이ㅎ... 재미있는 일을 하는구만.

시그
뭐 딱히 그렇지도 않아. 자연 속에서 같이 생활하다 보면 사이가 좋아진다는 사실은 흔한 상식이잖아?

샤토라
그런 거야...?

헤르에스
네, 그렇죠. 예를 들면 군대에서도 자연 속을 행군하는 훈련이 있답니다. 동료들과 길도 없는 곳을 헤치며 같이 생활하는 동안 협조성을 기를 수 있으니까요.

레오나
저도 자주 했어요. 엄청 힘들긴 했지만 좋은 추억이기도 했죠. 캠핑이란 그런 좋은 점들을 간단히 얻을 수 있다는 게 즐거운 것 같아요.

샤토라
멋진걸...? 버섯 파랑 죽순 파도 같이 캠핑하면 좋겠다...

쿠비라
그게 그렇게 되나...?

이슈미르
캠핑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단순히 힐링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 않을까? 새가 지저귀는 소리나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실바
그러게. 마음이 진정되지. 헤르에스도 여기서 마음 편히 쉬고 가. 여러 가지 일이 터지는 바람에 큰일이었다고 들었어.


헤르에스의 고향 얼스터 섬은 지금 한창 재건하는 중이었다. 백성들의 생활을 원래대로 되돌려놓기 위해 헤르에스는 밤낮으로 일에 매진하고 있었는데...

 


안치라
헤르에스 씨, 어디가 안 좋으신 건가요...?

실바
과로로 쓰러졌다는 모양이더군... 동생분께서 강제로 쉬게 만들려고 단장한테 맡겼다나봐.

헤르에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이제 몸은 괜찮으니 어서 돌아가야 할 텐데...

시그
무슨 소리야. 당신 동생한테서 엄청 무리했다고 들었는데.

레오나
맞아요. 아직 캠핑 첫날인걸요. 좀 더 푹 쉬셔야 해요.

헤르에스
감사합니다, 여러분. 신경써 주셔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슈미르
어머...?


이슈미르는 처음 보는 남자가 27세 캠핑장에 다가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눈치챘다.

 


헌팅남
안녕하세요~!

이슈미르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신지?

헌팅남
우효~! 미인들만 모여 있잖아~

후앙
...!?

(미인이라니... 이 사람, 혹시 날 보고 첫눈에 반한 건가...?)

파이
후앙... 뭔가 착각하고 있지 않아?

헌팅남
여자들끼리 캠핑하면 힘드시죠? 이것저것 부탁하셔도 됩니다~

시그
미안하지만 여긴 베테랑뿐이야. 부탁할 일은 없을 것 같네.

헌팅남
에이, 그런 소리 하지 마시고. 같은 캠퍼끼리 교류 좀 합시다~


남자는 근처에 있는 바위에 자리를 잡고 그대로 눌러앉으려는 기세였다.

 


바지라
이런... 난감한 인간이구만. 본인 텐트로 돌아가게 해야겠어.

이슈미르
기다려... 같은 캠핑장 손님이라면 앞으로도 얼굴을 마주치게 될 거야. 거친 수단을 쓰면 귀찮아질지도 몰라. 은근슬쩍 괴롭힌다던가...

바지라
그런가? 그럼 어떻게 하지...

라이언
어이, 너. 다른 사람 캠프장에 끼는 게 취미냐?

헌팅남
아앙? 넌 또 뭐야?

레나
어머, 라이언 씨. 딱 좋을 때 와 줘서 기쁘다.

라이언
어서 네 텐트로 돌아가.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냐.

헌팅남
이 자식...

라이언
......


벌떡 일어난 헌팅남은 한동안 라이언을 노려보았으나, 이윽고 눈을 돌리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헌팅남
...뭐 그럼 슬슬 돌아갈까...

라이언
하아...

시그
흐음... 별 마찰도 없이 돌려보내다니 좀 하는데.

이슈미르
이거라면 반감도 사지 않았을 거야... 대단하다, 라이언 씨. 정말 고마워.

레오나
죄송해요, 저희 공역 사람이 폐를 끼쳤네요.

라이언
아니...


