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캠 - 제2화 활활캠
2-1
제2화 활활캠
All Fired Up
십이신장들은 텐트 설치를 마친 뒤, 돗자리 위에서 회의를 진행하던 중이었으나 이윽고 엉덩이가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손을 든 마키라가 한 말은...
마키라
다른 사람들의 캠핑을 보면서 공부하면 어떨까? 엉덩이 아픈 것도 해소하고 싶고, 그거 말고도 여러 가지로 알고 싶거든.
안치라
그러게. 캠핑에 익숙한 사람이 많으니까 더 배우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샤토라
무후후후... 다 같이 산책하는 거네~?
십이신장들은 기공단 동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숲 안을 걷다가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쿠쿠루
어라~ 십이신장들 아냐? 게다가 다 모여 있네~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던 것은 쿠쿠루와 쿠무유, 실바였다.
아니라
쿠쿠루 쪽은 여기에 자리를 잡은 건가. 잠시 실례해도 되겠나?
쿠무유
어서 오세요! 십이신장 분들 덕분에 저희도 캠핑하러 올 수 있었는걸요.
실바
그래. 그렇지. 자연 속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줘서 고마워.
쿠비라
정확하게 말하자면 단장 덕분이겠죠? 저희는 회의를 하러 왔으니까요.
쿠쿠루
그러고 보니, 텐트에서 회의를 하던 중이었지. 혹시 벌써 후다닥 끝내버린 거야?
실바
아니면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
바지라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지내는지 궁금해서 보러 왔어! 요컨대 캠핑 공부를 하는 거지!
쿠쿠루
그렇구나~ 우리는 보면 알겠지만 「패밀리 캠핑」 중이야!
쿠무유
맞아요! 쿠쿠루 언니랑 실바 언니랑 셋이서 느긋하게 즐기는 중이에요!
샤토라
와아, 가족끼리 사이 좋게... 멋진 일이야...
실바
가족끼리 자연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배울 수 있는 점이 잔뜩 있지. 가족의 정이 깊어지는 계기가 된다고 할까. 무엇보다도 둘이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껴. 캠핑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 내야만 하니까.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그건 그렇지...
바지라
쿠쿠루네는 캠핑 많이 해 봤어?
쿠쿠루
우리 총 공방 소유의 산이 있거든. 시험 사격 할 때도 쓰지만, 놀다가 자고 올 때도 있었어.
쿠무유
산에서 노는 건 정말 좋아요! 나무에 올라가기도 하고, 연못에서 게를 잡기도 하고요! 먹을 수 있는 나무 열매나 과일도 찾고요!
쿠쿠루
그리고 광석 줍는 것도 빠질 수 없지~ 노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바지라
오, 재미있겠는데! 나도 산에서 많이 놀았었어! 하지만 거기서 자는 건 또 다른 얘기라서... 해가 질 때가 되면 가르가 돌아가자고 재촉하곤 했어.
샤토라
집에서 해야 하는 일이 잔뜩 있으니까... 우유도 배달해야 되고, 소님도 돌봐드려야 하고...
쿠쿠루
역시 십이신장씩이나 되면 할 일이 많구나... 힘들겠어.
샤토라
아냐... 힘든 것도 즐거운걸~
안치라
실바 씨는요? 쿠쿠루 씨나 쿠무유 씨처럼 아웃도어 경험이 많으신가요?
실바
저격수니까. 수행하던 시절에 사격 말고도 야외에서 지내는 방법을 철저하게 배웠지. 용병 시대에는 표적을 잡기 위해서 이틀 정도 지면에 엎드린 채 잠복했던 적도 있어.
쿠비라
그건 또 얘기가 다른 것 같은데요...
마키라
저기... 여러분이 앉아 계시는 그 의자 좀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쿠쿠루 자매는 겉보기에 연약해 보이는 재료로 만들어진 특이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쿠무유
이건 접이식 의자예요! 쿠쿠루 언니가 만들어 준 건데, 구조가 엄청 정교해요!