여성진을 힐끗 둘러본 라이언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다. 그러나...

 


시그
......?

헤르에스
왜 그러시나요?

라이언
아, 아무 것도 아냐. 그럼 난 이만...

이슈미르
무슨 일이었을까...?

레오나
여러분, 죄송해요. 같은 나루 그랑데 공역 사람으로서 사과드릴게요...

시그
에이~ 뭐 그런 걸로 사과해. 저런 놈들은 어디에나 있는걸.

레나
이런 곳에 놀러오는 바람에 좀 들떴던 걸까? 나도 조심해야겠다, 우후후. 캠핑장에 왔으니 평소보다 주변인을 배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

바지라
그런 건가?

시그
예를 들면 소음같은 거 말이지. 텐트라는 거 얇은 천이니까 소리가 다 새거든. 밖에서든 안에서든. 밤에 너무 늦게까지 떠들면 안 돼.

레나
그리고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이 자연도. 다 쓴 도구를 버려두고 그대로 돌아가면 꽃들이 슬퍼하거든.

레오나
아, 맞다. 철수할 때 장작은 끝까지 태워 주세요. 재는 관리동에 갖다 주시면 돼요.

마키라
캠핑에도 여러 가지 매너나 룰이 있구나. 배울 점이 많네.

안치라
응! 다들 캠핑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게 대단하다!

람렛다
냐하하하하하! 그게 나잇값이라는 거지~!


람렛다의 말을 들은 27세 여성들이 웃다 말고 순간적으로 굳었다.

 


람렛다
아, 그게...

시그
후, 후후... 하하하...

람렛다
냐하... 냐하하하하...

시그
라무... 방금 뭐라고 했어?

람렛다
히익...! 아, 아무 것도 아냐... 잊어줘...


람렛다는 몸을 움츠리더니 외로이 술을 홀짝거리기 시작했다.

 


쿠비라
아, 저기... 그럼 우린 갈까?

아니라
그, 그렇게 하지. 호수에 가 보도록 할까.

 

 


 


3-2


샤토라
와아...! 아름다운 호수네...

마키라
네, 맞아요. 살짝 차갑긴 하지만 기분이 좋네.


초여름의 슈피겔 호에서 노는 관광객 사이에 섞인 십이신장들은 수영복을 입고 호숫물에 몸을 담갔다. 회의 중간의 휴식시간인 셈이었다.

 


후앙
냐~! 기분 좋다~!

파이
푸핫...! 넓어서 정말 좋다. 마음껏 헤엄칠 수 있어....

파이
어, 물고기다...

후앙
어디? 잡아 버리자~!

아니라
요 녀석들~ 깊은 곳은 조심하도록 하거라.

바지라
후앙하고 파이라면 괜찮을 거야. 나도 오랜만에 수영해야겠다~

안치라
알로하스하고는 달리 워터 슬라이더는 없지만 호수도 좋구나!

쿠비라
어라? 비카라쨩... 그거 새 수영복이야?

비카라
아, 셰로카르테 씨한테 부탁해서 받았어요...


비카라는 생쥐 머리띠를 쓰고 있을 때와 비교하면 좀 더 어른스러운 디자인의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비카라
그, 그런 파렴치한 건 못 입어요...

쿠비라
늘 입고 있잖아!?

아니라
쿠후후... 그 수영복도 잘 어울리는구나, 비카라야.

비카라
가,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과분한 말씀이세요...


아니라와 쿠비라가 부끄러워하는 비카라를 둘러쌌다.

 

그런 그녀들의 대화를 멀리서 지켜보던 신다라 자매의 얼굴에는 의심의 빛이 가득했다.

 


후앙
있지, 파이...

파이
응, 후앙...


신다라 자매는 아까부터 어떠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신다라
(쟤는 누구지...?)


의문점은 또 하나 있었다.

 


신다라
(비키는 어디 갔지...?)

바지라
응? 왜 그래? 후앙이랑 파이, 벌써 지쳤어?

파이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냐.

바지라
그래? 지치면 물가로 올라가서 쉬면 돼.

후앙
저기... 비키는 왜 없어? 비키랑 수영하고 싶은데!