쿠쿠루
에이, 칭찬하지 마~ 쿠쿠루 언니 부끄럽잖아~ 그보다도 마키라는 의자에 관심이 있는 거야?
마키라
네, 맞아요. 조금 전 회의를 하고 있을 때 다들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했거든요.
쿠쿠루
땅바닥에 앉아 있었어? 그야 아플 만도 하지~ 마키라라면 이런 거 만드는 게 특기 아냐? 하나 만들어, 만들어 버려~
마키라
이 의자...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구조네요. 휴대하기에도 편하겠어요.
쿠쿠루
그래, 맞아. 밖에서 쓰기에는 이게 있으면 편리해. 평소에는 접어둘 수도 있고!
마키라
목재와 천, 금속이 있으면... 그러게요. 이거라면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쿠비라
정말? 신난다! 역시 마키라쨩!
마키라의 말을 들은 십이신장들이 열광했다.
2-2
마키라
여기 이 금속을 교차시키면 강도를 확보하면서도 얇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쿠쿠루
오~그러게! 좋은 아이디어다! 역시 마키라야~
마키라와 쿠쿠루가 의자의 구조에 대해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후앙
......
파이
후앙, 왜 그래?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후앙의 시선은 쿠쿠루 일행이 캠핑하는 모습을 전체적으로 면밀히 관찰하듯 움직이고 있었다.
후앙
뭔가... 세련되지 않았어? 모닥불을 둘러싸고 의자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이 광경... 상당히 세련됐잖아!
파이
흐음...
후앙
텐트는 있고, 의자는 마키라쨩이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까~ 남은 건 모닥불이겠네! 캠핑에서는 어떻게 불을 피우면 좋을까? 역시 성냥으로 피우나?
쿠무유
저기 혹시... 불 때문에 고민하고 계신가요?
후앙
어? 으, 으응...
쿠무유
앗... 죄송해요! 처음 말씀 나누는 건데 인사도 안 드렸죠... 쿠무유는 즌더분더 공방의 딸이고, 쿠쿠루 언니랑 실바 언니의 동생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후앙
...!
파이
자기소개 찬스!
쿠무유가 자기소개를 했다는 것을 눈치챈 신다라 자매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신다라
십이신장 중 인신인...
동북동의 수호신인...
.....
후앙
또 안 맞았어...
쿠무유
죄, 죄송하지만... 잘 못 들었거든요. 한번 더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후앙
후앙...
파이
파이...
쿠무유
아, 아으으... 뭔지는 몰라도 죄송해요... 아,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쿠무유는 화약 조합사거든요. 불을 다루는 일이라면 뭐든지 질문하셔도 돼요!
후앙
진짜야?
쿠무유
네! 총 공방에서는 금속 가공에 불을 쓰거든요. 맡겨주세요! 그, 사실... 성냥은 불량품도 많고 습기에 축축해지는 일도 많아요.
후앙
응... 그래서 전에 불 피우기 실패했었어. 비에 젖었었거든.
쿠무유
마법으로 쨔라라란~ 하는 것도 편리하지만, 그 외에도 방법은 있어요.
후앙
앗... 그렇지! 나 알아! 나무 판에 나무 봉을 세우고 비비는 거지?
쿠무유
원시적이라고 할까... 시간이 상당히 걸리긴 하지만 그런 방법도 있긴 해요.
후앙
역시 그렇구나~! 좋았어...! 나도 세련된 캠핑을 위해 어서 불을 붙여야겠어!
쿠무유
저, 저기...!
후앙
고마워~쿠무유쨩!
후앙은 혼자 자기들이 세운 텐트로 돌아가 버렸다.
파이
언니가 저래서 죄송해요.
쿠무유
아, 아뇨! 신경쓰지 마세요. 그치만 마찰로 불을 일으키는 건 힘들 테니까, 괜찮으시다면 이 편리한 도구를...
파이
이건...
쿠무유
파이쨩한테 쓰는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잘 보고 계세요!