파이
나한테 물어봐도 모르지. 나도 같이 수영하고 싶은걸.

파이
게다가... 쟤는 누구야?

후앙
바로 그거야~ 아까부터 회의에 끼어 있던데, 십이신장은 아니지 않아~?

파이
그럼 새로운 신장일지도...

후앙
우린 아무 말도 못 들었잖아! 그럴 리가 없어~

파이
그러려나... 그치만 아까부터 다들 비키 얘기는 하고 있지 않아?

후앙
그래! 그것도 궁금해! 「비카라」라는 이름은 들리지만 정작 비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파이
한 가지 가설이 있는데...

후앙
가설?

파이
비키가 고속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야.

후앙
고속으로!?

파이
우리 눈으로는 쫓아갈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후앙
그런... 아니, 그치만...

파이
비키는 날렵해. 그 점이 매력이기도 하지.

후앙
하긴... 지금까지의 십이신장회의에서도 끝자마자 금방 가 버렸지.

파이
비키는 우리 곁에 있어. 우리가 찾아내야만 해.

후앙
그럼 쟤는 누구야?

파이
글쎄...?

후앙
우리가 호수로 오기 전부터 텐트에 나타나서 여기까지 왔는데... 혹시...

후앙
쟤, 우릴 좋아하는 건가...?

파이
한결같이 눈치가 없구나.

후앙
아니, 그치만... 아까부터 힐끔힐끔 눈이 마주치는 것 같단 말이지...

파이
사실은 나도 그래... 혹시... 우리 수영복 차림을 보면서 즐기고 있는 건가...?

후앙
그건 아냐!

파이
그치만 상황을 봤을 때 명백하잖아...


후앙과 파이가 말하는 것처럼, 비카라는 비카라대로 신다라 자매를 신경쓰고 있는 중이었다.

 


비카라
(아까부터 후앙 씨, 파이 씨하고 눈은 마주치는데 전혀 말을 걸어주지 않아... 혹시 뭐 화날 만한 짓이라도 했나...? 그래, 분명히 했을 거야...)

쿠비라
비카라쨩? 왜 그래?

비카라
네에엑!?


깜짝 놀란 비카라는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발을 헛디뎌 앞으로 쓰러졌다.

 


비카라
허윽!

쿠비라
비카라쨩!?

비카라
재, 재송해요... 넘어졌어요...

쿠비라
어떡하지...! 이마에 상처 났네...

아니라
으음, 저쪽에 의무실이 있네. 치료받고 오시게.


호수 근처에는 수영을 즐기는 관광객들을 위한 의무실이 설치되어 있었다.

 


샤토라
이것도 텐트인 거지...? 천으로 된 지붕이 있고 기둥도 있으니까...

안치라
지금까지는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텐트라는 건 여기저기에 사용되는구나.


그러자 일행의 방문을 눈치챈 의사가 의무실 안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티코
무슨 일 있으세요~?

비카라
아...

티코
아...


일행 앞에 나타난 것은 눈에 익은 의사였다.

 


아니라
티코 아닌가! 이런 곳에서 뭘 하는 겐가?

티코
난 의사니까. 의무실에서 일하고 있어도 이상할 게 없지.

안치라
일하고 있는 게 이상하다고 할까... 지금은 캠핑 중이잖아요. 안 노시는 거예요?

티코
나는 대체로 어딜 가든 의사로서 일할 수 있으면 일하고 있어. 여기서는 지역 의사들이 피서지에 의무실을 만들었다고 하길래 참가하기로 한 거야.

아니라
그랬구만. 장한 일이야...

쿠비라
티코, 비카라쨩이 다쳤는데...

티코
이마에 상처 났네. 잠깐 보여줘.

비카라
자, 잘 부탁드려요...


비카라의 상처를 본 티코는 익숙한 손길로 회복 마법을 걸었다.

 


비카라
(티, 티코 선생님...)

티코
(비카라...)


두 사람의 머릿속에 그랑사이퍼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회상]



티코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요~?

비카라
그, 그게... 다른 사람하고 이야기하면 가슴이 두, 두두두근거려요...

티코
심장 두근거림이 있다는 건가? 그거 좋지 않은걸.


티코의 진찰실을 찾은 비카라는 멘탈에 대해 상담하고 있었다.

 


티코
안심해도 돼. 나는 마음의 이상에 대한 상담도 받고 있으니까.

비카라
저, 저는... 생쥐 머리띠를 쓰면 24시간 내내 춤추면서 노래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격이 밝아지는데요... 버, 벗고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서...

티코
요컨대... 머리띠가 없는 상태에서도 대인관계를 잘 해 나가고 싶다는 고민인 거야?

비카라
두, 두근거리거나... 토하고 싶어지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게 지내고 싶어서...

티코
뭔가 고민중인 게 있으면 일단 말로 표현해 봐. 나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연습」을 해야겠지.

비카라
여, 연습...?

티코
적은 인원 앞에서라도 괜찮으니까, 조금씩 머리띠를 하지 않은 상태로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게 좋아. 허물없는 사이인 십이신장들하고 있을 때가 딱 좋지 않을까?

비카라
그, 그런 걸까요... 

 

 


 


티코
(내가 추천한 대로 머리띠를 빼고 노력하고 있구나... 비카라, 정말 장하다...)

비카라
(라고 생각하실 거 같아, 티코 선생님...! 그, 그게 아니에요... 방금 전까지는 끼고 있었어요... 불에 탔을 뿐이에요...

 

그치만 말할 수가 없어... 이렇게 다정한 눈으로 쳐다보시면...)


의사와 환자의 생각이 엇갈리는 사이, 텐트를 둘러보던 안치라가 입을 열었다.

 


안치라
저기, 티코 선생님도 캠핑에 능숙한가요?

티코
캠핑?

아니라
안치라야, 티코는 이 텐트에서 자는 게 아니란다. 잘 하냐고 물으면 곤란ㅎ...

티코
캠핑이라면 웬만큼은 익숙해.

아니라
음? 그, 그런 겐가...?

티코
나는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 가는 곳마다 진료소를 열었으니까. 그런 만큼 노숙도 자주 했고. 여행하던 중에 막 산사태에 휩쓸린 마을에 들른 적도 있어. 거기서 부상자들이랑 피난민들을 위한 텐트를 세워서 치료한 적도 있고, 따듯한 물이나 소독에 필요하니까 불을 피운 적도 있고.

마키라
그렇군요... 티코 군도 재주가 많네요.

티코
그, 그래...?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닌걸.

 


 


십이신장들은 의무실을 나와 호수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쿠비라
뭐랄까... 만나는 사람마다 다들 캠핑에 익숙하네.

안치라
혹시 캠핑 제대로 못 하는 건 우리뿐인 건가?

아니라
그럴 리가 없... 겠지? 비이가 말한 것도 있으니...

샤토라
그치만... 티코쨩처럼 곤란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정도일까?

쿠비라
...사건이나 사고가 벌어졌을 때 텐트를 세우고 불을 피울 수 있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아.

바지라
아, 돌아왔다. 얘들아~

레오나
안녕하세요~! 저희도 왔어요.


호숫가에 세운 텐트 안에서 레오나와 헤르에스가 편하게 쉬고 있었다.

 


안치라
우와! 이번에는 어떤 텐트인가요? 캠핑장에서 본 거랑은 다르네요!

레오나
굳이 무슨 텐트냐고 한다면... 비치 텐트려나?

헤르에스
물가에서 놀 때에 햇빛을 피하거나 짐을 놓을 수 있고, 탈의실로도 쓸 수 있어요.

레오나
가볍고 휴대하기도 편하답니다. 숙박에는 적합하지 않으니 어디까지나 레저용이지만요.

안치라
이렇게 편리한 것도 있구나! 얘들아, 우리도 다 같이 이런 거 사자! 배 갑판에서 쓰면 재미있지 않을까?

아니라
쿠후후, 십이신장용 텐트라. 확실히 이거라면 앞으로도 편하게 쓸 수 있겠구나.

쿠비라
그런데 두 분 다 얼굴이 빨간 거 같은데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

헤르에스
후후... 이슈미르 공의 권유를 받아 저걸 체험하고 왔답니다.

바지라
응? 저 텐트는 뭐지...