쿠무유와 파이가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실바가 눈을 가늘게 떴다.
쿠쿠루
실바 언니도 나랑 같은 생각 하고 있어?
실바
후후... 그래. 같은 생각일 거야. 그 소심하던 쿠무유가 먼저 말을 걸다니...
쿠쿠루
게다가 언니처럼 의젓하게 굴고 있어. 후후후... 저 자신만만한 얼굴이라니. 쿠무도 많이 컸구나.
쿠비라
쌍둥이들이 보기에는 실제로 쿠무유쨩이 언니겠네요. 캠핑 경험도 있으니.
아니라
캠핑을 하면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실바 공이 말씀하셨네만, 요컨대 저런 걸 말씀하시는 겐가?
실바
그래. 그렇지. 자연 속에서는 신기하게도 상대적으로 어린 아이가 솔선수범해서 움직이더군. 자립...아니지, 어른과 아이라는 장벽이 자연 앞에서 사라지는 건지도 모르겠어. 그렇기에 아이의 성장을 바로 곁에서 목격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아니라
흐음... 캠핑에서도 배울 게 많구만...
2-3
쿠쿠루 일행을 떠나 텐트로 돌아오자, 먼저 와 있던 후앙이 필사적으로 나무판에 봉을 비비고 있었다.
후앙
냐아아아아아아!
라오라오
하아... 그렇게 한다고 불이 날 리가 없는데, 갸오...
안치라
후앙. 그건 힘들지 않을까?
후앙
아냐. 할 수 있어! 나무가 뜨거워졌는걸! 세련된 캠핑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비카라
세련된 캠핑...? 하긴 쿠쿠루 씨네 캠핑장이 세련되긴 했던데...
쿠비라
응. 세련되고 화려하더라. 후앙쨩은 그게 부러웠던 거구나.
그리고 잠시 후, 켓타기어 “밀크쨩”에 올라탄 샤토라와 마키라가 나타났다.
샤토라
기다렸지...
마키라
의자하고 테이블 재료 모아 왔어요. 샤토라 군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안치라
그럼 의자 만들어야겠네! 다 같이 마키 도와주자!
셰로카르테
어라~? 여러분. 뭔가 만들고 계신 건가요?
십이신장이 의자 만들기를 시작했을 때, 셰로카르테와 단장 일행이 나타났다.
바지라
접이식 의자를 만들고 있어. 쿠쿠루네가 쓰고 있는 걸 보고 회의에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비이
오~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네.
셰로카르테
대단히 괜찮은 생각이네요~! DIY 정신은 캠핑의 모든 것에 통하죠~
샤토라
디, 아이, 와이...?
셰로카르테
Do
It
Yourself~
라는 뜻인데~ 자기가 쓸 도구를 직접 만들거나 개량하는 일을 말해요~ 캠핑 스타일은 사람에 따라 다르니까요~ 잘 맞는 걸 좀처럼 발견하지 못해서 직접 개량하는 사람들도 많답니다~
안치라
그럼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캠핑스러운 일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네!
루리아
저기... 그런데 후앙쨩은 뭘 하고 있는 건가요?
후앙
냐아아아아아아!
후앙은 아직도 나무와 나무를 비벼대며 불을 피우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었다.
비이
혹시 말인데... 저걸로 불을 피우려고 하는 거야? 그런 무모한 짓을...
쿠비라
쿠무유쨩이 그러던데, 불이 그대로 타오르는 게 아니고 그냥 불씨가 생길 뿐이래. 그 작은 불씨를 키우기 위해서는 원래 타기 쉬운 솜이나 마른 나뭇잎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루리아
어... 가르쳐 주시지 않는 건가요?
파이
말하려고 했지만 안 들리는 것 같길래 내버려 두는 거야.
마키라
다 됐어요. 인원수만큼의 접이식 의자예요.
아니라
오오! 역시 대단하구나! 그럼 바로 펼쳐놓도록 할까!
텐트 앞에 의자를 펼친 십이신장들은 감탄한 듯이 소리쳤다.
바지라
오오! 갑자기 확 캠핑다워졌어!
마키라
네, 맞아요.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분위기에 잘 맞지. 자, 다들 앉아 봐. 아, 접이식 테이블도.
바지라
오오! 보고만 있어도 두근거리는걸!
루리아
후후. 저도 알 것 같아요. 야영 준비가 다 갖춰지면 즐거운 기분이 되죠.
셰로카르테
캠핑에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기분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지도 몰라요~
아니라
새로운 생활이라... 그렇구만. 확실히 단장 공의 기공단에 가입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인 것 같네.
셰로카르테
네에~ 항상 신선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캠핑의 참맛이죠~
샤토라
어라~? 얘들아, 후앙쨩이...
비이
으음?
잘못된 원시적 방법으로 불을 일으키려고 하던 후앙은...
후앙
냐아아아아아아!
라오라오
뭔가 연기가 짙어졌는데, 갸오...? 쿨럭, 매워, 갸오...
고속으로 움직이는 후앙의 손 쪽에서 하얀 연기가 점점 피어오르며 주변을 특유의 매캐한 냄새로 채워갔다.
비이
어, 어이... 그거 설마...
후앙
간다아아!!!
나무판에서 직접 불꽃이 피어나 활활 타올랐다.
루리아
어, 어어어어어!?
아니라
타, 타오르고 있구나...!
마키라
까, 깜짝 놀랐어요... 나무와 나무의 마찰열만으로 불을 일으킨 거야?
쿠비라
불씨 없이 직접!?
후앙
하아, 하아... 어, 어때... 이걸로, 세련된 캠핑... 할 수 있지...
파이
후앙... 얼마나 바보처럼 힘이 센 거야...
후앙
뭐!? 바보라니, 바보라니! 그리고 파이도 나랑 힘 같잖아!
파이
나는 쓸데없는 힘은 쓰지 않는걸. 그래서 쿠무유쨩이 빌려준 이걸 쓸 생각이었는데.
파이가 꺼낸 것은 손바닥 정도 사이즈를 한 철봉이었다.
파이
이 철봉을 칼등으로 문지르면...
후앙
우와, 불꽃 튀었어! 이게 뭐야?
파이
파이어 스타터래. 성냥하고 다르게 습기에 강해. 이걸로 간단히 불을 피울 수 있어.
후앙
뭐야... 미리 말했어야지...
비이
하아... 엄청 무모한 서바이벌을 해내고 있네...
셰로카르테
캠핑에 익숙치 않다고는 해도 십이신장 분들이시니까요~ 스케일이 크네요~
2-4
마키라
후앙 군, 그 불타고 있는 나무를 이 안에 넣어 줄래?
후앙
응? 이게 뭐야...?
마키라가 꺼낸 것은 철판 밑에 4개의 발이 달린 기묘한 물체였다.
마키라
모닥불용 받침대야. 쿠쿠루 씨네가 모닥불 피우는 걸 보면서, 이런 게 있으면 편리할 것 같았거든.
셰로카르테
화로대를 직접 고안해내신 건가요~? 정말 놀랍네요~!
마키라
화로대라고 하나요?
셰로카르테
이 캠핑장은 직접 불을 피워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화로대가 필요하거든요~ 화로대는 이동시킬 수도 있고, 밑에서 공기가 들어오니까 불이 잘 붙는답니다~
마키라
맞아요. 공기를 불어넣기 위해 조금 손을 썼어요.
후앙이 불타는 나무를 화로대에 집어넣자, 장작을 손에 든 비카라가 앞으로 나섰다.
비카라
이제 장작을 지피기만 하면 되겠네! 내가 할게!
(아까부터 전혀 활약하지 못하고 있으니, 아가씨 아닌 내가 여기서라도 도움이 되어야 해...!)
비카라는 불 위에 장작을 쌓고, 몸을 굽혀서 숨을 불어넣었다.
비카라
후우~! 후우~!