헤르에스가 가리킨 것은 마찬가지로 호숫가에 세워진 텐트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 지붕에서 하늘을 향해 뻗은 길다란 물체였다.

 


아니라
뭐, 뭐지...? 저거 설마 굴뚝인 겐가...? 안에서 난방을 하고 있다고 보기엔 이미 초여름이네만...

레오나
굴뚝 맞답니다! 슬슬 나올 때 되지 않았나? 여러분, 잘 보세요.


십이신장들이 수수께끼의 텐트를 지켜보고 있자, 안에서 입구가 열리더니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
후우...

파이
...!?

 

 


 


3-3



십이신장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델리포드와 이슈미르가 텐트에서 뛰쳐나왔다.

 


파이
땀투성이의 남녀가 개인실에서 나왔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후앙
개인실이라고 하지 마! 텐트겠지, 텐트!


두 사람은 그대로 호수에 향하더니 주저없이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델리포드
이 근처는 지하에서 물이 솟아나온다고 레오나 공이 말씀하셨네만, 확실히 다른 장소에 비해 수온이 낮은 것 같군.

이슈미르
응, 하지만 냉탕 수준은 아니라서 나한테는 이 정도가 딱 좋아. 그때 겪었던 아이스 사우나 같네.

델리포드
하하... 그건 그렇군. 아우규스테 때의 일이 생각나는걸.

아니라
뭘 하고 있는 게지...?

파이
목격하고 말았어...

후앙
이래도 되는 거야? 우리가 봐도 되는 거야...!?

레오나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델리포드
오, 이런. 십이신장 여러분들 아니신가. 회의는 어떻게 되어가나?

이슈미르
지금은 휴식 중이야? 계속 회의만 하면 피곤하기도 하겠지.

쿠비라
뭐, 휴식중이긴 한데... 이게 신경쓰여서 회의로 복귀할 수가 없달...까?

델리포드
아하, 우리가 나온 이 텐트 말씀이신가. 별 거 아니야. 저건 텐트 사우나야.

십이신장
텐트 사우나...?

아니라
또 새로운 텐트 사용법이 튀어나왔구만...

쿠비라
처음 듣는 이름인데... 어떤 텐트인가요?

델리포드
흠. 모르시나? 이름 그대로 사우나를 텐트 안에 재현한 도구지. 예전에 발츠 건강 센터에서 체험한 뒤로 완전히 중독돼서, 여기서도 시험해 보고 있어. 부끄럽지만 다 같이 캠핑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머리 속에서는 텐트 사우나 생각만 하고 있었지. 텐트 사우나가 없다면 직접 만들 각오였는데 렌탈용이 있어서 다행이었어.

이슈미르
캠핑이라고 하면 텐트. 텐트라고 하면 사우나.. 그런 거지.

바지라
그런 거야?

이슈미르
이 텐트 사우나는 따로 구입할 수 없을까? 갑판에 있으면 편리할 거 같아.

안치라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이슈미르
마침 수영복 차림이니 십이신장들도 들어가 볼래?

아니라
뭐라고...? 

 




바지라
뜨거워어....

마키라
그러게. 뜨겁다는 거 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나...

비카라
어, 엄청난 열이네요... 어째서 이런 곳에...


텐트 사우나 안에 들어온 십이신장들은 입장하자마자 처음 경험하는 열에 당황했디.

 


쿠비라
(아, 난... 꽤 좋은 것 같기도?)

마키라
저기, 델리포드 군... 이 장작 스토브 위에 있는 돌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요...?


텐트 안에는 장작 스토브가 있었고, 그 위에는 주먹만한 크기의 돌이 여러 개 올려져 있었다.

 


델리포드
이건 사우나 스톤이야. 이 돌에 물을 끼얹으면...


델리포드가 통에서 국자로 퍼올린 물을 돌에 끼얹자...

 


후앙
뜨....!? 뜨거워어어어!

델리포드
이렇게 수증기를 내뿜으며 체감온도를 순식간에 올려주는 거지.

이슈미르
후후... 좋다.. 정말 자극적인 열기야...! 더 올려줘...

파이
너무 특수한 플레이야...