혼자 살고 있었을 때와 완전히 같은 방식이었으나...
사생활에서는 생쥐 머리띠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쿠비라
비카라쨩!? 자, 잠깐만... 너무 가깝지 않아?
바지라
머리띠!!! 머리띠 불타고 있어!
비카라
뭐...?
비카라가 머리에 끼고 있는 귀 모양 머리띠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비카라
흐아아아아아아아!
패닉에 빠진 비카라는 아무 방향으로나 정신없이 달렸고, 바지라가 그 뒤를 쫓았다.
비카라
흐아...! 흐아아아아아아아!
바지라
비키! 그건 머리띠야! 벗으면 된다고! 쥐 머리띠를 벗으면 돼!!
비카라
흐아아아아아아아!
샤토라
아... 돌아왔다~ 비카라쨩, 괜찮아...?
비카라
우우... 죄, 죄송해요... 소동을 일으켜서 죄송해요...
옷을 갈아입고 돌아온 비카라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쿠비라
에이... 사과할 일도 아닌걸. 무사해서 다행이야.
비카라
그렇지 않아요... 그런 얘기가 아니고...
쿠비라
응? 그럼 무슨 얘긴데...?
비카라
저는 아가씨가 아니라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덜렁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어요...
쿠비라
진짜 무슨 얘긴데!?
생쥐 머리띠를 잃고 정신줄을 놓은 비카라 곁에서 십이신장들은 장작을 쌓아나갔다.
안치라
어라~ 뭔가 불이 잘 안 붙어...
샤토라
작은 장작부터 쌓아나가는 거야... 솔방울 같은 것도 좋아...
셰로카르테
샤토라 씨 말씀대로예요~ 큰 장작, 중간 장작, 작은 장작이 있는데요~ 작은 것부터 태우면 돼요~
샤토라
무후후후... 신부수업 때 요리 하고 있으니까 불은 잘 쓰거든...
셰로카르테
참고로~ 장작에는 침엽수와 활엽수의 차이도 있답니다~
바지라
들은 적 있어. 잎이 가느다란 게 침엽수... 였던가?
셰로카르테
맞아요~ 솔방울도 침엽수이기 때문에~ 불 붙이기 편리하답니다~ 침엽수는 유분을 품고 있어서 잎이나 가지나 다 잘 타지만,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답니다~ 반대로 활엽수의 장작은 불이 잘 붙지 않지만, 한번 붙이면 길게 타고요~
안치라
어~? 그걸 어떻게 구분해?
셰로카르테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이 경험이 중요해요~ 하지만 장작 중에는 가끔 나무껍질이 붙어 있을 때도 있는데요~ 껍질을 벗기기 쉬운 쪽이 침엽수고~ 벗기기 힘든 쪽이 활엽수라는 쉬운 구분 방법이 있답니다~ 장작은 캠핑장에서 배부하고 있으니~ 어디까지 참고 정도로 기억해 주시면 될 거예요~
마키라
그렇군요... 장작 하나에도 그런 차이가 있네요.
셰로카르테
장작도 대단히 공부할 게 많답니다~ 통나무를 잘라서 말리는데, 다 마르는 데에 1년은 잡는 편이 좋아요~
아니라
그렇게 오래 걸리나? 품이 많이 드는구만...
셰로카르테
건조가 덜 된 장작은 터지기 쉬워서요~ 불똥이 튈 위험성도 높고~ 난로같은 게 고장날 수도 있어요~
비이
여기는 호수에서 가깝고 습기차니까 건조하는 데도 오래 걸릴 것 같네.
파이
장작 만드는 것도 쉽지 않구나... 지금까지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앞으로는 소중히 여겨야겠어.
후앙
그냥 나무를 패서 자르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
셰로카르테
그럼 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장작 패기를 해 볼까요~ 손도끼도 준비했으니 도전해 보세요~
비카라
아, 그럼... 제가... 폐도 끼쳤고... 도끼라면 휘둘러 본 적도 있으니까요...
정신을 놓은 채로 귀환했던 비카라가 셰로카르테에게서 도끼를 받아들더니, 소매를 걷어붙이고 기합을 넣었다.
비카라
(조, 조금이라도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해...)
그런 비카라 곁에서 바지라가 도를 빼어들었다.
바지라
요컨대 작게 만들면 된다는 거지? 그렇다면...
하앗!
바지라가 도를 휘두르자, 거대했던 장작이 반절로 쪼개졌다.
비카라
(흐어어!?)
파이
이거, 손으로 쪼개면 되는 거 아냐?
후앙
쪼개자 쪼개자~
비카라
(장작을 손으로 쪼갠다고...? 그런... 치즈도 아닌데...)
쿠비라
그럼 나는 손날로 쪼개 볼까. 지금의 나라면 이 정도는...!
비카라
(스케일이... 스케일이 너무 커...
글렀어. 나... 나는 전혀 활약하지 못할 것 같아. 아가씨 아닌 평범걸인데도... 아, 안 돼... 생각나 버렸어... 캠핑하러 간다고 들었을 때 했던 그 부끄러운 망상이...)
[망상]
아니라
오오오! 대단하구나, 비카라! 장작은 그렇게 패면 되는 게냐!
비카라
네, 네에... 이 장작으로... 이제 불을 붙일 거예요. 아, 작은 것부터 순서대로...
안치라
비카라쨩, 대단해~ 장작도 팰 줄 알고 불 피울 줄도 아는 사람, 나 처음 봤어!
마키라
대단하다, 비카라 군. 존경스러워. 앞으로도 이것저것 물어봐도 돼?
비카라를 부러워하는 십이신장들
비카라는 대단해~!
비카라쨩, 대단해~
비카라 군, 대단하다.
비카라
아, 제가 또 뭔가 저질렀나요...?
비카라
(크윽... 부, 부끄러워...! 난 왜 그런 망상을 해 버린 걸까... 모두가 나를 칭찬해 주는 그런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날 리가 없는데... 뻔뻔한 것을 넘어서서 거의 뻔데기 수준...)
셰로카르테
후앙 씨, 파이 씨~ 모처럼 망치도 들고 계시니 쐐기를 써서 장작 패 보지 않으실래요~?
파이
쐐기...?
셰로카르테
이 쐐기를 장작에 물리고 톡톡 두들기는 거예요~ 장작이 깨끗하게 갈라진답니다~
후앙
오~ 그렇구나. 그럼 태극 맹호 전투망치가 나설 차례네!
비카라
(셰로카르테 씨는 대단해... 아까부터 일반적인 캠핑에 이 스케일을 맞춰서 가르쳐주고 있어...)
비이
어이~ 비카라!
비카라
어? 아, 단장님...
[같이 장작 패자] -> 선택
[무슨 생각 하고 있어?]
비카라
아, 저, 저하고요?
비이
그래. 얘가 비카라하고 같이 하자더라고. 우리도 장작 필요하거든.
루리아
비카라쨩, 아까부터 장작 정말 잘 패시더라고요. 옆에서 구경해도 되나요?
비카라
아, 이이, 이런 걸로 괜찮다면... 어, 얼마든지요...! 이, 이렇게... 도끼를 장작에 툭툭 쑤셔넣으면서... 마, 마지막에 장작째로 휘두르면서 “에잇!” 하고 땅에 내려치는 거예요.
루리아
툭툭... 에잇!
루리아
와아! 깨끗하게 잘렸어요!
비이
헤헤! 잘 하는데!
비카라
(단장님, 혹시... 내가 풀 죽어 있는 걸 보고 말 걸어 주신 걸까...? 그렇다면 기쁠 것 같아...)
비이
그런데 아까 얼굴이 엄청 빨갛던데, 왜 그랬던 거야?
비카라
그건 묻지 말아 주세요...!
십이신장들은 각자 장작 패기에 열중했다.
이윽고 직접 키워낸 불을 둘러싸고 십이신장회의가 재개되었다.