델리포드는 이슈미르가 바라는 대로 스톤에 물을 끼얹었다. 

 

 




이슈미르
후우... 좋은 열기다... 셀프 로일리가 가능한 점이 텐트 사우나의 장점이지.

델리포드
허나 좁다는 결점도 있어... 열파사 강습을 받은 이슈미르 공의 아우프구스를 받고 싶은데...

이슈미르
다른 사람들한테는 너무 빠르지 않겠어? 아까 해 봤더니 레오나랑 헤르에스도 금방 뛰쳐나가 버리던데...

델리포드
흐음...후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나. 정리를 위한 길이란 하루아침에 도달하지 못하는 법이지.

아니라
두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구만...

아니라
그나저나, 이것도 캠핑이라 할 수 있나?

델리포드
아하하핫! 아니라 공, 물론이야. 사우나와 캠핑은 상성이 좋으니까.

델리포드
최근에는 애호가들끼리 의기투합해서 대자연 속에 텐트 사우나를 설치하고 축제를 열기도 한다더군.

아니라
뭐랄까... 캠핑의 가능성은 무한대로구만...

이슈미르
기분좋은 열기와 자연에 치유받는 거지. 정말 멋진 시간이야...

안치라
그치만 이 안에 있는 한 자연하고는 딱히 관계 없지 않나...

델리포드
아니, 그렇지도 않다네. 왜냐 하면..,

샤토라
이젠~ 한계인 것 같아~

델리포드
오, 무리하지 마. 밖에 나가서 호수에 텀벙 뛰어드는 거야.

바지라
나도... 나도 나갈래...!

비카라
저, 저도 나갈게요오...


밖으로 나온 세 사람은 호수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샤토라
하와와... 차가워서 기분이 좋네...

바지라
그러게! 개운한 것이 뭔가 다시 태어난 듯한 기분이야!

비카라
시, 신기한 기분이에요... 몸 안쪽까지 뜨거워졌던 것이 점점 식어가는 감각...

델리포드
안치라 공, 사우나 캠핑에서는 저렇게 자연적인 냉수로 몸을 식히는 거야. 전신에 쌓여 있던 열기를 호수나 강물에 흘려보내면 자연과 한몸이 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지.

안치라
와아~ 그거 기분 좋을 것 같네요!

이슈미르
그런데... 쿠비라랑 안치라는 아직 여유있어 보이네.

쿠비라
네, 네에...! 사실은 조금 더 뜨거워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안치라
아, 나도!

아니라
뭐라!?

마키라
나는 이제 무리야... 밖으로 나갈게...

후앙
나도...

파이
나한테는 너무 상급과정인 것 같아...

아니라
그럼 나도 이쯤 해 두도록 할까...


아니라 일행이 밖으로 나가자, 델리포드가 장작 스토브 안을 들여다보았다.

 


델리포드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실내 온도가 낮아진 모양이군. 장작을 추가하도록 하지.

이슈미르
그래, 더 뜨겁게 하자. 한층 더한 열기가 필요해...

쿠비라
잘 부탁드려요....! 화끈하게 태워 주세요!

안치라
쿠비라쨩, 분위기 탔네! 응! 태우자, 태우자!

델리포드
음? 공간이 비어서 아우프구스도 가능할 것 같은데...

이슈미르
그러게... 그럼 느껴보겠어? 내 열파를.

쿠비라와 안치라
부탁드려요!


쿠비라 일행은 장작을 활활 불태우며 이슈미르가 일으킨 열파를 온 몸으로 맛보았다.

 

 


 

 

3-4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 쿠비라와 안치라는 한껏 만족한 듯한 기색이었다.

 


쿠비라
후우... 정리된... 건가?

안치라
후헤헤~ 완전히 정리됐어~

후앙
저게 뭐야?

쿠비라
뭐랄까... 사우나와 호수를 왔다갔다했더니 기분좋은 감각이 피어나서... 뭐, 아무튼 좋은 사우나였다는 뜻이야!

아니라
뭐랄까...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부류의... 익어버릴 듯한 열기였어...

샤토라
장작 엄청 태웠지...


호수에서의 물놀이와 사우나를 마친 십이신장들은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도중에...

 


비이
오, 어디 갔다온 거야?

바지라
오~ 단장네 아냐! 우린 호수랑 사우나에 다녀왔어.

셰로카르테
그렇군요~ 캠핑을 즐기고 계신 모양이네요~

아니라
그래서... 이런 곳에서 뭘 하는 겐가?

루리아
사실은 캠핑장에 장작이 부족해진 모양이에요.

쿠비라
뭐...?

셰로카르테
엄밀히 말하자면 중형 이하의 장작이 줄어든 모양이에요~ 대형은 있지만요~ 하지만 캠핑장에서는 평소 대형하고 중형을 섞어서 손님에게 나눠주고 있거든요~

마키라
대형만 있으면 안 되는 거야?

셰로카르테
대형은 아무래도 손님이 장작을 쪼개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여성이나 어린이 손님들은 옮기는 것만도 고생이고요~ 하빈인 셰로쨩도 힘들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동 쪽에서 반 정도는 미리 쪼개기로 한 모양이에요~

비이
급하게 쪼갤 거라는 얘기를 듣고 얘도 관리동 작업을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

루리아
머지않아 어두워질 테니까 손님들도 장작을 더 많이 쓰실 거고요.

안치라
장작이... 잔뜩...

쿠비라
모자라다고...


쿠비라와 안치라는 아까 사우나에서 자신들이 한 말을 되돌아 보았다.

 

 


 

 

[회상]

 

 

쿠비라
잘 부탁드려요....! 화끈하게 태워 주세요!

안치라
쿠비라쨩, 분위기 탔네! 응! 태우자, 태우자!

 

 


 


쿠비라
죄, 죄송해요... 장작, 사우나에서 잔뜩 써 버렸어요...

셰로카르테
처음부터 그쪽에 배부한 분량이니까 그렇게 신경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쿠비라
그치만 잔뜩 태우자마자 부족하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에 걸려서...

안치라
쿠비라 언니! 우리도 장작 패는 거 도와주자!

쿠비라
응...! 오히려 나서서 패고 싶을 정도야!

아니라
흐음... 우리도 사우나를 체험했으니 함께 돕도록 할까.

바지라
장작은 어디에 있어?

셰로카르테
이쪽이에요~! 

 

 




관리동 뒤쪽으로 돌아가자, 수북히 쌓아올려진 장작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셰로카르테
이 근처의 장작은 건조가 끝난 모양이에요~ 그치만 너무 두꺼워서 이대로는 쓸 수가 없어요~

바지라
엄청난 양이네. 이거 고생 깨나 하겠는걸.

샤토라
모두 함께 힘내자... 왕자님하고 공동작업...~

 


[같이 하자]
[다치지 않게 조심해] -> 선택

 

 

샤토라
응... 고마워...

루리아
저도 할게요! 십이신장 여러분과 함께라면 틀림없이 금방 끝날 거예요!

마키라
네, 맞아요. 나눠서 하면 금방이지.

안치라
그런데 이렇게 많이 쓰나? 오늘은 꽤 따듯한데.

셰로카르테
종업원 분들이랑 레오나 씨가 말씀하시길 밤에는 아직 춥다는 모양이에요~ 장작도 그만큼 더 필요하겠죠~

비카라
그, 그렇군요... 도, 도쨩... 있어? 장작을 패야 한다는데...

도마우스
...!

후앙
간다! 세련된 캠핑에는 모닥불이 필수니까!

파이
추운 건 싫으니까 할 수밖에 없겠네.

비이
손목이나 허리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돼. 그리고 잘못하면 파편 튈 수도 있고.

셰로카르테
네에~ 장작 패는 건 엄청난 중노동이랍니다~ 쌓아올린 장작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으니 꼭 조심하셔야 해요~

아니라
음. 방심은 금물이니라.

비이
그럼 다 같이...

신다라
장작 패기!

 
소매를 걷어붙인 십이신장들은 아까 배운 대로 장작패기에 열중했다. 얼마 후 호수에서 돌아온 델리포드 일행도 합류해 엄청난 인원이 장작 패기에 착수하게 되었다. 

 

 

[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